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기회에 집중하는가 - 결단의 승부사, 손정의가 인생에 도전하는 법
미키 타케노부 지음, 김윤수 옮김 / 다산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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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개발서의 어떤 내용도 그 역이 성립된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마라

미루면?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면서 오늘 하는 일은 무엇일까? 그 시간에 우리는 무언가 다른 것을 한다. 그렇다면 오늘 할 일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그건 오늘 해야 하는 일, 발 등에 떨어진 일, 오늘 하기로 계획한 일, 오늘 해야 내일이 편안한 일 등등이다. 그걸 미루는 이유는? 몸이 아파서, 잠을 더 자고 싶어서, 노느라고, 하기 싫어서, 다른 할 일이 있어서, 다른 더 중요한 일이 있어서 등등이 있을 것이다. 몸이 아프면 아무리 중요한 일이라도 안하는 게 상책이다. 미루자. 잠을 더 자고 싶다면? 엊그제 읽은 책에 의하면 잠은 푹 자야 한다. 잠을 안자면 정신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기 때문에 일을 하더라도 제대로 생산성있는 일을 하지 못하고 망쳐버리기 쉽상이다. 노느라고? 놀 땐 놀아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논다는 건 무얼까? 성인들이 놀 수 있는 놀이는 사실 그렇게 '노는' 것도 아니다. 사람을 만나서 수다를 떨거나, 쇼핑을 하거나, 먹거나, 마시거나(주로 마시는 것), 간혹 컴퓨터 게임이나 TV보기, 내 경우는 책보기까지가 노는 일이다. 할 일을 두고 놀면 마음이 편치 않다. 그건 하지 말자. 다른 할일이라면 다른 더 중요한 일이거나 다른 더 급한일일 것이다. 급한일만 하다보면 중요한 일은 못한다. 중요한 일만 하다보면 좋아하는 일은 못한다. 좋아하는 일과 중요한 일이 다른 사람들은 평생 좋아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살 지 모르겠다. 그러므로, 할 일을 미룰 때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손정의 라는 분은, 재일동포3세로 국적은 일본이고 일본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현재 소프트뱅크 대표이사겸 CEO이다. 항간에는 애플의 아이폰이 사실은 손정의의 아이디어였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그의 IT 업계에 세계적인 영향력과 파워는 대단한데, 현재 일본에서 두번째  최고의 부자이고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는 부자다. 이 책은 손정의의 인생에 대해 혹은 손정의의 가치관과 철학에 대해 손정의가 직접 쓴 책이 아니다. 그의 밑에서 일한  미키 타케노부라는 사람이 그의 행동과 그의 말을 지켜보며 성공한 사람의 본보기로 '기회에 목마른 당신이 반드시 알아야 할 인생법칙'이라고 정리한 자기계발서라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손정의에 대해 잘 모르고, 관심도 없는 사람이 손정의의 행동과 철학을 읽을 이유는 단 한가지, 그의 성공의 이면에는 실패자 로 간주되는 평범한 사람들과 다른 어떠한 점들이 있었을까를 성찰하는 것이다. '더러운 조센징'이라는 따돌림과 비난을 받으며 자란 손정의의 어린 시절동안과 성인일때조차도 그의 아버지에게는 그가 매우 특별한 사람이고 세상에 둘도 없는 천재였다. 여기서 우리는 부모에게 특별함과 비범함을 인정받는 것, 외부에서 받은 상처를 극복하고 자신감을 회복하고 강하게 자신이 믿는 바대로 나아갈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첫걸음이라는 것을 배울 수 있다. 


위기에 처하면 성공 요소를 찾아 집중 투자하라. 새로운 사람, 과거의 자신과 만나며 한번쯤은 되돌아 보라, 목표를 정한 다음 필요한 걸 배워라. 누구라도 상관없으니 롤 모델을 정하고 따라 하라 .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은 어려우니 대기업에 취직해라, 오늘 가능한 일은 오늘 끝내라, 성공 확률이 낮을 수록 기회다. 내뱉은 말은 반드시 지키며 끝까지 해내서 신뢰를 얻는다. 작은 성공이 커다란 신뢰가 되므로 먼저 성과를 보여라. 모든 일에 전력투구하라 등이 그가 전하는 메시지들이다. 


손정의가 사업을 선택할 때 적용하는 기준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1. 플랫폼이 되는 사업

2. 넘버원이 가능한 사업

3. 이미 성공이 증명된 사업.

플랫폼이 되는 사업은 모든 다른 사업의 기반이 되는 사업으로서, 구매자와 판매자를 이어주는 야후-유통, 인터넷 브로드밴드 서비스인 야후-BB 등이고 넘버원이 가능한 사업은 특정 분야에서 압도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로서 창업주로서의 자신의 능력도 뛰어나고 회사도 체력을 갖추고 있어야 함을 말한다. 즉, 이런 요소는 일반적으로 창업을 하려는 개인에게 큰 도움이 안되는 기준이다. 3번 항목은 이미 증명된 사업이란 것은 비즈니스 모델이 확립된 사업을 인수함으로써 실패할 가능성을 줄여주는 방식이다. 결국 대기업의 생존방식이기도 해서 씁쓸하지만, 애플의 아이폰 독점 계약과 보다폰 인수, 스프린트 인수 야후 합작 설립 등, 소프트뱅크의 생존방식은 무에서 유를 이끌어내는 창의력을 바탕으로 하기보다는 수많은 실패를 감당할 수 있는 막대한 자금력과 핵심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무모해보일만큼 경쟁사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입찰할 수 있는 과감한 투자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을 기업가들에게 알려준다. 


손정의의 철학 중, 창업자금에 대한 생각이 저성장의 우리 현실에 얼마나 맞을지 모르겠지만, 흥미롭다. 그는 돈을 '사람들 사이를 돌고 도는 것'이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비지니스 플랜만 확실하다면 어디에서든 확실하게 대출받을 수 있으므로 창업자금을 마련하겠다고 죽어라 돈을 모으는 건 미련한 일이라는 것이다. 확실한 비즈니스 플랜으로 엔젤투자자와 같은 부유층을 만나 그 돈으로 창업하라는 충고, 새겨들을 필요가 있겠다. 


그의 철학 중 흥미로운 것이 또 있다. 생각에 잠기면 안된다는 것이다. 손정의가 직원들에게 자주 하는 말 중 "10초만 생각하면 뭐든지 알 수 있다. 10초를 생각해도 모르는 문제는 더 이상 생각해도 소용없다"는 말은 사업과 경영에 있어 기회를 포착하는 일, 속도를 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암시하지만, 신중한 결정도 필요하지 않을까. 


절대 하면 안되는 일이 있다. 부분부분을 완벽하게 작업하는 것이다. 부분은 아무래도 부분에 불과할 뿐이다. 아무리 완벽한 내용이라 해도 전체적으로 어울리지 않으면 나중에 삭제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부분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몇 배 더 많은 시간을 업무에 소모하게 된다. 대강이나마 전체적인 방향을 잡고 필요한 자료를 검색하는 게 현명하다. (p139)


내게 필요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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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쥐 2014-12-19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

CREBBP 2014-12-19 22:26   좋아요 0 | URL
이짝에선 나대지 않고 조용히 사는데, 그래도 뭔가 붙었네요 감사드려요~
 
나무 집 예찬
김병종 지음, 김남식 사진 / 열림원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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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을 두고도 계속해서 딴 쪽을 기웃거리다가 그 딴쪽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그 딴 쪽에서 성공하는 이유는 원래 하던 일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인 경우 그 사람은 참 성공적이다. 하고 싶은일 잘하는 일 그것 사이의 큰 구분이 없이 두 영역사이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니 말이다. 화첩기행을 쓴 김병종님은 원래는 화가였는데, 글을 잘 써서 십여년전? 아니 그 훨씬 전에 쓴 몇 권의 책이 스테디셀러로 계속 개정판이 나오고 있다. 이 분, 알고보니 글을 그냥 조금 잘 쓰는 정도가 아니라 서울대에서 각종 문학공모전에 글 써서 내고 수상받은 상금으로 용돈과 그림도구까지 벌어쓰신 모양이다. 그러니까 리뷰대회 나가서 10만원짜리 상품권 하나 달랑 받아가지고 좋아라 방방뜨는 사람이랑은 글쓰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그런데 뭐, 이 글만 읽으면 크게 김훈님이나 김연수님의 산문집과 비교해봤을 때는 딱히 글 자체만으로 크게 감동이 되거나 어떤 정보가 되는 것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좋은 이유 첫째, 텍스트와 사진이 조화있게 배치되었다는 점이다. 대개 이런 종류의 책은 크게 사진 위주의 책과 산문 위주의 책으로 나뉘어지는데, 전자의 경우 사진에 대한 설명 위주라서 텍스트는 사진을 보조해주는 경우이고 후자의 경우 폼으로 독자의 감성에 부합되는 이런 저런 사진들과 그림들을 첨가하는 경우라서 때로는 별 의미도 없이 장수만 채우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은 전자도 후자도 아니면서 텍스트가 없다면 사진을 보면서 제대로 느낌을 갖지 못했을 것 같고, 사진이 없다면 존재감없을 평범한 글이 되었을 뻔한 둘 사이를 서로가 살려주는 그런 종류의 책이다.  

 

긴 인생의 여정의 어느 순간 어떤 기회, 알고보면 선배의 압력으로 퇴촌의 남의 땅 위에 얹어져 있는 작은 집 하나를 갖게 되었는데, 그러다가 땅주인이 성화를 해서 집이 깔고 앉은 땅을 사게 되었고, 땅과 집이 내 소유가 되니, 집이 허접하다며 다시 지으라는 주위의 권유와 스스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이런 저런 집들을 지을 생각을 하던 중, 왕십리에 재개발지구 한 가운데 있던 작은 한옥집을 옮겨짓게 되는 과정이 주내용인데, 그렇다고 딱히 집을 짓기 위한 실용적인 정보는 없고 집에 대한 예찬, 그 집을 만든 예술가들에 대한 예찬이다. 집을 짓는 과정에서 역시 예술가시라 눈썰매와 인맥이 있어서, 국내에 내놓으라 하는 권위있는 예술가는 아니지만 묵묵히 지키며 가꾸어온 아주 소수의 몇몇 장인들과 조우하게 되고 그들과의 인연으로 만들어진 나무로 된 집 한 채를 짓고 함양당이라 이름짓는다. 책 제목이 예찬인데 예찬 맞다. 그 과정에서 뉴욕에서 활동하던 유명한 사진작가 김남식님이 함양당의 구석구석을 사진찍어 주었는데, 그가 찍은 나무집의 표정들을 홀로 보기 아까운 이유도 이 책을 내게 되는데 한몫 했다는 설명이다. 


뉴욕 타임스의 객원 사진기자인데 한옥 사진을 찍는 것은 아마도 함양당이 처음이었을 것이다. 그는 함양당의 사계절 모습과 아침저녁, 그리고 밤의 모습을 담기 위해 무거운 카메라 기자재를 들고 수시로 한옥에 들락거렸다. 뚝심과 에너지가 보통이 아니었다. 한 장의 사진을 위해 수도 없이 찍어 댔다. 


그의 사진은 다분이 시적이다. 고무신에 떨어진 은행잎 하나나 장독대에 고인 빗물에서도 이야기와 정감을 이끌어냈다. 세계 최첨단의 도시에서 살다온 그가 한국의 전통 공간에 대해 찰나적인 직관을 동원하는 것을 보며 역시 실력자는 다르구나 생각했다. 그의 렌즈 안에서 함양당은 시시각각 다른 모습으로 살아났다(p85)

어릴 때, 비록 전후 막 지은 집이긴 하지만 너른 마당에 과일 나무가 가득하고 꽃밭이 있던  한옥집에서 자랐다. 그 작은 꽃밭에  아빠가 봄이 되면  아이들을 목마 태워 데리고 동네 화원에 가서  모종을 사다 함께 심고 물 뿌리고 했던 기억이 있다.  샐비아와 키작은 꽃들이 가득했던 꽃밭 앞 마당 한 가운데는 개집과 개와 수도와 펌프물도 있었던 한옥집에서 자란 기억을 간직한 나는 한옥집에 대해 막연한 동경이 있다. 그래서 사진만 봐도 아늑하고 그리운 느낌이 든다.  무슨 까닭인지 집에 식구도 많았음에도 햇빛이 말갛게 비치던 날 대청 마루에 누워 뒹굴뒹굴하며 책을 보던 기억이 풍경처럼 되살아나곤 하는데, 2층 양옥집으로 이사 가던 날 학교에서 돌아온 나는 현관문으로 들어와 버리면 바깥 공간과 단절된 그 벽돌집이 답답했고, 끝까지 별로 애정을 갖지 못했었지만, 다시 눈오는 추운 겨울 신발을 챙겨신고 화장실에 가야 하는 그 불편한 나무집에 살라고 하면 노노. 그럴 순 없음이다. 


아마도 나무집 예찬, 이 책은 대청 마루에 누워 쏟아져 들어오던 햇볕과 바람을 그대로 맞으며 뒹굴거리던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리만족으로서 그 느낌을 공유하고픈 마음에 한 번쯤 읽어보고 싶은 책일 것이다. 가끔 사진은 실제 풍경보다 더 많은 서정을 이끌어낸다. 그 사진에 화가의 글, 집안 구석구석 목수, 철물공, 골동품 고미술가, 등등 여러 분야의 숨겨진 장인들이 만들어낸 소품들이 '시적인' 사진가의 눈에 잘 포착되었고, 또한 미술가의 글로 잘 포장되어 있다. 시집같기도 하고 선물같기도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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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의 사생활 - 관계, 기억, 그리고 나를 만드는 시간
데이비드 랜들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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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는 것은 잘 사는 것

잭 니클라우스가 1964년 유에스 오픈 대회에서 평소의 감각을 잃고 강력한 우승 후보에서 23위의 초라한 성적으로 돌아온 후 원인을 찾지 못하고 계속 슬럼프에 빠질뻔한 위기를 구해준 건 자기 자신의 꿈이었다. 믿어지지 않게도 꿈속에서 완벽하게 쳐낸 스윙 포지션이 최근 슬럼프에 빠진 이후에 했던 자세와 조금 다르다는 걸 잠에서 깬 순간 알아낸 것이다. 잭 니클라우스는 클럽 잡는 방식의 미세한 차이가 문제였던 것을 꿈속에서 성공한 스윙을 통해 알아내고는 한밤중에 일어나 곧바로 골프 코스로 갔고 꿈속의 스윙을 완벽하게 재현해내고 다음번 대화에서 준우승함으롯서 재기에 성공했다. 화학자 케쿨러는 꿈속에서 뱀이 스스로의 꼬리를 잡아 삼키는 모습을 보고 벤젠 분자의 육각형 구조 모형을 생각해냈다.  그 발견으로 케쿨러는 귀족 작위까지 받았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떠올릴만큼 상업적 성공을 거둔 트와일라잇 시리즈 역시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스테페니 마이어의 꿈 속에서 시작되었다. 그녀의 꿈속에서, 아름다운 소녀와 이야기를 나누던 뱀파이어는 소녀의 피를 빨아먹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고 있었고, 그녀는 그 스토리를 바탕으로 트와일라이트 시리즈를 썼다. 


내게도 비슷한 일이 있어서 한국의 스테파니 마이어가 될뻔했는데. 간단히 적으면 이렇다. 어느날 꿈속에서 미래의 어떤 디스토피아적인 이야기가 전개되었는데 그 느낌이 너무 생생해서 밤에 일어나 스토리를 적기 시작했다. 그것으로 sf 소설을 쓰면 J.K 롤링과도 같은 세계적인 대성공을 이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밤중에 깨어 불을 켜고 연필과 종이를 찾아들지 않고서도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스마트폰이 이룩한 사소한 경이이다. 아직도 내가 스테페니 마이어가 되지 못한건, 몇 페이지를 적다가  스토리를 채 적기도 전에 다시 잠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잠에 들면서 남겨진 스토리는 낮에 계속 써야지 생각했는데 그 다음 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 초고가 아직도 있다. 믿거나 말거나. 해리포터 시리즈에 버금가는 흥미진진한 전개지만, 그 다음 스토리는 나도 궁금할 뿐. 역시 믿거나 말거나.


그런데, 실제로 도움이 된 적이 있다. 내 직업이 컴퓨터로 프로그램이라는 걸 하(했)는데, 수많은 문제 해결 방법을 찾는 과정 중, 어떤 문제에 봉착하면 사흘 낮과 밤을 모니터만 들여다봐도 안풀릴 때가 있다. 밤낮으로 생각한다는 건 실제로 꿈속에서도 그 생각을 한다는 거다. 물론 그럴 의도는 추호도 없다. 낮에 일하고 나면 밤엔 달콤하고 로맨틱한 꿈을 꾸고 싶지 누가 꿈에서까지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꿈을 꾸고 싶을까. 하지만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에는 실제로 꿈속에서도 모니터와 늘 씨름하고 있고, 깨어났을 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쥐고 일어나는 경우가 있었다. 나 참 누구도 믿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위에 적은 SF 소설의 경우처럼 농담처럼 말하곤 했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그게 정상적인 뇌의 활동이라는 것이다. 꿈이 현실의 문제(Problem)를 해결하는 이 문제(Issue)를 연구하기 위해 1960년대 심리학자들이 했던 창조성의 정의를 살펴보면, '연합 요소들을 새롭게 조합해 특정 요구 조건을 충족 시키거나 어떤 면에서 유용하게 만드는 것'이다. 크릭과 미치슨의 이론에 따르면 뇌가 버릴 것과 저장할 것을 선별하는 작업 즉, 마음의 서류함을 정리하는 작업은 램수면 동안에 일어나는 데 이것은 꿈의 무작의성을 설명한다. 다시 내 식대로 말해보면, 인간의 창조성이라는 것은 뇌 속에 축적되어 있는 수많은 경험과 지식의 꼭지점들을 서로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조합하는 과정인데, 잠이 중요한 이유는 잠자는 동안 뇌는 하루 종일 작업하느라 어질러진 책상과 책상 서랍을 정리하듯 오래된 정보들과 새로운 정보들을 꺼집어 내고 분류해서 버릴 것은 버리고 저장할 것은 저장하고 하는 정리 작업을 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꿈은 무의식속에 묻혀 있던 아주 오래된 기억들, 생각지도 못했던 욕망들을 표출하는 것이고, 또한 하루 종일 이루고자 간절히 원했던 어떤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새로운 각도로 바라보게 하는 시각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식대로 해석하면 학생들에게 잠을 4시간만 자고 죽어라고 공부하라는 것은, 여러가지 생각의 갈래를 합치고 조합하고 하면서 창의성을 형성해가는 과정을 포기하라는 말과 같을 것이다. 여러가지 실험에서 보면, 어떤 신체적인지 능력을 요구하는 작업이나 일을 배울 때에도 잠이 가져오는 효과가 컸다. 단순 암기가 아닌 여러 분야의 지식과 통찰을 토대로 풀어야 하는 시험(수능이 그런 것을 보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을 잘 보려면 잘 자야 한다. 잠을 24시간만 안재워도 전쟁을 하는 군인들은 아군을 적군으로 알고, 파일러트는 수백명의 승객과 함께 엉뚱한 곳에 이륙을 시도한다. 미국에서는 피로관리라는 분야가 이미 인력관리 차원에서 여러 산업에 필수적으로 도입되었고 생산성에 있어서도 큰 효과를 보았다고 전한다. 어떤 문제가 안풀리면 새로운 각도로  접근해야 한다. 이마옆앞겉껍질(전전두엽피질)이 그것을 관리하고 잠은 이 부분의 활성화를 돕는다.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잠을 잔 것과 같은 효과.

졸피뎀이라는 수면제가 있다. 부작용이 없어서 의사들도 곧잘 처방해주는 이 약은 약을 복용한 이후 잠이 들었다가 깨는 순간까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나는 불면증이 몇일간 계속될 경우 이 약을 한 알 먹으라고 처방받았지만, 너무 조금밖에 안주기에 반알만 먹어도 효과가 있기에 1/4알을 먹으면서도 몇달에 한번씩 찾아오는 불면증 기간동안 매우 큰 효과를 본다. 그런데 내가 이 약의 효과에 대해 맹신한 한 가지 이유는 내가 밤에 잠을 잘 잤건 잘 못잤건 머리 속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채 완전 백지 상태이기 때문에 그 텅빈 머리가 가진 시간을 잠으로 보냈다고 믿은 시간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 약의 위약 대비 효과는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20분 단축시켜줄 뿐이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잠을 더 잔 시간이라고는 고작 11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긴 시간동안 자신이 얼마나 잠을 자기 위해 애썼고 깨어서 뭘했는지를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을 잠잤다고 착각하는 바람에 약효를 맹신하게 되었다니 참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어처구니없음의 절정인데, 의사의 말이 더 가관이다. 대부분의 수면과학 전문 의사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잠을 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가 있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그게 맞다. 내가 새벽이 가까와오는 시간까지 잠들지 못한다면 기억이건 잠이건 그 잠못드는 힘겨운 시간을 여전히 인생에서 지우고 싶을 것이고 그약을 계속 사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부부싸움을 한 것 같은 인생의 나쁜 기억들도 그렇게 지울 수 있으면 좋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을지도. 어차피 싸울 땐 흠뻑 취한 경우이고 기억도 대체로 지워져있기 때문에 뭘했는지는 잘 모르므로..


잠과, 꿈, 몽유병, 불면증과 그 치료 방법 등 온갖 종류의 잠에 대한 지식이 총망라된 책이다. 기자가 썼기에 잠에 대한 매우 흥미로운 사실들과 이야기들이 가득하고, 쉽게 잘 읽힌다. 잠이라는 주제가 한정된 것 같지만 사실상 파고 들어가면 인지과학, 신경과학, 뇌과학, 수면과학, 행동과학, 불면증, 기면증, 수면치료,수면 보조 장비 등 광범위한 분야를 다루는 만큼 그 깊이가 깊지는 않다. 뇌과학이나 의학적인 전문 지식이 전혀 필요치 않은 일반인들을 위해 쉽게 쓰인 책이라는 뜻이다. 의료 장비 회사의 별로 궁금하지 않은 시시콜콜한 인물 묘사나 매출 같은 얘기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흥미면에서, 재미면에서 기대에 부흥하는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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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으로 지은 집 - 가계 부채는 왜 위험한가
아티프 미안 & 아미르 수피 지음, 박기영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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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책 제목 중에서 이렇게나 책 내용을 잘 설명하면서도 명쾌하고 센스있고 진부하지 않은 책 제목은 별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번역을 한 것인지 아니면 직접 한국 사람이 쓴 것인지 모르고 읽었으면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로 번역본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명료한 문체도 특징이다. 쟝르로 봤을 때, 내게 경제 서적은  경제 정치를 같이 묶어서 답없는 탁상공론이라는 부류로 분류해 놓고 가끔 뭐 그런 게 있나부다 하는 부류의 회피 대상 서적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읽을만 하겠다라는 생각이 들도록 쓰여진 책이었다.  



<빚으로 지은집>은 미국 경제가 2000년부터 2006년 사이에 역사상 유례없는 부동산 경기의 호황을 누리면서 소비 확대, 대출확대로 이어지고 그 이후의 거품붕괴로 인한 대침체기를 겪은 현상을 가계대출의 측면에서 통계적으로 분석해, 경제의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그 문제들을 고쳐나갈 수 있는지를 아주 친절하고 분석적으로 쓴 책이다. 원제는 <House of Dedt)이고 부제는 가계 부채는 왜 위험한가인것처럼, 왜 가계 부채가 위험한지에 대한 내용이 거의 대부분을 할애한다. 



문체 자체가 읽기 쉽게 잘 쓰여졌고(번역체 냄새도 전혀 안나고), 기초적인 용어에 있어서도 본문 내에 설명을 적어 놓고, 영문과 번역을 함께 표기하기 때문에 나같이 문외한인 사람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 그러나 내 식대로 더 쉽게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거다. 우선 주목할 내용은 현재와 같은 미국의 금융 시스템 내에서 주택시장의 붕괴는 그 피해를 가장 가난한 층에게 가장 먼저 전가시킨다는 거다.  주택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하면 그 하락에 따른 손해는 전적으로 대출자에게로 돌아가게 되어 있다. 금융 시스템의 신용 등급이 높은 저축자들은 선순위가 되어 집갑 폭락에 대한 손해를 거의 받지 않지만, 돈이 없이 주택을 구매했던 대출자들은 그동안 몇년간 빚을 갚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깡통주택 소유자나 마이너스 상태가 되어 주저 앉게 되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뭐 대충 우리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IMF를 경험해보지 않았던가. 낮은 대출 금리를 끼고 집을 산 사람들이 금리가 높아지고 집값이 하락하자 전재산을 잃게 되는 일들이 주위에서 속출했었다.  IMF 시절에도 돈이 많은 사람들은 높은 금리를 이용해서 더 많은 돈을 벌었고 하락한 주택을 구매해서 더 많은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었다. 


현대 경제에서는 자주 시스템이 붕괴하고 대침체기니 침체기니 하는 기간을 자주 겪게 되는데, 그 원인을 이 책에서는 대출의 증가로 명료하게 설명한다. 역사적으로 심각한 경기 침체와 가계부채의 급증과는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대공황때와 대침체 때에도 그랬고, 지난 10년간 유럽의 최악의 경제 위축도 마찬가지였다.   저자는 빚을  모든 경제 위기의 근원이라는 주장을 여러 나라들에서 발생했던 역사상 최악의 경제 위기들에 대한 객관적 자료들을 분석해서 매우 명쾌하게 설명한다.

보험이 위험을 분산시킨다면 빚은 그 반대되는 개념으로 위험을 증폭시킨다. 한 나라의 경제를 위기로 이끄는 주범인 부채는 한사람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소비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며 사회 구조 속에서 발생한 것이지만 그로 인해 재앙적인 피패와 고통을 받는 사람들은 가장 가난한, 개인의 몫으로 돌아간다. 우리 금융 시스템에서는 채무자가 단순히 금융권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 같은데 미국에서는 우리가 서브 프라임 모기지라고 일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주택담보 증권 및 채권들이 존재하는 모양이다.


2007년에 발생한 주택시장 버블 붕괴 현상의 이면에는 그런 다양한 종류의 채권들이 존재했다. 당연히 주택 담보 대출을 받으려면 갚을 능력이 있는지를 선별하는 작업이 철저하게 선행되어야 했는데 어느 한 순간부터 이러한 자정과정이 무너지고 자들이 채무 불이행이 확실한 사람들에게까지 모기지 상품을 팔고 있었다. 주택 시장의 과열을 부축이는 주택 증권들의 이면에는 그 이전 1997년 우리나라에게도 몰아닥친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위기와 그것을 낳은 1990년대초에 광풍처럼휩쓸고간 주택시장의 버블과 붕괴를 통한 달러화의 급격한 유입이 있었고 경제위기 기간동안 썰물처럼 급격히 빠져나가던 외국 투자자들로 인해 우루루 도미노처럼 도산해가던 자국 경베 시스템들을 지켜보던 동아시아국가들이 경제 위기를 보낸 후 배운 값비싼 수업 달러 비축이라는 것을 실천한 것과 그 맥을 같이한다. 위기를 겪은 아시아국가들이 달러들을 사들이자 미국은 사상 유례없는 현금이 흘러들어왔고 그것은 주택담보대출 상품에 투자처를 확보한 것이다.  은행들은 혈안이되어 모기지를 팔고 있었고 주택가격은 승승장구했으며 순자산의 증가는 더큰 빚과 더 큰 소비를 불러왔다.


거품이 꺼지자  빚은 위험을 감당할 능력이 가장 적은 사람들에게 위험을 전가시키고 자산 가격을 떨어뜨리고 소비 감소를 확대시킴으로써 대재앙을 일으키는 직접적인 위험으로 작용했다. 이 때 우리는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직접 빚을 진 사람의 빚을 탕감해주는 것은 무언가가 불공평하다고 느껴지고 웬지 정의롭지 않다고 생각되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분명하게 말한다. 그 이유는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사회 전체에 만연된 개개인의 빚은 개인의 잘못으로 그렇게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가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과 또 한가지 그러한 빚들은 소비를 감소시키고 실업을 증가시키고 경제 위기를 가속화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은행과 채권자들에게도 장기적으로는 손해를 끼치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책임분담모기지와 같은 구체적인 모기지 상품을 대안으로 내세우는 이 책은 단순히 날로 심화되어가는 빈익빈부익부 현상의 이면에 있는 경제 체계를 이해하고 분개하라고 있는 책이 아니라, 그 대안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용적이고 약간의 희망을 읽을 수 있다고 해야 하지만, 국내 현실을 생각해보면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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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기쁨 1 - 음악의 요소들 음악의 기쁨 1
롤랑 마뉘엘 지음, 이세진 옮김 / 북노마드 / 201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클래식 애호가들에겐 필사까지 한다는 책이다. 클래식 음악의 커다란 줄기를 차근 차근 훑으며 대담 형식으로 쓰여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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