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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해자들에게 - 학교 폭력의 기억을 안고 어른이 된 그들과의 인터뷰
씨리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0월
평점 :
책 표지를 보면 학교라고 생각되는 곳에 여학생 몇 명이 보인다.
여러 아이들은 급식으로 점심을 먹고 있지만
한 아이는 홀로 도서관에서 식판이 아닌 다른 음식을 먹으면서 혼자 있다.
표지만 보아도 누가 왕따를 당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9/1022/pimg_7012931892334298.jpg)
이 책은 유튜브에서 왕따였던 어른들의 무삭제 인터뷰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구성으로 학교에서 여자반, 남자반 각각 5명씩의 인터뷰이가 있고,
프로젝트를 진행한 피디가 있다.
인터뷰의 내용을 학교생활에 비유해서 구성했는데
이 점이 참으로 적절하면서 흥미롭다.
출석부-조회시간-1~7교시- 그리고 방과후.
‘학창시절로 돌아간다면?’이라는 질문이 너무나도 싫은 이들은
어렵사리 잊고 싶은 기억을 울면서 웃으면서 분개하면서 털어 놓는다.
그래서 그 내용을 읽는 내내 눈물을 감출 수가 없다.
서문에서는 위의 총 10명 이외에 402명의 설문 응답자 중에서
96프로가 그때의 힘든 기억이 지금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소외를 경험한 이들 대부분이 무너졌던 존엄성이 회복되지 않은 채 어른이 되어버린 것이다.
크고 작은 트라우마와 함께.
그저 장난이었다고 말하는 가해자들과 달리 아직도 피해자로 불리는 이들은
지금도 그 기억 속에서 현재진행형 인생을 살고 있는 거다.
이 책은 인터뷰한 내용을 기본으로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이 되었다.
52페이지에는 이런 인터뷰 내용이 나온다.
"희정- 저는 피해자였던 그 삶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내가 잊고 살더라도 한 번씩 튀어나오는데, 가해자들 기억에는 없나 보더라구요.
민아- 걔네 한테는 즐거운 학창 시절이었으니까요."
위의 말과 함께 가해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소위 멀쩡히? 살아가고 있는 모습에 황당해하고 화를 내는 모습은 독자로 하여금 공감하게 한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9/1022/pimg_7012931892334300.jpg)
83페이지 주연이라는 분의 글을 보면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
"왕따 관련 글이나 영상만 봐도 숨을 잘 못 쉬어요.
지금도 많이 웃으면 과호흡이 오기도 하고요.
사람 많은 곳은 가면 좀 어렵긴 해요.
다 날 쳐다 보는 것 같아서요."
하지만 가장 큰 문제도 다가오는 부분은 따로 있다.
어린 시절의 아픔으로 성인이 되어서도 자아를 잃어버린 상태로 살아가는 거다.
그래서 6교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라는 주제로 만약 그 당시로 돌아간다면?’이라는 질문에
다들 죽을 만큼 생각도 하기 싫다고 하지만 입을 모아 말한다.
'너!를 잃지 말라'고. 그리고 자책하지 말라고.
이 세상에서 왕따를 당할 만한 사람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러면서 96페이지 지영의 말도 적극 공감이 되었다.
"똑같은 왕따를 겪었다고 하지만
그 상처의 깊이는 제각각 다 다르기에 나도 왕따를 당해 봤으니까
잘 알아 같은 말은 함부로 못 하겠어요."
그러면서 쉬는 시간의 질문인 ‘그 때 진짜로 우리에게 필요했던 건 무엇이었을까?’하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다음과 같이 말한다.
끝까지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 주고 도와주는 친구 1명.
또는 고민을 들어줄 수 있는 선생님이나 부모님 같은 현명한 어른 1명.
그것도 아니라면 다정한 포옹 한 번.
결국 이들이 바라는 것은 정말 따뜻한 관심이었다.
이 책은 왕따를 당한 사람들에 대한 공감은 물론
읽는 독자를 향한 과거회상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에 대한 평가는 제각각 다를 테지만.
"어떤 이유가 있든지 간에 폭력을 정당화해서는 안돼요.
절대로.
그리고 내 편 없이 힘들 때 그래도 믿어요.
자신을.
이렇게 같이 싸워 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러니 혼자 있지 마요.
내가 겪은 아픔들을 조금이나마 겪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꼭!! 우리가 아니어도 괜찮으니 누군가에게 말해 줘요.
숨 막힌다고. 괴롭고 힘들다고. 살려 달라고.
같이 있어 줄게요. 포기하지 마요. 그리고 미안해요.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주지 못해서요.
더 노력하게요. 힘내요. 우리."
당당히 어려움을 말한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응원의 말도 전해 본다.
오랜 미로 찾기에서 결국 출구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