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럭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김세정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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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3편의 가족을 중심으로한 이야기를 다룬 '굿럭'은 우리의 이야기 일수도 우리 주변의 이야기 일 수도 있다. 책의 제목인 '굿럭' 은 3편중 한편의 제목이기도 하다. 책의 제목처럼 3편중 '굿럭'의 이야기가 가슴에 와 닿았다. 물론 나머지 두 작품도 나름대로 전해주는 것이 있었지만, 두번째 이야기에 비하면 조금 덜하지 않나 싶었다.

부부싸움 후 아내는 작은아이와 함께 친정으로 떠나고, 남겨진 남편은 아내를 따라가지 않은 큰아이가 외출한 후 불청객의 방문을 받는다. 바로 이웃에 사는 치매노인이다. 비가오는날... 두 부부는 잘 맞는 듯 하지만, 매사가 삐걱 거린다. 하나하나 모든것이다.  남편은 오래된 놀이인 '인생게임'을 부질없이 홀로이 즐기고 있었다. 혼자의 독백과 함께...그러면서 찾아온 치매노인과 무료한 시간을 달래며,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한다. 어디까지가 제정신이고 어디까지가 아닌지 모를 노인에게 말이다. 그 노인의 중간 중간에 뱉어내는 말들을 듣다보면 느끼는 바가 많다. 노인과 지난 이야기를 하면서, 그렇게 자신의 내면에 있는 이야기를 뱉어내고 난 남편은 아내의 전화를 받는다....

세번째 이야기는 임시직 선생님과 한 아이와의 묘한 대립을 다룬 작품이다. 당돌하리만큼 얄미운 레오와 자식을 잃어버린 경험을 갖고 있는 선생님. 선생님은 자신의 아픈 과거를 버리지 못해, 다른 사람의 아픔을 돌아볼 겨를이 없다. 자신의 상처가 너무 크기에 말이다. 하지만 서서히 밝혀지는 아이의 진실과 이를 대하는 선생님의 행동...

3편의 이야기는 우리 일상의 이야기이다. 누구나 아픈 기억이 있고, 가족과의 불화도 있거나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어려서는 부모님으로 인해, 성장해서는 부부관계에서, 또는 가족간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주변에 있는 이웃이나 회사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굿럭의 이야기는 모두 그런 우리 주변의 일상이야기이다. 사실 시간이 지나고 대화나 상대방의 진심을 알아버리면 아무것도 아닐 그런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그래서 인지 가볍고 편하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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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송 2007-06-11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재미있게 읽었답니다. ~~
 
죽이러 갑니다
가쿠타 미쓰요 지음, 송현수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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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본소설을 적지않게 읽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작가의 책을 보고는 꼭 그렇지 않음을 실감했다. 가쿠다 미쓰요 작가는 나오키상도 수상을 했었고, 이미 우리나라에 10여편이 넘는 작품이 소개되었다는 사실이 이를 뒤받침해준다. '죽이러 갑니다'가 내가 읽은 이 작가의 첫 작품이다. 읽은 후의 느낌은 '썩 좋았다' 는 것. 얼마전 도서관에 가서 잘 빌리지도 않는 책을 4권 골랐는데 그 중 한권이 이 책이었다. 공짜로 읽었다는 기쁨과 함께 나름대로 재미있는 책을 한 권 만났다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제목이 주는 힘이 너무 강했다. 과연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졌다. 모두 7편의 단편이 한가지 주제를 바탕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바로 '누군가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말이다. 누구에게나 한 두번씩은 농담으로든 반농담으로든 '누군가를 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생각은 생각으로 그치고 말 것이지만, 때로는 그러한 생각에 본인 스스로 놀랄때가 있을 것이다.

그 누군가의 대상은 '친구' 일수도, '애인'일수도, '남편'일수도, '아내'일수도, '자식'일수도, '부모'일수도, 또는 직장의 '동료' 나'상사'일수도 있으며, 자기를 가르친 '선생'일수도, '이웃'일수도 있다. 7편의 짧막한 누군가를 죽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한가지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그 죽이고 싶어하는 대상은 상대방이지만 그런 마음은 바로 자신의 나약함과 소심함 등으로부터의 탈출이었을 것이다. 7편의 이야기는 결론이 없다. 그냥 읽는 우리의 몫일 뿐이다.

7편의 색다른 느낌, 색다른 이야기. 색다른 대상.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다보니, 불현듯 나에게 있어서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만든 대상이 있었을까?, 그렇다는 그는 누구였을까?라고 곰곰 생각해 보았다. 분명 누군가가 있었던 듯 싶고, 그렇게 생각했던 적이 어슴프레 떠오르는 듯도 하다. 아마도 그 당시에 내가 그렇게 느꼈던 것은 분명 상대방에 대한 분노나 미움이 아니었을 것이다. 내 자신에 대한 어찌 할 수없는 행동의 반대급부였을 것이다. 누군가 밉고, 악의를 느끼고 있다면 가만히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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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방은서재 2007-06-06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겠는데요~~

베이비송 2007-06-11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백년고독님은 일본 소설을....^^

2007-07-09 14: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꽃밥 - 제133회 나오키상 수상작
슈카와 미나토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서점에서 몇번이고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고, 집에 돌아와 장바구니에 담았다 뺏다를 수차례 한 책이었다. 이상하게도 한번 그런짓을 반복하면 쉽게 구입하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책을 사는데 인색하거나, 일본소설을 싫어서는 분명 아닌데 말이다. 처음 만나는 작가라서 였을까?, 아니면 책의 두께 때문이었을까?, 하여튼 나에게 있어 '꽃밥'은 잊혀져 가는 책 중 하나였다.  이 작가의 최근 작품 '새빨간 사랑'을 읽고 또다시 '꽃밥'에 관심이 쏠렸다. 그렇다고 이미 오래전에 구입하려다 만 책을 이제와서 또다시 구입한다는 것에 왠지 모를 오기가 발동을 했다. 그러던 어느날,

도서관이라고는 학교다닐때 다니고 사회에 나와서는 조카와 어린이도서관 정도 다닌게 고작이었는데, 꼭 보고 싶은 책이 있어, 여러 도서관을 수소문 하다가 '남산도서관'에 찾던 책이 있다는 말에 어색한 발걸음을 들여놓게 되었다. 분명 찾던 책이 있었지만은, 도서대출증이 없다는 이유로 관외대출이 허락되지 않았다. 다음날 필요서류를 준비해 다시 찾아간 도서관은 예전의 그런 도서관이 아니었다. 고압적이고, 관료적인 사고의 도서관 모 그런분위기.

도서관 사서는 이왕 온김에 필요한 책이 있으면 빌려가라고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었다. 도서대출증은 5일후나 나오지만 임시대출증을 발급해준다면서...찾던 책과 3권의 책을 더 골랐다. 그러던 중에 일본소설 서가에서 발견한책이 바로 '꽃밥'과 '지금 죽이러 갑니다'라는 일본소설이었다. 두 권 다 읽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마치 나를 기다리기라도 한것처럼 서가에 꽂혀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바로 '꽃밥'부터 펼쳐들었다.

'슈카와 미나토'  왠지 친근감이 가는 작가이다. 이 작가의 '꽃밥'을 읽으면서 어릴적 추억이 되살아났다. 아주 어릴적 추억이...

내가 어렸을때 옆 동네에는 넓은 운동장이 있었다. 운동장이라고 해봐야 당시에는 온통 흙먼지 가득한 돌로된 넓은 운동장이었다. 그 곳에서는 주위의 동네에 사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옹기종기 모여 축구며, 야구며, 족구며-당시에는 그게 무슨 운동인지도 몰랐다 - 각종 운동을 혼란스럽게 하는 장소였다. 이 운동자으로 부터 약 4-50m 떨어진 곳에 연못이 두개 있었는데, 이름이 참으로 특이했다. 큰 연못은 '엄마연못', 작은 연못은 '애기연못'. 우리는 그 곳에서 많이 놀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연못에 엃힌 이야기를 듣고는 그 근처에 가기를 꺼려했다. 당시에는 먹고 살기가 힘들어 아이를 낳아 버리는 경우가 왕왕있었다. 바로 이 연못이 그런 연못이었다. 아기연못에 아기를 던지고, 엄마는 큰연못에 몸을 던졌다는 그런 떠도는 소문... 하지만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지금도 의문스럽다. 지금 그 곳은 공원으로 조성되어 많은 사람들의 휴식공간으로 조성되었지만은 말이다.

슈카와 미나토의 '꽃밥'을 읽으면 무섭거나, 끔찍하다기 보다는 마음이 아린 느낌이 든다. 이 책에는 모두 여섯편의 단편이야기들이 들어있으며, 오사카의 뒷골목이 주 무대이다. 모두가 기이하면서도 스산한 분위기와 함께 '그래 그럴 수도 있을거야'라는 생각이 든다. 그 중에서 특히 좋았던 작품은 역시 '꽃밥'과 '얼음나비' 였다. '꽃밥'은 여동생의 환생에 관한 이야기고, '얼음나비'는 남동생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외에도 한국소년의 죽음과 도깨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도까비의 밤',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흐믈흐믈한 물체의 이야기를 다룬 '요정생물', 그리고 사람을 저 세상으로 보내는 할머니 라는 의미의 조금은 섬뜻한 '오쿠린바' 와 백수 삼촌의 죽음과 삼촌이 좋아한 세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조금은 슬프면서 웃음이 묻어나는 '참묘한 세상' 의 이야기가 맛깔나게 담겨있다.

책을 읽으면서 어릴적 추억이 되살아 난것은 또있었다. 바로 이야기 중가네 나온 '요괴인간'에 대한 언급이었는데, 초등학교시절 너무도 재미있게 보았던 일본 괴기 만화영화였는데, 이 만화를 보기위해 그 시간에는 온 동네 아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흑백 TV를 보았던 기억 - 당시에는 TV 있는 집이 그리 많지 않아 대부분 모여서 함께 보곤 했었다 - 이 또렷이 살아났다. 마지막에 '빨리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괴기스러운 대사는 어린 우리들을 공포에 몰아넣기에 충분했었다.

또한 작가는 TV 속 인물을 비유하는 것을 즐기는 듯 했다. 여섯편에 등장하는 인물의 묘사를 대부분 일본 TV에 나오는 연예인의 모습을 연관시켜 설명하곤 했다. 아마도 그 TV속 인물들이 내가 아는 사람들이었다면, 훨씬 재미있게 이 작품들을 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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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학기 밀리언셀러 클럽 63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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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임소리마마'에 이어 두번째 그녀의 작품을 접하게 되었다.  솔직히 '아임소리마마'를 읽고 받은 충격이 너무커서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은 애써 피하려고 했었다. 이런류의 소설을 읽고나면 왠지 오랫동안 찜찜함이 남아 있는 그런 느낌이 싫어서였고, 당시에는 일본소설을 그다지 많이 읽지를 못해 그들의 문화나 사고를 이해하기가 힘들어서 였는지도 모른다.

10여개월만에 그녀의 작품을 다시 접했다. 하지만 예전의 그런 느낌보다 이작가의 작품세계와, 치밀한 구성, 세밀한 묘사 등을 찾아볼 수 있었다. '아임소리마마'가 나에게 충격적소설이 무엇인지를 처음 제시했다면, '잔학기'는 충격적소설이 어떻게 이어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나에게 있어 '잔학기'는 '기리노 나스오'라는 작가를 이상하고 정이 안가는 작가에서, 대단하고 각별한 작가로 돌아서게 만든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다른 작품은 잘 모르겠지만, '아임소리마마'와 '잔학기'를 읽으면서 공통적으로 느낀점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과 내용의 치밀함, 그리고 소름끼칠정도의 세심한 인물묘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분명 비정상적이고 사회의 지탄을 받아야 마땅한 그들을 도저히 미워할 수 없고, 오히려 연민의 정을 느끼게 만드는 소위 '스톡홀름증후군'을 유발시킨다는 점이다. 왜일까? 그게 이 작가의 특징일까...

'잔학기'는 약 200여페이지의 그다지 길지 않은 소설이다. 하지만 내용만큼은 200여페이지를 무색케 한다. 왠만한책 몇 권 읽은 느낌이다. 누가 그랬던가 "짧을수록 강하다고"... [잔학] 사전적의미는 잔인하고 포학하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잔인하고 무엇이 포학하다는 말일까. 책을 읽으면서 나는 - 잠시 내용을 설명하자면 부모와 함께 사는 4학년 짜리 여자아이가 아빠가 일하는 옆 도시에서 유괴를 당한다. 유괴를 한 사람은 25살의 청년 겐지. 그는 어렷을때 보호시설에 불을 지르고 도망쳐나온뒤 공장에서 함께 일하는 40대의 남자 야타베에 의해 길러진다. 1년여 동안 감금을 당한 게이코는 공장 주인여자에 의해 발견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어서 그를 납치한 겐지를 담당한 검사의 집요함에 그녀는 과거를 놓을 수가 없게 된다. 그러면서 밝혀지는 진실 진실 진실들...- 진정으로 누가 잔인하고 누가 포학한가를 생각해 보았다.

이야기는 내내 납치한 겐지와 야타베 그리고 검사를 중심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중간 중간에 게이코의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어린 소녀 게이코에 있어서 그녀를 둘러싼 모든 사람은 잔인하고 포악하게 보였을지 모르는 일이다. 납치자는 납치자대로 잔학을, 방관자는 방관자대로의 잔학함을, 찾는자는 찾는자대로의 잔학함을, 또한 그녀를 보살펴야하는 부모는 부모나름대로 소녀 게이코에게 보이지 않는 잔학함을 보이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도저히 4학년 여아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그런 잔학함을 말이다.

사건이후 어린 게이코에게 있어 인생이란 무엇일까?  "사람은 새로운 사실을 위해 덧입혀 살아 갈 수밖에 없는 건지도 모른다. 나도 해 봐야지. 짧은 안도 속에서 나는 눈을 감았다. 나는 상상의 식물을 키우는 일을 그만두고, 천진한 '어린이'로 돌아가기로 했다. 동시에 나는 스스로의 복잡한 어린 시절이 이 밤을 경계로 참된 의미에서 끝을 고한 것을 느꼈다. 그렇다. 나는 노인도 아니거니와 아이도 아닌, 성적인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었다.(p.142)" 라고 한것처럼 그녀의 어릴적 아픈 기억은 그녀를 여자가 아닌 트라우마를 간직한 새로운 인간으로 변하게 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다면 어른이된 게이코의 심정은 어떠할까?  "아무리 생각해봤자 결론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오늘의 생각은 내일의 결론과 이어지지 않으며, 내일의 결론을 위해 오늘의 생각을 싸들고 갈 수도 없다. 매일 다른 바람이 불어 지상의 먼지를 어딘가로 옮겨 가는 것처럼, 공허한 사념이 내 몸 안에서 나선을 그리며 빙글빙글 돌고 있을 뿐이었다(p.20)" 라고. 작가는 이 한 대목에서 게이코의 심리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보다 어떠한 말이 필요할 것이가.

결국 유괴를 통해 그녀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일까?  "가족, 아버지, 신뢰, 우정, 평온한 생활. 아니 그게 아니다. 내가 잃어버린것은 현실이다....(p.129)" 바로 그녀가 잃어버린 것은 그녀의 모든 것인 그녀의 현실이다.

'기리노 나쓰오'의 '잔학기'는 살아가는 데 있어서의 한 순간의 경험은 때로는 좋은 밑거름과 미래를 위한 약이 될 수도 있는 반면, 반대로 평생을 짊어지고 가야할 아픔과 고통 그리고 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작품이다. '기리노 나쓰오' . 이 작가 정말 대단하다. 그리고 잔학하다. 그녀의 또 다른 작품을 집어들게 만들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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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온천
요시다 슈이치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요시다 슈이치. 그의 작품은 볼 때 마다 새롭고, 읽을 때 마다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대부분의 작가는 작가 고유의 색(色)이 있어 몇 작품만 읽으면 유사상에 이내 실증이 나거나, 지루해지는데 유독 요시다 슈이치만은 어느것이 그의 본연의 색(色)인지 책을 읽을때 마다 느끼게 된다. 이번에 나온 첫사랑 온천만 해도 그의 다른 작품과는 또 다른 맛이 전해져 온다.

제목처럼 예쁜 '첫사랑 온천'은 사랑에 관한 다섯가지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요시다 슈이치는 그만의 독특하고, 감성적이며, 깔금하게 풀어내고 있다. 어찌보면 다섯이야기가 아무 상관이 없는 듯 싶어 보이지만, 마지막 사랑이야기를 읽고나면 갑자기 머리속이 복잡해짐을 느끼게 된다. 마치 작가가 첫번째 이야기속에서 말한 '그림퍼즐'을 이리저리 끼워 맞추 듯이 말이다.

요시다 슈이치는 다섯가지 이야기를 마치 아무 관계도 없는 듯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지만, 실상 그 이야기 속에는 "사랑의 흐름" 이라는 주제가 숨어있다. 아무것도 모르고 오직 상대방과 하룻밤 자고 싶어하는 "10대의 풋내기 첫사랑(순정온천)", 사랑의 결실인 "결혼을 앞둔 20대의 행복한 사랑(흰눈온천)" 그러면서 결혼 후 "또 다른 사랑을 알게되는 밀월사랑(망설임 온천)" 과 일로 인해 결국은 "파경으로 치닫으며 떠나는 홀로여행(바람이 불어오는 온천)" 그리고 모든 사랑을 뒤로하고 떠나는 이별사랑(첫사랑 온천)" 이 바로 다섯가지의 사랑이다.

또한 작가는 이 다섯가지 사랑을 각기 다른 온천과 연결시켜 그 사랑의 느낌을 전해준다. 또한 작가는 다섯가지 사랑의 이야기를 계절과도 연결시키는 것 처럼 보인다. 때로는 여름온천(망설임온천), 때로는 눈이 펑펑 쏟아지는 한겨울 온천(흰눈온천), 그리고 늦가을 또는 초겨울(바람이 불어오는 온천) 등 계절적인 요소를 가미 시켜 사랑의 맛을 한층 돋운것 처럼 보인다.

또한 다섯가지 사랑속에는 여행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사랑의 감정을 엿볼 수도 있다. 첫사랑온천에서는 사랑의 아쉬움이, 흰눈온천에서는 사랑의 따뜻함이, 망설임 온천에서는 사랑의 허무함이 느껴지고, 바람이 불어오는 온천에서는 사랑의 공허함이 전해지며, 마지막으로 순정온천에서는 사랑의 설레임이 그대로 전해진다.

요시다 슈이치를 통해본 다섯가지 사랑이야기는 온천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듯 하다. 사실 온천이라는게 가만히 있어도 지열에 의해 그 온도가 유지되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지하의 온천수를 끌어다가 재가열 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어쩌면 끊임없이 나오는 뜨거운 온천과 같은 사랑을 원할지 모른다. 하지만 처음에 뜨거웠던 온천도 시간이 지나면서 미지근해지다가 차갑게 식어버리는 것 처럼 우리의 사랑도 그런것이 아닐까 모르겠다. 우리는 때때로 그 사랑이 식지 않도록 뜨겁게 데워줘야 하지 않을까...

문득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온천여행이 떠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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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23 0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백년고독 2007-05-23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둘이 꼭 같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