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싶었다, 무슨 일을 하든 글을 쓰는 것과 관련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했었다
그러나 나는 전형적인 머리속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글이란 진중한 엉덩이와 펜 끝에서 나온다는 걸 몰랐다,
그저 머리속으로 집을 수십채를 지었다 허물면서 글을 그려내고 있었다,
늘 생각은 많았다,
아이가 어려서 생각하고 고생하고 자라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그런데 늘 이야기는 머리속에서만 맴돌았고 펜끝에서는 늘 손끝이 떨려서 점점점만 나왔다,
나중에 그런 이야기가 성장소설이라는 걸 알았다,
글을 쓰려면 많이 읽어야 한다고 들어서 줄곧 읽어댔다, 어떤 원칙도 없이 흥미위주로 읽고 어려워 보이는 책들은 그냥 꾸역꾸역 읽었다,. 그리고 차라리 읽은 책에 대해 글을 쓰면 어떨까 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아닌 여자가 낸 책을 누가 볼까 싶어 어쩌면 어떤 네임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궁리만 하다가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한 참 후에 독서에 관한 책들이 쏟아졌다, 유명한 사람도 있었지만 의외로 누구도 모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드라마를 쓰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드라마를 보면 누구나 그렇듯이
운명적인 사랑이 아니라고 그냥 오래 공기처럼 물처럼 있던 친구가 연인이 되는 이야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밋밋한가 싶었다, 연애경험도 없고 오래된 이성친구 따위는 더구나 없던 내게 이야기는 그저 구름위의 개미집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에 "질투"라는 드라마가 나왔다,
나는 나혼자 늘 몇발 앞서 있었다, 내 생각속에서
글은 여전히 머리속에서 뭉개뭉개 그렸고 노트들은 앞의 몇장만 빽빽하게 채워진 채로 쌓여만 갔다, 한 번은 자원절약 차원에서 앞장을 모주 북북 찢고 새로 이용하기로 했다,
찢어낸 종이뭉치를 그냥 버리려다 한 번 읽었더니 어.. 제법이었다,
버리기 아까웠다, 그리도 혹시나 싶어 파일에 챙겨두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서랍아래서 잊혀지고 있는 중이다,
일단 일기를 쓰기로 했다,'나날이 무료했다. 화끈한 사건도 없었다, 당연히 쓸 이야기도 없다,
나는 나이를 먹도록 초등학교 2학년이상의 일기를 쓸 수 없었다, 하루에 기막힌 일이 없다면 쓸거리가 없어 지루해 하는 단순한 아이 그 뿐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나이를 먹고 결혼을 하고 여전히 방황하고 꿈만 꾸고 있었다,
글쓰기 책들은 책장에서 새책과 마찬가지의 모습으로 잊혀져 가고 나는 여전히 웹서핑에서 그런 책들만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다,
남이 쓴 책 읽은 이야기도 열심히 읽었다,
그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다르지 않다고 여겼다, 단지 그는 그 생각이 문장으로 나올 수 있었고 나는 여전히 내 머리 속에서만 맴돈다는 것이 다른 뿐이었다,
읽고 쓰는 일을 멈출 수는 없었다, 어떤 생산성도 없는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이지만 그래도 내 삶의 일부였다, 누가 그랬더라 시간많은 백수가 문화적으로 더 고상하고 수준높은 면이 있다고
딱 내가 그랬다, 일이 없고 시간이 많으니.. 아니 솔직이 내 일을 내팽개치고 났더니 책을 읽고 생각을 하고 끄적일 수 있는 시간은 늘어났다,
책에 씌여진 이야기처럼 나도 시간을 정해서 무조건 쓰자고 결심한 적도 있었다,
반짝 삼일을 했다, 역시 작심삼일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었다, 그것이 오래된 진리라는 것만 깨우치고 끝났다,
나는 계속 읽고 있었고 그 이외의 즐거움이 없었다,
삶이 지루하고 무료했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sns가 생겨나면서 세상의 모둔 은둔 고수들이 드러났다,
세상에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무지하게 많다,
이야기를 잘 쓰는 사람, 유머있게 쓸 줄 아는 사람, 이성적으로 쓸 줄 아는 사람 멋진 말들을 나열하길 잘하는 사람 라디오 방송의 오프닝처럼 쓰는 사람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며 쓰는 사람 세상에 잘 쓰는 사람은 너무 널렸고 책은 너무 많아졌고 작가는 내 이웃에도 있었다,
갑자기 세상의 나무들이 안쓰러워졌다, 서점에는 이렇게 책이 많은데 그리고 이렇게 쉽게 잊혀지고 있는데 글을 쓴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요즘 케이블이며 종편이며 텔레비젼 보는 맛을 들이다 보면 세상에 이렇게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많은지 몰랐다, 모든 오디션 프로에 가수를 흉내내는 프로에 계속 사람들이 흘러넘쳤고 그들은 어느 가수 못지 않았다,
이곳 알라딘만해도 작가들은 흘러넘친다, 세상에 숨든 고수들은 어디든 무리지어 있었다, 이젠 고수라고 할 수 없을만큼 글을 쓴다는 것은 그저 흔한 재능의 하나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나는 에전에 책을 많이 읽었고 한때 좀 쓴다고 여겨졌었던 어떤 중년이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책읽기와 글쓰기에 대한 책들을 부지런히 모으고 읽고 또 읽고 있다,
문구코너에 갈 때마다 노트는 하나 둘씩 필기구도 하나둘 씩 사 모으지만 그것들은 서랍에서 책장 한 구석에서 먼지만 뒤집어 쓰고 계속 텅 빈 채 잊혀지고 있지만 책들은 밑줄이 그어지고 귀퉁이가 접혀가며 쌓이고 있다,
난 여전히 쓰지않고 쓰기를 배우는 중이었다,
글로 배운 글쓰기 글로 배운 책읽기
나는 전형적인 모든 걸 책으로 배우고 실전경혐은 꽝인 인간형으로 되어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이 목록에 두 권의 책을 더 추가하고 있다,
이게 머리로 쓰는 글쓰기의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내가 무엇을 쓸지 알 수 없으니 픽션과 논픽션 두가지를 모두 읽기로 한다
문제는 이 두 저자가 글을 잘 쓴다는 거다
굳이 글을 써야한다는 강박없이 그냥 읽어도 재미있다,
이게 글쓰기 비법을 풀어놓은 책인지 그걸 미끼로 던지는 개인적인 에세이인지 그 정체가 모호하기 이를 데 없지만 열심히 줄을 그어가면서 읽고 있다.
글을 쓴다는 건 나를 드러내는 일이라는 걸 이제 비로소 깨닫는다,
나를 꽁꽁 감추고 무언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 다른 사람의 사정을 헤아리며 쓰는 글은 사기도 아니고 뭣도 아니었다. 나는 그동안 나를 드러내는 방법을 몰랐다는 걸 알았다,
나를 드러내는 방식이 지어낸 이야기든 논리적이고 사실적인 글이라 하더라도 두가지에 다 해당된다. 내가 쓴 글에는 내가 들어갈 수 밖에 없다,
허접하고 짧은 식견과 완고하고 오만한 고집도 있고 귀가 얇아 모든 말에 솔직하는 가벼움도 들어갈 것이다. 무엇으로도 가릴 수 없는 그 빈곤함을 드러내는 글이 어쩌면 화려하게 치장하고 감추어 둔 나 자신보다 더 타인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 그걸 두 책의 저자 그리고 그동안 읽은 모든 글쓰기 책의 저자는 이야기 해준다,
결국은 쓰라는 거다
나를 드러내든 논리를 세우고 검증을 하며 칼을 갈든 일단은 쓰고 볼 일이다,
글은 머리로 쓰는 게 아니라 엉덩이로 쓰고 손으로 쓴다
뭐라도 끄적여야 글이 되는 거지
하루가 지났다 즐거운게 없다. 어제와 같다 끝
하고 공책을 덮어버리는 어린시절 일기처럼 뭐라도 쓴 건 글이 되겠지만 머리속으로 쌓은 웅장한 만리장성은 그냥 허상이다,
모든 책을 읽은 결론.. 더 이상 읽을 필요가 없다. 아니 이전 이 모든 책을 읽을 필요가 없었다,
김연수의 글에서 딱 하나가 기억난다,
용기는 동사라고 했던가. 행동하는 것 움직이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했던가 가물가물
그렇다, 일단 쓰고 볼 일이다,
이것이 좋은 글인지 나쁜 글인지는 다 쓰기 전엔 알 수 없는 일이다,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걸 듣고 밑줄 좍좍 그어봐야 아무 소용없다,
너는 너고 나는 나만의 글쓰기 방법으로 쓸 수 밖에,,
많이 비문이 나오고 잡스럽고 문장이 어수선해서 내가 진심을 담아 쓰면 그게 좋은거라고 그렇게 끝을 맺어보자고 그게 모든 글쓰기 책을 읽고 내린 결론이다,
고로 .. 앞으로 쓸데없는 데는 절대 돈을 쓰지 말아야겠다,
안그래도 사고싶은 책은 넘처나는데 굳이 이런 책들은 그냥 가볍게 넘겨야겠다, 이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