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미술관은 분위기가 참 좋다.

고궁안에 있다는 점도 그렇고  오래된 석조건물이라는 것도.. 그리고 미술관이 횡하니 넓지 않고 조금 좁은 듯한 것이 오히려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있다.

 

새로 개장안 현대미술관을 갈까 하다가 덕수궁으로 왔다.

아늑하고 오밀조밀한 장소에서 내게 익숙하고 이야기가 많이 숨어 있는 그림을 본다는게 겨울에는 더 어울리는 거 같아서였다,.

내가 알던 사람들 눈에 익은 그림들 교과서에서 보던,, 혹은 상식으로 알았던 것들을 실제로 본다.

첨에 갔을때는 오디오 해설을 들었다.

그림에 대한 지식은 생기겠지만 화풍이 어떻고 작법이 어쩌고 하는 건 사실 몰라서도 잘 들어오지 않았다.

이번엔 그냥 눈으로 봤다. 그림을 보고 작가랑 제목을 보고 그려진시대를 보았다.

저런 시절 저런 그림은 어떻게 나왔나.. 보여지는 한폭의 그림뒤에 더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는게 느껴진다.  암울한 시대에 모던보이나 서구적인 분위기를 보면서 꽤 잘 살았군.. 하는 삐딱한 시선도 가졌다가 한참 들여다 보는 그림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부서질듯 위태로운 불안도 느껴진다.

 

 

오지호의 "남향집"이다.

이전 어떤 기사인지 모르겠지만 이 그림을 본 적이 있다. 그때부터 낯설지 않고 참 눈에 익은 느낌이었다. 그림의 배경이 되는 장소를 어쩌면 내가 알거 같기도 하고 내가 가본 곳 같기도 한 묘한 느낌... 그러다 생각이 났다. 내 외가집같구나.

사실 내가 방문하고 기억하는 외가집이 아니라 엄마의 낡은 흑백사진속의 외가집 모습이 보였다,

50~50년대 평범하고 소박한 집 그리고 그 집에 사는 야무진 여자아이

그림속 단발머리 소녀는 엄마의 낡은 사진 속 인물들과 똑같은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다.

바가지를 씌우고 자른 것 처럼 깡충한 뒷머리와 눈썹이 드러난 앞이마.. 그리고 조금은 쩨려보듯이 도전적인 눈빛으로 정면을 바라보는 시선 하지만 그 속엔 불안과 수줍음도 들어있는 묘하게 정감가는 표정... 그림속 소녀는 눈코입이 보이지 않지만 아마도 그런 표정일것이다.

내가 익숙하게 보아온 표정이기도 하고...

그렇다. 나는 저 그림에서 유년시절 우리 엄마를 본다

이제 70이 훌쩍 지난 엄마도 그런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짧은 머리가 맘에 들지 않아 속상할 수도 있고 오빠들 남동생에 치여 존재감 없는 중간딸이라는게 화가 나기도 하고 그러면서 세상에 대한 꿈도 있고 희망도 있고 뭔가 모를 기대감이 가득했을 나이

따뜻한 양지에서 바라보는 바깥풍경에 대한 동경같은 걸 품을 나이..

옆에 늘어진 강아지의 팔자를 부러워하지만 결코 그렇게 되고 싶지 않다는  치기어린 뭔가를 가질 수 있는 건 따뜻한 빛과 공기를 가진 남향집 소녀였고 아직은 살아갈 날이 많은 나이여서일 것이다. 볕이 강할수록 그늘도 깊다는 걸 그때는 눈에 보이는데도 모를 것이다. 그 짙은 그늘보다는 빛과 볕이 더 눈에 찰테니까

그림앞에 서서. 엄마.. 하고 불러봤다 괜히 코가 찡하다.

미안하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하지만 따뜻한 기분도 함께이다.

저렇게 환한 볕아래 아무 근심없는 소녀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Masterpieces of Mode

 

박수근 작품중 내가 맘에 들었던 것.

이것도 오지호의 남향집과 비슷하다.다만 박수근 화풍의 특징상 그렇게 환한 볕은 없다는게 다를 뿐이고.. 이 그림도 많은 이야기가 들어있다. (작가가 가진 이야기가 아니라 보는 사람이 갖는 이야기) 아마 남향집도 저런 오래된 골목에 있었던 집이었으리라

그 골목에 오전에서 오후까지 길게 해가 비칠것이고  4시무렵부터는 저렇게 조금씩 빛이 줄어들면서 조금은 어둑하고 아늑하고 가라앉게 될것이다. 그래도 그 골목이 익숙하고  편해서 누구나 아무런 걱정없이 다닐 것이다. 계집애들은 아직 놀이를 끝내지 못했고 저녁준비하기에 아낙들도 아직은 여유가 있다. 아직은 해가 지지 않았고 어둡지 않은 시간 어쩌면 해가 드는 낮에 계속 집안일이나 심부름 동생 보기  등등으로 정신없이 고달팠던 여자들의 여유시간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익숙한 냄새 익숙한 풍경을 가진 동네 골목에서  둘셋씩 모여서 시간을 흘려보내는 이 순간이 하루의 유일한 휴식시간이라는 생각도 든다.

남향집속의 계집아이도 여기서는 친구랑 이야기하고 있다.

나중에 미래엔 어떤 삶이 펼쳐질지 알 수 없지만 지금 이순간은 행복하고 즐겁다. 친구가 있고 이제 쉴 수 있으니까.

 

그림을 보면서 내가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를 생각할 수 있는 것도 내가 결국 저 시대에 조금으 발을 담그고 있었기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가 경험하지 않았어도 경험했던 사람들과 함께 살았고 그 흔적을 엿본 기억이 있고 아직은 그때의 흔적이 남았던 70년대 80년대를 살았고... 그래서 그 그림들을 보면서 그때의 소리 그때의 모습 그때의 냄새를 떠올릴 수 있다. 그건 축북이다,

그 축복덕에 나는 조금은 더 풍요롭게 그릶을 감상할 수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그림도 좋다. 여름 오후 모기장을 혼자 차지하고 덜렁 누워있는 여유가 재미있고 근사헤 보인다. 여름에 모기장에 들어가 저렇게 누어본 사람은 알것이다. 요즘은 일인용 모기장도 나오지만 예전 나 어릴적에는 온 방을 다 덮을 커다란 모기장을 치고 온가족이 들어가 잠을 잤던 기억이 있다.

모기를 잡는 건지 사람을 잡는 건지 알 수 없는 그 모기장 안에서 형제들이랑 웃고 떠들고 치고 받다가.. 그러다 모기장 찢어진다.. 하는 한소리를 듣고 조금 멈칫하다가 다시 시작되는 장난질,.

그 커다란 모기장에 대한 기억을 가진 나는 .. 그 모기장안에 혼자 저렇게 덜렁 누워있는 생각을 그때 왜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고... 부럽기도 하고 그랬다. 그 어떤 설명없이도 그림속 인물의 마음을 알거 같고 부럽다.

 

내가 보는 그림에 대한 느낌이나 평가가 어쩌면 작가의 의도와는 크게 다르거나 엉뚱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내가 가진 생각 내가 가진 경험을 토대로 그림을 대상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고 해석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참 편협하게도 내가 이해하고  경험했던(그게 직접이던 간접이던) 것을 느낄 수 있는 그림이 좋았고 좋았다.

이중섭의 경우는 그 유명한 황소보다는 "길떠나는 가족이 좋았다" 같은 제목으로 올려진 연극을 본 경험때문일 것이다. 내가 이중섭에게 받은 인상은 어떤 위대한 화가 살아있는 동안이 고흐처럼 불행했던 화가의 이미지보다 가족을 그리워하고 사랑한 가장이 이미지가 큰건 그 연극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때의 기억이 어떻게 변색되었을지라도 내겐 좋게 남아있었다. 그래서 길떠나는 가족.. 앞에서 나는 내가 잃어버린 가족을 만난것 처럼 설레고 흥분되었다.

내가 가진 얕은 기억이나 경험도 어떤 대상을 감상하는데 좋은 역활을 한다는게 참 좋았다. 어쩌면 나름 시대를 잘 타고 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을 만큼.

어쩌면 그래서 그림을 함께 본 내 아이들은 그런 공감을 못 느꼈을 수도 있다. 그저 교과서에 나오는작품.. 하나의 교양이나 지식이 되는 작품으로 대할 수 밖에 없을 지도 모른다.

그아이가 본 내 어릴적 사진은 아파트가 배경이었고 지금과 비슷한 헤어스타일이나 옷차림의 내가 있고 골목보다는 아파트 동 호수가 더 익숙한 상황에서 골목길이나 남향집은 또다른 느낌이 아닐까.

아직은 덜 여문 경험때문이라고  생각도 해보지만 그래도 어떤 공감이나 경험이 없이 보는 건 다를 수도 있겠구나.. 싶다. 내가 느끼는 것도 내 부모가 느끼는 것이랑은 확연히 다를 수 밖에 없을테니까...

미술관에는 진시성격때문인지 유난히 나이드신 분들이 많았다. 부부가 함께 와서 보는 경우도 많았다. 엄마랑 왔으면 좋았을 걸...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오시고 싶었을거 같다는... 그런 생각도 했다. 어쩌면 그분들이 좋아하는 그림은 그분들의 기억과 경험은 또다른 것이었를 거다.

그걸 함께 이야기 해 볼 기회가 없다는 게 슬펐다.

 

아이에게 좋아하는 그림을 하나 골라보라고 했다.

아이 둘이 공통으로 고른건.. 이인성의 해당화였다.

 

내 아이들은 이 그림에서 어떤 이야기를 발견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사월의 미, 칠월의 솔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러 사람들의 서평이나 책읽기에 대한 글을 읽어보면 책을 읽으며 마음에 드는 구절에 줄을 긋고 한 귀퉁이에 자신의 생각을 끄적이는 습관을 가진 이들이 많다.

늘 읽는 책에서 내 마음을 움직이는 한 구절이라든가  작가의 중심생각이라든가 의미있는 어떤 문장.. 하다 못해 어딘가 인용하기 근사한 문장들을 기가 막히게 찾아낸다.

난 서평이나 리뷰를 읽으면서 저자가 책에서 느낀 그 무엇보다 기가 막히게 뽑아내는 그 인용들이 더 놀라웠다.

나도 나름 책을 읽는다는 사람이고 생각했는데 난 영 밑줄과 친하지 않다.

아무리 좋았던 책이어도 몇번을 되풀이 해서 읽은 책에서도 난 밑줄을 긋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겨우겨우 억지로 이것이 저자의 생각이 아닐까 싶은 것 혹은 이게 그 순간 내 무언가를 건드렸따는 문장을 찾기는 하지만.. 그게 영 서툴렀고 뭔가 억지스러운 면이 있었다 적어도 내게는...

 

이번 소설은 정말 남은  페이지를 세기가 아까웠다.

다른 단편에 비해 많은 작품이 수록되었다 싶었지만 야금야금 아껴 읽었는데 어느새 작가후기가 눈앞에 나타났다.

열한편의 이야기들은 모두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내가 겪었던 일들 내가 들었던 일들 그동안 깊이 묻어두기만 했던 일들을 누군가에게 담담하게 전해준다.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누군가가 행동하고 경험한 무언가를 보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나즈막하게 풀어내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 이야기들은 지극히 사소하고 사적인 것이지만 그 작은 이야기들은 묵직하게 마음에 자리를 만들어간다. 팸 이모의 젊은 날의 사랑이 그러하고 낡은 시계사의 노인이 들려주는 이야기도 그러하다. 큰 누나가 술을 마시며 들려주는 엄마의 이야기.. 그리고 이혼한 소설가 엄마가 들려주던 이야기와 내 기억속에서 아버지가 들려줬던 이야기. 모든 이야기들이 아주 사소하면서도 사소하지 않다.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깊이 공감하고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가 좋아서 어딘가 나도 밑줄을 남기고 싶었다.

하지만 연필을 들고도 어디에 줄을 그어야 하는지 몰랐다.

내가 깊이 느끼고 공감하고 울컥했던 건 어떤 문장 하나하나가 아니었던 것이다.

난 그 문장들이 쌓이고 쌓여서 만들어낸 이야기에 감동하고 행복하고 아팠던 거였다.

이야기 하나하나를 통째로  줄을 긋든가 아예 복기를 하지 않는 이상 어디에도 밑줄을 그을 수 없었다.

사람들은 소설을 읽으면서 누구는 문장이 화려하고 누구는 구성이 좋고 누구는 이야기의 힘이 좋다고 한다. 난 아직 초보 독자라 그런 깊고 세밀한 독서법은 아직 알지 못한다.

하지만 어떤 문장과 어떤 구성이 모이더라고 그것이 만들어 내는 하나의 이야기가 더 좋다.

천일야화를 들려주던 세라자데도 그녀의 목소리가 좋았다거나 말을 잘했다거나 문장구성력이 좋아서 그렇게 오랫동안 죽지 않았던 것은 아닐것이다. 어눌하고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고 표현이 서툴더라도 그 이야기가 가지는 진정성과 힘이 그녀의 목숨이 오랫동안 이어지도록 한게 아니었을까

내게 소설 읽기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함께 웃고 울고 한숨쉬고 가슴을 쾅쾅 두들기면서 분하고 안타까운 그 우엇이었다.

 

열한편의 이야기는  담담하게 들려줬다.

지난 시간을 후회하지 말라고 그 순간의 서툴고 찌질했던 순간도 지금의 나를 성장시켰던 좋은 기억있었다고 아픈 가족사도  그게 최선의 진심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때로는 나의 진심이 타인에게는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것  오히려 그것이 누군가에게 부담이고 실패를 부를 수도 있는 것이니까 그리고 내가 아는 무언가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 내가 눈을 감고 모른 척 넘어간 그 순간 그 갈피가 깊은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는 ....작가를 통해서 누군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그렇게 가만히 내게 왔고 스며들었고 아프고 위안이 되었다.

그래서 너무 좋다고 생각하면서 마지막 장을 덮었는데 다시 펼쳐 읽으면서 어디에도 밑줄을 칠 수가 없었다 도데체 어떻게 이 이야기들을 어느 한부분만 툭 잘라내서 밑줄을 그을 수 있단 말인지...

그게 나의 무능이라면 무능이고 단순함이라고 해도 할 수 없다.

 

작가는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 그 많은 이야기가 11개의 단편으로 나왔다. 누군가에게 들었던 어디선가 본.. 그리고 내가 경험하기도 했던 이야기들이 서로 섞이고 녹여지고 발효하고 부풀어서 또다른 의미를 가지고 그에게서 흘러나왔고 독자들은 나는 그 이야기를 듣는다.

누군가가 나즈막하게 들려주는 별로 대단하지도 않고 큰 의미를 가질 수는 없을 지 모르는 이야기들이 그렇게 내게 다가왔다. 큰 의미가 없고 대단하지 않더라도 지금 이 순간 내게  그 이야기들을 조곤조곤 들려주는 그에게 지금 그의 입에서 나오는 이 이야기는 대단한 의미를 가지고 소중하다. 모두에게 감동을 주는 이야기는 많지 않다. 모두에게 의미있는 이야기도 많지 않다.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소설같은 이야기라고 하거나.. 심심풀이 땅콩으로 읽는 소설이라거나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저  소일거리일뿐이고 누군가의 지어낸 별 쓰잘데 없는 소설이라는 것이.. 그 이야기라는 것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기도 하고 공감이 되어주고 괜찮다 다 괜찮다고 내 어깨를 쓸어주는 눈물나는 손끝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멋진 캐시미어 코트도 훌륭하고  캐나다에서 넘어온  구스도 겨울나기에 멋지지만 그저 솜을 두둑히 넣은 깔깔이나 오래되어서 귀퉁이가 낡고 밤중에 파다닥 튀는 불꽃쇼마저 보여주는 낡은 나이론 담요만으로도 충분히 겨울을 날 수도 있다. 오히려 그 낡고 반들반들한 촉감이주는 눈물나는 위로가 있다.

이야기는  소설은 대단한 것이어서가 아니라  노벨상을 받을  위대한 걸작이어서도 아니라

그냥  누군가 무심히 던지는 이야기에 귀기울여주는 소박한 공감이 있고 그리고 남에게는 말하기 부끄러운 하지만 나는  혼자 충분히 알 수 있는 위로가 있다.

다들 김연수 김연수 하지만 난 아직 그가 왜 좋은 소설가이니.. 과연 대단하긴 한지 모른다.

하지만 추운날 그의 책을 한장한장 넘기면서 한숨쉬고 웃고  눈가가 붉어지면서 때로는 무슨 말인지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그냥 낡은 담요를 덮은 것처럼 포근하고 좋았다.

그건 그라서 좋았다기 보다 그가 들려준 그 이야기들의 소박함이 하지만 은밀하게 누군가 소중하게 간직했던 무언가를 엿보는 기분이 주는  정전기의 불쫓처럼 짜릿하고 눈물나게 따뜻한 그것들이 좋았다.

그래서 한때 행복했고 책장을 넘기며 한숨이 절로 나왔다.

책을 다 읽고  누군가의 서평을 보면서 나는 밑줄 그을 문장을 발견했다. 내가 책을 일으며 생각은 했지만 표현하지 못한 문장이 그제야 나왔다.

 

집 나갔던 아들이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것은 사람들의 에상처럼 그가 가진 것을 모두 잃었기 때문이 아니라 방랑의 체험을 통해 또다시 성장하고 성숙하여 가장 심원하고 놀라운 섹는 바로집이고 고향이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소설이 결국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가장 새로운 것은 바로 인물의 존재 그 자체가 아닐까 싶다. 이전에는 문학을 알거나 기어하지 못했던 고유명사를 하나의 인물을 이곳으로 데려와 소개하는 것이 작가의 새로운 일일 것이다. ....................................

편견어린 시선을 보았을 때 그저 그러 소년들 중 한 명에 불과할 존재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그 이름이 거느릴 수 있는 다양한 모습들을 상상함으로써  우리는 이제 새로운 지평을 마련한다.

 

 

작가들이 글을 쓸 때 치통같은 개별적인 고통에만 절대적으로 함몰되면 결국 글쓰기는 유아론적인환상에 그치게 되다. 우리가 세계와 시대로부터 무언가를 빌리고 있으며 그 ㅍ채무의 대상에는 고통도 포함된다는 것을 푸른 색 볼펜과 초상의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야구란 무엇인가
김경욱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명등이 하나둘 꺼진다. 하얗게 빛나던 홈 플레이트가 일요일 밤의 어둠 속으로 녹아든다. 순간, 사내의 두개골 아래에 고인 어둠이 번쩍 밝아온다. 빛나던 홈 플레이트가 머릿속에 들어앉는다. 희미해진 파울라인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부챗살처럼 펼쳐진다. 머릿속에 펼쳐진 새하얀 길이 사내의 눈초리를 팽팽하게 잡아당겨 놀란 표정을 만들어낸다. 사내는 방금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에, 아이가 들춘 야구의 진실에 부르르 몸을 떤다.

야구는 집을 떠나 집으로 돌아오는 경기다.

하지만 집을 떠났던 모든 이들이 집으로 돌아올 수는 없다.

내가 잘못해서도 안되지만 나혼자 잘한다고 집으로 돌아올 수도 없다.

누군가가 함께 뛰어야 하고 함께 호흡을 맞춰지주 않으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너무나 길거나 아예 차단되어버린다.

야구는 그래서 어쩌면 아주 몹시..... 무서운 경기일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가장 고생스러운 길은 어쩌면 집을 떠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인지도 모른다.

 

김경욱의 소설은 처음 읽었다.

그가 어떤 소설을 써왔고 어떤 작품이 있는지 알지 못하지만 이  이야기는 정말 지독했다.

한장한장 넘어가는게 두려워서 몇번을 중간에서 멈추었다.

다음장에 무엇이 나올지 두려웠다.

노란 토끼가 파란토끼가 될까봐 나도 두려웠고 그 앞에서 무능력하게 아무런 대처를 못하는 사내가 두려웠고  염소를 만날까 혹은 만나지 못할까도 두려웠다.

늘 야구에서 9회를 보지 못하는 사내에게 지독하게 공감하면서 한장한장 넘겨 마침내 마지막

가장 아름다운 야구장 씬을 발견한다.

이것이 가능한가 아닌가가 문제는 아니다. 어짜피 소설속의 이야기이므로..

하지만 홈메트앞에  텐트를 놓아주고 잠자리를 마련한 아비는 세상 어떤 젊은 아비보다.. 칼슘을 풍부하게 주는 아비보다 따뜻하다. 아니 뜨겁다.

 

중간 아우의 이야기를 보면서 영화 "스카우트"가 생각났다,

거기서 주인공도 광주까지 선동렬을 스카우트 하러 내려갔다가 큰 사건에 휘말린다.

그리고 홈으로 돌아오지만 떠날때의 그가 아니다.

선동렬도 얻지 못했고 첫사랑도 지키지 못했고.. 암튼 그랬다.

짧은 경험이지만 내가 본 어떤 그 시대 광주 영화보다도 더 강하게 왔었다.

그저 임창정이 나와서 싱겁게 웃기고 허풍떠는 걸  아무 생각없이 보다가 뒤통수 맞은 느낌

그냥 5월의 봄날 웃고 건들거리다 신문 귀퉁이의 기사를 보다가 나중에 모든 걸 알고 충격을 느꼈던 딱 그 감정이 그대로 전해졌다.

도데체 아비와 아들은 왜 길을 떠나는지 .. 그 사내의 아비는 왜 죽어서도 눕질 못했는지 궁금해하면서 건성건성 책장을 넘기다 뒤통수를 맞았고... 하지만 마무리가 따뜻했다.

결국 이들은 집으로 돌아갈테니까..

 

내가 알던 아버지도 야구를 무지 좋아하다가 이제 그가 왔던 집으로 돌아갔나보다.

사내의 아버지와 라이벌이었던 거인을 좋아했던 우리 아버지가 새삼 또 떠오른다.

나랑 하등 상관없어보이지만 어쩔 수 없는 연고라는 낡은 인연으로 끈질기게 집착하던 모습이 그 승패에 하루의 심기가 결정되던 날들이 떠오른다.

그땐 그게 따뜻한 장면이라는 걸 몰랐다.

사내도 어쩌면 호랑이의 경기에 희비가 엇갈리던 제 아비의 모습을 이젠 따뜻하게 기억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엉뚱하게 든다.

그리고 이제 9회를 맘 편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남에게는 무수히 해대면서 가족에게는 하지 못했던 미안하다는 말을 아들 입을 통해 처음으로 들은 사내라면 이제 야구를 끝까지 볼 수 있을 것이다.

야구는 참 매력있는 경기다.

집으로 돌아가는 경기... 꽤 괜찮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이기호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읽는 내내 키득거리고 헛웃음이 나왔다.

어쩌면 하나같이 이런 주인공들일까 싶어서 안쓰럽다가도 이제는 지친다 싶다.

일상에서 마주치면 왠지 피해가고 싶은 하지만 자꾸 뒷꼭지가 땡겨서 다시 돌아보게 될지도 모를 사람들... 나라고 저렇게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는 조금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들이 내내 등장한다.

이렇게 웃다가 슬퍼졌다.

다들 웃기기만 한게 아니다. 웃기려고 작정한것도 아닌데 왜 자꾸 웃음이 나게 되는 건지를 곰곰히 생각하다보니 슬퍼졌다.

시봉이는 자해공갈단도 제대로 못하고 몸만 망가지거나 누군가에게 쪽파를 맞고 이젠 우유팩으로 맞을 순간이지만 그 이유조차 알지 못한다. 게다가 국기계양대에서 흘리는 눈물이라니..

국기를 뜯어내지도 못하고 내려가지도 못한 엉거주춤한 상태에서 국기계양기를 애인처럼 부여잡고 눈물을 흘릴 그를 생각하면 마냥 웃을 수만 없다.

게다가 수영씨는 또 어떤가. 시멘트로 발라버린 교보문고를 뚫기위해 곡괭이와 한몸이 되고 곡괭이에 의미를 부여하는 소설가라니....   폴 오스터가 그랬던가 작가는 작가가 되는 게 아니라 작가로 태어나는 거라고.. 작가로 선택되는 거라는 말이  엉뚱하게 떠올랐다.

작가가 된다는 것 그 중에서 소설을 쓴다는 것이 어쩌면 이렇게 온 몸을 쓰고 힘을 쓰고 노동에 가까운 것일게다. 어떤 희안한 작가처럼 내 땀이 피눈물이 스며든 원고를 힘겹게 채워가는 사람이 소설가인걸까? 세상의 어떤 이야기도 만만하게 볼 수많은 없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어떤 글이건 이야기건 숭고하고  아름답고 의미있다.

쉽게 읽고 버려지고 잊혀지더라도 이야기는  위대하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웃음기가 적은 "할머니 힘내세요" 가 좋았다.

이야기가 이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원을 드러내고 풀어내 주는 것 그 과정이 위로가 되고 카타르시스가 되는 것

하나의 원혼을 달래주는 굿처럼  조금은 극단적으로 누군가를 위로하고 달래주는 것 그것이 이야기의 또다른 힘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오래동안 질기게 매달린 이야기는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힘이 쎄다. 그 이야기에 매달린 염뭔이 너무 크고 한이 크다는 건 어떤 화려한 문장으로도 당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걸 진정성이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

한바탕 살풀이처럼 혹은 진혼굿처럼 풀어낸 이야기가 마음을 울린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마지막의 작가의 유머아닌 유머까지도... 그럼 그렇지 ..

 

어쩌면 읽고 난 후 이 작가 골때리네... 웃기는 양반이야.. 하고 그저 그런 껄렁껄렁한 이야기로 치부될 수도 있을 만큼 톡톡 튀고 어이없다  싶기도 했다. 하지만  한심하다는 듯 건성으로 책장을 넘기다 보면 묘하게 빠지게 되고 중독되고 그가 몹시 궁금해진다. 도데체 어떤 사람이지?

박경리를 외할머니라 뻥 친 인물같을 거라고 생각하다가 맷집만 좋아서 우연으로 줄줄이 당하는 찌질한 소년같을 거라고 여기다가도 글에대한 진지한 성찰에 깜짝 놀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단숨에 읽고 다시 앞으로 돌아가 책장을 뒤적이게 하는 것도 작가의 힘이 아닐까..

다른 작품도 찾아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이 기말고사 시간이 나흘간 계속되었다.

점심을 먹지 않고 귀가하는 시간표라 4일을 꼬박 집에서 대기중... 모드였다.

다들 보내고 정리하고 어정쩡하니 시간을 보내다 보면 돌아오는 시간이라 어딜 나가기도 그렇고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하지만 내가 괜시리 찔렸다.

달리 시험에 도움을 주는 건 없으니까 시험기간동안 뜨신 밥이나 꼬박꼬박 챙겨먹이자 싶었다.

그래서 아이를 보내고 돌아올동안... 집안을 치우고 난뒤 두시간의 여유동안

내리 드라마를 봤다.

우리집은 텔레비젼이 없으니  시간시간해주는 재방을 본건 아니고 인터넷으로 kbs에 들어가 드라마 스페샬을 한편씩 봤다.

근데 ... 이게 보통이 아니다.

왠만한 영화보다 훨씬 낫다.

(사실 아침에 나가 조조 영화나 하나씩 볼까 했었는데 시간이 영 애매했고 아침에 종종거리고 나면 딱히 약속을 잡은 것도 아닌 이상 나가기 싫었다.)

연우의 여름.  

당신의 느와르

그렇고 그런 사이

나에게로 와서 별이 되었다.

불청객

진진

끈질긴 기쁨

 

하루에 두편씩 본 날도 있고 아이가 일단 와서 자고 공부하는 동안 본 것도 있고 ....

내가 소설도 단편만 좋아하더니 드라마도 미니시리즈나 연속극은 잘 못 챙겨보는 성격에 단막이 딱이더라.

 

1. 연우의 여름

 

주인공이 코라아 라는 영화에서 북한 탁구선수로 나온 배우란다.

예쁘다... 하는 느낌은 없지만 어딘가 매력있고 한여름 나무처럼 청량한 느낌이 났다.

청춘의 한때가 잔잔하고 예쁘게 그려졌다.

음악을 하고 동네 전파상을 아버지께 물려받아 하는 연우는 다친 엄마를 대신해서 사무실 청소를 나간다. 거기서 우연히 동창을 만나고 동창 대신 선에 나가는데.. 거기서 만난 남자가 맘에 든다.

서로 맘에 드는 눈치지만 처지를 속인 연우로서는 편하지 않다.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 자꾸 끌리는 마음 그리고 갈등

별 대사 없이 창밖으로 버스 밖으로 보이는 서울의 풍경이 마음에 닿았다.

담담한 연우의 말투랑 비록 청소용역을 하지만 기죽지 않은 드러나지 않은 당당함도 맘에 들었다.

잘나 보이지만 헛똑똑이 같은 친구도 결국 마음 한구석이 휭하니 비엇다는 걸 알고 둘이 엉엉 우는 대목이 참 좋았다.

내 딸이 저렇게만 자라주면 더 할나위 없이 좋겠다 싶었다.

 

2.당신의 느와르

 

찬성이란 배우는 투피엠 전에 하이킥에서 봤다.  이순재 손자로 나왔던 배우의 친구역이었는데 맨날 놀러와서 이순재에게 당하고 골탕먹는 조금은 띨띨한 역이었고  투피엠에서도 그다지 내 눈엔 띄지 않았다.

근데 여기선 참 괜찮다

이렇게 잘 생긴 줄 첨 알았고 연기도 괜찮다.

고등학교 교사시절에 불량하고 거침없는 아이들에게 상처를 입은 여주인공은 학교를 그만두고 로맨스 소설가가 되었다. 남편은 검사지만 폭력적이다.

늘 남편에게 전전긍긍하며 로맨스 소설을 쓰는 것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는 중 남편의 사건과 관련해서 그리고 우연을 가장해서 접근한 고등학교당시의 제자를 만난다.

그는 예전엔 유도선수였지만 지금은 조폭 똘마니다.

검사의 뒤를 캐기위해 그 아내에게 접근을 했지만 예전 교사였던 그녀는 그의 첫사랑이었다.

서로 상처를 안고 만난 둘은 자꾸 설레고 감정이 앞서가지만 두렵기도 하다.

그녀가 남편에게 맞는다는 사실을 안 그는 선생님을 위해 그를 죽여줄 수도 있다고 한다.

그말에 여자는 흔들리지만.. 결국 모든 것을 알아버린 남편이 조폭과의 거래로 그를 죽게 만든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 그가 유도선수였을 때 좋아하던 선생님을 지키주기 위해 교내 폭력에 휩쓸려 몸을 다치고 운동을 그만두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녀는 오열한다.

참 그렇고 그런 하이틴 로맨스 스럽지만 괜히 먹먹했다.

찬성이나 상대배우인 채정안이 순정만화스러운 화면을 보여주면서 나까지 설랬었다.

내게도 누군가가 이렇게 다가와서 .. 나를 위해 모든 걸 해줄 수 있다고 해준다면...얼마나 좋을까 했다가.. 비록  내가 죽여줄께요 그사람.... 하는 로맨스는 없더라도 망나니같은 남편도 없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3. 그렇고 그런 사이

 

 

죽은 내 남편에게 여자가 있었는데 그 여자가 지금 내 집에 있다.

딱  그 상황이다.

아내는 그 여자가 질투나고 밉고 그 여자는 도데체 어떤 아내이길래 남자가 그렇게도 굳건한지 보러온 상황... 사랑과 전쟁 비슷한 느낌이 나기도 하지만 예지원의 연기는 른 안정되었다.

그녀가 어떤 역을 하건 나는 나도 모르게 헬레레 해져서 그녀의 상황은 뭐든 이해가 된다

홍상수의 영화속 캐릭터말고 이런 정숙한 아내 역활도 꽤 어울린다.

보는 내내 예지원의 마음을 따라갔다.

흔들렸지만 내 남편이었다고 믿어 주는 마지막 그녀가 참 아름다웠다.

어쩌겠는가.. 천하에 죽일 놈 같은 남편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걸...

 

4나에게로 와서 별이 되었다.

 

 

 

 

 

이건 정말 작품이다.

사실 김지석이라는 배우도 정소민이라는 배우도 잘 알지 못했다.

얼굴이나 본거 같다는 거 말고는 아는 것도 없는데 이렇게 이 역에 잘 어울릴 수가 없고 둘의 조화도 좋고 내용도 현실적이어서 아프다.

 

세상에 수많은 남자와 여자가 있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해주는 일,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어려운 확률을 뚫고 운명적인 상대를 만난 강석과 하진. 엄친아, 엄친딸만 참석 가능하다는 미팅 파티에 친구 대신 참석하게 된 둘은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사랑이 언제까지 사랑일 수 있을까? 억대 연봉의 학원강사는 맞지만 아픈 어머니 때문에 매일 같이 빚에 시달리고 있는 강석과 당장이라도 부도가 날 것 같은 완구 회사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하진에게 운명이니 사랑이니 하는 것들은 버겁기 그지없다. 심지어 같은 고시원 쪽방 신세임은 꿈에도 모르고 둘의 사랑은 깊어져만 가는데

 

기쁨은 나누며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될지 모르겠지만 가난은 함꼐 하면 둘다 불행해질 뿐이다.. 아프지만 현실이다.

가진 것없고 앞으로의 희망조차 불투명한 남녀에게 사랑이 가능한 일일까?

서로에게 끌리고 정말 누구에게도 빼앗기고 싶지 않은 운명의 상대를 만났지만 그가 나랑 처지가 같은 사람이면 나만큼이나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면 냉정하게 돌아서는게 서로를 위해 좋지 않을까.. 사랑한다는 이유로 돌이 함께 진창에서 뒹구는 건 결국 그 사랑마저 더럽히고 죄악으로 만드는 일이될까

요즘 3포 세대라는 것이 절절하게 와닿으면서 슬프고 슬펐다.

오죽하면 고시원에 불을 지른 그 기러기 아빠도 슬프고 세번만 나오지만 인상적이던 고시원 총무도 슬프고... 별도 슬프다.

 

5. 진진

 

 

 

 

신예 소설가 진진의 죽음. 그녀가 죽은 자리에 네 사람의 흔적이 남았다.

학창시절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각자 다른 방향을 향해 걸었던 하진, 유진, 태석, 경철. 사건이 있던 날 밤, 이 넷은 같은 공간에 있었다. 그들 중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진진’이라는 필명으로 살아왔던 유진이 다음 날 변사체로 발견 된다. 한 구의 시체, 세 명의 용의자. 예상을 뒤엎는 그들의 진술 속에 베테랑 형사 역시 혼란에 빠지고 사건의 진실은 점점 더 멀어지기만 하는데...

시기와 질투, 오해와 침묵이 만들어낸 죽음의 진실이 이제 곧 밝혀지려고 한다

(줄거리는 kbs에서 긁어왔음.. 죄송)

과거의 어떤 기억이 친구 사이를 멀게 하고 기억은 오해를 기반으로 자라나 서로에 대한 죄의식과 미움 그리고 회피로 이어진다.

내게 죄의식이 있다면 상대를 똑바로 바라볼 수 없다. 그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지 않고서는...

결국 나의 죄의식이 오해를 낳고 욕심을 부르고 비극을 낳는다.

하진이라는 인물이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니지만 그래서 안타까웠다.

툭 터놓으면 별 거 아닐 수도 있고 그래서 떠날 친구라면 아프지만 보내고 상처위에 새살이 돋아날때까지 견디는 법도 배워야 한다.

감추고 감추어도 썩은내는 진동하고 나는 여전히 괴롭다.

예전 내가 한 일을 뒤집어쓴 친구 그리고 헤어진 친구들 오해들

그 오해위에 질투가 덧씌워지면서 한 여자는 파국을 맞았다.

그저 친구가 좋아서 친구를 위했던 유진도 아프긴 마찬가지다. 어쩌면 친하고 가까울 수록 진실을 드러내는데 두려워하지 않아야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별거 아닌거 같으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신소율이란 배우가 저렇게 연기를 잘 했었나 싶은 생각도 새삼들었다.

 

6 끈질긴 기쁨

 

 

 

우리의 여주인공 선주는 바로 위의 저 장면에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오랜 연인과는 자꾸 일이 어긋나고 권태롭기만 한데 어느날 갑자가 멋진 남자가 나타난다.

그리고 술김에 얼떨결에 키스를 하고 함께  강릉으로 해돋이를 보러간다.

매사에 짜증만 내는 남자와 후배도 함께..

그런데 일출을 보고 아침을 먹고 나서 모든 일은 꼬이고 ...

홍상수 영화의 조금 순한 버전 같았다.

남녀의 술자리 즉흥적인 행동들 그리고 어긋나는 관계들 그러면서 서로 알 수 없는 시선들

남자와 꼬이고 후배 눈치를 보게 되고 그러다 만난 남자의 선배라는 여자도 수상하기 짝이 없고 겨우 모두를 피해 동창네 집으로 가지만 그 집 부부도 이상하긴 마찬가지다.

모든 낯설고 수상하고 꼬인 일상을 뒤로하고 애인을 찾아 전주로 떠나지만 거기서도 모든게 뜻대로 되진 않는다. 서로 핸드폰을 잃어버려 연락도 힘들고 기껏 연락이 되었더니 애인은 이미 서울에 가버렸단다.

여주인공이 전화를 붙들고 통곡을 할때 나도 울고 싶어졌다.

꼬이기만 하던 두려운 일상앞에서 이제 익숙한 목소리를 들으며 긴장이 탁 풀리는 순간 누가 울지 않을 수 있을까

나도 안다 그 마음./ 그렇게 목놓아 통곡하고 싶은 마음

여주인공이 참 일상적이로  친근하다. 남같지 않게

이제 한동안 여주인공 선주는 애인이랑 잘 지내겠지만 그게 또 언제 까지 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젠 대책없이 고... 하는 일은 없지 않을까 싶다.

연우만큼이나 사랑스러운 선주였다.

 

 

아이의 시험은 끝났고 나의 대낮 드라마 보기도 끝이 났다.

이 드라마 꽤 괜찮은게 많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