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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친 막대기
김주영 지음, 강산 그림 / 비채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오랫만에 가슴 찡한 동화책 한 권을 읽었다. 무엇보다 작가의 무게가 한껏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역시 그 무게는 고스란히 감동으로 되돌아왔다. 그다지 길지않으면서도 그림이 곁들여져 읽는내내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수가 있었고, 화자인 주인공이 사람이 아닌 나무라는 점이 신선함을 더해 주었다. 또한 작가의 섬세하고도 예쁜 표현들은 작품의 질은 한 층 끌어올린듯하고, 일사불란하게 전개되는 이야기의 흐름은 자라는 아이에게 들려주어도 손색이 없는 듯하다.
'똥친 막대기'의 주인공은 바로 양지마을의 논두렁 옆 봇도랑에서 20여년을 자란 백양나무의 곁가지나무줄기이다. 백양나무는 사시나무라고도 한다. 나무가지가 땅에만 박힌다면 뿌리를 내릴 수 있다고 한다. 그런 백양나무의 곁가지나무가 뿌리를 내려 하나의 나무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쫒은 이야기가 바로 '똥친 막대기'이다. 우연히 소를 혼내주기 위해 사람에 의해 꺽임을 당한 나무가지가 막대기의 운명으로 생을 마감할 위기를 재희라는 소녀 - 막대기가 사랑한 - 에 의해 구사일생되어, 길거리에 버려지다가 홍수로 인해 자신의 가지를 땅에 뿌리내리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이난다.
'똥친 막대기'를 읽다보면 '인생'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고, 하찮은 미물이라도 나름대로의 소중한 생명이 있고, 자신의 삶을 놓지않는 힘든 과정을 찾아볼 수가 있다. 우리는 무심결에 나무한줄기, 꽃한송이, 지나가는 벌레들이나 곤충들을 죽이거나 꺾곤한다. 하지만 그 것들에도 세상을 살아가고자 하는 악착같은 노력이 있을 것이다. 그 것을 우리가 과연 중지시킬 자격이 있는지 되집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이 책 주인공인 막대기가 보여주는 생명의 소중함과 절망과 어둠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지극함은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선사해 줄 것이다. 좌절하지도 절망하지도, 포기하지도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면 좋은 결과가 올 수 있음을 일깨워주는 '똥친막대기'는 희망을 찾는 어른뿐 아니라, 자라는 아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알려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주위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도 선물할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릴적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나는 '똥친막대기'는 잊혀져가는 어릴 적 시골의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초등학교 시절 시골 외가집에서 뛰놀던 개울가나, 소가 쟁기를 끌고 다니는 밭의 정경이나, 얕트막한 뒷동산의 추억. 저녁노을이 질 즈음 초가집 지붕위 굴뚝에서 모락모락 뿜어내는 연기. 그 내음이 되살아나는 듯 가슴이 따뜻해짐을 느끼게 해준다. 오랫만에 마음속으로 읽을 수 있는 우리 책을 만나게 되어 기뻣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