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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방 - 내가 혼자가 아닌 그 곳
언니네 사람들 지음 / 갤리온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이전 같으면 아마 별 5개 줬을 거다.
이제 안가긴 하지만 나도 언니네 회원이고, 페미니스트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이었고 거기선 열심히 활동을 한 적도 있다.
차라리 서울대 여학생들이 쓴 쥬이쌍스가 생각할 거리는 많았다.
너무 에피소드 위주이다. 여자라서 상처를 받는다..는 이야기는 한두번 들었냐...식상하다...당신들 상처뿐만아니라 내 상처까지 식상하다. 그저 껴안고 있기에는.
심리학의 한계가 현재의 모든 문제를 과거로 화원시켜버린다는 것 아니었나...? 문제를 인식하게 해주는 역할은 확실히 한다만, 그 다음엔 어쩔 건데? 언니네 방 이전의 문제 제기외 책들을 통해 이미 인식은 지나치리 만큼 예리하게 하고 있다. 인식 그 다음은 무어냔 말이다.
난 이제 치유의 이야기, 아니면 최소한 치유하려 노력하는 이야기들이 듣고 싶다.
난 노력해 봤다.
남자들을 내 인생서 다 끊어버려도 봤고, 충분히 강해져도 봤고, 경제력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의 기본이라고 하기에 그 만큼의 경제력도 갖췄다. 사회꼴이 유지되는 한, 어디 가서 어느 남자를 대면해도 '날 여자로 보지마...'라는 태도로 무덤덤하게 잘 일을 할 정도까지 되버렸다.
에미도 되버렸고, 아들하나 키우고 있다.
자매애를 믿어도 봤고, 그 환상도 깨졌다. 경험한 바, 자매는 없더라. 여성들이 이제 단체 장으로 올라서면서 리더 역할을 하는 것도 봤고, 역시나 젠더의 속성이 아니라 파워의 속성에 휘둘리는 개인 밖에 없더라.
개인이 있을 뿐이더라. 남녀가 있는 게 아니라.
못해본 건, sexuality를 자유롭게 탐구해 보는 건데, ㅎㅎ 이 부분은 포기다. 담배피는 여자들이 캠퍼스에서 뺨얻어맞던 시절에 대학을 다니며 커서 차마 내 사회화의 한계를 못 넘겠더라. 이 부분은 자유로운 20대에게 넘기고.....흠..앨리스 워커가 40이 넘어 레즈가 된 걸 보니, 뭐 가능성을 막지는 않겠다만, 잠정적으로는 이런데 쓸 에너지가 없다.
커뮤니케이션에 목 매던 감상 뒤범벅의 어린 시절이 있었다만, 이젠 외로움을 느낄 여유도 없고, 어느 정도 성취하고 아직 성취하고 싶은 게 더 많으니...그런 게 눈에 안뵌다. 내 커리어를 개척하는 데에 절대 내 여성성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나혼자 교만한 양심만 지킬 뿐이다. 그러면 뭐하나 놈들이 여자로 보는데.....염병할(?) '일 잘하는 여자'로. 두번 세번 들다 보고 싶거나 마구 편의를 봐주고 싶은 여자로 안보는데....ㅎㅎ
이쁜 여자/ 안이쁜 여자..의 딱 요 기준으로 판단하는 놈들을 보면, 일하러 나간 자리서...감히 니들보고 왜 그걸 판단하랬냐...일이나 하자....고 면박을 주고 싶고....ㅎㅎ 실제 너무 심한 놈들은 면박도 준다...'꼭...실전서 능력없는 놈들이 말로 푼다더라?' 정도로 싸가지 없게 면박을 주고도 무사할 만큼 전문성은 갖추고 산다.
뭐....예쁘게 보이고 싶은 남자가 하나도 없다는 게..한편으로 늙은 것 같아...서글플 때도 있다만, 늙어서 그런지 몰라도, 난 요샌 섹스보단 파워가 더 좋더라. 그래서 별로 고민도 안하고 그딴 데 쉼없이 에너지 소비하는 어린 여자애들 보면, '그시간에 공부하세요!'라고 일갈해 주고 싶은 심정이라..말이지.
살아보니 남자 별 거 없더라. 잘 보이고 싶지도 않지만, 붙어 싸우고 싶지도 않더라. 그 뿐이다.
어릴 적, 남자에 대해 피해의식 크면 컸다만, 이제보니 피해 의식 가질만큼 대단한 놈들이 아니더란 말이지.상처준 놈들 많다. 내가 상처를 준 이들도 꽤 있다. 평생 잊지못할만큼 쓰디쓴 상처를 준 놈들도 있다만, 못난 놈을 택한 내 탓이라 생각하고 난 앞을 보고 나갈란다.
뭐 대단한 남자들이라고 자꾸 그네들를 향해서 소리지르냔 말이지.
말보다 그냥 살아서 보여주면 된다...왠만한 남자 몇몇 보다 돈 더 잘벌고 더 정당하고 깨끗하게 실력으로 이겨주면 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