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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 없는 꿈을 꾸다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사상사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책을 덮으면서 떠오르는 생각
"남자들은 이런 마음을 알기나 할까?"
물론 모든 여자가 다 그렇다는 명제는 아니다.
니시노 마을의 도둑.
나름 닿는 이야기였다.
여자아이들 사이의 소소한 신경전, 하지만 소소하다고 치부하기엔 당사자에게는 큰 상처가 되는 것에 관한 이야기이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쿨하게 잊어버리고 그걸 알고 용서한 사람이 전전긍긍하게 되는 일들
사실 큰 울타리밖에서 타인의 시선으로 본다면 그런걸 다.... 라고 할만큼 소소한 일일지는 몰라도 그 문제를 직면한 당사자에게는 세상이 무너지는 충격이다.
생리때마다 일어나는 어쩔 수 없는 도벽을 어른들이나 친구는 다 알고 묵인하게되지만
어쨌든 도벽은 도벽이니까 도저히 묵인할 수 있는 주인공은 혼자 괴롭다.
이건 분명히 아닌데 세상은 내가 아니라고 한다.
세상에 이렇게 지구가 꺼꾸로 도는 거같은 충격이 있을까
나도 괜찮은 척 담대한척 해보지만 내가 입은 충격과 상처는 어쩔셈인가
이상하게 나만 어리석고 나만 손해보고 있다는 억울함이 참 공감이 간다.
너무 크게 부풀리는지는 모르지만 어떤 사소하고 일반적인 정의감으로 평가를 내리고 말을 하고싶지만 남들도 다 그러잖아.. 그러면서 크는거지 너무 소소한걸 가지고 따지지 말라구..
하는 말들을 들으면서 내가 느껴야 하는 패배감, 옳고 그름에 대한 혼란 그걸 다시 생각하게된다
나는 미치루가 잘못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 아이의 감정도 잘못이 아니다.
그 다음의 세편은 비슷한 맥락이다,.
동네에 일어난 방화사건이 어쩌면 나의 주목을 끌고싶은 그 싫은 남자의 행위일지도 모른다는 착각
나를 때리고 집요하게 구는 남자친구가 정말 나를 사랑한다고 믿고 싶은 착각
순수한 꿈을 쭞는 남자를 숭배하고 그의 꿈을 지켜주고 싶다는 착각
어떤 프로에서 그랬다.
결혼은 언제하는게 좋으냐는 질문에 내가 혼자여서 너무좋다~ 라는 생각이 들때 그때가 결혼할 때라고...
사실 이런 말은 늘 전해온다.
외로울때는 결혼하지마라
혼자 설 수 있을 때 결혼하라... 등등등
그렇게 나 스스로 당당할 수 있고 세상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나름의 잣대가 서있을때 누군가를 당당하게 사랑하고 함께하라..
이미 시간이 훌쩍 지난 지금 그말이 얼마나 소중한 조언인가를 알았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하는 가장 큰 교훈이다.
나 스스로 자신이 없어 흔들릴 수 밖에 없는 젊은 시절
내가 가진 생각이나 사고에 대한 확신도 없지만 그렇다고 뭔가 휘청거릴만큼 바꾸어나갈 용기도 없는 때
내 손에 쥐어진 패가 정말 대단한 것이라고 믿으며 살아가는 여자들 이야기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저 남자가 나를 찍은게 아닐까 하는 도끼병에서
사랑에 흔들리며 인생을 저아래로 떨어뜨리는 여자들
그들이 어리석었다고 손가락질 할 수가 없다.
사실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어리석고 어리석고 어리석었구나
하지만 되돌아가기엔 걸어온 길이 너무나 많아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
되돌리기엔 나자신을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 된다는 게
사실 별거 아니라고 나중에는 알지만 그때는 절대 알 수 없는 대단한 사건이니까...
결국 스스로 잡은 선택이 끝까지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마지막 이야기는 정말 공감간다.
아이를 낳고 키웠다면 다들 크고 작게 공감하지 않을까
아이가 정말 사랑스럽고 소중하지만 그만큼 나도 소중하다,
그리고 그 소중한 것이 나와 대치될때, 나를 돌아버리게 할때 느껴야 하는 죄책감마저 죄스러워지는 것...
정말 마지막에 요시에의 작전이 잘 되었을때 나도 모르게 휴유... 한숨이 나온다.
그래 어쨌든 잘 마무리되었으면 된거야
아는 사람끼리는 은밀하게 서로 까방권을 줘야하는 상황임을 잘 알고있다.
이 두권을 읽고 고민없이 선택한 작가였다.
뭐랄까 사소하고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를 세밀하게 풀어내어 공감을 이끌어내는게 대단하다 싶었다. 일상적인것에서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고 할까
너무 기대를 한 탓일까 사실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어쩌면 작가탓이라기 보다 이번 소설의 대상은 조금 젊은 여자들의 이야기여서인지도 모르겠다.
이미 내가 겪었고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아버린... 어떤 환상도 기대도 없는 지금 이런 이야기는 조금 서글프기도 하니까
하지만 그런 사소한 이야기 뒤에 숨은 무시무시한 사건들 감정들은 결코 사소하다고 할 수 없는 법이다.
커다란 사건사고는 늘 소소한 출발점이 있는 법이다.
내게 생일선물로 준 사랑하는 딸... 고마워.. 잘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