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학생이 학교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경찰이 사고 조사에 나서고 이 죽음이 사고인지 사건인지를 수사한다.

학생은 학교 체육관 근처 은행나무 아래에 있는 개울에 떨어져 그대로 즉사한 상태

왜 이 소년은 여기서 이렇게 죽었을까

체육관 지붕에는 발자국이 있었고 남학생들은 때때로 담력시험을 이유삼아 체육관 지붕에서 은행나무로 건너뛰기를 하곤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죽은 아이는 이 지방 유지라고 할 수 있는 포목점의 외아들

작고 나약하고 약해보이는 아이.

시신의 죽음과는 상관없이 아이의 등에는 여럿에게 꼬집힌 흔적이 수없이 있다.

이른바 폭력  왕따문제

그리고 경찰들이 가장 꺼려하는 미성년자 사건이다.

경찰은 여타 미성년자 사건들이 미성년이라는 이유만으로 법망에서 잘 빠져나가고 아무런 죄도 받지 않는다는 걸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선수를 친다. 아직 사후 모의가 있기전에 아이들이 입을 맞추기 전에 아이를 조사하고 잡아들인다.

14세가 넘은 아이는 구치소로 14세가 되지 못한 아이는 아동보호소로...

그리고 가족들이 저항이 시작되고 학교는 전전긍긍한다.

아침에 멀쩡하게 등교한 아들. 안그래도 친한 친구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았을 가엾은 내 아이가 범인으로 몰리다니.. 이건 억울한 일이고 엄청난 오해이며 강압수사가 아니고 무어란 말인가

피의자 부모들은 무조건 내 아이를 감쌀 수 밖에 없다. 내 아이를 내가 지키지 않으면 누가 지킨단 말인가. 무슨 이유가 있음이 분명하다.. 내 아이가 내 아들이 그럴 리 없다.

학교도 전전긍긍이다. 가장 안전하고 무사할거라고 믿은 학교 테우리 안에서의 살인일지도 모르는 사건이 일어났고 학교 아이들이 범인으로 지목되어 잡혀갔다.

죽은 아이도 내 학교 학생이고 잡혀간 아이도 내 학교 학생이다.

누구를 편들자니 누군가가 저항하고 또다른 누군가를 감싸려니 누군가가 억울해한다.

언론도 가만있을 수 없다. 중학교학생간의 폭력 왕따문제는 이미 흔한 사회문제다.하지만 대상이 미성년인 사건은 언제나 신선하고 화끈한 이슈가 된다. 나름 정의로운 관점에서 공정한 관점에서 사건을 파해치고 취재한다고 하지만 누구나 나름의 기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때로는 피해자가 항의하고 떄로는 가해자가 저항한다.

모두 자기 입장이 있다. 내가 가장 억울하고 소외받고 가장 아픈 사람이다.

 

소설은 중학생 나구라 유이치의 죽음에서 시작되지만 누가 그를 죽음으로 몰았는가 하는 문제에 집중하지 않는다. 물론 일단 큰 줄기가 학교에서 일어난 죽음 그리고 그 원인과 가담자들을 찾아내는 것이 큰 흐름이긴 하지만 작가는 여기저기 들쑤시며 이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중학생은 잔인하다.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잔인한 시기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잔인함은 혼자 서는 과정에서 터지는 고름같은 것이다. 다들 더는 어른들에게 울면서 매달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기들끼리 생존 게임을 시작한다.  p 70

 

아이에게 왕따는 나쁘다고 가르쳤다. 친구를 외롭게 하고 슬프게 하는 것 그건 나쁜 행동이다. 누군가를 무시하고 투명인간 취급하면서 뒤에서 욕하는 건 그 친구를 때리고 꼬집는 것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나쁜 거라고했다. 하지만 더 나쁜 건 누군가가 왕따를 당한다는 걸 알면서도 침묵하는 거라고 했다. 내가 아니니까... 나만 아니면 상관없으니까.. 눈을 감고 다행이라고 여기고 난 적어도 그 아이를 욕하거나 때리거나 무시하는 건 아니라고 위안하는 건 더 나쁘다고 말했다.

그리고 내가 왕따를 당하고 무시를 당하더라도 의연하라고 했다. 인생의 한부분 한순간 어찌보면 찰라같을 일이년 친구가 없다고 문제될건 없다고 아주 당당하게 말했다. 나쁜 친구 나를 따돌리는 친구 무시하는 친구에게 연연하지 말라고...

그런데.... 그게 잘못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읽고...

아이들에게는 친구가 없다는 건 물고기가 물이 없다는 것이고 남들이 다들  에쓰라고 할때 혼자 노우라고 하는 건 무장한 백만대군앞에 알몸으로 서있는 것이랑 같다는 걸 몰랐다.

어디든 무리에는 끼어야 하고 남들이 할때 함께 뜻을 모아야 하고 설령 나쁜 짓이라는 걸 인지하더라도 그건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건 용기가 아니라 잘난 척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

어른은 어른들의 기준으로 아이들에게 정의를 말하고 용기를 말하고 순수를 이야기하지만 아이들은 안다. 그걸 소리높여 외치는 어른들도 그렇게 살지 않는다는 걸... 그렇게 살지 못하기도 하지만 살지 않는다는 것말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말간 얼굴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하지만 돌아서서는 종주먹을 날리고 가운뎃손가락을 세울지도 모른다.

아이들 캠프이후 학년주임이 한말은 한마디로 헛소리고 넌센스다.

 

"선생님은 정말 슬프다. 왜 아무도 규칙을 어기는 걸 말리지 않았지? 왜 아무도 선생님에게 알려 주지 않았지? "

아무도 안 할 게 당연하잖아. 도모미는 마음속으로 비아냥 거렸다. 아마 다들 같은 생각일 것이다. 그러면 선생들은 자기가 중학생일때 어른들에게 고자질을 했다는 거야? 만일 그랬다면 정말 왕재수 아냐 아니 중학교 다닐 때 일은 벌 써 잊어버린 거냐고 신기할 따름이었다.

 

지역 유지라고 할 수 있는 포목점의 외동아들이 학교에서 죽었다. 작고 소심하고 나약해보이는 외모와 목소리를 가진 그 아이는 충분히 왕따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더구나 그의 핸드폰에서는 친구들에게 협박을 받은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고 몸에도 폭력의 흔적을 가지고 있었다. 네명의 친구가 잡혀갔고 아이들은 순순히 상해에 대한 죄는 인정을 했지만 죽음은 자신들과 상관이 없다며 한결같이 입을 닫고 있다. 죽은 아이보다 등치가 큰 친구 더 활달한 친구 죽이 잘 맞았던 두명의 단짝 어디를 보나 충분히 피해자가 있고 가해자가 있는 사건처럼 보였다.

경찰은 자신의 명예를 걸고 강하게 밀어붙이고 부모들은 무조건 자신의 아이를 믿을 수밖에 없고 학교는 그 사이에서 우왕좌왕 정신이 없다.

초반 이야기는 언제 사실이 드러나는가를 따라 읽었다. 사건에만 이야기를 치중하다보니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너무 산만한 게 아닌가 싶어 짜증도 났다. 누가 죽였는가? 이것은 사고가 아니라사건인가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았다

이미 어떠 일이 발생했고 그걸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주된 이야기였다. 제각각 자기 자리에서 조금도 비껴서지 않고 그대로 고집스럽게 서서 자기 눈에 보이는 것만 보고 자기에게 유리한대로 판단한다.

정의는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사실 도도하게 세상을 가로질러 흐르는 정의같은 건 이미 말라버린지 오래일지도.

내가 보는 관점에서 내가 편리한 것 내가 판단하는 각각 개인의 정의만 넘쳐난다.

학교의 입장 그중에 교장의 입장 담임의 입장, 피해자 가족의 입장 가해자 부모들의 입장 그리고 제3자라고 할 수 있는 언론의 입장 그리고 가장 공평하길 바라는 경찰의 입장까지 제각각의 위치에서 보면 너무나 당연한 정의가 조금만 비껴서서 타인의 입장에서 보면 그보다 더 가혹 할 수 없다.

사실 규명을 위해 밀어붙인 아이들의 구속과 보호감호는 학교나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폭력적이고 부당하다.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은 공정한 보도를 위해 고민하고 썼던 기사는 누구에게나 편파적이고 억울하다. 학교도  피해학생도 가해학생도 모두 우리학생이니 귀가 얇아질 수 밖에 없다.

죽은 사람만 불쌍하다가도 이렇게 피해자 에게 죄인처럼 질질 끌려가는 건 못마땅하다.

 

애초에 중학생이란 도통 속을 알 수 없는 존재였다.
이지마는 중학교 교사가 된 뒤로 날마다 그것을 실감했다.
어째서인지 제 의사와는 상관없는 일도 저지른다.
아이들이 무엇보다 두려워하는 건 고립이다.
장단을 못 맞춘다거나, 따분하다는 말을 들을까 상식에서 벗어나고 만다.
연못에 뜬 수초처럼 뿌리 없이 불안정하다.
덤으로 집단의 분위기에 쉽게 잠식되고 휩쓸린다.
게임과 현실을 구분하게 가장 어려운 나이대인 까닭에 끔찍한 사건을 일으키는 일이 많다.

기껏해야 나구라 집안에 닥친 불행을 수군거리는 정도겠지 인간이란 원래 제주변에밖에 관심이 없는 법이니까..p 87

 

어린애라고 순박할 거라든가 솔직할 거라고 기대하면 안된다고 단단히 다짐을 했다. 어린애도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한다, p110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중학생들

수군거리는 사람들 혹은 나름의 결론을 내려버린 사람들

학생들을 믿을 수 없는 , 믿지 않겠따고 다짐하는 어른들

모두가 완벽한 악인도 완벽한 선인도 아닌 채 양면을 지니고 있다.

저마다의 정의를 품고 있으므로

 

사건이 조금은 찜찜하게 마무리가 되고나서 조금씩 아이들이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작가도 지난 시간은 야금야금 감질나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죽은 나구라도 무조건 나약한 희생자는 아니었고 나구라를 괴롭혔다고 의심받는 아이들도 모두 나쁜 학생은 아니었다.

흔히 이야기하길.. 나대거나 튀거나 하지마라 그러다 왕따당한다.

쟤는 왕따당해도 싸지 않니? 재수없잖아. 지가 얼마나 잘났다고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나대니?

쟤 정말 웃기지 않냐? 우리 쟤 그냥 무시해버려

이제부터 아는 척 하지 말기. 아는 척 하면 배신자

시작은 항상 사소하다. 별일 아니다.

친구끼리 놀다보면 장난치다보면 그럴 수 있는 일이지. 뭘 그런걸 가지고 화를 내니? 문제를 확대해석하는 거아니야? 일 키워서 좋을 거 뭐가 있는데.. 다 까고 보면 너라고 별 수 있을 줄 알아?

..............................................

아이는 천사가 아니다. 이 세상이 천국이 아닌걸.. 어른들이 천사장도 아닌데 아이들이라고 마냥 천사일 수는 없다. 그들도 경쟁하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열등감을 느끼고 누군가를 때리고 싶고 죽이고 싶다. 어른의 희노애락이 애들이라고 벼켜가진 않는다. 절대로

어쩌면 천진한 얼굴로 너무나 순수하게 누군가를 괴롭히고도 그걸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한 행동이 누군가에게 고통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보다는 지금 내 감정에 더 몰두해서 스스로 합리화하고 그것이 옳다고 믿어버리는 순진무구함이 어린 학생들의 무기일지도 모른다.제 머리만 덤불에 쑤셔박고 감쪽같이 숨었다고 믿어버리는 어리석은 뀡처럼 아이들도 아직은 어려서 어리석고 그래서 불안하고 무서운 존재이다.

 

책 뒷장에 쓰여진 무엇을 예상하건 그 이상의 반전이라는 게 드러나고 나서 조금 두려웠다.

그래서... 나구라는 왕따 당해 마땅하다는 건가?

 

여리고 나약한 친구에게 그럴면 안되는 짓은 4차원이고 주제파악 못하고 나대는 고자질장이에게도 그러면 안되는 짓인 것이다

나구라의 행동들이 드러나고 나머지 네명의 행동들 그리고 기타 눈에 드러나지 않았던 주변부 사람들이 하나둘씩 등장하면서 누구나 가해자이고 누구나 피해자일 수도 있다는 단순한 진실만 남았다. 내 입장에서 본 정의감 내 입장에서 본 용기 내 입장에서 본 선심이 누군가에게는 독이되고 창이 될 수 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 진실앞에서 누가 자유로울 수 있을까

 

아이한테 늘 말했다 참 좋고 된 어른처럼....

"왕따보다 나쁜 건 그걸 보고 침묵하는 거란다. 옳지 않은 걸 보고 가만있는 것 용기가 없는 것 그게 옳지 않다고 알지 못하는 어리석음.. 그 모든 것이 더 심한 죄가 될 수 있단다.

하지만 안다. 어른들도 왕따가 두렵고 집단에서 도드라지는게 두렵고 누군가와 함께 한다면 폭력도 악행도 무뎌질 수 있는 존재라는 것

지금 조용한 이 거리에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불안하고 또 누군가는 무뎌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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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단편들은 재미있다. 읽는 동안 딴 생각이 들지도 않고 거창하게 문장을 배배 꼬지도 않고 심리는 묘하게 늘어놓지도 않는다. 문장은 단순하고 때때로 킬킬거릴만큼 유머가 있고 정확하게 상황은 정확하게 표현된다.

미사여구나 장황설도 없다.

그래서 쉽게 읽히고 내용도 간결하게 들어오는 편이다.

하지만 불편하다.

말랑말랑한 이야기도 뒤가 계속 남아있고 어딘가 살벌하고 누군가 나를 주시하는 눈동자가 자꾸 따라오는 듯한  불안감을 야기하기도 한다. 일상에서 무심하게 넘겼던 상황들이 디테일하게 묘사되면서 그때 내가 느끼지 못했던 두려움이 세삼 느껴지면서 움찔 움찔하기도 한다.

나도 "이사"를 했고  누군가의 어두운 그림자를 부러워도 해봤고 그래서 혼자 화를 내고 뒷감당을 하기도 했었다(그림자를 판 사나이) 거지같고 모조리 없어졌으면 하는 가족에 대해 생각하기도 했지만 "오빠가 돌아왔다"는 가족만큼 막장은 아니었다.

누군가를 설레게 좋아하고 설레발을 쳤던 적은 있지만 그 대상은 "마코토'는 아니었고 아이스크림을 자주 먹어도 고객센타에 전화할 일은 없었다.

가족이 몰살되는 악몽같은 순간은 없었고 내가 아는 누군가가 살해되어 누군가를 의심하고 두려워한 기억도 다행히도 없다.

김영하의 단편들은 내가 경험했던것들 혹은 하지 않았던 것들이 혼합되어 이야기되고 있는데 그래서일까 모든 이야기들이 익숙함과 동시에 몹시도 낯설다.

 

늦은 시각 이제는 집에 돌아가야 하지 않나 하는 그 시간 어느 술자리에서 알고는 있지만 잘 알지는 못하는 조금은 어려운 그렇지만 무시해도 괜찮을 선배가 툭툭 뱉어 내면서 하는 말같았다.

"그런데 말이지.. 이런 일이 있었는데 혹시 알아?  " 혹은 " 이런 얘기 들어본 적 있어? 내 친구의 선배 사촌 이야긴데 말이야"

하면서 무심하게 꺼낸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끌려서 빠져드는.. 하지만 이야기에 빠지면서도 자꾸 시계를 힐끔거리고 어디쯤에서 끊고 일어나야 하는 건 아닐까  더 듣고 있으면 안될거같은 불안감도 들지만 이렇게 앉아서 끝까지 듣는다고 뭐 별일이 있겠어 싶기도 하고 왠지 더 있으면 안될거같기도 하고 뭐 그런 복잡한 마음이 드는데 이야기는 너무 재미있는... 뭐 그런 상황같은 이야기들이다.

누군가가 이런 일이 있었대 하면 얼마나 한심하면 그런 일을 겪냐? 사람이 너무 질질 끌려가도 안돼. 맺고 끊는 건 확실해야지  하고 목청을 올리다가도 막상 내가 당하면 순간 어어.. 하면서 그럴 수도 있지 않나 하고 스스로 위로하고 변명하고 혼자 아악... 소리치고 반항하는데 아무도 모르는 것. 그래서 결국 홀로 모든 뒷감당을 쓸쓸하게 하게 되는 일

김영하의 단편을 읽으면서 내내 기분이 그랬다.

 

예전에 친구들 혹은 아는 사람들과 술자리를 하면 누구나 꼭 한명쯤은 자기의 은밀한 고민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었다. 너무너무 힘들다. 내게 왜 이런 시련이... 하는 나만 가지고 있는 시련 같은 거.. 하지만 뒤집어보면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던 이야기.. 사실 별거 아닌 이야기

하지만 그런 고민이 알콜과 섞이면 꽤나 낭만적이 되고 그 고민을 짊어진 사람은 감수성이 풍부하고 뭔가 비련의 주인공같기도 해서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그런거 없는게 낫지 하는 조금은 쓸쓸한 자기위안이 되는 이야기들  " 그림자를 판 사나이"를 읽으면 그때의  생각이 났다.

나도 늘 그랬던 어디선가 본듯한 들은 듯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혼자 나는 어디가 모자라서 저런 경험이 없을까 하는 자책도 하고 .. 뭐 별것도 아닌걸 혼자 소설쓰네 하기도 했다. 내가 갖지 못한 그림자를 갈망하던 풋내기 시절이기도 하고 어쪄면 가장 편한 시기이기도 했었다.

 

누군가의 작은 위안에도 쉽게 무너지고 감사해하면서 그 다음에 이어지는 배신이나 이별을 애써 혼자 변명하고 마무리한다. "로봇"의 그녀처럼 

 

한편한편이 잘 만들어진 단편영화같기도 하고 이야기를 조금 더 다듬고 늘여서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도 그만일거같다는 느낌도 든다. 짧은 글속에 확 사람을 잡아끄는 이야기를 뿌려놓고 그걸 상대가 어어 하는 동안 맛깔나게 버무리고 마무리해서 어. 하면 이미 이야기 하나가 끝나있다.

누가 누구를 만나고 누가 누군가를 욕하고 헤어지고  질척거리고 비루하게 구는 모양새를 따라가 다 보면 그렇게 킬킬거리고 웃거나 얼굴을 찌푸리고 불안하고 불쾌하는 동안 이야기는 막바지가 되고 깔끔하게 끝나버렸다. 그래서 그 사람은 어떻게 되었나 궁금하기도 하고 뒷이야기를 더 해도 될거같은 아쉬움이 남는  모양새는 드라마나 다름없다.

 

 

두권의 단편들을 읽고 든  아무 상관없는 생각

만약 내가 소설을 쓰게 된다면 .. 암튼 잘 쓰게 된다면

나는 김연수보다는 김영하처럼 쓰고 싶다.

아무렇지 않게 의뭉스럽게 툭툭 이야기를 내뱉지만 듣는 사람은 괜히 모른척 하며 귀를 기울이게 되고 자꾸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것. 뭔가 찝찝하고 불안하고 불쾌하지만 그래서 그만 일고 싶지만 그래도 끝까지 놓지 않은 이야기 ..

그게 더 재미있고 통속적인 이야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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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도데체 뭐지? 뭘 말하고 싶은거야?  뭘 생각하라는 거냐구?

아무 생각이 없으면 어떻고 결말이 없고 생각거리가 없는 이야기라도 무슨 상관일까

읽으면서 고개가 갸우뚱해지고 킬킬거리게 되고 몹시도 이유도 없이 불편해지는 과정들을 거치면서 마지막 장을 덮는다.

보통 단편집을 읽을 때는 한가지 혹은 두세가지 글을 읽고 쉬었다가 다시 읽는다.

하지만 이 책은 손에서 뗄 수가 없다 마지마 한장까지

이야기에 빠져든것도 아니고 다음 이야기가 몹시도 궁금한건 아니었다. 때때로 그만 읽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계속 읽어나간다. 도데체 이 작가 어디까지 가나 보자는 심정.. 어디까지 어떤 이야기까지 할 수 있나 한번 두고보자는 마음이 더 컸다.

두고보자는 사람치고 무서운 사람없다는 말이 맞다.

두고보자고 이를 갈고 꾸역꾸역 감정을 눌러가며 읽었는데 내가 졌다.

아무 일도 아닌것을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의 일상같은 무료한 일들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구나. 아니다 아름답다는 표현은 적당하지 않다. 그 무료하고 무심한 일상이 이렇게 제값을 가지게 되는 구나 하는 느낌?  뭐 그런거였다.

짧고 무심한 무장들  단순한 표현과 묘사들이 하나하나 쌓여가면서 이야기를 구성한다. 아주 놀랍고 화려한 기교도 없는 이야기가  마음을 끌어당기고.. 어때? 이런거 들어본 적 없진 않겠지? 하고 마구 찔러댄다.

첫 이야기 " 로봇"을 읽고 나서 참 막막했다. 그래서 어쩌라구... 이 여자 어떡하라구 이러구 끝이 나나.. 적어도 작가가 그가 만든 작중 인물을 이렇게 무책임하게 던지고 끝이 나도 되나 싶었다. 그런 기분은 여행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악어에서는 점차 그러려니 싶었다. 차라리 짧게 끝나는 글들이 더 편하게 다가왔다. 그냥 이런 사람이 있었대.. 라는 누군가의 무심한 소문을 듣는 기분이고 인터넷의 한두줄 기사를 무심하게 읽는 기분이었으니까..

마코토에서는 괜히 내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했고 조의 이야기는 조금 서글프기도 했다.

이야기는 낯선데 그 속에 있는 인물은 너무나 익숙하다. 익숙한 사람들의 낯선 행동들을 몰래 보는 기분..

책장을 덮고나니 왠지 나도 글이 쓰고 싶어졌다. 무심하게 지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나도 소곤거리며 주위를 살피면서 조심조심 들려주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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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이 인간이 정말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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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청스럽게 말 잘하는 누군가의 입을 넋을 잃고 입을 쩌억 벌린채 듣고 있었던 기분이 드는 책

어떤 이야기든 그의 입을 거치면 기가 막히게 몰입되어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다.

그러다 번쩍 정신이 들고 하하 웃고

나중에 자기 전에 불현듯 생각이 스친다.

그 인간 혹시 내 얘기한거 아니야?  설마.... 아니겠지  아닐거야.

왠지 찝찝하고 뭔가 뒤를 닦지 않고 나온 기분으로 잠자리에 든다.

 

모든 이야기가 교휸을 주거나 감동을 줄 필요는 없다.

사람의 정신을 홀리고 빠져들게 만드는 이야기도 괜찮다.

그렇게 나를 잊고 빠져든 이야기에서 무릎을 치고 뒤통수가 간질할만큼 머쓱해지기도 하는 경험

그런 독서도 괜찮다.

 이 책을 일고나니 누군들 사랑스럽지 않은 사람이 없다.

지리멸렬하고 찌질한들 어떠한가.

그게 나이고 너인걸..

설령 내 얘기더라도.. 이렇게 이야기를 듣고 누군가 웃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이다

 

그의 이야기 실력은 늙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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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민음사입니다.


2014년 새해, 민음사에서 우리나라 독자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 작가로 손꼽히는


오쿠다 히데오 신작 소설을 들고 왔습니다. 




첫 장의 예측이 무엇이건마지막 장에 배신당한다


중학생이 학교 옥상에서 실족사했다.

사고인가사건인가그렇지 않으면……? 


아사히 신문 연재 당시부터 큰 반향을 부른

충격적인 문제작과연 거리에 가득한 침묵은

누구의 입을 통해 깨질 것인가.



「공중그네」, 「남쪽으로 튀어」, 「인더풀」등의 작품으로 재미와 유쾌한 반전을 선사했던


오쿠다 히데오의 변신, 짜릿하지만 가슴 저미는 스릴러!



민음사가 YES24 블로그 회원분들께 드리는 2014년 새해 선물!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침묵의 거리에서」를 제일 먼저 만날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 「침묵의 거리에서」 서평단 모집 신청


서둘러주세요!



▶줄거리_ 


시험을 앞두고 야근을 하던 교사에게 학생의 집에서 다급한 전화가 걸려온다.


한 번도 8시를 넘겨 귀가한 적 없는 아들이 연락도 없이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학부형의 겁먹은 목소리에 교사는 당직이 아님에도 교내를 순찰해 보기로 한다.


아이들이 모두 돌아간 어두운 학교에 사람 그림자는 없었으나,


마지막으로 없어진 학생이 속해 있테니스부의 부실을 찾은 교사는


끔찍한 장면의 첫번째 목격자가 된다.



나구라 유이치. 중학교 2학년생. 



소년은 부실 옥상에서 뛰어내려 콘크리트에 부딪친 충격으로 이미 죽어 있었다.



작은 마을에 경찰 특별수사 본부가 세워지고, 매스미디어의 총력 취재가 이어지면서 


사건은 일파만파로 확대된다.



한편, 옥상에는 죽은 소년을 포함한 다섯 명의 발자국이 남아 있었고 취조와 취재가 거듭된다. 


그 과정에서 그간 아무도 몰랐던 소년의 비밀이 밝혀진다. 그간 이지메를 당해온 것. 


사건은 점점 ‘이지메에 의한 살인’이라는 방향으로 굳어지게 되고, 


학교에서는 학생들에 대한 관리 소홀 책임을 인정하며


무엇이 진실인지를 알고자 하는 유족의 뜻을 존중하여


학생들에게 죽은 친구에 대한 작문을 제출하게 한다.



이처럼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지만 학생들의 낌새가 심상치가 않다.


뭔가 공동의 비밀이 있는 것처럼 연대적으로 함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기자, 경찰, 교사, 유족, 그리고 옥상에 족적이 남은 용의자의 부모까지.


다양한 각도에서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어른들의 노력이 계속되는 동안, 
이지메를 주도했다고 진술한 두 명의 소년에게 혐의가 전부 몰리게 되는데….


▶서평단 모집 상세내용_

★ 응모 방법 : 리뷰 페이지를 자신의 블로그에 스크랩 한 뒤 읽고 싶은 이유를
★ 간단하고 성실하게 댓글로 작성하여 스크랩 링크와 함께 남겨주면 응모 완료.
★ 응모 기간: 2014.02.14 ~2014.02.24 (10일간)
★ 추첨 인원: 30명
★ 서평단 발표: 2014.02.25 (월) 오후
★ 서평 기간: 2014.02.27~2014.03.02 (10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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