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새살이 돋기 위해서는 상처는 필수불가결하나 조건이다? 였던가

 

상처를 입고나면 새살이 돋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처가 덧나고 곪아서 썩어버리는 지경에 이르기도 하지만 그래도 소독하고 잘 갈무리하면 새살이 돋는다. 흍터로 보기 흉해지든 감쪽같이 원상복구가 되건....

그리고 그 새살은 각자의 몫이다.

 

 

예전 인생극장을 생각케하는 두가지 결말

두가지가 그다지 다르지는 않다,

언제나처럼 덤덤하고 건조하게 일상적이다.

깜찍하고 놀라운 헤피앤딩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람은 좀처럼 변하지 않고 시간을 되돌리건 되돌리지 않건 사람은 언제나 같은 순간에 비슷한 결정을 내린다.

다만 상처를 지나고 새살을 가진 소년이 성장했을 뿐이다.

 

한때는 그녀의 가장 최고작은 위저드 베이커리라고 생각했다.

초기작을 넘는 후속작은 없었다고,.

첨 읽었을때 놀라움 기가막힘이 너무나 강하게 남아있어서였을까

그 기대만큼은 아니고 이번에는 담담하게 읽힌다.

모든 상황들이 파악되면서 조금 심심해졌지만 대신 한구절한구절 고심하고 골라냈을 문장들이 눈에 보인다.

세상읭 물질계와 비물질계의 균형. 미묘한 시간의 비틀림등등을 묘사하는 솜씨도 예사롭지 않다.

결국 그동안 읽어왔던 그녀의 작품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걸 다시 확인한다.

최고니 뭐니 하는 평가는 내주제가 안되는 관두고 내 취향에 가장 맞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것

 

 

만일 어떤 골목 모퉁이에서 위저드 베이커리를 만나면 나는 어떤 메뉴를 주문할까

살면서 수많은 그릇된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대해 도망치고 싶어하고 숨고 싶어하는 일 없는 강한 조금은 뻔뻔한 사람이 되게 해달라는 건 어떨까

 

어떤 결론에 도달하든 그걸 살아내는 건 결국 내가 할 몫이라는 것

또 읽어도 그렇게 생각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의 마흔 번째 생일 사계절 아동문고 83
최나미 지음, 정문주 그림 / 사계절 / 201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족의 행복 모든 이의 평안이 누군가 한사람의 보이지 않은 희생으로 이루어진다면 그건 진정한 행복이 아니다

명절을 앞두고 여기저기 하소연이 이어진다,

 

명절치루기. 손도 까딱하지 않는 남편들 잔소리하면서 휘어잡으려는 시어머니들

그 사이에서 뺀질거리거나 공손하거나  도전하거나하는 며느리들

명절에 친정에는 언제가야하는가

시집에서는 어떤 타이밍에 나와야 하는가

나도 내집에서는 귀한 자식이고 남들 못지않게 공부했고 노력했다. 그런데 왜 얼굴도 모르는 남편의 할아버지 아버지등등을 위해 나만 일해야하는가

한집안의 제사를 위해서 성이 다른 여자가 서로 갈등하고 힘들어하는게 과연 진정한 가족의 행복인가

멋지고 당당한 딸 . 나랑 통하고 아빠를 이해하는 딸은 괜찮지만

나대고 혼자만 생각하며 고집피우고 선머슴같은 딸은 곤란하다?

치매에 걸린 시모를 돌보는 건 오롯이 며느리 담당이다.

며느리가 제자리에 있으면 가족이 평안하고 아무일도 없는 것이고 그 일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순간 가족은 내팽개치는 것이고 나만아는 이기주의자가 되는 것이다?

남자처럼 당당하고 꿀리지 않게 살아가는 것이 어쩌면 다른 면에서 남자를 닮고 싶어하고 모방하는 또다른 폭력 혹은 비겁한 의미는 아닐까

 

주욱 읽어가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하필 그 순간. 할머니가 아프기 시작한 무렵 내 일을 선언한 엄마가 밉다. 그렇게 이기적일 수가 없다.엄마만 참으면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

아침마다 종종거리지 않아도 되고 고모들이 집을 들락거리지 않아도 되고 아빠가 늘 화난 상태로 있지 않아도 되고 언니 교복치맛단이 틑어져 벌점을 받지 않아도 된다. 엄마만 제자리에 있으면

그런데 엄마의 제자리는 어디일까

 

내가 편하고 아무탈 없는 일상을 살고 있는 이곳에는 보이지 않은 많은 노동들이 존재한다는 건 염연하나 사실이다. 그런 하위기반이 없이 저혼자 잘난 사람은 세상에 하나도 없다.

단지 그걸 잊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 공기가 있어 숨을 쉬고 물이 있어 살아가고 있다는 걸 평소엔 생각하지 않듯이

단지 매연이 심해지면 투덜거리고 목이 마를때만 고통스러울 뿐이다. 당장 달콤한 음료나 내 정신을 쨍하게 깨워줄 카페인이 든 커피만을 바라보고 신선한 공ㄱ이를 위한 공기청정기에 관심을 쏟을 뿐 공기 물.. 그 존재는 잊는다.

살면서 우리주변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 노동들은 그냥 공기이고 물일 뿐이다.

엄마... 라는 것도 그렇지 않을까

제자리에 있으면 편하지만 없으면 티가 나는 것

그래서 엄마들이 하는 살림이라는 것이 그렇게 안할때만 티가 나는 건지도 모르고

 

인물들이 살아있고 끝까지 지가의 정체성을 버리지 않고 끌고간다. 쉽게 하하호호 화해하지 않는 것도 맘에 든다. 사실 현실에서도 쉽게 해결하기 힘든 문제다

가영이 아빠같은 사람이 보통이고 또 그렇게 나쁜 사람이라고 할 수도 없다.

각기 자기자리에서 제 할일을 하는게 뭐가 나쁘냐는 것 , 그리고 40년을 그렇게 교육받고 인지하고 살아온 사람이 갑자기 죽을 날을 받아놓은게 아닌 이상 바뀔리는 없다.

절대 변할거같지 않은 가부장인 아버지

조용히 할말 다하면서 내 권리를 주장하는 엄마

그리고 쿨하고 이기적인 그래서 때로는 도피처가 되기도 하는 언니

내가 돌봐줘야할 막내동생같은 친구 주환이

그 사이에서 가영이가 점점 자라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좋아했던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지만 결코 미워하지 않는다.

항상 내가 그 입장에 되지 않으면 모든 걸 알 수 없다.

축구시합 사건이 없었다면 가영은 끝내 엄마를 이해못했을 수도 있다.

가영은 여자로 태어났지만 어쩌면 사고방식은 철저한 남자아이인지도 모른다.

누군가 희생은 당연하다는 것.. 뭐 그건 조금 이기적인 사람이면 남녀없이 할 수 있는 생각이기도 하지만 .. 모든 딸들이 엄마를 다 이해하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내가 엄마이고 아내이고 며느리이기전에 나 자신으로 살고 싶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꿋꿋하게 살아내는 엄마 윤서영씨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설령 지금의 별거가 쭈욱 이어질지모르겠지만...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결국 딸들도 엄마를 이해하기 시작했으니까

 

이 작품에서 독특한 캐릭터.. 언니 가희다

꽤 시니컬하고 잘난척하며 극도의 이기심을 보이면서도 한순간 여러지며 눈물 흘리고 세상에 드러내어 창피한 일의 기준이 제나름 독특하다는 것...

꽤 매력적인 인물이다.

그리고.. 의외로 가영이 고모들이 착하다.

올케의 반란에 뭐라고 하더라도 결국은 함께 도와주는 것  뭐 좋은 마음으로 하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당번이라고 항상 와준다는 것 그 자체는 꽤 괜찮은 편이다.

손아래 올케라고 무시하고 맘대로 하지 않는 것은

뭐 구성상 그것까지 넣으면 이야기가 너무 복잡해지려나?

나의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의 도움으로 이루어진다는 것

그 누군가에게는 그게 의무이고 직업일지라도 나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라는 것이 늘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돈 키호테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18
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 김정우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탁하신대로 돈 키호테 나리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그분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미치광이 기사입니다. 그분의 행동으로 우리 모두가 얻은 즐거움에 비하면 그분이 말짱해진 다음에 보일 사려깊은 행동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시나 보군요. 그렇게 되면 그분의 재치와 매력은 사라지겠지요. 산초 판사의 재치도 덩달아 잃게 되고요. 두 사람의 재치있는 말과 행동은 어떤 우울한 상황도 즐겁게 만드는 능력이 있거든요. 아무튼 당신은 그분을 몹시 염려하여 행한 일이니 그만큼의 복을 받으시겠지요. 자 안녕히 돌아가십시오"

                                                                                 p299

 

돈안토니오의 이 말이 돈키호테의 의미를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 아니었을까

누군가의 눈에는 한심하고 정신없는 미치광이에 불과한 늙은이지만 그게 세상에 준 즐거움 유쾌한 소동도 가치가 있었다.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그를 놀리고 조롱하면서 느끼는 카타르시스라고 해도 좋고 지루하고 피폐한 일상에 쉼표같은 재미를 준것이라고 해도 좋다. 그의 엉뚱한 기행은 가치가 있다.

그 엉뚱함속에 돈키호테 스스로 살아있음을 느끼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의 매력이 드러난다.

불의를 참지 않고 정의를 위해 용감하게 달려들줄 알고 누구든 가리지 않고 옳은 말을 하는 것 그리고 누군가를 향한 사랑을 어떤 유혹에도 흔들림없이 지속하는 것.. 세상사람이 가져야할 미덕을 모두 가진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미쳤다고 한다는 건 세상이 잘못되어있다는 것뿐 다른 의미가 없다.

산초는 어떠한가

배고프고 춤고 힘들다는 현실을 모두 알고 투덜거리고 겁을 내고 징징대지만 결코 돈키호테를 버리지 않고 때로는 깜짝놀랄만한 지헤를 보여주기도 한다.

미쳤다는 걸 알고 간혹 핀잔을 주지만 자기가 모시는 기사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그의 세게를 존중해주는 마음 그건 요즘 말로 하면 배려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높은 사람이라 하사하고 시혜를 베풀듯이 내리는 것이 아니라 그와 눈높이를 맞추고 함께 미쳐버리는 것 그리고 그 세게를 함께 공유하는 배려를 보여준다.

배움이 잚은 무지렁쟁이지만 기본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인간에 대한 예의를 보여주는 사람 남들은 미치광이라고 손가락질 해도 빛바랜 기사도를 지켜나가는 사람 그들이 돈키호테와 산초였다

 

어린시절 읽었던 책의 기억에는 풍차를 거인이라 여기고 돌진하는것. 엉터리 기사 수여에 감겨하는 것 양떼들 사이를 돌진하다가 매맞는 것등등  소동을 일으키는 사건들만 있었다.

햄릿과 대조되는 인간형으로 돈키호테형인간형

고민하고 머뭇거리는 햄릿과달리 일단 행동하고 저지르고 보는 인간형

어떤 인간형이 더 나은가는 사람마다 다르다.

 

다만 그렇게 국어 시험에 나오는 저돌적이고 허무맹랑한 인간이라고 기억했던 돈키호테의 매력을 다시 느낀 계기가 되었다. 이번 겨울엔 완역본에 도전해볼까

 

"라이팅 클럽의 주인공이 미국으로 도망치듯 가면서  가져갔던 단 한권의 책 " 돈 키호테"

길고 긴 외롭고 힘들고 추운 시간을 함께 견딘 책이라고 나왔을때도 궁금했다.

이 허무맹랑한 노이네가 희망이었다니...

그러나 이제는 알거가다.

어떤 상황에서도 기사도를 잃지 않는 품위를 가진 진정한 기사였음을 알겠다.

남들이 미쳤다고 손가락질을 해도 묵묵히 자기의 믿음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주인을 무조건 따랐던 종자까지...

이 둘과 함께라면 어디서든 견딜 힘이 생기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동네 전설은 창비아동문고 268
한윤섭 지음, 홍정선 그림 / 창비 / 201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골로 전학온 아이가 있다.

동네 친구들은 그 아이에게 동네 전설을 이야기한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하지만 확실하게 각인을 시키듯이 ....

흔히 시골에서 볼 수 있는 무서운 이야기라고 치부해버리기엔 너무 실감난다.

아들이 죽고 남은 노부부는 병에 걸리고 그 치료약으로는 어린 아이의 간이 필요하다

그 간을 구하기 위해 아이들을 잡아간다.

죽은 아이를 낳은 여자가 아이를 뱀산에 묻고도 그 아이가 그리워 매년 찾아오는데 죽어서도 잊지 못하고 그 곳을 해맨다,

일제시대 강제 노동을 하다 죽은 독립투사가 자기가 노동한 아카시아나무를 찾아온다.

염하는 노인네는 어려 죽어버린 자식들을 대신할 아이를 잡아간다,

이게 뭐,, 하고 무시하고 싶지만 그래도 등골이 으스스하다.

그리고 아이들은 함께 행동한다.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서 ... 하지만 그렇게 아이들은 친구가 되고  동질감을 느끼고 그들만의 은밀한 비밀도 갖게 된다,

 

어쩌면 준영은 아이들에게 마을의 전설에 대해 들었을때 부모님께 이야기할 수도 있었다.

아이들이 이러이러한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인지 아닌지.. 물어볼 수도 있고 사실을 알아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어쩌면 사실이 무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것이다,

뭔가 함께 나누는 것이 있고 그걸 함께 느끼고 동질감을 느낀다는 것 그러면서 알게 모르게 조금씩 가까워지고 친해져가는 과정 그것이 더 중요하다.

어른에게 도움을 청하면 쉽게 해결될 수도 있고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아이들은 어렵게 고민하고 걱정하고 두려움을 느낀다. 어쩌면 아이들이 그렇게 어른에게 쉽게 도움을 구하지 않고 혼자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그 순간.. 아이는 성장을 하는 것같다.

데미안에서 왜 싱클레어가 프란쯔에게 협박당하는 사실을 부모에게 말하지 않고 혼자 끙끙거렸는지.의아해 했지만 이책을 읽으며 자연스레 알거같다.

혼자만의 비밀을 갖는것 나의 미빌과 내가 정면으로 마주하고 고민하고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하는 그 순간이 사춘기의 시작이고 성장의 시작이 아닐까

부모는 뭐든 내게 털어놓고 상의하라고 하지만 어쩌면 부모가 개입하기 애매하고 개입해버리고 나면 스스로가 나약해 보여서 자존심이 상하는 문제들이 생기는 순간이 성장이 아닐까

 

준영은 그렇게 마을의 전설을 아이들과 함께 나구고 두려워하고 은밀한 동지감을 느끼면서 서서히 성장한다. 여름이  어느새 지나고 가을빛치 눈에 보이듯이 그렇게 준영도 점점 득산리에 동화되어가고 득산리 아이가 되어간다. 그리고 자란다.

내가 막연히 두려워하든 실체인 돼지 할아버지를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그 마음을 알고 세상 어떤 음악보다 아름다운 밤나누에서 밤이 후두둑 떨어지는 소리를 함께 듣는다.
돼지 할아버지와 함께 나눈 새벽의 시간이 또다시 준영을 한뼘 자라게 한다.

누군가를 이해하게 되는 일.. 성장은 그렇게 이해의 다른말이고 두려움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용기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등 뒤에서 간접적으로 사실을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느끼고 마주하면서 알게 되는 진실들이 더 값진것으로 남는다

 

덕수를 비롯한 아이들이 왜 새로운 아이에게 득산리 마을의 전설을 이야기하고 겁을 주는지는 명확하게 나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하지는 않다.

덕수 패거리들이 준영을 위협하려고 하는 의도가 아니라 그들 나름의 새로운 친구를 맞이하는, 어색함을 없애는 한가지 방법으로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인듯하다.

누군가와 무섭고 은밀한 것을 나누면 더 친해진다. 함께 어색해하며 들어간 귀신의 집에서 나올때는 두 손을 꼭잡고 얼굴을 마주보며 안도의 웃음을 나눌 수 있는 것 처럼 함꼐 공포를 경험하고 약간의 짜릿한 나쁜 짓을 경험하는 것이 친밀해지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그 누구도 영악하지 않고 위악을 떨지도 않아서 좋았다.

그게 자칫 밋밋해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선하고 생각이 깊은 아이들이 보여주는 아이다운 악동짓이 더 마음에 든다. 밤서리를 하면서도 돼지 할아버지를 걱정하기도 하고 방앗간집 할머니의 죽음에 함께 상여꾼이 되려는 마음에서 아이들의 마음이 보인다,

 

읽는 내내 그 전설이 사실인지 어떻게 결론이 날지 궁금했지만 책장을 덮으면서 그건 중요한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정말 그런 일이 있었는지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그렇게 무서운 사람들인지보다 그 은밀한 전설을 통해서 아이들이 자라는 것 더 친밀해지는 걸 느끼고 나도 모르게 득산리에 적응해가는게 더 좋았다.

 

작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하면서 세세하고 단순한 아이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큰 격랑은 없지만 일상적이면서도 그 안에서 크게 요동치는 아이들의 마음이 손에 잡힐듯 느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지 않는다는 말
김연수 지음 / 마음의숲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그중 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건 지지 않는다는 말이 반대시 이긴다는 걸 뜻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깨달음이었다. 지지 않는다는 건 결승점까지 가면 내게 환호를 보낼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안다는 뜻이다. 아무도 이기지 않았건만 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그 깨달음이 내 인생을 바꿨다.

 

 

유행가의 교훈이란 이런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 가장 좋은 것을 좋아하자 하지만 곧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이 나올텐데 그때는 그 더 좋은 것을 좋아하자. 물론 더 좋은 것도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다른 더 좋은 것을 좋아하자 아무튼 지금 여기에서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것만 좋아하자.

....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최고의 삶이란 지금 여기에서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삶을 사는 것이리라. 물론 가장 좋은 삶이라는 건 매순간 바뀐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런 식으로 제대로 산다면 옛날 좋아했던 유행가를 들을 때처럼 특정 시기를 떠올리게 하는 경험들을 많이 할 것이다.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없다고 해서 하기 싫은 일을 반드시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없으니까 하기 싫은 일은 더구나 하지 말아야지.

 

아마도 어른들이 나중에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 지금은 공부하라고 말하는 때의 그 나중에 얼마든지 할 수 있다던 그 일을 할것이다,이건 지금의 나에게도 해당하는 일이다. 인생은 왜 이다지도 긴 것일까 그 이유는 긴 인생의 눈으로 조망할 때에만 지금 이 순간의 의미가 분명해지기 때문이 아닐까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야 하고 어른들은 말하지만 그건 다 뻥이다. 애들은 싸우면서 서열정하는 법과 복종하는 법을 배운다. 아마도 어른들은 자란다는 것은 질서에 복종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 생각없이 펴든 책에서 날카로운 송곳을 발견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무심코 집은 책에서, 그냥 설렁설렁 눈으로 훓어가다가 한구절에 마음에 와서 콱 박혀버리는 순간.. 사실 다시 돌아가 읽어보면 별 말아니고 아무것도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 순간 그 구절에 내게 와서 꽂혀버렸다는 건 내가 감추고 있다는 것조차 잊어버린 내 가장 약하고 부끄러운 부분과 맞아떨어졌기때문이 아닐까 한다.

 

한때 벌떼처럼 몰려서 누구나 손에 들고 인용하던 하루끼를 부끄러운 말이지만, 읽지 않았다.

처음 나왔던 노르웨이의 숲을 손에 들었지만 영 진도가 나가지 않았고 그의 문체가 자꾸 겉돌기만 했다. 세련되고 현대적이고 감각적이라던 그의 글들이 촌스럽고 고지식한 나에게 맞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의 단편들이나 소소한 에세이는 열심히 많이... 아마 전부 읽지 않았을까

그러면서 그의 단순하지만 경쾌하고 쿨한 사고방식이 어떤건지 알았고 작가이면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 달리기를 하고 샐러리맨처럼 시간을 정해 글을 쓰고 요리를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는 생활방식도 맘에 좋아하게되었다. 흔히 작가라고 하면 날밤을 새고 쬐죄죄하고 헝클어진 머리를 가진 종류라고 생각하고 반듯하고 시계추같은 생활은 절대 하지 않을거라고 믿었는데 그게 아니라는게 나름 나에게 충격이었다. 그리고 아.. 반듯하고 성실한 사람이 뭘해도 되는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하루키가 생각났다. 그의 달리기에 대한 몇몇 책들과 해외거주시 썼든 에세이들 일상생활에 대한 담담한  소감들을 쓴 글들이 자꾸 오버랩된다.

그렇다구 누가누구를 따라하고 모방했다는 생각이 든건 아니고 이 지구상에 바슷한 사람도 많ㅇ고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도 만히고 같은 일을 하면서 같은 생활방식을 가진 사람들도 있구나 했다.

그리고 그의 몇몇 문장들이  이유없이 내 속살을 찔러대고 있었다.

저 위의 구절이 어째서 나를 찔러대는건지는 지금은 잘 모르겠다.

그래 그랬지 하는 공감도 있었고 지금 내가 고민하는 것을 단순하고 경쾌하게 진단해주는 경우도 있었고 내가 생각하면서도 뭐라고 표현하지 못한 걸 쉽게 글로 나타내기도 했다. 다만 그것뿐인것이 약해있는 나를 찔러 상처주고 있었다.

원래 체력이 떨어지면 감기도 쉽게 걸리고 쉽게 상처입고 쓰리지는 법이니까

우연히 나랑 같은 동네에 사는 어떤 젊은 (이제 젊다고 할수 없을지 모르겠지만) 작가가 내가 다녔덨 곳을 이야기 하면서 내가 고민하고 혹은 고미하는 지도 모르면서 힘들었던 어떤 문제에 대해서 경쾌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샘나고 속상하고 부끄러운거였던거 같다.

그러고 보면 나도 이 작가의 소설은 읽은게 없고 이런 에세이만 두권째 읽고 있다.

이제 조금씨 소설을 찾아봐야겠따는 생각이 든다

왠지 하루끼때와는 달리 조금은 공감하는 부분도 있지 않을까 하는 끌림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