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매우 둔한 소비자라서 알라딘에 그동안 별 불만 없었는데 지금 한달째 열받고 있다.
중고샵에다가 책 팔았고, 울집 아파트 경비아저씨한테 맡겨놨더니 택배회사에서 찾아갔다고 하고...
난 송장번호도 알고 있고, 또 내 판매자 계정에 이미 회수해간 걸로 진작부터 나와있다.

1. 그런데 한달이 되도록(오늘이 정확하게 주문 들어온지 한달 째)
주문한 분에게는 배달이 안 되고 있단다.
이 일로 면식도 없는 나와 그분 사이에
오갔던 문자만 몇통이며, 또 이 건이 아닌 다른 건으로 내가 항의문자 받은 건 또 몇 통이며...

그러더니 오늘 택배회사에서 전화해서는 물건 안 가져갔단다. 그럼 저 송장 번호는 뭔데?

주문한분한테서 결제 떨어져서 벌써 나한테 판매대금 정산까지 다됐는데
그럼 택배회사 지들도 택배비 받아쳐먹었을(말이 험해서 지송;;)거 아냐!

2. 그래 놓고는 택배회사에서 주문한 분께 전화해, 나랑 둘이 알아서 해결하라고 했단다.

3. 벌써 이 택배 문제로 알라딘에 회수지연 등등 항의를 여러번 했는데
그러면 거기에 대한 알라딘의 답글이 가관이다. 딱 ARS...
두번을 올렸더니,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은 답글이다.

"안녕하세요? 알라딘 고객팀 전**입니다.
안내드렸던 기간 내에 회수방문이 이루어지지 않아 대단히 죄송합니다. 해당 영업점을 통해 신속히 처리되도록 조치하겠습니다.
외출하실 경우 경비실 등 위탁이 가능한 곳에 보관해주시면 보다 신속히 처리되며, 핸드폰 수신이 어려우실 경우 방문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 안내드립니다.
택배기사님께서는 익일부터 2~3일(주말제외)내로 방문예정에 있으니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가리가 비었냐? 저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두번이나 문의를 한 거잖어!
글구 아무리 귀찮아도 그렇지 고객이 항의/문의를 하면 긁어오기로 답하냐?
알라딘, 미친거 아녀?
증말 이 따위로 장사할껴?

4. 진작부터 전화해서 항의할까 하다가 내가 워낙 교양있어서 참고 참았는데...

더 열받는 것은, 알라딘에 열받은 것을 적어올릴 자유게시판이 없다는 것.
1대1 문의가 됐건, 배송불편 신고센터가 됐건, 다 항목별로 콕콕 찍어 표시하게 되어있지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가 없으니, 이건 항의나 욕은 안 받고 안 듣겠다는 뜻임?

하도 분통터지다보니 이 참에 나도 예스 머시긴지 하는데로 옮겨갈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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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열받은 뒤
    from 텅빈 책꽂이 2009-10-05 19:52 
    중고샵 어떤 건으로 무쟈게 열받은 사연은 저 앞에 적었고. 결론은, 택배회사에서 안 가져가놓고, 나한테는 가져갔다고 하고 중고샵 판매자 관리계정에 송장번호까지 올리고 모든 절차가 완벽하게 이뤄진 것으로 처리했다는 것. (대체 이게 가능한 일임?) 그리하여 그 책은 울 아파트 관리사무소 구석에 쳐박혀 있었고!!! 오늘 나의 항의 & 알라딘의 연락을 받고 그제서야 다
  2. 알라딘 중고샾 택배 문제 만발
    from ichikyo님의 서재 2009-12-02 18:38 
     우와. 저만 그런 줄 알았더니 이런 일이 흔하군요!!!  이건 제 문의 내용:  ======================= 제가 개인 회원으로 중고샵에 올린 책이 11/13일에 팔렸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회수가 안 되네요(주문번호: 001-A474333365). 전화로도 확인을 했고, 고객 상담도 해서 오늘까지 기다렸는데 여전히 회수가 안 되고 있습니다. 저희 동네 택배 계약이 종결되었으면 그 사실을 알려
 
 
2009-10-05 16: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딸기 2009-10-05 16:58   좋아요 0 | URL
ㅋㅋ 안그래도, 방금 전화가 왔어.
해결됐어.
역시 길길이 뛰어야 하는 것인가...

머큐리 2009-10-05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딸기님...열 받아도 좀 참고 알라딘에 계속 계세요...

딸기 2009-10-05 18:41   좋아요 0 | URL
네, 벌써 처리되어서 다 풀렸어요
요는, ㅈㄹ을 떨어야 일이 되더라는 거...

2009-10-06 1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딸기 2009-10-07 16:54   좋아요 0 | URL
푸하하하 정말 웃기는 답이로군요 -_-
하긴, 알라딘만 그렇겠어요. '자동응답용 서비스맨'들이 다 그런 거같아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씨엠립 가려면 똔레삽 호수에 배 타고 다섯 시간 정도 가야 한다.
모터 보트 타고 가면서 수평선 보며 너무 좋았다.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섬에서 이런 수상가옥들을 본 적 있는데,
거기는 워낙 캄보디아보다는 인구가 많은지라 강가의 수상촌도 복작복작했다.





똔레삽 북쪽끝, 씨엠립으로 가는 길목에는 총니스라는 수상촌이 있다.
이 수상촌에 살고 있는 이들은 저개발국가인 캄보디아에서도 못 사는 이들,
베트남에서 온 이주 어민들이나 캄보디아인들이 '무슬림'이라 부르는 소수민족들이다.

이 곳의 학교나 '공공시설'은 대개 외부의 구호기관들이 만들어준 것이다.
위 사진은, 그곳 아이들과 주민들을 위한 '운동장'을 옮기고 있는 모습이다.
아이들은 바지선 같은 저 배 위의 '운동장'에서 논다고 했다.





씨엠립에서의 마지막 날은 총니스에서 배를 타고 유유자적 -_- 하면서 보냈다.
유유자적이라 하기엔 날은 너무 더웠고, 가난한 아이들이 내미는 손들 때문에 속이 상했고
아름다운 호수에 기대어 사는 이의 힘겨운 삶들이 눈에 띄어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호수 가운데에 우뚝 선 표지판.
건기에는 이곳이 다 들판으로 변한다고 한다.

신호를 지키지 않으면....




이렇게 된다 -_-







일종의 주유소다. 이 곳에 들러서 관광객들을 태운 배들은 기름통을 채워온다.





이렇게 보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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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9-09-29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를 타고 지나가면 수상가옥들이 파도에 흔들거리는거 보고 괜히 미안했었어요..

딸기 2009-09-30 03:09   좋아요 0 | URL
맞아요!

비연 2009-09-30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배타고 지나가는데, 아이들이 대야 같은데에 몸을 싣고 와서 돈을 달라고 하더라구요.
맘이 넘 아팠었어요...저 아이들을 저렇게 내몬 건 뭘까...

딸기 2009-09-30 03:10   좋아요 0 | URL
저도 봤어요. 아이들 사진은 따로 모아서 좀 있다가 올릴 건데요,
그 아이들 어찌나 처절하던지... 마음이 불편해서...

마노아 2009-09-30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아름다운 사진들이에요. 그러나 그 안의 아이들은 안타깝군요.
첫번째 사진을 바탕화면에 깔았어요. 반짝반짝 빛나요...

딸기 2009-09-30 13:59   좋아요 0 | URL
우와 정말?
반짝반짝 빛나는 걸 사진으로만 보면 괜찮은데, 실제로는 증말 너무 더워 ㅠ.ㅠ
 

드디어 백과사전을 샀습니다.

그 비싼 웅진 비주얼박문관 70권짜리... 말은 70권이라지만, 우리가 어릴적 보았던 백과사전처럼 두꺼운 책들이 아니라, 사진 위주로 된 얇은(두께 1cm 정도) 책이랍니다.





요렇게 생겼어요 ^^

꼼양이 읽던 책들은 서서히 정리 들어가고 있어요.
낱권으로 된 그림동화책은 대략 처분하고 <한국생활사박물관>이나

(이 책 강추강추...

한국미술/세계미술에 대한 책들, 그리고 꼼양이 죽고 못사는 <마법의 시간여행>
(꼼양은 어디서 배웠는지 이걸 혼자 줄임말로 '마시'라 부르더군요 ㅎㅎ),

 

이야기 삼국유사, 그리고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위인전, 백과사전류와 영어책들 중심으로
책꽂이를 '재구성'하고 있답니다.

하지만 아직도 팔지 못한 책들이 많은데다 꼼양이 책 욕심이 좀 있어서, 뭔가 팔겠다고 하면 못 팔게 막아요.
<와글와글 읽기책>과 교원 <또래이야기> 1, 2차 (무려 140권), 웅진 메르헨월드 등을 팔려고 내놓은 상태이고요.
<마이 프렌드 마르틴>은 두번 잘 읽히고 훌륭한 가격에 얼마 전 되팔았습니다. ^^

그리고 제가 어릴 적 읽던 동서문화사 ABE 시리즈를 몇권 시골서 불러올렸습니다.
친정엄마가 시골가셨다가 몇권 들고 올라오셨는데,
제가 국민학교 6학년 때 구입해서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읽던 것들이예요. 
지금 보면 물론 낡았고 글씨체도 촌스럽고 옆면은 누렇게 바랬지만 어찌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우선은 책이 반갑고, 그 다음엔 내 딸이 이 책을 (곧) 볼 수 있을 정도로 잘 자라나고 있다는 사실이 반갑고...




(이건 제 책들은 아니고, 어딘가에서 복사해온 사진이고요)

아직 꼼꼼이에게는 물론 이릅니다. 더욱이 이 책들은 주제가 참으로 다양하게도 무거워서 -_-
꼼꼼이가 읽으려면 좀더 시간이 지나야겠지요.
하지만 한번 읽고 내팽개칠 책들이 아니라 두고두고 여러번 읽을 것들이니...
먼지 묻은 책을 하나하나 물티슈와 매직블럭으로 닦아, 책꽂이 맨 위칸에 고이고이 모셔두었답니다.

88권 중 몇 권 빠지고(아쉽게도 제가 너무나 좋아했던 에릭 호가드의 책들이 빠졌지요)
80권 넘게 보관되어 있는데, 1983년에 구입했을 때 전질 가격이 26만원이었습니다.
얼마 전 중고책 파는 사이트에서 보았는데, 25년 전 이 책이 전질로 지금도 26~28만원이더군요.
그 때 책들 대부분 그랬듯이 해적판으로 출간됐던 것들이긴 하지만
책이 워낙 질적으로 훌륭해서 지금도 제법 인기가 있는 모양입니다.

꼼꼼이가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것은 <빨간머리앤> 시리즈.
1, 2권을 이모가 갖다주었는데, 2권까지는 꼼양이 이미 시공주니어 버전으로 본 것이라서 일단 쟁여놓고만 있어요.
시공주니어 버전으로 10권까지 나와있다면 좋겠지만... 

  
 
이게 시공주니어 버전이고요.

아래는 꼼양 이모가 가져다준, 동서문화 버전이랍니다.

  


글자가 많이 빽빽한 편이지만 앤 이야기는 꼼양이 지금도 무리없이 읽기 때문에 조만건 건네주려고요.
일전에 소개한 '발전애벌레'가 다 자라면 사주기로 약속했으니...

엊그제도 빨간머리앤 시리즈 정말로 다 사줄 거냐, 언제 사줄거냐,
혹시 자기가 읽은 1권과 2권은 빼놓고 3권부터 사주려 하는 거 아니냐... 온갖 의심에 의심을 하고 있더군요. ^^;;

무작정 책만 많이 읽히기, 영어는 CD만 틀어주기 식의 딸기표 교육...
과연 꼼양에게 어떤 효과를 낼지...

참고로... 아직까지는 효과가 상당히 별로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몽상의 세계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꼼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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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9-09-17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BE는 학원출판공사에서 나온 것이고,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것은 ACE88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딸기 2009-09-17 16:22   좋아요 0 | URL
어떻게 된 사유인지는 모르겠으나, ABE는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것과 학원출판공사에서 나온 것이 모두 있어요. 똑같은 전집인데... 제가 갖고있는 것은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거랍니다. 비슷한 모양으로 나왔던 메르헨도 동서문화사라고 박혀 있었고... ACE88 역시, 그냥 ACE라는 이름으로 나와있는 것도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노이에자이트 2009-09-17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4년 전 쯤에 헌책방에서 ACE88을 샀어요.전집 중 몇권은 빠진 건데 딸기 님이 찍은 사진의 책 번호를 제 것과 대조하니 전혀 다른데요.요즘 여기 헌책방엔 ABE는 있고 ACE88은 거의 없더라구요.저는 제가 읽으려고 샀어요.

딸기 2009-09-18 04:02   좋아요 0 | URL
아, 저건 ACE88이 아니고 에이브예요 ^^ (제가 찍은 건 아니고 퍼온 것;;)
에이브는 정말 훌륭하고 좋은 책들이었는데 해적판으로 좀 막 찍고(전래동화도 아닌데, 다 외국에서 유명 문학상 받은 작품들을 마구 베껴서 찍어냈으니 아무리 시대가 시대였다 해도 문제가 없었다고는 볼 수 없지요)해서 곡절이 좀 많았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어요.
제가 알기론 ACE88이나 메르헨 전집은, 에이브의 현대 창작소설보다는 훨씬 더 유명한 문학작품들 위주였던 것 같은데... 아닌가요?

노이에자이트 2009-09-18 10:57   좋아요 0 | URL
그래서 ABE도 살까 생각중이에요.두께는 ACE88이 더 두툼합니다.ACE88은 전문지식인들이 읽어도 괜찮을 겁니다.은근히 까다로운 문제를 다루기도 하구요.

ACE88 중 러시아 혁명 내전기를 다룬 소련소설 하나는 레닌을 우호적으로 그린 것도 있고,2차대전 종전후 점령기의 오스트리아에 주둔한 소련군을 우호적으로 그린 소설도 있어서 특이했어요.스필버그 영화로도 나온 발라드<태양의 제국>,톨킨<반지의 제왕>도 있구요.80년대가 의외로 출판물에서는 이념의 자유가 있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물론 가끔 가다 공안탄압이 있기도 했지만...

turnleft 2009-09-18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ABE 시리즈는 정말 훌륭했지요. 그 땐 몰랐지만, 제 유년기(^^;) 최고의 책들이 아니었는가 싶네요.
저도 나중에 자식 낳고 키우면서 저런 책들 읽혀야지, 라고 다짐해 봅니다!

딸기 2009-09-18 04:03   좋아요 0 | URL
턴레프트님, 반갑습니다. 처음 뵙는 것 같은데.. 아닌가요? (아니면 죄송;;)
저는 저 책 읽을 때부터 '내가 자라서 결혼해서 딸 낳으면 읽혀야지' 이런 생각 했었고
울엄마도 '나중에 네 딸 읽혀라' 이러면서 보관해 두었는데
그게 곧 현실화된다고 생각하니 좀 웃기기도 해요 ^^

마냐 2009-09-19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언젠가 에이브 얘기 나누지 않았던가. 사촌네 물려준 뒤 행방을 알 수 없는 나의 에이브. 나의 유년기. 엉엉. 울 딸은..드뎌 해리포터로 풍덩.

딸기 2009-09-19 10:23   좋아요 0 | URL
해리포터.... 울집에도 4부까지 있는데, 꼼양은 1부 첫권 보면서 재밌다고 난리더니
싹 사그러들었고 이제는앤에 퐁당~
옛날에 에이브 얘기했었지 ^^ 지금쯤 서영이한테 에이브 보여주면 좋을텐데...
울집 거 빌려다가 보여줘. 꼼양은 그거 보려면 멀었으니까.
 
I Saw Ramallah (Paperback, Reprint)
Murid Barghuthi / Anchor Books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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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읽은 얼마 안 되는 책들 중, 마음의 울림이 가장 컸던 책이다. 읽으면서 가슴이 시큰했고, 오며가며 책장 넘기다가 갑자기 서글퍼져 눈물이 핑 돌 때도 많았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뿌리내릴 곳 없는 자의 슬픔. 저자인 무리드 바르구티는 팔레스타인 사람이다. 이것으로 많은 부분이 설명이 되려나.

그의 고향은 라말라,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중심도시로서 현재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소재하고 있는 곳이다. 바르구티라는 성(姓)은 아주 흔해서, 팔레스타인에서는 ‘열 명 중 하나는 바르구티’라고 한다. 실제로 PA 지도부에도 바르구티라는 성을 가진 이들이 여럿 있어서, 외신에서는 심심찮게 그 이름을 볼 수 있다.
무리드 바르구티는 라말라에서 태어나 청소년기를 그곳에서 보냈다. 그러나 그 이후의 인생은 자기 고향에서 보낼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자기 고향을 다시 밟기도 힘들었다. 이집트 카이로에 유학을 갔던 그는 그곳에서 67년의 전쟁을 맞는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땅 대부분을 앗아간 ‘점령(the Occupation)’으로 귀결됐던, 이른바 ‘3차 중동전쟁’이다. 그의 고향은, 라말라는, 요르단강 서안은,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에 ‘점령’됐고 국경은 막혔다. 이제 그는 집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그렇게 그는 난민이 되었다.
1980년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은 ‘전격적으로’ 이스라엘하고 손을 잡아버린다. 중동아랍권의 맹주라는 이집트가 ‘아랍국가들 중 (요르단을 제외하면) 처음으로’ 이스라엘이라는 국가의 존재를 인정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해버린 것이다. 이집트는 더 이상 팔레스타인의 편이 아니다. 이집트를 기반으로 활동하던 팔레스타인 망명단체들과 운동가들은 추방당한다. 카이로에서 대학을 나와 이집트 여성과 결혼해 시인으로 살고 있던 무리드 바르구티 역시 추방 대상이 됐다.
이렇게 그는 이중의 난민이 됐다. 역시 문인이자 대학교수였던 이집트인 아내와 돌배기 어린 아들을 카이로에 남겨둔 채, 그는 이집트에서 쫓겨나 세상을 떠돈다. 이 책은 그렇게 뿌리 뽑힌 채 살아가야 했던 한 지식인의 자기 기록이다. 떠돌아다니는 사람, 세상 어디에도 ‘나만의 풀뿌리 하나’ 심을 곳 없는 사람.

"떠돌이는 언제나 주거지 등록을 갱신해야 하는 사람이다. 주거지등록 신청서의 빈 칸을 채우고 인지(印紙)를 사 붙인다. 떠돌이는 끊임없이 ‘증거’를 제출해야 하는 사람, 언제나 ‘어디 출신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다. 혹은 ‘당신네 나라는 여름에 더운가요?’와 같은 질문을 받을 수도 있겠다.
떠돌이는 자기가 머무는 나라의 자세한 사정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건 그들의 ‘내부적인 정책’일 뿐이라는 걸 곧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그 ‘내부적인 정책’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 나라 사람들에게 좋은 일이 떠돌이에게는 좋을 수도 있고 안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나라 사람들에게 두려운 일은, 모두 떠돌이에게도 두려운 일이다. 시위가 일어나기라도 하면, 비록 떠돌이는 그날 조용히 방안에 있었다 할지라도, 언제나 그는 ‘시위에 끼어드는 요소’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떠돌이는 존재하는 장소와의 관계가 어긋나 있는 사람이다. 그는 그 곳에 다가가려 하지만 동시에 그 장소를 밀어낸다. 떠돌이는 일관된 내러티브 속에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사람, 순간만을 사는 사람이다. 기억조차 그의 명령에 저항한다. 그는 자기 안의 숨겨진, 고요한 곳에 머문다. 자신의 비밀을 감추기 위해 조심하고, 그것을 캐내려는 사람들을 싫어한다. 떠돌이는 전화벨 소리를 반가워하면서도 두려워한다. 친절한 이들은 그에게 “여기가 네 두 번째 집이라고, 친척들이랑 같이 사는 거라고 생각해”라고 말한다. 낯선 티를 내면 무시당하거나 동정을 받는다. 동정을 받는 것이 멸시당하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다.
그 월요일 정오에 나는 추방당했다."


displacement. 난민은 영어로 refugee 라 하고, 국경을 넘지 않고 한 나라 안에서 집을 잃거나 해서 떠도는 유민(流民)들은 (internally) displaced person 즉 ‘IDP’라 부른다.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67’이라는 공포의 숫자로 남은 그 전쟁으로 바르구티는 displaced 되었다. 그리고 이집트의 ‘두번째 집’에서도 displaced 되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사실상 너나없이 모두 이렇게 정처를 잃었다. 아버지는 요르단에, 어머니는 팔레스타인에, 큰 아들은 돈 벌러 사우디아라비아에, 작은 아들은 공부하러 카이로에, 딸들은 시집가서 아랍에미리트에, 삼촌은 불법이주노동자로 프랑스에. 이런 일이 허다하다.
뿌리 뽑힌 바르구티는 곳곳의 아파트들과 호텔을 전전한다. 떠돌이에게는, 호텔에 머무는 사람에게는 꽃병의 물을 갈아줄 의무가 없다. 그래서 그는 화분 하나, 꽃병 하나를 보면서도 슬픔을 느낀다. 그의 글은 너무 슬프다. 여러 나라로 흩어진 가족의 전화를 늘 기다리지만, 혹시나 그 전화가 이스라엘군의 총에 맞은 어느 누구의 죽음을 알리는 전화일까 늘 두렵다.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나날들.

93년 이츠하크 라빈과 야세르 아라파트는 빌 클린턴 중재로 오슬로 평화협정에 서명한다. 책에는 여러 가지 층위가 있고, 이 책의 제목과 관련된 두 번째 층위는 거기에서 시작한다. 오랜 방황 끝에 간신히 이집트의 집으로 돌아갔더니 어느새 아들은 고등학생이 되어있다. 그리고 96년 어느 날 드디어 그는 고향 라말라에 갈 기회를 얻었다. 이스라엘이 국경을 ‘개방’해준 것이다. 팔레스타인의 국경이라고는 하지만 그 국경의 통제권은 이스라엘이 갖고 있다. 이-팔 공동 통제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이스라엘이 모든 권한을 갖는, 그런 협상, 그런 개방.

라말라.
책은 그렇게 수십 년 만에 단 며칠 동안 라말라를 방문한 그가 느끼는 것들, 그가 돌아본 것들을 담고 있다. 라말라로 가는 다리를 건너는 그 순간이 그에게는 천년의 시간이자 인생의 모든 것을 되새기게 하는 시간이다. 그렇게 돌아간 라말라는 또 그에게 무엇이었을까. 시간이 멈춰져버린,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모두 이스라엘에 빼앗겨 버린 도시에서 그는 절망과 희망, 슬픔과 기쁨을 동시에 맛본다. 이 세상 모든 곳이 ‘발전’하고 있을 동안 라말라는 ‘헤브루 국가 주변의 언덕배기 시골’이 되어버렸다. 점령은 사람들에게서 상상력과 배움과 모든 기회를 앗아갔다. 바르구티는 미래에 대한 꿈을 이제부터 다시 꾸어야 하는 사람들, ‘고향의 이방인’이 되어버린 그들과 자기 자신을 바라본다.

책은 팔레스타인인들의 비애와 고통을 담고 있지만 그렇다고 ‘정치 얘기’에 치중하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정치적인 부분에 대한 설명은 최소한도로 제한되어 있고, 이스라엘에 대한 이야기조차 많이 나오지 않는다. 그저 자기 마음에 흐르는 생각들, 자신에게 강요된 느낌들을 보여주고 눈에 비친 것들을 전해줄 뿐이다.
바르구티는 나기브 마흐푸즈 문학상을 받은 시인이다. 아랍어로 된 그의 글은 읽지 못했지만, 영어로 된 이 책의 문장도 너무나 아름다웠다. 정제된 슬픔, 담담한 희망을 잘 전해주는 문체. 영역을 한 아흐다프 수에이프 역시 이집트의 대표적인 작가 중 한 명이라고 한다. 영문판은 2000년 출간됐고, 권두의 추천사는 바르구티처럼 팔레스타인 출신의 지식인으로 카이로에서 공부했던 에드워드 사이드가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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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예쁜 반테이스레이 사원에 그늘을 드리운 크고 멋진 나무들.
이번 캄보디아 여행에서 무엇보다 감동적이었던 그 무엇을 꼽으라면 나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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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9-06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아아아! 당연한 얘기지만, 인간은 너무 작아요. ^^

비연 2009-09-06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가고 싶어지는 곳...

딸기 2009-09-07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정말 좋았어요.
마노아, 맞어. 인간이란 위대하면서 무력한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