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빈자리 낮은산 키큰나무 8
사라 윅스 지음, 김선영 옮김 / 낮은산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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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이미에게는 불행한 일이 연달아 일어났다,

아끼던 고양이 미스터가 죽었고 아빠는 바람이 나서 가출했고 이모는 사고로 기억상실에 걸렸다

행복했던 집을 떠나 새로운 도시에서 컨테이너 집에서 이모를 돌보며 살기 시작했다.

낯선 환경과 더 바빠진 엄마 좁아진 집 없어진 내 방 그리고 어린 아이가 되어 늘 똑같이 반복하는 이모... 제이미는 그게 자신에게 일어난 불행의 전부라고 믿었다,

그런데........

잊고 싶은 기억이 생겨버렸다,

 

이야기는 아이러니하다

사고로 머리를 다친 이모는 계속 기억을 되찾기위해 노력한다,

사고 이전의 기억을 뚜렷한데  그 이후의 기억은 30분을 넘기지 못하는 이모를 위해 기억의 실마리를 찾가아며 이모의 기억을 살리려고 한다

반대로 제이미는 기억을 잊어버리고 싶다,

영원히 누구도 모르고 나도 모르게 그냥 그렇게 사라져버리기를 바래고 또 바랬다,

버터 스카치 사탕의 맛이랑 얼굴이 눌리는 촉감같은 건 영원히 지구에서 없어지기를...

강한 충격이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사람은 방어기제가 작동한다,

방어기제는 스스로 살기위해 생기는 것이다,

내가 살기위해서 모른 척하고 아닌 척하고 남탓을 하고 그리고 잊어버린다,

해리는 가장 어두운 기억이고 가장 강한 방어기제이다,

우리의 제이미는 그 방어기제를 간절히 바란다,그러나 잊고싶은 기억일수록 너무 또릿하게 각인되어버렸다,

제이미는 학교에서도 무시받고 없는 듯한 존재이고 엄마앞에서도 아무것도 말 할 수 없다,

아빠와 헤어지고 이사를 한 후 엄마는 공장에 다니느라 바쁘고 이모를 돌보느라 바쁘고 그리고 이젠 오븐에 구운 소고기 요리 돼지 갈비 샐러드 쿠키와 케잌 대신 간단한 마카로니 치즈와 제로콜라에 의지할 뿐이다,.

학교에 찾아온 아서씨의 수업  그리고 짧은 아서씨와의 대화

이웃에 사는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괴상한 소녀 오드리

꼭 이 두사람이 싫어서라기 보다 제이미는 누군가와 가까이 하면서 자기의 기억 혹은 비밀의 봉인이 해제될까 두려웠던 거였다,

따뜻한 말한마디 무심한 친구와의 농담속에서 진심이 튀어나오고 그 봉인된 기억이 튀어나올까봐 두렵다, 그래서 그들이 더 싫다, 오히려 무시하고 조롱하는 선생님이 더 편하다.

기억을 봉인을 확실히 하고 싶은 마음에 오드리의 최면술에 응하지만 자기가 말해버렸을까봐 더욱 두렵다,

절대 누구도 알아서는 안돼 절대,,,,

 

결국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과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 기억은 서로에게 위로가 된다,

네 잘못이 아니야, 니가 잘못한게 아니야

그 한마디에 제이미는 그냥 무너지고 비밀은 사라졌다,

말해버리면 누군가가 알아버린 비밀은 더 이상 힘이 없다,

 

마지막의 헤피앤딩이 너무 비현실적이라는 이도 있다,

그러니 한 아이가  아닌척 하며 견뎌내고 버티는 이야기에 이런 동화같고 환상적인 앤딩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너무 잘 견디는 것처럼 보이고 그렇게 보여야 한다고 믿는 아이에게 이정도의 희망은 괜찮지 않을까 적어도 책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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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와 여우, 그리고 나 독깨비 (책콩 어린이) 32
패니 브리트 글, 이자벨 아르스노 그림,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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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작은 아이가 많이 힘들어했다,

친한 절친과 드디어 한 반이 되었다고 좋아했던 학기초와 달리 한학기가 채 지나기도 전에 모든게 달라졌다. 아이는 절친과 둘만의 시간을 원하고 둘만의 시간을 원했지만 그 아이는 새로운 친구도 좋아했고 모두 함께 놀기를 원했다. 이런 저런 갈등이 생기고 화가 나고 토라지고 말하지 않고 같이 놀던 무리에서 떨어져 나오고 학교를 가고 싶지 않은 마음까지 ...

내 자식이라 팔이 안으로 굽음과 동시에 내 아이의 문제도 명확하게 보였다,

친구는 독점하는 게 아니다. 여럿이 함께 놀아보는 것도 괜찮다

그 아이의 마음도 배려해줘야 한다,

내가 좋은 게 늘 상대에게도 좋은게 아니다

먼저 다가가고 양보를 해봐라..

사실 아이가 정답은 알고 있다. 그러나 해답을 몰랐다

나도 그걸 알지만 마음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느낌 그래야만 하지만 하기싫은 마음

왜 나만 틀려야 하는지 억울한 마음

결국 아이는 학교를 거부했고 이틀을 쉬었다 그리고 시간을 견디고 다른 친구가 생기긴 했지만 절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첫사랑만이 지독한게 아니었다,

첫 절친 친구와 단둘이 나누는 은밀한 우정과 둘만의 비밀같은 소녀소녀한 과정을 꿈꾸던 딸아이의 꿈은 깨졌다.

 

왕따는 그 이유를 찾는데서 시작하면 안된다,

그 상황 자체를 보아야 하는 일이다,

왕따 당할만하더라 .. 이 선입관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날이 진화하는 it기술처럼 왕따도 진화한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어디 하소연할 곳없는 아이들은 마음을 바늘로 무장하고 어디든 걸리면 찔러버린다, 이유가 없다. 내가 살고 봐야하는 절박함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가 가진 바늘을 나보다 약한 곳으로 찌른다. 아이들은 순수한만큼 정확하게 상대를 알아본다. 나보다 약한 아이 나보다 만만한 상대

이 책이 좋았던 것은 주인공의 왕따 이유가 나오지 않는다,

모든게 불분명하다.,

왕따를 시키는 여왕벌들에게 물어도 정확한 대답을 못할것이다.

그냥 마음에 안들어서 괜히 미워서 귀찮아져서 우리랑 다르니까,,,

일단 지금 이 순간의 사건을 보아야 하고 아이 마음에 근육이 붙기를 기다려야한다, 혼자 견딜 수 있는 근력 나를 존중할 줄 아는 근력  세상은 의외로 넓다는 걸 알게 되는 근력까지

그리고 평범하고 아무 생각없어 보이는 아이들에게도 근육운동을 시켜야 한다,

사람을 따돌리는 건 죄악이다.

누구든 "놀아주는 '것이 아니라 놀아주고 손을 내밀어 함께 잡는 것이라고

모른 척 하는 것  상관없다고 여기는 쿨함도 잘못이라고 말해서 근력을 키워져야 한다.

내가 먼저 손잡고 말걸고 하는 것이 좋은 처방일 수 있다고 말이다,

 

주인공은 제인에어를 읽으며 혼자 위로하고 치유한다,

예쁘지 않고 마르고  아무것도 가진 것없는 고집장이 제인에어에게 마음을 주면서 그의 행복을 빈다. 그리고 나의 행복을 꿈꾼다. 로체스터와의 결혼이 깨어지고 마음이 수천개로 조각난 제인에어를 보며 나도 절망하지만 그래도 영원한 두사람의 사랑에 다시 안도하는 것에서 위로를 얻는다. 아이에게 가만히 책을 읽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그것만으로 위안이 된다는 걸 알게 된다, 적당한 책을 찾아 읽어주고 들려주는 것 그것 뿐이다,

어떤 조언이나 위로보다 읽어주고 가만히 안아주고 하는 말을 듣는것

나는 아이에게 그걸 하지 못했다,

늘 해결책을 제시하고 니가 변해야 한다고 충고 나부랑이나 하고 있었다,

상담공부를 한답시고 나는 이론만 알고 있었다,

"제발 그냥 들어달라고.....내 편이 좀 되주면 안돼? 나도 안다고  알지만 지금은 내 편이 좀 되 주면 안돼나교.." 아이가 울면서 소리칠 때야 나는 멍하게 이해를 했다.  바보다

누구나.. 아이도 해결책을 모르는 게 아닌데

세상의 모든 정답이 정답 노릇을 하는게 아니다

이론이 확실해도 늘 다른 실제는 존재한다

사람사이의 일들  사람의 일들은  그 일의 종류만큼 관계의 수만큼 제각각 예외들이다,

 

누군가가 제아이가 왕따를 당한 아이와 "놀아주다가'  힘들어져서 잠깐 멀리 했더니 자기아이더러 왕따 주동자라고 하는 바람에 그 아버지에게까지 전화가 오고 난리난 적이 있다고 하면서 마지막에 덧붙였다 꼭 왕따당하는 애들은 이유가 있더라,,,

순간 욱했다,

이유가 있다니... 그래 이유가 있겠지만 그 이유가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고 어떤 말대꾸도 받지 못하고 없는 존재로 취급받을 이유가 되냐고 되받아 치고 싶었다,

밤늦게 전화한 그 부모가 순간 욱해서 한건지 며칠을 고민하다 한건지 알고나 하는거냐고

무조건 들이대고 싶었지만 못했다. 그놈의 교양때문에,,,,

 

아이는 사 준 책을 한 참 뒤에 읽었다,

읽고 난 소감이 어떠냐고 묻지 않기로 했다. 너무너무 묻고 싶어서 입술이 달싹거렸지만 억지로 참았다, 아무 말이 없었다, 읽었으니까..

 

아이는 이제 새학년을 잘 지낸다. 누군가에게 너무 매달리고 깊이 사랑하지 말자는 걸 배운거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상처받지 않을만큼 다가가는 법을 배운 아이는 어른에게 한발짝 다가가 있다, 마음을 닫는 방법 내가 덜 아픈 방법  그걸 알게 하고 싶은 건 아니었는데,,,

나를 덜 다치게 하려고 다가가지 않은 방법을 택한 아이에게 그건 아니라고는 말하지 못했다,

새 친구들이 시크하다고 한다는 말을 들었을때  순간 울컥했다, 어쩌면 좋은 뜻일지도 몰라,,,나를 위로한다, 내가 너무 깊이 오해할지도,,,

 

아이는 커가며 아이다움을 버리고 어른의 방식을 택할것이다,

그리고 단단해 지는 만큼 외롭기도 할거고  아 모르겠다 뭐가 좋은 건지는

아직은 좀 더 상처받고 넘어져도 충분히 괜찮다고 하고 싶지만 동시에 아이가 아픈 것도 싫다

나 역시 상처를 받기보다는 조금 멀리 떨어져 있기로 한 사람으로 뭐라고 충고도 못하겠다

 

 

아이에게 사주기만 하고 뒤늦게 책을 읽으면서 괜히 내가 아프다

담담하게 책장을 덮는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는데 내가 자꾸 주변을 서성인다,

괜찮니? 물어보고 싶어서

 

책이 아이를 담담하게 하고 나를 들쑤셔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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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일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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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은 후 당신은 절대 리뷰를 쓰거나 페이퍼를 써서는 안된다
그의 글을 인용해 베끼느라 시간을 낭비해서도 안된다.
그냥 쓰기시작하라 그리고 고치고 또 써라
그러기 위해 나도 이제 그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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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덩이 창비청소년문학 2
루이스 새커 지음, 김영선 옮김 / 창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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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년 그리고 5 대에 걸친 이야기가 퍼즐처럼 서서히 그 윤곽을 드러낸다,

운동화를 훔쳤다는 누명으로 초록캠프로 가게된 스탠리 그리고 그의 고조할아버지가 돼지를 훔친 이야기. 그리고 케이트 바로우의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얽히고 엮이면서 스텐리와 제로의 관계가 이어지고 이야기는 멋지게 마무리 된다,

복잡한 이야기지만 흡입력은 대단하다,

처음엔 그냥 성장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스텐리가 뚱뚱하고 자신없던 외모가 근력이 생기고 홀쭉해지고 어른이 되어가듯이 자존감을 회복하고 자아를 찾는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지만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스텐리는 처음부터 자존감이 바닥인 소년은 아니었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현실을 그냥 받아들이고 꾸역꾸역 자기가 맡은 일을 해내는 뚝심을 가졌다. 게다가 부모님이 걱정할까봐 거짓으로 편지를 쓰는 섬세함마저 가지고 있다.

보여지는 부분은 비참할지 몰라도 그 아이의 내면은 원래 단단한 아이였다는 걸 두번 읽으며 알게 된다 그 아이의 힘은 결국 낙천적인 부모에게서 왔고 그 부모 역시 온갖 일을 겪고 돈을 모조리 잃고 난 다음에도 낙천적일 수 있는 조부모 그리고 어쩌면 사소할 수 있는 돼지를 훔쳤다는 생각을 오래오래 잊지 않고 간직하고 있는 고조할아버지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온간 불행을 고조할아버지 탓으로 돌리던 집안의 내력은 알고 보면 그렇게 웃고 넘기려는 여유고 유머였던 거 같다,

결국 고조할아버지가 평생을 가지고 있던 집시여인에 대한 죄의식은 나중에 스텐리로 의해 다 풀린다. 그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결국 운명은 제로와 만나게 하는 거였나보다,

잘못된 시간 잘못된 장소란 애초에 없었을 것이다,

조금 이른 시간 조금 늦은 시간이 잇고 조금 어색한 장소가 있을 수는 있지만 모든 시간 모든 장소는 다 의미가 있다,

스텐리가 매일매일이 더 최악이라고 여기며 파던 구덩이 역시 그리 헛된 장소나 시간은 아니었다,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아직 꿈을 꾸지 못하고 꿈을 찾지 못한 아이들에게 꿈을 찾으라고 큰 그림을 그리라고 독촉하기 전에 지금 하루하루의 일과를 묵묵히 해내는 미련할만큼의 성실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떨까

물론 그 미련한 성실성이 엉뚱한 방향을 흐를 수 있고 시간 낭비라는 걸 알게 되는 날도 있겠지만 내가 최선을 다했던 일은 그 결과가 어떻게 되건 내겐 좋은 시간이 되고 좋은 의미로 남지 않을까 싶다, 스텐리처럼 말이다,

그가 무언가를 원하고 꿈꾸지 않았지만 묵묵하고 지속적인 행동이 선을 가지고 오고 행운을 가지고 오지 않았던가,,,

작은 퍼즐을 꾸준하게 맞춰나가는 하루하루의 의미도 생각해볼 만하다,

 

이야기가 복잡하지만 그래도 잘 읽히는 건 이 책 곳곳에 숨어있는 유머들 때문인거 같다,

인물의 행동이나 사고 그리고 불쑥 불쑥 드러나는 작가의 유머코드는 엉뚱하지만 발랄하다,

심각한 사건을 조금 비켜서서 재미있는 일로 받아들이는 여유가 책 전체에 있고 그 작가의 감성이 스텐리에게 고스란히 느껴진다,

 

아이는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갖게되더라도 좋은 동기부여가 되면 좋겠다,

자신의 구덩이를 구덩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꾸역꾸역 파는 끈기가 갖고싶다고 생각하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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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자서전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시현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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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 본 티비 프로' 속사정 쌀롱'의 주제는  '내가 부러운 팔자?"였다,

존경심이나 숭고함이 아니라 속물스럽고 통속적일지라도 부럽다 싶은 팔자가 누구냐는 주제였다,

여러명의 인물이 나왔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모두가 닮고 싶고 존경하고 훌륭하다고 하지만 그렇게 될 자신은 없다. 그들의 삶은 인정하지만 나더러 그렇게 살라고 한다면 못할거 같다고 하면서 입을 보아 선택한 제일의 팔자는 페리스 힐튼이었다,

보면서 나도 키득거렸지만 그네들의 결정이 틀렸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훌륭한 인물을 꼽는 것이 아니라 최고로 부러운 팔자를 말하는 거라면 그것이 옳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훌륭한 것과 부러운 것은 다를 수 있다,

 

"나는, 나 자신은, 완전한 나는 , 참된 나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힐껏 과거를 돌이켜본다고 해서 완전한 나를 알 수는 없겠지만 참된 나는 알 수 있다.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한 사람의 기억은 그것이 아무리 사소해 보일지라도 사실은 내적자아와 가장 참된 자아를 반영하고 있다,

 

나는 삶을 사랑한다, 때로는 나락으로 떨어진 듯 절망하고 날카로우운 비참함에 온몸이 꿰이고 슬픔에 몸서리치기도 했지만 '살아있다'는 것은 위대한 것임을 여전히 확신한다, 

 

꽤 두꺼운 그녀의 자서전을 다 읽었다,

한때 그녀의 작품에 푹 빠져서 모든 책을 게걸스럽게 읽어치운 적이 있었다,

이젠 모든 이야기가 뒤죽박죽되어 기억이 헝클어졌지마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탐정은  회색 뇌세포를 가진 포와로와  전혀 탐정같지 않은 탐정 미스마플이다,

그 이야기에 빠지면서 생각했드랬다,

모든 죽음에는 이유가 있구나...

어떤 살인도 정당화 될 수 없는 것이지만 그래도 그 사람이 주어야 할 이유는 있다는 생각을 했던 거 같다. 사소하게 억울하게 죽은 것이 아니라 무언가 누구에게 상처를 주 었고 아픔을 주었기때문에 죽음을 맞을 수 박에 없다는 생각.

그래서 보면 그의 책에서 살인자는 늘 슬펐고 죽음을 당한 사람이 진정 악인이었다는 기억이 난다.

단순하지만  긴장감을 느낀 플롯과 주변을 묘사하는 섬세함이 모두 있어서 그녀의 책을 좋아했던 거 같다. 아무래도 남자보다는 여자가 소녀시절 읽는 추리물로는 그녀의 작품만한 게 없다. 아슬아슬한 긴장감과 함께 달콤하고 세세한 일상을 엿보는 기분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 책을 덮으면서 나는 내가 제일 부러운 팔자는 바로 다른 사람이 아니라  애거사 크리스티가 아닐까 싶었다,

부유하고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냈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경제적인 어려움과 두번의 세계전쟁을 겪었던 인물이지만 그 시대에 세계일주를 두 번이나 했고 소심하고 내성적이고 귀가 얇은 성격이라고 하면서도 강단있게 하고 싶은 것은 모두 하고 만 여성이었다,

심지어 두 번의 결혼조차 꽤나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 있는 딸은 영리하고 엄마를 이해하는 딸이었고 언제나 든든한 키다리아저씨같은 언니가 있었다는 것 통속적으로 나름 그 시대의 복부인인 듯 여기저기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다는 것도 부러웠다,

무엇보다 가장 부러운 것은 전혀 작가가 될 생각이 없이 어느 순간  글을 써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시작한 집필이다,

"써보기전에는 알 수 없는 것이지 않겠니?'하는 낙천적이고 적절한 순간 갖게 된 엄마의 조언도 부러웠다. 맞는말이다.  시작하기 전엔 그것이  잘 될 지 잘 되지 않을 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일단 시작해야하는 것이다,

작가가 될 생각도 없었고  자신이 작가라고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써낸 책들이 출판되고 잘 팔리고 돈이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작가가 되어 있었고 재미있어 보였던 희곡쓰기에 도전해서 그것도 커다란 명성으로 이어지는 것

원하는 순간에  돈 걱정 없이 세계여행을 떠나고  관심 가졌던 고고학 발굴에도 참여하게 되는 등등의 그녀의 삶을 돌아보면 그녀만큼 팔자좋다고 할 사람이 또 누가 있을까 싶었다,

아 세상에 내가 한때 열심히 탐독했던 책들을 이런 사람이 쓴 것이구나...

내가 조금 더 젊은 나이에 이 자서전을 읽었더라면 실망하고 화가 났을지 모르겠다. 전혀 어려움도 없고 갈등도 고민도 없어보이는 여자가 쓴 책에 그렇게 빠졌을까 후회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느정도 나이를 먹고 속물근성을 가지게 된 지금 그녀의 자서전은 재미있고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진다,

그녀는 주저하고 도망가고 싶어하고 부끄러워했으면서도 앞으로 계속 나아가고 있었다,

이것이 끌리면 주저하면서도 계속 해 나갔고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 그냥 하지 않았다,

그녀의 선택이 알맞게도 그녀의 능력만큼이 되었고 그것이 빛을 발했다고 볼 수 있다,

이야기는 "빨간머리앤'이나 "작은 아씨들'처럼 구체적인 묘사로 상상을 일으키며 읽을 수 있었는데 무엇보다 그녀가 작품을 쓰게된 동기나 창작에 대한 생각을 써놓은 대목들이 좋았다,

그녀의 일생을 보면서 아 이런 경험이 이런 작품을 쓰게 했겠구나 하는 짐작을 하는 것도 좋았고 다시 그녀의 추리물을 읽어볼까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최근 읽은 그녀가 다른 이름으로 출판한 책들에 대한 언급도 흥미를 끈다,

어쩌면 조금 정신없는 구성이지만 연대순으로 잘 짜여지지 않았다는 점도 좋았다,

내가 잘 아는 친근한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이야기는 자주 옆으로 새어 나가고 중간중간 긴 잔소리같은 푸념과 연설도 곁들여지지만 그래서 더 인간적이고 흥미로웠다,

이제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좋은 팔자인 그녀를 알게 되면서

그 팔자라는 것이 결국 스스로 헤쳐만들어낸  사람의 지도라는 생각을 한다,

길게 보진 못해도 그 순간순간 행복하고 집중했던 그녀의 삶을 읽으며 나도 아직은 많은 시간이 남았다고 생각하기로 한다,

미스마플과 많으 닮았을거라고 생각한 그녀의 모습은 의외로 오히려 빨간머리앤을 많이 닮아 있다,. 어쩌면  시간대는 달라도 여자로서 어떻게 살것인가 에 대해 조금 생각해 볼 수도 있지 ㅇ낳을까 싶은 책이다,

책이 아닌 맨 얼굴의 그녀를 만나게 되어 정말 반갑다.

무엇보다 내 생각과 많이 다르지 않았고 다르다고 여긴 부분도 더 좋았음에 더 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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