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내 생애 바람 불지 않은 적 있었더냐

날마다 크고 작은 바람이 불어왔고

그때마다 나는 두리번거리며

바람이 잠잠해질때까지 기다리곤 했다

 

기다리는 그 순간 때문에

내 삶은 더뎌졌고

그 더딤을 만회하기 위해

나는 늘 허덕거렸다

 

이제야 알겠다, 바람이 분다고

기다리고만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기다리는 이에게 바람은 더 드세게

몰아닥칠 뿐이라는 것을

 

바람이 분다는 것은

헤쳐 나가라는 뜻이다

누가 나가떨어지든 간에

한 판 붙어보라는 뜻이다

 

살다보니 바람 아닌 게 없더라

내 걸어온 모든 길이 바람길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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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박연선 지음 / 놀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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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책을 집어들고 하루를 다 보내지 못하고 마지막 장을 덮었다.

말그대로 짬짬이, 시간날때마다 책을 손에서 놓질 못했다.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는 한마디로 사이다 같은 소설이다.

사이다.. 이 여름 폭염의 끝자락에서 시원하게 들이킨 사이다같은 책이었다.

 

책의 제목만으로도 끌림이 있는 책이었다. 뭔가 무시무시할 것같고 섬뜩할 것 같은 예감에 폭염의 짜증을 조금은 잊을 요량으로 읽기 시작했건만,

어느새 나는 삼수생 강무순을 따라 종갓집과 재실을 분주히 따라다니고 있었다.

 

깊고 깊은 산골 마을 두왕리에서 나이도 학교도 다른 네명의 소녀들이 같은 날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15년동안 미스터리로 남은채 사라진 소녀들의 가족들은 고통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홍간난 할머니와 삼수생 강무순, 그리고 중딩 꽃돌이(유창희)..

이 세사람이 강무순의 '다임개술'을 시작으로 '두왕리 네 소녀 실종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게 된다. 걸죽한 80시골 노인의  포스를 제대로 표현한 홍간난 할머니의 살아있는 캐릭터와 왠지 파란 츄리닝으로 대표되는 백수 강무순 그리고 만화속 주인공같은 꽃미남 꽃돌이의 살아있는 생생함이 책을 읽는 동안 나에게 영화를 보여주듯 빠른 진행으로 가슴을 졸이며 책을 읽게한다.

 

책을 읽는 동안 앞의 내용을 유추하며 읽어내려가지만 번번히 나의 유추와 다르게 풀어가는 박연선 작가의 치밀함에 완전히 KO패 당한 것 같다. 그만큼 뻔하지 않는 스토리로 읽는이를  긴장하게 만드는 작가의 힘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정말로 맛깔나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이렇게 맛깔나는 책을 읽어본지도 오랜만이라 하겠다. 아니 요근래 읽어본 책중에 단연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푹 빠져 읽었다.

요즘 말로 '히트다 히트'

 

작가의 탄탄한 구성과 앞을 내달볼 수 없을 만큼 치밀한 구성으로 허를 찌른다.

유쾌하면서도 사건의 전말이 밝혀질때마다 안타까운 탄성이 나온다.

중간중간 섞여있는 '주마등'은 범인의 시선에서 쓰여진 것임을 이 책을 다 읽고 나서야

퍼즐 맞추듯 맞추었다.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못하는 책이었다.

다시한번 읽어도 질리지 않을 책.. 다시 사이다 한모금 더 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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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레시피 지하철 시집 2
풀과별 엮음 / 문화발전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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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좋아하는 빨간 장미 두송이가 아름다운 너무 예쁜시집이 손을 떠나질  않는다.  지하철 시집 1권이 용기를 복돋우는 긍정적이고 따뜻한 메시지를 담은 '희망의 시'를 담았다면, 지하철 시집 2권에는 절망도 외로움도 함께 껴안을 수 있는 '사랑의 시'를 담았다. 
 
많은 사람들이 매일 출퇴근길에서 만나는 지하철 스크린에 적혀있는 시들이기에 오며가며 읽는 사람들의 가슴 한구석에 옛추억을 선물하고 있는 것같다.
이상하다. 이토록 가슴 절절한 시들을 읽는 순간만큼은 나의 감정도 여느 시인 못지 않는 애절함과 절절함으로 한 편의 시를 적을 수 있으리라  하지만 막상 펜을 든 나의 손은 "그땐 그랬지" 하는 쓴 웃음뿐인 것 같다.

이제는 사랑에 대한 감정들이 어느새 퇴색이 되어버린 그런 나의 마음에 다시금 사랑이란 달콤하고도 때로는 독약처럼 독한 사랑의 감정들이 새록새록 돋아난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그렇다.
이 시집은 삶에 지치고 사랑에 목말라 하는 독자들에게 차고 맑은 샘물 역할을 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는 풀과 별님의 뜻처럼  뚜렷한 목표없이 반복되는 일상속에 자신을 뒤돌아 볼 겨를없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잠시 지하철을 기다리며 잠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기다리는 이들에게 한잔의 맑고 시원한 물이 되어주기에 충분하리라.

감정이 메말라 가는 사람들의 마음에 촉촉한 단비가 되어 오늘 하루도 많은 이들의 가슴을 촉촉하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적셔주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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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명랑한 햇빛 속에서도 눈물이 나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깊은 바람결 안에서도 앞섶이 마르지 않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무수한 슬픔 안에서 당신 이름 씻으며 사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가득 찬 목숨안에서 당신 하나 여의며 사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삶 이토록 아무것도 아닌 건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어디로든 아낌없이 소멸해버리고 싶은 건가.

                               -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 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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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08-20 1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ㅜㅜ 예전에는 사랑에 관한 시를 읽으면 가슴이 많이 뛰기도 했었는데.. 제게 애절함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쉽네요.

줄리엣지 2016-08-20 11:51   좋아요 2 | URL
저 역시도.. 세월에 무뎌진 것일까요.. 하지만 아직도 열정만을 그대로라고 믿고싶어요.

겨울호랑이 2016-08-20 1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줄리엣지님은 감성 충만하신것 같아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줄리엣지 2016-08-20 12:12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편안한 휴일 보내세요^^
 
그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합니까
김태광 지음 / 시너지북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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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합니까] 김태광 시인의 감성시집이다.
사랑하는 이에 대한 설레임과 애뜻함,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 그리고 그 후에 찾아오는 그리움, 그리고 잊지못하고 가슴에 담고 살아가는 한 시인을 만날 수있다. 
시인은 이 시집을 통해 가장 힘든 고통은 사랑하는이가 미치도록 그리울 때 참아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은 세상에서 신비롭고도 아름다운 눈물꽃이라고 말한다
 
 
이 시는 양파와 같은 시집이라고 말하고 싶다.
처음 책을 받아들고 첫장을 넘기면서 와우 감탄사를 금치 못한다.
시들보다는 그 시들과 어우러진 사진들이 나의 두 눈을 사로잡는다.
그렇게 사진들로 이 시집을 먼저 읽었다, 
그리고 시들을 하나하나 꺼내 읽었다,
그리고 사진들과 함께 어우러진 시들을 맛보았다.
아프다, 그립다, 사랑한다, 보고싶다.....
 
시 한편으로 나의 뜨거웠던 가슴으로 사랑한 첫사랑이 살아나고
시 한편으로 나에게도 가슴앓이 하며 그리움을 삭혀야 했던 지난 시간들이 살아나고 시 한편으로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이 살아난다.
 
나에게도 뜨거운 사랑이 남아있을까 하는 마음에 이 시를 한참이나 읽고 또 읽는다. 이제는 지나간 감정들이 되어버린 추억속 앨범속의 나의 시간들이 김태광시인의 시를 따라 흐르고 흘러 저 멀리 나를 데리고 떠나간다.
 
담담하게 이야기하듯 들려주는 시인의 시어들이
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한다. 내 귀에 속삭이듯 아픔을 전해주고, 내 귀에 속삭이듯 그리움을 토해낸다.
 
세상에 서 있는 내가
흔들리며 방황하는 것은
내 마음속, 그대가 바람처럼 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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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08-19 15: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지와 내용이 잘 조화된 시집 같네요^^:

줄리엣지 2016-08-19 16:09   좋아요 2 | URL
네~ 너무나 가슴 절절한 시들이 가득들어 있는 아름답지만 슬픈 시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