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누군가  다른 남자를 만나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은 이해가 가능하지만

빈 공간에서 홀로 있을 자유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절대 이해할 수 없다,

 

 

남자는 가족들을 생각하고 간식거리나 혹은 음식을 사간다

함께 먹으며 즐거워할 가족들을 생각하며 뿌듯해하고 식사준비를 해야하는 아내의 수고를 덜어준다는 마음에 꽤 괜찮은 남편이라고 스스로 자부한다.

집에 들어서는 순간 음식을 건네고 자리에 둘러 앉아 먹긴 하지만 상상했던 분위기가 아니다.

아내는 고마워하지 않는다. 굳이 이런걸 안사와도 되는데

아이들은 즐거워하며 재잘거리지 않는다

마저못해 먹는 듯한 태도에 팍 빈정이 상한다

내가 얼마나 저희들을 생각하며 사왔는데 이런 무례하고 감사할 줄 모르는 태로라니

남자는 스스로의 존재가 부정당한 기분이고 권위가 땅에 떨어진 참담함이며 화가 난다

자신의 화가 정당하다고 스스로 믿는다.

 

시간을 내어 휴가를 간다.

남편은 가족을 데리고 먼 길을 운전하고 좋은 장소를 알아보고 멋진 곳을 미리 조사했다

여름이니 당연히 해는 뜨겁고  사람은 많다.

기껏 바다에 와서 수영하지 않겠다는 가족이 기가 막히고  나도 더운데 운전도 하고 이렇게 길도 찾아가는데  시큰둥하고 늘어진 태도에 화가난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다만 남자는 모든 기준값이 자기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베풀어주는 것 내가 해주는 것이 우선이다.

상대에 대한 배려는 조금도 없다.

아니 그렇게 말하면 그 남자가 서운할 것이다.

나만 먹고 싶은 것도 아니고 나만 가고싶은 곳도 아니었다.

나도 해주는 밥상을 받고 싶고 그냥 널부러져 쉬고 싶지만 가족을 생각해서 여자를 생각해서 한 행동인데 이런 취급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상대도 그렇게 생각할까?

내가 지금 먹고 싶어 사간 음식이 가족들도 좋아하면 좋겠지만

지금 이 순간 그 음식이 보기도 싫을 수도 있고 배가 부를 수도 있고 다이어트 중일 수도 있다.

함께 간 여름 휴가가 즐거워야 마땅하지만

하필 그때가 생리중일 수도 있고 너무 더워 그냥 시원하게 쉬는게 더 좋을 수도 있고

성격이 따라 좋아하는 걸 표현하는 것이 다 다를 수도 있다.

내 기준에 따라 적확한 표현이 아니고 만족스러운 반응이 아니라고 화를 내거나  절망하는 건

결국 내 기준값으로 세상을 상대를 재단하는 일이다

 

소설 속 등장인물... 특히 남자들은 모두 자기기준으로 세상을  특히 여자를 바라본다

내가 유혹하면 당연히 넘어와야 하는 것이고

저렇게 대낮에 누가 보라고 벌거벗고 있는 건  함부로 해도 상관없는 일이다

내가 저지른 외도는 이해받을 수 있지만 상대의 외도는 힘들다.

아내는 집에서 아내로 엄마로 주부로  그냥 그렇게 익숙하게 살아주는게 좋은 거지

집을 비우고 집을 불편해하며 혼자만의 공간을 갖는 건 이해할 수 없다

 

그렇게 세상의 상식이 되는 기준값이 기울어져 있는 곳에서는 어디도 쉴 곳이 없다.

모든 걸 가지고 있고 완벽한 조건에서 외롭거나 불안한다는 건 배부른 짓이다.

 

이거은 지성의 실패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롤링스 부부의 결혼생활은 지성에 발목을 붙잡혔다.

 

우아하고 세련된 부부

중상층 이상의 수준을 가진 부부

서로를 잘 알고 배려하고 감정적인 소모없이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지성적으로 인내하는 부부의 이야기

사회의 가치나 기준에 대해 의심없이 받아들이며 당연하게 여기고 모든 것을 거기에 맞출 줄 안다.당연히 주위에서는 찬사를 보내고 부러워한다.

사실 남편 입장에서 아쉬울 것은 없다.

결혼이라는 제도때문에 가족이라는 무게를 짊어지긴 했지만 사회생활은 여전히다르지않고

가장으로서의 대우도 만족할만한다.

가정은 쉬는 곳이고 행복하고 안락한 곳이다.

 

아내도 만족한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으면 염치없는 사람이 된다는 것도 안다.

자신의 느끼는 불안감이 사치라고 생각하고 누른다

남편이 있고 아이가 있다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이제 아이들도 커서 홀가분하며 살림을 해주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불안하고 불편하고 어딘가 안식처를 갖지 못하는 마음은 여전하다.

머리에 꽃을 꽂고 미친 여자처럼 되지 않은한 모든 것이 옥좨고 답답하다.

그렇지만 미친 여자가 되는 일도 쉽지 않고 용납되지 않는다

그래서 여자는혼자만의 방을갖는다

많은 방이 있는 집에서 안락하고 쾌적한 방도 안정을 주지 못하고

어느 정도 값어치를 하는 시내 호텔방도 불편하다.

결국 여자는 허름한 모텔의 19호실에서 안정을 얻는다.

주변의 착각이나 편견이 걸리지 않는다.

어떻게 보든 보이든 상관없다.

그러나 남편의 은근한 폭력에 그 방을 잃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극단적인 선책을 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것은 그게 유일한 방법이므로

 

불륜을 저지른다는 오해가 차라리 낫다고 믿을만큼 혼자만의 방이 갈급한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마구마구 공감한다.

여자는 자기가 될 수 없을거라고 믿었던 미친년이 되고 만 것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자유와 평화를 얻을 수 있다면..

결국 첫문장처럼  세련되고 지성적인 성격이 극단으로 이끌었을지도 모르겠지만..

 

타인의 이해못할 선택에  지독히고 절실한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모든 단편에서 인물들이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행동을 했더라면 하는 생각을 했다.

미친 스토커같은 남자를 피했더라면

옥상에서 굳이 선탠을 해야했나

그렇게 실연을 하고도 사랑이 하고 싶을까

남의 부부일에는 끼지말지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 이유는 뭘까

배부르고  윤택하면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나도 모르게 나의 기준점 역시 주어진 상황에 충실하게 받아들여진 것들이다.

그게 편했으므로

 

노작가의 영국의 상황이 지금 21세기 한국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는게 슬플 뿐이다.

세상의 절반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기준점은 지금도 여전히 단단하고 유효하다.

그래서 별을 많이 주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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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맹 - 자전적 이야기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백수린 옮김 / 한겨레출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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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아서 오히려 더 좋았던 책. 그만큼 밀도가 높은 글이다.
글을 쓰고싶은 사람이 문맹이라는 아이러니.
문맹이어서 간결하고 아름다운 문장들이 탄생한다.가난한 언어에서 생명력과 감동이 나온다.
나는 읽는다. 이건 질병과 같다.
읽는것에 가책을 조금 느낀다.무엇보다 무엇보다! 쓰는대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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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 소설은 어떻게 쓰여지는가
정유정.지승호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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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의 영업비밀을 풀어낸다는 말에 혹했다.

누군가의 비법을 알아낸다는 건 늘 짜릿한 일이다.

비법을 안다면 누구나 정유정같은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요새 챙겨보는 프로그램중에 "골목식당"이 있다.

알다시피 조금 부족한 골목의 식당들에게 백종원이 가서 상황을 살펴보고 미션을 주고 그 미션을 해내면 솔루션을 주며 함께 상황을 해쳐나가보자는 취지의 프로그램이다.

식당 영업을 잘 알지는 않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에 백종원은 각각의 식당에 적절한 솔루션을 제공한다.음식의 맛이 부족한 가게에는 아낌없이 레시피를 제공하고 영업에 문제가 있는 가게에는 손님 응대나 재료 보관 등등을 알려준다.

식당을 하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음식맛이 있어야 한다는 건 기본이다.

어떤 이들은 이런 솜씨면 식당을 해도 되겠다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집에서 내 가족이나 손님들을 먹이는 음식과 식당의 음식은 다르다.

내가 돈을 내고 사 먹는 음식에 대해서는 누구나 바라는 기대치가 있다.

적어도 돈값은 해야겠다는 생각을 누구나 하는데 그 돈 값이라는 것에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맛이 있어야 하고 위생적이어야 하고 손님으로 대우도 받아야 겠고 분위기도 좋고 어디 가서 자랑할만한 곳이어야 할 것도 있고... 사람의 마음은 제각각이고 간사하다.

파는 음식이란 그런 모둔 소비자의 욕구를 어느 정도는 충족시켜줄 의무가 있다.

돈을 내가 파는 음식 아닌가?

누군가에게 베푸는 음식이 아니다

백종원은 각가 필요한 솔루션을 준다. 어쩌면 그가 가진 영업 비밀을 하나씩 풀어내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백종원의 비법을 알았다고 모든 식당이 잘 되는 것이 아니다.

물론 가게 주인의 태도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비법을 가졌다고 모두가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다.

그 비법을 제것으로 만들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비법을 비법인지 모르고 무시하는 사람도 있고

아무리 노력해도 그 비법이 비법이 아니게 되는 묘한 비법을 가진 꽝손들도 있다.

결국 비법이 비법인 것은 그 비법을 가진 이의 노력과 능력 그리고 꾸준함이다.

 

정유정이라는 작가와 함께 떠오르는 이미지는 단단하고 치열하고 악착같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쓰는 작가라니...

나는 그의 작품을 모두 읽지는 않았다.

"7년의 밤'과 "28"을 읽었을 뿐이다.

남자 작가인 줄 알았다.

크고 단단한 이야기의 구조와  저마다 개성과 스토리를 가진 인물들 그리고 인간의 추악함을 끝까지 파고 내려가는 집요함까지 읽다가 지치고 이젠 그만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내가 두권으로 독서를 그만 둔 것도 어쩌면 도서관에서 빌리기 너무 힘들다는 점도 있지만

다 읽ㄱ 나면 내가 기운이 뿍 빠지는 그 체험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가 자기의 비법을 풀어낸다.

당연히 그 비법 역시 악착같고 치열하다

별 다른 것이 아니다.

꾸준히 쓰고 많이 자료를 모으고 공부하고 파고 또 파고 고치고 또 고치는 행위의 반복이다

문학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글에 대해 당당하고 단단하다.

 

음흉한 마음으로 그의 비법을 알아내겠다고 밑줄 칠 준비까지 단단히 하고 책을 펼쳐든 내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그 비법을 알아낸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 역시 비법이 아니다.

세상에 굴러다니는 많고 많은 법칙들 역시 비법이다.

알고 있는 것과 행하는 것

그 사이에 비법이 존재한다.

 

나는 단단하고 치열한 그의 책을 읽을 준비만 하기로 했다.

그녀의 비법들을  찾아내면서 그녀의 소설을 읽어야겠다.

괜찮은 독자라는 위치도 나쁘진 않다.

다음 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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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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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의 책은 작가가 쓰긴 했으나 결국은 독자에게 닿아 그 의미를 가진다

누군가 내게 다가와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하나의 의미가 되듯이

한권의 책은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 비로소 완성된다.

그 완성에 이른 책은 이미 작가의 의도에서 많이 멀어졌다.

가끔  작가의 의도를 찰떡처럼 독자가 받아들여 일치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겠지만

대부분의 책들은 특히나 이야기를 품은 책들은 독자 각각에 닿아 각각의 책으로 다시 완성된다.

 

내가 읽은 최은영이 다르고 내 딸이 읽은 최은영이 다르며 저기 전라도 누군가가 읽은 최은영이 다르고 경상도  한 쪽에서 맘졸이며 일은 누군가의 최은영이 다르다

분명 작가는 작품을 완성하고 편집자들의 손질을 거치고 다시 몇번의 퇴고의 반복으로 소설을 세상에 내어놓았지만 그 소설은 독자들이 키워낸다.

제각각 다른 환경에서 다른 감정에서 소설은 완성되었다

저마다의 개성과 정서와 읽는 순간의 환경에 의해 읽은 독자의 수만큼 다양하게 변주되어 존재한다.

많은 변주를 가진 저자는 행복할까?

아니면 자기와 일치하는 단하나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 더 행복할까

그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자식에 비유해본다면

내 자식이 어디에서든 그 자리에 딱 맞는 존재였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면 전자가 더 좋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사 놓고 오랫동안 읽지 않았다.

어떤 책의 표제처럼 마음이 소금밭이었다.

날은 뜨거웠고 내 문제가 아닌 것들도 발목을 잡았고  자고 삼시세끼를 챙기고 일정을 해내고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아무렇지 않게 웃고 다정하게 말을 걸고 다시 혼자만의 시간에 침잠해버리는  일상을 반복하면서 자꾸자꾸 억울하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를 원망하고 싶었고 모든 건 내 탓이 아니고 니탓이라고 누군가를 붙들고 어깨를 흔들고 악을 바락바락 써대며 무언가를 토해내고 싶었다.

하루종일 소파에 누워 스마트 폰만 무기력하게 들여다 볼지라도 책에는 관심이 1도 가지 않았다.

읽는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많이 읽는다고 내가 달라지나? 세상이 달라지나

여전히 덥고 여전히 곤두서있고 여전히 악을 쓰고 싶은 걸 참고 있었다.

나이 먹어 부모를 원망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면서도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음을 원망할 누군가가 필요했고 동시에 내 나이가 되어 나를 원망하거나 이해하기를 강요당할지 모를 내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마음이 복잡했다.

나이를 먹으면 세상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건 맞다

다만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이 상처가 되기도 했다.

이해하지 못하는게.. 도데체 그 입장을  알게 되고 공감할 수 있다는게 더 힘들 때가 있다.

니가 무슨 마음인지 아니까 뭐라고 하진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내 마음이 편해지는것도 아니고

그 때 그 순간 니 입장은 그럴지라도 지금 상처를 입고 어쩔 줄 몰라하는 나는 어디가서 하소연을 해야하나 하는 억울한 마음이 뒤엉키면서 차라리 이기적이고 단순하고 시야가 좁은게 낫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더울 땐 그래도 소설이라는 생각에 책을 들었다.

 

"그 여름"을 두 번 읽었다.

선풍기를 켜고 소파 구석에 웅크리고 한줄 한줄 읽어가면서 이경과 수이의 마음을 따라갔다.

주로 서술하는 이는 이경이지만 이경의 눈에 비치는 수이를 보는게 좋았다.

수이의 마음을 알 수 없었지만 그이의 표정에서 행동에서 그리고 꾸역꾸역 말없이 견뎌내는 모습에 자꾸자꾸 마음이 쓰였다. 그리고 어느 대목인지 알 수 없는  부분에서 눈물이 흘렀다.

아마 이경이 이별을 이야기하고 수이가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대목이었듯 하다.

괜찮다고 내가 더 미안하다고 말하는 수이를 보면서 그렇게 말 할 수 밖에 없는 수이의 마음이 읽혔다 아니 수이의 마음은 모른다. 그렇게 수이를 표현한 작가의 마음도 모른다

하지만 수이의 그 한마디한마디 꾹꾹 눌러서 내뱈는 모습이 그려지면서 어이없이 눈물이 났다.

왜 우는지 어디가 슬픈건지 아픈건지 아니면 나이 탓인지 알 수는 없지만 더 이상 읽을 수 없었다

결국 허겁지겁 책을 덮었다. 그리고 한 숨 자고 다시  처음부터 읽었을 것이다.

 

다시 울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다.

 이 작품 뿐아니라 "고백"을 읽으며 주나와 미주가 추운날  바락바락 소리지르며 싸우는 부분에서도  느닷없이 눈물이 났고 "지나가는 말"에서  늦은 밤 버스 정류장에서 하염없이 무언가를 기다리던 주희를 모른 척 했던 윤희의 뒤늦은 후회에서도 눈물을 흘렸다.

말이 눈물을 흘렸다는 거지 사실   꺼이꺼이 울었었다.

화자보다 화자가 바라보는 대상 인물에게 마음이 가면서 그 속내가 드러나지도 못하고 그저 행동으로 말로 무언가를 절절하게 드러내보이고 싶어하는 인물에게 마음이 쓰였다.

화자는 스스로의 마음을 이야기하고 상황을 변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관찰의 대상이 되는 인물은  어찌보면 주인공처럼 큰 자리를 잡고 있지만 그 속내는 알 수 없다. 그저 화자가 보는대로 느끼는대로  드러날 뿐이다.

자기 입으로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은 사람들. 아니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다

무엇이 그렇게 자기 이야기를 하지 못하게 하나?

주인공이 아니어서?

화자가 아니니 그저 남이 묘사하는대로 보여지는대로  판단을 받아야 하는것에 대해서.. 생각했다

타인을 그저 보이는대로 내가 겪은 대로 밖에 알지 못한다.

그러나 모든 걸 안다고 생각하고 믿는다.

그 타인이 가족이거나 오랫동안 알아온 이라면 우리는 쉽게 내가 잘 안다고 해버린다.

그리고 어쩌면 그 타인들은 그들의 지인인 타인들이 아는대로 판단한 대로 보일 수 밖에 없다.

내 마음을 나도 모르니까

그 늦은 밤 버스 정류장에서 무슨 생각으로  멀리 고개를 빼고 기다렸던 것인지

친구의 은밀하고 용기있는 고백에 내가 어떤 표정을 지었었는지

치열하게 축구를 하고 삶을 살아내는 것이 타인에게 무심하고 예의없이 보일수도 있다는 것을

스스로도 모를 수 밖에 없다

자기를 잘 알 수 없는 법이다. 외외로

 

다시 읽어보니 각각의 단편은 대단한 사건이 있는 건 아니다.

고등학교때 사귀었던 친구와 가까워지고 더 할 수 없이 안타깝고 애절하다가 멀어지는 이야기

어린 시절 이웃 친구가 겪었던 차별과 모멸이 나에게도 마찬가지였음을 알아버리는 이야기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이는 여동생을 시간이 흘러 조금씩 알아가는 이야기

죽어버린 친구때문에 멀어져 버린 또다른 친구와 건널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린 이야기

그리고 상처를 가진 이들이 타인의 상처에 대해서는 하찮아 하며 무시하던 이야기

사실 그건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

극적인 어떤 꼭짓점은 갖진 못했지만 덤덤한 일상속에서 감정은 얼마나 널을 뛰었던가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감정조차 생기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저 어제같고 오늘 같은 일상도 얼마나 다이나믹한 혼자만의 롤러코스터가 있었던가

누구에게 내보일 수 없지만 나는 늘 불안하고 우울하다가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기쁨으로 몸을 떨기도 했었으니까 한없이 떨어지는 순간도 있었고 앞이 보이지 않은 막막함에 아무리 악을 써도 소리가 나오지 않은 두려움도 있고 사소한 한마디에 툭 치는 손길에 한없이 무너지며 처절하게 매달리기도 했었으니까.. 그러나 보이는 건 그저 평온하고 일상적인 무색 무취였다.

누군가 이유없이 좋아지지만 지겨워지기도 하고

이유없이 미워지고 사라져주길 바라기도 한다.

내 곪은 상처가 너무 아파서 타인의 타박상 정도는 가볍게 무시하고 경멸하기도 한다.

혼자 콩을 볶고 난리 부루스를 추고 미친년마냥 널을 뛰다가 널부러지는 일

그런 감정의 오르내림이 각각의 이야기속에 있었다.

덤덤하고 평온한 인물들의 감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내게 무해한 사람..

얼핏 보면 내게 무례한 사람 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찌보면 내게 무관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무해한 사람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 어쩌면 관계가 없는 사람 상관이 없는 사람

그럼에도 연결되길 바라는 사람

그런 사람들

그리고 그럲게 널뛰는 감정들이 이야기 속에 있었다.

이야기는 내게 와서 그렇게 맺음을 한다.

최은영이 어떤 마음으로 썼든지 인물들이 어떤 격랑을 겪었든지

이야기는 여기 푸른희망앞에서  마구 널뛰는 감정으로 읽혔다.

독서는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여름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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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들의 조용한 맹세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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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읽지 않아도... 팔로스버디스 반도를 여행하고 너무 좋아서 그 배경으로 이야기를 급조하셨을까? 지역 묘사는 세심한데 이야기는..그냥저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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