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을 만들다 - 특별한 기회에 쓴 글들
움베르토 에코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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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알게 모르게 편을 가르고 적을 만든다. 남과 북이 대치되어 있는 우리 나라의 이 특수한 국면은 남북의 두 권력 집단에게는 편리한 통제 수단과 탄압의 구실을 만들고 있음을 익히 알고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의 그것이 조금 더 극단적일 뿐이지 다른 종족이라고 다른 국가라고 해서 다르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의 책 <적의 말하다>의 첫 글에서 에코는 과감히 말한다. 인류 문명의 아주 초창기부터 본질적으로 적이란 실제로 우리를 위협하는 것들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우리를 위협하는 존재로 묘사되는 자들이라고. 


우리가 우리의 '적'으로 알고 있는 '적'들이 언제 우리의 목숨을 노렸는가. 편의상 권력이 가진 세계를 단순화하고, 그 권력과 나라를 지탱하기 위해 구성원들의 에너지를 결집시켜 방어라는 수단으로 기만하는 것이 '적'이라는 것의 실체다. 그 '만들어진' 적들은 오늘날은 물론 어느 시대 어느 나라 어느 문화에서건 이방인과 소수자들을 타겟으로 손쉽게 적이라는 이름으로 탈바꿈되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  아름다움의 본질적 특징이 종의 평균적 대표가 되는 데 요구되는 모든 것을 가지는 '온전함'이라면 중세시대에는 이 기준에 따라 평균과 멀리 떨어진 신체적 특징을 가진, 흑인, 난쟁이, 나병환자가 적으로 둔갑하였고, 한 때는 매춘부에 대한 혐오감을 모든 여성에게 확대 해석하여 모든 여성은 인류의 적이 되었다. 그럼 지금은. 의식 수준이 나아졌다고 해서, 미국의 대통령이 흑인이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해서 적이 사라졌나? 적을 만드는 정치적 장치가 사라졌나?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서로 적이 되어 증오하는 일이 사라졌나. 심화되었나.


<적을 만들다>라는 칼럼은 2008년 볼로냐 대학교에서 열린 <고전의 밤>에서 발표한 후 <정치 찬가>에 실린 글이다. 칼럼 내에 고대와 중세 시대의 신화와 기록과 문학을 다양하게 인용하고, 깊은 지식을 펼쳐놓고 현대 정치에서 적의 '필요성'에 대해 꼬집는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다름을 인정하고 고정관념을 파괴하는 것이지만, 현실에서는 시인이나, 성인, 또는 변절자들의 특권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글에는, 전쟁의 필요성은 적을 규명하고 만들어 내는 필요성과 일치하는 것이라는 미국의 한 국가 보고서의 내용을 인용한다. 전쟁은 한 공동체가 자신을 <국가>로 인식하게 하며, 전쟁의 견제 세력이 없다면 정부는 합법적인 자신의 영역을 설정할 수도 없을 것이며, 오직 전쟁만이 계급 간의 균형을 보장하고 반사회적인 요소들을 해결하고 이용하게 한다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 때의 파괴적인 전쟁이 이 보고서의 가르침을 따른 것일까. 국가가 그들이 생각하기에 사회의 낙오자들을 전장의 화염 속으로 내몰아 죽게 하는 것은 적의 실체를 국민에게 각인시키기 위한 것과 낙오적 인간들의 퇴치 목적을 숨기고 있다면 나치와 무엇이 다를까.


군대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들과 버림받은 사람들에게 마지막 희망이다. 생명과 죽음의 힘을 거머쥔 전쟁 시스템만이 사회 조직에서 비주류에 속하는 다른 기관들도 피의 대가를 치르게끔 한다. 37


책에 소개되는 글들은 하나의 주제로 수렴되지 않는, 제각기 다른 목적, 다른 기관의 요청에 의해 다른 주제와 구성, 문체들로 이루어진 움베르토 에코의 글모음이다. 방대한 지식의 향연이 거침없이 드러나는 에코의 글쓰기 특징이 그대로 드러나는, 따라서 잘 정리되어 있고 친절하고, 쓸데없는 주석이나 인용이 대부분 생략된 서적에게 익숙한 한국 독자에게는 매우 산만하고 정신없다는 것 빼고는 나무랄 곳이 없다. 단지 그 산만함이 문제다. 그의 지식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을 종횡하며 끝없이 엉켜있고, 그 출처와 인용을 조금도 생략하지 않는다.  


에세이라고 하기엔 전문적인 내용이 많고, 학술 논문이라고 하기엔 하나의 주제가 어떤 결론을 향해 수렴하지 않고, 협소하지 않으며 짧은 글마저도 결코 한문장 한문장 휘리릭 넘겨버릴 수 있지 않은 통찰의 밀도가 단단한 에코식 글모음이다. 책을 아끼고 싶었으나, 줄을 안그을 수가 없었고, 줄을 긋기 시작하니, 인용문을 빼고는 거의 다 그어야 해서 줄긋기를 포기하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가끔 안그을 수 없는 곳이 사방 팔방 널려있다. 에코는 소설가이면서, 사상가, 철학가이며 건축, 미학 등 다채로운 부분에서 폭넓고 깊이 있는 통찰과 지식을 가진 세기의 지성인이다. 이 책은 에코가 가진 지식이 얼마나 넓고도 깊은지를 헤아릴 수 있는 좋은 샘플링이 될 수 있다. 정치, 철학, 문학, 천문, 지리, 윤리, 예술를 비롯하여 위키리크스에 관한 고찰과 속담을 이용한 위트 있는 창작물까지 매우 다양한 주제를 타고 정신없이 달리다 보면, 이제껏 비판없이 형성되어 왔던 그리고 수용해왔던 의식의 세계가 얼마나 편협하고 왜곡되고 기만적인 것이었는지를 반성하게 된다. 


두번째 글인 <절대와 상대>는 <절대>를 주제로 삼은 밀라네지아나 축제의 간담회에서 발표한 글이다. 여기에서 에코는 절대를 이해하는 것이 늪에 빠진 허풍선이 남작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끌어 늪지에서 빠져 나오는 것과 같을 것이라는 비유를 들었다. 결국 사유를 위해 필요한 언어라는 것이 몽롱하고 흐릿하기 때문에 추상적이고 초월적인 것을 설명하기 어렵고 따라서 신을 이해하려는 시도에서 상상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암흘속에서 모든 암소는 검다고 여기는 것 뿐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것에 이름을 붙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 묘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이미지들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을 묘사하지 않는다.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를 상상하도록 단순히 부추기고는 결국 우리의 기대를 좌절시킨다. 48


창조론에 따르면 인간의 본성은 정액의 힘을 부모에게서 자식으로 옮겨지고 인간성의 타락도 마찬가지다. 이 딜레마를 고대의 종교에서는 어떻게 극복하였을까. 앞에서 소개한 맨 앞의 두세 글 외에 꽉찬 기대감으로 읽어내려간 글은 <천국밖의 배아들> 편이었다. 아직까지도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낙태 문제를 현재 천주교에서 다루고 있는 방식과 아퀴나스, 아우구스티누스 성인를 비롯한 고대의 학자들과 인식과 그 변화들에 대한 을 지적인 통찰을 전한다. 



이쯤하자. 여기서 포기한다. 이 선에서 책의 내용을 허술하게나마 요약해보려는 부질없는 내 의지를 접는다.  그의 책은 요악할 수 없다. 그는 세상을 한 마디로, 한문장으로 정리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그의 글은 어떤 한 결론을 향해 수렴되어 가는 것이라기 보다는 그 주제 자체의 탐험에 그 의의가 있다. 우리는 책을 통해 수많은 문학 작품과, 신화와 과학과 미학과 역사와 온갖 종류의 지식을 심지어 한보따리의 속담들과도 만난다.


특별한 기회에 쓴 글들이라는 부제는 이 글이 왜 이렇게 주제와 형식과 양이 제각각인 글들의 모음이 되었나를 설명한다. 학술행사의 오프닝을 위해 쓰인 글들이 많은 만큼 주제가 다양한 것인데, 의학 윤리, 기호학 협회, 섬에 관한 학회, 고전 학회에서부터 이탈리아의 주간 일간지 등의 다양한 주제에 대해 연구를 하는 학술단체와 각종 매체에서 그의 글을 원했다. 정치적으로 우리나라와 많이 닮은 이탈리아 베를루스쿠니 체제 하에서의 정치적 색채를 띤 글들도 볼 수 있었다. 


소음은 은폐와 같다. 소음을 통한 검열의 이데올로기는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에서 침묵해야 할 것이 있으면 더 많이 떠들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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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 엘레지 - 감탄과 애도로 쓴 종이의 문화사
이언 샌섬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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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종이가 곁에 있을 땐, 그 쓰임새에 대해 무심해서 몰랐는데, 이 책을 읽다 보니, 우리는 참으로 수세기동안, 특히 우리들의 스마트한 디지털 세대가 종이를 잠식하기 바로 방금 전의 세기까지 가장 풍부하게 종이를 누리고, 종이를 종같이 부리고 학대하며,  종이와 함께 살아왔다. 


이제 종이가 떠나가려나, 종이에 대한 애가라는 제목으로 책이 나왔다. 갑자기 슬퍼지려고 한다. 종이엔 우리의 정신이 알알이 배겨있을 것 같은데.. 보이지 않는 정신이, 내면이 머물 곳은 종이 밖에 없을 것 같은데, 이제 떠나보낼 준비를 해야 하나. 원고지나 노트에 소설을 쓰는 폴 오스터를 오래된 박물관의 구석기 유물을 보듯  신기해하는 것처럼, 언젠가부터 우리는 종이에 긴 글을 쓰는 방법을 잊어버렸고, 환한 모니터의 불빛을 온 얼굴로 맞아야 생각들이 텍스트로 기어나오며, 아이들은 손글씨를 삐뚤빼뚤 알아볼 수도 없게 써도 무심히 넘겨야 하고, 화면에 쓰일 예쁜 글자체를 디지털 머니를 주고 구입하는 세상이 우리도 모르게 지배하게 되었다. 디지털 원주민인 우리의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에도, 종이에 박힌 글자들에 대해 우리 성인이 느끼는 것과 동일한 느낌을 가질 수 있을까. 종이는 언젠가 빛바랜 노스텔지아가 될까


종이가 꼭 글씨들과 쌍으로 엮일 필요는 없다. 조금은 뜬금없게도, 이 책은 종이의 쓰임에 대한 글을 지도에서부터 찾기 시작한다. 종이가 장소에 대한 수많은 정보를 빼곡히 채워넣은 지도를 담았을 때 본격적인 인류의 대탐사가 세계를 대대적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그러나 역시 책은 종이의 목적 자체이기도 했다. 사상을 전달하고 감정을 불러 일으키고 인간을 자각하게 함으로써 인류 역사를 변화시켜 왓다.  과학 혁명, 종교개혁, 구체제의 몰락, 자분주의의 부상, 공산주의의 몰락, 그리고 그 사이 역사의 동력이 되는 텍스트를 담고 있었으니 세계를 지배한 건 무기 이전의 정신 자각 분노 깨우침 뭐 그런 거니까. 구텐베르크 이래 책과 거의 동일시 해 온 종이는 인류가 오랜동안 쌓아온 지성을 담는 그릇이다. 지폐의 사용 이후 경제 역시 종이 위에 세워졌고, 금융상품도 종이 위의 숫자로 구성된 것들이다. 필요가 발명을 낳듯, 지폐의 통용은 9세기 구리가 부족해진 중국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인류를 물질적 삶을 지탱하는 경제는 지폐로 인한 버블과 붕괴의 역사이기도 했다. 아직도 우리는 상품 위에 붙여놓은 종이 상표와 포스터와 아파트 입구로 쑤셔넣어진 각종 상품과 세일과 배달 음식점의 광고 전단지들의 홍수 속에 있으며, 상점의 유리벽에 각종 세일과 행사를 알리는 종이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틈새로 새어 나오는 불빛 속을 걷는다. 종이는 건축과 예술 작품의 소재로도 쓰였으며, 일본의 전통 놀이(?)라고 잘못 알려진 오리가미 종이접기는 사실 서양에서 먼저 시작되었는데 일본에서 발전시켜 다시 역수입된 문화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문구점에서 파는, 서양에서는 구할 수 없다는 색종이들을 떠올린다. 여권과 같은 신분증은 물론, 두 나라 사이의 주요 협정도 종이 위에 쓰여진다. 


이러한 종이 기반의 모든 것들이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디지털화되어 왔지만, 아직 애도할 시점은 아니다. 크레딧 카드와 전자화폐가 지폐를 대치하고 있는 동안에도 정겨운 재래시장에서  현금없이 콩나물을 살 수 없다. 킨들과 크레마가 앞다투어 전자책을 출판하고 있고, 차안에 굴러다니던 각종 지도책은 오래 전에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고 이제 네비 없이는 통근을 못하고, 스트릿뷰어로 확인하지 않고는 약속잡는 일을 삼가하는 동안에도 새로운 곳을 여행할 때에는 여행안내소에 들어가서 그곳의 안내 책자와 지도를 받아 들고 나온다. 끊임없이 스마트폰과 교감하며 살아가는 아이들의 책상에는 교과서는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종이시험지의 문제들을 풀어 성적을  평가받고, 책읽는 어른들도 아직 이렇게 건재하지 않은가. 


정신문물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종이가 실은 환경을 무참히도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흔히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비닐 봉지를 꼽기에, 마트에서는 종이봉투를 구입하는데 종이가 이에 못지 않다. 오늘날 산업용으로 벌목한 목재 가운데 절반 가량이 제지용 펄프로 쓰이고, A4 용지 한 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전구 하나를 한 시간 동안 켜놓을 때만큼의 온실가스가 배출될 뿐 아니라 물도 한 컵이나 사용된다고 하니 아무렇게나 휘갈겨 없어지는 A4 용지 한장에 애도를 불러야겠다. 그런데 환경보호와 같은 선의의 주제에 대한 책을 모으는 장서가들도 결국 환경파괴자라고도 할 수 있는 아이러니는 어찌할 것인가. 너도나도 보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종이책 출판 산업은 환경 파괴 산업이라고도 할 수 있는 아이러니는 또 어쩔 것인가.


저자 이언 샌섬은 신발 밑창이 너덜너덜 떨어지는 걸 본드로 이리저리 붙여가며 신고 다니면서도 책 한권의 저술로 생긴 선인세로 한질의 책을 사는데 써버리는 장서가이다. 폭넓은 지식을 전방위로 휘두르며 기관총처럼 거침없는 지식을 난사하는 글쓰기가 움베르토 에코를 연상케하기도 하지만, 어렵지는 않게 읽힌다. 주위를 살펴본다. 온통 종이로 된 것들이로구나. 달력, 3M 포스트잇, 흩날리는 A4 용지들, 영수증, 지갑의 현금 약간과 상품권, 쌓여잇는 책들, 상품의 박스, 상자들.... 아직 애도할 때가 아니다. 종이로 이루어진 세상을 살고 있다.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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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와 늑대>로 알려진 마크 롤랜즈의 신작이다. SF 영화로 보는 모든 것 이라는 부제 외에는 아무 정보도 없다. 미리보기도 아직 안나왔다.  452쪽인데 1만6천원으로 가격은 착하다. 늑대를 개처럼 기르면서 쓴 <철학자와 늑대>가 전세계 16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고, 저자가 다소 까칠한 매력의 소유자라는 것 정도가 정보의 전부.


개 대신 늑대를 키우는 것처럼, 철학과 SF를 결합한 발상이 재미있다.









<속죄>를 쓴 이언 매큐언이 1995년에 쓴 작품. 그의 초중기 작품에해당된다. "현대 문명사회의 다양한 폭력과 인간 실존의 문제를 놀라운 지성과 세련된 언어 감각으로 예리하게 포착해내는 매큐언의 이번 작품은 “거대한 사건들이 개인의 삶에 미친 영향이 발현되는 상황”에 줄곧 흥미를 가져온 작가가 CIA와 MI6의 실제 합동작전을 소재로 1990년 발표한 네번째 장편소설이며, 2차 세계대전 직후 냉전하의 베를린에서 펼쳐지는 한 청년의 잃어버린 순수와 사랑을 그렸다."









70년대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절제의 사회> 등 수많은 책을 썼던 세계적 사상가 이반 일리히가 돌연 사라져 연구에 몰두하다가 돌아왔다. 


P.6 : '현대화된 가난'은 과도한 시장 의존이 어느 한계점을 지나는 순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 가난은 산업 생산성이 가져다 준 풍요에 기대어 살면서 삶의 능력이 잘려나간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풍요 속의 절망이다. 이 가난에 영향을 받는 사람은 창조적으로 살고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데 필요한 자유와 능력을 빼앗긴다. 그리고 플러그처럼 시장에 꽂혀 평생을 생존이라는 감옥에 갇혀 살게 된다.







 발터 벤야민이 어떤 경험과 공부의 과정을 거쳐 자신의 사유를 글쓰기의 형태로 정착시켰는지를 추적한다고 한다. 












만인이 그리워하는 작가 박완서가 2011년 향년 80세로 삶을 마무리하기까지 마지막 13년을 보냈던 '아치울 노란집'에서의 삶과 지혜를 담은 스테디셀러 산문집이다. 초판이 출간된 지 7년이 지난 2014년의 시점에서 새롭게 개정판으로 나온 <호미>는 그의 맏딸 호원숙이 어머니가 일구던 노란집 마당 정원을 직접 일구며 틈틈이 그려낸 40여 컷의 식물 일러스트를 수록하고 있다. (출판사 소개글)










이런 책 한권쯤 가질 사치를 했음 좋겠다. 

갈라파고스 제도의 동물 종과 화산, 북극과 남극에 서식하는 펭귄과 바다사자, 가마우지와 고래, 브라질의 악어와 재규어, 아프리카의 사자, 표범과 코끼리, 깊은 아마존 밀림에 사는 고립된 조에 족, 서 파푸아의 스톤 코로와이 족 수단의 유목부족 딩카 소 농부, 북극권의 네넷 유목민과 그들의 순록 떼 등을 담은 세바스티앙 살가도 제네시스의 사진집








비슷한 내용을 영화로도 본 적이 있는데.. 감옥에서 연극을 하는 내용이었는데...어쨌거나 실화라면 감동의 깊이가 다르다. 

출판사 소개글은 이렇다. 
이 책은 독방에 갇힌 한 무기수와 그에게 셰익스피어를 이야기해온 한 교수의 10년간의 실제 기록이다. 이제 겨우 30대에 들어선 래리는 10대에 살인죄로 기소되어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 받고 10년 가까이 독방에 홀로 갇혀 지내왔다. 학력이라고는 초등학교 5학년 중퇴가 전부인 그는, 저자인 로라 베이츠를 만날 때까지만 해도 셰익스피어가 누군지조차 모르는 상태였으며, 깊은 절망에 빠져 죽음의 환영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셰익스피어를 만나면서 그는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와 삶의 의미를 인식하고, '진정한 자유'를 깨닫는다. 그는 10여 년 만에 독방에서 풀려나고, 같은 처지의 재소자들을 위한 셰익스피어 프로그램 워크북을 쓰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은 AP, NPR, MSNBC, 디스커버리 채널 등 미국 국내외 유수 언론들의 주목을 받는다. 래리는 로라 베이츠 박사에게 고백한다. "셰익스피어는 제 삶을 구원했습니다"라고. 


목차를 보면 책의 내용을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제1부 치열한 격전지
01 대의를 위한 전쟁은 없다: 이라크 유전과 가야의 철
02 누가 군대를 국가주의의 화신이라 일컫는가: 이라크의 미군 용병과 고구려의 유목민 용병
03 다이아몬드의 핏물은 빠지지 않는다, 수요가 있는 한: 전쟁 기획자들
04 시장, 전쟁을 도발하거나 억지하거나: 미국의 딜레마와 수제국의 참패
05 빈 라덴이 원한 것, 미 경제를 수렁으로 끌어들일 전쟁: 혈우병 환자 미국
제2부 달러의 그늘
06 무기를 팔 때는 분쟁국의 요구에 맞춰라: 무기산업의 악마적인 매력
07 자본은 정치를 움직이고 이권은 반란을 획책한다: 자본가의 국제정치
08 비단의 탐욕에 수는 멸망했고, 흔들리는 ‘달러’에 미국은…: 중국의 비단과 미국 달러
09 방탕한 왕자들, 뇌물을 좇아 세계시장을 누비다: 고려 충혜왕과 사우디 왕자들
10 패권화폐 그 허망한 영광을 경계하라: 화폐폭탄, 달러

11 제국의 번영은 ‘물고 물리는’ 대가를 치른다: 미 제국과 당 제국


 올해엔 필립로스의 책이 쏟아져 나오기로 작정한 해인가부다. 

 <포트노이스의 불평>이 2월에 나온 후 <미국의 목가>가 5월에,  <유령퇴장>과 <굿바이 콜럼버스>가 8월에 나왔고, 이번에 <전락>이 나왔다. 주로 정역목님이 번역했었는데, 이번엔 번역가가 다르다.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책. 

아버지』『신들의 봉우리』의 작가 다니구치 지로의 신작.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산책을 즐기는 한 초로의 남자의 이야기로, 그의 발걸음을 따라 에도의 풍경을 그려낸 작품이다. 은퇴 후 에도의 구로에초(현 도쿄 고토 구 일대)에 거주하는 주인공은 매일 걸음 수를 세며 산책하는 것이 취미이다.하나 둘 걸음을 세어가며 사람들이 가득한 번화가나 골목길, 유서 깊은 신사, 산과 바다 등 에도 곳곳을 누빈다. 그의 산책은 날씨와 계절도 가리지 않는다. 봄에는 꽃을 구경하고, 여름에는 소나기를 맞으며 걷고, 가을에는 잠자리를 따르고, 겨울에는 쌓인 눈을 밟는 감촉을 즐긴다. 그의 발걸음마다 춘하추동 에도의 정취가 물씬 피어오르고, 독자들은 당시의 거리를 실제로 거닐고 있는 듯한 기분에 빠져든다. 주인공은 길 위에서 거리의 상인, 떠돌이 하이쿠 작가, 어부, 만담가 등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기도 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생활상이 마치 지금의 일인 것마냥 생생하게 다가온다.(출판사 소개글)


2008년 ‘아라이 나미코(荒井なみ子)’상 수상작. 팔레스타인의 역사와 문화를 수탈, 흡수하여 발전해온 이스라엘의 모순과 기만으로 가득 찬 ‘점령 문화’의 실상을 생생한 실상을 통해 비판하고 있다.

저자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이나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비인도적인 정책에 대한 분노에서 출발해, 이런 일이 왜 계속되는가 하는 의문을 가지고 결국 이스라엘 사회 내부로 들어간다. 이스라엘의 폭력적인 점령 정책, 차별적이고 인권 억압적인 시스템을 비판하는 자세를 명확히 하면서, 이스라엘 사회의 다양성을 그 내부에서 이해하고자 한다. 

이 책의 내용은 대부분 2003년에서 2005년까지 이스라엘에 체재하면서 관찰하고 관련 자료를 훑으며 고찰한 것에 힘입은 것으로, 출간 후에도 매년 현지를 방문하여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출판사 소개를)


프랑수아 기조는 책에서 ‘문명의 이해’를 역사가의 중심 과제로 삼으면서 전통적인 역사이해 방식을 혁신하고, 유럽 문명의 발전과정을 거대한 서사로 재구성한다. 유럽은 18세기까지 보편사의 한 부분에 머물러 있어야 했지만 19세기 들어서는 자신만의 고유한 문명사를 갖게 되는데, 이는 분명 기조와 그의 『유럽 문명의 역사』 덕분이라 하겠다. (출판사 소개글)




움베르코 에코의 최근 글모음. 여기 저기 발표한 다양한 스펙트럼의 글들이 실려있다. 

이미 읽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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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4-10-01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간평가단 연장되는 줄 알았습니다. 벤야민의 공부법, 우주의 끝에서 철학하기 등이
관심을 끕니다. 언제나 그렇듯 좋은 책은 쌓이고 어떤 때는 시간이, 어떤 때는 능력이,
어떤 때는 용기가 모자라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CREBBP 2014-10-01 18:06   좋아요 0 | URL
ㅎㅎ 희망사항입니다.
신간평가단 덕분에 신간 책구경하는 게 습관이 돼서요.

양손잡이 2014-10-01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크롤렌즈 신작은 이전에 출판된 SF 철학의 증보판이라고 생각되네요. 주제는 물론 표지까지 비슷... 철학자와 늑대보다는 좀 난잡한 책이었습니다.

CREBBP 2014-10-02 11:15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SF도 난잡하고, 철학이라는 주제도 사실 난해한데 서로 섞이니 얼마나 난잡할까요 ㅎㅎㅎ
 
왜 그런지 돈을 끌어당기는 여자의 39가지 습관
와타나베 가오루 지음, 김윤수 옮김 / 다산북스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돈을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돈이 많은 사람처럼 행동하라.  부자처럼 행동하고 고급 옷과 고급 물건을 소비함으로써 자신의 자아상을 부자로 만들어 놓는다. 이것이 이 책의 전체적인 요지이다. 따라서 저자가 말하는 39가지 습관이라는 것도 단순화시키면 돈을 붙들고 앉아서 아끼지 말고 필요한 곳에 아낌없이 쓰고 나누고, 주술적인 믿음을 가지고 부자가 될 꿈을 꾸라는 긍정철학에 바탕을 둔다. 


책에 따르면 나는 부자다 라고 생각하면 부자가 된다. 나는 풍족해질 것이다 라고 믿고, 그대로 실천하면 즉, 돈이 없더라도 부자처럼 쓰면 돈이 따르게 돼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보름달을 보며 지갑을 흔드는 일에도 진심을 다해 흔들면 금전운이 붙는다는 것이다. 돈이라는 것은 들고 나는 것이기 때문에 써야 다시 들어온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이러한 주술적인 믿음이 자신이 풍족하다는 개인의 자아상을 형성시켜 부자의 마인드로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인간은 저마다 각기 다른 가치관에 따라 돈을 쓰는 곳이 다르다. 호화로운 인테리어로 치장된 값비싼 집에서 생활하는 것만이 부자들의 욕망이 아니다. 방 세개짜리 월세 집에서 살면서도 왕처럼 돈을 쓰고 작은 차에 몸을 맡기거나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출퇴근하면서도 연수입 수십수백억원이 넘는 부자들이 있다. 그들은 맘껏 돈을 쓸 수 있지만, 자신이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곳에 돈을 쓴다. 값비싼 옷을 사거나, 가방을 사는 데 모든 인생의 가치가 있는 사람들은 다른 어떤 소비보다 그런 곳에 돈을 씀으로써 자신이 부자가 된다. 호화로운 스포츠, 사람들을 만나 맛있는 것을 먹고 마시는 일,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일, 혹은 취미 생활을 위해 많은 돈을 쓰는 사람 모두 자신의 가치를 위해 자신이 가진 돈의 가장 많은 부분을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돈이 얼마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소비하고 싶은 곳에 얼마나 충족된 소비를 하느냐 하는 것이 동일한 액수의 돈을 가지고 자신을 풍요롭고 부자로 느끼게 만들게 되는지를 결정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저자의 생각과는 반대로 돈이란 자신이 좋아하고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만큼만 주어져도 되지 않겠나, 궂이 그리 열심히 살아 많은 돈을 모은들,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찾지 못한다면 풍요로운 자신을 누릴 수 없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돈을 끌어오는 습관이라고 소개한 것들의 것들은 남에게 넉넉하게 베풀어라. 할인 상품을 찾아 돌아다니는 시간을 절약해서 필요한 물건을 제값을 주고 구매하라. 라고 하는 실직적인 충고에서부터 책상과 주변의 사물을 늘 정리하는 습관을 가짐으로써, 금전 출납의 흐름을 개선하라, 화장실을 깨긋하게 매일 청소하라는 다소 일상적인 습관, 그리고 금전운을 부르는 마인드 컨트롤을 해라, 코칭이나 여러가지 교육 프로그램 등 우선 향후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는 기술 교육에 돈을 투자해라. 필요하면 일단 써라, 그러면 돈이 생긴다. 부자와 같이 다니면서 부자들의 씀씀이를 배워라 라고 하는 다소 엉뚱하고 의심스러워하는 습관들을 포함한다. 


저자는 20대 때에는 100여만원의 돈으로 겨우겨우 입에 풀칠을 하고 살았고, 결혼을 하고 나서도 남편이 벌어오는 100여만원의 돈으로 전업주부로 살다가, 미용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유명해지고, 상품 판매에 대박을 터트린 이후, 부자가 되어 코칭 등을 해서 점점 더 부자가 된 듯하다. 사회적 구조적 변화 없이 개인이 노력하면 모두 부자가 된다면, 그렇게 믿고 산다면 얼마나 해맑은 인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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