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이지 않은 독자
앨런 베넷 지음, 조동섭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읽는다는 건 무엇일까?

왜 많은 사람들은 책을 읽어야 한다고 하고 부모들은 자기 자녀들이 책읽기를 하기를 바라며 모든 연령대에는 꼭 읽어야 한다는 필독서라는 게 있고 매체마다 각자의 베스트셀러 혹은 올해의 책등등의 목록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여기 책읽기에 빠진 또 한명의 독자가 생겼다.

일반적이지 않다는 건 그녀가 영국의 여왕이라는 의미이기도 하고 그녀는 우리와 같은 평민이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 이 책은 책 읽기에 대한 책이다,

왜 책을 읽는지, 책을 읽으면 어떻게 되는지 책이 어떻게 삶을 바꾸고 사람을 변하게 하는지를 재미있고 따뜻하게 그리고 있다,

조금은 어이없고 난해한 영국유머도 있고 생각해 볼 거리도 있다,

찾아보니 많은 알라디너들이 이 책을 좋아했다.

누구나 인용하는 구절

 

영왕은 어떤 책을 읽으면 그 책이 길잡이가 되어 다른 책으로 이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그개를 돌리는 곳마다 문들이 계속 열렸고 바라는 만큼 책을 읽기에는 하루가 너무 짧았다,'  p 28

 

사실 브리핑은 독서와는 정반대지, 브리핑은 간단하고 사실에 입각한 것이고 요점만 추린 것이야. 반면 독서는 자유롭고 광범위하고 쉴새없이 마음을 끌어 브리핑은 대상을 축소시켜 가두지만 독서는 대상을 활짝 열어놓지. p 29

 

노먼은 그런 책임감을 느끼지 않았고 깨달음이 아닌 순수한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었다. 물론 그 즐거움의 일부는 깨달음에서 온다는 것을 노먼도 알고 있었지만 의무는 그 안에 없었다,

그러나 여왕과 같은 배경을 가진 사람에게 즐거움이란 늘 의무 다음이었다,

 

책읽기가 매력적인 이유는 책이 초연하기때문이라고 여왕은 생각했다. 문학에는 당당함이 있었다. 책은 독자를 가리지 않으며 누가 읽든 안 읽든 상관하지 않는다. 여왕 자신을 비롯해서 모든 독자는 평등했다.        p 39

 

 

책을 읽고 마음에 든 작가가 생겼는데 그 작가가 쓴 책이 그 한권만 있는게 아니라 알고 보니 적어도 열권은 넘게 있는 거예요. 이보다 더 즐거운 일이 있을까요?p79

 

책읽기는 세상을 넓혀지구 나를 더 넒은 세상을 이끈다. 세상을 확대하고 대상을 광범위하게 펼쳐놓으며 나를 유혹한다.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책일기는 그 자체가 하나의 유혹이고 매혹이다.

책읽기는 누구든 혼자서라도 할 수 있는 유일한 취미이고 시간 보내기이고 오락이고  연구이고 학습이기도 하다,

여왕은 책을 읽으며 세상을 만나고 또다른 세상의 문을 열었다. 그 과정속에서 많은 우여곡절이 있고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여왕은 점점 넓어지고 확장된다. 그러나 어느 순간 여왕은 닫힌 문앞에 놓여있었다., 이것만이 전부일까? 과연 읽는 것이 전부일까

여왕은 이제 쓰기로 넘어가기로 한다,

쓴다는 것은 행동하는 것이고 읽는다는 행위보다는 조금 더 주체적이고 능동적이다,

여왕은 이제 읽는다는 단순하고 소극적인 행위에서 쓴다는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행위로 넘어간다. 책읽기의 확장이다. 그것은 어떻게 될지 알지 못한 채 책은 마무리가 된다,'

읽기가 개인적이라면 쓰기는 사회적인 일이다.

이제 여왕의 삶은 더욱 깊어지고 넓어질 것이다,

 

그러면 우리 개개인의 책읽기는 어떤 것일까

조금 엉뚱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그리고 어쩌면 내가 하고 있는 책읽기는 도피였다,

현실에서의 도피였고 내 앞에 놓인 문제에서의 도피였고  나자신으로 부터의 도피였다,

책속에는 무궁무진한 삶이 있고 이야기가 있고 그건 나를 쉽게 중독되게 하고 마취시켯고 현실의 문제를 잊게 한다.

양귀자의"모순'을 보면 주인공 진진의 엄마는 무슨 일이 닥치면 일단 책을 읽었다.배움이 짧고 시장에서 장사를 하며 가족을 먹이는 억척스러운 캐릭터였던 그 여자는 일본관광객을 상대하기로 마음을 먹고는 일본어 책을 보았고  폭력으로 감옥에 간 아들을 위해 우선 한 것이 볍률책들을 사들이는 것이었고 암에 걸려 돌아온 남편을 두고 맨 먼저 식이요법이나 병에 대한 책들을 꾸역꾸역 읽어내고 있었다,

그녀는 책을 좋아하지도 않았고 책읽기가 생활이 된 사람이  아니다,

그녀는 언제나 문제를 앞두고 결정을 앞두고 그리고 난관을 앞에 두고 책을 모았고 읽었고 꾸역꾸역 읽었을 뿐이다. 그 책은 언제나 한결같이 그녀에게 해결책을 주지 않았다, 그저 몸으로 부딪치고 겪어내면서 실패하고 속아넘어가고 뒤통수를 맞으며 일을 해결할 뿐이었다.

그렇다면 책은 그녀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혹 그녀는 책속에 길이있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었던 게 아닐까 순진할 만큼....

그녀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무슨 문제에 부딪칠 때 책을 읽었다., 그녀와 다른 점은 문제 해결을 위한 책읽기가 아니라 도피를 위한 책읽기였다는 것

내성적이고 사회성이 몹시도 부족한 나는 책에게 위로를 얻고 평화를 얻고 스트레스를 풀었다,

무시무시하고 오싹한 추리물을 읽으면서  현실에서는 할 수 없는 쾌감을 느끼기도 하고 내 속의 악마를 다스릴 수 있었고 냉정하고 현실적인 사회과학서적을 읽으면서 조금 차갑고 냉소적으로 나를 무장했다. 성장소설을 읽으며 아직도 나는 더 자랄 여지가 있다고 믿고 싶었고 나도 바뀔 수 있을거라고 꿈꾸기도 했지만 늘 현실앞에서는 쑥맥이고 비겁했고 머뭇거리기만 했다,

책은 내게 위안인 동시에 위험한 도피였다,

적어도 나에게 책읽기는 즐거움을 주면서 그만큼의 현실을 잊게 하는 마약과도 같았던 그런 때도 있었다. 내앞의 문제들을 누군가가 해결해주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나는 책속으로 도망가고 있던 적도 있었다. 그리고 영원히 깨지 않기를 바라기도 했다

책을 많이 읽고 좋아했던 나는 그저 책을 많이 읽었던 어른이 되었을 뿐이었다,

누군가가 세상을 향해 외쳤던 것처럼 책이 사람을 만들고 인재를 만드는 건 아닌 모양이다,

책읽기는 그저 책읽기일 뿐일 때도 있다, 그저 지극히 개인적인 위안과 깨달음으로 맺음을 할 수도 있다는 걸 나는 알아차렸다,

 

 

책을 읽는 것은 움츠려드는 일입니다. 책을 읽고 있을 때는 다른 사람과 함께 할 수 없습니다, 폐하께서 사람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시려면 추구하는 게 조금 덜......이기적이셔야 합니다. p 35

 

내 아이가 책을 읽기 원한다, 많은 책을 읽고 똑똑해지고 성적이 좋아지고 좋은 학교를 가고 좋은 직장을 가고... 그리고 나중에 아무렇지 않게 이렇게 말하는 나를 꿈꾼다,

그냥 책만 읽었을 뿐인데... 책 읽기를 그렇게 좋아하더니 저렇게 성공했네요,...

그러나.,,

세상에 관심이 많고 친구가 좋고 사람과 직접 부딪치기를 좋아하고 세상에 호기심이 많은 아이는 책을 읽지 않는다,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 세상엔 저렇게 궁금한게 많고 알고 싶은 게 많고 만나고 싶은 사람이 많은데 책에 정신을 빼앗길ㅐ 수 없다 물론 책도 재미있고 즐거운 세상이지만 이 우주는 책이 전부가 아니다,

그래서 내 아이가 책을 읽지 않아도 괜찮다,

그건 친구가 많고 해야할게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것이 책읽기보다 무의미하고 가치가 없다고 어떻게 말 할 수 있겠는가

어쩌면 친구도 없고 재미있는 걸 세상에서 찾지 맛한 수줍고 내성적인 아이는 책으로 들어간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내가 책읽기를 좋아한다고 내 부모는 자랑스러워하고 무언가 기대를 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저 부끄럽고 수줍고 자신이 없어서 책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또 그런 사람을 한명 더 알고 있다,

여왕은 매력적이지만 외로운 사람이었다고 생각된다,

이제 입헌군주제가 되어 나라를 책임지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의전과 보여주는 게 전부인게 왕실이다. 나름 바쁘긴 하지만 의미를 찾을 수 없다. 내가 없다고 왕실이 잘못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여왕이어서 누구와도 쉽게 마음을 열수 없고 누구도 내게 편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떼 여왕은 책을 만났고 노먼을 만났다. 그리고 그 속으로 아무런 주저없이 빠져들었다.

책은 여왕에게 위로였고 쉼터였고 친구였을 것이다.,

한때 그리고 지금 내가 그렇듯이...(물론 나는 여왕과는 비교 할 수 없지만...)

책은 여왕을 그 이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길로 이끌었고 즐거움을 주었고 때때로 현실을 잊게 하고 현실에 조급증을 내게 하고 무의미하게 느끼게도 했을 것이다,

당연히 주위사람은 대공을 제외하고는 여왕의 책읽기가 못마땅하고 불편했을 것이다,

여왕이 내가 알던 그 여왕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간다는 것 그건 주위사람에겐 두렵기도 하지 않았을까

나를 안다는 것이 나자신에게 꼭 필요한 일이긴 하지만 때때로 불편하기도 하다,

그건 주위사람처럼 여왕도 그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나는 변해버렸고 이젠 예전으로 돌이킬 수 없다,

새로운 것  낯선 것은 언제나 불편하고 피하고 싶다, 그러나 그것을 마주해야 내가 보이고 내가 확장되는 것이다, 여왕은 그것을 영리하게도 알아냈고 그리고 세상을 넓히기도 했다,'다행히도 여왕은 책속에 도망간 인물이 아니었고 다시 책 밖으로 나와 나를 보고 행동하기 시작했다,'

정말 다행이다,

행동으로 이어지는 읽기가 진정한 읽기의 완성이 아닐까

위로받고 때떄로 도피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용기를 낼 수 있게 하는 것도 책읽기에서 시작된다,

읽고 알고 깨닫고 그리고 행동하는것

그렇게 독서는 완성이 된다,

 

책읽기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낸 사람은 여왕보다는 노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  현재 책읽기 열풍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이상이 바로 노먼이 아닐까

어려운 환경에서도 굴하지 않고 노력한다,'

노먼은 주방 보조라는 하찮은 일을 가지고 있지만 책읽기를 좋아하고 그것으로 여왕과 알게 되고 여왕에게 책을 골라주는 역활로 승격된다.

주위의 질시에도 굴하지 않는다., 기회는 만들어지고 노력하는 자는 그 기회를 잡는다,

노먼은 여왕과 친해지고 함께 책을 읽고 점점 중요한 위치에 오른다, 여왕에게 책을 골라주며 함께 즐거움을 누린다,

어려움에 봉착하지만 그것을 기회로 삼아 이겨낸다

질투를 받고 궁에서는 나가게 되지만 결국 대학을 진학하고 그곳에서 자기의 능력을 펼치고 인정받는다,

책을 좋아한다., 책을 많이 읽는다., 성적이 올라간다. 좋은 대학에 간다, 좋은 직업을 갖는다. 존경받게 된다.

학습지가 독서논술 수업이 지향하는 책읽기의 전형이 노먼이라고 하면 조금 억지가 될까

유쾌하고 발랄한 노먼에게는 자기의 성 정체성을 중심으로 한 책읽기가 있었지만 우리에게는 성공의 사다리로 가는 필독서와 교양서가 있다고 하면... 너무 심한가?

여왕의 책읽기를 들여다 보면서 노먼의 책읽기는 어떻게 노먼을 변화시켰는지도 살짝 궁금하기도 했으니까,,

여전히 나는 책을 읽고 사고 모은다,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하고 혼자 탄식하고 어처구니 없게 여기면서도 쉬지 않고 읽어 치우고 꾸역꾸역 모으고 있다,

내게 책읽기는 어떤 의미일까

아직도 도피이기도 하지만 이젠 다른 행동으로 이어지면 좋겠다,

그게 뭔지는 나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책읽기에 축복이 있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투명인간
성석제 지음 / 창비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천지지간 만물지중 인간이 가장 귀한 이유가 뭔지 아느냐?  염치를 알기 때문이다, 염치는 제 것과 남의 것을 분별하는 데서 생긴다, 염치, 이 두 글자를 평생의 문자로 숭상하여라, 그러면 너는 어디를 가든 사람답게 살 수 있다,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인정 받으리라, 천분을 넘어서는 것을 욕심내지 마라, 욕심이 과하면 탐심이 생긴다, 탐심은 남의 것을 훔치게 만든다, 도둑질은 절댈 절대로 절대로 하면 안된다, 필요한 것을 남이 가지고 있으면 내가 가진 것과 바꾸어라,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훔치는 것은 안된다, 훔치지 마라, 훔치고 나면 너는 네것을 모두 도둑맞게 된다, 네 삶을 도둑 맞는다, 그러면 너에게 무엇이 남겠느냐,

 

 

아니다,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죽는 건 절대 쉽지 않다, 사는 게 휠씬 쉽다, 나는 한번도 내 살마을 포기하지 않았다, 내게는 아직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으니까, 그 사람들은 나같은 평범한 사랆이 지지하고 지켜줘야 한다, 내가 포기하는 건  가족까지 포기하는 것이다,

 

인터넷 명언 중의 하나  "진상은 호구가 만든다"

이 말이 딱 떠올랐다,

조금 속되게 소설을 읽었는지 모르겠다,

천지간에  인간이 가장 귀할 수 있는 이유 바로 염치를 아는 것

그 염치를 가장 잘 알고 겸손하게 몸을 낮추고 살았던 김만수는 결국 호구가 되었고  종내 투명인간이 된다. 유리처머 투명해서 그의 존재는 보이지 않지만 그를 통과해서 우리는 우리가 살아온 시대를 바라본다, 엿같은 시대라는 생각밖에

인터넷 명언중 또 이런 게 있다  "나를 가장  끝까지 괴롭히는 건 결국 가족이다"

내가 도망갈 수도 없고 끊어낼 수도 없는 가족이 나의 발목을 잡고 나를 막고 나를 가장 오해하고 미워한다.

보통의 속되고 뒷담화를 좋아하고 세상사 모든 일에 토를 달고 모든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인터넷의 보이지 않는 인구들이 만든 말이 세상 어떤 석학이나  지도자 권력자가 만든 말보다 가장  진리에 가깝다

적어도 지금 이순간은 그들이 인터넷속에서 시니컬하게 내뱉는 말이 가장 귀한 명언이다,

김만수씨는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어느 순간도 진심이 아닌 적이 없었는데 그는 모든 이들에게 버림받고 이해받지 못하고 공감받지  못한다, 누구나 그를 이용하고 싶어하고 기대고 싶어하고 귀찮아하고 잊어버린다,

가장 열심히 살고 작품의 주인공인 그는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주인공이지 못했다, 아이러니하지만 그렇다. 이야기는 계속 김만수가 아닌 타인의 이야기에서 또 다른 타인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 속에 김만수는 스치듯  간혹 그 대상으로 등장한다,

김만수는 한 번도 자기 입으로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우리가 독서를 통해 알게되는 김만수는 타인의 눈에 보이는 김만수다,

그건 조각조각 된 김만수의 한 조각일 뿐이고 그 조각마저도 제대로 의미포착이 된 그가 아니다. 말하는 화자를 통해 걸러지는 김만수일뿐이다,

그는 끝까지  형식을 통해서도 외면을 당했나보다,

"국제시장"의 덕수만큼이나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만수지만 그는 끝내 주인공으로 자리 잡지 못한다. 덕수나 만수나  현대사의 모든 굴곡을 몸으로 다 넘어왔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전자는 그 시대의 가치를 대변하는 인물이라면 후자는 그 시대들의 찌질함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의 모든 것을 우리에게 들이댄다. 그래서 만수는 주인공이 될 수 없었나보다,

책장을 열고 덮을때까지 내내 손에서 놓지를 못했다,

흔히들 말하는 작가 성석제의 입담이라고 볼 수 도 있겠지만  미련한 독자 입장에서 도데체 언제 만수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지가 몹시 궁금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결국 드러나지 않았다. 마지막 부분에 조금 많은 비중으로 자기의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그건 결국 다 지나고 난 뒤 한두마디 덧붙이는 해제에 불과하다,

그는 자기의 삶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냥 이렇게 살아왔으니 되지 않았냐며 두리뭉실하게 넘어갈 뿐이다. 그 전에 언제나 그래왔듯이..

보고 나서 마음이 편하지 않다,

 

 

어느 순간 사라진 석수와 그의 생물학적 아들 태석의 모습이 만수보다 더 오래 마음이 써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표제작 이외에 세편의 단편이 함께 실려있다,

각각 다른 이야기지만  다 읽고 나면 모든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각각 저마다 다른 사연을 가진 인물들의 이야기지만 그 인물을 관통하는 정서는 상실감일 것이다

 

표제작 "환상의 빛' 에 나오는 여주인공 유미코는 남편이 자살을 했다.

어떤 이유도 알 수 없었다. 도데체 왜 무엇때문에?

그 알 수 없는 의문은 내내 그녀를 따라다닌다,

남편이 죽고 혼자 아들을 키우며 살던 그녀는 먼 바닷가 마을로 재혼을 해서 떠난다.

그 곳에서 좋은 남편과 살가운 딸 그리고 편안한 시아버지와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따뜻하고 넓은 자연을 품은 마을에서 아들도 제대로 잘 자라는 것을 보면서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그녀는 죽은 남편을 자꾸 생각한다.

그날 밤 어두운 밤에 무엇이 그 남자를 철로위로 걷게 했을까

길게 이어진 철로위로 그냥 걸어가는 그 남자의 뒷모습을 상상하면서 그녀는 그 이유를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태어나는 일에 이유가 없듯이 죽어버리는 일에도 이유가 없는 것일까

왜 죽었나요?

가난하지만 어떤 불화도 없었고 무거운 빚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태어난지 이제 막 석달이 된 아들이 있었고 통근을 위해 자전거까지 마련했는데 그는 왜 죽었을까

멀쩡히 퇴근해서 근처 커피점에서 커피까지 마신 그가 왜 집으로 곧장 돌아가지 않고 철로를 갔고 그 선로위를 무심하게 그러나 단호한 걸음으로 걸어가버렸을까

 

저는 왜 그런지 견딜 수 없을만큼 슬퍼졌습니다, 초경이 무서웠던 게 아닙니다, 저는 그때 가난이라는 것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원망했던 것입니다, 했볕이 쨍쨍 내리쬐고 있는 국도로 사라진 할머니의 조그만 뒷모습이나 막벌이꾼에게 엉덩이를 걷어차이던 어머니의 모습이 한낮인데도 전구를 켜지 않으면 안 되는 축축한 방 가득히 되살아났습니다. 저는 장지문을 쾅 닫고 피가 굳어서 딱딱해진 팬티를 스크트 위로 언제까지고 꼬옥 누르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달거리가 시작될 때는 어김없이 이유 없이 썰렁해지고 쓸쓸한 기분에 사로잡히는 것도 아마 초경이 있었던 순간 파친코점의 냉방으로 얼음처럼 차가워진 땀에 절여 있었던 탓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p30-31

 

저는 당신이라는 ㄴ사람이 따라다니는 푸영에서, 소리에서, 냄새에서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그것을 깨닫자 마자 제 가슴에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햇볕이 쨍쨍  내려쬐는 한신 국도 서쪽으로 멀어져간 할머니의 마지막 모습이 또렷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별안간 애가 타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 아직도 개찰구에 내내 서 있을 게 틀림없는 어머닝한테 돌아가고 싶어졌습니다.  p40

 

 

저는 이슥한 밤에 흠뻑 젖은 선로 위의 당신과 둘이 걷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아무리 힘껏 껴안아도 돌아다봐 주지 않는 뒷모습이었습니다. 뭘 물어도 무슨 말을 해도 절대 돌아보지 않는 뒷모습이었습니다, 피를 나눈자의 애원하는 소리에도 절대 귀를 기울여 주지 않는 윗모습이었습니다, 아아 당신은 그냥 죽고 싶었을 뿐이었구나 이유 같은 것은 전혀 없어 당신은 그저 죽고 싶었을 뿐이야, 그렇게 생각한 순간 저는 뒤를 쫒아가는 것을 포기하고 그 자리에 멈춰 서고 말았습니다, 당신은 순식간에 멀어져갔습니다,

                                                                         p 60

 

이제 아무래도 좋아 행복같은 건 바라지도 않아 죽는다고 해도 좋아 뿜어져 올랐다가 흩어져 날아가는 커다란 파도와 함께 그런 생각이 자꾸만 가슴속에서 일어났습니다, 저는 큰 소리로 울었습니다, 당신이 죽었다는 것을 저는 그때 확실히 실감했던 것입니다, 아아 당신은 얼마나 쓸쓸하고 불쌍한 사람이었을까요 눈물과 흐는낌 저는 얼굴을 찡그리면서 언제까지고 울었습니다.

 

 

 

 

 

눈에 비치지 않지만 때떄로 저렇게 해변에서 빛이 날뛰는 떄가 있는데 잔물결의 일부분만을 일제히 부치는 거랍니다,. 그래서 멀리 있는 사람의 마음을 속인다. 고 아버님이 가르쳐 주었습니다

 

 

 

가만히 시선을 주고 있으니 잔물결의 빛과 함꼐 상쾌한 소리까지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아제 그곳만은 바다가 아닌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부드럽고 평온한 일각처럼 생각되어 흔들흔들 다가가고 싶어집니다, 그렇지만 미쳐 날뛰는 소소기 바다의 본성을 한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잔물결이 바로 어둡고 차가운 심해의 입구라는 것을 꺠닫고 제정신을 차릴 것임을 틀림없습니다

 

 

 

 

유미코는 새 가족과 아무런 어려움없이 잘 지내는 중에서도 계속 죽은 남편을 떠올리고 대화를 나눈다.

그때 당신을 유혹했던 빛은 무었이었나요?

죽은 남편을 닮은 남자를 보고 먼 바다에 나가서 죽지않고 지혜롭게 돌아온 우메노댁을 보면서 그리고 일상을 덤덤하지만 묵직하게 이어가는 새 남편과 자라는 아이들을 보면서 유미코는 점점 환상의 빛을 바라보는 힘을 키워간다,

유미코에게 상실감은 죽은 남편만이 아니었던 것같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뒷모습을 남기고 사라졌던 할머니, 어두운 방안에 누운 아픈 아버지 맞아가며 일을 해야하는 엄마 그리고 엉뚱한 곳에서 시작되어버린 초경 

무언가를 잃어버린 상실감이 아니라 처음부터 가지지 못한 상실감을 유미코는 어릴 적 부터 알아버렸다. 그래도 애서 안도했던 그녀의 마음을  마지막으로 남편이 크게 흔들어 놓았던 것 뿐이다,

무엇이 저렇게 까지 사람을 몰고 갔을까

어쩌면 어쩌면 유미코는 그렇게 가버린 남편이 부러웠던 건 아니었을까

일상속에 환상처럼 흔들리고 빛나는 그 빛이 사실은 어둡고 차라운 심해의 입구라는 걸 이제 유미코는 안다.

그래서 살아갈 것이다.

때떄로 그 빛에 흔들리기도 하겠지만 그 상실감의 바닥을 쳐 본 유미코는 충분히  현실을 볼 내성을 가졌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그 아련한 부재가 힘이 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고 싶어졌다,

 

자기 방의 불을 끄고 튓마루의 유리문을 열었다. 따스한 밤이었다. 내일은 비가 올지도 모르겠는걸 하고 아야코는 생각했다, 비가 오지 않더라도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져버리는 활짝 핀 벛꽃을 . 아야코는 튓마루에 앉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별도 달도 보이지 않았다 정원석도 도기로 된 의자도 보이지 않았다. 밤 벛꽃이 꼲임없이 지고 있는 모습만이 마음에 스며 들어 뜨뜻미지근한 꽃비에 몸을 맡기고 있는 기분에 취해 있었다.

 

 

어떤 여자로도 될 수 있는 방법을 오늘이 마지막인 꽃 안에서 일순 본 것인데 그 아련한 기색은 밤 벛꽃에서 눈을 떼면 순식간에 형체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것이었다.

 

벚꽃이 핀 풍경은 아름답다.

어두운 밤 달빛에 환하게 빛나는 벚꽃은 환상적인 아름다움이다

그 벛꽃의 개화기는 그리 길지 않다. 그래서 더 아름답다

아야코는 젊어서 강한 여성이었을 것이다. 기가 쎄고 누구에게도 지지않는 강한 여성이 아니라 스스로 자존심이 높고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것이  확실한 여자가 아니었을까

남편의 단 한 번의 외도에 칼같이 이혼을 결심하는 것이 그러하고  그 이후 줄곧 혼자서 살아온 점 아들을 먼저 보내고도 그 집에서 견디어 온 점등이 아야코의 성격을 느끼게 한다,

사는 동안 아야코는 자기집 정원의 벛꽃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을까

그 벛꽃을 바라보며 한 숨 돌리는 여유를 가진적이 없지 않았을까 싶었다,

늘 자기 정원에 있었던 벛나무였으니까 조금은 무심해도 상관이없다고 생각했을 듯 하다.

그렇게 무심했던 벛꽃의 아름다움을 이 동네에 처음 온 낯선 젊은 부부는 온몸으로 느낀다,

아름다움을 아름다움이라고 느끼는 그 젊음이 아야코는 부러웠을까

그렇게 오래 살아도 무심하게 지나쳤던 벛꽃을 보면서 아야코는 자신을 생각했을 것이다,

어떤 여자로도 될 수 있는 방법

어떤 사람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을 아야코는 낯선 부부를 이층에 들인 그 날밤 알게 된다,

내에게도 누군가를 유혹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있었다는 걸 그것을 잃은 후 상실과 함께 느끼는 아야코는 늦은 밤까지 잠을 이룰 수 없다,

왜 모든 깨달음은 한 참이 지난 후 알게 되는 지 모르겠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벛나무의 아름다움을 알게 된건 그녀에게 다행일까 불행일까

모르겠다,

 

나는 전붓대를 깍는 일을 그만두고 제방 건너편의 휑뎅그렁하고 지저분하며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이 숨어 있을 그 주변 위의 하늘에는 엄청나게 많은 박쥐가 어지러이 날고 있었다, 나는 소름이 끼쳤고 언제까지고 박쥐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둔하고 까만 눈을 가진 새라고도 짐승이라고도 할 수 없는 생물의 추악한 춤이며 땀과 허무로 처버ㅏㄹ라진 관능의 무수한 비밀이며 기괴한 표정에 조종되는 그 영혼들의 어쩔 수 없는 술렁거림이었다,

 

 

저물어가는 어슴푸레함속에서 낙엽이 격렬하게 춤추고 있었다, 바람은 시센도의 뜰에서 소용돌이 치는 모양으로 몇개의 입사귀가 땅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고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위로 아래로 춤을 추고 있었다, 나는 오랫동안 그 낙엽이 검게 뒤석이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늦가을 저물녘에 흩날리는 낙엽은 십면 년전의 박쥐 바로 그것 이었다,. 아주 고요해져 있던 내 몸 속 안에서 크레인 소리가 울리고 어지럽게 그리고 나긋나긋하게 서로 뒤ㅅ엉키듯이 박쥐들이 품어져 나왔다, 

 

때떄로 이게 끝이라는 걸 알면서도 가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제 그만 두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관성처럼 계속 하고 있는 행동이 있다,

주인공은 우연히 부딪친 친구에게서 잊어버리고 있던 엣친구 란도를 기억해내고 그때 란도와 함께 한 시간을 기억해낸다. 그건 ' 기억한다'가 아니라 '기억해 내는' 것이었다,

별 일이 아니었고 그냥 무심학 보아버린 크레인 소리가 시끄러운 그 지저분한 하늘의 박쥐가 지금 이순간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주인공앞에 펼쳐진다,

그때는 박쥐를 보고 무엇에 쫒기듯 친구를 버리고 도망쳐버렸지만 지금은 어디도 갈 데가 없다,

이제 잊어야 하고 놓아야 하는데 그 타이밍을 주인공은 놓쳐버렸고 이제 박쥐를 피해서 달아날 곳은 없다. 지금은 그 박쥐들이 흩날리고 뒤엉키는 낙엽처럼 아련할 뿐이다,

이것도 역시 상실이다,

순수성을 잃었다고 할 수도 있고  마지막 한조각의 양심을 잃어버렸다고 할 수도 있고 뭐 그렇다는 생각이다,

 

 

 

마지막 작품은.....

뭐랄까 좋다 나쁘다고 말하기엔 그냥 턱 하고 걸리는게 있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

등을 보이며 흐느끼는 노인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책을 넘기기 힘들었다,

누구나 섬처럼 외롭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바다에서 빛나는 환상의 빛이든 밤에 핀 벛꽃이든 박쥐떼든... 그게 무엇이랴 하는 생각

그 노인의 모습과 그 노인을 바라보는 주인공을 생각하면서

이 책은 밑줄을 그을 수가 없다,

그냥 그렇다는 말이다,

 

꽉 짜여진 더 이상 줄일것도 없고 걸러낼 것도 없는 고농축의 단편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이러 갑니다
가쿠타 미쓰요 지음, 송현수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일본 소설을 읽다보면 늘 감탄하는 것은 그것이다

아주 미시적으로 꼼꼼하고 세심하게 관찰하는 누군가가 느껴지는 것이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스쳐갈 법한 감정과 어떤 움직임을 미세하게 잡아내는 것이다,

뭘 이런 걸 다... 싶은 것들까지 하나하나 꺼집어내고 발라내고 눈높이까지 치켜들고 꼼꼼하게 살피는 기분 아.. 졌다 싶다,

이 소설집에 들어있는  일곱개의 이야기도 그렇다,

사람이 가진 악의

그 녀석은 악의를 품어버린 사람을 숙주로 해서 끊임없이 악취를 풍기고 누군가를 위협하고 마지막엔 그 죽주마저 집어삼키는 무시무시한 녀석이다,.

악의는 쉽게 마음속에 파고 든다,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 누군가가 미워 견딜 수 없다 죽었으면 좋겠다, 없어지면 좋겠다,

내가 꼭 업앨거야, 복수할 거야 부셔버릴거야 저주할거야

그 말은 처음엔 무시하지만 마음속에세 싹을 튀어고 점점 그 속을 휘감아 타고 올라간다,

때로는 오래오래 잊혀지듯 묵혀졌다가 어떤 무심한 자극에서 불쑥 튀어 나오는 멀미같기도하다

<죽어러 갑니다>의 구리코는 무심코 버스 뒷자석에 앉은 여자의 한마디 '누군가를 죽이러 갑니다" 그 말 한마디가 내내 잊혀지질 않는다., 누구를 죽이고 싶을까 난 누구를 죽이고 싶을까

그 말은 그녀의 깊은 기억을 헤집어내고 잊고 있던 과거의 악마를 찾아내고 죽이고 싶다는  기분에 휩싸이게 한다,

그 한마디는 잊고 있던 약점을 건드리고 숨기고 싶은 기억을  수치감을 드러낸다,

 

<스윗칠리소스>의 미도리 <잘자 나쁜 꿈 꾸지말고> 의 사오리 역시 특별한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우리 주위에 있거나 내가 아는 누군가를 닮았다,

 

악의는 일상에서도 가볍게 발생한다, 말다툼이나 단순한 언쟁에서도 나와 다른 의견을 내거나 나를 부정하는 누군가가 죽이고 싶게 밉다, 그 감정은 너무 치사해서 어쩔 줄을 모른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나도 싫고 그렇게 미운 꼴을 보이는 상대도 미워서  도데체 어찌해애 할지를 모른다, 그 미움이 내 속을 꽉 차서 나를 망가뜨리는 게 너무 싫다, 그렇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내밀 수도 없지 않은은가

미도리는 그런 갈등앞에 있다, 남편과의 사소한 말다툼에서 두 사람의 성격이 드러나고  그 싸움은 끝을 보지 못하고 그냥 두 사람이 피하듯 지나가고 다음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그 뭔가 알 수 없는 찝찝함을 견디지 못한다, 남들은 그저 신혼의 알콩달콩한 싸움이라고만 보지만 미도리는 무시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심각하게 남편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기도 그런 문제이다, 일상에서 누군가를 미워했다가 그런 내가 부끄러워서 다시 상대에게 잘 해준느 그런 감정의 반복일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쉽게 무시하기는 힘들다,

 

마음에 꽉 찼던 악의를 터뜨려야 하는 그 순간 사오리는 올려차기 내려차기가 아니라 그저 단 한마디 '미안해" 그게 전부였다,

그 순간 악의는 푸르르.... 구멍난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듯이 흔적도 없어진다,

사오리가 가진 악의는 동생 시오루에게 위안을 얻는다, 히키코모리였던 시오루는 누나의 악의에 찬 복수에 관심을 가지고 삶의 활력을 얻는다, 사오리의 악의는 그 기운을 다 빼고 이제 동생의 사회성에 그 힘을 돌리려고 하지 않을까 싶다

 

<아름다운 딸>의 가요코와 레이  <하늘을 도는 관람차>의 아사미와 시게하루

<맑은 날 개를 태우고>의 노리유키와 전 여자친구의 경우처럼 누군가가 나에게 악의를 가지고 저주를 한다고 믿는 것도 누군가에게 악의를 보내는 것 못지 않게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상대의 정확한 의도는 모르지만 그가 나를 미워한다. 저주한다는 생각자체가 많은 힘을 쓰게 하고 스스로를 지치게 한다. 그건 사실을 확인하기도 참 그렇다.

나를 무시하고 욕을 하고 소리치는 상대 혹은 은근하게 무시하고 간을 보는 상대에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가요코처럼 그저 저 아이가 죽었으면 하는 마음과 그래도 순간적으로 팔을 잡아서 살려내는 마음의 무게가 어디로 기우는지는 나도 모른다,

시게하루 역시 아사미가 아무렇지도 않은 것인지 아직도 분노를 담고있는지 모른다,

그렇다고 상대에게 물어볼 수도 없다,

그건 스스로에게도 수치감이다,

내가 미워하는 것 미움을 당하는 것 그건 악이면서 동시에 수치다, 그건 노리유키가 보여준다,

 

살면서 눈군가와 부딪치고 상처받고 상처주면서 우리는 무심코 누군가를 미워하기도 하고 때떄로 그 미움을 오래오래 마음속에 품고 있다,

그 미움은 냉장고 속의 썩은 한알의 과일이다, 그저 한알이지만 그것이 계속 냉장고 속에서 다른 야채나 과일과 함께 있으면 다른 야채와 과일도 덩달아 썩어들어간다,

그 미움은 그렇게 나를 가득 채우면서 나를 더럷히고 나를 힘들게 한다,

사소한 미움 사소한 감정

누구에게도 말하기 치사하고 유치한 그 감정을 우리는 어찌 할 수 없어서 무시하고 외면하지만 냉장고 속의 썩은 과일 한알처럼 계속 번져가는 것이다,

이런 사소한 감정을 작가는  좀 과장되게 말하면 일본 소설들은 너무나 확대해서 보여준다,

이런 게 있지 않니? 이런 적 있지 않니? 하면서

 

이 책 속의 일상들은 쓸쓸하면서 동시에 섬뜩하다,

누군가에게 품은 적대가 어떻게 나에게 돌아오는지 그리고 어떻게 번져가는 지

무심하게 던진 그 한마디의 말 그 한줌의 감정이 어떻게 스스로 자라가는지를 세심하게 보여준다

누구나 한 번 쯤 경험한 일이기에 괜히 뒷목을 쓸어보게 만드는 책

그 책이 바로 이것  죽이러 갑니다 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만사는 그 자체일 뿐이고 앞으로도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자체일 뿐이란다.

 

 

어떤 일이 내 앞에 일어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리고 똑같은 일이 일어나도 대응하는 사람의 자세도 제각각이다.

삶을 어떤 자세로 맞이하는가 하는 것이  제각각의  삶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다르다.

어떤 것이 옳다고 틀렸다고도 할 수는 없는 법이다.

이 알란 노인처럼 그저 닥치는대로 묵묵히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가는 사람도 있을 거고

그 앞에서 한걸음을 떼기가 몹시 힘들만큼 고민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어떤 것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짧은 삶속에서 알게 된 것은

고민을 하건 그저 부딪치건 받아들이는 강도는 비슷하다는 것

 

나이 들어서 알게 된 삶의 지혜 하나.

할까 말까 하는 것은 일단 하고 보라....

 

이 명언에 딱 어울리는 삶을 한세기동안 살아온 알란 노인이 여기 있다.

그는 어떤 선택에서도 후회하지 않는다.

어려움이 닥치고 죽을 고비를 넘기지만 그저  앞으로 걸어갈 뿐이다.

그리고 일은 언제나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지나가 있고 노인은 그 일의 의미를 고민하기 전에 다시 행동을 시작한다.

 

내 삶의 주체는 나다... 이 진부한 경구는 오래되었지만 그 의미를 제대로 알기는 힘들었다.

주제는 나니까 내 멋대로 살겠다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채워나가는 건 결국 나라는 말이 아니었을까

인생의 모퉁이에 무엇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그 모통이의 무언가를 어떻게 마주할지도 사람마다 다르다.

이제 나는 조금 오픈된 마음으로 그것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난 아직 백세가 되려면 많은 시간이 남아있고 조금은 내 멋대로 움직여도 큰 문제가 없지 않을까 싶다.

무언가를 핑계대기엔 내 삶은 소중하다.

무언가 상처로 주저하기에는 내 삶은 너무 유한하다.

고로 나는 결정했다.

노인의 유쾌한 삶은 바라보면서

내 삶의 주인공은 나라는... 진부하지만 유쾌한 ... 생각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