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식당 - 요리사 박찬일의 노포老鋪 기행
박찬일 지음, 노중훈 사진 / 중앙M&B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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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변화를 수용해야 살아남는 21세기 디지털 사회지만, 변하면 망하는 곳이 있다. 오래된 것, 낡은 것의 가치가 기억과 함께 저물어 추억이 되지 않고, 오래된 것 그대로가 오히려 현재를 이어주는 곳. 바로 노포이다. 모든 것이 변해도 맛에 대한 감각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처음 먹어본 어떤 음식의 강렬한 맛과 향기는 기억을 환기시키고 향수를 자극하는 가장 근원적인 감각이다. 정직하고 진실한 맛을 잊을 수 없어서 한 번 찾고, 두 번 찾아 단골이 된 식당, 그 곳의 맛이 변하면 고객은 배신감을 느낀다. 그리고 한 때 문전성시를 이루었던 식당은 노포가 되기 전에 망한다. 이것이 변하면 망하는 식당의 법칙이다. 


노포란 오래된 가게를 말한다. 일본과 유럽엔 100년된 식당, 100년된 동네 가게와 100년된 수공예 기업도 있다지만, 갑작스런 문호 개방과 일제의 침탈과 전쟁과 군사 쿠테타와 독재와 민주항쟁과 IMF를 빠르게 진행된 산업화와 함께 견뎠어야 했던 100년의 지난 역사 속에 100년 노포를 견디게 할 만한 힘은 없었다. 오골오골 벌레가 기어나올 것 같지는 않은지, 길거리에는 적어도 수십년은 지났어야 어울릴 Since라는 표기에 1997 혹은 2001 같은 숫자를 써넣은 식당을 볼 수 있을만큼 한국에서 대를 이어 오랫동안 지켜온 식당을 찾는 것은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100년된 식당은 없다. 해방 전에 생긴 식당 중 1930년대 식당들이 그중 가장 오래된 식당들이다. 이렇게 오래된 노포들은 서울 중구와 종로에 모여 있다. 저자 요리사이자 음식관련 책들을 출간하는 저자 박찬일은 노포들을 찾아 직접 취재하고 그 집에 얽힌 사연, 역사, 맛의 비결 등을 민속사적인 자료들과 함께 취재해서 책을 냈다. 식당 하나 하나마다의 사연과 스토리를 꼼꼼하게 다루고 있어 많은 식당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16개 노포 중 서울에 위치한 곳이 8곳이고 대구와 부산 등 지방이 나머지이다. 대부분 식당이나 어묵과 국수 공장, 그리고 빵집을 포함한다. 


서울 중구에서는 1946년 생긴 이래 순메밀로 만든 평양 냉면을 파는 우래옥, 1960년부터 시작하여 남대문 근처에서 아직까지 6500원이라는 부담 없는 가격으로 평양 냉면을 파는 부원 면옥이 소개되었다. 종로에도 세 군데나 되는데, 1961년부터 족발을 팔기 시작, 오로지 족발,간장, 생강, 파, 양파 이외에는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고 비결이라면 40년된 씨육수로 삶아낸다는 평안도 족발집,  서울에서 세번째로 오래된 노포로 추탕과 미꾸라지 튀김을 파는 용금옥과 since 1933년 오랜 전통의 설렁탕 전문점 잼배옥, 조선시대부터의 장구한 세월을 견뎌온 종로 1가와 3가 사이 피맛골에서 둥지를 틀었으나 르미에르 종로타운 재개발로 이 이제는 흔적조차 사라진 역사를 간직한 가슴아픈 사연의 청진옥(해장국, since 1937)이 소개되었다. 서울에서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는데, 1953년 생겨 연탄불로 정확하게 나폴리 피자 협회에서 결정한 피자 오븐 온도와 동일하게 485도의 고화력으로 갈비를 굽고, 얼른 서서 뚝딱 술한잔과 함께 속을 채우고 나갈 수 있게 지켜온 연남동 마포 서서갈비다. 정리해보면, 서울은 대개 탕을 중심으로 노포가 남아있고, 해방과 전쟁이라는 역사적 전환기에 월남한 사람들의 영향으로 냉면과 족발 같은 평양 음식들이 많이 남아 있다. 


대구에서는 육개장을 파는 옛집식당이(since1953)과 추어탕 전문점 상주식당(since  1957)을 골랐다. 전쟁의 영향으로 부산까지 피란했던 우리의 할머니들은 부산에 둥지를 틀었고, 일본 문화를 많이 수용했던 부산에는 서을과는 다른 풍경으로 남은 노포들이 많다. 그 옛날부터 대기 줄이 하도 길어 빨리 먹고 가라고 달리기 이름인 마라톤이라는 안주 이름을 손님들이 지어준 선술집 마라톤집은 1959년에 생겼고, 해운대 소문난 암소갈비는 1964년에 생긴 노포다. 대기업의 어묵 사업에 시장의 모든 수제 어묵집들이 불량식품이니 뭐니 하는 노골적인 탄압에 백기를 들었을 때에도 맛으로 살아남은 since 1953의 삼진 수제 어묵 공장 및 박물관은 다음 번 부산 여행 때 꼭 들려봐야겠다. 


빵집으로 롤 카스테라, 찹쌀떡이 특화되어 있는 순천의 화월당(since 1945) 이 소개되었고 해풍에 말려 공장에서는 흉내도 몬내는 쫄깃하고 매끄러운 맛을 간직한 경북 포항의 제일 국수 공장(1971년)도 함께소개 되었다.  제주에 담달에 갈 작정인데, 1978년부터 제주향토음식을 팔기 시작했다는 도라지 식당과 1964년부터 순대국밥을 팔아온 광명식당을 방문해야 겠다. 


이렇게 오랜 질곡의 시간을 견디고 살아남은 노포들의 특징은 첫째 변함없이 맛있다는 점, 둘째, 주인이 바뀌지 않고 대를 이어 하고 있다는 점, 셋째 직원들이 오랫동안 근무한다는 점이다. 숱한 시련의 시간 속에 때로 메뉴를 바꾸었어야 하기도 했고 때로, 강제 이사를 가야 했고, 또 때로 거의 폐점 직전에까지 가기도 했다. 우리가 노포를 인정하고 오래된 골목길과 오래된 식당들 오래된 것들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 건 고직 몇년 사이이다.  그 전까지 우리 스스로를 만들어온 정체성을 외면하고 새 것, 외국에서 들어온 것들, 반짝반짝하고 윤이나고 네모 반듯한 것들만을 세련되고 현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왔고, 그것에 대한 결과로 이렇게 초라한 숫자로 남은 노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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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오파트라의 딸 2 - 로마의 여인들
프랑수아즈 샹데르나고르 지음, 최정수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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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신분제 사회에서 결혼은 귀족의 결속을 통해 권력을 강화하는 수단이다. 어느 사회에서나. 오늘날의 재벌가가 그러하듯이. 그러니 사랑 따위, 맹세 따위 개나 줘버리면 그만이다. 그들은 거부하지 않았다. 소녀도 소년도 자기에게 배당된 짝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사랑은 사랑대로 했다. 누가 숙청당하거나, 죽거나, 권력의 재편성이 필요할 때 그들의 결혼도 그렇게 간단히 재편성되었다. 이혼이 쉬운 만큼, 사생아와 의붓자식들과 의붓형제들과 의붓 형제의 형제들과 마치 레고 블럭처럼 이리 저리 원하는 모양의 권력 구조를 형성하기 위해 마음대로 붙였다 떼어졌다 하며 원하는 대로 해체와 조합을 반복했다. 원년이 2-~30년 앞으로 찾아올 고대 로마시대때의 일이다.


책의 1/5 가량은 읽기가 힘들었다. 먼저 읽은 리뷰어들의 리뷰를 통해 수많은 등장인물과 긴 이름과 긴 지명이 가독성을 떨어뜨린다는 말을 듣고 각오를 했고, 그래서 처음부터 가계도를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매번 장면이 바뀔 때마다 가계도의 화살표를 이리 저리 바꾸고 x 표를 치고 이름을 지우고 새 이름을 새겨넣고... 그러면서 차차 누가 중요한 인물이고 누가 주변인물이고, 이 책의 흐름이 대략 어떤 식으로 계속된 것인지가 안개 걷히듯 서서히 걷혀져간다. 그려나가기 시작한 가계도가 점점 익숙해져서 대략 찾지 않아도 누가 누구의 딸이고 누구와 결혼했다가 누구와 이혼해서 그 딸이 누구랑 또 결혼했다가 다시 누구랑 이혼했는지를 일일히 대조해보지 않더라도 대략 알 수 있을 때쯤 되니 책 <클레오파트라의 딸 2편>이 이 끝났다. 줄거리를 그림으로 그리면 다음과 같다.  







빠간색 박스에 들어있는 인물은 여자 성인이고, 파란색 박스에 들어있는 인물은 남자 성인이고 녹색 박스에 들어있는 인물은 팔라티노 언덕의 옥타비아의 집에서 와글와글 함께 모여살고 있는 형제, 자매, 의붓 형제, 사돈의 형제, 원수의 딸, 원수의 아들, 포로의 자식들이다. 그들이 소년 소녀였을 때부터 시작하여 모두 결혼해 떠나고 돌아갈 곳도, 미래도 없는 셀레나만 남게될 때까지의 막장 드라마같은 짝짓기 놀이다. 악티움 전투를 계기로 삼두정치를 끝장내고 황제의 자리에 오른 옥타비우스 아우구스트의 시대에 그의 누이 옥타비아가 취미로 수집하여 기르는 아이들이다. 그녀의 취미는 아이 수집이었다. 늙은 마르쿨르스와의 첫번째 결혼에서 태어난 세 명의 자기 자식과, 안토니우스와의 두번째 결혼에서 낳은 두 명의 딸, 그 안토니우스가 첫번째 결혼에서 낳아 데려온 아들, 그 안토니오가 이번엔 자신을 배신하고 이집트의 황제 클레오파트라에게서 낳아온 셀레나와 그녀의 쌍둥이 형제 알렉산드로스, 이렇게 자신과 자신의 X배우자들의 모든 핏줄을 거두고, 황제인 남동생과 남동생의 부인이 전남편에게서 낳아온 자식까지 모두 맡아서 길렀을 뿐 아니라, 정복한 국가의 왕자들을 포로로 데려와 길렀다. 


이 책은 클레오파트라와 가이우스 안토니우스가 옥타비우스 아우구스트에게 악티움 전투에서 패한 후,  둘 사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한 명의 딸 셀레나를 당시 사회상을 고증을 통해 재현한 역사 소설이다. 역사 소설에 얼마만큼의 허구가 들어갈까?  역사가 많아지면 소설적 상상력의 결핍이 문학적 가치를 훼손시키지만, 소설적 상상력이 고증의 범위를 침범하면 역사를 왜곡하게 된다. 그래서 작가들은 선택한다. 아주 작은 단서만으로 마음껏 시대적 판타지를 엮어갈 수 있는, 역사의 전면에 나서지 않은 영웅의 주변에 맴돌다 스러져간 주변인을. 셀레나는 고대 로마 판타지 서사의 끝판왕, 클레오파트라의 딸이다. 호화로운 환경에서 왕족으로 보호받던 셀레나가 하루 아침, 참혹한 가족의 몰살을 온몸으로 경험한 후, 홀로 적국의 포로가 되어 남겨진다는 것은,  그리고 그 소녀가 마침내 살아남았다는 한 줄의 역사가 작가 프랑수아주 상데르나고르에게 준 영감은 열병과도 같았던 모양이다.


작가는 소설에 직접 설명자로서, 화자로서, 그리고 소설가로서 등장하여 개입한다. 독자들에게 어디까지가 역사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를 분명히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따로 챕터로 뽑아, 남겨진 문헌의 기록을 되짚으며 기록 속에서의 그녀, 그녀들, 그녀들의 남자들, 그 남자들의 여자들에 대해 고증을 곁들인다. 역사소설로서의 새로운 시도로 볼 수도 있겠다. 역사 소설을 읽을 때 가장 절실하게 드는 궁금증들, 정말 이랬을까? 이 때의 풍경이, 이 때의 사람과의 관계가, 이 때의 문화가, 이 때의 풍습이 정말 이랬을까? 하는 궁금증들을 시원하게 풀어주지만, 한편으로는 기껏 감정이입했던 소설의 맥이 툭하면 자꾸 끊긴다. , 이것이 소설이다. 이것이 허구다. 작가는 지금 허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역사소설 특유의 드라마틱하고 과장된 반전 없이, 조금은 잔잔하게 진행되고, 더디게 흘러가는 듯한 느낌도 든다. 작가는 살아남은 셀레나의 내면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스스로를 증오와 차단으로 방어하는 당돌한 소녀에서 어느덧 성인이 되도록 결국 모진 마음의 상처를 이기고 살아남은, 지혜로운 여성으로 성장시킨다. 너무 오랫동안 읽는 바람에, 다른 책들을 읽지 못했다. 진도가 빠르게 나가지 못했던 이유는 고대 로마에 대한 역사 지식이 짧아, 매번 궁금증이 일었고, 소설의 배경 속에 언급된 역사적 사실들과 문화적 풍습이나 의상, 주거 등에 대한 자료를 찾아다니느라 책읽기에 집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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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인문으로 수를 읽다 융합과 통섭의 지식 콘서트 3
이광연 지음 / 한국문학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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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와 각종 결제 시스템이 요즘처럼 결제의 주류 수단이 되기 전, 현금출납기나 계산기가 일반화 되기 도 한참 전, 그러니까 요즘 세대들에게는 호랑이 담배 피우는 시절 쯤 되는 아날로그 시대엔 가게나, 식당 어디에서든 현금이 쓰였다. 현금 유통 경제 시스템에서 빠른 암산을 통한 산술 계산은 필수적이다. 그 땐, 작은 동전들도 책상 한구석의 빈 병에서 모여 잠자는 대신 하루에도 전국을 몇바퀴를 돌며, 활발하게 이사람 저사람의 손으로 헤아릴 수 없는 거리를 이동하였다. 그 시절엔, 가게든, 시장이든 아주 작은 자리수의 정교한 단위까지 덧셈과  뺄셈 나눗셈 같은 암산을 순식간 마치고 거스름돈을 건네주는 빠른 계산이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장사꾼들에게까지 일반적으로 행해졌었다.  


수학도 하나의 고유 언어이다. 음악적 언어가 오선지 위를 날아다니는 음표들과 음악 기호이듯, 수학에 쓰이는 기호와 수식은 세계 공통의 언어다.  아기들이 언어를 배울 수 있는 까닭은 자신의 요구를 엄마에게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엄마는 아기의 울음소리와 표정만 보아도, 아이의 요구를 알 수 있다지만, 아기들의 요구가 오로지 먹고 싸고 안기고 싶은 단순한 종류일 때에나 가능한 일이다. 아이들의 뇌가 자라고, 욕망이 커질수록 아이들의 욕구는 언어를 통해 전달된다. 아이가 그 언어적 환경에 노출되어 있으므로 언어의 습득은 자연스레 이루어진다. 


불과 이십여년 전만 해도 매표소나 가게, 시장 등 어느 곳에서든 매일 되풀이하여 연습하는 초등 1학년 아이들의 학교 시험보다 훨씬 빠른 계산이 가능했던  이유는 아기들의 언어 습득 시스템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계산을 제대로 빠르게 해야 먹고살 수 있는 환경이었기 때문에, 장사를 하는 분들에게는 비록 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않은 노인이라 하더라도 말을 해서 의사 교환을 하듯, 빠른 암산이라는 계산 언어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질 수 있었을 것이다. 때문에 내 짧은 견해로는 아이들에게 어느 정도 강제적인 계산 환경의 노출이 수학적 사고의 기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론 우리가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수학이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과 같은 단순 연산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언어의 습득에 있어서 꾸준한 언어적 접촉 없이는 자연스런 마더텅이 형성되지 않는 것처럼, 수학에 있어서 가장 기초적인 산술 연산은 수학 언어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분명, 뇌가 일반 언어와 수학 언어를 처리하는 부분은 사람마다 다르고,  어떤 부분의 신경망이 어떻게 유전학적으로 환경적으로 엮여 있는 지 개인마다 다르다. 수학을 잘한다고 문학을 잘하지는 않는다. 수학을 잘 하고 수학적 마인드가 강한 사람들이 타고 나기도 하고 환경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한다.  문과와 이과가 칼 가르듯 갈라져있고 문학이나 인문계 사고가 깊은 사람이 수학적 사고에 약하다고 말하는 것을 종종 듣는 우리는 수학을 마치 외계인의 언어로 이해하는 엘리트들과 마주칠 때가 종종 있다. 그러나 수학은 일반 언어로 설명하기에는 너무나도 희미하고 답답한 것들을 명료하게 논리로 설명할 수 있는 훌륭한 언어다. 우리가 어린 아이들에게 덧셈과 뺄셈 나눗셈의 원리를 가르쳐주기 위해 사과라든가 나비라든과 피자 같은 것들을 이용해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처럼 수학의 작동 원리의 저변에는 세계를 이해하는 스토리텔링이 숨어 있다. 그런 면에서 <수학, 인문으로 수를 읽다>는 매혹적인 제목이다. 우리가 탐험하는 세계에 숨어 있는 수학적 기본을 잘 설명해 놓았을 것으로 믿고 기대하며 책을 받았다.

 

수학은 문명의 발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 왔다. 오늘날의 지식정보 기반의 사회는 수학적 무결성과 완전성을 기반으로 한 과학과 공학이 핵심이다. 우리에게 주입된 수학적 기호와 수식은 그 개념과 연결되어 있지 않을 때, 지루하고 어렵고 아득히 먼 외계언어가 된다. 그러나, 개념이 이해의 차원 안으로 들어왔을 때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완벽한 언어가 된다. 이 책은 역사와 생활 예술 등 세계를 이루는 모든 영역의 구석구석 숨어 있는 수학의 원리를 찾아내서 보여준다. 인문학적 사고를 기반으로 융합과 통섭의 관점에서 수학의 여러 영역을 탐색한다. 음악 속의 수학, 경제 속의 수학, 영화 속의 수학, 건축 속의 수학, 동양 고전 속의 수학, 수학과 역사 속 인물의 관계, 미술에 적용된 수학이 각 장마다 소개되어 있다.  


내가 기억하는 봉준호 감독의 <설국 열차>에서 가장 끔찍한 장면은 저항하던 뒤칸 승객인 앤드류의 팔을 열차 밖에 내놓게 하여 꽝꽝 얼려 부서뜨리는 장면이다. 아들을 빼앗긴 앤드류는 정확히 7분 동안 열차 밖으로 팔을 내놓게 되었고, 냉동된 팔이 하얗게 얼게 하는 7분. 감독은 그것이 수학적으로 옳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까? 열차 내의 수족관 물고기들은 균형을 위해 개체수의 74%를 유지한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려면 주방장은 이리 저리 마구 돌아다녀 숫자를 헤아리기조차 어려운 대형 수족관의 물고기들을 몇마리씩 잡아야 윌포드의 시스템 내에서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까. 


동양고전과 조선시대의 수학에 대한 소개도 쉽게 볼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서 흥미로웠다. 이런 다양한 영역에 숨어 있는 수학적 원리를 끄집어 내서 설명하고, 수식을 통해 함께 풀어주는 이 책은, 수학적인 사고가 약하여 기호를 읽는 데 골치아픈 사람들에게도 인문학적 탐구심이 있다면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게 풀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많은 영역을 다루다보니 개념만 소개하고 깊이 있는 수학적 내용을 다루지는 않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일 수 있다. 수학책은 아니니까. 


읽다 재미있어서 이광연 저자를 찾아보니, 어린이 및 청소년에 관련된 책도 많이 냈고, 인문수학 부분의 책을 꾸준하게 출판하고 있다. 이런 책은 으례이 저명한 외국의 저자가 쓴 해외 번역본에게 우선 눈길이 가게 마련인데, 비슷한 류의 유명한 해외 저자의 책을 읽으면서 쓰잘데 없는 자기 얘기를 스토리텔링처럼 잔뜩 붙여놓은 것을 보고 실망했었던 경험이 생각난다. 이 책은 만족스럽다. 통섭은 최재천 박사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국내에도 조용히 많은 저술 활동을 하면서 인문 영역과는 생경한 영역을 함께 묶어내는 분들이 많이 계시는데, 우리가 아니 내가 잘 모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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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가겠다 - 우리가 젊음이라 부르는 책들
김탁환 지음 / 다산책방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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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읽은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읽는가>에서 읽은 내용이 생각난다. 강의 노트를 그대로 토시 하나 안빠뜨리고 열심히 필기하는 학생들이 포착한 것은 말성 언어다. 책에 쓰이는 글성 언어보다는 말로 하는 말성 언어가 이해를 빠르게 돕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재채기라든가 농담 같은 것들까지 몽땅 적으면서 말로 했던 강의 내용들을 다시 들여다보면 수업시간에는 미처 이해가 가지 않았던 내용조차도 당시를 회상하며 이해할 수 있다고 하는 학생들의 말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책에도 말성 언어를 쓰는 경우가 있다. 라디오 방송이나 인터뷰의 내용을 흉내 내거나 그대로 텍스트로 옮겨 적는 경우가 그렇다. 그런데 책의 경우 글성 언어가 경우에 따라 독자에게 다른 효과를 준다. 첫번째, 잘 정제된 글성 언어를 기대하고 읽는 책이 말성 언어일 경우 대체로 가벼워지는 경우가 많다. 책장이 계속 넘어가도록 농담도 아니고 실없는 소리라든가 별로 알고 싶지도 않은 작가 자신의 경험도 아닌 기호나 인간관계 같은 허접스런 얘기가 늘어졌을 때, 그 책은 가벼워보이고 때로는 독자를 무시하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까지 있다. 김중혁/김연수가 함께 써낸 책 중 <대책없이 해피엔딩>이 약간 그랬다. 방송인이라든가, 네임벨류를 이용해서 전문성도 없이 그냥 술집에서 나누고 휘발해 버리면 좋을 얘기들로 책을 만드는 책들이 주로 여기 속한다. 


반대로 방송이나 인터뷰처럼 가벼운 대화로 이루어진 말성 언어를 기대하고 읽었는데, 추상적 어휘와 개념 언어들로 이루어진 글성언어로 가득찬 책들도 있다. 작가들의 작가관이 주제인 인터뷰집이라든가 과학, 철학 등을 설명하는 방송을 텍스트로 옮긴 책들이 그렇다. 지난 달에 읽은 <철학 한 입 더>는 팟캐스트 방송에 나갔던 내용이라고 해서 철학을 가볍게 소개했을 줄 알았는데, 읽어보니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단어가 다소 어렵게 기술되어 있어서 조금 당황했다. 


잘 쓰여진 글성언어를 텍스트로 읽을 때, 가장 좋은 점은 공감과 이해가 빠르고 작가와 친밀도가 높아진다. 김탁환 작가는 요즘 많이 유행하는 팟캐스트 문학 프로그램과 같은 문학 관련 라디오 프로그램을 공중파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는 모양인데, 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기분으로 같은 포맷으로 말을 하듯 전달하는 말성 언어의 책을 썼다. 마치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자근자근 자신이 읽은 어떤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청취자들에게 들려주듯 글자들을 전달하는 것이다. <읽어가겠다>는 젊은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23개의 문학작품 골라 차분하게 그 문학작품을 해설하듯 책을 읽어주듯 작성된, 책에 대한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리뷰도 이렇게 쓸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힌트를 얻었다. 그동안 나는 어떤 작품에 깔린 숨어 있는 뜻을 너무 애써 파려 들었고, 문학적 가치에 대해 되줍잖게 평론가들을 흉내내서 평가하려고 들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이 생겼다. 소설가가 바라보는 소설들은 독자에게 속삭이듯 편안하고 아늑하게 다가온다. 리뷰를 쓸 때, 대개는 줄거리에 대해 쓰지 않을 수가 없는데, 이 타고난 이아기꾼인 소설가 김탁환은 자신의 마음으로 읽은 부분을 독자들에 다시 전달하면서 원작과는 또다른 종류의 감동으로 다가올 수 있는 김탁환 버전의 미니 이야기를 원작과 비슷한 양의 감동을 자아낼 수 있도록 잘 만들어냈다. 


낯선 남자가 엄마에게 키스하니까 케이티는 무척 놀랐겠죠. 케이티는 손을 놓고 뒤로 물러납니다. 그 순간 그레타는 딸의 손을 잡으려 하지만 딸은 손을 놓고 물러서는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 선택이 중요합니다. 그레ㅏ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고 그래서 딸에게 돌아갔다는 이야기가 전혀 아닙니다. 아 될 대로 되라. 이대로 간다. 이게 맬리스 먼로의 소설이지요.(135)


동물이 되지 않기 위해 씻어야 한다는 겁니다. 독일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 인간임을 스스로 되새기기 위해 우리 몸을 가꿔야 한다는 것이죠. ....(166) 인간으로 살 것인가 숫자로 살 것인가. 이런 갈등 속에서 이것이 인간인가 라는 제목을 다시 살펴 보지요. 수용소에는 참으로 여러 종류의 인간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프리모 레비는 평생 잊지 못할 인간들과 그 인간들이 저지르는 사건들을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합니다. (167)...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죄수 중에서 그 체험을 글로 남긴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프리모 레비처럼 자신의 생애를 모두 바ㅏ쳐 그것을 되풀이해서 쓰고 쓰고 또 쓴 작가는 드뭅니다... 수용소 안에서부터 인간다움으로서의 글쓰기를 체험하였기 때문에 프리모 레비의 증언들이 더 생생하고 힘이 실리는 게 아닐까...(169)


주로 해외 문학을 대상으로 하나씩 하나씩 소개될 때마다, 나도 그 책들을 카트에 담았다. 그리고 꼭 한 번 읽고 싶어졌다. 이런 종류의 감수성으로, 이런 부분들을 느끼면서 읽으면 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어떤 책들은 책을 직접 읽은 것보다 더 절절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좋은 문장을 골라서 인용했고, 필요한 배경과 작가에 대한 설명을 곁들였고, 전체 줄거리 속에서 등장인물의 행동과 내면을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책을 한권 한권의 책 소개가 끝날 때마다, 마치 직접 책을 읽은 것 같은 울림을 주는 것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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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15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2015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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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한 해가 저무는 곳에 가까와졌다. 쇼핑몰에서는 사은품으로 달력을 주기 시작했고 매년 이맘때쯤 애뉴얼 잡지처럼 발간되는 트렌드 20xx의  2015 버전이 나왔다. 김난도 교수가 주축이 되어 만드는 이 책은 두 파트로 되어 있다. 파트1은 지난 해 트렌드코리아에서 예측한 것들을 돌아보는 것이고 파트2는 내년을 예측하는 것이다. 파트1에서는 2014년에 예측한 항목별로 실제 트랜드가 어떻게 흘렀는지를 돌아보고, 파트2는 2014년까지의 미국을 위주로 한 세계적인 추세를 소개하며, 국내에 도입된 사례를 문화와 생활, 및 소비 트렌드 별로 2015에는 어떤 흐름으로 이어질지를 예측한다. 


개인적으로 2014년에 나는 책을 열심히 읽었고, 남편은 열심히 요리를 하느라 TV나 인터넷 SNS를 돌아보지 못했는데, 이 책의 파트 1을 통해 1년치 문화와 생활에 관한 신문과 잡지 중 중요한 것들만 쏙쏙 빼서 골라 한꺼번에 벼락치기로 공부한 셈이 되었다. 우선, 2014년의 10대 트렌드 상품의 키워드는 꽃보다 시리즈, 명량, 빙수전문점, 스냅백, 에어쿠션 화장품, 의리, 컬래버레이션 가요, 타요버스, 탄산수, 해외직구로 정리된다. 


거리에 군모같은 모자들을 쓴 사람들이 많이 보였는데 십대들이 즐겨쓰는 그 챙넓은 모자를 스냅백이라고 하는 거였다. 서울시가 아이들 애니메이션 주인공인 타요버스를 공공노선에 각각 로기는 2016 라니는 2211 가니는 9401에 배정했을 때,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 현상이 흥미로웠다. 조카가 타요버스 사달라고 해서 장난감 사준 적이 있는데, 작은 장난감만 가져도 그리 좋아하는 아이들이 실제 거리에서 굴러다니는 타요버스 를 보았을 때 얼마나 즐거웠을까. 타요버스를 타기 위해 차고지까지 찾아가는 사람들이 속출한 것은 물론 감격하여 울며 뽀뽀 세레를 퍼붓는 아이들도 있었다는 한 해의 트렌드는 흐뭇하게 웃음짓게 한다(역시 서울시는 시장을 잘뽑았어).  조카가 타요 버스를 타보았을까.  공공서비스 분야에 이렇게 신선한 서비스를 선보이다니 서울시 운영에 찬사를 보낸다.. 나머지 꽃보다 할배는 나도 즐겨보는 프로였고, 빙수전문점과 에어쿠션 화장품 트렌드 대열에도 이미 합류했고 아이유와 김창완의 콜래버레이션 가요는 오다가다 들었고, 해외직구는 캠핑광인 남편이 이미 뚫어놓아 하루가 멀다하고 경비실에 찾으러 다니니 이만하면 십대가 아니어도 2014의 트랜드에 밀리지는 않은 느낌이다. 


2015년은 을미년 양의해라고 한다. 그래서 10대 소비트랜드 키워드 조합을 카운트쉽(Count sheep)으로 정했다고 한다. 이 스펠링의 맨 앞자를 선두로 해서 주요 키워드를 만들고 2015년의 트렌드를 다음과 같이 예측하였다. 


Can't make up my mind 햄릿 증후군 - 넘쳐나는 신상품과 데이터 스모그에 의해 길을 잃고 소비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일컷는 말이다.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큐레이션 커머스와 다양한 형태의 배려형 서비스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Orchestra of all the sense 감각의 향연 - 공감각적인 모든 기능을 활용하는 트렌드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한다. UHD(초고화질) TV 등장,  1곡에 2천원 하는 고음질 음원 확대, 미각을 디지털화한 장치와 스마트 앱 등장 등이 이를 반증한다. 

Ultimate omni-channel wars 옴니채널 전쟁 - 다양한 유통경로간의 통합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 옴니 채널 확대될 것을 예상한다, 오프라인 매장에 모바일 앱 기술 접목,  클릭앤 드라이브 서비스 등장. 숍비콘 서비스 등장(블루토스 통신망을 이용해 방문자가 오래 머무른 매장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구매 성향을 파악, 맞춤형 상품 추천), 지불 결제 수단의 결합 등의 예를 들고 있다. 

Now show me the evidence 증거중독 - 파워블로거를 비롯한 파워스피커들의 상업성에 질린 개인들이 호모 도큐멘티쿠스(설명서 읽는 사람들)화 하여 브랜드나 디자인보다는 유해성분의 유무를 파악하기 위해 제품 성분을 확인하는 것이 일상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그 예로 화장품 성분 분석 앱 화해는 각종 화장품에 들어 있는 성분을 일목요연 정리해준다. 

Tail, Wagging the dog 꼬리, 몸통을 흔들다 - 본품이 사은품을 갖기 위한 수단이 되고 밑반찬이 주메뉴 요리보다 식당 선택 기준이 되는 현상을 말한다.;  2014년 슈퍼마리오 피규어를 얻기 위해 맥도널드 해피밀이 넥타이 부대들에 의해 품절되었고, 카카오빵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 빵을 사는 모으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던 일 등을 대표적인 2014의 현상으로 꼽았다. 또한 발렛파킹해주는 아파트, 식전빵이 더 유명한 레스토랑, 딤채 김치냉장고를 사면 사은품으로 주는 김치맛이 입소문을 타면서 해당 업체가 김치 브랜드를 론칭한 사실 등의 흥미로운 예를 통해 이 현상을 설명한다. 

Showing off everyday, in a classy way 일상을 자랑질 하다 - 리트윗과 좋아요가 자기 존재감의 근거가 되는 현세대 설명한다.  

"SNS 시대에 현대인들에게 삶은 캡쳐된 순간의 연속이며, 불연속성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형식의 서사다. 320 " "낯선 타인들에게는 보다 완벽한 혹은 자신이 원하던 이상적인 모습으로 보이고 싶기 때문이다. 남에 의해 취하는 타아도취의 세상에서 셀피족들은 더이상 아름다운 대상에 매료되지 않는다. 그 대상에 매료된 타인의 반응에 매료된다(324). 

Hit and run 치고 빠지기 - "연예는 설렘만 쏙 빼서 즐기고, 지속적 인간관계를 부담스러워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일회성 사교 모임이 늘어날 것이고,  상품과 브렌드는 써보고 결정하고 짧고 강한 콘텐츠가 살아남는다(329)"는 현상.

End of luxury ; just normal 럭셔리의 끝, 평범 - 차별화된 평범화를 추구하는 패션 놈코어의 유행, 트랜드한 것을 따르지 않는 트랜드를 말한다. 

Elegant urban-granny 우리 할머니가 달라졌어요 - 한국형 신세대 올드 래스(멋쟁이 할머니)를 어번 그래니라고 한다. 인생은 60부터를 즐기는 할머니들은 가족이 아니라 자신을 위하여 투자한다. 

Playing in hidden alley 숨은 골목 찾기 - 골목길이 새로운 각광을 받는다. 


말은 거창해보이지만 또 다르게 보면,  사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들처럼 개념적으로는 크게 새로워보이지 않는 것들도 많다. 어번 그래니는 돈많은 여유로운 사모님들이 언제나 존재했으며, 평범함을 추구하는 진짜 멋쟁이들도 그리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내눈에 사은품 경쟁은 조금 고급스러워지고 미끼화되어 가는 것처럼 보이며 럭키백이 각종 서점으로 확대된 것만 해도, 이미 있던 트랜드가 진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모든 것을 찍어 올리며 일상을 자랑질하던 것의 기원은 페북이 디지털 세상을 덮치기 전, 옛날 옛적 싸이월드의 시대부터 거슬러올라가지 않는가. 어쨌든 새로운 용어들을 차용하여 옷을 갈아입으면 진부하게 보이는 현상도 전혀 새로운 것이 된다. 


김난도 교수님은 힘겨운 대학생들의 감성팔이 책보다는 이런 류의 책을 훨씬 잘 기획하고 잘 만들어낸다. 이 책의 제작에 참여한 집필진만 해도 깨알만한 글씨로 한페이지 가득할 뿐만 아니라 공저자로서 이름을 올린 실제 저자들도 소비자학과 디자인학,  소비자주거학과 등에서 연구하는 학자와 교수 5명이 더 있다. 온갖 재료들을 맛갈스럽게 고명으로 올려놓고 정성들여 차린 비빔밥을 고급스런 용기에 잘 담아 맛있게 비벼낸 비빔밥같은 책이다.

 



*한우리 서평단 도서입니다. 미래의 창에서 서평용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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