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봤다. 재미있다. 책을 보고 느낀점만큼 깨알같은 재미가 있고 감동이 있고 느낌이 있고 더구나 책에 없는 훈훈한 배우가 있다..  

다문화 가정 장애인 아버지 모태가난 공부는 바닥 주변이 다 찌질하고 너저분하고 게다가 똥주선생까지 자신을 못괴롭혀서 안달인 상황에서... 완득이은 참 잘 자란 소년이었다. 아무리 밉고 맘에 안드는 아버지라도 누군가가 욕을 하면 참을 수 없고 가난하고 하나도 볼거없는 집구석이라 가출을 해도 결국 다시 돌아오고 첨보는 이방인 엄마도 그냥 뚝뚝하지만 다정하게 맞아준다. 친구의 느닷없는 고백이나 하소연도 그냥 묵묵히 들어주고 선생님의 억지나 완력도 그냥 견딘다.  

어쩌면 엇나가도 한참을 나갔을, 그래서 역시나 그럴 수 밖에 하고 예상하게되는 수순을 밟지 않고 아직은 순수하고 반듯하게 그렇게 그 자리에 있다. 예전 드라마'꽃보다 아름다워"에 김흥수라는 배우가 연기한 아들이 그랬었다 공부도 못하고 주먹질 하고 엄마나 누나한테 대들고 영 맘에 안들게 구는 녀석이었는데 이상하게 그 아들을 보면 그래도 참 반듯하게 잘 자랐다는 느낌을 줬다., 그건 배우가 주는것도 있겠지만 그 역활이 아무리 미운 짓을 해도 어쩔 수 없는 근본적인 천성 순함 착함 바름이 드러날 수 밖에 없어 보이는 뭔가가 있었다.  공부를 잘하고 성공을 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고 고운 말을 쓰고 법을 지키고 욕도 안하고 뭐 그래서 반듯한게 아니라 욕도 하고 주먹질도 하지만 그래도 어른 말을 들을 줄 알고 지킬건 지킬 줄 알고 있는 기본은 다 가진 느낌의 반듯함  뭐 그런게 완득이에게도 느껴졌다. (어쩌면 내가 유아인이라는 배우를 너무 이뻐해서 생기는 착각인지는 모르겠다) 

김윤석은 그 자체가 똥주선생이다. 도데체 공교육에서 무얼 가르치는지 알 수 없는 인물이지만 사실 학교가 대입을 위한 입시학원은 아니지 않는가.. 사실 수업에 충실히 하는 것이 선생님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에게 일일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어른으로 존재하는 것 그것도 선생님의 의무가 아닐까.. 그렇게 단 한 사람이라도 나를 봐주고 믿어주고 뒤에서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다는 걸 안다면 어떤 아이들이 삐뚤어 질 수 있을까.. 그게 부모든 선생님이든 아니면 이웃집 오지랍넓은 형이나 아저씨라도 " 나는 너를 믿는다."라는 든든한 눈길로 나를 간섭하고 때리고 다독이는 누군가만 있다면 아이들은 외롭지 않을거같다.  

완득이는 그런 사람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삐뚤어지지않고 반듯하게 자란건지 모르겠다.똥주 선생이나 아버지 모자라는 삼촌 그리고 집나간 어머니조차 그를 믿어주고 지켜봐 준다는 느낌이들었다. 

완득이와 똥주선생님의 관게는 참 따뜻하게 재미있게 책만큼이나 잘 묘사되어있는데 아버지는 조금 죽은 느낌이다. 책에서 아버지가 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완득이와 대화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참 의외이면서도 좋았던 기억이 있다. 동주선생과 완득이의 관계에 더 집중해서 일까 의외로 완득이에게 툭툭 던져지듯 조언을 해주고 지켜주는 다른 사람은 조금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나 삼촌 그리고 격투기 관장님등도 완득이에게는 좋은 어른이었는데 

영화는 책과 다르지 않게 흘러가고 그다지 큰 굴곡없이 넘어간다. 사실 완득이 정도면 그렇게 절망적이란 느낌이 들지 않을만큼 따뜻하고 원만하게 흐른다. 그리고 끝도 해피앤딩이고   그래서 조금 편치 않는 것도 있고 다행이다 싶은 점도 있다.  

극장아 완득이 또래 혹은 조금은 어린 학생들이 많았는데 그들은 어떻게 봤을까.. 학교 생활 장면에서 공감하는 웃음도 많이 나왔었는데.. 이 아이에게도 누군가 똥주선생이 있을까 

나와 함꼐 본 내 아이들에게도 똥주선생처럼 껄렁거리면서도 정의롭고 든든한 누군가가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는 생각지 못했던 것 이건 청소년용 책이나 영화가 아니라 어른들이 보고 조금 뜨끔해지고 얼굴이 붉어져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과연 아이들에게 (내가 낳고 키우는 아이를 포함해서 세상의 모든 아이들에게) 좋은 어른일까 그들이 든든하게 믿을 수 있는 어른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쁜 길로 빠지고 유혹에서 흔들릴때 지켜봐주고 잡아 줄 수 있는 그런 믿을 수 있는 어른 일까.. 아니 어른이기는 할까.. 

요즘 아이들 어쩌고 저쩌고 하기전에 내가 요즘 어른으로 잘 살아가고 있는지 내 기준이 있는 건지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다.  

그리고 완득이는 무엇보다 너무너무 재미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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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그래
교고쿠 나쓰히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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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도발적이다...  

어떤 상황이면 저런말이 불쑥 튀어나갈 수 있을까? 

여기나오는 모든 사람은 자기의 상황을 남의 탓으로 돌린다., 나는 이런 걸 원한게 아니었는데 가족이 아내가 자식이 남편이 이웃이 애인이 선배가 세상이 다 나를 몰라주고 이렇게 몰고간다.,부조리하고 나쁜건 세상탓이고 그사람탓이고 나는 억울한 피해자다. 

나도 살면서 그런 말을 한다. 세상이 엉망이야 나만 잘하면 뭐해 알아주지도 않는데... 저애가 먼저 깐죽거렸으니 안때릴 수 있어? 먼저 날 못본 척 무시했으니 어떻게 가만있어?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보고 계속 무시할거 아니야.. 무례하게 굴고  떼뗵거리고  안하무인으로 나오니까 그런거지.. 가만있으면 내가 왜그래? 나 그런 사람아니야 

그렇게 모든게 나만 억울하고 나만 피해자이고 모두가 나만공격한다고 한다, 그때 어리석고 바보같고 찌질해보이는 그가 한마디 내뱉는다.  

"차라리 죽지 그래?" 

그렇게 억울하고 힘들고 괴롭고 살기 싫으며 죽으면 되잖아? 하지만 누구나 그말에 몸서리를 치고 " 내가 왜 죽어야 하는데.. 싫어.. 왜 내가 죽어? 

사실 그게 인간적이기도 하다. 추하고 모순투성이지만... 

대사위주로 나오는 소설이라 읽기가 힘들었다. 이게 누구의 대사인지 헷갈리기도 하고 주눅들고 어리석고 바보같다고 스스로 말하는 켄야가 갑자기 돌변해서 냉정하고 차갑게 반말을 지껄이는게 첨엔 익숙해지지도 않았다. 각자 첨보는 사람에게 스스로 경계를 풀고 자기 넋두리를 하게 만드는 것 그게 켄야의 힘일까? 아니면 사람의 본성일까...  

다 읽어도 아사미는 왜 죽었을까 잘 모르겠다. 그렇게 불행하지 않았고 스스로  누구탓도 하지 않고 다들 고맙고 감사하다고 하면서 감사하고 행복한 채로 죽고 싶다고 미소지으며 죽어갔다는게.. 아직 잘 모르겠다. 그것조차 켄야의 시점에서 바라본거니까...  

 

지난 수욜 들었던 볍륜스님 말씀이 생각난다. 누군가를 탓하기전에 나를 돌아보라는... 일단 내 마음을 다스리고 나를 편안하게 하는것이 먼저라고....     그게랑 연관되는지 모르겠지만 생각이 나네..  

누군가 나에게 그러면 차라리 죽지 그래? 한다면...  

나는 뭐라고 구절구절 말을 널어놓을까? 아니면 그냥 멍하니 입만 벌리고 있을까?  

세상에 이렇게 말한다면... 그렇게 엉망진창이고 맘에 안들면 죽지그래?  

죽기는 악착같이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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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에 볼행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둘이 다시 만나서...  

점차 시력을 잃어가는 여자와 어두운 과거를 가진 외로운 남자가 만난다. 어느날 갑자기 드라마를 보고 싶어하는 여자가 남자의 공간으로 불쑥 들어오면서 만남이 시작된다, 그렇게 조금씩 만남이 거듭되면서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고 사정을 알게 되고 약간의 트러블이 생기고 그렇게 헤어지다가 다시 어려움에 처한 여자를 남자가 구해주고 둘은 사랑을 확인하게 함께 살게 된다. 

사랑하면서 변하게 된 남자는 이제 정말 제대로 살고 싶어지고 여자는 더이상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막막함이 두렵지만은 않았다. 그러던 중 여자가 왜 사고가 나고 시력을 잃게 되는지를 알게된 남자는 여자를 위해 마지막으로 뭔가를 해주고 싶어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는 남자의 거짓말에 수술대위에 오르고 남자는 죽을지도 모를 곳으로 떠난다. 여자는 시력을 찾고 새로운 삶을 찾지만 눈을 뜬 여자앞에 오로지 남자만 없다. 남자는 여자의 수술 성공 소식을 알게되자마자 죽음과 마주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여자는 삶을 적극적으로 꾸리면서 살아가고 남자와 우연한 만남.. 그러나 한번도 남자의 얼굴을 보지 못한 여자는 남자를 알아보지 못하지만 여자의 개가 그리고 거북이가 남자의 존재를 알려주고 둘은 다시 만난다. 

어찌보면 흔한 멜로고 소지섭의 쓸쓸하고 어두운 표정이 홍콩 느와르를 닮아있기도 했다. 그래도 뻔한 스토리 뻔한 크리셰를 보면서도 마음이 졸이고 눈물이 나고 먹먹먹해지는 게 결국 멜로의 힘이 아닐까 싶다. 아슬아슬하게 비껴가는 주인공들 안타까운 스침에 괜히 내가 애가 타서 숨도 못쉬다가 마지막에사 겨우 한숨 돌린다. 

소지섭의 쓸쓸하고 그늘진 얼굴에 한효주의 밝고 긍정적인 미소가 참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서로의 부족한 면을 채워주는 게 사랑이구나 서로 모자란부분과 넘치는 부분이 아귀가 딱 맞는 구나 하는게 보이는 커플이다. 텔레비젼에서는 별 매력없어 보이던 한효주가 참 다정하고 밝은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구나 하는 게 느껴진다. 반듯하게 잘 자라서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고 긍정적이고 사랑스러우누 사람... 그런 기운이 어둡고 외로운 소지섭의 분위기로 흘러가면서 참 조화롭게 둘이 잘 어울렸다. 

한때 미쳐서 극장을 찾아가며 보던 홍콩 영화가 생각났다.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뒷골목만 전전하던 남자주인공이 밝은 여주인공을 만나서 사람이 변하고 여주인공을 위해 무언가를 하려고 하고 위험한 일도 감수하고 일이 벌어지고 여주인공은 남자의 비극을 모른채 하염없이 기다리고 남자는 피투성이가 되어 눈을 감으면서 그 여자를 그리워하고.. 그 위로 알 수 없지만 쓸쓸하고 매혹적인 홍콩노래가 흐르고... 혹은 몇년후  두 사람은 다시 환한 미소로 우연히 만나게 되고... 뭐 그런 영화에 빠져서 별별 극장을 다 돌아다닌 기억이 있다.  

어두운 배경속의 소지섭은 그때의 장국영 유덕화 주윤발 등등을 떠올리게 하고 한효주는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그저 밝기만 하고 철이 없던 여주인공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한효주가 연기하는 정화는 더 어른스럽고 단단하고 야무지다) 빛고 어둠처럼 둘이 함께 있어야 그 존재감이 드러나고 서로의 가치가 드러나는 사이처럼 둘이 함께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지금 이야기가 끝나면 어쩌나 어쩌나 맘을 졸이긴 첨이다. 한때는 "이런 뭣같은 우연이 다있나... 이런 얼렁뚱땅 해피엔딩이라니" 하면서 흥분하고 함부로 재단하면서 주인공이 우연히 만나고 행복해지는 걸 갖잖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나도 나이를 먹어서일까 

둘이서 헤어지고 소지섭이 모른 척 하고 한효주가 헤메고 하는 내내 영화가 여기서 끝나면 안되는데 안되는데 하면서 마지막에 긴 숨을 몰아쉬었다  

이제 영화든 현실이든 누군가 울게되고 슬프게 되는 건 정말 싫다. 유치하고 어이없어도 모두가 행복해지는 거 그게 더 맘이 편하고 좋다.  영화적인 미학이니 완성도니 그런건 모르겠지만 예쁘고 사랑스러운 두 남녀가 여러가지 어려움을 이기고 그래도 다시 웃을 수 있게 된데만 만족한다. 

둘이 잘 되서 정말 다행이야.. 나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극장문을 나선다.  

이 가을 혼자 울고 싶다면  조용히 극장에 가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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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엔 도서관에 가자 독깨비 (책콩 어린이) 2
미도리카와 세이지 지음, 미야지마 야스코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책과콩나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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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은 참 근사한 곳이다. 그곳에 가면 마음이 편하다. 책들이 빽빽하게 꽂힌 서가 사이를 천천히 걸어가면서 책냄새를 맡는 것도 기분이 좋은 일이다.  

도서관이란 곳을 첨 간 게 부끄럽게도 대학에 들어가서다. 그전에 서점은 갔지만 도서관이란 곳은 책을 보는 곳이 아니라 공부를 하려고 새벽부터 자리를 잡기 위해 줄을 서야 하는 곳 정도로만 알았고 이용한 적도 없었다.  

대학에 와서 대학 도서관이란 곳에서 서가를 거닐면서 내가 꽤 멋지고 지적으로 느껴지기도 했고 주로 시험공부때문에 간게 대부분이지만 간혹 공강이나 혼자 있는 시간에 도서관 5층 열람실 안에서 사람이 없는 서가 사이를 걸어가다가 서가사이에서 교정을 내랴다 보곤 했다. 특히 비가 오고 시험이 끝나서 도서관에 사람이 뜸해지는 오후 5시 무렵 거의 비어있는 서가 사이에서 비오는 교정을 내려다 보면 세상에 나와 책만 있는 기분이 들곤 했다. 이렇게 이 속에 숨어서 아무도 모르게 그렇게 울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혼자 숨어서 무엇을 하거나 혼자 울어버리기에 그렇게 인적없는 서가가 참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간혹 공부하러 간 국립도서관에서 공부하다 지치면 책을 보러 서가에 들어가 이것저것 보기도 했던게 전부였다가 결혼을 하면서 아이책을 빌리러 용산 도서관 남산 도서관에 다니기 시작했고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서 아이 학교 도서관 봉사를 하면서 학교 도서관을 드나들었다, 

도서관에 들어가면 낡은책들이 풍기는 특유의 냄새가 있다. 먼지냄새 세월의 냄새 그리고 조금은 삭아버린 종이 냄새들이 뒤섞인 그 냄새가 이상하게 좋았다. 누렇게 바랜 책들 군데군데 낡아서 테이프롤 고정한 책들은 그 책들이 얼마나 사랑받았는지를 보여준다. 반질거리는 새책도 좋았지만 네 귀퉁이가 조금은 낡고 간혹 책갈피에 음식자국도 묻어있는 몇몇 군데 접힌 곳도 있고 간혹 밑줄 그은 부분도 있는 책들이 나는 좋았다.  

맑은 날에 도서관에 가자... 이책을 읽으면서 도서관에서 느낀 그런 느낌들이 냄새들이 함께 따라다녔다. 책에는 다섯가지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다 주인공 시오리는 책을 좋아하고 도서관을 좋아하는 여학생이다. 시오리와 도서관 사서인 이종사촌언니 시오리가 도서관에서 생기는 소소한 사건들을 풀어가는 이야기 다섯편이다.  

각각의 이야기는 조금 담백하고 일상적이라 어쩌면 더 도서관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거 같다, 엄마따라 도서관에 온 여자 아이이야기 50년동안 반납하지 않은 도서관 책. 반납함에 들어간 강물로 책이 상해버린 사건  도서관에서 말도 없이 사라지는 행방불명된 책들 그리고 도서관 행사에서 만난 아버지 이야기   단순하고 따분할거같은 도서관에서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의외로 도서관에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었다.  

작가가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게 도서관의 구석구석이 잘 묘사되어 있고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따뜻하게 묘사되어있다. 간혹 도서관 홍보같기도 하고 도서관 이용수칙같은 대사들도 보이지만 그런게 전혀 걸리지 않는다. 도서관이란 그런 곳이라고 누구나 와서 책을 볼 수도 있고 빌릴 수도 있고 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 쉬어갈 수도 있는 곳이라고 알려준다. 도서관이란 곳이 책을 만나면서 혹은 그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내가 보는 세상을 더 넓게 볼 수도 있고 더 넓은 세상과 소통하는 기회를 가지기도 한다.

일본 소설들을 읽다보면 느끼는 건데 이야기 자체가 큰 사건이 아니고 그냥 일상적이고 소소한 사건들이지만 그것을 아주 자세하게 들여다 보고 살피면서 묘사하면서 이야기를 끌어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쪄면 시시하고 재미없는 거라고 넘길 수 있는 일들을 자세히 살피면서 그 소소함의 가치를 다시 일깨우거나 아하... 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 책도 내용면에서는 확 끌만한 것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책읽기를 좋아하고 도서관 가는 걸 좋아하고 도서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고 내가 가진 도서관에 대한 기억들을 들추어 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별거 아니고 소소한 이야기들  따분할 수도 있는 이야기가 어쩌면 책에 대한  도서관에 대한 나와의 공감대를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게 한다.   

도서관에 가서 책읽기를 좋아하는 것 도서관 직원중 친척 (혹은 가족)이 있다는 것 도서관에 다니면서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것... 그리고 일하는 엄마를 두어 늘 혼자있는 시간이 많다는 것 소녀라는 것 그런것들이 나랑 딸이 좋아하는 에니메이션 귀를 기울이면과 많이 닮아있어서 더 좋았다. 

책을 좋아하고 도서관 가는 걸 좋아하는 딸에게 사주었고 그딸이 읽고 다시 내게 권해 사놓고 한참만에야 읽는다. 아 도서관엘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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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희망 2011-10-19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오늘 읽은 책 두권이 모두 도서관이 나온다. 사서가 주인공이거나 도서관 사서가 친척이거나.. 어쨌든 주인공들은 도서관을 좋아하고 책을 좋아한다는 것... 그리고 조금씩 세상으로 나가면서 성장한다는 것까지 닮은 꼴이구나.. 나는 두권의 책을 읽어치우고 얼마나 세상과 소통하고 있을까??
 
옷의 시간들
김희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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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가 고장났다. 남자가 떠났다. 혼자 남았다. 텅빈 시간들만 내 앞에 널려있다. 나는 여전히 불면이다. 밤마다 잠을 자지 못하고 혼자 궁싯거린다.  

주인공 오주는 도서관 사시이고 불면증이 있고 남자와 금방 헤어졌고 아직도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세탁기마저 작정한듯이 고장났다. 

그 고장난 세탁기가 그녀를 세상밖으로 불러낸다. 빨래들때문에 찾게 된 빨래방.. 그 이전에 세탁기가 없으며 빨래방으로 가라고 조언해줬던 이웃집의 신기한 여자 조미정  그리고 빨래방에서 만난 조미치 콧수염 박이도 그리고 남자. 

그렇게 주줍고 어눌하고 대책없는 오주에게 새로운 친구가 생겨나도 그들로 인해 시야가 넓어지고 조금씩 변하고 새로운 남자를 만난다. 물론 그 남자와 헤피앤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제는 첫번째 남자가 떠났을때처럼 어이없고 당혹한 기분은 아니다. 누군가가 떠나고 남겨둔 시간들을 어떻게 채워나가야 하는지를 배웠기때문에 그리고 그 시간을 채워나갈 누군가가 아직은 옆에 있기떼ㅐ문이다. 그렇게 시간의 지배를 받으면서 그 시간의 빈곳을 채우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첨엔 조금 지루하게 시작했는데 조미정이 나오면서 이야기는 흥미있어졌다. 등장인물이 하나같은 자신이 처한 환경에 매여있지 않고 그 이상으로 자유롭고 편안하고 긍정적이다. 단체로 노긍정씨의 신도들이 아닌가 싶게 밝고 긍정적이다.그런 긍정의 기운이 오주에게 미쳐서 변하게 하고 읽는 독자에게도 즐거움을 준다. 사실 별거 아닌거라도 좋게 생각하고 환하게 미소짓고 괜찬아 괜찮아 해주는 사람들이 옆에 있으면 위로가 디고 힘이 난다.  이 책의 인물들은 모두 그렇게 긍정적이다. 

우울해 보이는 남자 상처를 가진 남자도 한때는 오주에게 긍정적이었고 희망이었고 밝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늦은 봄밤 그와 함께한 기억이 환하고 이쁜 것이어서 그가 떠나도 오주는 괜찮을거 같다. 물론 그 전 남자도 환한 기억을 남겼겠지만... 남겨진 시간을 채워야 하는 것을 알고 그 빈칸에 환한 기억을 채워나가게 한 두번째 남자는 그래도 처음보다 오주를 힘들게 하진 않으리라 싶다. 

벛꽃이 날리는 봄밤. 섬유유연제 냄새가 떠돌아다니는  빨래방의 풍경들 비오는 날 포장마차에서의 모임 그리고 책이 가득한 도서관 늦은 밤 아무도 없는 책들만이 주인이 된 도서관을 거니는 주인공... 공간들이 참 매력적이다. 도시에서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는 곳 혹은 그런 곳에 내가 있으면 좋겠다 싶은 (주로 도서관)곳들을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술 먹은 다음 끓여먹는 콩나물 순두부 라면이랑 끝내 레서피가 공개되지 않은 비빔국수도 언젠가 먹어봐야지.. 

조미정씨처럼 나도 이책에 나오는 공간과 시간들을 꼼꼼하게 적어뒀다가 한번 느껴봐야겠다.  책을 읽고 나면 이렇게 햇살 좋은 날 손빨래를 하고 빨랫줄에 바싹 말리는 동안 그렇게 빨래가 마르는 동안 뭔가 근사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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