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셀레스트 응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뭐 읽어?

아이가 묻는다,

책표지를 보여줬다.

-재미있어?

-응

잠시 표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린다,

아마 나중에 어떤 내용이냐고 물어볼 것이다,

얘기해줘야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다 읽고 나서 절대 이야기해주지 말아야지 하고 다시 생각을 고쳤다.

아직은 이런 깊은 우울함과 슬픔과 죄책감이 뒤섞인 감정을 알리가 없을테고 알 필요가 없고 꼭 알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기적이지만.......

 

제임스와 메릴린의 가족을 어디로 되돌리면 이런 비극에 닿지 않을까?

메릴린이 집을 나가기 전으로? 이곳으로 이사하기 전으로? 결혼 전으로 두 사람이 키스를 하기 전으로? 메릴린이 수업에서 제임스를 만나기 전으로? 아니면 태어나기 전으로?

어디로 되돌리든 그들의 삶이 바뀌진 않을 것이다,

1060년대 미국으로 이민간 중국인이라는 사실이 바뀌지 않을 것이고

그 시대에 의사가 되고 싶었던 여성이라는 사실이 바뀌지 않을 것이다,

둘은 다시 되돌려도 서로 첫눈에 알아 볼 것이고 서로 끌릴것이고 결혼했을 것이다,

아니 시간은 되돌릴 수 없음으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음 이외의 판단이 불가능하다.

 

만약 내가 신이어서 두 사람의 삶에 관여할 수 있다면

두 사람이 결혼식무렵으로 되돌리고 싶었다,

그 두사람의 결혼을 막을 생각이 아니라 그 무렵 그들의 생각을 바로 잡고 싶었다,

그들은 자신의 과거를 절대 되돌아 보지 않을거라고 결심했다,

모든 지난 시간은 다 여기에 두고  새롭게 시작할거라고 결심했다,

그게 잘못된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어떤 과거든 그렇게 묻고 싶다고 묻어지는 건 절대 아니라고 말해줘야했다,

깊이 구덩이를 파고 묻어도 언젠가 그건 새봄 연한 땅을 뚫고 올라 올것이고 알게 모르게 내몸에서 다시 스멀스멀 피어오를 것이고 내가 눈을 감아도 누군가는 나를 통해 내 과거를 볼 수 있고 상상할 수 있고 어쩌면 그건 내가 직면하는 것보다 더 끔찍한 일이 될 수도 있다도 말해줘야했다,

눈을 감는다고 없어지는 건 아니라고

그래서 제임스와 메릴린이 자기의 과거를 인정하고 결혼을 하고 삶을 시작했다면 모든 것은 잘 풀렸을까?  그것도 확신할 수 없다,

삶은 살아보기 전엔 무어라 말 할 수 없는 것이다, 아무도 알지 못한다,

다만 지나고 나면 그 분기점이 보이고 순간의 선택이 보일 뿐이다,

지나야 선명해지는 것 그것이 삶이다,

 

 

리디아가 죽었다,

왜 죽었을까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중국게 미국인인 아버지와 백인인 엄마 사이에 중국인처럼 생긴 삼남매가 산다,

아버지는 대학교수이고 엄마는 지적이고 아름답다,

아이들은 아름답고 똑똑하다.

도무지 죽을 이유가 없다, 누군가가 리디아를 납치해서 죽이지 않은 이상 혼자 죽을 이유따위는 없다, 그러나 리디아는 죽었다,

그리고 가족들 각각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성적이 우수하고 영리해서  언젠가 의대를 진학하고 의사가 될거라고 믿었던 딸

에쁘고 똑똑해서 친구들이 많고  인기가 있었을 거라고 믿었던 딸

부모는 리디아에게 보고 싶은 것  내가 원하는 것만 본다,

내가 하지 못했던 것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이 아이라면 할 수 있다고 믿었다,

미국사회의 비주류였던 그래서 언제나 어디서나 다르기만 했던 아버지 제임스는 검은 머리지만 푸른눈과 흰피부을 가진 리디아는 주류 사회에 무난하게 편입할거라고 믿었다,

검고 찢어진 눈을 가지지 않고 엄마를 닮은 푸른 눈은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니라고 믿었다,

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동시에 여자는 의사가 될 수 없다는 고정관념까지 가졌던 엄마 메릴린은 딸에게는복종하고 결혼하는 삶을 주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이 딸은 세상에서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여자가 될거라고 믿었다,

부모는 아이에게 자기가 이루지 못한 꿈을 투영한다,

똑똑하고 자립심을 가진 여자. 대인관계가 좋고 사람들과 무난한 관계를 이루는 주류의 삶

부모의 기대가 리디아에게 집중되는 동안 그 시선 바깥에는 아들 네스와  막내 안나가 있었다,

동생의 부담을 알지만 도울 수 없는 네스와

모두의 감정을 읽지만 표현하지 않은 그림자같은 안나가 있다,

가족은 모두 자기가 가진 무게에 눌려서 자기 호흡조차 힘들어서 타인의 모습을 보지 못한다,

못 보는게 아니라 자기 시선으로 타인을 본다,

메릴린은 자기의 꿈을 통해 리디아를 보느라 다른 아이들을 잊어버린다,

제임스는 과거 자기 못난 모습을 네스에게 투영해서 그 아이를 미워하고 리디아에게 집중하며

네스는 무심한 부모를 모른 척하지만 아프다, 동생의 부담을 알지만  질투를 느낄만큼 자신의 외로움이 힘들다.

안나는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관심받고 싶어하지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자기연민과 자기만이 자기를 위로할 수 밖에 없는 각각 닫힌 상태로 가족들은 아슬아슬하게 살아간다,

어쩌면 리디아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리디아에게 몰린 모든 무게의 추를 모른척 하는게 다른 모두가 살아가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리디아만 괜찮다면....

엄마와 아빠는 못다한 꿈을 이룰 것이고  네스는 집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고 안나는 평화로운 가정을 지속할 수 있다, 리디아만 견뎌낸다면

그러나 리디아가 죽었다,

그리고 가정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조금씩 금이 가고 있던 가정은 그렇게 단 하나의 기둥이 사라지면서 그래도 폴싹 주저앉을만큼 위태했었다,

 

건강하지 않은 부모는 건강하지 않은 자녀를 다시 생산한다,

그래서 모든 비극의 원인을 건겅하지 않은 제임스와 메릴린에게 돌려야 할까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보면 그들 역시 건강하지 않은 부모의 자녀들이었다,

괜찮은 하버드생을 잡아 결혼하라고 하는 엄마를 거부하며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다고 다른 삶을 살겠다고 결심한 메릴린은 결국 엄마와 다르지 않은 어쩌면 더 고약해진 버전의 엄마가 되었다.자식을 위해 모든 희생을 감수하는 중국인 부모를 가진 제임스에게 부모란  고마움과 죄책감 그리고 부담의 존재였다, 고맙고 미안해서 미워할 수 없고 그래서 내가 나쁜 놈이 되어가고 그 죄책감에 반발하지만 그냥 입을 다무는 것 그리고 잊어버리는 것으로 도망친다,

그들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 이해되지 않을게 없고 공감해주지 않을게 없지만

내가 상처를 입었다고 다른 이애게 상처를 주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

하나하나의 상처를 모두 들여다 볼 수도 없다,

제임스와 메릴린이 자기가 보는대로 자기 부모를 보았듯이 네스와 리디아와 안나도 보이는대로 부모를 볼 뿐이다,

 

 

'축하해'와 파란색으로 쓴 L.Y.D는 엄마가 운전면허증처럶 보이게 만들려고 햏던 모든 노력은 , 매끈한 하얀색 밑에 감춰져버린거야, 비록 볼 수는 없지만 그건 저 밑에 있는 거야. 얼룩처럼 읽을 수 없는 상태로 끔찍하게 그러니까 맛도 날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엄마와 아빠는 게속해서 아이들 사진을 찍고 또 찍었지만 한나는 웃지 않았다. 리디아와 다르게,  아직 한나는 웃는 체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던 것이다, 그 대신 한나는 눈을 반만 떴다. 텔리비젼에서 무시무시한 장면이 나올 때 그러는 것처럼 앞으로 벌어질 일을 반만  볼 수 있게

 

매끈하게 손 본 케이크처럼  모든 것이 저 아래에 있는데 모른다, 모른척 한다, 모른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크림으로 매끈하게 덮어버린다면 모든 것이 없는 일이 될거라고 믿고 싶어한다,

아무도 믿지 않으면서...

 

메릴린이 어린 아이들을 두고 자신을 찾아 집을 떠났던 일을 탓할 수는 없었다,

임신과 결혼으로 꿈을 포기한 여자가 다시 꿈꾸는 일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남겨진 아이들은 끊임없이 지가때문이라고 자책한다, 내가 나쁜 아이여서 엄마가 떠났고 사람들이 불쌍하게 바라보고 아빠가 힘들어한다고 믿는다,

돌아온 엄마를 보며  무조건 엄마가 원하는 건 다 하겠다는 결심은 그래서 애처롭다,

어떤 질문에도 어떤 요구에도 YES이외의 답은 없었다.

리디아의 복종은 그무게를 더해가면서  동시에 네스의 외로움은 깊어가고 안나는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된다, 그래도 가정은 유지된다, 리디아가 있으니까....

그리고 리디아에게는 자기를 알아주는 유일한 가족 오빠가 있으니까..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는 가족이 어느날 무너져버린다,

리디아가 죽었으므로..

그럼에도 가족은 다시 살아가야 할 것이다,

덮어야 할 것은 다시 덮어야 하고 마주해야할 것은 아파도 마주해야할 것이다,

 

파멸이  그 속에 있듯이 구원도 그 속에 있을 것이다,

같은 곳에서 파멸을 찾는 자는 파멸할 것이고 구원을 찾는 자는 구원받을 것이다,

중국계 리 가족이 어떤 선택을 해야한다,

그건 리디아가 남긴 숙제도 된다,

그리고 가족은 어쨌든 변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왜 내 아이에게 읽히고 싶지 않다고 할지를 알. 았. 다.

부모의 치부를 공유하고 싶지 않다,

부모도 어쩔 수 없는 상처많은 사람이란다....

물론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겠지만 적나라하게 보이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

결국 나도 제임스나 메릴린과 다르지 않은 부모라는 것

그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아이가 드러내고 싶어하는 어떤 상처도 나는 아직 모른 척 하고 싶다,

똑바로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볼 그 어떤 것이 아직은 두렵다.

피한다고 없어지진 않겠지만 내가 어떤 부모인가 이전에 어떤 사람인가를 먼저 꼼꼼하게 돌아본 후 마주하고 싶다고 변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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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사람이란 보이지 않는 사람이다.

있기는 하되 눈에 띄지 않은 사람

그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은 사람

없으면 없는댇로 아무런 문제없이 세상이 계속될 수 있는 사람

누군가 그 자리를 대처해도 아무런 불편이 없는 사람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가 단 하나의 존재이기를 바란다.

나의 존재

내가 하는 말 내가 하는 몸짓이 그렇게 세상에 단 하나가 되기를 그렇게 세상에 기억되길 바라지만 세상에는 무수하게 많은, 셀 수 없이 많은 '내'가 있다.

나도 그 중 하나일 뿐이고 나는 언제나 쉽게 잊혀지고 대체된다.

 

무오는 무오여서 이부의 눈에 띈게 아니다,

아니 무오여서 이부의 눈에 띄였겠지만 그 이유가 무오라는 단하나의 존재가 아니라 세상에 많은 무오들 중 하나일 수 있어서였다,

누구에게도 특별하지 않고 누구의 기억에도 남지 않은 사람 그렇게 없는 사람이라서 이부의 선택을 받는다,

어쩌면 이부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흔하디 흔한 없는 사람이어서 선택된 존재일 수 있다.

이야기는 무오가 없는 사람이길 원하던 위치에서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게 되고 감정을 느끼게 되면서 점점 세상과 관계를 가지고 싶어한다는데서 시작한다.

도트를 보면서 마음이 움직이고 반점의 눈에 띄어 대화를 나누면서 점차 무오는 없는 존재에서 있는 존재가 되지만 결코 그렇게 될 수 없다,

이부에게도  그냥 무오는 무오고 농성집단속에서도 무오는 그냥 무오다

특별하지 않아 눈에 띄지 않는다는게 그렇다,

 

각자도생이라는  우울하고  각박한 현실에서 사람들은 불안을 감추기 위해 결국 혼자를 택한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먹고 혼자 티비를 보면서 혼자가  편하다고 한다,

한켠의 불안을 나와 닮은 혼자가 편한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나만 그런게 아니라고 위안한다

혼자에서 이제 관계망으로 들어가보려고 하지만 양쪽에서 손을 내밀때만 손을 맞잡을 수 있다

혼자 내민 손은 그저 허공에서 퍼드득거리다가 떨어진다,

 

투박하게 직진으로 다가오는 소설을 읽으면서 그렇게 각자도생할 수 없는 없는 사람들

나 역시 다르지 않은 그런 사람들을 생각한다,

 

다 읽고 나니 "없는 사람"이라는 제목이 슬펐다,

유령도 아닌데 없는 사람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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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왜 책을?

.......... 책을 읽으면 도망칠 수 있거든

 

 우라조메에게 아리사가 고백하듯 털어놓던 말

 순간 쿵했다.

 나같은 사람이 또 있구나

 

 책속으로 도망친다는 것

 누구에게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도 없고 과도한 애정이나 관심이 담긴 조언을 들을 필요없이

그저 바라보고 바라봐주는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책읽기 말고는 없다.

 

책을 읽다가 일상을 잊어버리는 일은 어린 아이시절에나 가능한 일이고 이해받을 일이다,

공부가 업인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늘 내가 해야하는 어떤 의무 다음이다.

직업이 있고 해야할 역할이 있는 사람은 책을 손에 쥐고 있다고 이해받을 수 없고

오히려 게으르거나 자기 힐일을 미루는 사람일 뿐이다,

저런 시절 은밀한 도망은 나이를 먹게 되면 노골적인 도피이상 되지 않은 경우가 생기지만

그래도 그렇게 도망치고 숨을 곳이 있다는 건

살아가는데 작은 쉼표정도는 될것이다,

 

.... 저기 말이야

어?

책을 좋아하는 여자아이 이야기 쓰지 않은 게 좋을 것같아

왜?

주인공이 겁쟁이니까

그런건 상관없어

주변이 너무 시끄러울 때는 귀를 막거나 이불을 뒤집어쓰고 싶어지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야  네 말대로 겁쟁이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소음을 차단해야 떠오르는 것들도 있어

 

내가 하고싶은 변명 같은 말...

가끔 말도 안되는 책에서 중요하지도 않을 문구가 쿵 하고  칠때도 있는 법이다

 

 

*책에 대해 잔소리처럼 덧붙이자면

책은 그다지.....

그래도 살인사건이고 사람이 죽었는데

그 방법과 범인에만 골몰해서 추리를 푼다는게 맘에 들지 않는다,

사람이 죽었다고!!!!!

그것도 정말 대책없는 범인에게 어이없게

왜 죽였는지 왜 죽어야헸는지 이렇게 대충대충할거면... 그냥 트릭풀이집이나 만드는게 낫다

미스테리물의 하나의 매력이 사람에 대한 이해인데 이건 그게 전혀 없잖아

아무리 고딩이 풀어내는 미스테리지만... 그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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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2-22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나 지금이나 책 읽는 여자가 내성적 성격이고, 인간관계에 서툰 사람으로 오해하는 시선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되찾은 : 시간 - 프루스트의 서재, 그 일년의 기록을 통해 되찾은 시간
박성민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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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동네 서점을 열고 운영해 가는동안 일기로 쓴 글이다,

일기라 개인적인 감상도 있고 서점을 열고 운영하는 과정을 엿볼 수도 있었다.

이제 책을 읽지 않은 시대에 서점을 한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는 고집도 있고 그럼에도 이것이 삶을 지탱하는 일이므로 영업과 매출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서점이 마을문화사업의 중심이 되기도 하고 그렇게 사람들을 만나고 이어진다,

단순하고  군더더기 없는 문장들이 그래서 더 절절하게 와 닿는다,

서점을 열고 아버지가 만들어주신 간판을 달고

오래 살았던 동네에서 서점을 열면서 이웃들이 자연스럽게 고객이 되고

내가 읽었던 책을 선택하는 누군가와의 인연을 생각하고 사람을 만나는 일들 ....

현실인 동시에 낭만적이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사실 나도 동네서점을 이용하지 않는 편이다,

나름 중형서점이 두개 있는 동네지만 왠만하면 알라딘에서 구입하게 되고

아이들 참고서나 문제집 간혹 사는 주간지 정도만 구입할 뿐이다,

동네 서점을 이용해야지 하는 마음은 먹지만 10퍼센트 할인이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고

중고책을 사고 팔아도 조금은 삭막하고 간편한 알라딘 중고서점이 더 편하다,

(그러고 보니 알라딘 중고서점도 가까이 있다)

하나 둘 문을 닫는 서점이 늘어나면서

간혹  낯선 동네를 걷다가 서점이 보이면 반갑기도 하고 왠지 애틋하고 짠한 마음도 든다,

영업은 잘 되려나  뭐가 잘 팔리나....

 

한때 철없이 서점 주인이 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세상 가장 한가로워보이고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읽을 수도 있고

적어도 책을 사러 오는 고객이라면 예의와 상식은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에....

이제 서점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만은 아니다,

책을 통해 이웃을 만나고 만남의 장이 되고 문화의 중심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숨기좋은 은신처가 되기도 한다,

 

책을 읽으며

나중에 내가 내 책들을 정리하는 시간이 온다면 온라인 중고매장말고 여기에 내 책을 넘기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했고

나도 일기를 써서 나에게 안부를 묻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저렇게 작고 가까운 서점에서 조금은 낯설고 다정한 사람들과 독서모임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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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2-13 19: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혼자 생활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그만 동네 서점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정말 책 좋아하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인적 드문 서점이 마음에 들거예요. ^^
 
채링크로스 84번지
헬렌 한프 지음, 이민아 옮김 / 궁리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겨울밤 이 책을 다시 들었다,

미국에 사는 이름없는 작가가 영국의 채링크로스 84번가의 서점으로 책을 주문하는 편지를 보낸다 그렇게 시작된다,

전후 삭막하고 외로운 시간  책이 주는 위로를 아는 작가는 책을 찾아서 영국으로 서신을 보낸다

그리고 편지가 오고가고 책을 주문하고 선물을 주고 인간관계가 커져간다,

 

어쩌면 이 책의 시간적 배경이 지금  한파가 떨어진 먼 한국의 겨울과도 닮아서

책속의 따뜻한 관계에 빠져든다,

처음 읽었을 때도 참 따뜻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 따뜻함이 책을 매개로 오가고 있다는 것도 좋았다.

누군가가 간절이 원하는 것  그것이 사소한 것일지라도 정성을 다해 찾아내고 보내주는 일

작은 정성을 잊지 않고  전후 물품 구입이 어려운  친구에게 선물을 보내주는 마음

그리고 오가는 서로의 편지들

 

 

내가 누군가에게 손편지를 쓴게 언제 였을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이것저것 필요한 서류들을 준비해서 엄마에게 보내야 했을 때

덜렁 서류만  우편으로 보내는 것이 뭣해서

우체국 한 구석에 앉아 가지고 있던 노트에 편지를 썼던게 마직막이었다,

그냥 순간적인 충동으로 썼던 편지였는데

쓴다는 행동이 의외로 솔직햇고 대담했다,

말로는  굳이 할 필요도 없는 감정과 표현이 그리고 내 마음이 그냥 흘러나왔다,

미안하고 고맙고 나도 힘들다는 말들

그렇게 노트 두장을 썼던 편지를 다시 읽지 않고 서류들과 함께 보냈던게 마지막 누군가에게 쓴 손편지였다, 그 편지를 받았던 엄마는 편지 고맙다는 말 이외엔 하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톡이나 문자를 많이 쓰는 시대지만

말이 주는 억양이나 말투가 드러나지 않아서 이게 상대에게 어떻게 닿을까 걱정하거나 했던 적인 누구나 있

의도는 그게 아닌데 딱딱하게 보이거나 너무 장난스럽게 보일까봐

이모티콘을 써야할지 쓴다면 어느정도 써야하는지

예의를 지켜야 하는 관계라 그런 기호를 쓰지 않아야 하지만 다 쓰고 보면 너무 딱딱하고 투박한 느낌도 들고..정적선이라는 것이 어디인지  아직도 알 수가 없다.

그런데 같은 글로 보내는 마음이지만 손으로 쓴 글은 그게 좀 덜하지 않을까

 

매번 가족의 생일에 이번엔 편지를 써야지 하지만

늘 선물이 전부다,

내 마음을 전하고 싶은에 그게 오글오글하게 느껴지고

늘 보는 얼굴에 새삼 무슨 편지 하는 마음도 들고

결국 가장 편한 돈을 쓰는 일로 모든 것을 다 했다고 여기게 된다,

그냥 서재에 올리는 글은 쓰지만

누군가 특별한 대상을 향한 글은 쓰기가 쉽지 않다, 점점점.......

 

내가 헬렌과 서점직원들간의 편지를 좋아한 것은

그것이 마음이 오가는 손편지였다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시작이  딱딱하고 공식적인 주문서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이었다,

감정이 배재되어도 상관없고 그게 오히려 당연한 사이에서 점점 빈번해지는 교류로 정을 느끼고

감정을 주고받는 사이로 변해간다는 것

그런 조금은 간격을 가진 관계라는 것이 좋았다,

편지를 쓴다는 것은 사적인 영영이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드러내고 감정을 드러내야 하는 것이라고만 인식하고 있던 내게

이렇게도 편지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게 신선했던 모양이다,

얇은 책

짧은 편지글들

결국 헬렌은 영국에 가지 못했고   프랭크는 사망했다,

그래서 다행이었다. 서로 애틋하지만 적정의 그리움을 가질 수 있는 거리감

그런 거리감을 유지하면서도 친밀함을 나눌 수 있는 누군가에게 손편지를 쓰고 싶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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