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나카오 사스케 지음,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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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농경은 인류가 자급자족할 수 있음을 의미하게 되었고, 산업혁명 이전까지 다른 종과 다른 인류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 물론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도 필수적인 요소이기에, 인류가 어떻게 농경을 시작했고, 수없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발전해온 농경의 역사를 살펴보고, 우리에게 익숙한 작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작물을 기른 농경의 발전상을 살펴보며 역사를 알아가는 다른 발자취를 알고 싶어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은 책의 목적이나 접근 방식에 다소 오해가 있었던 점이다. 마치 총,,쇠처럼 농경에 대한 사회과학적 접근을 통해 인류의 역사를 살펴본다기보다는 농경에 포함되었던 식물의 종에 대한 변천을 기록한 과학책에 가깝다. 인류가 성공한 재배 식물의 기원들을 살펴보는 식물학의 관점에서 서술된 기록이다. 저자도 초반부에서 밝히듯 농경의 기원과 관련해 이와 연계된 문화적 의미, 제도적 변화, 사회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농지 제도, 농경 의례나 종교의식 등과 같은 정신적 활동도 제외하고, 오직 저자의 표현대로 종자에서 위장까지의 과정을 다룬다. 사실 식물학에 대해선 문외한이라 걱정도 되었지만 의외로 미시적인 접근 방법으로 농경에 사용되는 재배 식물에 초점을 맞춰 살펴보는 재미가 있었다.

 

  저자는 농경문화를 이루는 기본 복합체로서 석기 시대 현재까지 전세계를 통들어도 네 가지 계통만 존재한다고 말한다. 물론 각각의 계통에서 갈라져 나온 하위 계통은 있지만, 크게 4가지 계통으로 나뉘며 이를 통해 작물의 종류가 독립적으로 생겨난 것인지, 전파된 것인지 확실히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전파 경로는 물론 인간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감자류 재배를 뜻하는 근재 농경문화(사탕수수, 타로감자, , 바나나), 사바나 농경문화(동부콩, 손가락조, 호리병박, 참깨), 지중해 농경문화(보리, 완두콩, 순무, 소맥), 신대륙 농경문화(감자, 강낭콩, 호박, 옥수수)가 바로 그것이다. 책 초반부에 표시된 그림을 통해 세계 지도위에 펼쳐진 농경문화들의 발생지와 전파 경로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잘 정리되어 있어 책을 읽기 전, 그리고 책을 덮은 후 한번 더 책 내용의 흐름을 살펴보기 쉽다.

 

  재배 식물 중 각각의 하나를 쫓아가며 우리가 흔히 먹고 있는 식물의 야생 기원은 현재와 많이 다르고, 인간이 끊임없이 종자를 선택해 품종 개량을 이뤄낸 결과물이라는 점을 상세하게 살펴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가령 바나나의 경우, 야생종에서 재배종으로 우량화하는 것이 무종자 과실로 진보한다는 점으로 우연히 수분 등의 자극이 없었음에도 열매가 맺혀 발육하는 돌연변이 변종을 발견해 이런 변종만 골라 심고 보호한 것으로 이뤄냈다는 점이 신기했고, 같은 종의 재배 식물 중에서도 지속적으로 개량화되거나 또는 필요성이 떨어져 방치된 상태로 야생 상태로 자라나는 잔존식물로 남는 등 다양한 재배식물의 양상을 살펴볼 수 있어 좋았다. 또한 신대륙 농경문화로 지금은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기존 우리나라에서 재배하지 않고 수입해온 작물인 고구마와 감자 등의 신대륙 농경 문화를 살펴보는 것도 새로웠다. 다만, 일본인 저자이기에, 당연하지만 일본의 재배 식물과 비교하는 파트가 많아 우리나라의 재배 식물들과 비교하는 내용도 알 수 있다면 하는 바람도 느꼈다


  25년에 걸쳐 12회의 동아시아 각지 및 히말라야 전역 등에 걸쳐 탐험 조사를 마친 후 폭넓게 전 세계의 재배 식물에 대해 직접 연구하고 모습을 살펴본 전문가로서, 의견을 개진해나가는 작가의 말에 신뢰감을 느끼고 흔히 우리가 단편적으로만 바라보았던 농업의 역사를 다름 아닌 현재까지 존재하고 있는 작물을 통해서 살펴보고, 이를 만들어낸 주체가 특정 소수의 인물이 아니라 전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함께 오래전부터 이뤄낸 것으로 바라볼 수 있어 굉장히 신선했다. 작가와 역자의 말처럼 농경문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읽어보는 것을 추천드리고, 책의 판형이나 페이지 수는 많지 않기에, 이따끔씩 책을 읽다보면 우리 식탁에 오르는 작물들의 역사를 관심있게 살펴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농경문화의 문화재는 농기구나 농업 기술보다 살아 있는 재배 식물과 가축의 품종이 더욱 중요하고 가치가 있다. 농업이란 살아 있는 문화재를 선조로부터 물려받아 소중히 기르고 자손에게 물려주는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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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 북
다니엘 립코위츠 지음, 이정미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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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 북




  레고는 어릴 때 선망의 대상이었다. 친구집에 놀러가 처음 마주한 레고는 멋짐 그 자체였다. 여러 레고 브릭들을 조립해 하나의 거대하고 단단한 건물을 세울 수 있다니. 비싼 가격에 많은 종류의 레고를 갖고 놀지는 못했지만 수많은 조각들을 하나둘씩 정신없이 맞추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만들다 어느 새 형태가 잡혀가고 최종적으로 레고를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으로 세상을 다 가진 마냥 행복하고 뿌듯했다. 어른이 되어 우연히 선물로 받은 레고를 조립해보며 새삼 레고가 정말 디테일하다는 사실에 감탄하고 무수히 다양해진 레고 종류에 소중하고 싶은 경우가 한둘이 아니다. 레고 북은 레고 본사에서 레고 블록 탄생 60주년을 맞아 직접 기획해 레고 그룹의 최고 경영자가 서문을 쓸 정도로 공식적으로 레고에 대한 모든 것들을 알려주는 책이기에 비단 나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있는 수많은 레고팬들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하고 읽고 싶어할 책으로 생각된다. 빅북 사이즈 크기의 하드커버에 풀컬러로 구성되어 레고에 대해 생생하고 볼 거리가 많은 화려한 책으로, 감탄이 절로 나올만큼 수많은 레고 종류들이 페이지마다 가득하고 잘 정리되어 소장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책은 크게 3가지 챕터로 되어 있는데, 레고가 지나온 역사를 담은 레고이야기’, 수없이 많은 종류의 레고 시리즈를 살펴볼 수 있는 레고 플레이 테마’, 마지막으로 완구에서 나아가 다방면의 엔터테이먼트에서 콘텐츠로서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레고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레고 월드이다. 단순히 레고 시리즈들을 안내하는 기존의 카탈로그가 아니라 안쪽 튜브와 위쪽의 스터드로 그들이 확고히 정립해온 레고의 아이덴티티와 나무장난감에서 시작해 조립용 장난감으로 만들게 된 브릭의 등장으로 넓힌 무한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레고의 역사, 놀이를 통해 아이들 스스로 학습하고 조작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체득할 수 있으며 이를 확장해 모든 연령대의 빌더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나아간 모습들에 레고 브릭을 만드는 공정까지 사진으로 모두 살펴볼 수 있어 그야말로 레고가 설립된 이래 어떻게 성장해왔는지 마치 그들의 브릭처럼 하나하나 이야기 쌓여 거대한 성장 스토리를 전체적인 흐름으로 살펴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또한, 80여종이 넘는 레고의 테마세트들을 함께 살펴볼 수 있는데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각 테마별로 세트에 포함되어 있는 구성들을 두 페이지에 걸쳐 설명과 함께 풍부한 사진들로 지면을 꽉 채우는데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걸 참기 힘들 지경이다. 레고 세트를 구성하는 건물, 이동 수단 등의 조립물과 미니 피규어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귀엽고 아기자기하면서도 어떻게 이 많은 다양성을 표현할 수 있을까 감탄이 나온다. 레고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표현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에 있지 않을까. 현대 도시에서 바닷속, 우주, 캐슬, 킹덤 등을 비롯해 기차, 레이싱과 같은 탈 것과 거대한 중장비와 움직이는 놀이동산의 놀이기구, 상상 속 세계를 표현하는 등장인물들과 모험 세계를 비롯해 스타워즈, 디즈니, 해리포터, DC코믹스, 마인크래프트 등 수없이 많은 콘텐츠와의 콜라보까지. 레고로 표현하지 못할 세계가 있을까 싶다. 그리고 레고 테마들도 시간이 흐를수록 같은 테마 내에서 추가되는 구성들이 생겨나는 역사를 살펴볼 수 있고 물론 기획한 의도 중 하나이겠지만 레고 애호가들로서는 편리하게도 각 레고테마에 담긴 조립물들을 살펴보면 레고 부품 번호가 작게 덧붙여져 있어 원하는 레고 테마들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마음 같아선 전부 다 사서 조립하고 완성해보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는 만큼 눈으로나마 수없이 많은 레고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개인적으로 조립해보고 소장하고 있는 레고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레고 그룹의 현재와 나아가려는 방향도 책을 읽으며 함께 엿볼 수 있는데, 레고 스토어와 테마파크 형태의 레고랜드는 물론이거니와 비디오 게임, 블록버스터 영화와 전 세계의 창의적인 빌더들이 직접 조립하고 창조해낸 예술작품들까지. 레고의 세계는 끊임없이 확장해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단순히 아이들의 장난감이 아니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레고의 매력을 새삼 느끼고 감탄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레고에 대해 잘 알지 못하거나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이 책을 통해 매력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꼭 읽어보기를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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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를 걷는 여자
거칠부 지음 / 더숲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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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를 걷는 여자



  에베레스트를 비롯해 수없이 높은 산들이 즐비한 히말라야 산맥은 개인적으로 일생에서 언젠가 직접 가보고 싶은 버킷리스트 중 하나이다. 얼마 전 읽었던 바쿠의 신들의 봉우리에서처럼 이름만 들어도 압도적인 느낌이 드는 에베레스트와 안나푸르나, 로체 등의 산을 내 자신이 직접 등반하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가 많이 따르겠지만 히말라야를 따라 트레킹해보는 건 가능하지 않을까. 그 또한 전문적인 산악경험이 없는 나에게도 굉장한 도전이 될테지만 히말라야를 걷고 직접 눈앞에서 하늘 아래 가장 높은 봉우리들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만 해도 벅차는 일이 아닐까 싶다. 산악인은 아니지만 한라산과 지리산 등 우리나라의 높은 산을 오를 때, 온몸이 힘들고 지치지만 묵묵하게 오랜 시간 걸으며 스스로의 한계에 도전하는 그 시간 자체가 의미 있었고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하는데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스스로에게 많은 것을 물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함께한 사람과의 연대와 산을 오르며 바라보았던 멋진 풍광은 덤으로 최고의 순간들이었다. 기회가 온다면 히말라야를 꼭 가보고 싶고, 6년간 6천킬로미터를 걸은 저자만큼은 아니더라도 꼭 히말라야 속을 함께 하며 길을 걷고 싶기에, 오랫동안 경험한 저자의 생각과 그 과정에서 어떤 감정들을 느꼈을지 이야기를 듣고 싶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고, 히말라야 산맥이 이렇게나 드넓은 지 전혀 알지 못했다. 괜히 여러 나라의 국경에 걸쳐진 것이 아니었다. 초오유, 로체, 칸첸중가, 안나푸르나 등의 높은 봉우리와 포카리 등은 그나마 익숙한 지명이었지만 그 외 저자의 루트에 등장하는 수많은 지명과 길들은 전혀 들어본 적이 없어서 전체적인 지도를 머리말 앞에 배치하고, 각 챕터마다 루트를 표시한 지도를 덧붙여두어 그나마 전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일반인으로 보기에 지리적으로 어떤 길을 간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워 구체적으로 트레킹을 준비하고 잘 아는 분들에게 보다 맞을 듯하다. 각 챕터는 루트별로 구분되어 있는데, 이만큼 많은 트레킹을 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히말라야 트레킹을 일반인이 혼자 하기는 어렵고 네팔 현지 여행사를 통해서 가게 되는데 가이드, 세르파, 포터 등으로 구성되어 함께 떠나게 된다. 저자는 함께한 주요 인물들의 이름을 서두에 표기하고 고마움을 표현할 만큼 트레킹의 목적으로 그들을 고용한 것이지만 함께 여행한 감정과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들 중 하나는 빠져들게 하는 히말라야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었다. 온통 새하얘서 땅과 하늘을 구분할 수 없는 순간이나 까마득한 암벽 절벽을 철제 사다리들을 이어 만든 것에 의존해 내려와야만 한 것, 자그마한 사람 앞에 거대하게 서있는 봉우리들과 발 아래 펼쳐진 구름바다와 길을 도저히 찾을 수 없는 눈으로 된 사막과 같은 풍광은 사진으로봐도 경외심을 일으킬 정도이다. 저자와 함께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책의 서술 역시 트레킹 계획을 짤 수 있도록 알려주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안내서라기보다 저자가 히말라야 오지들을 트레킹하며 경험했던 이야기, 사건들, 인물들과 있었던 스토리를 중심으로 수필 또는 기행문 형식으로 이루어져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일화를 중심으로 트레킹을 살펴볼 수 있었다. 히말라야를 따라 트레킹을 하며 만난 오지에서 그 높은 히말라야 산맥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새로웠다. 다만, 히말라야를 왜 가고, 어떻게 가는지에 대해 친절하지 않아 배경지식이 없는 독자로서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고 여행을 통해 느끼는 생각과 감정들에 대한 깊은 고민보다는 여행 중 있었던 스토리 중심으로 이루어져 저자의 생각을 많이 엿볼 수 없어 다소 아쉬웠다. 하지만 히말라야 트레킹을 준비하는 마음가짐과 실제 히말라야 트레킹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구체적이면서도 진솔하게 살펴볼 수 있고 이야기가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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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 도구의 세계 - 행복하고 효율적인 요리 생활을 위한 콤팩트 가이드
이용재 지음, 정이용 그림 / 반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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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 도구의 세계



  모처럼 아주 콤팩트하고 유용한 실용 서적을 만난 기분이다. 책이 정말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책은 300페이지가 안되는 분량임에도 조리 도구의 A부터 K까지 64가지 종류들에 대해 적으면 1페이지, 많으면 6페이지 정도만으로도 각 조리 도구의 용도, 사용 방법, 추천하는 형태나 재질, 유지 및 관리 등에 이르기까지 모자람 없이 디테일하게 설명해준다. 흔히 주방마다 있는 조리 도구들부터 지퍼백이나 유산지 등의 소모품과 조리 방법에 따라 분류된 조리 도구들의 세계로 안내한다.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보편적인 것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도 사용하는 조리 도구까지 간간히 살펴볼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A5사이즈 정도로 가볍고 부담없이 다가오며 사진이 아닌 단색으로 그린 스케치형태의 표현으로 이해를 돕는데 작가가 초점을 맞춘 것처럼 책의 형태와 내용 구성마저도 콤팩트하다. 작가가 밝히다시피 저자의 개인적 이유나 스토리에 방점을 두어 자칫 책이 늘어질 수 있음을 경계해 정말 조리 도구와 관련된 질문과 관련된 효율적인 답이 압축적으로 꼼꼼하게 담겨 있는 느낌을 받는다.

 

  작가의 말에서도 나오다시피 개인적으로도 효율적인 요리를 하기 위해선 어떤 도구가 필요할까 고민한 적이 많았고, 정작 나에게 필요한 도구를 찾은 경우에도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각양각색의 도구들에 어느 것이 좋은지 명료하게 정리된 경우를 찾기 힘들었다. 때문에 이 책을 읽고 반가움이 앞섰는데, 책을 읽고 나서 기대 이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고 궁금한 내용은 모두 담겨 있으면서도 필요할 때마다 자주 찾아볼 수 있을 책이다. 집에 조리 도구들부터 살펴보게 되었으며 앞으로 조리 도구를 구입할 때 두고두고 도움을 받을 책으로 믿음이 간다. 많은 선택지 중에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단호하면서도 신뢰를 주는 문장으로 군데군데 위트있는 표현들로 읽는 즐거움도 준다.

 

  저자가 책의 의도에서부터 밝히듯, 지나치게 실용을 따지거나 전문가의 영역의 관점에서 조언을 하는 것이 아니라 효율의 개념이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인정하고 최대한 보통의 가정에서 좁은 공간과 넉넉지 않은 예산 앞에서 도움을 주는 도구를 고를 수 있도록 알려준다. 1~2인 가구를 비롯해 이제 막 자신의 부엌을 꾸려나가는 20~30대에 보다 적합한 책이며 나름의 부엌을 꾸미고 조리 도구에 대한 자신의 주관을 세운 분들도 무심코 사용했던 도구들에 대해 다시 살펴보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사용 빈도가 현저히 낮은 단목적 도구의 불필요함과 조리 도구를 고를 때 인터넷 오픈 마켓 검색 결과를 통해 나오는 수많은 선택지 중 적정한 용량과 무게, 가격대 등을 디테일하게 알려주며 각 조리 도구별로 어떻게 구비해야하는 지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진작 이 책을 먼저 읽었더라면 현재 내 주방에서 잠자고 있는 조리 도구를 사지 않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하고, 우연히 잘 산 경우에는 마음이 놓이기도 하며 희비가 엇갈린다. 조리 도구를 사서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고 올바른 상태인지 확인하는 방법 및 오래 유지하며 관리하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또한 미처 내가 알지 못했던 조리 도구도 많았는데, 슬몃 하나 사볼까 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저자는 어떤 요리를 많이 할 경우에 필요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구비할 필요가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모든 저자의 말을 반드시 따라야할 필요는 없겠지만 수많은 조리 도구들 앞에서 길을 잃은 분들에게 깔끔하면서도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고 다양한 조리 도구에 관해 조언을 해줄 이 책이 아마 많은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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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 나라 - 마의태자의 진실
이상훈 지음 / 파람북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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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 나라



  개인적으로 2년 전쯤 작가의 전작인, ‘한복입은 남자를 굉장히 재밌게 읽었다. 루벤스가 그린 한복입은 남자 그림을 토대로 조선왕조실록에서 후대의 기록이 사라진 장영실의 삶과 연계해 중국, 이탈리아를 넘나들며 역사적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해 의문이 나는 역사적 사건과 사건 사이의 미싱 링크를 작가의 상상력을 동원해 채워넣음으로써 또 하나의 이야기가 되었다. 설령 그것이 역사적 증거와 사실이 부족하더라도 역사가가 할 수 없는 소설가만이 펼칠 수 있는 내러티브라는 점에서 읽는 즐거움이 있었다. 그 뒤 다음 작품인 제명 공주는 미처 읽어보지 못했지만 이번 작품인 김의 나라를 접하게 되었을 때, 이번에는 어떤 역사적 상상력을 살펴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가 컸다. 삼국사기에서 신라 마지막 경순왕이 나라를 들어 고려에 귀순한 것을 비통하게 여겨 개골산에 들어가 슬피 울다 죽었다라는 다소 행방이 묘연한 문구로 역사 속에서 사라진 마의태자의 삶에 작가는 역사적 상상력을 발휘해 인물에게 새로운 숨을 불어넣은 뒤, 중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여진족 금나라와 연결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설정이 역시나 놀라웠고, 흥미로웠다. 작품 제목인 김의 나라가 의미하는 바는 신라는 내물마립간 이래 김씨가 왕위를 계승해왔고 따라서 최후의 태자였던 마의태자도 본명은 김일로, 후대 금나라로 불리우는 여진의 시조에서 황실의 뿌리가 신라에서 왔다는 기록을 바탕으로 금나라의 역사가 곧 우리의 역사라는 바를 이야기로 펼쳐낸다.

 

  한복입은 남자를 읽을 때도 느꼈지만 작품을 순수한 소설로서의 매력을 말하고자 하면 그리 좋지는 못하다. 문장 자체로서 흡입력이 있거나 번뜩이는 경우는 많지 않다. 표현력이 뛰어나거나 감탄이 나오는 문장도 적다. 인물의 심리를 묘사하거나 갈등이나 감정을 다루는 면모도 깊지 않아 간혹 몰입하기 힘들기도 하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 다루고 있는 소재 자체만으로 관심을 끌고 기본적인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기록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에 대해 그럴듯한 상상력을 동원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매력이 강해서 쉽게 읽힌다. 전작과 비슷한 소설의 플롯으로 소설 속 주인공은 역사적 사실을 취재하는 pd로서 역사적 진실을 추적하는 인물로 설정하고 실제 저자의 생각이 투영된 인물로서 현대 시점의 이야기를 축으로 하며 당시 배경 속에서 역사적 인물들 간의 이야기가 병렬적으로 진행하며 마지막 시점에서 이야기가 맞물리게 된다. 아무래도 역사적 상상력을 동원해야 하다보니 이야기 전개에 무리가 되는 부분도 없지 않지만 중요한 건 이 소설이 사료로서 그저 받아들이던 역사적 사실에 대해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고, 역사적 사실에서 의문으로 남아있던 부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고 상상력을 감상할 수 있는 즐거운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금나라와 신라가 이어져있다는 이러한 주장은 책을 읽기 전까지 전혀 몰랐으나, 아직 우리 학계에서는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유사역사로 취급받고 있다. 그건 아마도 역사적 증거가 부족해서일 것이다. 소설에서 금나라와 신라와의 관련성의 증거로서 말하고 있는 청나라 황실의 성으로 불리우는 애신각라, 신라 김씨의 실제 조상으로 추정하는 김일제, 금인과 같은 키워드는 실제 역사적 사료 중 하나인 도제기마인물상, 문무왕릉비 하단석, 금나라 역사서, 청나라 때 조사한 흠정 만주원류고 등의 기록을 바탕으로 한다. 다만, 사료의 정확도를 학계에서 인정하지 않아 가설 중 하나로 치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무래도 실증 사학에서 중요시하게 여기는 역사적 사료가 부족한 건 사실이기 때문에 당장 우리의 역사로 받아들이기는 힘든 부분일 것이다. 다만, 무조건적으로 이 이야기를 폄하하고 낮춰보지만은 않았으면 싶다. 뒤늦게 역사적 사료가 발견되면서 기존 학설이 뒤집히는 경우는 무수히도 많다. 아직 발견이 되지 않았을 뿐, 사실로서 증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우리가 옛 이야기를 추정해볼 수 있는 여러 갈래의 길 중 하나로 남겨두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의 활동 반경이었던 북한 지역과 만주 지역은 사실상 현재 우리가 주도적으로 투명하게 역사적 발굴이나 연구를 하기 불가능한 실정인 탓에 새로운 역사적 사료를 발굴해내기 어려우며 설령 나온다하더라도 동북공정을 관에서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는 중국이나 폐쇄국가인 북한의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조작될 가능성도 높다. 오랫동안 이민족으로 생각해오던 지역의 역사까지 한족의 역사로 포함시키려는 중국의 행태로 볼 때, 결코 이 가설을 인정해주지 않을 것이다.

 

  앞서 말한 외부적 환경이외에도 내부적으로 일제의 식민 지배를 거치며 자신들의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우리나라 역사의 조작이 일제로부터 조직적으로 시도되었고, 이 시기에 식민 사학이 당시 우리 학계에 스며든 것도 사실이 아닐까. 민족주의적 사상으로 우리나라의 역사를 왜곡하자는 것이 절대 아니라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역사가 사대문화로 중국을 섬기던 유학자들이 중심이 되었던 조선이기에 북방에서 벌어지는 역사는 사대부가 멸시하는 오랑캐로서 만주 역사가 남게 되었고, 삼국 시대와 달리 우리 민족과 철저하게 유리되어 만주에 사는 사람들과 우리의 삶의 방식이나 모습은 많이 달라졌지만 오랫동안 이어져온 뿌리는 같을 수 있다는 생각은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는 우리 역사로서 활동 반경은 지금의 우리나라와 달리 만주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우리의 독립운동도 만주에서 이루어졌으며 소수민족으로서 여전히 남아있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살펴보면 100년도 채 되지 않는 사이 그들과 우리 간 이질성이 심화되고 동족이라는 생각보다 갈등이 먼저 앞서게 되는 요즘의 세태를 보면 우리의 인식 세계 자체를 한반도에 제한적으로 머무르게 되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소중화 사상으로 북방의 유목민이었던 우리 민족의 역사를 도외시하고 그 이후 만주에서 벌어진 역사를 우리나라를 침략한 이민족으로 그저 배타적으로 바라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역사적 증거가 없기에 역사적 사실로 주장할 수는 없으나 역사적 여러 가능성 중 하나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훗날 통일이 되고 중국이 정치적으로도 개방되어 만주를 가까이서 마주하게 될 때, 우리의 생각은 바뀌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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