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소설을 많이 안읽는 편인데, 올 여름 내내 추리 소설에 빠져 사는 것 같다. 


































피에르 르메트르의 <알렉스>는 2012년도에 국내에 소개되었는데, 이번 달에 관련 시리즈 2권과 로지와 존 등 세권이 연속 출간되었다. 알렉스가 처음 나왔기에, 그게 처음 시리즈인줄 알고 읽었는데 알고보니 <이렌>이 첫번째라고 한다. 굳이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 어제 배송이 왔는데, 다른 책을 읽던 중이어서 잠깐 맛만 보려고 펴들었다가 도무지 접을 수가 없어서 1장 150여쪽을 단숨에 읽어버렸다. 550쪽  정도로 매우 두껍다. 카미유는 형사이고 이렌은 카미유의 아내인데 시리즈의 첫 편에서 죽은 걸로 나온다. 아마 그 죽은 이야기가 <이렌>의 내용일 듯하다. 3편 카미유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탐정 소설의 주인공은 신체적인 약점을 가진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카미유는 난장이에 가까운 단신이라 여러가지 불편한 점이 많다. 작년에 크리스마스쯤? 해서 선물로 받은 엘로리퀸의 비극 시리즈 중 <Y의 비극>에 나오는 드루리 레인은 청각 장애인이다. 대신 완벽하게 입술을 읽는다. 현실에서도 완벽한 의사소통이 가능할까? 




































내친 김에 신간 하나 더.. 영미권 소설 신간 중 올여름 가장 핫 한 탐정소설은 이것일까? 탐정과 판타지의 경계에서 왔다갔다 하는 것 같다. 이달 중으로 읽을 계획.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 숫자가 하루키 팬을 능가한다고 하던가. 워낙 다작을 한 작가인데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폭발적으로 인기가 시작되어, 사방 팔방에서 번역본을 내느라 난리다. 몽환화가 최근작인줄 알았더니 그 이후 하나 더 나왔구나. 여기서 몽환화만 읽었다. 질풍론도는 아직 책탑 속에 있다. 여름 가기 전에 읽어야지












예판 중인 책이 있어 보니, 미야베 미유키이다. 화차의 원저자였구나. 솔로몬의 위증을 작년부터 읽고 싶었는데 못읽었다. 



































앗 요뇌스베를 잊었구나...책도 구경을 못했다. 박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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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희돌이 2014-08-08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쥐,스노우맨,네메시스 순서로 읽어야 해요^^

CREBBP 2014-08-08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팬이시군요. 감사합니다 네메시스 리뷰가 많아서.그것부터 읽을 뻔했네요
 
인문학에 묻다, 행복은 어디에 - 17명의 대표 인문학자가 꾸려낸 새로운 삶의 프레임
백성호 지음, 권혁재 사진 / 판미동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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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어디에. 그런 물음은 어리석다. 네 마음에 있다.  진부하고 공허한 답변이 삶과 앎의 배경음악처럼 늘 울리지만 구체적인 행복은 좀처럼 손 안에 쥐어지지 않는다. 행복에 대한 담론 쯤이라고 해두자. 그게 더 맞다. 답이 없다.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 직접 답을 구하지도, 주지도 않았다. 행복이란 그런 것이다. 쉽게 이게 행복이다 저기에 행복이 있다 라고 말하면 사기가 되는 것. 그게 행복이다. 대신 상처와 치유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한다. 상처와 치유를 떠나지 않고는 행복이란 단어가 있을 수 없는 걸까?


존 부룩만의 에지 재단에서는 전세계 여러 분야의 많은 대표 석학들에게 한 가지 주제 하나의 문장으로 된 질문을 주고 글짓기 숙제를 내준다. 그걸 다 모아다가 책을 낸다. 그렇게 각 분야에서 가장 선두에 선 석학들이 내놓은 대답을 따라가면 그 답들의 교집합이 진리를 향해 뻗어간다고 존 부룩만은 믿는 듯하다. 그러나, 각 분야의 가장 뛰어난 석학들이 자신이 가진 최고 지식을 반영해 내놓은 대답은 모두 제각각이고 하나로 수렴되지 못한다. 그 제각각의 답들 중 무엇을 얼만큼 취해 어떤 방식으로 조함할 지는 독자의 몫이다. 이 책 역시  '17명의 대표인문학자가 꾸려낸 삶의 프레임'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어 에지 재단의 책처럼 그들에게 '행복'이라는 주제의 에세이를 걷어들여 묶은 것일 거라 생각했다. 그 경우 모 아니면 도다. 숙제하듯 마지못해 쓴 글들이 있을 수 있고 세계 최고 석학 최고의 글들도 만날 수 있다. 오판이었다. 저자가 직접 쓴 책이었다.  


언론인 백성호님은 행복이라는 화두를 들고 직접 한국의 대표 인문학자  17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나서 서로 이질적인 17인들의 생각들을 자신의 언어로  모아독자 사이에 푹신한 쿠션을 만들었다.학자들이 제시하는 길을 따라 작가가 리드하고 독자와 함께 걷는다.  그들은 음악, 미술, 심리, 철학, 미학, 동양신학, 뇌과학, 건축, 천문학, 시인, 등 온갖 종류의 필드에서 대표적인 전문가들이었다. 저자는 자신이 만난 인문학자들이 그들의 학문 경계 내에서 통용되는 조금 일반적이지 않은 단어를 쓰면, 독자가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그 경계를 허물어 내고 전문적인 말의 개념과 뜻을 쉽게 풀이했고, 그들의 생각에 자신의 해석을 보태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다듬었다. 이해해야 하는 개념을 공감할 수 있는 문장으로 바꾸었다. 그래서 과학도, 신학도, 철학도, 종교도, 심리학도 저자를 통해 산문이 되었다.  그는 서문에 '각 분야에서 자기 나무 한구르를 꿰뚫은 그들은 그 나무를 통해 전공 분야를 넘어 더 큰 세상을 조망하고 있었으며 이 책은 그들이 바라보는 풍경을 이어붙인 삶의 지도'라고 썼다.


백성호가 만난 사람들

이들은 한국 대표 인문학자지만, 내가 이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다재다능한 미학자 진중권,역사연구가 이덕일, 통섭을 추구하는 동물학자 최재천, 가야금 명인 황병기, 기생충 학자 서민, 과학철학자 장하석 정도다. 진중권과의 대화는, 그의 다른 책이나 에세이에서도 했던 말의 반복이지만, 언제나 명쾌하고 쾌활했다. 힐링 이데올로기에는 상처와 근원을 외면하려는 얄팍함이 숨어있음과 함께 예술이 감동과 함께 힐링에만 의존하게 될 경우 상처를 부르는 구조적 문제를 외면하게 되고, 모든 문제를 개인적 차원으로 귀결시키면서 패비주의로 전락할 우려가 있음을 지적했다. 예술의 시각에서 행복에 대한 담론애 접근해가는 과정에 소수자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본질을 꿰뚫는다. 


여성의 정치 참여? 100여넌 전만 해도 어림없었어요. 중략. 예술은 이처럼 주류 사회와는 다른 소수자의 시각을 드러냄으로써 우리에게 낯선 충격을 가져다주죠. 동성애자의 시각, 여성의 시각,... 그런 아웃사이더들의 세계가 나중에는 주류 사회에 중요하게 등장합니다. 그 때가 되면 우리의 몰이해로 상처받던 이들이 더 이상 아프지 않게 되는 거죠.

그렇다. 그는 행복을 말하는 여정에 소수자의 아픔과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 안에서 예술의 역할을 역설했다. 또한 삶이 게임이 될 때, 우리는 상처와 고통 속으로 깊이 빠져들지 않는다며, 영화를 보면서 빠져드는 고통과 상처에 허구라는 울타리가 지켜주듯, 삶을 살아가는 데에도 적절한 가벼움과 적절한 즐거움을 비벼가면서 삶을 놀 필요성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바로 이러한 태도가 변씨와의 언어 유희, 옳고 그름을 떠나 다수라는 폭력적 인터넷 답글에 맞서는 소신있는 자세를 설명한다. 중요한 것은 남의 욕망이 아니라 자기의 욕망을 추구하는 데 있으며 살다가 삶이 자기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에는 삶의 노선을 수정할 것을 권유한다.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가 바라보는 상처와 치유에 대한 통찰이 인상 깊었다. 그는 내가 스스로 만든 불일치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행복이라고 했다. 대뇌피질이 자신의 예측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때 상처를 받으며  내가 어떤 일에 대해 특정한 기대나 바람을 가질 때, 그게 어긋나면 고통이 시작되는데,  가끔 신체 기관들이 전해 준 정보를 전기적 신호로 바뀐 것을 잘못 해석해 뇌가 속임수를 당하는 일이 벌어지므로, 진짜로 아픈 건지 돌이켜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건축가 김개천은 자신의 작품 <한칸집>을 소개하며, 자기 것이 많으면 지키려 하고, 지키려다 보면 바깥을 향해 닫히기 일쑤라는 말과 함께, 비어있는 것들은 손에 잡히지 않지만 그 비어 있음으로 인해 자연이 흐르고 생명이 흐른다고 답하였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이나미는 불행 없이 행복이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며,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느냐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자기 안의 행복과 불행을 잘 볼 수 있느냐를 물어봐야 한다고 말한다. 상처와 치유에 대해서는, 환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본인을 객관화시키는 과정이 치유의 과정이라고 했다. 


나는 <온도계의 철학> 캠브리지대의 석좌 교수 장하석의 말이 가장 좋았다. 그는 <과학 혁명의 구조>를 쓴 토머스 쿤의 말을 빌어, 과학은 빅뱅 이전의 문제와 같은 심오하고 답이 안나오는 뿌리 깊은 문제들을 접어 놓고 나서야 비로서 접근할 수 있다며 한 후, 과학과 철학, 혹은 과학과 종교 그 사이에 경계선을 긋는 건 결국 인간이라며, 당대 과학이 생각하고 바라보는 틀 '파라다임'이라는 용어를 되짚었다.  그 파러다임의 틀 안에서 어떤 현상이 설명될 수 있으면 과학이고, 그렇지 않으면 과학 밖의 영역이 된다. 그래서 과학이란 전쟁과 함께 국경이 바뀌듯 그 경계가 계속 바뀌는 것이며, 절대적인 철학, 절대적인 과학 이란 것은 없다, 아 이렇게 하면 풀리겠네 하고 과학적으로 방법을 찾으면 신의 영역이었던 부분이 그 때부터 과학으로 바뀐다, 그러니 우리가 과학으로 알고 있는 것들도 언젠가는 선조들이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믿었던 믿음처럼 한순간 허물어질 지 모르는 것이다.  그의 요지는 이 점이다. 인간의 삶에도 패러다임이 있다. 그것은 각자가 세상을 보는 틀에서 만들어진다. 세상은 우리가 만든 틀 안에서 벗어나기 일쑤이며 그럴 때마다 우리는 불행해진다고 했다. 


과연 내가 만든 틀은 행복을 부르는 걸까. 행복을 방해하는 걸까. 우리는 그 틀을 세워야 하는 걸까. 아니면 무너뜨려야 하는 걸까.

역사학자 이덕일은 시간은 직선이 아닌 순환의 고리라는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 미래에 대한 선택은 현실이 되고, 다시 과거가 된다. 과거는 또 미래를 선택하는 중요한 단초가 된다. 다시 시간이 흐르고 우리 시대의 삶이 100년 전, 200년 전, 500년 전의 역사가 됐을 때 우리는 과연 어떤 거울로 기억될까. 라고 물으며 인간은 돈과 권력이 아니라 가치를 추구할 때 행복하다는 답을 전한다. 


동양철학과 고전에 능통한 한형조는  유교에서 행복을 찾는다.  자신에 대한 비난이 정당하면 자기 발전의 밑걸음으로 삼고 부당하면 무시하면 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유교는 성찰의 학문이지 위로의 학문이 아니다. 라는 말로  행복에 대한 자신의 가치를 이야기 한다. 그 역시 우리사회가 위로라는 설탕을 과잉 투여해서 당뇨병에 걸릴 지경이라고 말하며 힐링 산업의 얄팍한 속성을 주지시킨다. 주어지는 운명에 순응하되 그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능동성도 지니라고 말한다. 어설픈 위로에 대한 기대를 접는 일,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는 길, 상처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일, 그것이 유교적 방식의 행복으로 향하는 길이다.


저자가 만난 거의 모든 학자들이 상처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답을 하는 과정에서 자기 이야기를 경험을 늘어 놓는다.  상처를 말할 때 자신의 경험 없이는 이야기가 안되는 것처럼. 내놓으라 하는 학자들도 상처를 이야기하는 도중 본인을 객관화하고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있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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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10여명 남짓, 어쩌다 hot 에 올라가 메인에 떴을 때에도 수십명이 고작인 내 블로그에 오늘 아침 현재 방문자 수가 136명이다. 어디 메인에 떴나, 샅샅이 뒤져봐도 없다. 무슨 일일까. 어제 올린 리뷰는 투명인간 하나인데, 공감수로 보면 그 글 때문이 아니다. 어떻게 오셨나요. 어떤 글을 읽으셨나요. 궁금하다.


그냥 나가기 허전해서 읽고 싶은 신간 몇 권 추천. 존사쿠의 만화책은 전부터 읽고 싶었는데 마침 어딘가에서 할인행사중이다. 
























수학이 즐거운 세계를 꿈꿔본다. 수학이 즐겁지는 않지만, 사물을 설명할 때 이해할 때 명확하고 편리하다. 사고하는 것들을 수학적인 언어로 쓰는 시도를 해보는 건 어떨가? 전에, 심심하면 내 고민을 C++ 언어로 만들어보기도 했었는데... 결국 C 언어란 게 일반언어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온 것이므로.. 그닥 기발하지는 않다. 공식처럼 딱 떨어지는 것. 생각도 그렇게 정리할 수 있을까. 그건 그렇고. 수학이 즐거운 세계를 꿈꿔봤는데. 수학을 즐겁게 글로 쓴 책이라면 어떨까. 읽어보고 싶어서.












과학 한 잔 하실래요? 의 강석기님의 신간이 나왔다. 한국의 스티브 제이 굴드라고 불린다고 하는 분의 책.

















<만조의 바다 위에서> 제목마저 근사하다. 이창래. 이 분의 책도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구간 부터 읽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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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투명인간
성석제 지음 / 창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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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세밀한 풍경화 같다. 가끔은 서정적고도 정겨운 산문 같다. 빛바랜 신문의 사회면 기사 같은 곳을 만나기도 한다. 갑자기 시골 소녀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문체가 나타난다. 우민에게 보내는 혁명가의 선동 메시지 같을 때도 있다. 다중 인격의 작가가 쓴 짧은 단편집 모음 같기도 하다. 인간 시대 같은 타이틀을 가진 프로그램에 나와 인터뷰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나긋 나긋 편지쓰듯 쓴 것도 보인다.  산더미 같은 이야기와 셀 수 없는 아픔과 수많은 시대적 풍경을 3대에 걸친 많은 화자들의 입을 통해 재현한다. 김만수와 인연으로 깃을 스친 사람들이 살아온 길에는 긴 근현대사의 소용돌이 속 태풍의 눈이 있었다. 그것을 피할 길 없이 온몸으로 살아오는 과정 속에서 김만수를 보았다. 누구는 조금 멀리서 스치듯 보았고, 또다른 누구는 가까이서 피를 나눴다.  


소설을 구성하는 다중화자들은 서너명이 아니다.  한 때 삶 언저리에 김만수가 있었던 모든 등장인물들은 모두 소설의 화자가 되어 김만수의 일생 중 일부를 공유했고 기억했다. 소설 속의 주인공이. 김만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김만수를 증언했다. 그러나 김만수는 자신의 소설 속에서 말하는 자가 되지 못했다. 그는 기억될 뿐이었다. 천근 같은 가족과 형제들의 생계와 학비를 떠맡고, 오로지 자기 희생을 통한 가족애가 전부고 종교고 신이었던 그를 역사의 수레바퀴가 벌레밟듯 짖밟고 지나갔다. 그리고, 그래서. 투명인간이 되었다.  투명인간이 메타포냐 판타지 소설 속 진짜 투명인간이냐고 빨간책방을 진행하는 이동진이 성석재에게 직접 물어봤다고 한다. 작가는 그렇게도 볼 수 있고 저렇게도 볼 수 있겠죠. 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우문에 현답이다. 


그들 가족은 투명인간이 되었다. 소외된 자, 그들이 투명인간이 되었을까. 버림받은 자, 그들이 투명인간이 되었을까, 도도히 흐르는 역사 속에 외마디 비명 한 번 질러보지 못하고 잊혀질 사람들이 투명인간이 되었을까. 그들은 모두 모든 힘을 다해 열심히 살았다. 착하면 착한대로, 악하면 악한대로, 현대사의 흐름 속에 철저히 소외된 채, 소비되고, 쓰레기가 되어 버려졌다. 


김만수의 추측은 가족과 관계있지만 유전의 영향을 받는 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가 선택한 그의 아내도 투명인간이 되었으니 말이다. 투명인간 1호 김만수는 기업과 공장이 노사갈등의 열병으로 들끓을 때조차 민중의 편에서 장렬하게 희생되는 대신, 회사를 살리기 위해 엉뚱한 대가를 치렀다. 이기심으로 무장하고 개인의 성공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겼던 석수는 시대를 비껴가지 못하고 컴컴한 고문실에서 폭력으로 파괴된 자아를 끌어안고 투명인간이 되었다. 가족의 희생을 발판으로 모든 가족의 기대와 희망를 한 몸에 짊어지고 대학을 들어갔지만 머나먼 땅 베트남에서 몬산토사의 고엽제 에이전트 오렌지의 희생양임을 모른채 대가 없이 병사한 백수 역시 어디에선가 투명한 몸을 옷으로 감싼 채 자전거를 탔을 지 모를 일이다. 


엄마 아빠에게 애초에 버림받아 결핍과 소외에 차고 날카롭고 비수로 방어했던 천재 소년 태석의 독백에서 이 모든 투명인간들의 변신 과정을 추측해볼 수 있다. 


오 제발 이럴 바에는 나를 죽여주소서, 내 생명을 거두소서, 태우고 잿가루로 만들어 공중에 뿌리소서, 강물에 흘러가게 하소서, 저 광활한 우주의 한낱 티끌이 되게 하소서, 생각하지 않고 제가 존재하는 줄도 모르는 원소로 만드소서, 절망 속에서 울부짖을 때에 그게 됐다. 또. 중략. 그게 된다. 가끔 그래서 나는 살 수 있다.


친부는 자신의 존재도 모른다. 친모는 자신을 버렸다. 자신을 키우는 여자는 자신을 두려워한다. 학교에선 차라리 죽음이 나을 듯한 괴롭힘을 당한다. 의미 없이 딛고 올라서서, 무자비한 폭력으로 인격을 파괴하지만, 그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주위 사람들 아무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 사회에서 투명인간으로 변해가는 사람들은 어제도 그제도 오늘도 매일 뉴스를 장식한다. 나는 투명인간인가. 나의 부모는 투명인간인가. 나의 친구, 나의 동료, 나의 형제, 나의 부하직원, 나의 상사, 나의 이웃... 그들은 투명인간이 아닌가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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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devous 2014-08-17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써주신 분들마다 인용해주신 문장이 달라서 골라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 빨간책방, 라디오 책다방 성석제 투명인간 방송 아직 못 들어봤는데 궁금하네요 ㅎㅎ 그런데 한강 작가 소년이 온다 그랜드슬램(문학동네, 라디오 책다방, 빨간책방) 들으면서 콘텐츠가 작아지고 다양해져서 좋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어쩔 수 없이 주류와 중심이 생기고 여기서 벗어날 만큼 시장이 커지려면 아직 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생각하지 않고 제가 존재하는 줄도 모르는 원소의 존재-삶... 불교 공부를 하면 이것을 '사유'할 수 있을까요? 뜬금포로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

CREBBP 2014-08-21 22:43   좋아요 0 | URL
한강의 그랜드 슬램이란 세군데 팟캐스트를 모두 석권했다는 말이군요. 전 아직 하나도 안들어봐서.. 오늘 문학동네 팟 캐스트를 처음 들어봤는데.. 말이 느려서.. 어제 친구가 침이 마르도록 들으라고 들으라고 전화까지 해줬는데 차에서 들어봐야겠네요.. 빨책도 한참 밀렸네요..라디오 책다방이라는 것도 있군요. 전 김영하 톤이 가장 적당한 것 같아요. 너무 늘어지지 않고, 너무 고조되어 있지도 않고 딱 적당..

제 딴에는 저 부분이 하일라이트가 아닐까 라고 생각해봤어요. 작가가 얘기하고 싶었던 것이 저것이 아닐까 라고요. 어제 밤에 투명인간이 되고 싶더군요
 
닥터 슬립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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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으로 대화를 한다. 현실에서는 혼자서나 가능한 일이다. 소설 속에서는 두 사람이 가능하다.  샤이닝이 있는 사람들끼리는 둘이서도 생각만으로 대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니까, 둘이 가만히 앉아있는데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어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생각을 읽고 그 생각에 대한 자기 생각을 생각하고, 그러면 다시 상대방이 그 생각을 읽고 그것이 대화처럼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쌍방향 대화를 생각으로 하는 거다. 1편이 처음부터 흥미로운 건 그런 말도 안되는 일들을 천연덕스럽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이라는 건 언어로 변환되기 전엔 몽롱하고 어떤 안개 덩어리같이 구체적이지 않을 수 있는데 그걸 읽고 해석하는 것이 가능할 지는 몰라도, 그걸 읽고 해석해서 다시 그 의사를 생각으로 전달한다는 건 어떻게 가능할까. 아니 스티븐 킹은 애초에 어떻게 그런 기발한 생각을 해냈을까?

 

 

1편에서는 등장인물의 소개와 성격을 배경을 구체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많은 장면들이 교차 편집하듯 수시로 바뀌어 나타난다. 크게 댄 파트와 아브라 파트, 그리고 트루낫 집단들의 세 파트들이 돌아가며 그들의 일상과 내면적 갈등, 비밀 등을 서서히 파헤치며 극적 전개를 위해 천천히 치닫고 있다.

 

소설의 스케일이 크고, 개념이 생소해서 일단 기본적인 정보를 정리한다.


<용어>


초능력을 가진 생명을 주인공으로 하기에, 생소한 용어가 많다. 

샤이닝 - 말을 하지 않고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특수한 능력, 예지력, 천리안 등 인간이 가질 수 없는 초능력을 말하는 듯하다. 댄과 아브라가 샤이닝을 지닌 핵심 인물이다. 딕과 빌리, 아브라에게 있는 능력이다. 샤이닝이 있는 사람들은 트루 낫의 먹이가 된다. 빌리의 샤이닝 능력은 존재감이 크지 않다. 


트루낫 - 장르 소설에 나오는 전형적인 나쁜 놈들이다. 흡혈귀처럼 샤이닝들의 기를 먹고 산다. 그들은 고속도로 위에서 이동식 주택을 운전하며 떠돌이 이동 생활을 한다.   샤이닝들의 비명을 먹고 고통을 마셔야 산다.


스팀 - 트루낫이 샤이닝에서 취하는 먹이이다. 트루낫의 삶의 목적 자체가 먹고 살기 위해 샤이닝을 사냥다니는 것 같다. 샤이닝들의 능력에 따라 스팀의 크기가 달라진다. 스팀은 트루낫들이 샤이닝을 유괴 납치하여 잔인하게 고문하여 죽여야 많이 나오고, 깡통에 담아넣고 먹는다. 


사이클링 - 트루 낫들이 죽을때 삶과 죽음 사이를 오락가락 하며 투명과 불투명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기이한 현상인듯. 1편에선 무슨 말인지 잘 몰랐는데, 2편에서 주로 나온다.

 

등장인물


댄 토런스 - 오버룩 호텔의 화재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온 비운의 주인공, 알콜 중독자인 아버지의 피를 받아 알콜중독자가 되어 떠돌다가 빌리의 도움으로 뉴햄프셔의 프레이저에 호스피스의 관리인으로  정착한다.  그의 초월적 능력을 이용하여, 호스피스 입소자들의 마지막 순간을 편히 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관련 인물로 댄의 멘토 역할을 하는 또다른 샤이닝 딕 할로런과, 프레이저에 처음 왔을 때, 그를 알아보고 도와준 빌리 프리먼이라는 친구와 알콜중독자 모임에서 만난 친구 존 돌턴이 있다. 엄마는 웬디 토론스 사망, 아버지 존 토런스는 오버룩 호텔 화재 사고로 사망. 1부에서는 댄이 아직 밝혀지 않은 아버지와의 어떤 비밀 같은 걸 가지고 있다. 댄은 중독으로 가장 밑바닥 생활을 전전할 때, 어떤 소녀의 집에서 하루 밤을 자고 그녀의 지갑에 남은 70달러와 그녀의 2살박이 아기를 방치하고 나온 것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간다.

 

아브라 - 대망막을 얼굴에 뒤집어 쓰고 태어난 소녀로 어릴 때부터 강력한 샤이닝 능력을 갖고 태어났다. 가족으로 엄마 루시와 아빠 데이비드, 그리고 증조 할머니(루시의 할머니) 콘체타가 있고 댄의 친구인 존 돌턴이 그녀의 주치의이다. 아기일 때, 9.11을 예측하고, 나라에 굵직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예감하거나 숟가락을 모두 천정에 붙게 하는 등의 행동을 보이는 등의 행동으로 부모들의 근심을 산다. 어린 동안 댄 토런스의 어린 내적 자아인 토니와  기이한 방식으로 친구가 된다. 아브라가 중학생이 되자, 한동안 억제해서 없어진 줄 알았던 샤이닝이 다시 나타나 그녀에게 마을 소년이 고문당해 죽은 전모를 밝히고, 두려움에 쌓인 아브라는 댄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둘은 만나게 된다.   

 

어릴 때, 버려두고 온 내면 아이가 성장하지 않은 채로 아이로 남아, 소녀의 친구가 되고.

샤이닝의 특성 중 하나는 언어가 아닌 생각만으로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토미는 어릴 때부터 댄에게 나타나는 상상 속 친구이다. 속이 깊고 현명한 내면 자아이다. 댄은 성인남녀의 머릿속에 모든 발달 단계의 내면 자아가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토미는 어릴 때의 모습 그대로인 채로 자라지 않았고, 댄은 서른 살이 넘었다. 어떤 일을 계기로 아브라와 알게 되었는데 아브라는 서른 살인 자신과 만나러 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머리 속에 있는 대니와 대화를 한다. 샤이닝들은 보이지 않는 머릿속으로 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러니까 상상으로 서로 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이상 상속 도우미와 아브라는 서로 친구가 된 것이다 이렇게 기발할 수가..

 

인생을 바꾼 작은 친절

미스터리 공포 소설이면서도 인간의 내면적인 갈등 특히, 알콜 중독자의 반복되는 자기 파괴적인 읜존성과 술을 끊은 지 10년이 지난 후에도 끊임없이 자신과 싸워야 하는 중독의 잔인함, 결코 극복되지 않는 정신적 갈망을 리얼하게 그려내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를 돕는 아주 작은 친절, 그로 인해 바뀌는 삶, 바뀐 삶 이후 중독자였을 때 행했던 행동에 대한 자책감 등 은 이 소설이  스릴러물임에도 불구하고 따뜻하게 독자를 끌고 가는 커다른 동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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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은 10년 전에 그가 어떤 식으로 시외버스에서 내려 웨딩드레스의 레이스처럼 고은 눈보라 속으로 걸어 들어갔는지 떠올렸다. 헬렌 리빙 턴을 끄는 새빨간 기관차를 보았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떠올렸다. 그리고이 남자가 괜히 건드리지 말고 꺼지라고 하지 않고 어떤 식으로 그에게 모형 기차를 좋아 하느냐고 놀았는지 떠올렸다 작은 친절에 불과했지만 그것을 계기로 지금 그가 가진 모든게 시작 됐다.


그렇다. 작은 친절에 나락으로 떨어져 가던 지옥 같은 인생을 건져 올리는 기적이 때때로 인간에게는 생긴다 그는 중독자였다. 중독 때문에 오래 일을 하지 못하고 매일 아침 숙취와 후회로 죽지 못할 삶을 이어가던, 더는 이제 갈 곳도 없던 중독자였다. 중독자가 아닌 우리는 중독자의 속성을 모른다. 안마시면 되는데 인생을 망치는 술을 왜 마시고 흡입하지 않으면 되는 마약을 왜 흡입하고, 도박에 왜 빠질까. 욕망하는 것도 나 자신이고, 그 욕망을 거부해야 하는 것도 나 자신이다. 그 치열하고 부단한 싸움을 이겨낸다는 것이 중독의 유혹을 거부하는 것이 일반인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엄청나고 힘든 일이란 걸 소설을 통해 댄을 통해 읽는다. 

 

2편에 리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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