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다 미리 베스트 컬렉션 문고판 세트 - 전5권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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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숲에서 숲을 생각하다

<주말엔 숲으로>를 읽고

 

 어느 날 하야카와가 시골로 내려간 것처럼 3년 전 제 친구도 제주도로 내려갔습니다. 겁이 많아 혼자서 여행도 못 가는 친구였는데 출근길, 전철 안에서 쓰러지고나서 직장에 사표를 낸 뒤 엄마에게 독립을 선포하고는 제주도 도민이 되었습니다. 친구가 제주에 살고 있어 마유미와 세스코처럼 저와 친구들은 시간만 되면 자주 제주도에 놀러갑니다. 서울이 아니라 제주도라니 친구덕분에 우리가 계 탄 듯 참 좋습니다.

    

  일기예보에서 제주도와 남부 지방에 비가 많이 내린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저는 대학원 수업이 종강하자마자 바로 친구 집으로 내려갔습니다. 습기를 가득 머금고 몽환적인 신비한 분위기의 사려니숲을 만나려면 6월 장마가 시작되는 때가  좋습니다. 숲이 보내주는 천연 미스트를 온 몸으로빨아들이며, 보랏빛 산수국이 곱게 피어있는 숲길을 걷다보니 숲도 저도 생기가 넘치고 살아있다는 것에 대하여 고마움을 느끼께 되었습니다.

 

 '인간은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서만 걷는 건 아니다.'                                                     p. 16

 

 숲길을 걷다가 풀과 풀 사이로 거미집을 짓고 있는 거미가족을 보았습니다. 내가 핸드폰으로 촬영을 하든지 말든지 거들떠보지도 않고, 열심히 거미줄로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시켜 나가는 두 마리의 거미가 당당해보였습니다. 저 거미줄에 많은 곤충들이 걸리게 되면 빠져 나오지 못하고 거미 가족의 식사거리가 되겠지요. 거미 가족은 잡힌 곤충들을 먹고 또다시 힘을 내서 새끼를 낳고, 집을 짓고 살아가고요. 숲에는 많은 생명들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 생명들 사이를 걸으면서 작년 이맘때 쯤 그 당시 숲의 모습을 복기해 보기도 합니다. 변한 듯 변하지 않은 숲은 우리와 많이 닮았습니다. 우리는 그때의 모습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음과 생각은 아주 조금 달라져 있었습니다.  숲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전히 보랏빛 산수국은 고운 모습으로 피어있고, 삼나무와 산딸나무, 소나무가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지만, 그 길이와 두께는 조금씩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

 

 한라산 쪽에서 걷기 시작하여 붉은 오름쪽으로 나오는 길은 약 9정도 되는데 친구와 제 걸음으로 3시간이 걸립니다. 그 길을 걸을 때마다  우리에게는 많은 이야기가 쌓여 갑니다. 친구는 올 봄 엄마와 이 길을 걸으면서 엄마사진을 많이 찍어두어서 좋았다고 말했고,는 제주도 방문때마다 찾아왔던 숲이 그래도 제 모습 그대로 있어주어서 행복하다고 말했습니다. 숲에서 숲을 생각합니다. 숲이 있어서 지구가 숨을 쉽니다. 우리들도 숨을 쉽니다. 마음껏 숨을 쉴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살아있고, 건강하다는 증거인데 함께 걷고 공감해 줄 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건강하게 오래 살자고 약속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제 자신과 친구와 사려니숲과의 우정을  깊이 쌓아 갔습니다.

 

  ‘우주에 대한 상상을 할 수 있는 건 이 숲속에서도 인간뿐이야. 상상력이 없다면 인간다움이 없는 게 아닐까’                                                                                                                     p. 66

 

 숲에 가면 저도 모르게 식물과 동물, 돌들과 공기와도 대화를 하게 됩니다. 산딸나무꽃은 왜 하늘을 바라보고 잎과 비슷한 모습으로 피어있는 걸까요? 자신이 꽃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잎이 되고 싶은 걸까요? 보랏빛 산수국은 다른 꽃 속에 또 다른 꽃들이 들어있는 것 같아 신기하면서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모습에 자꾸 바라보게 됩니다. 그 산수국 옆으로 꽃잎을 닮은 보라색 작은 나비가 날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꽃잎이 바람에 날리는 줄 알았습니다. 산수국 옆에 사는 나비는 모습과 빛깔도 닮아가나 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성장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숲의 친구들 때문에 힘을 얻었습니다. 무엇보다 꽃과 나무와 나비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내 모습에 제가 더 많이 놀랐습니다. 인간이 식물의 마음이 되어 이야기 나누고 감동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곧 사랑이 아닐까요? 내가 아닌 숲의 마음이 되어보는 것, 내 자신만 생각하고 앞으로만 달렸던 내가 나 아닌 타자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이 기특했습니다. 5시 이후 사람들이 떠난 사려니숲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로 변할 것입니다숲도 인간인 저에 대해 이야기 나누겠지요. 그날 밤 잠자리에 들면서 상상해보았습니다. 꽃과 나무와 나비, 거미, 까마귀 등이 우리에 대하여 이야기 하는 모습을요.  상상력이 없다면 지루하고 뻔한 일상에 저는 금방 녹초가 될 것입니다. 숲을 나오면서 친구에게 내년 6월, 비가 내리기 시작할 때 쯤 또 걷자고 약속했습니다. 그때까지 둘 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자는 말도 나누었습니다.

 

  '내년을 약속하는 건 좋은 거 같아. 자신이 내년에도 건강하게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 지금.'                                                                                                     p. 106 

  

 숲의 지금은 저의 지금이고, 숲의 내년은 또 저의 내년이 될 것입니다. 사려니 숲을 나오며 내년에 할 일 한 개를 정해두어서 불끈 힘이 났습니다. 아마 서울에 올라가면 잠시 숲을 잊을지 몰라도 미리 잡아놓은 계획 때문에 열심히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숲에서 숲을 생각하니 나의 마음속으로 숲이 들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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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숲으로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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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숲으로>를 들고 제주도에 정착한 친구네 집에 갔습니다.
비가 조금씩 내리고 물안개가 몽실몽실 올라온 사려니숲을 걸으면서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숲도 저도 살아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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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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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씨에게 보내는 첫 번째 편지

<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

 

  안녕하세요, 마스다 미리씨.

  저는 이제부터 당신에게 세 통의 편지를 보내게 될 것입니다. 지금 쓰는 편지는 <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이란 책을 읽고 도서관에서 쓰고 있답니다. 아마 두 번째 편지는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를 읽고 제 방 책상에 앉아 쓰게 될 것 같고요, 세 번째 편지는 <주말엔 숲으로>를 읽고 드디어 3년 만에 제주도에 둥지를 튼 친구 집에서 쓰게 될 것 같습니다.

  저는 당신을 크게 성공한 작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속에는 다른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상의 삶을 쫓아가는 평범한 여자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편으로 동시대를 살아가며 같이 나이 들어갈 수 있는 좋은 작가를 만났다는 것이 반갑고 좋았습니다. 당신은 대부분의 일에 크게 흥미를 갖지 못하지만 일단 선택하고 도전합니다. 그리고 곧 흥미를 잃거나 귀찮아합니다. 그래도 가봅니다. 그곳에 당신이 찾고 있었던 무언가가 있을 지도 모르니까요. 저도 그런 적이 많이 있습니다.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무언가를 선택하지만, 막상 그 일을 시작하거나 특정 장소에 가기 전에 귀찮아지거나 괜히 선택한 건 아닌가 하는 후회를 할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616일부터 714일까지 5주 동안 남산도서관에서 열리는 남산 목요 인문학 세계 문학 고전읽기에 수강 신청을 한 일입니다. 매주 목요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두 시간 동안 강의를 들어야 하는데 친구들이 만나자고 보낸 문자 한 통에 금방 괜히 신청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시간이면 집에 가서 편히 쉬거나 지인들과 약속도 많이 잡히는 편인데, 책을 읽고 강의를 들으러 가다니 정말 내가 잠깐 어떻게 되었던 것 아닌가 하고 후회했었거든요. 그래도 저는 이번 주에 강의를 들으러 갔습니다. 제가 찾고 싶은 무언가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안고서요. 당신이 화려하다고 다 독버섯은 아닙니다.라는 말을 만난 것처럼 저는 그곳에서 햄릿은 복수극인가 복수지연극인가라는 질문을 만났습니다. 찾고 있는 무언가가 그곳에 있었습니다. 기뻤습니다. 당신이 쌍둥이 바람꽃은 5월이 되면 싹 사라집니다.라는 마음 설레는 말을 들었던 것처럼 to be or not to be, 선택지가 있다는 것은 내면을 갖고 있다는 증거다.라는 말에 저도 설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많은 일에 흥미는 없지만 계속 가보기로 했습니다. 당신도 그럴 테지요.

 

  사람들은 보통 꿈이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그러면 대부분 자신들이 하고 싶은 직업을 이야기합니다. 저도 제 꿈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제 꿈은 구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것이었습니다. 정말입니다. 물론 지금 당장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정말 그렇게 살고 싶었고, 언젠가 그 꿈이 이루어지기를 지금도 바랍니다. 딱히 남들보다 뛰어난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나게 잘 하는 것도 없는 것 같기도 해서 무섭게 살지 않고 슬슬 살아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스피치 학원에 다니다가 그만두고 했던 말들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 사람에게는 못하는 일이 있어도 되는 것 아닌가. 못하는 일과 하고 싶지 않은 일, 하려고 했다가 실패한 일, 그것도 역시 그 사람을 만드는 거죠. 잘하는 일만이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니에요.

                                                                                                                                                                                                                               p. 99~100

 

 그리고 이 말도 함께요.

 

-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신을 스스로 지키세요.

p. 112

 저도 세상에 단 하나뿐인 제 자신을 지키고 싶습니다. 어떤 목적을 갖고 높이높이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말입니다. 그리고 저는 특별히 뛰어난 재주가 있거나 잘 하는 것이 없어서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다보니 제가 세상에 대해 모르는 일, 가보지 못했던 곳, 겪어보지 못한 사건, 사고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계속 책을 읽으며 글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못하는 일이 있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올 봄에 한 작가 선생님으로부터 당신이 아직 등단하지 않았어도 꾸준히 작품을 쓰고 있다면 이미 작가이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무언가 찾고 있던 것을 만난 봄날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만약이란 나라에 살면서 이상적인 자신을 상상하고 노트에 그림을 그리고 구체적으로 그렸던 것처럼 저는 제 마음을 기도공책에 적고 또 적으면서 기도합니다. 그리고 조금씩 노력하고 변해가는 제 모습을 보면서 기뻐합니다. 조금씩 달라지는 제 모습을 기대합니다. 앞으로도 쭉~ 제 자신을 응원할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도 응원하겠습니다. 평범하고 느긋한 작가생활에 박수를 보냅니다. 우리는 이미 자신만의 인생 속에서 창조적 삶을 살아가는 작가라는 사실을 잊지 않을 겁니다. 평범한 우리의 느긋한 작가생활을 위해 아자아자 파이팅을 외쳐봅니다. 마스다 미리씨 <평범한 나의 작가생활>을 써주어서 고맙습니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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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 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7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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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모두 어리석고 나약한 존재이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팔순이 넘은 브리틴 왕 리어는 자신의 고달픈 삶을 정리하고 편안하게 쉬고자 사랑하는 세 딸에게 자신의 왕국과 모든 권력, 부를 넘겨주고자 한다. 그런 리어가 딸들에게 요구하는 하는 것은 단 한 가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말하게 하는 것이다.

 

리어: 짐은 이제 통치권과 영토의 소유권 및 국사의 근심을 떨치려고 하니까 누가 짐을 이 를테면 가장 사랑하는지, 그래서 효성과 자격 갖춰 요구하는 딸에게 최고상을 내릴 수 있도록. 짐의 맏딸, 고너릴이 먼저 하라.

 

고러닐: 전하, 제 사랑은 말로 표현 못 합니다. 시력이나 걸림 돌 없는 자유보다 소중하게 가 장 값지다거나 희귀한 것 이상으로, 은총, 건강, 미와 명예 갖춘 삶에 못지않게, 일찍 이 자식은 사랑하고 아버지는 받은 만큼, 입 열고 말하면 빈약해질 사랑으로 모든 한 계 다 넘어 전하를 사랑하옵니다.

 

리간: 전 언니와 타고난 자질이 같사오니 사랑도 같은 값이옵니다. 진심으로 언니는 제 사랑 을 조목조목 밝혔어요. 다만 크게 빠뜨린 부분은, 저는 가장 민감한 인간의 감각이 누리 는 다른 모든 기쁨을 적이라 공언하고 오로지 전하의 귀중한 사랑 속에서만 행복해진다 는 사실이옵니다.

 

코딜리아: 아버님은 저를 낳아 기르시고 사랑해 주셨기에 전 그에 합당한 의무로 보답고자 복 종하고 사랑하며 가장 존경합니다. 언니들이 아버님만 사랑한다 말할 거면 남편들 은 왜 있지요? 제가 만일 결혼하면 제 서약을 받아들일 그분은 제 사랑과 걱정과 임 무의 절반을 가져갈 것입니다. 전 분명코 언니들처럼 아버님만 사랑하는 결혼은 절대 로 않겠어요.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사람들 앞에 드러내고 사랑받고자하는 욕구가 강하다. 그러한 욕망은 사람들 앞에서 더욱 드러나길 바라며, 많은 대가를 치루고서라도 쟁취하려고 한다. 아무리 많은 돈과 권력을 가지고 있어도 진실한 사랑을 나누지 못한다면 그 삶은 허무와 고통 속에서 괴로울 뿐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진 리어왕 또한 그 무엇보다 자식들의 진정한 사랑을 얻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랑은 말로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을 가지고 마음과 사랑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리어왕의 잘못은 거기에 있다. 자신의 왕국을 주고 딸들의 마음을 가지려고 했던 어리석음 때문에 진실을 말한 코딜리아의 진심을 볼 수 없었다. 두 딸의 마음을 얻은 만족보다 갖지 못한 코딜리아의 마음에 분노와 적개심을 갖고 이성을 잃은 채 그녀를 내쫓았고, 불행한 최후를 맞이할 수 밖에 없었다.

 

 셰익스피어는 사랑과 진실은 말에 있지 않다는 것을, 돈과 권력으로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아가 진실한 사랑의 결여가 인간의 삶을 얼마나 비참하게 만드는지도 보여 준다. 결국 인간의 어리석음과 나약함, 교만한 마음이 삶을 비극으로 만든다. 개인적으로 희곡 <리어왕>60대 이상의 어른들이라면 반드시 필독해야 할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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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맨의 죽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8
아서 밀러 지음, 강유나 옮김 / 민음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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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위하여 살아가는가

아서 밀러 <세일즈맨의 죽음>

 

  자본주의 사회 한 복판에서 살았던 아서 밀러는 1940년에 <세일즈맨의 죽음>을 탈고했다. 그때의 상황이 현재 2016년 대한민국 땅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2016년 대한미국에 살고 있는 현재의 미국의 1948년도와 다를 바 없는 현실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슬펐다.

 

  윌리는 세일즈맨이다. 젊었을 때, 젊은 세일즈맨 윌리는 능력을 발휘하고, 도시와 도시를 여행하며 수많은 물건을 팔았고, 사람들에게 인정받았다. 그는 집과 할부로 구입한 물건값을 벌기위해 열심히 뛰고 일했다. 일에 지치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길 없는 윌리는 바람을 피우게 되고, 아버지를 우상으로 여기며 살던 큰아들 비프에게 들키게 된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다. 늙은 세일즈맨 윌리는 더 이상 물건을 팔지 못한다.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며, 두 아들 윌리와 해피가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해 절망한다.

  윌리가 꿈꾼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가 꿈꾼 것은 그의 형처럼 한 방에 큰돈을 벌고, 가장으로서 책임지고 자신의 가정을 지키는 것이었다. 아내와 자녀를 뒷받침해주고 그들의 앞길을 축복해 주고 싶었을 것이다. 처음부터 그는 도덕적으로 옳지 않더라도 물건을 많이 팔고, 성과를 내어 부자가 된다면 모든 것이 용서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냉혹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는 양심과 영혼을 버리고 말았다. 윌리의 이러한 가치관은 아들들에게도 그대로 전수된다. 아무리 뛰어난 운동선수라도 성실하게 시간이란 댓가를 치루며 공부해야 할 아들 비프에게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된다고 가르친다. 결국 비프는 성적이 모자라 대학에 진학 할 수 없었다. 성실함이 외면당한 사회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 우리는 존경과 우정과 감사와 같은 훌륭한 것들을 돈과 맞바꾸고 있는 무서운 시대에 살고 있다. 무엇보다도 자동차나 냉장고 등과 개인의 행복을 바꿀 수는 없다. 윌리는 늙고 지친 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힘겨워한다. 자신이 살아온 길이 정답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무엇도 그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지난날을 회상하는 환상장면은 그래서 더욱 슬퍼 보인다.

 

윌리: (초조하게) , 서둘러야겠다. 씨앗을 좀 구해야겠어. (오른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씨앗 을 지금 당장 구해야해. 아무것도 심지를 않았어. 땅에 묻어 둔 게 아무것도 없어.

 

  날마다 무엇을 심고 가꾸는가에 따라 과거와 현재, 미래의 삶이 결정된다. 아무것도 심지 않았거나 잘못된 것을 심게 된다면 아무것도 아닌 인생 혹은 잘못된 인생이 될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무조건 앞만 보면 달려온 우리 모든 세대가 안타깝다. 윌리의 비극은 물질로 모든 것을 해주려고 했던 것이다. 아들은 물질이 아닌 지난 날 과거에 대한 사과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줄 수 있는 아버지를 원했을 것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한 윌리가 안타까웠다. 그것이 또한 우리 아버지 세대의 슬픈 자화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프: 아뇨. 아버지는 진실을 알아야만 해요. 아버지는 누군지. 나는 누군지.

 

  내가 누구인지, 지금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지 우리는 가던 멈춰서 하늘을 보며 자기 자신에게 묻고 생각하며, 다시 길을 가야겠다. 마지막 외로운 윌리의 장례식 모습에서 무엇을 위하여 살아가고 있는지 고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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