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연초.호조키
요시다 겐코.가모노 조메이 지음, 정장식 옮김 / 을유문화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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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날 느닷없이 벨이 울리고 선물을 받았다. 예쁘게 포장된 상자 속엔 빨간 편지봉투와 함께 이 책이 함께 들어있었다. 누구보다 소중한 단 한사람이 나에게 보낸 선물이었다. 지금은 힘들지만 조금만 더 노력하고 참아보자는,. 사랑이 가득 담긴 편지였다. 아직도 그때의 기분이 느껴져 이 책만 보면 가슴이 뭉클 거리곤 한다. 그래서 더욱 정이가고 아껴읽는 책중 하나이다. 

<도연초.호조키>는 일본의 고전 수필집이다. 요시다겐코와 가모노 조메이의 수필선으로 언제 어디서 누가 읽어도 편안한 기분을 느낄 수있다. 일본의 중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꼭 실리는 글인 만큼 모든 이들에게서 사랑받는 수필이라 하겠다. 도연초는 243단의 짧은 문장을 편의상 구분한 것이며 작자의 견문 감상 인생관 등을 자유롭게 피력해 놓았다. <도연초>라는 의미는 무료하고 쓸쓸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내용은 꼭 그렇지많은 않다. 그보다 더 많이 생각하고 느끼게 하는 소설이다.

후반부에 좀 적은 분량으로 실려있는 <호조키> 역시 수필의 하나로 당대의 삶을 비참하게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기록하고 있다, 세상살이의 무상함과 그 속에서 참된 자아를 찾으려는 의지가 담겨있는 좋은 수필이다.  책속에 간간이 들어있는 삽화들도 마음에 든다. 은은하고 아름답다. 유려한 글과 함께 읽고 삽화를 보노라면 마음이 평온해 지는 것을 느낄 수있다. 어떤 힘든 시기라도 견뎌 낼수있을만한 함을 주는 책이다.

<세상의 화제를, 거기에 상관도 없는 사람이 사정을 잘 알고 있으며 또 남에게 들려주며 거디다 더 알려고 묻는 것은 참으로 이상하게 보인다,. 특히 촌구석에 살고있는 중들이 속세의 남의 일을 자기 일처럼 캐묻고 어쩌면 이렇게 잘 알고 있을까 할 정도로 마구떨들어 댄다> 당시 승려 사회의 모순을 보여주고 있는 단상이지만  반드시 승려들만의 이야기라고는 볼수없다. 우리들 역시 남들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숙덕이며 그렇게 살고 있지 아니한가 뒤돌아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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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지와 겐이치로 A - 대단한 겐지
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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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부터 겐이치로에 버닝중이다.  오래 기다려왔던 작가인 만큼 나오는 책들 족족.  

역시 겐이치로라는 생각이다. 그의 다른 작품들 <사요나라 갱들이여>나,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라던가, <존레논 대 화성인>과는 많이 다르지만 닮았다. 겐이치로는 겐이치로 일수밖에 없으니까 어쨌건. 그 전의 책들이 왠지 아리까리하고 모호하고 어려우며 의미심장했다면 이번 단편집의 소설들은 제법 가볍게 읽힌다. 다른 작가들의 환상문학정도 된다고 할까? 재미있고 신선하다. 12개의 단편들은 각각의 개성을 지녔다. 놀랍기도하고, 징그럽기도 하고, 섬뜩하기도 하며 때로는 황당하기도 하다. 늦은 밤에 맥주한잔 들이키며 술렁술렁 읽는 다면  기묘한 기분에 휩싸이게 된다.

일본근대문학의 은하수라는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와 희곡들을 다시썼다고 하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겐지의 책들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겐이치로와는 확연히 다를 것이리라 확신--;) 물론 겐지의 책들을 읽어보고 싶게 만들긴 하다. 도대체 어떤 이야기들을 겐이치로는 이지경으로 까지 만들어 버린 것일까 궁금증이 미친듯 일어나는 것이 사실이다.

뭔가 특별한 애완동물을 기르고 싶은 오츠베르는 어딘지 음침한 네트워크를 통해 흰색의 거대한 코끼리(맙소사!)를 애완용으로 장만한다. 그러다 압수당하고 그는 또다시 전화를 걸어 다른 애완동물을 주문한다,. 좀더 손쉽고 좀더 피곤하지 않은 어떤것으로! 그리고 그는 자신의 입맛에 딱 맞는 애완동물은 바로 '인간'! 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게다가 느닷없이 죽음의 길을 가기로 결정한 4명의 친구들! 정말 아~ 무 이유없이 단순한  순간에, 그 저 그 순간 그때의 분위기때문에!  허나, 수면제 투신, 목을 매는 것 등등은 두렵고 무서워 싫고 그들은 굶어 죽기로 결심한다. 또 맙소사.. 죽는 기분을 좀더 맛보기 위해라니!! 그리고 서서히 한명씩 죽어가는 데...  <아주 근소한 차이로 인간은 죽으려고 하기도 하고 그대로 살아갈 마음을 먹기도 하는 것이다>p.35  

그리고 고양이 사무소로 출근하게된 우리의 힘없는 가장! 어이없는 성인비디오 제작자와 그의 먹이들! 여기저기 넘쳐나는 베지테리언들과 중요한건 사실이 아니라 본질이라는 첼로켜는 코슈! 나이가 들어 뱃살은 늘어지고 정신은 멍해진 우리의 옛 영웅이었던 아톰, 피터팬, 수퍼맨 등등...  시간을 보내는 죽음이 아니라 시간을 역행하는 기묘한 죽음까지! 별의 별 이야기에 별의별 등장인물들이 산재해 있다. 그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는 '수선월의 4일' 비술을 쓰는 설파와 설동자의 이야기가 마치 몽환적이면서도 동화속을 헤미이는 듯도 하다가 어쩐지 으스스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묘한 매력이 있는 단편이다.

 어려우면 어려운대로 쉬우면 쉬운대로 모두가 그만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다카하시 겐이치로.... 역시 이뻐하지 않을 수 없는 작가이다. 늘 흥미진진하고 포기하고 싶지만 포기할수 없게 만드는, 늘 힘을 내어 도전하고 싶게 만드는 작가이다. 그의 정신세계가 나랑 맞아서 그런가? 어딘가 삐뚤어지고 일반적인 것에서 조금쯤 어긋나 있는 시선이 마음에 든다. 남들이 뭐라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우리의 눈에는 일반적인 사람들이 더 삐딱하게 보이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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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논 대 화성인
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음, 김옥희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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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하시 겐이치로는 문학을 한다. 아니, 문학이 아닌 문학을 하는 작가이다. 그 전작들인 <사요나라 갱들이여>가 그러하며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가 그러하다. 읽긴 읽으나 뭔가 복잡하고 현란하다. 무언가 말을 하고 있지만 그 진의를 파악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그것이 그의 매력이라면 매력.

이책<존레논 대 화성인>또한 그러하다. 현란하고 대책없는 텍스트에 의미심장한 은유와 비유들로 넘쳐난다. 그러면서도 그의 글이 싫지 않으니 어찌한단 말인가! 다카하시 겐이치로의 글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일본사와 그의 내력을 알 필요가 있다. 우리내 80년대 사와 같은 치열한 전공투세대를 보냈으며 폭력으로 점철된 그리하여 우울하고 범상치 않은 젊은 날을 지내왔다. 그런 다수의 배경지식을 미리 알고 보지 않는 이상 그의 글을 이해하기란 어렵다. 뭐, 그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일본의 비평가들 조차 그의 글을 온전히 이해한다고 하지 못하니 말 다했다.

하지만 이런글들을 읽어둘 필요가 있다. 모두 천편일률적인 구성에 스토리 주제를 가지고 편안하고 아름다운 다분히 소설적인 소설들을 쓰고 있는 시점에 다카하시 겐이치로의 소설처럼 뒤통수를 때리는 소설들을 읽는 다는 것은 신선하다. 매번 눅눅한 보리건빵만 물고 지내다 눈이 번쩍 뜨이는 별사탕을 하나 아작, 깨물은 것 같은 짜릿한 쾌감!

<존레논 대 화성인>은 폭력과 포르노그라피로 점철되어있다. 어느날 3류 포르노 그라피 작가인 나에게 날아온 '멋진 일본의 전쟁'이라는 자의 '시체'에 대한 이야기들. 무시하려해도 무시할 수없는 시체이야기를 담은 엽서들이 날아들다 어느날 '멋진 일본의 전쟁'이 나를 직접 찾아온다. 그리고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시체'에 대한 단상들에 휘둘리는 자신을 구원해달라고 한다. 그를 구하기 위한 에로틱한 노력들이 가상하게 펼쳐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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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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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상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길래 무심코 들어 펼쳐 보았다. 바로 에쿠니 가오리의 짧은 에세이집이었다. 표지가 여성스럽다. 두껍지 않아 간단히 읽으면 되겠구나 싶어 읽기 시작했다. 작가의 하루하루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담겨있는 에세이집이다. 그냥 편하게 와닿는다. 역시 에쿠니 가오리의 글들은 읽기가 편하다. 게다가 에세이집이니 더욱 그럴것이다.

  글들이 하나하나 마음에 와 닿는다. 남자와 여자의 심리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 하다. 사실 남자의 마음이야 내가 잘 알지만 여자의 복잡한 마음을 어찌 할겠는가?, 이 책을 읽으면 조금은 아내를 이해할 수 있을 듯 싶다. 결혼후 남편가 살면서 일어나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마치 주변의 이야기 처럼 다가온다. 때로는 가슴 한켠이 찔리기도 하고 아하,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16편의 짧은 일상속 이야기를 읽다보면 갑자기 아내와 가까운 공원이라도 산책하고 싶어진다. 또한 여자와 남자의 같은 사물에 대한 서로 다른 느낌을 맛볼 수도 있다. 에쿠니 가오리만의 섬세한 필체가 따뜻하게 전해져 온다. 때로는 가슴저리게, 때로는 아내에게 미안함이 들기도 한다. 에쿠니 가오리의 망신의 주말은 몇개입니까를 읽고 주말에 가까운 곳으로 여행이라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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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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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시다 슈이치의 새 작품이 나왔다는 말에 기분이 좋았다. 책을 받아들고 표지를 보고 아, 표지조차도 읽고 싶게 만드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일본다운 디자인이었다.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책의 포장도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된다. 하긴 일본의 디자인에 대한 사고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하지 않은가, 가전제품에서부터 그냥 먹기위해 찢어버리는 과자의 포장지까지 그들의 정신이 들어있지 않은가. 도저히 포장지가 예뻐 뜯어먹기가 아까운 경험을 해보지 않았던가...

  예쁜 표지만큼 내용도 예쁠 것이라고 생각했다. 말그대로 겉다르고 속다른 소설이었다. 따뜻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내용이었다. 그렇다고 책이 재미없다는 얘기는 아니니 오해하지 않기를...나가사키는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이지만 기존의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과는 사뭇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저자를 모르고 읽었다면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이런맛때문에 요시다 슈이치와 일본소설을 벗어나지 못하는가 싶다.

  나가사키는 일본의 규슈지방에 있는 나가사키현의 도시이다. 무역항이기도 하며 유럽의 문화를 받아든인 곳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1945년 8월에 히로시마에 이어 두번째로 원자폭탄이 투하된 곳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지금도 나가사키의 곳곳에는 전쟁의 잔존물들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나가사키는 나가사키 등축제와 노면전차가 유명하기도 하다. 바로 이 나가사키가 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고향이다.

  소설 나가사키는 한소년의 성장을 그린 소설이다. 주인공 슌이 초등학교부터 학교를 그만두고 방황하는 그리고 성인이 될때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내용은 그리 밝지가 않다. 읽는내내 주인공 슌과 함께 성장하는 나의 마음을 발견할 수 있는 소설이다. 주인공 슌은 나가사키의 한 야쿠자집안에서 태어난 남자아이다. 슌의 외삼촌들은 야쿠자들이다. 슌의 성장과 함께 야쿠자가는 몰락을 한다. 그리고 슌은 인생을 알게된다. 나약한듯 우유부단한듯 슌은 현실에서 도피를 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모든것이 마음먹은데로 되지를 않는다. 모든것이 다....

  초등학교시절에는 한학년 위의 농구부 선배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저항한번 못하고, 중학교때는 친구와 멀리 떠나고 싶지만 그러지도 못하고, 집을 찾아온 다른지역의 야쿠자에게 자기도 데려 가달라고 부탁도 해보지만 결국은 그 조차도 이루지 못한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그의 초등학교 여자친구와 멀리 떠나기 위해 돈을 모은다. 그리고 여자친구와 일주일후 떠나기로 약속한다. 과연 슌은 떠날 수 있을까....

  소설 나가사키를 보면 소설속의 대사가 강하게 다가온다. "젊었을 때는 무슨 일이든 스스로 결정하지 않으면 왠지 인생에서 진 것 같은 패배감이 드는데, 실제로는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더라는 것이지...."라는 말처럼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스스로 결정하지 않으면 안되는 나이가 되었다. 하지만 정말로 우리가 우리의 의지대로 결정하는 일이 과연 얼마나 될까?, 대부분이 본의 아니게, 타인에 의해, 주변의 여건에 의해 결정되어지는 것을 경험하곤 한다. 바로 이런게 인생이 아닐까...

  소설 나가사키를 읽으면서 유일하게 웃음을 자아낸것은 아마도 사촌누나의 남자친구 차를 타고 벌어지는 자동차의 창문사건이 아닌가 싶다. 어릴때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자동차의 수동창문을 자동처럼 올리기. 이 장면을 떠올리면 지금도 입가에 웃음이 베어나온다.  소설 나가사키에서 지난날 나가사키의 어둠고 암울한 모습을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작가 요시다 슈이치는 전쟁의 상처를 앉고 있는 자신의 고향인 나가사키를 회색빛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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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방은서재 2007-02-13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라는 말이 와 닿네요.
요시다 슈이치는 어떻게 풀어냈는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