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신화여행 -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김남수 외 지음 / 실천문학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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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에 사는 우리는 동아시아와 아시아 신화에 낯설다. 매우 낯설다. 심지어 우리나라 신화조차도 낯설다. 많은 수의 우리들에게는 우리와 더 닮고 더 가까운 곳의 신화보다는 멀고 먼 지구 반대편 그리스 로마신화가 더 스토리텔링이 풍부하고, 초창기 인류 문화의 화려한 유산을 담고 있다고 느껴진다. 모르는 게 자랑이 아니지만 적어도 어릴 때부터 아이들에게 읽혀왔던 신화는 수십권의 만화로 드넓게 펼쳐진 그리스 로마신화다. 그렇게 서구 중심의 인식 속에서 살아왔다. 신과 인간의 사랑 이야기, 그 매력에 빠지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겠으나, 어떤 한 민족에게 있어 신화가 가지는 속성을 이해하고, 어떤 생각의 바탕위에서 그러한 신화들이 탄생되어 전승하게 되었는지를 탐구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 그리스 로마신화의 더 자극적인 스토리텔링에 묻혀 마치 없었던 것처럼 되어버리는 건 더욱 바람직하지는 않다. 


그렇다. 대다수의 우리에게 동양의 신화는 낯설다. 인도의 마하바라타, 몽골의 게세르는 물론이거니와 고대 수메르·바빌로니아와 동양의 여러 민족 서사시인 길가메쉬조차도 우리에게는 낯설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방대한 스토리와 신들의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분명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동안 우리가 주목하지 못했던 다른 많은 민족의 신화도 동등한 가치로 전해지고 읽혀져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에 읽게 된 책이다.  서유럽 신화가 아닌 많은 민족의 신화를 화려한 화보와 함께 설명과 함께 강의의 형태로 펼쳐놓은 500쪽 가까이되는 방대한 분량의 책이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세계신화여행>이다.  보통 본문에 책 제목을 언급할 때, 부제를 같이 언급하지 않는 편인데, 나는 굳이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한 번 더 타이핑하고 싶다. 책을 덮고 휴 하고 한숨을 쉬었을 때, 나의 머리속에 그 이야기들은 아직 끝나지 않은 우리들의 이야기, 한 민족의 정체성이 시대와 시대를 거듭해가며 변화해온 그 맥을 타고 근근히 이어져온 이야기가 우리들 속에서, 그리고 이 책의 신화를 창조한 민족들의 마음 속, 정체성의 늪 속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신화 라고 하면 글자 탄생 이전에, 혹은 글자가 있더라도, 종이와 펜이 흔하지 않고, 문맹율이 높던 시대에 탄생해서 구전을 통해 면면히 이어가다가 문자의 탄생과 기록 문화가 확산되던 중 어느 날 더이상 변형되지 않고 소실되지 않도록 기록으로 남겨진 상태라고 생각된다. 때문에, 어떤 한 문화권의 태초의 신화가 구두 전승 과정 중 드넓은 지형을 따라 구석구석 여러 민족으로 흘러들어 저마다 다른 버전, 다른 의미로 변형을 거듭하며 재탄생했을 가능성도 크다. 


글자 문명 이전 시대에 그들은 어떻게 신화를 이어갔을까. 집단 기억의 비밀은 노래다. 우리나라의 판소리를 떠올리면 신화의 내용들이 어떻게 이야기꾼의 입을 통해 대대손손 수천년의 시간을 가르며 생명처럼 끊기지 않고 성장과 쇠퇴를 경험했을까를 상상할 수 있다. 최근 읽고 있는 이집트의 노벨상 수상 작가 나지브 마흐푸즈의 <우리동네 아이들>에 이야기꾼이 선조들의 기억을 노래에 담아 마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장면들은 내게 신화의 기원에 대한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준다. 흥부전과 심청전 같은 판소리들이 3~6시간 동안 긴 이야기를 음악에 맞춰하는 것을 통해 대략 어떤 것이었을까가 상상가능한 서사시와 음악의 결합은 신화의 전승에 있어 생명력을 불어넣었을 것이다. 글이 아닌 말로의 전승은 그 이야기가 살아 숨쉬는 데 있다. 말로 박힌 이야기는 인쇄되는 순간 이야기의 생명은 끝난다.  시시각각 변하는 공간과 시간의 특수성들을 반영하여 보태고 덜어지고 풍성해지는 새로운 버전의 이야기의 탄생이 거기서 끝나고 오로지 문자로 기록된 그 순간 거기에서 말을 전하던 그 이야기꾼의 신화가 굳어 화석이 되는 것이다. 



책에 대해 조금 더 언급하자면, 2014년 6월부터 10월까지 경기문화재단이 진행한 '신화와 예술 맥놀이-아프로 아시아 신화강좌'의 내용을 토대로 김남수, 김남일을 비롯한 소설가, 시인, 신화학자 등의 10명의 필자(강사)들이 직접 각주를 달아 강의 내용을 보강하고 추가 설명을 곁들여 재구성한 것이다. 최초 신화에 대한 개략적인 강의인 1, 2강에서부터 시작해, 3강부터 12강까지는 각각 인류 최초의 걸작 길가메쉬 서사시, 페르시아(이란) 신화인 샤나메와 쿠쉬나메, 중국 한족의 산해경과 55개 소수민족들의 신화, 인도를 대표하는 라마야나, 동북아시아 초원의 영웅 게세르 신화, 인도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철학을 담은 마하바라타, 이집트 신화인 오시리스와 이시스, 멀고도 가까운 족, 튀르크족과 그들의 영혼인 알퍼므쉬와 데데 코르쿠트의 서, 일본의 건국신화 이자나기와 이자나미 신화, 그리고 인드라망 위를 지금도 걸어가는 우리나라 신화 바리데기와 오늘이를 다룬다. 


길가메쉬 서사시

인류 4대 문명중 가장 오래된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남부 수메르에서 시작된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신화다. 기원전 3천년경 수메르의 도시 생활과 교역은 인간의 기억만으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확대되고 복잡해져 쐐기 문자가 발명되었고, 길가메쉬 서사시의 단편적 일화를 담은 시들이 기원전2천년쯤에 점토판에 기록되었다. 일화들이 연결된 형태로 맞춰진 서사시는 BC 1900년~1600년 사이 고바빌로니아 시기에 출현하지만, 우리가 서사시라고 부르는 표준판은 고바빌로니아판을 베끼거나 수정, 추가 삭제한 것으로 BC1300~1100년 사이에 나타난다.  중요한 것은 이 '최종 정리본 조차도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일리아드><오디세이> 구약성서의 <창세기>를 수백년 앞선(p121)'다. 더욱 눈여겨볼 만한 사항은 노아의 홍수 이야기는 길가메쉬 서사시 안에 있는 우트나피쉬팀의 홍수 이야기이며, 이것은 다시 고바빌로니아 시기의 아트람하시스의 홍수이야기였다는 것이다.  노아의 홍수이야기와 그 원모델인 아트람하시스의 홍수이야기의 간격은 1천년이다. 1천년의 간극을 두고 자라나고 깎이고 퍼지고 전달되고 민족적 정체성 앞에서 변형을 거쳐 노아의 홍수 이야기로 굳어진 것이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노아의 홍수이야기라면 다른 부분들은 어떨까.


19세기 중반부터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발굴 해독되자 바이블과 바벨의 전쟁이 일어났습니다....노아의 홍수, 인간 창조, 에덴동산 등 창세기의 주요 내용들이, 알고 보니 그보다 1천년이나 앞선 바빌로니아 점토판에 이미 새겨져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후대의 창세기가 모방했다고 볼 수밖에 없었죠....기독교를 믿던 서구인들은.... 다신교보다 일신교가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며 성경을 방어하려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기독교의 우월함은 이들의 종교관일 뿐만 아니라 현실관이고 세계관이었기 때문입니다.... 미개한 서구 이외 지역을 개화시켜야 한다고... 제국주의의 논리죠. 


길가메쉬 서사시의 점토판들은 페르시아, 시리아, 터키 등... 전역에 퍼져 있습니다. 예루살렘 위에 있는 므깃에서도 기원전 14세기의 파편이 발굴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지역의 유대인들도 서사시를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하는 거죠. 지금은 적어도 학계에서는 노아의 홍수가 서사시의 홍수를 모방했다는 것이 정설로 여겨지고 있는 듯합니다. (p143~144, 제3강 오수연(소설가))


이집트 신화 오시리스와 이시스

이집트 신화에서 창조자는 새 모양의 빛이었고, 푸른 연꽃 속에 앉아있는 어린애였기도 했다. 창조자의 외로움, 그것이 세상이 생겨난 이유다. 창조자 아툼은 제손으로 제 남성 성기를 자극하여 자위행위를 하여 자손인 남신 슈와 여신 테프누트를 만들었고 두 남녀는 땅의 남신 게브와 하늘의 여신 누트를 낳는다. 남녀가 동양과는 반대다. 서로 사랑한 두 남신 여신 사이에 공기의 신이 끼어들어 남신의 배를 두 발로 밟고 여신의 배를 두 팔로 밀어올려 하늘과 땅이 분리되고, 임신중이던 하늘의 여신 테프누트는 남신인, 오시리스와 세트, 여신인 이시스와 네프티스를 낳는다. 아직 신들이 어릴 때, 태초의 물에 휩쓸려가자 아툼은 자신의 한쪽 눈을 빼서 찾으러 보낸다. 신들을 찾아와보니 아툼의 얼굴에 새 눈이 생겨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눈은 원통하고 슬퍼서 눈물을 흘렸고, 그 눈물이 인간이 된다. 이 때 남자와 여자가 동시에 생겨난다. 아툼의 갈곳 없는 눈이 흘린 눈물은 인간이 되었기에 그 원통하고 슬픈 마음이 인간의 부정적 본성을 만들었다. 이 때 이집트의 창조자 아툼은 다른 신화의 불멸하는 신들과는 달리 늙고 쇠약해지는 신이었다. 아툼이 나이들어 쇠약해지자 인간들은 반란을 일으키고, 아툼은 하늘로 올라가 인간들을 굽어보며 때로 벌을주고 때로 동정심을 갖고 구해주며, 세상의 모든 어머니와 같은 마음으로 인간들을 굽어살핀다. 그리고 그는 늙어간다. 이집트 신화에서 아툼은 점점 늙어가며, 너무 늙어 더이상 버티지 못할 때, 세상은 끝난다. 


장례문헌에서 기원하는 죽은 자의 영생도 영원히 사는 게 아니라 세상이 끝나기 전까지 충분히 긴 시간동안 산다는 뜻이다. 그 끝을 고대 이집트인들은 수백만년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고대때부터 현대까지 흘러가버린 시간만큼 손해보는 거라는 거다. >신화에서 지상의 정의가 지하의 정의를 정당화하고, 지하의 정의는 지상의 정의를 보장합니다.  현세와 내세가, 삶과 죽음이 서로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사람들은 사후의 심판을 생각하면서 살아있는 동안 착하게 살려고 노력하며, 죽을 때도 내세의 보상이 있을 것을 믿기에 안심하고 죽을 수 있습니다. 죽음은 삶의 원천이자 희망으로 바뀌었습니다. (p365)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의 근본 교리인 사후의 심판과 낙원, 이런 발상은 맨처음 고대 이집트인들에게서 나왔다. 한술 더 뜨면, <예수는 신화다>의 저자들은 죽은 후 부활한 신인 신화의 여러 판본이 고대 지중해 세계에서 더 먼 옜날의 미스테리아를 받아들여 민족적 취향에 따라 각색을 통해 만들어졌으며, '죽은 후 부활한 신인에 대한 최초의 신화는 고대 이집트의 오시리스 신화(p373)'라고 주장한다고 한다.  오시리스가 그리스로 전해져서 디오니소스로, 소아시아에서는 아티스로 시리아에서는 아도니스로 아틸리아에서는 바쿠스로 페르시아에서는 미트라스로 각색되었고, 마지막으로 유대인들이 자기들의 신화로 각색한 신인이 바로 신약 성경의 '예수'( 374)라는 것이다. 


오시리스는 하늘에서 인간을 위해 땅으로 임한 신이고, 고통스럽게 죽은 신이며, 부활하여 인간에게 희망을 준 신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예수와 비슷합니까? 오시리스가 적어도 2400년 선배입니다(p374)


세계 각국, 문화의 발상지들에서 생겨난 방대한 서사시와 낯선 신화들에 대한 강의를 읽는 시간 내내 내게는 그야말로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 기분이었다. 너무나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서 이 리뷰에 아주 매우매우 일부밖에는 담지 못하는 것이 유감이다. 내용이 치밀해서 읽는 데 시간도 오래걸렸지만, 그만큼 많은 스토리를 담고 있기 때문에, 한 번 말고, 여러번 읽어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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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파노라마 - 피타고라스에서 57차원까지 수학의 역사를 만든 250개의 아이디어
클리퍼드 픽오버 지음, 김지선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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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는 많은 곳에 수학적 원리가 숨어있다. 수학의 세계는 많고 적음 같은 가장 원초적인 개념에서부터 인간의 머리속으로는 그 본질 자체를 상상할 수조차 힘든 복잡한 다차원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세상의 많은 현상들을 법칙으로 규명하고 기호로 표현한다. 대학의 교양과목을 제외하더라도 초등 6 년 중고등 6년 총 12년간 거의 매일 적어도 한시간씩은 책상 머리에 앉아서 풀고 이해하고 외우고를 반복했던 영어나 국어 만큼이나 익숙한 언어가 될 법한 수학이지만, 타고난 수학적 상상력으로 그 개념을 잘 이해하고 좋아하는 소수의 수학 매니아들을 제외한다면 일반적으로 수학 하면 골치아픈 학문임에는 틀림없다. 고등 수학 이상의 개념들을 성인이 되어 접했을 때 느끼는 위화감과 기를 쓰고 주입해야 했던 시간의 무용함은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알고 보면 쉽다. 문제는 어린 아이도 하는 소인수분해 따위를 할줄 아냐 모르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 단순하고 깔끔한 규칙과 수식들이 만들어내는 어떤 이치가 우리가 매일 먹고 마시고 놀고 접하는 세계 속의 한 부분을 이루는 개념들이고, 그 세상을 보는 우리의 시각에 대해 뭔가 그럴 싸한 것들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경위에 대해 알게 된다는 사실이다. 고대때부터 철학적 고민과 종교적 신념까지를 아우르던 숫자들에 내재된 원리적 아름다움과 정갈하게 배치된 규칙들이 발견이라는 계단을 뛰어 넘어 인간의 두뇌에 이해의 범주 내로 안착하여 일상 언어가 되고 도구를 이해하는 틀을 만들었다고 생각해보자. 그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수학에서 수식과 방정식이 빠지면 그것은 응용과 개념의 역사가 남는다. 그것은 우리의 상상보다 훨씬  오래되었고 넓디 넓게 다양한 영역에 걸쳐 펼쳐져 있다. 수학의 파노라마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너울너울 펼쳐져 왔다. 다만 모르고 있을 뿐이다.

수학으로 다리를 만들고 배와 비행기를 띄우고 우주를 탐사하는 건 말해 주지 않아도 알고 있지만 석양이나 우리 뇌의 구조를 설명하는 것을 도와준다고 한다면 의아할 것이다. 수학적 사고는 모든 과학 뿐만 아니라 철학과 인문학 예술 분야에 스며 있다. 아름답기만 한 자연의 기하학적 속성에도 수식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수학적 원리가 숨어 있다. 저자는 의도적으로 ' 독자에게 상상력을 펼치고 단련시키면서 수학의 풍미를 만끽할 수 있도록' 공식을 자제했다고 한다. 비록 공식이 있다고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닐테지만 공식과 그 설명이 빠지니 원리적 설명이 누락된 것 같은 아쉬움도 든다.

오백쪽 이상의 큰 판형에 올칼라 인쇄 화려한 외형과 '파노라마'라는 제목 만큼이나 수학에 대한 다채로운 이론들을 연대순으로 보여주는 이 책은 마치 수학의 백과사전 같은 인상을 준다. 기원전 1억 오천만년전부터 시작해서 매 페이지마다 새로운 수학적 개념을 한페이지 가득 싣고 그 옆 페이지에는 그 수학적 개념과 연관된 그림을 공백없이 가득 실었다. 그림 페이지에는 수학자들과 관련된 회화들도 있고 그 수학적 개념들과 연관된 추상적인 개념도나 기하학적 모형들 혹은 도구들도 있다. 얼마전에 읽은 <수학의 즐거움>이 인물 위주로 연대순의 수학사를 수식과 함께 실었다면 이 책은 개념 위주다. 따라서 오일러나 가우스 등과 같이 큰 업적이 많은 수학자들은 여러 페이지에서 나타난다. 수학자의 삶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되지 않는 것도 <수학의 즐거움>과의 차이점이다. 수식이 없는 대신 개념 위주의 그림들이 실제 그 개념에 대한 어렴풋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기억이 신통치않은 독자들에 대한 배려로 매 페이지마다 연관된 페이지와 제목이 태그처럼 달려있어 읽으면서도 연관된 패이지들 사이를 왔다갔다 할 수 있다.

기호로 된 공식이라는 수학의 가장 난공불략의 요새 같아 보이는 부분들을 제외한다면 수학이 인간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50미터 떨어진 곳에서부터 채 1mm도 안되는 작은 집구멍을 찾아오는 개미는 하늘빛을 방향계로 삼고 자기 발걸음을 센다. 인간은 개미가 집을 어떻게 찾아가는 지 거리를 어떻게 계산하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개미 다리를 인위적으로 늘리거나 줄였다. 어떻게 줄였냐. 상상할 수 있는 것처럼 해서 줄였다. 나도 어릴 때 개미를 가지고 놀다가 흙속에 파묻어 보거나 물에 빠뜨려보거나 했었기 때문에 과학자들을 비난할 수는 없지. 근데 사실 애들은 원래 좀 못됐다. 잔인함이라는 것도 학습된 거라서 개미라는 작은 생명도 존중되어야 한다는 개념은 개미가 징그러워지거나 귀찮아질만큼 동심이 파괴된 다음에야 가졌던 것 같다. 옆길로 샜다. 뿐만 아니라 집과 자신을 잇는 수평 투사값을 계산할 수 있어서 왔다갔다 하는 사이에 모래 사막에서 언덕과 계곡이 새로 생겨나더라도 길을 잃지 않고 찾아온다고 한다. 훈련에 의해 쥐들과 침팬지, 다람쥐, 앵무새들 등 많은 동물들이 수를 세지만 그것을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말하거나 기호로 쓸 수 없을 뿐이다. 십여년을 땅속에 묻혀서 식물뿌리 진액을 빨아먹고 살다가 잠깐 짝짓기를 하고 죽어버리는 매미는 태어난 해로부터 소수째 해인 14년과 17년에 올라와서 짝짓기를 한다. 맥스 플랭크 연구소의 분자생리학 연구단 은 '포식자와 피식자 간 상호작용을 다루는 수학적 진화 모형에서 저 매미처럼 수의 값을 가지는 생활사 주기가 자연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24) '

수학을 오랫동안 배웠지만 써먹을 데가 없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늘 수학적 원리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컴퓨터가 모든 계산을 해주는 현대에는 더욱 더 그렇다. 수학적 이론들에 대한 증명이나 개념적 원리 대신 몇 수십년 수백년간 수학자들을 매료시켰던 규칙에 대한 응용이 활발해지고 있다. 수의 세계는 수학자들에게도 어렵다. 그들에게도 어떤 간단해 보이는 공식, 증명까지 완벽한 아름다운 공식들의 의미는 여전히 어렵고 개념을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 현대 수학에서는 더더욱 몇백 쪽에 이르는 수학적 증명을 동료 심사관들이 이해할 수 없어 5년씩 심사관들과 학회지 그리고 편집자들의 거쳐 가까스로 논문이 되어 출판되면서도 이 증명이 옳은 것인지 편집부에서도 알 수 없다는 말과 함께 인쇄되는 사태가 발생한다고 한다. 증명을 할 수 있든 없든 그것은 이미 존재하고, 이해를 할 수 있든 없든, 개념을 떠올릴 수 있든 없든 자연속에 존재한다고. 그것을 발견했다면 응용이 가능할 것이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 수를 신격화 했다던 피타고라스 학파들을 떠올려본다.무언가가 이미 거기에 있다면, 그리고 인간이 할 일은 그것을 발견하는 일 뿐이라면, 그런 고상한 생각들이 지배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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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의 교실 - 고대에서 현대까지 한 권으로 배우는
스즈키 히로키 지음, 김대일 옮김 / 다산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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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이 없던 알렉산더 대왕이 거대한 페르시아 해군을 물리친 결정적인 전략은 지상전을 통해 식수를 얻기 위한 보급로를 차단하는 전략이 성공해서였다. 유럽을 석권했던 나폴레옹의 원동력은 결사의 각오로 용감히 전투에 임할 수 있도록 국민 징병제도의 도입한 것과 복수의 사단을 묶어 묶어 하나의 군단으로 만들어 적의 측면이나 배후를 치는 방법으로 동맹군을 격파하는 전략이 먹혔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폴레옹에게 점령당했던 프로이센은 나폴레옹이 점령중일 때 그들의 전략을 분석하여 필요한 요소를 자신의 조직에 도입하고, 인재 등용,및 정치 경제 행정, 농노 등의 사회 제도의 개혁으로 애국심을 고취시키켰다.  또한 각개격파에 강한 나폴레옹에 당하지 않기 위해 북.동.남의 세방향에서 동맹군과 함꼐 침공하여 포위망을 좁혀나가 큰부대가 가지는 이점을 살리는 한편, 측면 공격을 받으면 즉시 퇴각하는 방법으로 마지막에 크게 승리했다고 한다. 


<전략론>을 쓴 20세기 최고의 군사이론가 중 한 명인 리델 하트는 전쟁의 원책을 한마디로 약점에 힘을 집중하는 것이라 했다(p77). 히틀러가 패배한 이유를 그의 저서 <전략론>에서 초기의 대성공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공격은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라는 착각에 빠져 불리한 전투에서까지 정면 충돌함으로써 자신의 모든 군대를 소모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전략의 부재가 전쟁을 패배시키고, 치밀한 전략의 성공적 이행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 전쟁에 반대하는 우리들도 그것을 안다. 전쟁에 있어 전략이라는 것은 승패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라는 것을. 


앞의 몇 챕터를 읽을 때는 전쟁과 관련된 전략의 역사서인줄 알았다. 역사적인 전투에서 사용된 전략이 먼저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쟁은 은유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우리가 먹고 마시고 즐기고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돈을 벌고, 사회적, 정치적으로 유리한 위치가 되기 위해 더욱 더 큰 돈을 벌기 위한 경영의 세계에서, 비지니스는 전쟁이다. 매일 매일 한 기업이 새로운 기업을 죽고 죽이는 치열한 무대 속에서 보이지 않는 총성은 치밀한 전략가의 머리속에서 지휘된다. 


고용한 노동 자산이 최대한의 효율을 내야 기업은 최대한의 이익을 뽑을 수 있을 것이다. 100년전 '보이지 않는 낭비'의 제거에 최초로 과학적 측정을 이용하여 도전한 프레더릭 테일러는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시간을 재서 휴식시간을 도입했고, 잡담을 금지시키고 성적에 따른 고용조정과 성과급을 도입함으로써 3년후 두 배의 생산력을 만들어냈다. 


피터드러거와 함께<>현대 경영의 창시자로 불리는 톰 피터스의  세기의 3대 경영서 중 하나인 <초우량 기업의 조건>이 제시하는 초우량 기업의 8가지 특징(실행 중시, 고객에 대한 친화력, 자율성과 기업가정신, 사람을 통한 생산성 향상, 명확한 가치 기준에 근거를 둔 실천, 핵심 사업에 집중, 단순한 조직과 작은 본사, 엄격함과 온화함의 공존을 소개할 뿐만 아니라, 이 책에서 탁월한 기업으로 선정되었음에도 DEC 등과 같이 사라진 기업들이 사라진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즉 8가지 특징이 성장의 원동력이 아니라 거대 기업이 된 후 성장이 멈추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이며,기술혁신의 속도가 빠른 분야에서는 이들 8가지 특징더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의 또다른 저서 <리틀 빅 씽>에서는 호손 공장의 조명 밝기 연구인,  빛이 더 밝던, 빛이 더 어둡던 자신의 능률을 측정하고 있을 때 효율이 올라간다는 사실을 통해 노동자들이 무의식중에 제한하는 노동 능력을 호손효과라 부르고 이들의 능력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다. 


 경영학자로서 큰 족적을 남긴 피터 드러거는 조직이 개인의 성과를 가로막는 4가지 요인으로, 시간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는 것, 일의 본질적 문제를 가르쳐 주지 않는 일상적 업무에 매몰되는 것, 조직 내에서 일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 그리고 그 조직 내부에 있음으로 인해 외부 세계의 현실과 멀어지는 것을 들고 있다. 이러한 조직의 단점을 상쇄시켜주는 방법으로 것은 가장 중요한 것부터 시작해서 한 번에 하나씩 해나가라고, 중요한 의사결정에 집중하고 개별적 문제보다 근본적 문제에 대해 고민하라고 충고한다. 


이 밖에도, 승리를 가져오는 경쟁전략으로 프레드릭 란체스터의 <란체스터 법칙>, 마이클 포터의 <경쟁전략>, 차별화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라는 이론을 담은 김위찬, 르네 마보안의 <블루오션전략>을 소개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프레임 워크 전략으로 신속히 파악하는 사고의 프레임으로 7S, PMS를 제시하는 매킨지의 이론, 보스턴컨설팅 그룹의 경험곡선, PPM, 필립 코플러의 마케팅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필립 코플러의 마케팅 이론을 북유럽 디자인에 저렴한 가격으로 세계를 석권하고 있는 이케아의 성공 신화와 연결하여 캄프라드가 구축한 독자적인 포지셔닝을 흥미롭게 설명한다.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는 필립 코플러는 세계 경영대학원의 마케팅 교과서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마케팅 관리론>과 STP 이론 등을 창시했고, 마케팅을 과학적 방법으로 체계화하여 전세계 경영자들에게 마케팅의 중요성을 알렸다. 즉 많은 사람들이 광고나 홍보와 혼동하고 있는 마케팅 어떻게 팔아야 하는 문제가 아닌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로 보고, 세계 각지에서 모은 마케팅 성공사례로부터 공통점을 발견하고 구조적으로 표현하고 체계화시켰다. 


역사적으로 경영과 경제에 대한 세계 최고의 인물들이 추진한 경영 전략에 대한 핵심적인 내용을 한권에 담고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인 책이다. 경영, 경제 쪽으로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도, 전세계 유수의 경영대학원에서 배우는 핵심적인 내용들을 읽고, 우리들이 숨쉬는 세계가 보이지 않는  어떤 체계 속에서 어떤 전략들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앞서 언급한 대표적인 성공기업 이키아 뿐만 아니라 망한 기업들과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들이 각 전략들에 대한 예로 무엇을 통해 성공했고, 무엇을 통해 망했는지에 대한 배경이 재미있다. 어찌보면 사후약방문이라고, 이미 망한 기업에 대해 이런 저런 설명을 붙이는 것은 이론가들의 고상한 취미로 치부될 수도 있겠으나, 많은 사례로부터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들은 앞서 전쟁의 성패가 좌우한 한 민족과 한 나라의 흥망성쇠처럼 덧엎는 기업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관심없는 분야였지만 매우 흥미롭게 읽히는 책인 이유가 이러한 사례들의 모습에서 인간들의 삶과 인류 역사를 볼 수 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또한 많은 경영서의 저자들의 핵심 전략을 조금씩 엿보고 맛보는 일 역시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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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봤어? - 내일을 바꾸기 위해 오늘 꼭 알아야 할 우리 시대의 지식
노회찬.유시민.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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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이후, 내일을 바꾸는 것들이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고, 시끄러운 정치, 어지러운 사회, 비극적인 사건들과 멀어지고자 뉴스와 매체를 멀리하고 책에 묻혀 꿈같은 비현실과 이상, 허구 속에서 아늑한 현실도피를 추구해온 시간들이건만 책이 데려다 준 곳은 다시 그 자리, 그 때 그자리다. 제목은 묻는다. 생각해 봤어? 이 도발적인 질문에 나는 작은 소리로 아니.. 생각해 보지 않았어. 라고 대답했다. 그건 더 이상 내 관심 분야가 아니야 더 작게 대답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분노하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 계속해서 항변해본다. 분노는 누구를 향하는가. 


국민은 그 국민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뽑는다. 라는 말 속에는 그 분노의 손가락이 향하는 방향이 이리저리 또돌다가 결국은 내게로 다가옴을 뜻한다. 자기 입으로 뱉은 욕이 결국 자기를 향하듯. 말이다. 팟캐스트의 대중화에 기여했던 나는 꼼수다가 막을 내린 이후, 팟캐스트에서는 수많은 정치 사회 방송이 인기를 모으고 있었지만, 나는 무참히 끝날 무의미한 노력들에게 바치는 공감을 더는 감당하고 싶지 않았다. 모르는 게 자랑은 아니어도,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있다. 


대한민국 지식인 중에서 가장 말빨이 센 사람이라고 말해도 동의하지 않을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을 세 사람, 노회찬, 유시민, 진중권 세 사람이 말로 뭉쳤다. 그들의 이빨은 너무 강력해서 때로 너무나 논리적이어서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불러 일으키기까지 한다.  무기력과 냉소에 맞서는 용기라는 서문은 그리 감동적이지 않았지만,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라는 매체가 다룬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리고 내일을 바꾸기 위해 '오늘' 꼭 알아야 할 지식을 다룬다는 점에서 자꾸 눈길이 갔다. 노유진의 정치카페라는 방송이 지난날 나꼼수가 가졌던 위상을 가진 팟캐스트 순위를 갖는지는 알 수 없지만, 팟캐스트 방송 내용 중 선택된 주제의 내용이라는 점은 정치에 무심한 독자라 해도 끌릴만한 책이다. 그동안 방송에서 '다룬 이야기 중에서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힌트가 될 내용만 추려담은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진중권 : ... 듣는 것이 없으면 생각하던 대로 살게 되고, 말하지 않으면 함께 잘사는 방법을 찾을 수 없잖아요. 듣지도 말하지도 않으면 그게 바로 눈먼 자가 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무엇보다 내가 아프고 다치게 되고, 도 남을 해칠 수도 있잖아요.  (p25) 


노유진에서 다루는 주제들은 교황의 방문, 안보 문제, 땅콩회황사건, 피케티와 부의 불평등, 유전자 조작과 규제 개혁, 극우와 일베, 포스트 스마트 시대와 삼성, 핵사고와 전기요금, 북한인권법, 학교 교육, 카톡과 사생활, 기초연금과 의료민영화, 진화심리학과 생존본능, 쎄누리당과 진보정당 등의 14개 현안들에 관련된 내용이다. 이런 내용들이 온전히 세 사람의 말빨로만 이루어지느냐, 아니다.  '사회활동가, 연구실 학자, 행정가 등 각기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자신들의 일이 누군가의 절실한 삶과 연결돼 있음을 알고 있'는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나눈 이야기들이다. 


교황의 방문에 대해, 니체의 말 "어떤 사람이 개혁가라면 그 사람을 더욱 좋은 사람으로 포장해놓고, 그러나 그 개혁적 헝향은 죽이려'고 한다는 말을 인용하며 교황의 개인적인 성품을 부각해 그 분의 개혁 이미지를 가리려는 세력에 속으면 안된다고 말한다. 교황의 연설과 관련하여 평이한 문장이지만 비수같이 현정권의 폐부를 콕콕 찌르는 말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잘한다는 평에 공감한다. "평화는 전쟁이 없는 상태나 비방이 아니고 정의의 결과다" 교황은 세월호 사건을 가리키며 "이제 연대해라. 슬픔을 느끼는 사람끼리 손을 합쳐라. 그 무관심의 세계와 맞서서 연대의 세계화를 해라" 이것은 우리의 문제를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는 자각을 준다는 것이다. 


안보와 관련된 대담은 군사평론가 김종대와의 대담에서 얻은 지식은 암울하기만 하다. 


김종대 : .. 부유층 권력층 자제가 사단 본부에 많이 있습니다. 이건 객관적 사실이에요. 병사들 사이에 제일 심한 갈등은 학력도 아니고 지역도 아니고 빈부 갈등입니다. ... 그러다 보니 역설적으로 좋은 집 자제를 전방에 넣기도 어렵습니다. 따돌림당하니까 


그러니까. 내가 이해하기에 애초 부자집 자재들이 뺵으로 사단본부로 많이 가다 보니까. 이들을 전방에 골고루 넣으면 따당할까봐 사단본부로 넣을 수밖에 없다는 그런 어거지다.NLL에 관련해서는 김종대의 <서해전쟁>에서 읽은 진실, 즉 남북관계를 국내 정치에 악용하기 위해 너희가 포기한 것이라는 여론몰이를 한 것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해준다. 즉, 그곳을 분쟁 지역화 하지 않으려는 의도에서 영해로 선언하지 않은 '아버지 무덤에다가 대고 해야 할 소리((63)' 를 야당에다가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작전권 포기 문제는 독립국가로서의 명예와 자부심에 대한 문제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지만, 전쟁 시 '일본에서 지원군이 온다'는 진실만은 계속 연기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문제다. 


땅콩회황 사건을 어떤 시각으로 다루는가에 대해서는 김수영 시인의 '고궁을 나오면서'의 유시민이 인용이 대화의 모든 걸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중략) 모래야 나는 얼만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만큼 적으냐 정말 얼만큼 적으냐..." 서류에 사인해서 수백개의 가정을 파탄 속에 몰아넣는 것이 '항공기에서 땅콩 서비스 제대로 안했다고 욕하고 소리지르고 책자로 꼮꼭 찔러서 손등에 상처 내는 것에 비하면 수백 배, 수천 배 끔찍한 짓'임에도 사회적으로 엄청난 비극을 초래하는 끔찍한 일에 대해서는 그러려니' 하는 일이 슬펐다는 것이다. 헌법 위가 아니라 헌법 이전 사람들 사고방식이 전근대적으로 자신이 귀족이라서, 돈을 주고 노동력을 산 게, 그 사람의 인격까지 산 것처럼 모독하는 사람들에 대해 욕하고 분노하는 일이 무엇에 더 우선하는 가를 생각해보아야 겠다. 우리의 분노는 누구를 향해야 하는가. 아니 무엇을 향해야 하는가


여기서 다룬 나머지 다른 주제들 언급만 간단히 하면... 피케티에 대한 리뷰가 속속 읽어오면서 그 지적 대열에 껴보고 싶어 읽어보고 싶었지만 소화와 역량에 대한 문제라 못읽었는데, 이 책과 바로 전에 읽은 <코끼리는..>에서 각각 한 챕터씩 다루고 있어서 대략 뭔지도 알겠다.  우리나라는 세계 2위 GMO 수입 대국이다. 일단 콩과 옥수수로 만든 모든 식품에는 다 GMO로 만든 원료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과학은 가치중립적일지 몰라도 과학을 둘러싼 환경은 정치적일 수 있다는 사실도 주목할만 하다. 


일베와 (일본의) 재특회의 가장 큰 공통점은 사회적 약자를 비하하는 것이다. 재특회는 재일 한인이나 조선인을 일베는 전라도 사람이나 여성, 나랑 안사귀는 여자를 비하합니다.(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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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이번 달에는, 심심할 때마다, 구경하고 사고 싶은 책들을 리스트에 골라 담아놔 봤다. 조금 더 성의 있는 글을 써보자는 취지에서였는데, 문학과 문학가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지 않은 나로서는 책을 읽기 전에는 사실, 알고 있는 사실이 없기에쓸 말이 많지 않다. 왜냐하면 추천 이유가 너무 단순하기 때문이다. 여기저기서 들은 저자, 읽어보고 싶은 저자, 좋아하는 쟝르, 좋아하는 시리즈, 혹은 수상 경력, 팟캐스트 방송인들의 언급 등등이 선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최종 추천 도서는 다음과 같다. 

1. 아자젤



아자젤 - 아이작 아시모프 : 계속 알라딘 서재 메인에 떠있었고, 아이작 아시모프의 명성을 직접 읽고 싶어져서 일단 후보로 남겨놓는다.

 

















2. 풋내기들

풋내기들 - 레이먼드 카버 : 일단 추천. 편집본과, 원작의 비교를 위해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들>과 같이 읽고, 비교해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반 정도는 편집해버렸다는데, 왜 그랬을까. 그런 것들을 생각해볼 때 작가와 편집자간의 견해와 생각 차이에 대해 재미있는 통찰을 줄 것 같다. 












3.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 구병모 : 일단 합격
















4. 익사


익사 - 오에 겐자부로 : 일단 이 책이 나왔을 때, 다음달에 뽑힐 것이다 라는 강력한 예감이 들었음. 벨문학상을 수상한 일본 현대문학의 거장 오에 겐자부로 만년의 걸작

사랑의 완성 - 로베르트 무질 : 로베르트 무질의 책이 3월 막판에 두 권 나왔다. <특성없는 남자>에 대해 많은 책에서 언급을 본지라, 로베르트 무질이라는 이름이 눈에 띄자마자 일단 리스트로 고고.













5. 별을 먹는 사람들 


- 로맹가리 : 일단 로맹 가리의 이름을 보고 추천하지만, 소개글 보니 서사도 풍부할 것 같다. 




















그 밖에 골라놓은 책들의 후보들은 대략 이렇다. 





레이먼드 챈들러 - 깊은잠  : 레이먼드 첸들러의 소설을 읽고 싶은 마음에 일단 담아놨지만 통과, 이유는 추리소설이고 추천도서로 다루기에는 짧은 것 같다. 


 - 나의 작은 인형 상자 - 정유미 글 그림 :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라는데, 그림-  - 책계의 노벨상이라는 볼로냐 라가치상을 받은 작품이라 관심이 있다. 

  - 노생거 사원 - 제인오스틴 :  처녀작이면서 동시에 유고작이라 할 수 있는 별종 같은 작품이라는, 일단 관심 리스트로

- 알바패밀리 - 고은규 : "재기발랄한 상상력과 유머, 세속사회를 꿰뚫는 날카로운 시선" 이런 문구가 시선을 끌었다.



생전유고 - 이걸 골랐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이게 에세이류다. 그래서 통과



생전유고, 어리석음에 대하여 - 로베르트 무질 :  무질 책 두 권 중 하나 고르라면 이 

책이 더 끌린다. "똑같은 이야기들과 체험들을 수백만 번 이야기하는", 즉 베껴 쓰고 바꿔 쓰는 글쟁이들의 문학 그리고 삶과 체험이 빠져버린 개념적 사고의 결과인 '키치'를 예술이 보여주는 어리석음 중 하나로 꼽는다. 이것들은 기존의 것을 재생산해낼 뿐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지 못한다. 새로운 것이 생겨나기 위해서는 개별적인 체험을 기존의 연관성에서 벗어나 관찰해야 한다. 무질은 그 방법으로 망원경을 추천한다<소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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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통치약 2015-04-04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폼은 문학을 해야 나는것 같네여 ^^

CREBBP 2015-04-06 11:17   좋아요 0 | URL
아 그런가요? 폼을 함 잡아보까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