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정원에는 코끼리가 산다
마이클 모퍼고 지음, 마이클 포맨 그림, 김은영 옮김 / 내인생의책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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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공부를 통해 마이클 모퍼고를 처음 만났다.

그의 책들은 역사적인 어떤 사건이나  혹은 실제 있었던 사소한 일들을 모티브로 삼아서 이야기를 꾸려낸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전쟁, 홀로코스트, 난민이나 이민자  팔레스타인이나 이스라엘의 이야기등등

우리가 살면서 큰 줄기를 알지만 세세한 그 결을 살피기 힘든 사건들을 작게 쪼개어서 그 섬세한 결을 보여준다.

전쟁이 났다 사람들이 많이 학살되었다 도시가 파괴되었다.

이런 큰 흐름만 알고 지나가면 그 속에는 사람이 들어있지 않다.

그저 사물화된 사건이 내 앞에 나타났다가 사라질 뿐이다.

하지만 숫자들로만 이루어진 기사와 다르게 이야기는 그 속에 살아있는 사람을 하나하나 보여준다.

폭격을 당한 곳은 우리와 같은 사람이 살았던 곳이다. 우리가 오가는 골목이나 들리게 되는 작은 가게 주말에 찾아가는 도서관이나 동물원이  바로 우리가 사소하게 생각하고 다니는 곳이 사건의 배경이 되는 것이고 숫자로 기록되는 사망자의 숫자나 피해액은 바로 우리가 어제 만났던 혹은 언젠가 스쳤던 누군가의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우리가 사실을 알고 인식하기에는 기록이나 기사가 유익할 수 있지만

이야기를 통해서는 그 속에 살아있던 숨쉬고 있던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저 숫자로만 차갑게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피를 가진 인간을 만나게 된다.

 

이야기의 힘은 우리에게 어떤 사건을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이고  그 속에 고통받았던  납작하게 엎드려야 했고 견디고 살아낸 혹은 죽어버린 사람의 이야기라는 걸 보여준다.

어떤 대상을 인식하는 것과 공감하는 것

그것이 기록과 이야기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내가 아는 이차대전에서 독일은 언제나 나쁜 놈이었다. 일본과 더불어

나치 히틀러와 언제나 같은 맥락에서 전쟁을 도발한 전범국이었다는 것

하지만 이 이야기속에서 배경이 된 드레스덴 폭격이야기도 처음 들었다.

전쟁 막바지에 보복을 위해서 무고한 도시에 퍼부은 폭격이 사람들을 얼마나 망가뜨리고 힘들게 하는지를 담담한 이야기를 통해 보여준다. 전쟁에서는 이긴쪽이든 진 쪽이든 전쟁을 도발한 쪽이든 당한 쪽이든 모두가 피해자라는 것

결국 고통받는 건 인간이었고 동물이었고 모든 살아있는 것들이라는 것

전쟁과 무관한 사람들이 당하는 고통이라는 걸 담담하게 이야기는 보여준다.

 

동물원 조련사였던 엄마가 데려온 아기 코끼리 마들렌

리지는 이 상황이 싫고 동생 칼리는 정말 좋아한다.

코끼리와 개의 갈등으로 인해 폭격을 피하게 된 리지 가족은 코끼리를 데리고 이모네 농장으로 피난을 가고 가는 길에 만난 낙오한 영국군도 함께 떠나게 되고..

많은 일을 겪고 우여곡절끝에 모두가 무사하게 전쟁을 마무리하게 된다.

코끼리와 함께 떠나는 피난이라는 조금은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오히려 위로를 받게 하고 힘을 주기도 한다. 전쟁이라는 건 누구에게나 어처구니 없고 어이없지만 그 속에서도 성장이 있고 위로가 있기도 했다.

전쟁을 배경으로 하지만 전면으로 내세우지 않고 그 속에 견뎌가는 사람들을 보여주면서 전쟁의 실상을 알게 해주는 이 이야기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연상케 하면서

이야기가 가진 힘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더불어 이야기의 힘이 얼마나 센지를 알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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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파람 할아버지 비룡소 걸작선 41
울프 스타르크 지음, 안나 회글룬트 그림, 최선경 옮김 / 비룡소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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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아버지가 없는 소년이 있었다. 친구의 외할아버지 이야기를 듣고 자기도 외할아버지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두 친구는 함께 양로원에 갔고 거기서 멜방 바지를 입고 친구와 똑같이 턱에 반창고를 붙인 닐스 할아버지를 만난다.

친구 베라때문에 오긴 했지만 우쎄는 닐스 할아버지를 외할아버지로 삼기로 했다.

그리고 함께 커피를 마시고 빵을 먹고 이야기를 하고 용돈을 받았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우쎄는 베라와 함께 할아버지를 찾아갔다. 함께 외출을 해서 할아버지가 아끼는  이야기가 담긴 실크 스카프와 넥타이로 연을만들기도 하고 누워 있는 할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서 서로를 알아가고 좋아하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함께한 외할아버지의 생일 세 사람은 함께 외출을 하고 할아버지가 좋았던 기억으로 남은 버찌서리를 하고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세상엔 쉽게 되는게 없단다. 연습만 하면 된다. 연습없이 되는 건 아무것도 없단다.

그렇게 서로 만나고 익숙해지고 서로 할아버지가 되고 손자가 되는 연습을 하면서 서로 알아간다.

그리고 닐스 할아버지에게 휘파람 부는 법을 배운 우쎄는 열심히 연습한다.

연습만 하면 되는 거니까..

다음에 만날땐 꼭 휘파람을 불어주기 위해 양로원도 가지 않고 연습한다 또 연습한다.

그리고 마침내 휘파람을 불 수 있게 된 날 두 아이는 길가에 핀 가장 아름다운 장미 한송이를 꺽어서 양로원으로 간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없다.

토요일 두 아이는 교회로 가고 우쎼는 마지막으로 할아버지에게 휘파람을 불어드리고 드디어 바람이 부는 언덕에서 연을 날린다.

함께 한 일상이 시간은 힘이 쎄다. 함께 먹고 마시고 자고 웃고 화내고 빈둥거리는 동안 보이지 않는 시간들은 차곡차곡 쌓여간다. 특별한 무언가가 있지 않아도 괜찮다. 함께 빈둥거리며 텔레비젼을 보거나 서로가 먼 산만 바라보면서 말없이 한참을 앉아 있어도 상관없다. 밥상에 앉아서 서로 대화가 없이 그냥 묵묵히 밥먹을 입만 벌려가며 있어도 상관이 없다. 그냥 그런 일상들이 쌓여서 추억이 될테니까.. 사실 그랬다 지난 더운 여름 아버지를 보내고 이제 더이상 그런 조금은 어색하고 미안하고 불편한 일상을 반복할 수 없다는 사실이 슬펐다. 뭔가 미안하고 잘못한 일들 좋았던 기억이 떠오르는 것이 아니었다. 그냥 귀찮아하면서 한귀로 흘려가면서 들었던 잔소리같은 것들 건성으로 대답하던 것들 그리고 사소한 반찬 투정들 툴툴거리는 짜증들 어쩌면 가까워서 어색하고 묻기가 난감했던 안부들이 이젠 그립다. 귀찮았던 전화통화  사소한 습관이 주는 불편함혹은 어색함이 이제는 그냥 추억이 되어버렸다. 살아있는 동안은 그저 시간이 쌓이는 일상이지만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을 건너면 그 모든 것은 추억이 되어버린다. 추억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겁고 무서운것인가를 처음 알았다. 그저 낭만적인 것 아름다운 것만이 아니다. 어쩌면 추억이라는 것은 이제 더이상 함께 할 수 있는 일상이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는 걸  여름을 견디면서 알았다.

예전 아버지가 암수술을 하고 회복하시는 동안 서울에 머물렀었다. 그때 난 무슨 베짱인지 아무리 암이어도 아버지가 돌아가실 리가 없다고 믿었다. 목숨이 오가는 심각한 암이 아니었다는 이유도 있지만 60을 앞둔 나이에 암이라는 건 보통일은 아니지만 난 아버지가 아무렇지도 않게 내 곁에 계실거라고 믿었다. 그건 믿음이 아니었다. 사실 이렇게 아비없는 딸이 되고 싶지 않다는 억지였고 투정이었고 궤변이었지만 괜찮을거라고 믿었고 내가 당시에 임신중이라는 핑계로 병원엘 자주 가지도 않았다. 어쩌피 고비를 지나면 괜찮아질거라고... 냉정하고 무심한 딸이라고 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병원이 두려웠다. 가면 아픈 사람만 있고 조금이라도 덜아프다는 것이 축복일 수 있는 공간이 두려웠다. 내가 병원에 가면 사실을 봐야하고 인정해야한다는 게 두려워서 그냥 욕을 먹고 피하자는 마음이 컸던거 같았다. 어쩌면 누구보다 다른 형제보다도 겁이 많아서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아버지는 병을 이겨냈고 당분간 부산 집으로 가지 않고 서울에서 회복기를 가졌다.

그때 아버지를 모시고 인사동으로 삼청동으로 안국동으로 간 적이 있다.

인사동 끝머리에 있는 조금에서 솥밥을 먹고 안국역을 지나 선재미술관을 지나 한옥이 있는 거리를 걸었다. 그땐 아버지는 목소리 잃었지만 걸음걸이는  편안했던 걸로 기억한다. (아예 말을못하는게 아니고 가래 끓는 소리를 내기 시작한 무렵이었을 것이다.)

예전 당신이 대학 다닐적에 입주과외를 했던 동네라고 하셨다. 당시 동숭동 대학을 다니면서 학비를 벌기위해 이 동네 어느 부잣집에서 입주과외를 했다고 아마 선재 미술관이 그 근처가 아닐까 싶다는 말들. 그때 남의 집이라 눈치를 많이 봤다는 것.. 배가 고파도 늦게 들어오면 밥을 달라고 할 수 없었다는 것 그래도 부잣집이라 먹거리에 궁색하거나 인색하지 않았지만 왠지 자격지심에 달라고 먼저 말한 적 없다는 것.. 그 때 학생은 지금 미국에 이민가있다는 것등등... 혼잣말처럼 하신 게 생각이 난다. 아마 그때도 난 건성이었을 것이다. 아버지의 고학이야기야 이미 알고 있는 것이고 아.. 이 부근이었구나 하는 생각 이상 한 적이 없었다. 어쩌면 아버지와 단 둘이 데이트라고 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라는 걸 그땐 몰랐으니까. 그 순간이 일상에서 추억으로 변해버릴 수 있다는 걸 그땐  몰랐다. 난 배가 부른 임산부였고 아버지는 암수술과 항암치료를 하는 환자였다.

그래서 느린 걸음으로 동네를 돌고 다시 인사동으로 와서 차를 마시던 기억이 난다.

어쩌면 조금 깊은 속내를 이야기 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냥 건성이었고 무덤덤했고 묵묵했다.

지금 그게 많이 아프다. 몰랐다는것도 미안할 수 있다는 걸 그땐 몰랐다...

그래서 이 동화책속의 우페가 부럽다. 무언가를 도모하고 이야기거리를 만들어내고 관심을 가지고 상대방을 바라볼 줄 아는 아이. 아이가 나보다 어른이다. 그래서 우페는 할아버지 장례식에서 담담하게 휘파람을  불 수 있었을 것이다. 난 그저 미안하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이렇게 갑자기 가실 줄 몰랐다고만 할 뿐이었는데.. 게다가 이건 반칙이라고 억지를 부리고만 있었다.

우페의 추억은 아름답게 기억될 것이다. 두 사람이 쌓은 일상은 담담하고 편안하다.

나는 .. 나도 담담하고 아름다운 추억이 많을 거라고 믿는다. 미안한 순간이든 아름답고 고마운 순간이건 이젠 그저 일상을 넘어선 무언가가 되었으리라 믿고 싶다.

내가 아버지를 많이 좋아하긴 했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아버린것도.. 이젠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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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문장들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지음 / 마음산책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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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가 생기면 제일 먼저 자전거 앞자리에 태우고 싶었다. 어렸을 때 내 얼굴에 부딪히던 그 바람과 불빛과 거리의 냄새를 아이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아버지에게 받은 가장 소중한 것 , 오랜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고 오랫동안 남아 있는 것. 집이 있어 아이들은 떠날 수 있고 어미새가 있어 어린 새들은 날갯짓을 배운다. 내가 바다를 건너는 수고를 한 번이라도 했닫면 그건 아버지가 이미 바다를 건너왔기때문이다. 나도 이제 열무를 위해 먼저 바다를 건너는 방법을 배워야 겠다. 물론 어렵겠지만..."  p 30-31

 

 

 

.그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다른 어떤 동물도 죽을 줄 아는 길로 걸어가지 않는데 왜 사라만은 그게 자기를 파멸시키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스스로 눈을 찌르는 것일까.....p49

 

 

 

'.... 키친 테이블 노블이라는 게 있다면 세상의 모든 키친 테이브 노블은 애잔하기 짝이 없다. 어떤 경우에도 그 소설은 전적으로 자신을 위해 씌여지는 소설이기때문이다. 스텐드를 밝히고 노트를 꺼내 뭔가를 한없이 긁적여 나간다고 해서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도 어떤 사람들은 짖장에서 돌아와 뭔가를 긁적이는 것이다. 그러고 이상한 일이지만 긁적이는 동안 자기 자신이 치유받는다. 그들의작품에 열광한 수많은 독자들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키친 테이블 노블이 실제로 하는 일은 그 글을 쓴느 사람을 치유하는 일이다. "  p 60

 

 

"그렇다면 왜 쓰는가? 사회를 개선시키기 위해? 문학을 쇄신하기 위해? 인류를 사랑하기위해?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 질문에 부정이 계속되었지만 그 해답은 찾을 수 없었다. ..........)중략) 그렇게 한달 정도 썼을 때쯤 이었다. 컴퓨터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들었더니 밤하늘이 보였다. 문득, 고독해졌다. 나는 지금 소설을 쓰고 있다. 오직 그문장에만 해당하는 일을 나는 하고 있었다. 그 소설이 어떤 평가를 받을 ㅣ 그 소설로 인해 내 삶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 그런 생각ㅇㄴ 하나도 들지 않았다. 그저 ㄴ는 지금 소설을 쓰고 있다. 그 문장뿐이었다. 그리고 그때까지 살아오면서 받았던 모든 상처는 치유됐다. 파스칼ㄹ의 회심과 같은 대단한 일이 일어난것은 아니었다. 나는 다만 나는 지금 소설을 쓰고 있다 라는 문장에 해당하는 행위가 어떤 것인지 단숨에 깨달으면서 파스칼의 지복과 비슷한 감정을 잠시 느꼈다는 말이다."p66

 

 

"..다음날 이삿짐 트럭을 타고 언덕길을 내려가면서 나는 그 언덕에서의 삶이 내겐 봄이었다는 사실을 ㄲ개달을 수 있었다. 꽃시절이 모두 지나고 나면 봄빛이 사라졌음을 알게 된다. 천만 조각 흩날리고 낙화도  바닥나게 되면 우리가 살았던 곳이 과연 어디였는지 깨닫게 딘다. 청춘은 그렇게 한두 조각 꽃잎을 떨구면서 가벼렸다. 이미 저버린 꽃을 다시 살릴 수 있다면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  p 152

 

 

 

" ....살아오면서 나는 많은 것을 배웠다. 영어 가정법 문장을 어떻게 만드는지도 배웠고 3차 방정식을 그래프로 옮기는 법도 배웠다. 하지만 내가 배운 가장 소중한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일 수 있는지 알게 된 일이다. 내 안에는 많은 빛이 숨어있다는 것 어디까지나 지금의 나란 그 빛의 극히 일부만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일이다. .....(중략)연잎이  주름지고 또 시든다고 하더라도 한때 그 푸르렀던 말들이 잊히지는 않을 것읻. 내게도 그처럼 푸르렀던 말이 있었다. 예컨대 글을 잘 읽었다. 라든가. 그거 좋은 생각이구나 네가 어떤 시를 쓸지 꼭 보고싶다. 같은 말들.. 그런 말들이 있어 삶은 계속되는 듯하다.p196

 

 

 

" 김시습이 맞닥뜨린 어둡고 어두울 정도로 어두운 밤은 아니었지만 중학교 2학년 시절 나도 어둡고 어두운 어둠을 본 적이 있었다. 그 어둠을 보지 못했더라면 나는 아주 하찮은 조각에 불과알지도 모른다. 어둠을 똑바로 바라보지 않으면 그어둠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 제몸으로 어둠을 지나오지 않으면 그 어둠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  어둡고 어두울 정도로 가장 깊은 어둠을 겪지 않으면 그 어둠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 그건 중학교 2학년생에게는 너무 가혹한 수업이었지만 또 내 평생 잊히지 않는 쉅이기도 했다." p 202

 

한권의 책을 읽고 누군가를 안다고 한다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얼마나 위험한 짓인지는 잘 알고 있지만 이 한권을 읽고 나니 이 작가라기 보다는 인간 "김연수"에 대해 조금 알거 같다는 건방진 생각이 들었다.비슷한 때에 학교를 다녔고 같은 노래를 들었고 얼추 닮은 경험치를 가져서는 아니다.

 

어쩌면 살면서 가장 비루하고 찌질했던시절에  한줄의 글이나 한권의 책이 준 위안을 풀어놓은 이 책이 그땐 나도 그랬다는 그리고 이미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 나도 이렇게 한권으로 위안을 받을 수도 있다는 걸 배운다.

작가가 앞에서 다시는 이런 글을 쓸 일이 없을거 같다고 한 것 삶을 설명하는데는 한문장이면 충분하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 것처럼 나도 더 이상 돌아볼 시간은 없다.

돌아본다고 되돌릴 수도 없고 그 모든것이 다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시간이 흘러도 추한 것은 여전히 추하고 비루한 것은 비루하며 부끄러운 것은 낯도 들지 못하게 부끄럽다. 그래도 어쩌랴 그게 모두 내가 살아오고 저지른 나의 삶인 것을

작가는 그렇게 자기의 단편들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아련해지기도 하고 희미하게 미소짓기도 하고 많이많이 미안해하기도 한다. 나도 함께 였다.

왜 김광석은 그 젊은 나이에 죽었는지.. 왜 꽃잎이 피는 것이 지는 것 보다 더 처연하게 보이는 때가 있는 것인지 나무나 사소한  일에 분노하고 너무나 사소한 일에 위로받는 것이 과연 괜찮은 것인지  왜 즉석떡볶이는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맛이나 요리 폼새가 달라지는 것인지.. 내가 부모에게 받았던 것들이 나중에 내가 부모가 되어서야 이해가 되어버리는 것인지 나도 작가와 함께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된다.

 

소설 쓰는 사람에게 참 할말은 아니지만 다른 어떤 소설보다 더 좋았다.

이전 읽었던 이후 작품인 지지않겠다는 말.. 보다도 좋다. 내게는..

어쩌면 가장 겸손하고 솔직하게 드러내는 글은 어느 순간이 아니면 영영 나오지 않은 것이여서인지도 모르겠다.

아뭋든 내게도 푸른 청춘은 있었다는 걸 문득 알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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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쓰는가 - 글로 먹고사는 13인의 글쓰기 노하우
김영진 외 지음 / 씨네21북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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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어떻게 쓰는가? 무엇을 쓰는가?

어떻게 하면 잘 팔리는 글을 잘 읽히는 글을 쓰는가?

결국 답은 일단 써야한다는 거다.

무엇을 쓰든 어떻게 쓰든  길게 쓰든 짧게 치면서 쓰든간에 일단 쓰고 볼일이다.

일단 써야 누군가가 읽을 것이고 뭐라고 평이라도 할것이고 그것이 돈이 되든가 밥이 되든가 할게 아닌가.

여러권의 글쓰기 책을 읽었지만  그런 책을 읽는다고 해서 모든 이론을 섭렵했다고 해서 글을 잘 쓸 수 없다.

일단은 쓰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이책의 장점을 꼽으라면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소설가나 작가 뿐 아니라 철학자 평론가 칼럼니스틀 그리고 기자들의 기사 판사의 판결문 그리고 목회자의 설교까지 모든 것이 글로 시작해서 글로 끝난다.

글을 쓴다는 직업이 이렇게  많다는 걸 세삼 느낀다.

예전이  일찌기 알았더라면 내가 진로를 선택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쩌면 그래서 이 책은 질로고민을 하는 청소년에게 읽히는 것도 나쁘진 않을거란 생각도 들었다.

글이라는 게 작가만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걸 이제사 알게 되다니..

 

글을 가장 잘 쓰는 방법은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거라고 믿는다.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말한다.

사실이더라.

여기에 실린 모두가 자기의 일을 솔직하게 털어놓았겠지만 그 중에도 독자의 입장에서 이 사람은 정말 자신의 일을 모두  진실되게 고민하고 고민해서 털어놓았구나 싶은 글이 있었고 역시 몰입해서 읽었다.

물론 나는 서투른 독자이므로 내 판단을 모두 믿을 수는 없지만 암튼 그렇다.

그렇게 해서 와닿은 글은 기자의 글 동화작가의 글 그리고 예전 판사의 글이다.

내가 얼마나 내 글앞에서 고민하고 고민하는지가 행간에서 읽혔고 내 글이 가지는 책임에 대해 무거워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나혼자 잘 사는게 무슨 소용이냐고 고민하던 동화작가의 글에서 괜히 뭉클하면서 어정쩡한 인생을 살아온 내가 미안해졌다.

 별거 아닌 책이랄 수 있는 글쓰기 책에 모든 자기의 비밀을 털어놓고 자상하게 조언해주는 기자의 글도 좋았다. 짧게 끊어서 써라. 작은 것에 집중하라  사람을 드러내고 그 성격을 드러내라  담담하게 써라...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어떤 사고를 하고 어떤 자아를 가졌는가를 보여준다는 것

글을 쓴다는 것이 무섭고 두렵다는 것 그래서 더욱 매혹적이라는 걸 보여주었다.

 전직 판사의 글은 한때 내 아버지를 생각할 수 있게 해 주어서 개인적으로 좋았다.

남들이 볼때 명예롭고 부럽고 모든 걸 가졌을 거라고 믿는 사람이 가지는 책임감의 무게를 알게 해주었고  원칙과 법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재판도 인간의 일이라 사람에 대해 고민하는 부분이 감동적이었다. (어쩌면 얼마전까지 재미있겍 본 드라마의 영향인지도 모르겠다...)

 

결국 이 책에서 내가 건진건 어떤 상황에서  어떤 글을 쓰든간에 솔직하게 나를 드러낸다는 건 큰 감동까지는 아니어도 소소한 울림은 충분히 줄 수 있다는 거다.

그렇다고 다른 필자들이 위선적이고  가식적이란건 아니다.

나의 앎의 깊이가 얕아서 미처 이해하지 못한 걸테니까../

상업적인 글이건 문학적인 글이건 실용문이건 글쓰기 앞에서 사람은 진지해지고 솔직해진다.

목욕탕 거울앞에 선 기분과 같지 않을까 한다면 너무 통속적이겠지만 그만큼 자신을 들여다 보는 일이 아닐까.

글쓰기는 그래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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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사춘기 푸른도서관 58
김인해 지음 / 푸른책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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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아이를 두고서 사춘기에 대한 책을 열심히 읽고 있다.

내 아이의 사춘기를 어떻게 지내야 할지 답을 구하고자 열심히 읽지만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아니 이론적으로는 완전히 숙지가 되었지만 행동은 전혀...

 

사춘기 아이들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문뜩 깨닫는게 있다.

아이가 문제가 아니다.

어쩌면 아이는 그 정당하게 그 나이에 건너야 할  강을 건널 뿐이다.

길을 걷다보니 강이 나왔고 강이 나왔으니 건너야지,,,, 그 자리에서 멈출게 아니라면 강을 건너야 계속 앞으로 나갈게 아닌가.

그렇게 강을 건너려고 몸도 젖어야 하고 숨도 차고 물에 대한 공포감도 이겨내야하고 암튼 뭔가 힘들고 짜증나고 곤란한 일들이 앞에 펼쳐있을 뿐이다.

미리미리 수영을 배웠더라면 쉬 건널 수 있을 것이고 첨으로 물과 마주해서 물에 대한 공포감 없는 무대포라면 또 쉽게 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설프게 수영을 하고 막연하게 물에대한 공포를 가진 보통의 아이들은 물이 두렵고 젖는것이 싫고 힘든것이 싫을 수 밖에 ..

그러니 짜증나고 나도 모르는 호르몬작용이 일어나면서 물을 건너기 위한 적합한 몸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아이들은 그렇게 건너야 할 강을 건너는 중인데 어른들이 오히려 안달이다.

왜 젖냐고.. 왠 겁을 내냐고 남들은 쉽게 가는 걸 너는 왜그렇게 어렵게 건너냐고 혹은 너무 생각없이 위험에 덜컥 덤비냐고..

나도 한때 건넜던 그 강은 어쪄면 아련한 기억만 남기고 모두 지워졌나보다.

더 이상 어떠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나는 이렇게 힘들게 건너지는 않았을거라는 막연한 근거만 가졌다.

그러니 사춘기의 아이들과 어른들은 부딪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그렇게 어른들이 문제인지 모른다.

어쨌든 아이들은 강을 건널 것이다.

아무리 어른들이 잔소리하고 걱정하고 야단을 쳐도 아이들은 제각각 제가 생긴대로 아는대로 강을 건너는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건너는 강을 깊게 만들고 물살의 흐름을 막아버리거나 바꾸는 건 어른들이다.

세상을 살기 쉽지 않게 만들고 외롭게 하고 내 뜻을 알아주지 않는 것은 어른 탓이다.

옆에서 누가 죽어나도 시험을 봐야하고

이게 아닌데 하면서 엄마와 대립해야하고 서로 연민도 가져야하고

내잘못도 아닌데 사회에서 주눅들고 앞날이 어두워진다.

내 의지와 다르게 행동하고 남의 뜻에 휩슬리기도 하고 후회하지만 돌이키기 쉽지 않다.

그리고 부모와의 관계는 미워서 미워서 미워할 수 없는 관계가 된다.

멀리 도망가지만 결국은 돌아가게 되는 사이..

 

어쩔 수 없이 건너야 하는 강이 사춘기라면 조금이라도 쉽게 편하게 건너면 좋겠다.

아픔도 상처도 다  성장이 된다고 하지만 그건 어른들이 쉽게 무책임하게 할 수 있는 말이다.

쉽게 별 거 아니거든.. 하고 무심하고 별거 아니라고 하면서 아이들을 깊고 물살이 센 강으로 밀어내면 안된다

왠만하면 쉽게 견딜만큼만 견디다 보면 어느새 강을 다 건너있기를...

그리고 돌아보면 그리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될 만큼만 힘들기를

 

그래서 정말 우리보다 근사한 어른이 되길 바란다.

우리가 미안해서 얼굴이 붉어지고 고개를 들지 못할만큼 근사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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