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코끼리
스에요시 아키코 지음, 양경미.이화순 옮김, 정효찬 그림 / 이가서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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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최근 3년동안 일본의 이혼율은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1년에 대략 26만여쌍이 이혼을 한다고 한다.  그러한 일본에 이혼율이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유가 무었일까?  그 이유는 엉뚱한데에 있다. 단지 여성들이 이혼을 2007년 이후로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가 재미있다.  첫번째는 2007년부터 시작될 남편들의 대량 정년퇴직과 관계가 있다. 다시말해 단카이세대라고 해서 1947년부터 1949년에 출생한 베이비 세대들이 내년이면 정년퇴임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혼을 미루는 것이다. 그래야 퇴직금을 이혼합의금으로 나눌 수 있기 때문이란다. 또다른 하나는 2007년부터 연금법이 개정되어 이혼시에 결혼기간 중 납입한 연금을 똑같이 분할 받을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결국 이러한 이유로 2007년은 황혼이혼이 늘어날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참으로 웃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이혼율을 보면 일본의 평상시 이혼율보다 2배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한다. 통계에 따르면 10쌍중 한쌍이 이혼한다고 한다. 이제 사랑해서 결혼하고, 그놈의 정때문이라는 말은 점점 듣기 힘들어진 세상이 되어가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옛부터 결혼은 인륜지대사라고 했거늘 이제는 그러한 말조차도 찾아보기 힘들게 되어 가는것 같다. 
 
  "노란코끼리"를 읽다가 문득 궁금해서 찾아본 자료들이다. 그 이유는 노란코끼리의 내용이 아빠가 따른 여자가 생겨 가출을 하고, 엄마는 두 아이를 키우는데서 이야기가 시작되기때문이다. 물론 이책의 경우는 위의 이혼과는 다른 경우이지만, 요즘 일본의 소설들을 보면 대부분 이혼가정의 아이들 이야기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역시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이혼은 상당한 이슈로 작용하고 있는 듯 하다.
 
  "노란코끼리"는 참으로 예쁜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작가의 표현력과 감정을 번역자가 잘 옮겨담았고,  게다가 중간 중간에 나오는 일러스트는 마치 TV속 동화를 보는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아이의 시각을 통해 느끼는 감정이 잘 전달된다. 때로는 웃음이 묻어나오고, 때로는 가슴이 찡해지고, 때로는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책이다.  아버지의 가출로 인해 졸지에 두 아이와의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초보가장 엄마의 좌충우돌 생활기를 ?아가다 보면 어느새 어엿한 가장이 되어있음을 만날 수 있다. 게다가 초등학생 사내 녀석의 엄마와 여동생을 위해 자신 나름대로의 가장행세는 웃음이 베어나오다가 마음이 아파짐을 느끼게 된다.
 
  "노란코끼리"는 따뜻한 마음을 간직한 어린 주인공의 깊은 생각이 기특하고, 어른스러운 독백이 미소를 머금게 한다. 중간 중간에 만날 수 있는 생각들은 때로 엉뚱하기까지 하다. 동화같은 소설 "노란코끼리"를 읽다보면 기분이 유쾌해지고 코끝이 찡해짐을 느낄 것이다.
 
  "노란코끼리"는 생계를 위해 마련한 노란소형차의 애칭이다. 엄마는 운전을 배우고 차를 몰고 일을 하러 다니고,  친구집을 방문하고, 그리고 여행을 다닌다. 이 모든 행동이 결국은 두아이를 책임질 가장으로서의 홀로서는 과정인 것이다.  인생(人生)은 운전처럼 처음에는 어색하고 서투르다가 시나브로 익숙해져 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성탄절과 한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이 다가오는 요즈음 가족의 소중함을 만날 수 있는 "노란코끼리"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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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방은서재 2007-01-12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말이 좋습니다. 가슴에 담아갈께요 ^^

백년고독 2007-01-16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바다의 선인
이토야마 아키코 지음, 김경인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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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도 "바다의 선인"을 받아들면 누구나 나처럼 말 할 것이다.  "참으로 얇다, 금방 읽겠는걸..."이라고, 실제로 빨리 읽힌다. 180여쪽과 작은판형이 휴대하기도 편하다. 솔직히 가격을 보고 좀 비싼거 아니야 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하지만 책의 내용을 보고나면 그나마 위안이 된다. 책의 두께처럼 가볍지 않고 마음에 진한 여운이 남는다.  하루의 반나절동안 읽고, 나머지 반나절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참으로 일본소설은 색다른 작품이 많다.  이 책도 예외는 아니다.  어찌보면 아이디어가 재미있다고 할 수 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모야 이거는 말도 안되는거 아니야 라고 할만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바다의 선인에는 판타지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읽는내내 이름을 참으로 잘 지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판타지(fantasy)의 사전적 의미는 상상, 공상, 몽상, 환상, 환각, 일시적기분이다. "바다의 선인"에 등장하는 판타지는 인간이 아니다. 신(神)적인 존재이다.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신이다. 저자는 이 판타지의 의미를 단정짓지 않고 있다. 그것은 읽는 독자의 몫으로 돌려 놓고 있다. 읽는이에 따라 판타지는 자신안에 존재하는 상상속의 인물일수도 있고, 일시적인 상징물 일수도 있으며, 우리가 갈구하는 신일지도 모르고, 우리의 미래일수도 있으며, 자신안에 있는 또다른 자신일 수도 있다.

  책을 읽어 내려가다보면 바다가 둘러쌓여있는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모래사장으로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의 포말이 생각나며, 그 바다위를 날으는 새들도 보이는 듯 하다. 처음에는 가볍고 편하게 시작하다가 후반부로 가면서 무게감이 더해진다.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그러면서 작품은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고, 시간이 지나면 모두 잊혀진다고, 그리고 인생은 늘 혼자라고,  그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판타지를 위해 살아가고 있다고, 나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서...

  책을 덮고 내안에 존재하는 판타지는 과연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내안의 판타지는 어떤 모습일까? 그것은 아마도 끝없는 물음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마도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 판타지를 찾기위해 이 공간에 숨을 내뱉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바다의 선인"이 나에게 저물어가는 2006년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것 같다.

  * 읽다가 오류부분이 있는것 같아 첨부한다. 50쪽 중간에 카타기리가 판타지의 텐트 안을 들여다 보며 코우노에게 말을 하는 장면에서 갑자기 카린이 등장한다. 카린은 싫다는 코우노를 끌어다 안을 들여다보게.....라는 문맥이 어색하다. 아마도 카타기리를 카린으로 잘못 표기한 듯 하다. 다음줄도 마찬가지로 카린이 나온다.

카린은 싫다는 코우노를 끌어다 -> 카타기리는 싫다는 코우노를 끌어다

카린이 작은 소리로 물었다. -> 카타기리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

 

"목적지하고 목적은 다른거야" (p.114)

"뭔가를 한다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 "스스로가 스스로를 구한다"
살아 있는 한 인간은 앞으로 나아간다. 죽은 사람은 놓아둘 수밖에 없는 것이다.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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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안 걸리고 사는 법 - 미러클 엔자임이 수명을 결정한다
신야 히로미 지음, 이근아 옮김 / 이아소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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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서점가는 건강, 경제, 행운관련 서적들이 줄줄이 선을 보인 한해였던것 같다. 아마도 그 이유는 최근 어려운 경제생활이 아닌가 싶다. 1인당 국민소득은 늘지만 실제로 각 가정마다 부채가 늘고 직장 구하기도 어려워지고 그나마 얻은 직장에서는 급여도 제대로 못받는 일들이 속출하고 있다. 게다가 몇년전에는 많은 국민이 "나는 중산층 이다"라는 의식에서 지금은 "나는 중산 이하층 이다"라는 쪽으로 생각을 옮겨간 것만 보아도 충분히 요즘 우리의 경제가 어느정도인지 알 수 있다.

  이러한 어려운 생활속에서 많은 사람들은 돌파구를 찾게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 하면 "돈"을 벌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빠지게 되고, 그 방법을 찾기 위해 주머니를 털어 돈버는 방법 등의 책들을 구입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나는 왜 이렇게 되는일이 없을까?" "도대체 행운은 어디에 있는거야..."라는 생각은 또다른 희망적인 책들을 찾게되는지도 모르겠다. 참으로 가슴아픈 현실이고, 다시는 돌아보고 싶지 않은 2006년인지도 모르겠다.

  건강관련 서적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나온 건강관련 책만해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이 역시도 힘든 생활속에서 예전보다 더 많이 일해야하고, 그로인해 직장에서 가정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가장에서부터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살림을 꾸려나가야하는 주부가 겪게 되는 스트레스, 그리고 그놈의 입시때문에, 공부때문에 부족해지는 영양으로 인해 어느덧 우리의 몸은 지치고 또 지치는지 모르겠다. 이러한 건강을 도와주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책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 많은 건강관련 책중에 내 마음을 사로잡은 "병 안 걸리고 사는 법"이라는 책이 있어 소개한다.  솔직히 나도 모 뻔한 그렇고 그런 얘기겠거니 생각했었다. 많은 건강관련책들이 제목은 그럴싸한데 내용은 모두 방송에서 다루었거나 이미 조금씩은 알고 있는 상식을 짜 맞추기식으로 편집한 책들이 많은 실정인데 이 책은 저자가 - 사실 저자가 일본인이라는데에 처음에 거부감이 생겼다. 우리와는 다른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 직접 환자들을 살피면서 임상실험한 내용을 근거로 써 내려가 책이다.

  이 책은 참으로 쉽게 써 내려간 것이 특징이다. 처음에는 "미라클 엔자임이 모야" 라는 의문이 들었었다. 또 무슨 의학적인 용어를 만들어서 - 원래 일본인들은 말을 만들기를 좋아하는 습성이 있다. - 우리를 현혹 시켜려 하는것 아니야 라는 거부감이 생겼었다. 하지만 한페이지 한페이지 읽으면서 많은 부분에서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아하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아하 이게 잘못된 습관이었구나", "이 음식은 이래서 안좋구나"등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해, 그리고 알면서 지키지 못하는 것에 대해 저자는 예를 들어가면 알기쉽게 설명을 해준다. 고맙게도 중요한 부분은 고딕체로 표시를 해주고 - 물론 번역과정에서 번역자가 그랬는지는 알수 없지만 - 필요한 이야기는 계속 중복해서 이야기 해준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전혀 무겁지가 않은 책이다. 책도 쉽게 술술 잘 읽힌다.

  저자는 현재 70이 넘은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본인 의사이다. 이 책을 통해 이 저자가 대단한 사람임을 알게 되었다. 처음으로 배를 가르지않고 내시경으로 대장암 수술을 도입한 의사이며, 미국의 유명한 대통령에서부터 연예인까지 두루 주치의를 한 경험과 30만명이 넘는 환자를 돌본사람이다. 단 한명의 사망자도 없이....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만든 책이 바로 "병 안걸리고 사는 법"이다.

  내용을 잠깐 살펴보면 저자가 중요하게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바로 "습관"이다. 건강을 오래 유지하는법은 식생활과 생활습관이라고 이야기 한다. 우리의 습관을 고치면 오래도록 살 수 있다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러기 위해서 해야할 것은 바로 저자가 만들어낸 "미라클 엔자임"을 소모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미라클 엔자임은 생소한 말이다. 미라클 엔자임은 인간의 생명활동을 담당하고 있는 5천여종의 보디 엔자임(=체내 효소)의 원형이 되는 효소이다. 즉, 효소(=엔자임)는 생물의 세포내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성 촉매로서 식물, 동물의 생명을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요소이다. 이러한 엔자임(=효소)가 없어지면 우리는 병에 걸리게 되고 결국은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바로 미라클엔자임을 소비하지 않는 식생활과 생활습관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식생활에 있어서는 약에 의존하지말고, 기름에 튀긴 음식은 먹지말고,  산화된 음식을 피하고, 우유나 요구르트를 과신하지 말며, 식물성 85% : 동물성 15% 비율로 식사를 해야하며, 백미는 피하는 것등이 종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꼭꼭 씹어먹는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씹는동안 입안에서 침이 생겨 음식물을 잘게 부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위로 갈때까지 필요없는 엔자임이 소모가 되지 않기 때문에. - 우리의 몸에 있는 엔자임은 계속 생성되는것이 아니고 이미 있는 것이 조금씩 소모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생활습관에 있어서도 저자는 대부분의 병은 유전보다 습관이라고 이야기한다. 너무나 잘 아는 이야기지만 담배와 술이 가장 나쁘며, 좋은물을 마시는데 노력을 해야하고, 적당한 수면과 운동은 미라클 엔자임이 소모되는 것은 막아준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병을 극복하는 가장 중요한것은 환자의 살겠다는 강한 동기와 무엇보다도 사랑이 필요하다고 한다.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는 이 책을 두번 읽었다. 내용이 어렵거나 이해하기가 힘들어서가 아니다. 혹시나 첫번째 놓치고 지나쳤을 소중한 그 무엇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이책을 덮으면서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졌다가 가벼워지는것을 느꼈다. 지금까지 잘못된 식,생활습관을 돌아보게 되었고,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바꾸어나가야 하겠다는 다짐을 하게되었다. 그나마 수년전에 담배를 끊은일은 참으로 잘한일이라는 위안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저녁식사부터라도 하나씩 실천해보아야겠다. 우선은 밥을 꼭꼭 씹어먹고, 육류나 기름에 튀긴음식은 삼가하는 것부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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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러멜 팝콘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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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요시다 슈이치에 빠져있다. 나의 독서습관이 한 작가의 작품을 접하게 되면 그 작가의 나머지 작품도 읽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특히 일본 작가의 경우 그러한 경향이 짙어진다. 얼마전에는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에 빠져 허우적 거리다 빠져나오나 싶었는데 다시 오쿠다 히데오로 그리고 지금은 요시다 슈이치와 가네시로 가즈키 그리고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을 차례로 드나들고 있으니 말이다.

 얼마전 기사를 보니 요즘 일본소설의 선인세와 판권료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고 한다. 예전에는 일본책하나 계약하는데 2-3백 정도면 되던것이 최근 1-2년사이에 5배이상올랐다고 한다. 이는 일반적인 경우이고 일본내에서 수상을 한 작품은 무려 5천만원을 호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결국 이는 고스란히 독자의 몫으로 돌아온다. 각 출판사에서는 무리한 판권료로 인해 투자비를 회수하기 위한 마케팅을 전개하거나 책값이 오르는 요인이 되니 말이다.  솔직히 이러한 기사를 보니 일본책 구입하기가 두려워졌다. 그러면서도 할 수 없이 구입하게 되는 이유중 하나는 그 중 일부 작품은 재미있다는 사실이다. 일본소설의 독특한 재미와 흥미로 인해 구입해 볼 수 밖에 없는 우리의 문학현실이 마음 아프다.

  넋두리는 이쯤하고 작품에 대해 얘기 해야겠다. 며칠전 같은 작가의 "퍼레이드"를 읽고 바로 "캐러멜 팝콘"을 읽어서인지 신선함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요시다 슈이치의 글을 쓰는 독특한 구성이 작품마다 비슷해서일지도 모르겠다. 보통 한 주인공이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여 이끌어 가는 구성이 아닌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심리를 풀어내는 요시다 슈이치식 구성이 두권을 연이어 보니 약간은 지루함이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한 이유를 배제하더라도 나에게는 "캐러멜팝콘" 보다는 "퍼레이드"에 약간의 점수를 더주고 싶었다.

  또 한가지는 책의 질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약 300여페이지에 달하는 내용이지만 실제적으로는 그에 못 미치는 듯 했다. 다시말해 늘리기식으로 책을 만들었다는 인상을 받게 되었다. 솔직히 말해 그만한 가격에 이정도 내용과 분량이라면 비싼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책을 어찌 분량으로 따질수 있냐고 묻는다면 달리 할말은 없다. 어찌보면 전적으로 개인적인 생각이니까. 비단 "캐러멜팝콘" 뿐만이 아닌 많은 책들이 내용대비 가격이 터무니 없이 비싼 것은 사실이니까 말이다.

  그러한 것들을 제외하고는 요시다 슈이치의 "캐러멜 팝콘"은 책의 내용이나 구성, 전개등이 꽤 탄탄하다.  한 가족과 그 가족을 둘러싼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각 가족 개개인이 주인공이 되어 풀어나가는 이야기는 자칫 한사람에 의해 다른 사람의 모습을 비추는 것보다 - 이 경우 제3자의 시선이기 때문에 자칫 편협적으로 흐를 수 있는데 - 좀더 현실감이 더해 보인다.  "퍼레이드"처럼 재미요소는 떨어지지만 잔잔한 가족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왠지 모르게 오늘 저녁에는 일찍 들어가 식구들과 함께 저녁을 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드는 작품이다. 

  요시다 슈이치의 "캐러멜팝콘"은 4명의 등장인물이 시간이 흐르면서 변하는 심리적 요소를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과 절묘하게 연결시켜 자연스럽게 읽는이로 하여금 흡수하게 만드는 재미가 있는 소설이다. 처음에는 각 등장인물이 어색하고 이해가 되지 않던것이 계절이 바뀔수록 그들에게 점점 더 다가서게 된다. 마치 모든것이 일상생활처럼 받아 들여지고, 처음부터 그랬던것처럼, 우리가 계절의 변화를 의심의 여지없이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듯이 말이다. 사실 우리나라와는 일본과의 문화적 차이로 인해 읽는이로 하여금 약간은 거부감 - 특히 성(性)에 대해 - 이 있을 수도 있지만...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은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을 하는가 싶은데 중간을 지나 종말로 다가갈 수록 무게감이 더해짐을 느낄 수가 있다.  많은 책들이 처음에는 무겁다가 결국에는 가볍게 - 해피앤딩으로 - 끝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은 여운을 남긴다. 또한 그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야기를 통해 다시한번 일상을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아마도 이러한 이유 때문에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이 나오는대로 많은 상을 휩쓰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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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푸른고개 2006-12-20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읽고 갑니다. 같은 책 리뷰를 위해서 일부 인용해봅니다.

백년고독 2007-01-01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퍼레이드 오늘의 일본문학 1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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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가 마찬가지겠지만 인간은 두가지 실체를 지니고 있는 존재인것 같다. 내가 아는 나와 남이 아는나. 집에서의 나와 밖에서의 나. 가까운 사람앞에서의 나와 그렇지 않은 사람 앞에서의 나. 여자앞에서의 나와 남자 앞에서의 나. 상사나 선배앞에서의 나와 부하나 후배앞에서의 나. 강자앞에서의 나와 약자 앞에서의 나. 인간의양면성 과연 어느것이 나의 실체일까?  이 책을 읽으면 더욱 혼란에 빠졌다. 나는 과연 누구일까? 누구란 말인가?

  여기 서로 이해관계나 그 어떤 연도 없는 다섯 남녀가 있다. 서로에게 피해나 도움이나 관섭조차 없다. 그런 그들이 두리뭉실 살아간다. 너는 너, 나는 나로. 그런 다섯 남녀가 한사람씩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앞의 주인공이 다음 사람에게는 그저 등장하는 조연이거나 관객이 되어버리는 전개. 그렇게 차례로 다섯명의 이야기가 비슷한 분량으로 소개된다.

  사실 일본의 소설을 보면 이러한 구성은 그리 독특하지 않다. 아마도 요즘 일본소설의 흐름인 듯 하다. 보통은 한사람이 주인공이 되어 1인칭, 또는 3인칭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전개하는게 소설의 일반적인 방식인데 요즘의 일본소설은 요시다 슈이치의 퍼레이드나 이사카코타로의 러시라이프처럼 각자가 주인공이 된다. 차이라면 퍼레이드는 다섯명이 서로 한집에서 지내는 잘 아는 사이이고, 러시라이프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마주친다는 것 정도.

  이러한 독특한 글의 전개가 읽는이로 하여금 재미를 더하는 듯하다. 한 사람에 의해 처음부터 끝까지 전개되어지는 이야기는 자칫 흥미를 잃을수도 지루할 수도 있는데, 요시다 슈이치의 퍼레이드는 다섯인물이 등장하여 각자의 심리와 그가 보는 나머지 네명의 성격을 읽을 수 있어 어찌보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바로 이러한 점이 이 책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다시 위에서 말한 인간의 양면성을 잘 보여주게 되는 것이다. 내가 주인공(화자)이 되어 상대방을 보는 관점과 그 상대방이 주인공이 되어 생각하는 자신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양자간의 이야기를 보게되고 독자 스스로 판단하게 된다.

  요시다 슈이치의 퍼레이드는 육상의 이어달리기와 같다. 5명의 주자가 차례로 각자의 위치에 서서 앞의 주자가 달려와 바통을 건네주기를 기다리는 선수들. 하지만 이들은 각자 떨어뜨려 놓고 보면 한 개인에 불과하다. 각자 나름대로의 울타리를 치고 살아가는 이들이 만나 이어달리기를 하는 것이다. 결국 이들은 목표 없는 목표를 위해 맡은바 소임을 -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기 위해 열심히 달리는 - 하는 것 뿐이다. 이미 달린 사람은 털석 주저않다 다음 주자가 달리는 모습만 지켜보면 되는 이어달리기와도 같다.

  인생이란 그런것 같다. "관객들이 둘러싸인 연극무대에 선 아마추어의 이어달리기" 가 아닐까 한다. 각자가 자신의 맡은 역할을 충실히 소화해 내기도 하고, 때로는 주저않아 쳐다만 보는 이어달리기 처럼 주연과 조연을 번갈아가면 떠 맡는 연기자들의 연극 같은 것. 그래서 인생은 재미있는지도 모르겠다.

  왜 읽는이들이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중 퍼레이드를 손 꼽는지를 알것 같다. 지금의 인생이 심란하거나 무미건조하다면 이 책을 살짝 들여다 보기를 권한다.  어찌보면 내 인생이 그들보다 더욱 풍요롭다고 느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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