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을 깨닫는 것은 본래 세 점을 한 곧은 줄로 맞추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일직선상에 놓여져 이 끝에서 저 끝이 내다뵈는 것이 뜻을 앎이다.(p163) <너 자신을 혁명하라> 中


 함석헌(咸錫憲, 1901 ~ 1989)은 <너 자신을 혁명하라>에서 뜻과 진리를 깨닫기 위해 정진(精進)할 것을 강조한다.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 개념 중 선생은 새로움을 힘 있음, 밝음, 처음, 맑음 등으로 정의하면서 끊임없이 자신을 갈아내어 새롭게 되기를 우리에게 주문한다.


 새로움이란 첫째로 힘 있음이다. 힘 있다 함은 밖을 이김이다. 생명은 스스로 끊임없이 피어나고 지어내는 것이기 때문애 늘 어디 가든지 막아냄, 건드림, 잡아당김을 느낀다. 그것을 이기고 제대로 하는 것, 자유하는 것이 생명이다. 새롭다는 것은 자유하는 힘을 가졌단 말이다. 갈아 놓은 칼날은 새 것이다.(p107).... 새것은 맑다. 이른바 청신(淸新)이다. 새벽 바람처럼, 골짜기 물처럼 맑은 것이 새것이다. 맑다는 것은 다른 무엇이 섞여 들어가지 않았단 말이다. 섞인 것이 있으면 제 본바탈을 잃는다. 바탈을 잃으면 죽은 것이다... 갈아야 한다. 죽음을 물리치고 새 삶을 일으키기 위해서 갈아야 한다.(p109) <너 자신을 혁명하라> 中

 

 한편, 안토니오 네그리(Antonio Negri, 1933 ~ )의 <혁명의 시간 Time for Revolution >은 다른 관점에서 시간의 의미로 접근한다. 네그리의 혁명과 함석헌의 혁명이 지향하는 바가 조금을 다를지라도 시간의 흐름 속에서 뜻(의미)를 깨닫는 것을 추구하는 바는 통하는 바 있다.


 앎(이는 유물론적 장 안에 있는 에피스테메 episteme이며, 논리이다)이란 카이로스(Kairos)다. 즉 앎의 사건, 이름붙이기(naming)의 사건, 혹은 저 정확하게는 특이성singularity)으로서의 앎이다. 이는 논리적 혁신과 존재론적 창조를 교직한다.(p17) <혁명의 시간> 中


 그렇다면, 카이로스가 무엇인가를 알아봐야 할 차례다.  <시간의 탄생 Zeit: Eine Kulturgeschichte>에서 저자 알렉산더 데만트 (Alexander Demandt, 1937 ~ )는 그리스 신화안의  크로노스 Chronos, 아이온 Aion, 카이로스 Kairos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구분한다.


  크로노스 Chronos의 아들은 아이온 Aion이다.... 아이온은 벌거벗은 젋은이로 뱀에 둘러싸여 있으며 다양한 상징으로 장식되어 있다. 후광이나 사자의 머리를 하고 있으며 날개와 성화가 달려있고 배경에는 태양과 달이, 구석에는 12궁도와 바람의 형상이 새겨져 있다. 아이온은 시간의 상징으로 뱀에 휘감겨 있으며 머리가 세 개다. 사자의 머리는 현재를, 늑대의 머리는 과거를, 개의 머리는 미래를 나타낸다.(p75)... 아이온이 가장 긴 시간이라면 카이로스 Kairos, 즉 기회는 가장 짧은 시간이다. 이는 우리가 눈치채고 활용해야만 하는 찰나의 특별한 순간이다. 소년 카이로스는 오른손에는 칼을, 왼손에는 한 쌍의 거울을 들고 있으며 발꿈치에는 날개를 달고 있다. 제우스 조차 눈 깜짝할 사이에 달아나버리는 소년을 잡아올 수 없다고 파이드로스 Phaedrus는 기록하고 있다.(p77) <시간의 탄생> 中


  아이온이 과거, 현재, 미래를 의미하는 영원(永遠)의 시간을 상징한다면, 카이로스는 순간이며, 기회의 시간이다. 그리고, 네그리는 아이온 안의 카이로스 안에서 창조하는 생명력을 발견할 때가 바로 혁명의 시간임을 말한다.


  카이로스는 영원한 것 속에 있다. 카이로스가 바로 창조하는 영원한 것이다.(kairos is the eternal that creates)라고 말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이 영원한 것은 우리에 선행한다. 그 가장자리에서 우리의 창조활동이 일어나고 존재 즉 영원을 확장하는 활동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카이로스가 여는 모든 것은 영원하다. 그래서 우리는 영원에 대한 책임이 있는 동시에 영원을 생산할 책임이 있다.(.p73)... 존재가 창조되는 소용돌이치는 '토포스(topos, 장소)'와 이 생산을 스스로 조직하는 '텔로스' 사이의 관계에 대한 (시간의 양태 내에서의) 우리의 이해를 심화하는 것이 중요하다.(p75) <혁명의 시간> 中


  '아이온 - 카이로스'의 관계가 이와 같다면, '크로노스 - 카이로스'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한국인이 캐낸 그리스 문명>의 저자 김승중에 따르면 이들의 관계는 '객관성 -  주관성'으로 정리된다. 이처럼 시간의 의미는 '영원-순간', '객관성-주관성'으로 크게 될 수 있을 것이다. 

 

 '흐로노스 chronos"는 우리가 잘 아는 베테랑 할아버지, 시간의 아버지 Father Time, 즉 누구나 인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시간을 의미한다. 반면, "카이로스 Kairos"는 완전히 반대의 예측 불가능한 주관적인 시간이다. 객관적인 시간이라는 것은 바로 아이작 뉴턴이 얘기하는 시간의 특징 aquabiliter fluit - 즉, 강의 물이 항상 일정하게 흐르듯 영원히 고정된 시간이 바로 흐로노스이다.(p35)... 그에 반해서 주관적인 시간 "카이로스"는 흔히 "기회 opportunity"라고 번역되기도 하는데, 이는 일정하게 아주 "적절한 때 right timing"을 의미한다. 흐로노스가 신적인 우주의 영원한 시간이라면, 카이로스는 인간세상의 찰나, 즉 짤막한 현재의 시간이다.(p37)' <한국인이 캐낸 그리스 문명> 中


 이러한 객관성-주관성은 현재에서 만나게 되며, 우리는 생각과 언어를 통해 지금 이 순간(시간), 바로 여기 여기(공간)에서 무의미한 영원의 시간에 뜻(의미)를 부여하며 삶을 살아간다. 우리의 삶이 자기 인식의 시공간(space-time)에서  끊임없이 퍼져가는 물리적인 엔트로피(entropy) 법칙을 거부하며 생명의 도약인 '엘랑비탈(Elan Vital)'을 하는 것이라면, 시간을 헤아리는 것은 의미를 부여하는 여정의 작은 첫걸음이 될 것이다.

 

 우리는 '객관적으로' 사실을 보며 '주관적으로' 인식하고 받아들인다. 인식하기 전에 대상이 존재하므로 처음에는 객관성에 우위를 부여했다가 곧 인식 과정은 인식 능력에 달려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므로 객관성은 일시적인 것으로 주관성이 우위에 서게 되는 것이다.(p49)... 현재 속에서 주관성과 객관성은 서로 접촉한다. 우리의 현재 의식적 행위는 그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가능성이다... 자기반성을 위해서는 생각과 언어라는 도구가 필요하듯 시간과 공간은 자기인식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p50) <시간의 탄생> 中


 2020년과 경자년(庚子年). 태양력(太陽歷)과 태음력(太陰歷)으로 우리가 의미를 부여한 시간이 맞아들어가는 첫 날인 2020년 설날을 맞아 시간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경자년의 첫 날을 맞아 새로움의 의미를 되새기고, 무의미한 아이온에 뜻을 부여하여 자신을 바꾸는 한 해가 되길 바라본다.


 고대 동양에서부터 내려오는 가장 오래된 축제에 대한 소식은 진흙판 위에 새겨진 설형문자를 통해서 전해졌다. 그것은 BC 3000년에서 BC 2000년 사이에 바빌로니아의 도시를 관장하던 주신 主神 마르두크를 기념하기 위한 새해 축제가 12일 동안 열렸다는 증거이기도 했다.(p460) <시간의 탄생> 中


 고대 페르시아에서도 새해는 중요한 축제 행사였다. 오늘날까지도 이란에서 나우루즈 Nauruz는 유명한 축제다. 차라투스트라의 가르침에 따르면 아후라 마즈다와 아리만, 선악의 투쟁이 곧 세상의 역사다. 결국 선이 승리하고 두 세력 사이에서 평화 계약이 이루어지는데 이날이 바로 봄이 시작되는 때이자 새해가 시작되는 시기로 축하의식이 열리는 날이었다.(p461) <시간의 탄생> 中


 얼마전 2020년 새해 축하 인사를 이웃분들께 드렸습니다. 이번에는 경자년 새해 인사를 페이퍼로 드립니다. <차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  Also sprach Zarathustra>의 한 구절을 마지막으로 이번 페이퍼를 갈무리합니다. 이웃분들 모두 각자의 세계(뜻)를 위대한 정오(카이로스)안에서 찾는 한 해 되세요! 


 어린아이는 천진난만이요, 망각이며, 새로운 시작, 놀이, 스스로의 힘에 의해 돌아가는 바퀴, 최초의 운동, 거룩한 긍정이다. 그렇다. 나의 형제들이여, 창조의 놀이를 위해서 거룩한 긍정이 필요하다. 정신은 이제 자기 자신의 의지를 욕구하며, 세계를 상실한 자는 자신의 세계를 되찾는다. 나는 너희들에게 정신의 세 단계 변화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어떻게 정신이 낙타가 되고, 낙타가 사자가 되며, 사자가 마침내 어린아이가 되는가를.(p41)... 사자는 왔으며 내 아이들도 가까이 와 있다. 차라투스투라는 성숙해졋다. 나의 때가 온 것이다. 이것은 나의 아침이다. 나의 낮이 시작된다. 솟아올라라, 솟아올라라, 너 위대한 정오여!(p529) <차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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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0-01-24 1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호랑이님!! 행복한 명절 보내세용^-^

겨울호랑이 2020-01-24 19:05   좋아요 0 | URL
syo님께서도 행복한 설연휴 되세요! 감사합니다^^:)

캐모마일 2020-01-24 1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에 새뜻을 새기기에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겨울호랑이 2020-01-24 19:06   좋아요 0 | URL
캐모마일님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양자 : 101가지 질문과 답변
케네스 W. 포드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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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규모(scale)이다. 우리의 거시 세계(large scale world)라고 해서 양자물리학의 원자보다 더 작은 세계에서보다 덜 유효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큰 규모에서 나타나는 특성에 대한 양자적 기반은 직접 관찰하기 어렵게 숩겨져 있다. 양자물리학은 원자나 원자보다 더 작은 영역에서나 그 모습이 나타난다.(p21)<양자 : 101가지 질문과 답변> 中

양자역학(量子力學, quantum physics)이 적용되는 세계는 우리가 직접 관찰하기 어려운 미시 세계(small scale world)다. 때문에 우리는 이 세계에 적용되는 법칙들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때문에, 양자물리학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파동(wave), 입자(particle), 확률(probability)의 개념을 사용한다.

양자물리학의 근본적인 문제로 바로 넘어가보자. 원자 속에 들어 있는 전자는 입자일까, 아니면 파동일까? 일반적인 답은 두 가지 모두라는 것이다. 전자는 그 자체가 전체 공간에 확률 파동으로 퍼져 있는 입자이다. 보는 방법에 따라서 전자는 확실한 형태가 없는 구름처럼 보이기도 하고, 입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파동-입자 이중성은 시각화하기가 어렵거나 불가능할 수도 있다.(p32) <양자 : 101가지 질문과 답변> 中

입자는 파장을 가지고 있다. 입자는 회절과 간섭을 한다. 입자는 파동함수를 가지고 있다. 1924년 드 브로이가 유명한 방정식을 제시한 이후 양자물리학의 전체 역사는 물질의 파동성을 기반으로 발전했다. 파동이 물리적 세계의 핵심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파동이 꼭 필요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전혀 그렇지 않다'이다. 파동-입자 이중성(wave-particle duality)은 입자가 생성되거나 소멸될 때는 입자처럼 행동하고, 그 중간에는 파동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측정은 입자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측정의 결과가 무엇인지에 대한 예측에는 파동이 이용된다. 입자는 실재(reality)를 나타낸다.(p272) <양자 : 101가지 질문과 답변> 中

우리는 미시 세계의 법칙을 거시 세계의 언어로 표현할 때, 파동-입자 이중성, 불확정성 원리 등의 복잡한 개념을 가져오게 된다. 만약 우리가 미시의 세계에 살고 있다면 그때에도 이러한 설명이 필요할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미시의 세계는 불확실성이 확실한 세계일테니까.

불확정성 원리(不確定性原理, uncertainty principle)는 위치가 더 정밀하게 결정되면 될 수록, 그 순간의 운동량은 그만큼 덜 정확하게 알려지게 되고, 그 역도 성립한다는 것이다.... 불확정성 원리는 양자물리학의 핵심이라고 알려져 있다. 고전물리학에서는 불확정성 원리에 대응하는 원리가 없기 때문이다.(p263) <양자 : 101가지 질문과 답변> 中

내가 속하지 않는 세계를 이해하는 것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내가 알던 상식(common sense) 대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과거의 내가 부정하는 듯한 고통을 가져오기도 한다. 그렇지만, 내 자신의 고통여부와 관계없이 사실은 실재한다. 이러한 사실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한단계 성장하게 된다.

언젠가 끈이론이 힘을 얻게 될 때의 "새로 개선된" 표준 모형(standard model)에서는 기본 입자의 수가 24개보다 줄어들 것이고, 4번째 힘인 중력도 함께 통합될 것이다.(p56)<양자 : 101가지 질문과 답변> 中

양자역학을 통해 우리는 감각 경험 (感覺經驗)이 절대진리가 될 수 없음을 확인할 수 있고, 물리학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단순한 수식(數式)이상의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물리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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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갈리아의 딸들
게르드 브란튼베르그 지음, 히스테리아 옮김 / 황금가지 / 19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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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움(wom) 1.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이라고 분류되는 성(性)의 인간 2. 어떤 성의 인간이든 인간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맨움(manwom)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이라고 분류되는 성(性)의 인간. -새로운 세계, 이갈리아의 용어들 - 中 


 게르드 브란튼베르그(Gerd Brantenberg, 1941 ~ )의 <이갈리아의 딸들 Egalia's Daughters: A Satire of the Sexes>을 통해 우리는 성(性)역할이 뒤바뀐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된다. 작품에는 여성 중심의 세계에서 주변인의 역할에 머무르는 남성의 모습이 그려져 있으며, 맨움해방주의자의 입을 통해 여성해방운동의 이야기가 표현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로 남성들은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미러링(mirroring)을 통한 문제 제기를 효과적으로 살린 작품이다. 반면, 작품의 초점이 성(性)에 맞춰져 있는 부분은 작품의 한계로 느껴진다. 사회의 문제는 서로 얽혀 있어 이들간의 상관(Correlation)관계를 무시하고 말하기는 어렵다. 성문제, 세대 문제, 빈부, 계층 간의 문제를 따로 떨어뜨려 놓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갈리아의 딸들>에서 성을 제외한 나머지 요인들은 상수(常數)로 한정된다.


 성 정체성은 계급 정체성보다 훨씬 더 중요해... 노동자 계급이 억압받고 있다고 지적하는 것보다 맨움이 억압받고 있다고 지적하는 것이 훨씬 더 지독하고 극단적인 것이라고 한다면, 아마도 그것은 성적 억압이 계급 억압보다 훨씬 더 지독하고 극심하기 때문일 거야.(p247) <이갈리아의 딸들> 중


  결국, <이갈리아의 딸들>은 성(性)역할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를 전개되고, 이갈리아 세계는 성역할을 축(軸)으로 한 현실세계의 데칼코마니(Decalcomanie)다. 성(sex)을 제외한 다른 부분은 거의 현실과 동일하기에, 우리는 현실의 남성(man)의 모습을 움(wom)에서, 여성(woman)의 모습을 맨움(manwom)에서 거의 그대로 발견한다.


 이러한 점은 미러링을 극대화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한계 또한 보여준다. 예를 들면, 이갈리아 국회에서 논의되는 내용과 처방은 현실과 큰 차이가 없다. 


 노동시장의 상황이 불안정했다. 출생률은 떨어졌고  이것은 지속적인 노동력 감소를 의미했다. 게다가 젊은 세대들은 초봉 인상과 교육 보조금 인상, 연금 인하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마치 현재의 임신 수당이 부족하다는 듯이 임신 수당도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이것 때문에 의회에서는 논쟁이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처음으로 노동시장에 들어오는 사람에 대해서는 임금을 더 낮출 것을 결정했다.(p63) <이갈리아의 딸들> 중


 불안한 노동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취하는 정책은 현실의 자본주의 세계, 신자본주의 처방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성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같은 Ceteris paribus(other things being equal)과 같은 상황. 이는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지만, 새로운 세계의 비전이 담기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게 느껴진다. 만일, <이갈리아의 딸들>안에 현대 사회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여러가지 문제점에 대한 대안이 제시되었다면 어땠을까. 지속가능한 체제를 가동시키는 이상국가 이갈리아. 이갈리아의 어원이 평등주의(egalitarian)와 유토피아(utopia)의 합성어라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이러한 대안 제시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한 점은 사뭇 아쉽게 느껴진다. 


 다른 한편으로, 이 작품이 쓰여진 시기가 1977년임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내 생각 또한 욕심일 것이다. <이갈리아의 딸들>은 성역할 전환을 통해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로부터 느껴지는 불편함은 단순한 역전된 성관계에서 오는 억울함이 아닌 불평등에 대한 인류의 공통된 감정이어야 할 것임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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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20-01-21 08: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페미니즘 (또는 페미니스트)가 제기한 문제는 인류가 가지고 있는 본래적인 문제이자 한계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페미니즘이 제시한 문제의 (합리적이고 도적적인) 대안 제시가 가능하다면, 저는 그것을 모델로 인류의 문제의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페미니즘(또는 페미니스트)들은 낙관주위자라고 하죠, 저는 비관주의자입니다.

겨울호랑이 2020-01-21 08:5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마립간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마립간님의 말씀처럼 페미니즘이 제기한 불평등의 문제는 부의 배분 문제와 함께 오랜 미해결과제라 생각합니다. 때문에, 이 문제에 답을 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우리 모두가 피해갈 수는 없는 문제가 여겨집니다. 그래서, 페미니즘을 비롯한 여러 방편을 활용하여 문제 해결을 위한 탐색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직 저의 페미니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페미니즘의 전망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네요. 좋은 마립간님의 의견에 감사합니다.^^:)

2020-01-21 15: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21 1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22 06: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22 08: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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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채호를 코페르니쿠스에 비유하는 것이 매우 적절하다고 믿는다. 코페르니쿠스가 남달랐던 것은 관점의 전환이었다. 코페르니쿠스는 이 관점의 전환 외에 다른 것들을 거의 알지 못했으며 그 나머지는 케플러와 갈릴레오와 뉴턴이 채워넣을 때까지 오랜 세월을 기다려야 했다. 그럼에도 코페르니쿠스는 진정으로 위대했다. 왜냐하면 프톨레마이오스 이후 자그만치 1500년 동안 신의 법칙으로 통용되던 도그마를 뒤집어 놓았기 때문이다. 신채호도 마찬가지다. 그는 최소한 중국 당나라 시대 이후 1000년 동안 동북아시아 주류 사학계 철칙으로 통용되던 사관을 한순간에 뒤집었다.(p107) <한국 고대사와 그 역적들> 中


  김상태의 <엉터리 사학자 가짜 고대사> <한국 고대사와 그 역적들>은 고조선사(古朝鮮史)를 중심으로 강단사학, 진보사학, 재야사학계가 일본의 식민사관(植民史觀)과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을 벗어나지 못한 현실을 비판한 책이다. 글에 담긴 진보적인 저자의 입장과는 달리 고조선사에서는 진보사학자들 또한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들 대신 저자는 신채호(申采浩, 1880 ~ 1936) - 윤내현(尹乃鉉, 1939 ~ )이 강조한 고조선론을 재조명한다. 코페르니쿠스 - 갈릴레오로 비유될 수 있는 이들 책에서는 강단 사학계의 '소(小)고조선론'과 재야사학계의 <환단고기 桓檀古記>로 대표되는 '대동이 大東夷'론에 대한 비판이 담겨있다. 저자는 대고조선론을 고대사의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렇다면, 소고조선론과 대동이론의 문제점과 위험성은 무엇일까.


 "서기전 3세기 전후 연나라 장군 진개의 침공 이후 고조선은 무조건 평양 지역에 있었다." "고조선은 서기전 108년 평양 지역에서 망했으며 그 자리에 한사군이 설치되었다. 특히 낙랑군은 서기 후 300년까지 남아 평양을 중심으로 한 한반도 북부를 400년간 지배했다. 이것이야말로 주류 고대사학계와 그들의 소고조선론이 지키고자 하는 핵심중의 핵심이다.(p167) <한국 고대사와 그 역적들> 中


 소고선론을 요약하자면, '소고선론-평양중심설'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저자의 비판은 무엇일까. 저자는 일본의 식민사관을 비판없이 수용한 남한의 고대사 연구 행태를 비판하는데, 이는 고대사 연구에 있어서는 식민사관의 타율성론을 학계가 스스로 입증한 꼴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이병도의 '소고선론-평양중심설'은 해방 이후 40년이 넘도록 주류 고대사학계의 확고부동한 통설이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고조선 이론을 받아들인 이병도의 학설을 모시는 것 말고 남한 주류 고대사학계가 해방 이후 40년이 지난 1980년대 말까지 고조선 연구에 관련해서는 한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문헌 연구든 고고학 연구든 마찬가지다.(p181) <한국 고대사와 그 역적들> 中


다른 한편으로, 저자는 중국 역사속에  등장한 '동이'의 개념 사용에 유의할 것을 당부한다.  <환단고기>, <이하동서설> 등의 책은  '동이- 화하(華夏)'의 패권다툼관점에서 동북아시아 역사를 바라본다. 이런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문제점은 무엇일까. 몽골족, 만주족, 일본 민족 등과 우리가 같은 민족이라는 내용까지 포함하는 이러한 주장은 오히려 우리가 중국의 소수민족으로 전락할 위험을 담고있다.


 동이족 東夷族은 중국 문헌에 여러 형태로 등장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연구해야 할 대상이지만 다른 한편 무분별하게 남용되어 국수주의 환빠들의 개념으로 전락하기도 한다.'동이족 = 중국과 만주의 전대륙에서 활동했던 민족 = 우리 한민족'이란 등식 아래서 "중국 대륙도 본래는 동이족이 장악했던 대륙이자 사실상 우리 한민족의 땅"이라는 공식을 굳혀버린 것이다. 엄격한 역사적 논증 없이 남용된 이런 식의 판타지는 문제가 크다.(p241)... 이형구는 이 상 商(은 殷)나라가 동이족의 일파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동이족 또한 누가 뭐래도 현 중국 민족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이형구를 따르는 한 여기에도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그렇다면 혹시 상(은)나라와 같은 동이족이라는 우리 민족도 중국 민족의 일부가 되는 거 아닌가?(p243) <한국 고대사와 그 역적들> 中


 이에 대해 윤내현은 민족의 정의를 혈연이 아닌 문화(文化)를 통해 내림으로써 이들의 주장에 선을 긋는다. 에르네스트 르낭 (Ernest Renan, 1823 ~ 1892)의 <민족이란 무엇인가? Qu'est-ce qu'une nation? >의 민족 정의와 통하는 바가 있는 윤내현의 개념 정의는 맹목적 민족주의로 흐를 수 있는 위험을 차단시킨다.


 윤내현은 종족이나 혈연적 동일성을 민족의 핵심요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에 따르면 민족이란 우연과 필연의 역사과정 속에서 언어, 문화, 경제 등의 종합이 긴 시간동안 누적되어 '형성'되는 것이다... 그래서 윤내현은 아직 의미도 분명하지 않은 동이족 개념을 중시하지 않는다.(p242) <한국 고대사와 그 역적들> 中


  하나의 민족은 하나의 영혼이며 정신적인 원리입니다. 한쪽은 과거에 있는 것이며, 다른 한쪽은 현재에 있는 것입니다. 한쪽은 풍요로운 추억을 가진 유산을 공동으로 소유하는 거싱며, 다른 한쪽은 현재의 묵시적인 동의, 함께 살려는 욕구, 각자가 받은 유산을 계속해서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지입니다.(p80)...  인간은 인종의 노예도, 언어의 노예도, 종교의 노예도, 강물의 흐름의 노예도 산맥의 방향의 노예도 아닙니다. 인간들의 대결집, 건전한 정신과 뜨거운 심장이야말로 민족이라 부르는 도덕적 양심을 창출합니다.(p83)  <민족이란 무엇인가> 中


 이런 점에서 저자는 윤내현의 업적을 높이 평가한다. 때마침, <고조선 연구(상)> <고조선 연구(하)>는 다 읽었고, 다른 2권의 책도 최근 갖추었으니 윤내현 교수의 3부작을 이제는 읽고 정리할 일이 남았다... 여기에 더해 위당 정인보(爲堂 鄭寅普, 1893 ~ 1950)의 <조선사연구>를 읽고, 단재 신채호의 <조선상고사><조선상고문화사>를 올해안에 재독할 수 있을까... 


 윤내현은 대고조선의 필연성을 거대하고 완변한 한문체계로 완성했다. 불세출의 거인 신채호의 수원 水原으로부터 시작하여 폭포처럼 격렬한 리지린의 계곡을 지나 윤내현은 대고조선의 평온하고도 광할한 호수를 이루었다. 이것은 그의 대표 3부작 <한국고대사신론> <고조선 연구> <한국열국사연구>로 귀결된다.(p334) <한국 고대사와 그 역적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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