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물고기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최수철 옮김 / 문학동네 / 199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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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올해는 과연 어느 작가가 노벨문학상의 영광을 끌어 안게될지 자뭇 궁금했었다. 사실 르 클레지오보다는 다른 작가가 되기를 내심 바랬었다. 하지만 노벨문학상은 보란듯이 르 클레지오에게 돌아갔다. 르 클레지오의 작품 조서는 이미 소장하고 있는지라 그의 다른 작품에 눈길을 돌리다 '황금물고기'를 읽게 되었다. 매년 되풀이되는 일이지만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작품은 의무적으로 몇 권씩 구입을 하고있다. 읽거나 말거나...
 
이 작품은 내가 읽은 르 클레지오의 첫 작품이었다. 그만큼 기대와 궁금함이 더해졌다. 다행히 책은 거부감없이 매우 빠른 속도로 읽히는게 여간 매력적이지 않았다. 역시 대가의 힘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아내의 말에 의하면 르 클레지오는 작품성은 물론 대중성도 감안해 작품을 쓴다는 말에 공감이 갔다. 책을 읽고나면 왜 제목이 '황금물고기'인가 하는것을 알게 된다. 
 
르 클레지오의 '황금물고기'를 읽다가 문득 강산애의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힘찬 연어들 처럼'이라는 노래가 머리와 입가에서 빙빙돌았다. 타인의 의지에 의해 6-7세에 유괴되어 이 곳 저 곳을 떠돌아 다니다 비로소 자신의 고향으로 되돌아 가는 여정을 애잔하고, 가슴아프게 그려내고 있는 황금물고기. 
 
그녀의 정체성과 줄기를 찾기위한 몸부림은 마치 한마리의 물고기가 그물과 낚시줄을 피해 요리조리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책을 읽는 내내 '황금물고기'의 주인공 라일라의 모습을 떠올려보려고 노력했지만 도저히 그려낼수가 없었다. 그저 흑인이라는 것밖에는...
 
자신의 본질을 찾아 돌아간 곳은 바로 자신이 태어난 그 곳. 그 곳에서 주인공 라일라는 안주하는 것이 아닌 또다른 자신을 찾아 출발하게 되는 모습이 마치 엊그제 끝난 미국 대선의 역대 최초의 흑인 대통령의 모습이 그려졌다. 

노벨문학상하면 무겁고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을 깨뜨려준 르 클레지오의 '황금물고기'는 왜 그가 올해의 노벨문학상을 거머질 수 밖에 없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수준높은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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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lue Day Book 누구에게나 우울한 날은 있다 블루 데이 북 The Blue Day Book 시리즈
브래들리 트레버 그리브 지음, 신현림 옮김 / 바다출판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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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몇번이고 보고 또 봐도 재미있고 느낌이 있는 책. 소장하거나 선물하기에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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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친 막대기
김주영 지음, 강산 그림 / 비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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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랫만에 가슴 찡한 동화책 한 권을 읽었다. 무엇보다 작가의 무게가 한껏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역시 그 무게는 고스란히 감동으로 되돌아왔다. 그다지 길지않으면서도 그림이 곁들여져 읽는내내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수가 있었고, 화자인 주인공이 사람이 아닌 나무라는 점이 신선함을 더해 주었다. 또한 작가의 섬세하고도 예쁜 표현들은 작품의 질은 한 층 끌어올린듯하고, 일사불란하게 전개되는 이야기의 흐름은 자라는 아이에게 들려주어도 손색이 없는 듯하다.

'똥친 막대기'의 주인공은 바로 양지마을의 논두렁 옆 봇도랑에서 20여년을 자란 백양나무의 곁가지나무줄기이다. 백양나무는 사시나무라고도 한다. 나무가지가 땅에만 박힌다면 뿌리를 내릴 수 있다고 한다. 그런 백양나무의 곁가지나무가 뿌리를 내려 하나의 나무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쫒은 이야기가 바로 '똥친 막대기'이다. 우연히 소를 혼내주기 위해 사람에 의해 꺽임을 당한 나무가지가 막대기의 운명으로 생을 마감할 위기를 재희라는 소녀 - 막대기가 사랑한 - 에 의해 구사일생되어, 길거리에 버려지다가 홍수로 인해 자신의 가지를 땅에 뿌리내리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이난다.

'똥친 막대기'를 읽다보면 '인생'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고, 하찮은 미물이라도 나름대로의 소중한 생명이 있고, 자신의 삶을 놓지않는 힘든 과정을 찾아볼 수가 있다. 우리는 무심결에 나무한줄기, 꽃한송이, 지나가는 벌레들이나 곤충들을 죽이거나 꺾곤한다. 하지만 그 것들에도 세상을 살아가고자 하는 악착같은 노력이 있을 것이다. 그 것을 우리가 과연 중지시킬 자격이 있는지 되집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이 책 주인공인 막대기가 보여주는 생명의 소중함과 절망과 어둠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지극함은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선사해 줄 것이다. 좌절하지도 절망하지도, 포기하지도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면 좋은 결과가 올 수 있음을 일깨워주는 '똥친막대기'는 희망을 찾는 어른뿐 아니라, 자라는 아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알려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주위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도 선물할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릴적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나는 '똥친막대기'는 잊혀져가는 어릴 적 시골의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초등학교 시절 시골 외가집에서 뛰놀던 개울가나, 소가 쟁기를 끌고 다니는 밭의 정경이나, 얕트막한 뒷동산의 추억. 저녁노을이 질 즈음 초가집 지붕위 굴뚝에서 모락모락 뿜어내는 연기. 그 내음이 되살아나는 듯 가슴이 따뜻해짐을 느끼게 해준다. 오랫만에 마음속으로 읽을 수 있는 우리 책을 만나게 되어 기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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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송 2008-10-08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주영님의 작품이라니 관심이 갑니다. 꼭 한번 읽어볼께요 ^^
 
점퍼 2 (보급판 문고본) - 그리핀 이야기
스티븐 굴드 지음, 이은정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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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전에 점퍼1을 읽고 영화를 보았었다. 책의 내용보다는 영화가 못하다는 평을 했던 기억이 나는데, 모 읽을책 없을까 책꽂이를 둘러보다가 아직 읽지않는 점퍼2가 눈에 띄어 빼어들었다. 가볍게 읽겠다는 심산으로...

역시 가볍고 부담없이 읽기에 그만인 책이었다. 내용이야 어떻든 1편과 연결이 되던 말던 그런것 보다 또다른 점퍼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까에 초점을 맞추어 읽어내려갔다. 점퍼1과 연결고리는 없지만 영화를 위해 만들었다는 책 소개도 있고 해서 어떤 내용일까가 궁금해서였다. 점퍼 1과 그다지 차이를 못 느끼겠던데,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서 그런가 보다 싶었다. 단지 점퍼1은 악의 무리들을 무찌르는 다소 영웅적인 이야기가 펼쳐졌다면 점퍼2는 자신의 초능력을 제대로 활용해보지 못하고, 감지자라고 하는 팔라딘에게 쫒겨만 다니다 끝을 맺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나름대로 이유가 있으니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기도 했다.

9살짜리가 점프를 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감지자에게 쫒겨 부모는 살해를 당하니 혼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는가 말이다. 게다가 나타나기만 하면 감지를 해버리니 도저히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나이나 많으면 사고와 생각으로 헤쳐나갈 방도를 찾겠지만 어린 나이에 무엇을 해결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나름대로 방법을 터득하고 마지막에는 어느정도 감지자를 처리하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은 든다.

슈퍼맨, 배트맨 등등 다양한 초능력 지닌 자들이 지구의 평화를 위해 악을 처단하는 것가는 다소 동떨어지게 자신의 존재를 숨기기에 급급하지만 그러면서 자신이 변해가고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능력을 엿볼 수 있을 듯 하다. 1편에 이어 역시 순간이동을 하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 만드는 작품이다. 그냥 편하게 시간 보내기에 좋은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닌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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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3 - 나의 식인 룸메이트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12
이종호 외 9인 지음 / 황금가지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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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아들고 왜 제목을 이전의 '한국공포문학 단편선3'이 아닌 '나의 식인 룸메이트'로 했을까?하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니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현재 우리나라 작품의 유해여부를 판단하는 잣대가 애매모호함을 감안한다면 이번 3편은 많은 공을 들인 흔적이 엿보인다. 직접적으로 잔혹하고 피튀기는 느낌은 자제한 반면 전작들보다 좀더 원숙하고 성숙된 표현과 절제미를 찾아볼 수가 있다. 그러다 보니 작품성은 깊어졌지만 공포소설이 주는 잔혹함은 다소 반감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을 갖게된다. 우리나라 공포문학 장르가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작품을 작품으로 인정해주는 문화와 작가의 작품세상을 자유롭게 열어줄 수 있는 규제의 완화 - 철폐 -가 필요하리라 본다. 다시한번 언급하지만 청소년 유해가 이러한 공포물을 보는 것이 유해일까 아니면 이러한 공포물을 포함 책을 읽지 않는 자체가 유해일까? 한번 되집고 넘어갔으면 한다.

어쨋든 그건 그렇고, 이번 작품은 이전의 작품보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느낌이다. 10편중 두세편을 빼고는 완성도가 엿보인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우리나라 공포장르문학은 이들이 이끌어 가겠구나 하는 희망을 갖게 만들었다. 10편의 작품 중 특히 관심있게 읽은 것은 '은혜', '담쟁이 집', '스트레스 해소법' 과 '노랗게 물든 기억'이었다. 그 중에서 '은혜'라는 소설은 꽤 현실적이면서도 소름끼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보잘 것 없는 집에 형수가 들어온다. 말도 없고 소심하지만 봉사활동을 꾸준히 했기 때문에 몸과 거동이 불편한 부모님을 극진히 모신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끔찍한 이유가 있었다. 이 작품은 내용면이나 마지막 결말이 좋았던 작품이다. 황당하지도 않고,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은 작품이었다. 그러면서도 공포의 요소를 약화시키지 않은것 같아 특히 재미있게 읽었다.

그외에 '담쟁이 집'은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작품이었다. 언니와 담쟁이 집에 얽힌 사연이 마지막에 읽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스트레스 해소법'은 인간 내면의 잔혹함을 보여준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마트에서 공구판매를 하는 주인공은 얄밉게 클레임을 거는 소비자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지만 그는 스트레스를 안으로만 감싸 않는다. 결국은 스트레스가 폭발하게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악의 구덩이고 들어가고 마는데...인간의 스트레스가 줄 수 있는 극한을 표현한 좋은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노랗게 물든 기억'은 초등학생이 자신이 친구를 죽였다고 모두가 믿고 있다는 데에서 출발하는 소설이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두 친구. 그 중 한친구가 길을 건너다 죽게된다. 그의 엄마는 늘 엘리베이터에서 그의 아들을 생각한다. 함께 길을 건너던 친구는 우연히 엘리베이터에서 죽은 친구의 엄마를 만나게 되는데...

위의 4작품외에도 '나의 식인 룸메이트'는 우리나라 공포문학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는 듯 싶다. 다소 억지스럽고 황당한 주제이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공포가 더해졌는지 모르겠다. 마지막까지 잃어버리지 않는 일관됨과 결말은 역시 표제작으로 꼽을만한 작품이었던 것 같다. 그외에 '공포인자'나 '붉은 비'는 마치 외국영화에서 본듯한 느낌을 받게 만든다. 아마 이러한 점이 작품은 괜찮았지만 신선함이나 내용면에서 그렇게 와닿지 않았던 것 같다. 그외에 '선잠', '얼음폭풍' 그리고 마지막 작품인 '불'은 기대이상의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이 여름 더위를 시원하게 몰아내 준 ''한국공포문학단편선 3' - 나의 식인 룸메이트'에서 한국의 공포문학 장르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전작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공포문학 단편선3. 역시 4편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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