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의 전설 대산세계문학총서 49
요르단 욥코프 지음, 신윤곤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지인이 벨라루스에 공부하러 갔을 때에 보내주려고 사놓았던 책이다. 동유럽 문학작품은 별로 접해본 일이 없던 차에 ‘불가리아 국민작가’의 소설이라고 해서 내가 꿍쳐두고 야금야금 읽었다.
단편모음인데다, 편당 분량도 적다. 책 두께도 얇다. 하지만 읽는 동안, 읽고 나서, 내내 마음이 묵직하다. 남의 이야기 같지가 않아서다. 이리 쓸리고 저리 얻어맞는 민초들의 이야기는 어쩌면 이렇게 닮았는지.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정국과 빨치산 투쟁에 이르는 시기 우리의 근현대사를 담은 문학작품들이 내내 머리 속에 교차됐다.

오스만 투르크 제국에 수백 년 간 점령된 발칸의 민중들. 그들을 괴롭힌 것이 어디 제국의 졸개들뿐이랴. 험한 자연과 겨울과 전염병과 산적들, 때로는 사랑도 험난한 시대 힘없는 이들에게는 독이 된다. 작가가 그려내 보이는 인물들은 하나 같이 일그러져 있다. 주제는 ‘사랑’인데, 이야기들은 비극적이다. 사랑, 함정, 비극, 슬픈 전설.
백성의 저항은 언제나 멋지고 용감하고 낭만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저항은 은근하고, 처연하고, 슬프고, 얼핏 보아서는 드러나지도 않는다. 휩쓸려 다니면서도 자기 것들을 지키고, 때로는 자기들끼리 죽고 죽이고 얻어맞으면서도 자기네 땅의 노래를 잃지 않는, 그런 것이다.
그것은 ‘저항’이라기보다는 그냥 ‘삶’ 그 자체다. 슬프면서도 저 깊숙한 곳에 삶의 힘이 느껴지는 짧은 노래들. 욥코프가 들려주는 ‘발칸의 전설’은 그런 느낌으로 다가온다. 책은 그냥 산문이지만, 꼭 노래처럼 들린다. 묘하고 신비스러운, 불가리아식 ‘마술적 사실주의’에 매료됐다.


  “총이 불을 뿜었다. 창문이 드르륵거리고, 집들이 흔들리고, 검은 그림자가 땅을 덮쳤다. 시빌이 멈춰섰다. 염주를 끊었지만, 카네이션은 버리지 않았다. 팔짱을 끼고 잠시 기다렸다. 일 초 이 초. 병졸들이 다시 총알을 장전하는 순간, 날카로운 비명이 마을 아래 광장에서 들려왔다. 시빌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벨리코 케하야의 대문에서 들려오는 또다른 비명. 시빌이 돌아보았다. 라다였다. 그녀는 마치 그를 보호하려는 듯, 양팔을 벌린 채 달려오고 있었고, 그는 마치 그녀를 껴안으려는 듯, 양팔을 벌리고 있었다. 다시 총이 불을 뿜었다. 시빌이 쓰러졌다. 처음에는 얼굴이 땅을 향해 고꾸라지더니, 잠시 후에 하늘을 향하며 바닥에 누웠다. 그 옆으로 라다도 쓰러졌다. 그것으로 사방은 잠잠해졌다. 태양이 포석을 내리쬐고 있었다. 핏자국인 양 카네이션이 두 주검 사이에 떨어져 있었다.

  교회 앞 찻집, 창문 너머에서 누군가가 하얀 수건을 절망적으로 흔들어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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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hur's Adventure 20종 세트 (Paperback 20권 + CD 20장) Arthur's Adventure 2
Marc Tolon Brown 지음 / Random House Books for Young Readers / 200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학원에 안 보내고 초등 2학년 딸아이 영어공부를 집에서 시키고 있다.
별다른 방법은 없고, 그냥 영어 책 사주고 CD 틀어놓고 들으라고 한다.
최근 발견한 최고의 교재는, 알라딘에서는 팔지 않지만,
국내 월드컴이라는 출판사에서 판매하는 [Brain Bank][Magic Reader] 시리즈다.

[매직 리더]는 1~6단계까지 있는데, 한 문장 한 문장 따라읽기 순서가 있어 매우매우 좋음.
다만 1단계 500단어, 2단계 750단어, 3단계에 이르면 벌써 1200단어 수준이다.
사실 3단계 정도부터는 영어에 익숙지 않은 어른들이 들어도 될 것 같다.
(여기저기 어린이 영어교재 사이트 들어가서 엄마들이 소개해놓은 거 보면,
아이들 수준을 너무 과대평가/포장해 올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대부분 엄마들은, 나를 비롯하여, 그렇게들 영어 잘하는 거 아니지 않나요?)

[브레인뱅크]는 킨더가튼 단계(Grade K)와 그레이드1 단계가 있는데, 우리 애는 그레이드1단계로 하고 있다.
우리 애처럼 학원도 안 다녀서 영어가 뭔지도 잘 모르는 애들,
하지만 집에 있는 비디오나 DVD 정도 들은 풍월 있는 애들은 1단계로 하면 좋을 듯. 짱 좋음.
Society, Science 각각 20권씩 40권 & CD 40개로 구성돼 있는데 짧으면서 내용도 재밌고 좋고...
따라읽기도 잘 되어 있다.
특히 Workbook이 쉽고 재미있게 되어있어서, 공부 안하는 우리 애도 놀이삼아 아주 잘 하고 있다.
심지어는 다른 영어책들에도 워크북이 다 있었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
한 페이지 풀 때마다 '칭찬스티커' 붙여주니까 아주 좋아라 한다. ^^

알라딘에서 [스콜라스틱 헬로리더] 2단계 몇 권을 사서 역시 CD랑 같이 들려줘 봤는데,
이거는 문장별 따라하기가 없다. 내용은 대략 재미있고 그림도 귀여운데, 그것이 매우 아쉬움.
그래서 [헬로리더 3, 4단계] 세트로 나온 것 사려다가 말았다.

얼마 전에 챕터북 시리즈 중에서 유명한 [Junie B. Jones]를 샀다.
이건 따라 읽는 것은 아니고 그냥 들으면서 책 보는 것인데,
한 권 보여줬더니 흥미를 보이긴 한다.
하지만 이제 겨우 [브레인 뱅크] 하는 우리 애한테는 좀 이른 듯.
그리고 말이 많이 꼬여있어서(주니비는 어린애 주제에 씨니컬하다;; 그리고 미국식 유머가 많은 듯)
일단 보류하고, 아서 어드벤처를 샀다.

이제야 본론;;으로 들어가면,


 




한 페이지에 들어 있는 글의 양은 이 정도. (사진은 무단으로 퍼온 거예요;;)

글의 양은 초등 1~2학년이 보기엔 적당하다. 영어를 못한다 해도,
줄거리 자체가 너무 쉽고 애기용(?)같으면 애들이 흥미를 못 느끼니까 이 정도는 되어야 할 듯.
하지만 문장이 쉬운 것은 아니다.

Before they knew it, they heard another voice.

윗그림에 나오는 문장인데, 이 정도면 초딩 저학년 꼬맹이들한테는 쉽지 않다.
(심지어 어른들도, 회화에서 저 정도 복문이 자동으로 입에서 나오려면 상당한 실력이 되어야 하지 않나요;;)

[아서 어드벤처]는 그림은 귀엽다.
그림이 영상물로 나온 것들에 비해 안 귀엽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이것도 충분히 귀엽다.

CD케이스 문제는 80% 해결됐다.
책 뒷부분에 넣고빼기 힘들게 붙여놨다 해서 잔뜩 긴장(?)하고 있었는데,
종이 케이스로 포장을 바꿨다. 다만! 이왕 바꾸려면 좀더 친절하게 할 일이지...
CD 다섯장을 포켓처러 종이케이스 하나에 넣게 만들어서 좀 엉성하다.
뒤쪽 비닐에 넣는 것보단 낫지만... 비닐에라도 좀 싸주었으면 좋았으련만.

앞부분에 노래를 집어넣는 것이 이 시리즈의 컨셉인 모양인데,
책 분위기하고 안 어울리게 노래가 너무 무겁게(심지어 약간은 무섭게;;) 들린다.
나만 그런가. -_-a
전반적으로, 주니비보다는 이 쪽이 쉬워 보인다.
이거 들려주고 나서 [아서 챕터북]은 내년 쯤 고민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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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muko 2009-05-13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부분 노래가 책마다 조금씩 달라요. 전 몰랐는데 울집 꼬맹이들이 따라부르는 걸 들으니 2절은 다 다르더라구요. 애들은 노래 무지 좋아하던데...^^

딸기 2009-05-13 18:10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 그럼 제가 들은 것이 좀 엄숙한;; 노래였었나봐요
 

한솔교육 옥스포드 리딩트리 3단계  70,000원
마이프랜드 마르틴  70,000원
한솔교육 세계명작갤러리  100,000원
교원 또래이야기 1차(70권)  100,000원
신기한 스쿨버스키즈 (1~10권)  36,000원 

엄마들 사이에선 워낙 유명한 것들이니,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중고샵에도 올려놓았어요.
여자애가 보던 책이라서, 책은 굉장히 깨끗해요.
관심 있으신 분, 댓글 남겨주세요.
아니면 제게 메일 보내주셔도 되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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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2010-02-05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내친구마르틴책 팔렸나요?구입하고싶은데요

딸기 2010-02-05 10:27   좋아요 0 | URL
팔았어요, 벌써. :)
 

우리 딸 꼼꼼이가 어린이날 집을 한 채 선물받았어요.



이모와 이모부가 사다 준 얼음집이랍니다.
퇴근해서 가보니, 어느 새 건축을 끝내 마루를 채우고 있더군요.
얼음집 입구 옆 루돌프 의자도 보이시죠?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썼던 꽃전등줄을 집어넣어서, 나름 조명도 했어요.
눈이 나빠질까봐 신경이 쓰이긴 하지만, 저 안에 들어가 보면 제법 근사해요.

좀 어둡다고 해서, 제가 창문까지 만들어줬답니다.
저기 창문 보이시죠?

꼼양이 엄마도 같이 들어가자고 하면... 저는 꾸물꾸물 벌레처럼 기어들어가서
간신히 상반신만 집어넣는 형편이지만... ^^;;


<그린차일드>라는 데에서 만든 제품인데요,
아이들 있는 집은 저거 참 괜찮을 것 같아요.

얼음집 외에도





피라미드와 티피(인디언의 이동식 집이래요)도 있네요.
의자 모형도, 사슴/사자/개 3종류가 있고요.
색칠을 해도 예쁘겠죠? 

저는 집안을 어질러 놓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이글루가 자연붕괴할 때까지 허물지 않고 저대로 둘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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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5-08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너무 이쁘고 근사해요. 이글루를 자연붕괴할 때까지 냅둔다고 하니 랜디 포시 교수님 생각나요. 벽에 그림을 그리도록 엄마가 허락해 주셨다고 했는데 언니도 그 비슷하네요. 꼼꼼이는 랜디 포시님처럼 창의력이 넘치는 아이로 자랄 거예요.^^

딸기 2009-05-09 03:58   좋아요 0 | URL
나는 중학교 때까지도 방 벽에 색칠을 했는데... ^^;;

hnine 2009-05-09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조카 생일선물로 딱이다 싶어 바로 주문넣었습니다.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딸기 2009-05-09 21:48   좋아요 0 | URL
제 동생 말로는 생각보다 값이 저렴하다던데... ^^
조카가 좋아했으면 좋겠네요. ^^

마냐 2009-05-10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문득. 조명은 어케 해결할까. 꼼꼼이는 저 안에서 뭘할까. 꼬리를 무는 질문들. ㅎ

딸기 2009-05-10 22:01   좋아요 0 | URL
너무 어두워서 창문을 내줬고, 조명은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달아줬어 ^^

[해이] 2009-05-10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짱 귀여워여~!!!ㅋㅋ 와우!

딸기 2009-05-10 22:01   좋아요 0 | URL
네, 근데 자리를 좀 많이 차지하긴 해요 ^^
 

2003년 인도네시아 플로레스 섬에서 발견된 ‘호빗족’ 화석을 둘러싼 논문 2편이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나란히 실리면서 이 화석인류의 진화를 둘러싼 논란이 2라운드에 돌입했다.  



호빗족(왼쪽)의 두개골과, 현생인류(호모사피엔스)의 두개골 모형 /내셔널지오그래픽 



호빗족의 상상도


미국 스토니브룩스 대학 연구팀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호빗족은 직립원인인 호모 에렉투스 이전에 현생인류의 조상들에게서 갈라져 나온,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종의 것”이라 밝혔다고 영국 BBC방송 등이 6일 전했다.
연구팀은 “발가락 뼈 등의 골격을 분석한 결과 호빗족은 현생인류와는 전혀 다른 종의 호미니드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호미니드는 현생인류와 인류의 직계 조상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호모 에렉투스 등을 통칭하는 말이다. 호빗족은 8000년 전까지 플로레스 섬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키가 1m가 못 되고 몸무게도 30㎏ 정도였던 이 화석인류는 영화 ‘반지 제왕’의 난쟁이 종족에 빗댄 호빗족이라는 별명을 얻으면서 유명해졌다. 발견 당시 고고학자들은 이들을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라 이름짓고, 호모 에렉투스의 자손이 수천년간 섬에 격리되면서 몸집이 작아진 것으로 추정했다. 일각에서는 유전질환인 크레틴병(왜소증)을 겪은 현생 인류의 화석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미국 연구팀 발표대로라면 현생인류는 비교적 ‘최근’까지 전혀 다른 종의 호미니드와 지구 상에 공존한 것이 된다. 하지만 네이처에 별개의 논문을 발표한 런던자연사박물관 연구팀은 호빗족이 ‘왜소 진화’한 호모 에렉투스의 후손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해, 당분간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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