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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ㅣ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8
이종호 외 9인 지음 / 황금가지 / 2006년 11월
평점 :
이 책이 처음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 내기억이 맞다면 - 이 책은 자라는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판정을 받고 19금으로 낙인이 찍힌 작품이다. 덕분에 희소성이 더해졌지만 당시는 공포소설 - 특히 한국 공포 소설 - 에 관심이 없을 때였었기에 '뭐, 잔인한 장면들이 있겠지' 정도로 생각하고 지나쳐 버렸다. 그러다 한국 공포문학을 접하게 되고 그 중 몇몇 작가의 작품이 이 책 - 사실은 한국공포문학단편선2- 에 실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연한 기회에 '한국공포문학단편선 2'를 손에 넣어 1편보다 먼저 읽게 되었다.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신선한 충격과 한국공포소설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되었다.
매월 밀리언셀러클럽의 작품은 1권정도씩 읽다보니 때로는 2권의 압박으로 쉽게 손이 가지 않다가도 한번 읽기 시작하면 끝을 보고 마는 흡입력에 이제는 밀클의 시리즈를 기다리게 되었다. 요즘은 예전처럼 책을 읽을 시간이 많지 않아 몇권정도만 선별해서 읽게되는데 최근에 시내의 한 서점에서 이 책을 만날 수 있었다. 이미 2편을 읽은터라 낮설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아니 오히려 1편에 대한 평이 좋아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었다. 심심하던차에 첫작품인 김종일의 '일방통행'을 읽어내려갔다. 일상의 공포를 어찌 이리도 심감나게 표현을 할 수 있는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미 2편에서 그의 작품을 맛본터라 처음부터 믿음이 갔다. 두번째 작품은 그리 긴것 같지가 않아 내쳐 읽어 내려갔다. 본의 아닌 실수로 인해 은둔을 하게 된 주인공의 처절한 내면의 모습이 적나나하게 나타나 있다. 결국 한 2-3편만 보고 돌아서려다가 구입을 하게 되었다.
집에와서 나머지 작품을 읽어내려가는데 몇몇 작가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김종일, 최민호, 장은호, 이종호, 신진오 등은 이미 '한국공포 문학 단편선 2'를 통해 만나보았던 작가가 아니던가. 1편의 작품들이 오히려 2편보다 뛰어나지 않았나 하는 나만의 평가를 해본다. 역시 처음이 주는 의미는 다르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배달되어온 상자를 통해 벌어지는 공포물인 신진오의 '상자'와 이름만 들어도 무게감을 느낄 수 있는 이종호의 '아내의 남자'는 특히 인상적 이었다. 위에서 언급한 작품외에도 나머지 작품모두 강하게 다가오는 공포를 느끼기에 충분하지 않았나 한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궁금증과 의문증이 솟아났다. '왜 이 작품이 유해도서일까?' '유해도서의 기준이 과연 무엇일까?'라는...정말로 이러한 잔인하고 잔혹한 표현들이 청소년의 성장에 심하게 해를 끼칠까?, 우리문학에 해를 줄까? 라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이었다. 사고의 전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더해졌다. 문학은 문학으로 이해해주고 받아들여주면 안되는 것일까. 그러한 제재와 근거와 기준없는 행동들이 독자를 떠나게 하고 새로운 장르의 문학을 키워나가는데 엄청난 저해요인으로 작용하는지를 왜 모르는 것일까. 답답하다. - 이글을 누군가 담당자가 본다면 나에게 화를 내겠지만..
청소년들에게 진정으로 유해한 도서는 이러한 작품이 아닌, 말도 않되고 책같지도 않은 정체없는 책들을 만들어내는 출판사와 억지로 만들어내는 베스트셀러 같은 작품들이 아닐까? 그냥 이 책은 하나의 장르로 받아들이고 인정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해본다. 한국의 공포문학 장르가 궁금하다면 이 책부터 시작해보면 좋을 것 같다. 갑자기 한국공포문학에 애정이 간다. 아울러 한국공포 문학 단편선 3편'도 기대해 본다. 아니 그 이상 4편, 5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