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플러62 Vol.3 : 여정 케플러62 3
티모 파르벨라.비외른 소르틀란 지음, 파시 핏캐넨 그림, 손화수 옮김 / 얼리틴스(자음과모음)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지의 행성을 탐험하고 개척할 수 있는 우주 탐사선에 초대를 받는다면 탑승할 것인가?

누가 초대를 했는지 모른다.

다시 돌아올 수 없다.

우주여행 중 어떤 위험이 있을 지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그곳에는 택배도 없고 배달 서비스도 24시간 편의점도 없다.

갈지 말지 결정할 시간은 1분이다.

망설여진다면 지구에서 24시간 편의점과 배달 서비스를 즐기며 『케플러62』를 읽으며 우주여행을 떠나보자.


『케플러62』는 핀란드의 어린이책 작가 티모 파르벨라와 노르웨이 작가 비외른 소르틀란이 글을 쓰고 앵그리버드로 유명한 로비오 엔터테인먼트에서 일한 파시 핏캐넨이 그림을 그렸다.


나는 우리 세계가 멸망해 가는 것이 아닌지를 오랫동안 고민했다. 인구는 너무 많고, 기후는 너무 나쁘고, 사람들은 전쟁을 너무 많이 하고, 세균들은 내성이 너무 강하다. 말하자면 분위기가 그리 좋지는 않다. (VOL.2 카운트다운 p.14)


핀란드 소년 아리와 요니, 노르웨이 소녀 마리에가 사는 지구는 현재의 지구보다 오염과 파괴가 더 심각해진 상태다. 인류가 지속한 전쟁과 자연 파괴로 환경이 오염되고 기후가 변해 땅이 더 이상 사람들을 먹여 살리지 않는다. 국민들은 풍족한 삶을 살 수 없고 정부는 생존을 이유로 국민을 통제한다. 지구에서는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어 보인다. 우주로의 대탐험이 인류의 새로운 기회이고 희망이라 한다.


- 그들이 데리러 올 거야. 우리는 갈지 말지를 결정해야 돼.

- 어디로? 어디로 떠나는 건데?

- 나도 몰라. 그냥 여기를 떠날 거야.

- 누가 초대를 보냈을까? 그리고 게임은 왜 탐험의 목적지와 똑같은 이름을 가졌을까?

- 우리가 틀렸으면 어떡하지? (VOL.1 초대 p.83~p.88)




13살 아리는 혼자 동생 요니를 돌보며 살아간다. 어느 날 요니가 게임 중의 게임,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도 최고 어려운 컴퓨터 게임 <케플러62>를 얻는다. 게임의 마지막 레벨을 통과한 사람은 초대를 받는다고 한다. 요니가 자연에서 발생하지 않는 특이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처방하면 안 되는 약을 구하는데 게임을 준 사람이 이를 돕는다. 아리와 요니 형제는 게임의 마자막 레벨을 통과하고 인생의 가장 큰 결정을 하기 위한 1분이 주어진다.


빌헬름 발비크 무기 주식회사의 가족인 14살 마리에는 돈과 모든 세속적인 것들이 있지만 자신의 삶에서 아무것도 가진 적이 없다. 마리에는 <케플러62>의 비밀을 풀기위해 게이머 세 명을 고용한다. 게이머들 중 한 명이 마지막 레벨을 통과하고, 그들이 마리에게 보낸 메시지를 전달 받는다. 마리에는 그들이 보낸 좌표가 가리키는 장소 51구역으로 향한다.

케플러62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훈련하던 중 51구역 지하 깊은 곳에서 외계인을 만난다. 외계인은 마리에에게 관심을 보이며 수수께끼를 속삭인다.


- 우리가 언젠가는 진실을 알게 될까?

- 진실이라.

진실. 지구의 진실이 우주에서도 진실로 받아들여질지는 알 수 없다. 그들이 향하는 목적지도 만찬가지다. 케플러-62e. 그곳의 진실은 무엇일까? (VOL.3 여정 p.69)


- 난 캡슐에 다시 들어가고 싶지 않아. 꼭 관 같단 말이야.

- 그럼 깨어 있으렴.

- 좋아. 그럴 거야. 우리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직접 보고 싶어.

- 긴 밤이 되겠구나. (VOL.3 여정 p.148)


12명의 탐사대원을 태운 우주선이 우주정거장을 향해 발사된다. 우주정거장에서 세 대의 탐사선에 나누어 타고 태양계를 벗어나 다른 행성계에 진입할 것이다. 아리는 우주정거장에서 하이퍼 수면에 사용되는 열세 번째 캡슐을 발견한다.


누군가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 마리에와 아리를 하이퍼 수면 상태에서 깨운다. 탐사선은 앞을 가로막은 소행군을 향해 직진하는 중이다. 충돌을 피해 소행성군을 빠져나온 아리와 마리에 앞에 웜홀이 나타난다.


이곳에 도착했을 때 그나메르족에게 태블릿을 준 사람은 올리비아였을까? (VOL.4 개척자 p.117)


파면 팔수록 더 커지는 것은 무엇인가?

관 속에 있는 것은 위험하다. 너희는 큰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VOL.4 개척자 p.126~p.127)


목적지 케플러-62e의 환경은 생각보다 훨씬 좋다. 8명의 탐사대원들은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마리에는 발자국을 발견한다. 요니에게 다시 바이러스 감염 증상이 나타나지만 핀란드에서 처방받았던 약이 없다. 마리에 앞에 발자국의 주인인 그나메르족이 나타나 초원족이 치료약을 가지고 있다고 적힌 태블릿을 보여준다. 마리에와 아리는 요니를 초원족에게 데려가지만 뒤따라온 그나메르족이 초원족의 정착지를 파괴한다. 마리에와 아리, 요니가 캠프로 돌아온 후 올리비아가 요니에게 백신을 투여한다.

어느 날 마리에의 머릿속에 사라진 줄 알았던 초원족의 수수께끼가 들린다. 초원족은 열세 번째 캡슐에 대해 경고한다.


올리비아는 탐사대원들이 모르는 그 무언가를 알고 있다. 마리에와 아리는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서로의 말을 믿어야 하는지 확신할 수 없다. 수수께끼와 비밀을 파면 팔수록 의문은 더 커진다.

케플러-62e에서는 앞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마리에와 아리는 진실에 닿을 수 있을 수 있을까?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철학으로 휴식하라 - 회복과 치유를 위한 33일간의 철학 세러피
안광복 지음 / 사계절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역주민을 위한 교양철학 강좌에서 안광복 ‘선생님’을 처음 뵈었다. (아주 조금) 부족한 머리숱에 온화한 인상이었지만 강의를 시작하자 매우 절박한 표정이 되었다. “정말 죄송하지만”이라고 안타까워하며 삶을 직시하는 질문을 풍자했다. 또 잠깐 망설이다가 “그냥 말씀드릴게요” 하면서 누구나 알 법한 비밀을 폭로했다. 일견 코메디같았지만 단순히 웃어넘길 수 없는 지점이 있었다. 강의 내용에 포함된 사연들은 막연한 삶의 모습들이 아닌 교사로서 교육 일선에서 직접 경험한 것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웃기는 이야기들의 이면에 삶의 문제를 감추고 있는 사연들이었다. 고등학교 철학교사 안광복 ‘선생님’은 아이들, 부모들과 스치는 사소한 순간에서도 의미를 잡아내고 그것을 철학으로 환원시키는 사람이었다. 

 

논리무능자임에도 철학에 대한 관심은 수그러들지 않아 『철학으로 휴식하라』를 읽게 되었다. 안광복 저자의 『처음 읽는 서양 철학사』가 읽을 만했기 때문이다. 철학 개념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사람에게 철학사란 언감생심이지만 저자의 책은 친절했다. 주요 인물들과 개념들을 중심으로 철학사를 정리한 책은 나에게 철학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이 들게 했다. 외국 저자의 서양철학사를 읽기 시작한 후로 안광복 저자의 가치가 또 새로워졌다.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철학을 말하는 국내 저자가 희소하다 싶었서였다.

 



『처음 읽는 서양 철학사』가 교과서적 철학을 알기 쉽게 다뤘다면 『철학으로 휴식하라』는 저자의 말처럼 “임상철학자로서 철학 상담을 위해” 만든 책이다. 상처난 삶, 버거운 일상을 사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철학 처방전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다쳤을 때부터 마음의 상처가 쌓이지 않도록 잘 치료하는 것이리라.

이와 더불어, 평소에 마음의 근육을 튼실하게 단련했다면 어지간한 마음의 병은 감기처럼 가볍게 지나가 버린다. 임상철학자로서, 철학교사로, 철학 상담자로서 내가 매달리는 작업은 이렇듯 영혼을 건강하게 가꿔 주는 일이다. p.5

 

책은 다섯 개의 장, 총 33챕터로 구성돼 있다. 1장은 상처받은 영혼이 위로를 바랄 때, 2장은 욕망과 집착으로 괴로울 때, 3장은 매너리즘에 빠져 허덕일 때, 4장은 세상에 맞설 용기가 필요할 때, 5장은 미래를 여는 혜안이 필요할 때 필요한 철학적 지혜를 담고 있다. 각 챕터는 하루를 의미한다. 마음의 치유를 위해 하루에 한 가지 지혜를 마음에 새기라는 뜻이다. 각 장은 철학자의 어록을 담고 있다. 많이 들어본 말들이지만 저자가 풀어내는 이야기 속에서 한 줄의 문장은 풍부한 삶의 면면이 된다.

 

"다 이기려 하지 마라“, ”왜 우리는 정의롭게 살아야 할까“, ”삶의 의미는 나보다 큰 것에서 나온다“ 등의 격언은 어찌 보면 고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듣기 좋은 말이고 맞는 말이지만 정작 삶 속에서 이런 말들을 숙고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한편으론 그만그만한 힐링서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안광복 저자의 차이점은 철학적 논리에 있다. 철학자의 금언을 철학자가 살았던 시대와 현재 삶 속의 사례에 접목해 풀어가는 과정이 논리 정연하다. 그야말로 철학적이다. 선생님의 말이라면 반항기부터 앞서는 사람도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책 속에서 만나 철학자 중 ‘길거리 철학자’ 에릭 호퍼가 인상에 남는다. 그는 “도전 정신을 잃지 않고자 가진 것을 놓아 버리려 애”쓴 사람이었다. 거짓말이 싫어서 성공적인 장사도 그만두고 누군가 바라는 모습으로 살고 싶지 않아서 평생의 연인과도 헤어진다. 과한 면이 없지 않아 보이지만 ‘버릴 줄 아는 용기’라는 면에서 생각해볼 만한 일화들이었다.

 

용기 있는 사람은 가진 것을 버릴 줄 안다. 인생은 치열하게 타오를 때 아름답고 살 만한 법이다. p.82

 

이런 철학이 필요하다. 아파도 아프다고 못하거나 상처 입은 줄도 모른 채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제대로 된 처방전이 필요하다. 고통을 알아봐주고 증상을 완화하고 원인을 치유할 수 있는 도움말이다. 아픔을 아픔으로 인정해주고 알맞은 치료법을 찾아주는 일은 신체적인 병 뿐 아니라 마음의 경우에도 필수적이다. 보통의 삶과 동떨어진 학문적 철학보다는 내 삶의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 철학이 필요하다. 『철학으로 휴식하라』는 ‘삶의 방식으로의 철학’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느릿느릿 도서관 개암 그림책 12
우지현 지음 / 개암나무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말 느린 민달팽이 느린이 이야기.

햇살 좋은 어느 날 숨바꼭질을 하던 달팽이 무리가 있었습니다. 너무나 꼭꼭 숨은 느린이는 "누가 나를 찾아 줄까?" 가슴을 졸이며 기다립니다. 시간은 흘러 가을을 지나 겨울이 옵니다. 느린이는 이제 낙엽이 되어 버린 수풀 속에 혼자 떨어졌습니다. 친구들은 모두 따뜻한 곳을 찾아갔다는데 느린이는 여전이 같은 숲에 머뭅니다. 친구가 많은 눈송이들을 부러워하면서 말이죠.


아이들은 친구를 좋아합니다. 친구와 놀때는 배도 고프지 않고 피곤한 줄도 모릅니다. 그런 친구를 처음 만날 때는 또 어찌나 쑥스러운지요. 간혹 친구 만들기에 스스럼이 없는 아이도 있지만 어떤 아이는 느린이처럼 친구가 있는 다른 친구를 부러워하기만 합니다.


지렁이 할머니는 민달팽이 느린이를 추운 겨울에서 구해준 은인입니다. 땅 속 집에 들여주고 음식도 나눠줍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을 또한가지 하고 있는데요. 바로 책쓰기입니다. 농사 짓는 방법에 대한 글을 매일 쓰면서 느린이에게도 읽기와 쓰기를 가르쳐줍니다. 지렁이 할머니는 좋은 스승입니다. 곤경에 처한 아이를 무조건 받아주고 아이의 어려움을 먼저 알고 챙겨줍니다. 아이들은 이런 보호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게 마련입니다.


봄이 되자 지렁이 할머니는 느린이를 땅 위 세상으로 내보냅니다. 느린이의 손에는 지렁이 할머니가 쓴 책이 들려 있습니다. 농사짓는 비법을 궁금해 하는 나비에게 책을 빌려주자 금새 숲속의 곤충들이 느린이를 찾아옵니다. 책을 빌리고싶은 곤충들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느린이가 가진 책은 단 한 권 뿐. 곤충들은 실망해서 돌아갑니다. 나눌 것이 없는 느린이는 친구를 만들 수 없는 걸까요?


느린이가 빌려준 책 덕분에 꿀 농사를 잘 지은 나비들이 다시 찾아옵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책을 선물로 들고 말이죠. 이제 느린이에겐 숲 속 곤충 친구들과 나눌 수 있는 '무엇'이 생겼습니다. 느린이는 책을 정리해두고 곤충들을 기다립니다. 나비가 선물해준 책으로 친구를 만들 수 있었을까요? 주고받을 것이 없다면 사람들 사이에는 관계가 만들어지기 힘든 걸까요?


노란 스카프를 머리에 둘러맨 민달팽이는 어려움을 숲 속 식구들은 그냥 보고만 있지 않습니다. 지렁이 할머니는 자신의 주거를 나눠줬고 나비는 몇 배의 보답으로 느린이를 돕습니다. 또 나무 할아버지는 나무 밑동을 새로운 삶터로 제공하고요, 심지어 지나가던 토끼조차 추운 겨울 혼자있는 느린이를 모른 척하지 않습니다. 덕분에 느린이는 숲 속 모두에게 멋진 밤을 선사할 수 있는 민달팽이로 성장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합니다. 물론 느린이의 이야기는 외롭고 힘든 다른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책이 될겁니다.


『느릿느릿 도서관』 은 아이들 그림처럼 정감있는 그림체의 작은 그림책입니다. 그렇지만 그 안에는 주변에 어려움에 처한 대상이 있다면 누구하나 소홀함이 없는 따뜻한 마음이 있는 숲이 들어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곁과 주변의 존재가 희미해진 지금, 느린이가 나무 구멍 다락방에서 별빛을 받으며 자기 책의 첫 줄을 쓰기 시작한 그 곳이 부럽기만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왜 자꾸 나만 따라와 - 십대와 반려동물 서로의 다정과 온기를 나누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8
최영희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왜 자꾸 나만 따라와』는 최영희, 이희영, 이송현, 최양선, 김학찬, 김선희, 한정영 작가가 참여한, 반려동물에 관한 일곱 편의 이야기를 모은 소설집이다.

책에는 개, 고양이, 거북이, 새뿐만 아니라 다양한 반려동물이 등장한다. 당신이라면 이들 중 어떤 동물을 반려로 하고 싶을까?

최영희 작가의 ‘누덕누덕 유니콘’에 나오는 개와 고양이의 장점에 신화 속 아름다움을 그대로 재현해 낸 유니콘이 멋있지 않나?

이희영 작가가 쓴 ‘피라온’의 인간의 아이처럼 투정을 부리지도, 떼를 쓰거나 말썽을 일으키지도 않는 유아 복제인간은 어떤가?

한정영 작가의 ‘돌아온 우리의 친구’에 등장하는 여러 동물의 유전자를 배합하여 털에서 윤기가 흐르고 고양이 같이 도도하면서 강아지 같은 애교도 부리고 털도 안 빠지고 말귀도 잘 알아듣고 잘 따르는 캐양이라면 털 알레르기가 있어도 괜찮을까?


인류가 야생동물을 길들이고 개량하여 생활에 유용한 동물로 만든 것이 가축, 애완동물, 반려동물이라고 불리는 동물들이다. 유니콘, 피라온, 캐양이는 상상의 존재이지만 유전자 개량과 중성화 수술, 짖음 방지 성대 수술, 훈련이라는 명분으로 본성을 억압당하며 인간에게 맞추어 동물의 신체와 본성을 강제하는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아무리 멋진 반려동물이라도 나의 필요에 의해 다른 생명의 존엄이 훼손된다면 마음 불편한 일이다.

반려동물은 사람과 더불어 사는 동물로, 동물이 인간에게 주는 여러 혜택을 존중하며 사람의 장난감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 보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일방적인 관계가 아닌 대등하게 더불어 살아가는 관계로서 동물과 인간의 관계는 어떠해야하는지 궁금하다.




이송현 작가의 ‘스위치, ON’은 더불어 살아가는 관계에 대해 의미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버지는 말한다. 세상 어디든 똑같고 세상 어디든 불평등은 존재한다고. 그래서 감내하라는 것인가? 오케이! 감내하라면 해야지. 그런데 나는 늘 아프다. 늘 상처받고 늘 움츠러든다. 그래서 캐나다로 이민 온 후, 아이스하키를 시작했다. 기죽지 않고 이 땅의 인간들이 가장 열광하는 스포츠의 중심에 서서 웃어 보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모든 것이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p.89)


한국에서 캐나다로 이민 온 다온은 차별로 상처받는다. 아이스하키 경기에서 심판은 불리한 판정을 내리고 다온은 부상을 당한다. 다온은 바닷가에서 낙오되어 모래 구덩이 밖으로 나오려고 발버둥치는 거북이를 만난다.


작은 거북이가 내 상처를 보았다고, 이 작은 친구는 내 아픔을 외면하지 않았다고, 내 팔꿈치 쪽으로 왔기 때문에 나 역시 너의 상처를 모른 척하지 않겠다고. (p.95)


녀석의 등딱지를 톡톡 두드려 주었다. 응원의 손길이었다. 내게 응원의 손길이 필요 없다고 해서 나의 거북이에게까지 그 손길을 거둘 만큼 인정머리 없는 놈이 아니다, 난. (p.99)

거북이는 앞발이 기형이었다. 다온은 낙오된 거북에게 자신의 상처를 투영하며 공감하고 위로받는다. 포식자들의 먹잇감이 되기 전에 거북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 꼬부기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진정한 동물 애호가라면, 자연생태계의 질서를 위해서라도 먹이사슬 구조에 위배되는 행위는 안 하겠지? (p.94)


며칠 전 동물 병원 수의사는 꼬부기의 상태를 살피더니 머지않아 바다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꼬부기의 기형인 앞발을 언급했지만 수의사는 내 걱정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간단히 무시했다. 인간도 동물도 그 어떤 생명체도 완벽한 신체를 갖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누구나 작은 핸디캡은 지니고 삶을 살아 낸다는 것! (p.112)


거북을 바다로 돌려보낼 준비를 하며 다온은 이민자의 아들이자 동양인으로 받는 차별을 핸디캡으로 받아들이고 상처를 이겨내는 방법을 배워간다.


출발대 아래 펼쳐진 가파른 빙판길을 바라보았다. 거친 파도가 우리에게 밀려오는 상상을 한다. 차가운 물살이 우리 몸을 휘어 감는 장면을 떠올린다. 그래도 우리는 괜찮다. 수많은 밤을 함께 연습했으니까. 빙판 위를 달리면서 온몸이 멍투성이가 됐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바다를 걷고 뛰면서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으니까. 밤을 달려서 이 세계의 끝을 향해 나아가는 방법을 조금씩 터득하고 있으니까. (p.117)


다온은 크래시드 아이스 경기에 출전한다. 꼬부기를 그려 넣은 헬멧을 쓰고 포기하지 않고 달린다.


인간과 동물이 대등하게 더불어 살아가는 관계란 서로의 생존방식과 삶의 터전을 존중하고 위로와 응원을 나누는 것이 아닐까? 인간과 동물이 더불어 살아가는 대등한 반려관계를 꿈꾸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변신 인 서울 사계절 1318 문고 122
한정영 지음 / 사계절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카프카가 빠진 변신으로 시작해 로맨스 없는 블랙홀로 끝나는, 시험 날 벌어진 한바탕 소동


어느 날 그레고르 잠자는, 불안한 잠에서 깨어났을 때, 한 마리의 벌레가 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카프카 「변신」)


어느 날 아침, 불안한 잠에서 깨어났을 때, 반희는 자신이 손바닥만 한 토끼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한정영 「변신 인 서울」 p.8)

한정영 장편소설 「변신 인 서울」은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소설 「변신」을 패러디했다고 한다. 카프카의 「변신」에서 외판원에서 벌레가 된 주인공은 한정영의 「변신 인 서울」에서는 고등학생에서 토끼가 된다.


주인공 반희는 토끼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어 참고서를 찢고 침대에서 팡팡 뛰고 난장판을 만든다. 영어단어, 수학공식, 문학지문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도 상관없다. 왜냐면 꿈이니까. 반희는 날아오를 것 같이 신난다. 10분만 5분만 더, 꿈에서 깨고 싶지 않다.

그런데 휴대전화 진동이 좋은 기분을 방해한다. 신차미와 조민규가 보낸 메시지는 내용을 알 수가 없다. 한 달 정도의 기억이 통째로 떠오르지 않는다.

순간, 반희는 시험 기간이라는 것을 깨닫고 비로소 잠에서 깨어나야겠다고 생각지만 꿈이 끝나지 않는다. 반희는 이번 시험에서 1등을 회복하지 못 하면 아빠에게 폭행을 당해야 한다는 생각에 몸이 오싹해진다.

방문이 열리자 반희는 꿈에서 깰 거라 생각하지만 토끼인 상태로 가족과 대면한다. 아빠는 반희가 가출했다며 찾아내어 혼내려고 벼른다. 엄마는 반희가 공부를 못 하게 될 것을 걱정한다. 누나 반지는 반희가 죽인 토끼가 돌아왔다며 반희를 반긴다.

신차미와 조민규가 보낸 메시지와 조금씩 떠오르는 기억을 맞추어갈수록 반희는 자신의 모습과 자신이 한 행동을 마주하게 된다. 아빠와 엄마, 선생님과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행동이 알려질까 두려워했다는 것도 깨닫는다.

반희는 토끼 꿈에서 깨어날 수 있을까?


네가 1등을 하는 게 너만의 문제인 줄 알아? 아빠의 명예고 엄마의 체면이고 우리 가족의 자존심 같은 거야! (p.122)

그 물건은 이제 쓸모가 없어. (p.126)

털도 다 빠진 토끼를 어떻게······. 창피하잖아. 난 하얀 토끼를 원했다고! 넌 쓸모가 없었어. (p.140)

반희는 키우던 토끼가 쓸모가 없다는 이유로 방치하여 죽인다. 아빠와 엄마에게 반희는 1등을 해야 쓸모 있는 존재다. 그래서 토끼가 된 반희는 물건으로 여겨진다.

한정영 장편소설 「변신 인 서울」은 ‘생명은 필요에 의해 존재하는가? 생명은 존재 자체로 의미가 있는가?’란 물음을 던지지 않는다. 인간에게 쓸모를 잃은 생명이 버려지는 과정을 당연한 듯 보여준다.


누군가가 나를 시험하고 있는 거야. 틀림없이. 용기를 내서 미안하다고 말하면 이 꿈에서 깨어날 거야. 맞아. 용서를 받으면, 이 벌도 끝날 거야. (p.165)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에서 인간이 벌레로 변신하는 상황은 인간 존재에 대한 물음을 이끌어내는 설정이다. 반면 한정영 장편소설 「변신 인 서울」에서 토끼로 변신하는 설정은 벌로써의 성격이 강하다. 주인공 반희가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부정적 인물이고 이야기는 반희가 한 행동을 밝히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반희가 꿈에서 깨려는 목적으로 용서를 받으려하기 때문에 반희의 사과도 정당함을 잃고 수단이 되어버린다. 카프카의 「변신」에서 카프카는 빠지고 변신만 남은 느낌이다.

읽다보니 어느 순간 ‘사랑은 블랙홀’이라는 오래된 로맨스 코미디 영화가 생각났다. 로맨스는 빠지고 블랙홀만 남은 채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