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37
알랭 로브그리예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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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작품을 완벽하게 작가의 의도대로 해석해서 받아들이는 일이 가능할까? 꼭 문학이 아니더라도 한 권의 책을 읽고 독자가 저자의 의도를 100% 이해하거나 해석해서 받아들이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그런데도 책 읽기를 좋아하는 이들은 기꺼이 그 글자의 세계로 빠져들어 난독의 어려움을 뚫고서라도 글쓴이의 의도를 파악하고자, 그가 지은 미로를 기꺼이 헤맨다. 저자와 독자 사이에 놓인 글자가 만든 미로에는 탈출구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니 바로 거기서 독서의 즐거움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입구도 출구도 모호한 글자 사이사이에 놓인 심연 속을 헤매는 것.

알랭 로브그리예의 <진>은 가히 최고의 난이도로 독자가 텍스트 사이를 헤매도록 만든다. 텍스트가 빚어낸 이 미로는 그다지 길지 않아서 어찌어찌 헤매다 가까스로 출구를 나올 수는 있다. 그런데 가까스로 출구를 나온 것 같은데 생각해 보니 그곳은 다시 입구이다. 한 번 더 그 입구를 열어보니 어라? 아까와는 또 다른 문이다. 내가 걸어왔던 길이 분명 출구로 향하는 지름길인 것 같은데, 또 다른 입구로 들어가니, 전혀 다른 미로가 펼쳐진다. 토끼굴로 들어간 앨리스가 된 듯도 하고, 미궁 라비린토스에 갇혀버린 미노타우로스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어떤 이는 로브그리예가 만든 이 미로에 갇혀 저자와 독자 사이에 놓인 그 심연의 미궁 속에서 지적 유희를 즐기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를 것이다. 그리고 또 어떤 이는 출구를 나와서도 다른 입구를 찾아보려고 기꺼이 뒤를 돌아보게 될 것이다.

<진>은 모두 8장으로 이루어진다. 애초에 이 작품은 로브그리예가 미국의 한 대학교 프랑스어 교수의 요청을 받아, 미국 대학생들을 위해 프랑스어 문법 교육용 텍스트로 쓴 <면접>에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덧붙여 새로이 펴낸 소설이다. 장을 거듭할수록 프랑스어 문법의 난이도가 점점 높아지는 형식이라고 한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야기가 반복되는 부분이 종종 있어서 아, 이거 문법 교재로도 꽤 잘 쓰였겠구나 싶어진다. 우리말로 번역된 작품을 읽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화자와 시점이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에 그런 느낌은 더 강해진다. 예컨대 1장에서는 1인칭 화자가 현재시제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6~7장은 3인칭 과거 시점이었다가 1인칭 현재 시점으로 바뀌기도 하고 8장에서는 아예 화자의 성별이 달라져 1인칭 시점으로 말 한다. 원문인 프랑스어로는 더 다양한 시제가 쓰였으리라 짐작된다. 여덟 장에 걸쳐서 프랑스어의 문법 난이도가 규칙적으로 증가하고, 이야기도 문법 활용과 맞물려 전개되는 형태이다.  

아,아니- 골 아프다 시점이 달라지고 시제가 달라지는 문법 교재라니! 골 아파!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 이 작품은 굉장히 재미있다. 이야기 자체가 미스터리이다. 작품의 줄거리를 요약한다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한데, 그래도 큰 줄기만 말해보자면, 각각 다른 이름으로 된 여권과 100쪽 남짓한 타자 원고를 남기고 한 남자, ‘시몽 르쾨르’라는 청년이 파리의 자택에서 사라진다. 그 원고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는 구인광고를 보고 어느 허름한 창고를 찾아가 보스턴 억양의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한 여성을 만난다. 그녀가 바로 ‘진’이다. 여자는 시몽에게 자신의 조직을 위해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고 지시하지만 정작 그 목적이 무엇인지는 뚜렷하게 밝히지 않는다. 진의 지시를 따라 임무를 수행하고자 시몽은 파리 북부역으로 향하는데 가는 길에 계속 기묘한 일이 벌어진다. 난데없이 나타난 소년을 따라갔더니 한 소녀를 만나게 되고 사고로 죽은 줄 알았던 소년이 다시 살아나기도 하고 등등 정상적인 스토리 구조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장마다 내용을 달리하면서 펼쳐진다.

진의 지령에 따라 ‘마리’와 ‘장’이라는 이름의 이 두 아이들은 시몽을 이끌고 그를 이리저리 헤매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데 대체 이 아이들은 누구이며, 진은 또 누구이며, 진이 속한 그 수상한 조직, 그리고 시몽이 맡은 임무는 과연 무엇일까 계속 책장을 넘기게 된다. 그러다가 마지막 8장과 에필로그에 이르면 아아아니! 하고 뒤통수를 맞은 듯한 기분에 얼이 빠져서 다시 프롤로그부터 돌아가게 된다(이렇게 해서 프랑스어문법 공부를 학생들이 절로 익히게 하려던 것일까?!)

이 작품을 읽다 보면 로브그리예가 애초부터 독자를 텍스트라는 미로 속에 던져 놓으려고 작정한 것 같다는 인상이 든다. 그러고 나서 자신은 높은 망루에서 그 미로를 헤매는 독자들을 내려다보면서 껄껄껄 짓궂게 웃으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이 책 앞날개에 있는 바로 그런 표정으로 말이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진’이라는 여성 캐릭터를 신비롭게(양성적으로) 만든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이 책 표지를 장식한 인물처럼 진이라는 인물은 여성인지 남성인지 또는 마네킹인지 로봇인지 모를 모호한 캐릭터이다. 트렌치코트와 중절모, 선글라스를 착용한 인물, 그는 진일까 시몽일까? 시몽이 보기에는 진이기도 하지만, 다른 누군가가 보기에는 진이기도 하다. 또 누군가는 진이 ‘진짜 여자가 아니며, 모건 박사라는 사람이 만든, 아주 완성도 높은 전자장치에 불과하다’(118쪽)고도 한다.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그는 여성이 되기도 하고 남성이 되기도 하고 심지어는 전자장치가 되기도 한다. 실체를 알 수 없는 존재.




저렇게 웃기 있긔없긔!?



이 이야기 속의 텍스트들이 빚어내는 미로 또한 실체를 알 수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잇달아 발생하는 수수께끼 같은 상황들. 수수께끼에서 수수께끼로 진행하면서 해결책은 마지막에 가서야 발견하지만 그것이 정말 해답인지, 진실인지 독자는 여전히 아리송하다. 이런 현실 모두가 시몽에게는 부조리하게만 보인다. 그는 ‘모사된 현실 어딘가에 정확한 의미가 존재하리라’(76쪽) 막연하게 생각하지만 그 어디에도 정확한 의미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시몽은 ‘지나치는 장소들이나 마주치는 사람들과 관련한 가공의 이야기들을 되는대로 꾸며대느라 부단히’(108쪽) 애를 쓴다. ‘그러다가도 문득 자기도 확실하게는 잘 모르는 이상하고 복잡한 길을 택하도록 유도’(108쪽)하기도 한다. 이때의 시몽은 저 알랭 로브그리예로도 읽힌다. 누보로망의 새로운 소설쓰기를 시도했던 로브그리예, 그 자신의 생각이 시몽에게 투영된 것은 아닐까.

일찍이 로브그리예는 소설은 시대와 마찬가지로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자를 즐겁게 해준다거나 미적 쾌감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시도를 단념하고 소설성이란 허구를 포기해야 한다”고. 소설성이란 무엇인가? 기승전결 스토리가 있고 인물들은 그 스토리에 따라 기민하게 움직이고 변화한다. 그러나 누보로망은 기존의 소설에서 작가 자신이 창조한 세계의 바로 그 전지전능함에 대한 반기이기도 했다. 로브그리예가 보기에 그런 작품 속 작가들은 일관된 스토리 연결을 위해 인물의 심리를 조작하기도 했고 윤리나 사상으로 장식을 일삼기도 했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현실이 과연 그러한가? 소설과 달리 현실은 그런 논리로만 세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기승전결이기보다는 기승승승승전이거나 기승전전전이기도 하고 아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도 한다. 어떤 일이 발생하고 끝나고 나서도 인간은 아무런 의미도 발견하지 못한 채 또 다음 날을 살아가기도 한다. 현실이 언제나 드라마가 되지는 않는다. 어디에도 완벽한 현실은 존재하지 않고 인간의 불완전한 기억과 상상으로 재현될 뿐이다. 그러므로 불완전한 현실의 모사인 텍스트 또한 그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쓰는 나’와 ‘읽는 나’는 또 누구인가? 완벽하게 자기를-진실을 아는 인간이 존재하는가? 의미 부여 이전에 그저 인간도 사물도 존재할 뿐이다. 행동이나 사물이 무엇이기 이전에 존재 자체로 이미 ‘그곳’에 있기. 인간(작가)의 시선 중심의 의미 부여에 대한 반기. <진>은 그런 로브그리예의 짓궂음과 삐딱함이 절정을 이룬 작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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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2023-12-11 1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자냥 오별!
리뷰는 나중에 읽으려고요~~

잠자냥 2023-12-11 11:54   좋아요 0 | URL
<진>은 짧지만 일단 두 번 읽었습니다!
몇 년 뒤에 한 번 더 읽기로-

다락방 2023-12-11 1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소설 되게 어려울 것 같은데요? 이 미로를 헤매는 즐거움은 잠자냥 님이기에 느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쩐지 저는 그 즐거움 못느끼고 어려워!! 할 것 같아요. ㅎㅎ

잠자냥 2023-12-11 12:13   좋아요 0 | URL
<질투>보다는 낫다니까....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다락방은 아 왜, 뭐야 던져버릴지도 ㅋㅋㅋ

독서괭 2023-12-11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로에서 헤매는데 재밌다고요??? 아주 궁금하게 만드는 리뷰입니다. 작가 할부지 개구진 미소가 호감 가네요 ㅎㅎ 프랑스어 문법이라니.. 그걸 번역했는데도 재밌다니? 신기합니다.

잠자냥 2023-12-11 14:04   좋아요 1 | URL
김녕미로공원 가보신 적 있어요? 거기 가면 사람들이 엄청 즐거워 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괭 님도 미로에 빠져보아요~ ㅋㅋ

독서괭 2023-12-11 14:25   좋아요 1 | URL
제주도에 있는 거죠? 거긴지 아닌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미로 가서 헤매보긴 했어요. 재밌더군요 ㅋㅋㅋ

건수하 2023-12-11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쏭달쏭한게... 궁금하네요. 읽어도 재밌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잠자냥님의 글은 재밌습니다 :)

잠자냥 2023-12-11 17:39   좋아요 0 | URL
호불호가 있을 듯합니다!

Falstaff 2023-12-11 16: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로브그리예처럼 웃기..... 없습니다.
아무리 자냥 님의 찬란한 수사라 해도 기본이 로브그리예인 것을, 그걸 어쩌겠습니까. 하여간 저도 로브그리예라는 사람 하나로 지금 관심 촉발입니다. 한 가지 의심은 비밀댓글로. ㅋㅋㅋㅋ

잠자냥 2023-12-11 17:40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맞습니다. 로브그리예가 쓴 걸 감안해야 합니다. 폴스타프 님은 재미있게 읽으실 듯.

2023-12-11 17: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하수 2023-12-11 17:07   좋아요 1 | URL
저 조금 전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읽었는데 거기에 구보 씨가 다방에서 팔스타프의 아리아 듣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그때 팔스타프님 생각났는데 말입니다. ㅎㅎㅎㅎㅎ

전 프랑스 소설이 어렵던데요. 읽으면서 매번 역시 내 취향 아니야 이러는데
또 읽고 또 읽고 그러거든요. 이웃님들께 낚여서요^^
잠자냥 님 리뷰 읽고나면 다시 또 읽고 싶잖아요???
아... 다들 왜 이리 멋지신지...!

좀 전에 보였는데 비댓으로...

Falstaff 2023-12-11 17:16   좋아요 1 | URL
아오, 공개 시간이 약 10초 정도였는데 그 사이에 보셨다는 말씀이지요? ㅎㅎㅎㅎ

2023-12-11 17: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하수 2023-12-11 17: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읽어내는 것만으로도 큰 즐거움이 따를 듯 합니다만!!

전 자신이 없네요.
이번엔 안 낚일 수 있겠어요~~
리뷰만 즐겁게 읽었습니다~~~

잠자냥 2023-12-11 17:42   좋아요 1 | URL
으음. 이건 제가 낚지 않겠습니다. 이웃 끊고 싶어지실지도. ㅋㅋㅋㅋㅋ

새파랑 2023-12-11 2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잠자냥님한테 또 낚여야 하나요. 어려운데 재밌다라니... 작가님 외모를 보고 가수 나훈아가 생각났습니다...

잠자냥 2023-12-12 10:28   좋아요 1 | URL
ㅋㅋㅋ 낚이지 마세요. 이 책은 함부로 낚이면 저랑 이웃 끊을지도...ㅋㅋㅋㅋㅋㅋ
나훈아 아, 그러고 보니 약간? ㅋㅋㅋㅋ

자목련 2023-12-14 16: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 님의 리뷰가 소설을 멋지게 해설해주는 것 같습니다. 저는 도무지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

잠자냥 2023-12-14 16:50   좋아요 0 | URL
나중에 또 읽으면 또 다른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어요.

은오 2023-12-17 0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잠자냥님이라는 미로를 헤매고 있어서 이미 힘드므로...... 패스!!!!!

잠자냥 2023-12-17 08:03   좋아요 1 | URL
그 미로는 사방 개방형이라 어디로든
나갈 수 있습니다.

은오 2023-12-17 08:16   좋아요 0 | URL
발이 묶였습니다.

잠자냥 2023-12-17 08:19   좋아요 0 | URL
자 여기 도끼가…

은오 2023-12-17 08:21   좋아요 0 | URL
결혼으로만 풀리는 밧줄이래요ㅋ
 
달과 6펜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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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라는 제목과 고갱의 삶에서 착안했다는 이 작품은 바로 그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고갱은 잘 알다시피 말년을 타히티에서 보냈다. 그곳에서 원주민 소녀들을 아내로 두면서 그림을 그렸다. ‘예술혼을 불태웠다’라고 썼다가 지우고 ‘그림을 그렸다’로 수정했다. 왠지 예술혼을 불태웠다고 말하고 싶지 않은 그 씁쓸한 기분. 달과 6펜스라는 기막힌 제목도 달리 생각해 보면 식상하다. 6펜스로 상징할 수 있는 세속적인 삶을 버리고 달이 상징하는 예술의 세계로 홀연 떠난 사람, 그런 서구 백인 남성의 이야기. 서머싯 몸의 작품에는 종종 이런 남자가 등장한다. <면도날>의 ‘래리’도 구도자와 같은 삶을 살고자 모든 것을 버리고 인도의 갠지스강으로 떠난다. 백인 남성들에게 인도나 타히티, 그리고 그곳에 사는 여성들이 어떤 식으로 이상화되어 소비되는지 절로 혀를 끌끌 차게 되는 지점이다.

그럼에도, <달과 6펜스>의 그 화가 ‘스트릭랜드’의 삶을 생각해본다. 나는 이 작품을 읽다가 어떤 지점에서 울컥했다. 솔직히 약간 눈물이 났는데 다름 아닌 스트릭랜드가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하는 장면에서였다. 그는 나이 마흔에 안정적인 삶을 다 내팽개치고 단지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파리로 떠나버린다. 그의 가족은 물론 주변 사람들 모두가 그 이유를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다들 하나같이 말한다. “분명히” “여자”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여자와 바람이 난 게 아니면 모든 걸 내팽개치고 그렇게 달아날 리가 없다고. 때로 인간의 상상력이란 이렇게나 진부하다. 아니 대다수 인간이 그런 삶을 살기에 타인도 그럴 것이라고 지레짐작하는 것이다. 상상은 자기의 경험 안에서나 가능하니까. 아무리 그가 “여자”때문이 아니라고 해도 주변은 도무지 그것이 진실이라고 받아들이지 못한다. 아닐걸, 어딘가 여자를 숨겨둔 게 분명할걸….

그런데 이 작품에서도 언급되듯이 여자나 남자처럼 어떤 대상, 그러니까 사람에 꽂혀서 집을 나간 이들은 돌아오게 마련이다. 돌아오지 않더라도 결국 그 관계는 끝이 나기 마련이다. 스트릭랜드의 아내도 그 사실을 알기 때문에 처음에는 돌아오기를 기다리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가 여자 때문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그 모든 걸 내팽개쳤다고 하니까 진심으로 그를 미워하겠다면서 남편을 단념한다. 이 장면에서는 차라리 이 여자가 생각보다는 고수구나, 이 남자와 살았던 여자가 맞긴 맞구나 싶어졌다. 증권 브로커라는 직업에 예술에는 도통 문외한인, 따분하기 짝이 없는 평범한 남자였던 자신의 남편이 여자가 아니라 그림 때문에 집을 나간 것이라면 자기에게 승산이 없다는 걸 알아차릴 정도의 예민함은 그녀에게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떠난 그 남자를 향해 세상 모두가 비난을 퍼붓는다. 그것은 소설가인 화자 ‘나’도 마찬가지이다. 스트릭랜드 아내의 부탁으로 그를 설득하고자 파리까지 쫓아갔기에 자기 역할에 충실하고자 그러리라 생각은 하지만, 그럼에도 ‘문학’을 한다는 그의 생각이 조금은 답답하기도 하다. 아내를 생각해요, 아이들은요? 가족을 생각해야죠? 너무 몰인정한 것 아닙니까?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 같아요? 다들 비열하다고 손가락질할 겁니다! 기타 등등. 그런데 스트릭랜드는 초연하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사람들이 미워하고 멸시해도 상관없다고. 그런 스트릭랜드에게 ‘나’는 다시 말한다. 남들을 의식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다고. 누구에게나 ‘양심’은 있는 법이라고. 언젠가는 양심에 걸릴 것이라고.

그런데 나는 화자(서머싯 몸의 분신과도 같은)의 이 말이 어처구니없었다. 그에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고자 마음에도 없는데 그런 말을 했을까? 내 생각엔 이 화자 자체가 그런 인물이다. 그런 한계를 지닌 인물. 좀 심하게 말하자면 남의 그림을 비평하는 데는 뛰어난 안목으로 정확하고 날카로운 판단을 하지만 정작 자기 그림에 대해서는 그처럼 ‘진부하고 통속적인 면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그대로 만족해 버리고 마는’ 스트로브와 비슷한 인물이랄까. ‘화자’와 ‘스트로브’ 그 두 사람은 저마다 작가라는 이름과 화가라는 이름으로 예술가랍시고 살아가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자기들보다는 한 수 아니 어쩌면 몇 수나 위인 스트릭랜드 같은 화가의 정신세계에는 결코 다다를 수 없는 무늬만 예술가인 그런 부류일 것이다.

그렇기에 스트릭랜드의 그 중대한 전환 앞에서 도덕군자 같은 말이나 쏟아내는 것이다. 그가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그 모든 것, 안락한 삶을 내팽개칠 수도 있음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한다. 게다가 그것이 과연 안락한 삶-그들 대부분이 말하는 행복한 삶이었을까? 마흔이라는 나이에 그림을 시작하는 것은 늦었다고, 그림은 다들 17~8세에 시작하지 않느냐고, 당신에게 과연 재능이 있느냐고 그는 또 다그치듯이 묻는다. 화자는 여전히 스트릭랜드가 단지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가 명성을 바라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한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을 보고 감동을 받는다는’, 그 미묘하면서도 격렬한 감동을 받는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기분 좋으려고 그러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예술로 힘을 행사하려는 것이 결코 아님을 이 작가는 도무지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정도의 정신 수준이기 때문에 화자는 자신이 과연 무인도에서 글을 쓸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한다. 단 한 사람의 독자도 없을 때조차 그는 과연 글을 쓸 수 있을까?

나는 이 화자에게서 서머싯 몸의 그림자를 본다. 몸은 <달과 6펜스>로 대중적 인기를 얻었고 생전 내내 명성에 둘러싸여 살았다. 명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사람이었고 그렇기에 어떤 면에서는 이 작품의 스트릭랜드나 <면도날>의 ‘래리’ 같은 인물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소설 속 화자로 등장해 그들의 삶에 소극적으로나마 개입하면서 그 삶을 동경하는(또는 매혹당하는) 모습을 종종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그런 삶을 동경하고 그 태도가 예술가로서 궁극의 경지라고 생각은 하지만 본인 자신은 그렇게 다 버리고 아무도 읽어줄 사람이 없어도 글을 쓸 자신은 없는 작가- 서머싯 몸의 작품이 잘 읽히고 재미있으면서도 책장을 덮을 때쯤엔 늘 두 엄지를 치켜세우면서 최고라고 생각하게 되지는 않는 이유, 언제나 뭐랄까 9% 정도는 부족함을 느꼈던 기분을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다시 소설로 돌아가서, 스트릭랜드는 그의 그런 비난에 이렇게 응수한다. 어릴 땐 귀엽던 아이들도 다 크고 나니 별 감정이 들지 않고, 지금까지 17년이나 아내를 먹여 살렸는데 이젠 아내도 제 힘으로 먹고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나는 이 말이 통쾌했다. 부모라고 제 자식이 다 자랐는데도 여전히 귀엽지는 않을 것이다. 또 반대로 자식이라고 해서 제 부모가 늘 애틋하고 존경스러운 것도 아닐 것이다. 게다가 부부라고 해서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계속 부양해야 한다면 그것도 불공평하지 않은가. 남녀이든 여남이든 이것은 똑같다. 그런데도 인간은 이런 인간의 굴레, 관계의 굴레로 누군가가 자기 자신만의 삶을 살겠다고 선언하면 먼저 옭아매려고 한다. 특히 가족의 이름으로 한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을 막으려고 할 때가 많다. 그러나 개인의 삶은 그 자신의 삶이다. 한 사람의 삶이 그 자신의 삶이 아니라 가족의 인생이 되어버릴 때 그는 불행해지기 쉽다. 그림을 그리겠다고 이제까지의 부양 의무에서 벗어난 스트릭랜드에게 양심과 도덕 운운하면서 비난할 수 있을까. 이 작품은 예술도 예술이지만, 무엇보다 인간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과연 어떤 상태인가를 먼저 생각해 보게 한다.

사랑서도 그렇다. 스트릭랜드는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는다. 아내도 필요에 의해 얻었고 그 이후에 만나는 여자들도 필요에 의해 선택했다가 필요 없어지면 떠나든가 떠나게 만든다(나는 이 작품에도 허다하게 나오는 ‘버린다’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인간이 인간을 버리는가? 버릴 수 있는 존재인가?). 스트로브의 아내 ‘블란치’가 스트릭랜드를 그토록 혐오하고 멀리할 때 뭐야, 이 여자 이 남자 좋아하잖아?! 싶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건 너무나 평범해 진부하기 짝이 없는 그림만 줄창 그려대는 스트로브와 그와 비슷한 안목의 ‘화자’ 두 남자이다. 스트릭랜드는 블란치가 자기를 극도로 싫어하는 게 또 다른 관심의 표현이라는 것을 진작에 알아차렸을 것이다. 화자는 블란치가 스트로브가 갖지 못한 성적 매력(원시적인 매력)을 스트릭랜드가 갖고 있었기에 빠져들었으리라고 추측하지만 글쎄.... 애초에 블란치는 스트로브를 사랑한 적이 없다. 사랑은 결코 동정이나 연민이나 어떤 의무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자신을 구해준 그 남자가, 그 이유로 자기를 또 다른 굴레에 옭아매놓고는 여신처럼 떠받드니 그녀가 과연 행복했을까? 그의 얄팍한 예술처럼 그 조차도 얄팍해 보이지 않았을까. 스트로브는 여기저기 인정을 베풀고 다니지만 그것이 결코 사랑이 되지는 못한다는 것을 도통 알지 못하는 우매한 사람이다. 그런 눈으로 보고 그린 그림이 얼마나 울림을 줄 수 있을까..... 블란치가 스트릭랜드에게서 본 것은 스트로브 같은 범인은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어떤 경지가 아니었을까.

이렇게만 쓰자니 내가 스트릭랜드라는 인물에 대단히 매혹당해 그를 두둔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꼭 그렇다기보다는-그는 인간적으로는 결점투성이이다. 여자를 대하는 태도만 봐도 가까이하고 싶지는 않고 그의 그림을(고갱이라고 가정한다면) 나는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앞으로도 좋아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도리어 이 작품에서도 잠깐 언급되는, 스트릭랜드가 거의 유일하게 흥미를 느낀 화가인 브뢰헐의 작품을 더 좋아한다(인간을 그로테스크하게 바라보았고, 그들이 그로테스크했기 때문에 그들에게 울분을 느꼈던 브뢰헐의 그림). 그럼에도 내가 스트릭랜드에게서 높이 사는 점은 마흔이라는 나이, 남들이 말하기에는 그 늦은 나이에(이 작품이 쓰였을 무렵에 마흔이라는 나이는 더 그랬을 것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자 완벽하게 삶의 전환을 이루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는 급기야 마흔일곱에는 모든 것을 버리고 타히티로 떠난다. 무언가에 사로잡힘으로써 세상의 안락과 사랑을 버리고 수도원의 고통스러운 금욕적 삶을 선택하게 만드는 데 기꺼이 자신을 내맡긴 그 용기. 그 용기와 열정만큼은 매혹당하지 않을 수 없다.

<달과 6펜스>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삶의 전환은 여러 모양을 취할 수 있고, 여러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그리고 어떤 이들에게는 그것이 성난 격류로 돌을 산산조각 내는 대격변처럼 올 수 있지만 또 어떤 이들에게는 그것이 마치 방울방울 끊임없이 떨어지는 물방울에 돌이 닳듯이 천천히 올 수도 있다고. 나의 전환은 어떤 식이었을까. 서른 중반을 넘었던 나이에 그때까지 먹고살던 직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스트릭랜드처럼 완벽하게 다른 길. 그러니까 대격변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럼에도 기존에 걷던 그 길에 너무나 염증이 나서 일 년 넘게 방황했던 것 같다. 그 길로 다시 가는 것은 쉬웠다. 경력이 쌓였기 때문에 돈도 더 벌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았다. 대체 뭘하고 살아야 하나 막막해서 어느 날은 애인을 붙들고 펑펑 울기도 했다. 그러다 운이 좋았는지 나는 지금의 일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가까운 이들이 그 돈을 받고 그런 일을 한다고?! 혀를 차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행복하면 그만인 거 아닌가? “자기가 바라는 일을 한다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조건에서 마음 편히 산다는 것, 그것이 인생을 망치는 일일까?”(259쪽) 그들이 내 인생을 살아주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때는 지금보다 일도 더 많았고 야근도 잦았다. 그럼에도 나는 단편이고 희곡이고 장편이고 틈틈이 글을 썼었는데 지금은 왜 쓰지 않는 것일까. 종일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만족해서 그렇게 되고 만 것일까. 나의 타히티로 가는 길을 발견하기는 했는데, 그래서 타히티로 가는 배에 오르기는 했는데 어느 순간 노를 젓지 않고 있는 건 아닐까. 책을 덮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이제 그만 노를 저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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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란공 2023-12-05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을 그리고 싶다지 않소.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하오’ 대략 이런 분위기로 자신을 찾아온 화자에게 외쳤던 대목이 어렴풋이 생각납니다. 지금의 관점에서 호감이 가는 인물은 결코 아니겠지만, 문명의 규범으로부터 자유로운 길을 찾아 떠난 사람의 행보가 떠오르기도 하고요. 모든 사람이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어서 모범으로 삼을 수도 없는 캐릭터... 하지만 한번씩은 생각나는 인물인 듯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잠자냥 2023-12-05 11:10   좋아요 0 | URL
네 초란공 님 말씀처럼 호감 가는 사람도 모범으로 삼을 사람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높이 살 점은 분명히 있는 캐릭터 같습니다.

다락방 2023-12-05 1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 님의 노젓기를 응원합니다.

잠자냥 2023-12-05 11:10   좋아요 1 | URL
술에 취한 날이 많아서 노를 안 들고 있는지도?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12-05 1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좋다는 말은 들었지만 거부감이 있어 사놓고 읽지 않았었어요.
잠자냥님께는 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책이었던 것 같네요.

노를 저어야 하는 건지 다른 길을 더 발견하게 되실지...
요즘은 정말 인생이 기니까요. 잠자냥님이 뭘 하시든 응원합니다.

잠자냥 2023-12-05 11:13   좋아요 2 | URL
수하 님 요즘 같을 때 읽으시면... 빡치는 부분 많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ㅎㅎ
(빡치는 게 아니라 아예 덮어버릴지도?ㅋㅋㅋㅋ)

인생이 길기는 한데.. 저는 왜 이제 살아갈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어요! ㅋㅋㅋ
응원 감사합니다.

건수하 2023-12-05 11:17   좋아요 2 | URL
어후 무슨 말씀을 알라딘 서재에서 앞으로 50년은 더 함께 놀아야 하지 말입니다. 2093년에 결혼도 하셔야 하고..

혹시 만약에 읽게 된다면 빡침을 참으며 끝을 보긴 할 겁니다… ㅎ

잠자냥 2023-12-05 11:25   좋아요 2 | URL
50년 ㄷㄷ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야, 얼른 얼려다오. ㅋㅋㅋ

빡치는 부분을 참고 넘기면 또 이런저런 생각할 게 보이는 작품 같으니 언제 꼭 읽어보세요. 사두기도 하셨는데!

은오 2023-12-05 22:15   좋아요 2 | URL
얼마 안 남았다니 절 두고 무슨 소리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아직 냉동자금이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30년쯤 걸릴 것 같은데 쫌만 기다려주시죠?!

새파랑 2023-12-05 12: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왠지 스트릭랜드랑 잠자냥님하고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스트릭랜드=그림
잠자냥=책과 리뷰


게다가 은오님의 사랑을 거부하는것까지...

잠자냥님도 모든걸 놔두고 이제 희곡 작가로~!!

잠자냥 2023-12-05 12:0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 술파랑 요즘 좀 웃기십니다! ㅋㅋㅋㅋ
저는 스트릭랜드처럼 지저분하게는 못 살 거 같아서;; 그건 안 될 거 같아요. ㅋㅋㅋㅋ

페넬로페 2023-12-05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읽으면서 고갱도 잊고 스트릭랜드의 도덕성과 나쁜 인성도 잊고 그냥 예술가의 삶만 봤어요.
작가가 저를 그렇게 만들더라고요.
나중엔 울컥하기도 했어요.
문학이든, 뭐든 어떤 작품을 창작할 때의 고통이 이해 되거든요^^

페넬로페 2023-12-05 13:00   좋아요 0 | URL
저는 대학 졸업하고 나서 시작한 일을 아직까지 지겹도록 하고 있어요.
잠자냥님은 전환이 가능하시니 이제 노를 팍팍 저어 창작을 하시기 바래요.
이 소설에 감동받은 건 쓰고 싶은 맘이 있기 때문일 거예요^^

잠자냥 2023-12-05 14:18   좋아요 0 | URL
네, 도덕성도 윤리도 인성도 좀 잊게 만드는 면이 있었습니다...
페넬로페 님 마지막 말씀 ˝쓰고 싶은 맘이 있기 때문˝에 또 울컥하네요1 ㅎㅎㅎ 감사합니다.

물감 2023-12-05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포함해 몇 권 읽어본 바, 저는 서머싯 몸이 좋아지지는 않겠더라고요.
마치 잠자냥 님이 사강을 대하는 것하고 비슷하달까요.
그럼에도 작품은 읽어보긴 할거지만요 ㅋㅋㅋ
몸 작품속의 모든 화자들은 뭐랄까, 어딘가 무책임합니다.
그건 곧 몸 자신의 무책임을 의미한다고 생각되어 썩 미운정도 안생기더라고요.
암튼 그렇습니다. 흠흠

잠자냥 2023-12-05 14:40   좋아요 2 | URL
이 책을 읽음으로써 민음사에서 나온 몸 시리즈 중 단편집만 제외하고는 다 읽었는데요.
몸은 멀찌감치 떨어져서 관찰하는 입장에서 글을 쓰는 거 같아요. 그래서 물감 님 지적처럼 무책임하단 느낌도 좀 드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재미는 있어서...ㅎㅎㅎ 이미 사둔 단편집도 읽고, 어센든도 곧 읽을 예정... ㅋㅋ

사강은 서정적이라 계속 읽고
몸은 재밌어서 계속 읽고.....

독서괭 2023-12-05 15: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크.. 이 작품 제가 10대 후반~20대 초반까지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으로 꼽았던 건데 ㅋㅋㅋ 그래놓고 다른 작품은 안 읽음 ㅋㅋ
Row row row your boat~ 잠자냥님 노 저어 가요 응원할게요~~

잠자냥 2023-12-05 15:31   좋아요 3 | URL
오오 어린 괭의 가장 감명 깊은 책! ㅋ
은바오도 괭 님이 읽은 그 나이쯤에 읽은 것 같더라고요.
잠사모는 떡잎이 다르구나!! ㅋㅋㅋㅋㅋㅋㅋ

2023-12-05 15: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05 15: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05 15: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05 15: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05 15: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05 15: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05 16: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Falstaff 2023-12-05 16: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만, 같은 인물을 다룬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천국은 다른 곳에>가 전 훨씬 좋더라고요.
첫 문단에 쓰신 것처럼 스트릭랜드도 자기 행위를 ˝예술혼을 불태웠다.˝라고는 절대 얘기하지 않았을 거 같습니다. 그저 ˝그림을 그렸다.˝ 이렇게만 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스트릭랜드가 떠나지 않았다면? 그래서 보통의 은행원처럼 창구를 지키며 가족들을 먹여 살렸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단지 선택의 문제일 뿐. 제겐 여전히 빵이 예술보다 중요하거든요.

잠자냥 2023-12-05 17:02   좋아요 1 | URL
요사의 그 작품도 궁금하군요. 스트릭랜드는 절대 자기 입으로 예술혼 어쩌고 할 인간은 아니겠죠. ㅎㅎ
빵이냐 예술이냐 선택의 문제입니다!

은오 2023-12-05 2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의 잠모알 수확!! 잠자냥님은 30대 중반에 잠집자님이 되셨다.
그 전환도 절대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잠자냥님은 역시 멋지시군요... 1일 1권 하시는 잠자냥님이 잠집자님이 아닌 거 상상이 안 됩니다. ㅋㅋㅋㅋ
아니 근데 그럼 잠자냥님은 어린 시절부터 잠집자님 되시기 전에도 내내 책을 그렇게 계속 많이 쭉 읽어오신 거예요?! 잠자냥님 삶에 책태기는 없었는지 궁금하군요.

결혼하기 전에도 결혼한 후에도 잠자냥님의 노젓기를 응원합니다!! -열혈 독자 올림

잠자냥 2023-12-05 22:43   좋아요 1 | URL
정확히는 은바오 중딩 때?! ㅋㅋㅋㅋ
네 저는 글자 알았을 때부터… 아니 그 전부터 글자 모를 때도 전래동화 테이프 같은 거 들었어요. 책태기는 없었던 거 같습니다. 중고딩 때도 수업 때 책 숨겨서 읽고 뭐 그랬다능

은오 2023-12-05 22:47   좋아요 1 | URL
하......
ㅇㄴㄷㅊㅇㄹㄴㄱㅎㅇㄱ......

달자 2023-12-06 0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넘 좋아요… 전 오래전에 읽다가 중도하차한 책인데 리뷰 읽으니까 다시 읽고 싶어져요

잠자냥 2023-12-06 09:45   좋아요 1 | URL
지금 다시 읽으셔도 중간에 그만두고 싶은 부분이 여러 번 있을 거예요. 여성혐오적인 표현이 너무 자주 나와서. 그런데.... 문학을 그런 잣대로만 보자면 세상에 읽을 만한 문학이 또 확 줄어들기 때문에.... 아무튼 그 점은 감안하시고 언젠가 한번 다시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ㅎㅎ

케이 2023-12-12 16: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제가 읽은 책 리뷰가 올라왔네요. 대학 때 하루만에 다 읽었던 책인데 읽을 당시에는 고갱 얘기인 줄 모르다 나중에 개인적으로 극혐하는 고갱이 모티브라는 걸 알고 스트릭랜드가 더 싫어졌던 기억이 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재밌는 책이었어요.
근데 꼭 생업을 관두고 예술에 몰두해야만 예술을 할 수 있는 것인지 좀 의문이예요.
저같은 범인은 이해하지 못하는 예술의 세계가 있겠지만, 먹고사니즘에 연연하면서도 감명깊은 작품을 만들 수도 있는 거 아닌지..하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저는 오히려 생업을 포기하지 않으며 아름다운 뭔가를 추구하고 완성한 데 더 깊게 감명하게 되는 거 같아요.
내가 직장인이라서 그럴지도 모르죠.
서머셋 몸은 뭐 최고의 소설가는 아닐지 몰라도 일단 재미는 보장되는 작가라 앞으로 그의 모든 책을 읽긴 할 것 같아요.
벌써 12월 입니다. 늘 건강하시고 잠자냥님의 노젓기도 지금처럼 계속 응원할게요.

잠자냥 2023-12-12 16:42   좋아요 1 | URL
개인적 극혐 고갱 ㅋㅋㅋㅋ 공감합니다. ㅎ 그래서 스트릭랜드를 고갱하고 떼어놓고 보려고 해도 참 그게 어렵더라고요!
생업과 예술을 병행하면서 예술적 성취를 이루는 게 저도 좀 더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참 어려운 거라서 그렇겠죠?
몸은 케이 님 말씀처럼 재미는 보장된 작가라 저도 다 읽을 것 같아요...
케이 님도 감기 조심하시고...(요즘 날씨가 너무 더웠다 추웠다 난리도 아니라서) 쌍둥이들도 건강하길 늘 기원합니다-
 
나의 친구들 페이지터너스
에마뉘엘 보브 지음, 최정은 옮김 / 빛소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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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라든가 사람이 고팠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사람이 없어서 외롭다거나 고독하다거나 이런 느낌을 받아본 적도 없다. 오히려 외로움이나 고독감은 사람 사이에 있을 때 더 느껴지는 법이 아닌가? 이렇게 말하면 집사2가 핀잔을 준다. 넌 한 번도 혼자였던 적이 없어서 그래.... 그러는 자기는...... 지금까지의 내 인생을 돌아보면 그렇기는 하다. 한 번도 철저하게 혼자였던 적이 없다. 애초에 가족 구성원도 많았고(자매도 많음), 어쩌다 보니 누군가와 헤어지면 금방 새 사람을 만나 사귀고 있어서 애인이 없던 적도 없고, 애인이라는 존재가 생기기 전인 초딩 때는 내성적인 아이이긴 했지만 책 때문에 딱히 친구의 필요성을 못 느꼈고, 중고딩 때는 또 무슨 이유인지 아이들이 많이 좋아해줘서 사람 때문에, 사람이 없어서 외로운 적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나의 친구들> 속 ‘빅토르 바통’ 이 청년, 이 남자의 고독과 외로움, 그리고 사람을 향한 갈망, 그것이 애정이든 우정이든 아무튼 그 갈망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100자평에 남겼듯이 아니 이 인간은 대체 MBTI가 뭐지? E는 아닐 거야, I가 맞는데 I이긴 해도 T는 또 아닌 거 같아, 집안이 어질러진 걸 보면 J도 아닐 거 같은데… 뭐 이런 생각이나 하면서 멀찌감치 떨어진 관찰자 시점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을 구하느라, 사람을 만나고자 아침부터 일찌감치 일어나 거리로 뛰어나가는 그를 보고는 나도 모르게 혀를 차기도 했다. 아니, 이 사람이! 그 좋은 시간에 굳이 왜 사람을 만나러 밖으로 뛰쳐나가?! 집에서 책이나 읽으라고! 시간이 아깝다…. 이런 생각들. 그런데 이 생각은 애초에 틀렸다. 왜냐하면 나는 앞서 말했듯이 빅토르처럼 철저히 혼자였던 적도 없고 사랑에 우정에 애정에 굶주려 본 적도 없으며. 늘 어떤 애정이나 우정의 상태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그 안온한 상태에 머물러 살고 있었기 때문에 책이라는 세계, 글자로 이루어진 세계에 몰두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빅토르처럼 아침부터 밤까지, 그리고 밤에 잠들어서도 늘 철저히 혼자라면, 그것도 그가 어떤 진실한 애정이나 우정의 대상도 없이 그 감정을 스쳐지나가는 온갖 사람들로부터 구해야 할 지경이라면, 거기서 일말의 희망을 품어야 할 지경이라면 책이, 글자가 눈에 들어올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못할 것이다. 마치 몇날 며칠 빵 한 덩이조차 구하지 못해 굶주림 속에 놓인 사람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타인의 진솔한 애정은 그에게 이 빵 한 덩이와 같다. 아니 어쩌면 ‘진솔한’ 애정조차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그에게 조금의 호의, 관심만 보여주어도 그에게는 빵 한 덩이가 아니라 최고급 부위의 스테이크 한 조각과도 같았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에 있다. 빅토르는 타인의 조그만 호의나 연민 또는 동정, 호기심을 지나치게 크게 받아들인다. 과대해석하고 곧 망상에 빠진다. 아마도 그에게는 현실 속 인간관계가 너무나 부재했기 때문에, 그 머릿속에서 이루어지는 온갖 망상과 달리 실전에서 어떻게 인간들이 반응하고 행동하는지 학습할 기회가 전혀 없었기에, 그는 타인의 조그만 행동도 지나치게 크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지나가는 여자가 조금만 웃어줘도 혼자만의 생각에서는 결혼 날짜잡고 예식장 알아보고 있는 격이랄까. 그는 우정으로 발전할 수 있는 사이에서도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많이 하는데, 무엇보다 이 남자가 여자들에게 하는 행동을 보면 가서 ‘닐 스트라우스’라도 만나보고 오라고 하고 싶을 정도(이지만 하지 말자, 그냥 빅토르가 더 나은 것 같다). 그만큼 안타까움이 치솟는다.

에마뉘엘 보브의 <나의 친구들>은 제목이 ‘나의 친구들’이지만 사실 이 책에서 주인공 빅토르에게 친구라고 부를 만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등장하지 않는다. ‘뤼시 뒤누아’, ‘앙리 비야르’, ‘뱃사람 느뵈’, ‘신사 라카즈’. ‘블랑셰’ 등 각 장은 빅토르가 만나고 관계하게 되는 사람들의 이름으로 이루어진다. 전쟁터에서 부상당해 한쪽 팔이 불편한 채로 돌아온 빅토르는 얼마 되지 않는 연금으로 근근이 살아간다.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아침에 눈뜨면 거리로 나가 이곳저곳을 거닐면서 그날그날 누군가를 만나기를, 그리하여 특별한 일이 일어나기를, 새로운 관계-친구든 연인이든-가 만들어지기를 학수고대한다. 때로는 그 간절한 소망도 응답을 받아 이 남루한 차림의 사내에게 누군가가 다가오기도 하고, 또 이 소심한 망상쟁이가 아주 큰 용기를 내어 먼저 다가가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또 어느 날은 정말로 운이(?!) 좋아서 여자와 잠자리를 하게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딱 그뿐. 더 이상의 진전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근데 빅토르, 왜 한 번 잤다고 여자가 뭘 더 줄거라고 기대해?! 그럼 안 된다고!!).

우정을 기대했던 사람은 때로 그의 등을 처먹기도 하고, 그가 베푼 호의를 값싼 유흥에 탕진하기도 한다. 빅토르 그 스스로 누군가의 선의(또는 동정)를 잘못 받아들여 좋은 기회를 날려버리기도 한다. 고독에 짓눌려 누구라도 친구가 되어주길 간절히 바라다가도 정작 인연이 싹튼 타인이 자신의 기대에 못 미치거나 자기 기준에서 조금만 어긋나버리면 가차 없이 그 관계를 끊어버리기도 한다. 한없이 소심한 데다가 자존감이 매우 낮은 인물인데도, 그가 원하는 사람은 딱 정해져 있다. 그가 원하는 건 “불행한 친구”이다. 그처럼 “있을 곳이 없는 사람, 같이 있어도 의리나 은혜 따위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가난하고 착한 사람”(61쪽). 딱 그런 사람을 원한다.

왜냐하면 그래야지만 조금이나마 빅토르 그 자신이 권력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이 흥미로운 까닭은 이처럼 소심하기 짝이 없는 사람도 관계에서 자신이 조금만 우위에 놓이는 것 같아 보이면 그 권력을 한없이(조금이라도 더) 즐기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인간의 심리를 절묘하게 묘사한다. 그리고 슬프게도 그 권력은 ‘돈’에서 생긴다는 것을 꿰뚫어 본다. 연금으로 근근이 먹고살아가는 빅토르인데도, 이 작품에는 그보다 더 경제적으로 궁핍하거나 아니면 그런 상태인데도 허영 때문에 그걸 숨기는 인간군상이 등장하고 그들에게 돈으로 호의를 살 때면 빅토르 그 자신도 -관계에서의- 권력자 노릇을 톡톡히 즐기게 된다. 빅토르가 가난한 상황에서도 그 알량한 푼돈으로 관계에서의 권력을 조금이라도 누린다면 애초부터 가진 게 많아서 돈으로 이런 하층민의 마음을 살 필요가 없는 ‘라카즈’ 같은 인물은 이들을 그저 동정의 대상-구제해줘야 할 대상으로만 생각한다. 이렇게 기울어진 관계에서 친구를 꿈꾸는 빅토르의 모습은 안쓰럽다가도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그가 이처럼 소심하고 이처럼 과대망상 환자에 가까울지라도 만일 부잣집 도련님이었다면 그 근처에는 이런저런 사람들이 몰렸을 것이다. 많지는 않았더라도 이토록 철저히 고독한 상태였을까? 그렇지는 않았으리라. 물론 빅토르가 원하는 진솔한 애정이나 우정에는 기대에 못 미쳤을지라도 사람들은 그의 돈이나 배경 등에 굶주려 그 근처를 배회했을 것이다. 친구인척 연인인척..... 이렇게 생각하면 인간관계란 참 허망하기 짝이 없다. 이처럼 덧없고 허망한 인간관계에서 자신을 지키려면, 상처받지 않으려면 우선은 자기부터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빅토르에게 그런 말을 해주고 싶지만 그런 말을 해줬다가 이 인간이 들러붙을까봐 좀 무섭기도 하다.

게다가 이 작품 속 가난한 인물들 모두가 딱히 말은 하지 않지만 빅토르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한다. 뤼시, 비야르, 느뵈, 블랑셰… 그들이 빅토르에게 먼저 말을 걸거나 빅토르와 어쨌든 상대를 해주었던 것은 그들 또한 빅토르의 신세와 별반 다를 바 없기 때문일 것이다. 단지 그들은 자신들의 고독한 상태를 다른 방식으로 잊고자 안간힘을 썼을 뿐. 외젠 다비의 <북호텔>에 그려지는 파리 하층민의 삶처럼 하나 같이 고독하고 쓸쓸하다. 그럼에도 그들은 산다. 물론 죽으려고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누군가-빅토르-가 내민 도움에 손길에 그 죽음의 유혹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빅토르의 호의를 유흥비로 탕진할지언정 그때 그 순간 그의 눈은 빛난다. 산다는 건 어쩌면 이렇게 나날의 반짝거림에 기대에 그날그날을 견디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빅토르에게는 그 반짝거림이 애정이고 우정이겠지만..... 그렇다면 이 친구야, 그 애정을 먼저 자네 자신에게 줘보는 것은 어떻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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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2023-11-27 16: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 소설이 너무 궁금하고 읽고 싶게 만드는 잠자냥 님의 리뷰!
아래 <진>도 리뷰 써주실 건가요? 100자평으로는 부족한데...

잠자냥 2023-11-27 16:55   좋아요 0 | URL
주말에 책을 좀 정리해서 내다팔았는데 이 책은 간직하기로 했습니다.... ㅎㅎㅎㅎ

잠자냥 2023-11-27 17:44   좋아요 1 | URL
<진>은 한번 더 읽고요! ㅋㅋㅋ

공쟝쟝 2023-11-27 18: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래의 잠자냥이 쓴 오지랖 조언을 읽고, 과거의 빅토르는 자라서 그렇게 되었다고 합니다!! (실눈 뜨고 읽었고 ㅋㅋㅋ 읽고 와서 다 시 보겠어요.)

잠자냥 2023-11-27 20:25   좋아요 1 | URL
오지랖자냥의 오지랖리뷰 ㅋㅋㅋ

은오 2023-11-27 18: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미 읽은 책에 대한 잠자냥님의 리뷰는 더 재밌네요 ㅋㅋㅋㅋ
진짜 말씀대로 빅토르처럼 철저히 혼자라면 책도 눈에 안들어올 것 같아요. 😭 처절하게 외로운데 책이 무슨 소용... 또 외로우니까 다급해지고 다급해하니까 사람들이 안좋아하고 결국 또 외로워지고 이 반복이 주디스헌이랑 같은 꼴 ㅠ
전 잠자냥님이 고픕니다 잠자냥님을 갖지 못해서.... 이 결핍은 잠자냥님과의 결혼만이 해결해줄수있다..

잠자냥 2023-11-27 20:25   좋아요 1 | URL
원래 읽은 책 리뷰가 더 재미있죠. 영화도 그렇고…

오늘 으슬으슬 춥고 배고프죠? 밥 먹어….

다락방 2023-11-27 18: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외롭고 고독한 다락방 입니다... 훌쩍.

이거 읽어야지. 아마 읽으면서 남주 욕 천 번 할 것 같지만. ㅎㅎ 분명 제 감상에도 ‘친구하기 싫은 타입‘이라는 말이 들어갈 것 같아요.

잠자냥 2023-11-27 20:24   좋아요 1 | URL
천 번은 아닐지도… ㅋㅋㅋ 중간 중간 웃겨주는 센스 ㅋㅋㅋ

다락방 2023-11-27 21:43   좋아요 1 | URL
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1-27 21:49   좋아요 0 | URL
역시 슬프고 외롭고 우울할 땐 책지름 ㅋㅋㅋㅋ

구단씨 2023-11-27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마낫.
저라는 인간도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성향의 테두리 안에 들어가 있긴 한데요.
빅토르 이 청년은 정말 궁금해질 정도로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인물이네요.
어쩌면 그의 과대망상 증상은 진료 받았다면 진단이 내려졌을지도 모르겠네요.

근데 또 혼자인 빅토르 옆에 사람을 붙게 하는 건 돈이라는 쓰고도 쓴 현실이 똬아 펼쳐지니, 급우울해지는군요.

잠자냥 2023-11-28 05:16   좋아요 0 | URL
ㅋㅋ 제 리뷰 속 빅토르는 그나마 덜한 걸지도 몰라요. 책 읽다 보면 더 어처구니 없어요. ㅋㅋㅋㅋ 돈이 참 무엇인지…! 동서양 예전지금 가리지 않네요… ㅎㅎ

페넬로페 2023-11-27 2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뭡니까?
은근 외로울 여지가 없었던 잠자냥의 인생 자랑 아닙니까?
옆에 계속 애인이 있었으며 학교 다닐때는 인기가 쫌 있었다는~~
그런면에서 이 외로운 남자 얘기를 좀 들어줘야 할 것 같은데요^^

잠자냥 2023-11-28 05:18   좋아요 2 | URL
아니 이것이 자랑?! ㅋㅋㅋㅋ 빅토르가 보기엔 그렇겠습니다. 아마 속으로 분하게 여길지도 ㅎㅎㅎ 이 책 재미 있습니다. 분량도 부담스럽지 않고요.

새파랑 2023-11-28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로울 틈이 없었던 잠자냥 님~!!
책도 여유가 있어야 읽어지는거 같아요.
빅토르 INFP가 맞습니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서 가는길

잠자냥 2023-11-28 10:01   좋아요 1 | URL
책은 확실히 마음에 여유가 있을 때 읽히긴 해요. 그러니까 여기 서재 분들은 마음은 부자!
빅토르 INFP 맞는 거 같음...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11-28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 주디스 헌 만큼이나 친추 받아주기 싫은 그런 사람 빅토르..ㅋㅋㅋ
아니 근데 잠자냥, ˝애인이 없을 때가 없고˝ ˝친구들은 왠지 날 좋아해˝ 이 무심한 팜파탈이여.. 그냥 알라딘에 글만 썼을 뿐인데 팬덤도 생겼어. 이 매력 어쩔.
이 책 읽기 괴로울 것 같아요. 으.. 주디스 헌으로 충분해.. ㅠ

잠자냥 2023-11-28 16:31   좋아요 1 | URL
주디스냐, 빅토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면....! 어떡하지? 아아 어렵다.
그래도 책 자체는 빅토르가 더 재밌었다능.

그나저나 알라딘 팬덤이라기엔... 잠사모 회장 괭, 회원1 은바오뿐
역시 잠자냥은 동물한테 인기 많은 스탈~ ㅋㅋㅋㅋㅋㅋㅋ
 
에이스 - 무성애로 다시 읽는 관계와 욕망, 로맨스
앤절라 첸 지음, 박희원 옮김 / 현암사 / 2023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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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책에 관심이 많아서 신간을 훑어보고 궁금한 책은 보관함과 장바구니에 담아두지만 그럼에도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책들이 있다. 어쩐지 완벽하게 나와는 관련 없을 것 같은 그런 책들. 예컨대 올해 초에 읽은 <성스러운 동물성애자>가 그러했고, 며칠 전 읽은 <에이스>가 그러했다. ‘동물성애자’라고?! 어질어질하구만, 그런데 정희진 쌤은 왜 추천한 걸까? 아무리 정희진 쌤 추천이라고 해도 이건 넘겨야겠다. ‘무성애(asexuality)’라고?! 나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구만...... 평소 LGBTQ 관련 책은 관심 있게 보는 편인데도 ‘무성애’를 다룬 <에이스>는 보관함에 담아두고 언제 읽을지, 과연 읽을지 기약은 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스스로 유성애자라고 생각하는 내가 무성애자의 이야기에 얼마나 공감하고 흥미를 느끼겠느냐 싶었던 것이다.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한다고 일찍이 카프카는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 썼다. “우리가 읽는 책이 머리를 주먹으로 내리쳐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 책을 읽어야 할까?”라는 질문과 함께. 물론 나는 책이 언제나 도끼 역할을 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런 책을 발견하면 큰 기쁨을 느낀다. <성스러운 동물성애자>가 그랬듯이 <에이스>도 나에게는 도끼였다. 편견으로 얼어붙은 내 안의 바다를 와장창 깨뜨려준 도끼. <에이스>는 최근에 미미 님이 이 책 3부를 읽다 보면 은오와 잠자냥이 생각난다고 하셔서(이렇게 낚으면 진짜 궁금하지 않겠습니까?!) 급박하게 전자책으로 주문해서 읽기 시작했다(전자책은 종이책에 비해 집중력이 떨어지는데도 이 책은 꽤 몰입해서 읽었다). 땡투를 미미에게 해야 할까 애초에 이 책을 알게 해준 은오에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주머니 가벼운 학생에게... (그래봤자 160원)

그러고 보면 <성스러운 동물성애자>도 <에이스>도 이 어린 학생을 통해 알게 되고 읽게 되었다. 와장창 도끼를 두 번이나 선사해준 셈이니 고맙기 짝이 없다. 내 주변에서는 이 또래 중 이렇게 책을 열심히 읽으려고 하는 사람이 없어서(그 스펙트럼도 넓은 편) 이 친구가 읽는 책은 좀 관심 있게 지켜보는 편이다(책 읽는 것에 비해 귀차니즘을 극복하지 못해 리뷰는커녕 100자평도 별점도 안 남기는 경우가 많음). 은오보다 조금 어린 내 조카는 어릴 때는 그렇게 많이 읽더니 이젠 질려버렸는지 책을 잘 읽지 않는 아이가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어릴 때 다독가가 좋을까 커서 다독가가 더 좋을까? 아무튼 요 녀석한테 <동물성애자>하고 <에이스>를 선물해주면 어떤 얼굴로 나를 쳐다볼지도 좀 궁금하다......

인간은 나이 들수록 자신의 편견을 강화하고 그 편견을 좀처럼 깨지 않으려고 한다. 그 편견이 유일한 정의(定義)이자, 정의(正義)라고 믿고는 자기 의견만이 참이고 옳음이라고 생각해서 도무지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상태를 늙음이고 꼰대라고 생각한다. 그런 꼰대는 되지 말자고 마음먹었기에 은오의 책장 목록을 지켜보고는 하는데, 그런데도 내 꼰대력이 나도 모르게 발동/상승할 때가 있다. 그러니까 처음에 은오가 자신을 ‘에이스’라고 규정한 것을 보고 좀 웃었다. 속으로 이런 생각을 조금 했기 때문이다. ‘엥!? 이제 겨우 20대에 무성애자라고? 에이.... 아직 제대로 안 해봐서 그렇지, 에이, 나이 들어봐라, 에이. 진짜 좋은 사람 만나봐라.... 서른 넘고 사십에도 무성애자라고 하면 인정!’ (아........부끄러우니까 좀 웃겠습니다.......ㅠㅠ) 그렇다 이런 개꼰대 같은 생각을 조금이나마 했기 때문이다.


자신을 ‘비혼주의자’라고 선언하는 어린 처자들을 봐도 좀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러니까 마흔 넘고 쉰 넘고 그래도 그러면 인정. 그런 심정이랄까. 20대에는 뭔들 선언을 못 하겠니 싶은 심정(와 개꼰 잠자냥 ㅋㅋㅋ). 아니, 그냥 자신을 뭐라고 규정하는 일 자체가 좀 우스워 보일 때가 있다. 그러니까 뭐랄까 트위터에 자신을 페미니스트이자 비혼주의자이자, 비건이자 우울증환자이자 ADHD이자 INTJ라고 소개하고 있는 꼴을 보면 오그라들어서 내가 쥐구멍이라도 숨어버리고 싶은 그런 감정과 비슷하달까. 선언보다 조용한 행동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자기를 설명하려고(또는 과시하려고) 붙이는 액세서리를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꼰대 마인드로 이 책을 펼쳐들었다가 여러 번 도끼로 쳐 맞았다. 나는 이제 무성애가 ‘성적 끌림을 느끼지 않는 성적 지향’이라는 것을, ‘성적 끌림’과 ‘성적 충동’은 다르다는 것을, 로맨틱한 감정이 누구에게나 보편타당하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나는 좀 보기와는 달리 로맨틱해서 다들 로맨틱한 감정은 타고나는 줄 알았다), 그렇다고 해서 무성애자들이 로맨틱한 감정 자체가 없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이 책의 분류들을 통해 보자면 나는 유성애자라기보다는 반(半)성애자(Demisexual)에 가깝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이렇게 나를 어떤 사람이라고 단정 짓는 일 자체가 또 하나의 위계나 차별, 주의(ISM)를 만들어낼 수 있으므로 이 또한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된다.

예컨대 이 책에 따르면 반성애자(Demisexual)란 누군가에게 강한 정서적 유대가 생긴 이후에만 성적 끌림을 경험하는 사람들을 의미하는데(그러니까 원나잇이라든가, 어떤 술집에 딱 들어가서 처음 보는 누군가와 ‘하고 싶다’를 생각하게 되지는 않는다는) 회색무성애자의 부분집합으로 간주되어 조롱당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무성애를 하나의 성적 지향으로 존중하는 사람들조차 반성애자는 ‘정상’인이 심오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맥박만 뛰는 대상이면 뭘 봐도 하고 싶어 하는 섹스에 미친 인간과는 다른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쓰는 독선적인 용어라고 폄하한다고 한다(아니거든!) “사람들 앞에서 내가 반성애자라고 말하고 의미를 설명하면 이 말이 특별하다는 기분을 느끼려고 쓰는 또 다른 이름표라 생각하거나, 아니면 여러 명과 자는 사람을 내가 경멸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더군요. 그렇지 않은데 말이죠.” 컬럼비아 대학 재학생 저시 산의 말이다. 반성애자 무시가 만연하다 보니 산은 이 단어를 완전히 버리고 그냥 “다른 사람한테 끌림을 느끼기까지 시간이 좀 걸려요.”라고 말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알라딘 eBook. <에이스> 중에서). 또한 이런 식의 구분은 개별 정체성이 강조되어 성적 행동에 관해 계속해서 오해를 낳을 수도 있다. 더욱이 현대 사회는 분명 섹슈얼리티가 있고 오늘날 서구에서 섹슈얼리티는 정체성의 필수 요소로 여겨진다. 섹슈얼리티는 단순히 내가 무엇을 하는지 뿐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의 일부이자 내 진실의 일부로서 작동하지만 이것만으로 개인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음을 이 책은 분명히 지적한다.

저자가 중국계 미국인- 그러니까 동양인이라는 사실도 눈길을 끈다. 그래서 그런지 저자는 무성애자사이에서도 존재하는 인종 차별적 요소를 꿰뚫어 본다. 초기 페미니즘 운동이 중산층 백인 여성의 전유물과 비슷했듯이 오늘날 자기 자신을 무성애자라고 선언하는 일도 젊은(20대) 백인 여성, 그것도 고학력 중산층 여성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것이 ‘진실’처럼 여겨진다는 것이다. 이 사실은 흥미로우면서도 씁쓸하다. 인간이 무언가를 선언할 때 그것이 진실에 가깝게 받아들여지는 것조차도 서구 백인 남녀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동양계 젊은 여성이 무성애자로 자신을 정체화하는 일은 종종 그 의도를 오해받거나 또 다른 성적대상화를 불러오지만, 흑인이나 히스패닉 여성이 자신을 무성애자라고 선언하면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는 말은 이 초성애화된 세계에서 흑인 여성과 히스패닉 여성의 성적 대상화는 그 얼마나 공고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같은 맥락에서 장애인이 무성애자로 선언하기도 어렵지만 애초에 장애인은 성적 욕구가 없는 존재이거나, 성적 욕구가 없어 마땅한 존재라고 치부하는 이 세계의 기묘함도 저자는 날카롭게 지적한다.

성해방이 가져온 폐해랄까, 페미니즘이 불러온 성해방의 분위기도 무성애자들에게는 폭력적이었음을 지적한 장도 흥미롭게 읽힌다. 섹스를 즐기는 것은 자기 해방을 마쳤다는 증거이며, 이런 해방의 비전이 페미니즘 연단을 지배했을 때 섹스를 하지 않는 것은 퇴행적이고 보수적인 정치 신념을 지지한다는 표지가 된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억압’은 ‘해방’의 반대말로 문화적으로 리버럴한 집단에서는 성적으로 보수적인 여자를 대개 성적으로 억압된 여자로 간주하고, 성적으로 억압된 여자를 자유 이전 시대의 상징으로 보는 것이다. 그리하여 성적으로 억압된 여자는 동정의 대상이자 진보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사람이 된다. 섹스를 하지 않는 여자를 묘사하는 데 쓰는 단어(비성관계, 금욕, 순수, 순결)는 저자 자신조차 경멸하는 것으로 도덕주의적인 느낌이 나는 것에 비해 섹스하는 여자를 묘사하는 데 쓰는 단어(자유, 역능, 대담)는 긍정적이다. 그래서 저자조차 “억압된 여자, 해방된 여자라는 전형과 매끈한 클리셰”를 받아들이고자 애를 썼다고 고백한다. 대중문화가 이런 분위기를 널리 유포하기 시작했고, 섹스를 적극적으로 원하는 여자가 그렇지 않은 여자보다 더 페미니스트답다는 이미지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 초성애화된 지구에서는 이런 식으로 성이 상품화되고 페미니즘조차 상품과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개인 브랜드를 팔기 위한 유행어가 되어버린다.

“섹스는 정치적이다. 쾌락을 즐길 자격이 누구에게 있는지, 무엇이 관습을 위반한다고 여겨지는지, 그리고 섹스의 정의가 무엇인지를 묻는 건 정치적이다. 섹스와 페미니즘과 해방의 의미는 빈곤 여성과 유색인 여성, 장애 여성, 신앙이 있는 여성에게 모두 다르다.”는 구절은 그렇기에 더 절절하게 다가온다. 또한 사회는 성을 팔기 위해 계속해서 이성애 로맨스 중심의 가치를 강화한다. 섹스가 뭔지, 섹스를 어떻게 하는지, 섹스는 얼마나 해야 하는지, 섹스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좋은 성생활이 무엇인지 주구장창 가르치는(세뇌시키는) 것이다. 그것 없이 작동하지 않는/못하는 자본주의 상품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가? 이 알라딘에서조차 로맨스 빠진 책보다는 로맨스가 한 스푼이라도 들어간 책들이 더 잘 팔린다.

어제는 러닝 타임 328분의 일본 영화를 보았다. 그 영화에서는 30대 후반 네 여성의 삶이 그려진다. 저마다 부부 사이에 문제가 있는데, 그중 한 여성이 친구에게 부부 관계를 하지 않은 지 꽤 오래되었다면서 남편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고 우울해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오래전 본 프랑스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부부 사이가 좋지 않은 증거로 “우리 사이에 섹스 안 한 지 한 달이 넘었어!”라는 대사가 나오는데-한 달인지 두 달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난 좀 이게 충격이었다. 아니 한 달이? 왜? 역시 프랑스놈이라 그런가 싶었다. 어제 본 일본 영화에서는 1년 가까이 안 했다 뭐 그랬던 것 같다. 여기서도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섹스는 허구한 날 주구장창 하는 커플이 있는데 대화는 거의 하지 않아서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도통 알 수 없는 사이라면, 그들은 사랑하는 것일까? 그와 달리 늘 서로의 머릿속/마음속을 알듯이 미주알고주알 대화를 나누지만 섹스는 거의 하지 않는 커플이 있다면 사랑하지 않는 것일까? 게다가 저 두 영화에서 보듯이 오랫동안 하지 않았다-즉 얼마나 자주 하느냐의 기준은 어떻게 정해야 할까? 일본인은 1년에 한 번 할까 말까해서 사랑의 여부를 고민하는데 프랑스인은 그 기준이 한 달에 한 번이다. 이 얼마나 기묘한가.

초성애화된 지구, 강제적 이성애는 사람들 대다수가 이성애자라는 믿음을 심어줄 뿐만 아니라 이성애가 기본값이자 유일한 선택지라는 생각을 강화한다. 또 정상인은 모두 성적으로 활발하고 그렇지 않으면 문제가 있으며 당신은 아픈 것이고 우울증이며 사회가 승인한 섹스를 원치 않는 건 부자연스럽고 잘못되었다고, 섹슈얼리티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필수불가결한 경험을 놓치고 있다고 다그친다. 그러나 이런 생각들은 인간 모두에게 억압이고 폭력이다. “지도는 땅이 아니다.” 저자는 폴란드 철학자 알프레드 코르집스키의 격언을 인용한다. 지도는 실재하는 세상을 단순화해 재현한 것이며, 실제 땅은 언제나 화면에 표시된 것들보다 풍성하다. 그러나 지도와 단순화는 여전히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모든 모형은 틀리지만 그래도 일부는 유용하기 때문이다. 모든 재현에는 한계가 있으나 훌륭한 재현이라면 시선의 폭을 넓혀준다. <에이스>는 내 인식의 지도를 한결 풍요롭게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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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11-22 16: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글은 은오곰에게 바치는 러브레터인가요?
은오에게 강한 정서적 유대를 느끼는 잠자냥..

근데.. 러닝타임이 328분이라고요..?? 그걸 한자리에서 다 보신 건아니쥬? 🫢

잠자냥 2023-11-22 16:59   좋아요 3 | URL
이눔아! 탈로맨스가 시급하다! 괭!! ㅋㅋㅋㅋ

한자리에서 다 봤습니다... 어제 그거 보려고 연차 냄. 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1-23 03:00   좋아요 2 | URL
엥?! 괭 왜 안 자?!?!

독서괭 2023-11-23 07:26   좋아요 1 | URL
애가 발로 차서 깼어요….
근데 328분을 한자리에서 보다니 대단..!!

미미 2023-11-22 17: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성을 팔기 위해 계속해서 이성애 로맨스 중심의 가치를 강화한다.‘이 부분 격하게 공감합니다.
너무 할 말이 많은 책이라서 독후감 쓰고 제 한계에 답답했는데 잠자냥님 리뷰 읽으니
속이 후련하네요!ㅋㅋㅋㅋㅋㅋㅋ

160원에 마음이 쪼끔 아프지만 상대가 은바오니까 저는 괜찮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1-22 18:08   좋아요 2 | URL
미미 님 말처럼 주옥 같은 문장의 향연이었습니다. 대인배 미미 님은 160원에 연연하시지 않을 줄 알았어요! ㅋㅋㅋㅋ

난티나무 2023-11-22 17: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을 사두긴 했는데 아직 손에 안 들어와서 바로 읽지는 못하고 이것 참 궁금하네요. 잠자냥님 글 보니 더욱더 ㅋㅋㅋㅋ

잠자냥 2023-11-22 18:09   좋아요 1 | URL
난티나무 님 필독서입니다! 꼭 읽어보세요.

단발머리 2023-11-22 18: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나는 좀 보기와는 달리 로맨틱해서 다들 로맨틱한 감정은 타고나는 줄 알았다........
-------- 바로 여기가 은오팬더의 공략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바랍니다.

성적 해방에 대한 저자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성을 매개로 여성의 몸을 옥죄는 것에 반대하지만 그렇다고 아무하고나 잔다고 해서 자유롭거나 독립적인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니까요. 그걸 역이용하려는 남자들과 피임의 고단함에 대해...
잘 모르는 세계지만, 1초간 상상해봤음요.

은오 2023-11-22 20:05   좋아요 2 | URL
그부분 읽고 잠자냥님의 전애인들과 집사2님이 갑자기 더 시러졌습니다

잠자냥 2023-11-22 21:0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 은오 댓글 보고 빵 터짐 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11-22 21:04   좋아요 2 | URL
그 분들은 잠자냥님을 로맨틱한 분으로 믿고 있겠죠. 우리와는 다르게? 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1-22 21:11   좋아요 2 | URL
비슷하게 느끼는 거 같아요. 까칠하고 차가운데 다정해서 또 잘 챙겨준다고….

은오 2023-11-22 20:1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1. 160원으로 <도시의 마지막 여름> 샀어여!!
2. 고맙기 짝이 없다고 하시지만 결혼으로 고마움을 표현해주시지는 않는 잠자냥님 😤
3. 그래도 별점은 거의 다 남깁니다...
4. 우와 진짜 꼰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꼰자냥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직접 그 말씀을 하진 않으셨다는 점에서 리얼 꼰대는 아니십니다. ㅋㅋㅋㅋㅋ
5. 저는 로맨틱한 감정은 느끼므로 잠자냥님을 사랑합니다.
6. 한국 랟펨들은 성해방-쿨걸문화 주체적섹시 안외쳐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전 근데 메갈 전에도 진지하게 키스도 섹스도 하기 시른 내가 이상한건가ㅠ 고민했다는 사실
7. 책에 나왔던 것 같은데 무성애자들 보통 키스부터 거부감 느낀다고들 하지 않던가요 ㅋㅋㅋㅋ 전 팔짱 포옹 뽀뽀는 엄청 좋아해요 친구들한테도 뽀뽀합니다 잠자냥님한테 무한대의뽀뽀를 드릴수있음
8. 역시 잠자냥님 리뷰는......🥹
9. 오늘도 차오르는 결혼욕구

잠자냥 2023-11-23 09:44   좋아요 1 | URL
1. 땡투 들어온 거 보고 그런 줄 알았습니다.
2. 헐 고맙다고 결혼하면 상대나 나나 불행의 지름길. (라면에 이어 밑줄 쫙…. 고맙다고 결혼 금지)
3. 엥? 아니던데?!…. 아 별점… 별점은 남기더군요. 5별에 박한 편 ㅋㅋㅋㅋ
4. ㅋㅋㅋㅋㅋ 결국 이렇게 리뷰에서 말하는 왕꼰대
5. 네….
6. 네에….
7. 저는 기본적으로 인간과의 접촉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친구들이 팔짱 끼거나 손 잡으면 당황해서 “저기 좀 봐!”하면서 빼는 편.
8. 네에에….
9. 네……….

은하수 2023-11-22 22: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의 성적 젱체성은 어디에 둘 수 있을지 궁금하긴 하지만...
이렇든 저렇든 상관없이 존중받고 싶다는 강한 욕구를 느껴요...
욕구가 생기지 않는 것이 마치 비정상인듯 매도하는 남성들의 그 눈빛과 사고방식도 제발 바뀌었으면 싶네요.
페이드포에서도 잊을 수 없는 눈빛이 있었는데
차마 적지는 못했어요.

잠자냥 2023-11-23 03:02   좋아요 2 | URL
어떻게 보면 은하수 님이 말씀하신 바로 그 지점, 이렇든 저렇든 존중받고 싶다, 존중하자가 이 책이 전하고 싶은 가장 큰 핵심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생각해 보니 <페이드 포>도 그렇고 <에이스>, <성스러운 동물성애자> 모두 여성들이 자기의 개인적 경험에서 시작해서 그간 말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함으로써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사람들을 대변하고 그래서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는 역할을 한 공통점이 있는 책들이네요! 은하수 님도 분명히 흥미롭게 읽으실 것 같습니다.

DYDADDY 2023-11-23 00: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기존의 섹슈얼리티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보면 누가 이 개념을 만들었을까 라는 의문이 들어요. 이성애를 기준으로 잡고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으로 분화하여 고정관념을 생성시키는 것을 고민해 볼 때 전통적인 섹슈얼리티라는 개념은 결국 ‘남성‘이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섹슈얼리티의 헤게모니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오히려 성적 대상화에 종속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에요.
성해방이라는 것도 왜 프리섹스를 외치는 쪽으로만 가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오히려 개개인이 상호동의하는 성적 선호도에 맡기는 것이 진정한 해방이 아닌가 싶어요.
잠자냥님이 쓰신 글을 보면서 저는 어느 부류에 속할지 궁금해서 조만간 읽어야겠어요. ㅋㅋㅋㅋ

잠자냥 2023-11-23 03:04   좋아요 2 | URL
기존의 대부분의 개념들은 결국 서구 백인 남성이 만들었거나 그들을 기준으로 탄생했기 때문에 그 기준에 어긋나거나 그들에게 이롭지 않은 것들은 모두 비정상 취급하거나 억압했지요. 섹슈얼리티 개념 또한 그렇지 않겠습니까? ㅎㅎ
분명 성해방이 프리섹스일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 않을 자유, 하고 싶지 않은 자유, 성담론 자체를 거부할 자유 그 모든 게 존중되는 것이 진정한 성해방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이 책 바로 읽고 싶어서 전자책으로 주문했는데요, 받아보니 전자책 발행일이 11월 21일이더라고요?! 아주 따끈따끈한 전자책으로 대디 님도 편하게 읽으실 수 있을 듯합니다.(참 이 책에는 지정 성별 남성들의 다양한 사례도 등장합니다!)

DYDADDY 2023-11-23 09:07   좋아요 1 | URL
잠자냥님 // 탈식민주의에서 항상 거론되는 존재가 ‘서백남‘이지만 함께 극복해야 할 것이 ‘로컬남‘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저도 그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체화된 나의 욕망은 타자의 욕망이니까요.) 도끼로 얼음을 깨 듯 하나씩 바꾸려고 노력(정말 노력만일 수도 있겠지만요.. ㅠㅠ)하고 있어요.
그런데.. 잠은 언제 주무시나요?.. (잠자냥 야행성냥 설) 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1-23 09:45   좋아요 2 | URL
원래 고양이가 새벽에 잠 없는 거 모르시는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우다다 하느라 바쁨요. ㅋㅋㅋㅋ

DYDADDY 2023-11-23 09:51   좋아요 2 | URL
잠자냥님 // 밤에는 우다다 하지만 낮에는 햇살 따뜻한 베란다의 최애 의자 위에서 자야 하는데.. 츄르를 벌기 위해 출근을 하시니까요. ㅋㅋㅋㅋ 육고님들과 집사2님, 은오님과 오래 즐거우시기 위해서라도 잠은 잘 주무시기 바라요. ^^

잠자냥 2023-11-23 10:10   좋아요 0 | URL
네?? 마지막에 은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DYDADDY 2023-11-23 10:12   좋아요 0 | URL
잠자냥님 // 엄....

그럼 만날 업고 다니시는 푸은오로 수정할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11-23 20:22   좋아요 2 | URL
저랑 오래 즐거우실 생각은 안하시는군요....
 
사랑에 대하여 찰스 부코스키 테마 에세이 삼부작
찰스 부코스키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찰스 부코스키Henry Charles Bukowski, 나에겐 길티 플레저 같은 인물인가. 현재 부코스키 마니아 2위에 올라 있는 나는, 이 사실이 좋으면서도 싫다? 아니 싫지는 않구나- 그냥 좀 웃음이 나올 뿐. 부코스키는 정말이지 나에겐 약간 의외의 인물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어제도 늦은 밤 그의 시집을 읽다가 캬- 좋네, 캬- 술 마시고 싶네. 캬…. (여기에서 말줄임표로 생략한 생각을 100자평으로 남겼더니 순진무구한 어린이들의 항의가 빗발쳐 자진 검열. 아이쿠 아기들.)

부코스키를 처음 만난 것은 <여자들>과 <팩토덤>이었다. 별 내용 없다. 술 먹고 사고 치고 연애하고 싸우고 술 먹고 사고 치고 연애하고 글 쓰고 섹스하고…. 그 후로도 이 인간의 책이 번역되어 나오는 족족 읽었다. 이것도 거의 별 내용 없다. 술 먹고 사고 치고 연애하고 싸우고 술 먹고 사고 치고 연애하고 글 쓰고 섹스하고…. 시를 쓰고 작가가 되어 여자 “따먹는”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따먹는”다는 표현, 나는 극혐한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부코스키를 읽다 보면 정말 이 표현이 딱이라서 이것 외에 다른 말을 쓰기가 좀 애매하다. 잠자냥, 당신의 성향을 그간 지켜보건대, 이 작가를 좋아할 것 같지는 않은데 의왼데? 싶어질 것이다.

내 친구 중에도 그런 의구심을 가진 녀석이 있었다. 내가 이 작가 책을 계속 읽는 걸 보고 어느 날 친구가 물었다. “니가 안 좋아할 거 같은 작가인데 왜 자꾸 읽어? 뭐가 있어?” 그랬다. 과거 <여자들>이나 <팩토덤>을 읽고 남긴 평, 부코스키를 읽고 나서 하는 소리를 들으면 부코스키는 내가 절대로 좋아할 부류의 사람이거나 작품이 아닐 텐데, 이 인간을 계속 읽어대고 있으니 친구가 궁금해질 만도 했으리라. 나의 머릿속이 궁금해진 친구는 그래서 어느 날 나를 이해해 보고자 <호밀빵 햄 샌드위치>을 읽어봤단다. 그러고는 말했다. “니가 왜 좋아하는지 알겠다.” (<호밀빵 햄 샌드위치>는 그나마 이 인간의 작품 중 아름다운(?) 성장담이다. ㅋㅋㅋㅋㅋㅋㅋ)

부코스키는 척하지 않는다. 허영, 허세, 가식이 없다. 위선도 떨지 않는다. 날것 그대로의 표현 때문에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워워 이게 뭐야 이것도 문학이야? 싶을 수도 있다. 그런데 척하는 작가들, 시인들 너무 질리지 않은가? 문학이 어쩌고 하면서 뒷구멍으로 구린 짓은 다하고 앞에서는 근엄진지 척하는 거 너무 토 쏠리지 않은가? 그에 비하면 부코스키, 또는 그의 분신 차나스키는 그러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그냥 대놓고 구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여자들이 대놓고 몸을 던지는지도 모르겠다. 그 솔직함에 반해서? 아니 이 사람이 술에 취해서 시를 읊어주면 반해버린 것인지도 몰라........(난 아님)- 부코스키가 여자를 몹시 좋아한 것도 맞지만 여자들도 그에 못지않게 이 비루한 남자를 좋아한다. 왜냐면, 잘 보면 이 남자는 여자를 사랑할 줄 알거든.



한밤에 침대에서 일어나 앉아 당신의 코 고는
소리를 듣는다
버스 정류장에서 당신을 만났지
그리고 나는 지금 병적으로 하얗고
아이들의 주근깨로 얼룩진
당신의 등을 바라보며 생각하고 있어
그동안 등불이 당신의 잠에서부터
풀지 못할 세계의 슬픔을
내려놓지.

당신의 발은 보이지 않지만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발이지 않을까
짐작만 할 뿐이야.

당신은 누구의 사람이지?
실재 존재하는 건가?
나는 꽃과 동물과 새를 생각하지
그것 모두가 너무나 좋고
너무나 선명하게
진짜처럼 보여.

(........)

하지만 나는 알아 당신은
동시대의 것, 현대의 살아 있는
작품
불멸은 아닐지 몰라도
우리는
사랑했어.

부디 계속
코를 골기를. (<자는 여인> 부분)



자신이 비루하기 때문에 여자들의 비루한 모습도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 이 책에 실린 시들 속에서 여자들은 그다지 아름답게 그려지지 않는다. 술에 취했고 토하고 싸우고 지저분한 모습으로, 다 떨어진 속옷 차림의 또는 별로 아름답지 않은 몸매로 그의 앞에 서 있거나 (대개는) 누워있지만 그는 그럼에도 사랑한다. 다정하다. 그래서 그런지 자기 스스로 그렇게 말한다. “뜨겁고 차가운 여자들/나는 사랑을 잘해, 하지만 사랑은 그저/섹스만은 아니지,” 그러나 그가 아는 대부분의 여자들은 무척 야심이 크다. “그리고 나는 오후 3시 매트리스 위 커다란 베개 위에서 빈둥대며 누워 있기를 좋아하지, 나는 저기 세상이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동안 햇빛이 바깥 나뭇잎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것을 보는 게 좋아, 나는 너무 잘 알지, 온갖 더러운 책장들, 그리고 나는 사랑을 한 후에 천장을 향해 빈둥빈둥 누워 있는 걸 좋아하지 (,,,,,) 먹고! 사랑을 나누고! 자고! 먹고! 사랑을 나누고!” (<갈가리 찢겨 나간 인간 생명의 소리가 들려와> 부분). 야심 없이 사랑에 충실하고 현재에 충실하고 사랑을 한 후에 천장을 바라보며 빈둥빈둥 누워 있기를 즐기는 자.

세상의 어떤 허영 허세 가식을 벗어던지고 사랑, 그 자체에 충실한 인간. 그리고 글쓰기를 그 사랑 못지않게 뜨겁게 사랑한 인간. 그래서 그의 시에는 여자들과 사랑을 나누고 글을 쓰는 자기에 관한 묘사가 많다. 때로는 그것이-사랑이 글쓰기가 중첩되기도 한다. “한 남자가 글을 쓰는 방식 때문에/한 여자는 그를 만날 수도 있지/그러면 곧 그 여자는 다른 식의 글쓰기를/제안할 수도 있소.// 하지만 남자가 그 여자를 사랑하면/그는 그가 쓰던 대로 계속 글을 쓸 거요/그리고 남자가 시를 사랑하면/그는 자신이 써야 하는 대로 계속 글을 쓰겠지// 그리고 남자가 그 여자와 시를 사랑하면/그는 세상 어떤 남자보다도 두 배 더 많이/사랑이 뭔지 알고 있겠지// 나는 사랑이 뭔지 알아요./이 시는 그 여자에게 그 사실을 말해주려는 거요.” (<어떤 비평가 나부랭이에게 보내는 답변> 전문)

부코스키의 사랑은 이렇게 주로 여자들과 글쓰기를 향해 뜨겁게 타오르지만, 때때로 자신의 딸을 향한 부성애로, 또 자기를 발굴해준 편집자를 향한 동료애로 발현되기도 한다. 그럴 때의 그는 또 한없이 다정하고 성실하다. 그리고 그 언어들은 대게 날것 그대로이다. 미사여구가 없어서 투박해 보이지만 그래서 더 진솔하게 다가오는 고백들. 부코스키를 사랑하고 그의 곁에 머물다간 수많은 여자들이 그에게서 보았던 것도 그 진솔함 아니었을까(솔직히 잘생긴 얼굴은 아니잖아.....?) 그리고 뭐랄까 부(富)와 명예를 향한 집념보다는 부가 넘치는 세상임에도 모두가 거기에 미쳐 자신을 팔아먹는 이 세상에서, 가난한 자신, 그럼에도 그 생을 있는 그대로 즐길 줄 알았던 이 가식이라고는 모르는 인간의 글쓰기, 시 쓰기를 향한 열정에 반해버린 것은 아니었을지. 그러니까 이런 태도. “그걸 잊지 마, 비록 시가 돈은 안 되지만/죽음이 다가오고 석유가 터지길 기다리면서/야생 칠면조를 쏘면서 세계가 시작하기를 기다리면서 있는 것보다는 낫잖아.”(<내가 돈줄을 창문 너머로 차버렸던 날> 부분) 이런 자세 말이다. 나는 그의 이런 면이 좋던데.

그렇게 아끼는 시이기 때문에, 그는 시를 가져간 여인을 비난하며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젠장/열두 편의 시가 사라졌고 난 복사본도 없어 그리고 네가/ 내 그림들도 가지고 갔지, 가장 좋은 작품들을. 거 답답하군/너 다른 놈들처럼 나를 뭉개버리려는 거야?/차라리 내 돈을 가져가지 그랬어? 사람들은/ 길모퉁이에 토하고 자고 있는 술주정뱅이의 바지에서 돈을 훔쳐 가잖아.//다음번엔 내 왼팔을 떼어 가든지 50달러를 훔쳐 가/하지만 내 시는 안 된다고 /내가 셰익스피어는 아니지 하지만 언젠가는 그냥/더는 시를 못 쓸 거야 (...........) //하지만 하느님이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말씀하셨지/ 수없이 많은 시인을 만들었던 곳을 굽어보았지만/ 시는/별로 보이지 않더라”(<내 시를 가져간 창녀에게>부분). 시인은 많지만 시는 별로 보이지 않는 세상. 그 세상에서 부코스키는 술을 마시고 시를 쓰고 사랑을 한다. 그렇다고 사랑이, 이 세상의 전부인가? 그렇지는 않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사랑은 종과 같지 않아/그거 시적이긴 하네, 정말,/하지만 난 그녀의 목소리에서 다른 걸 들었지/내 비참함의 토사물 속에서/깨진 노란 이를 드러내고 싱긋 웃는/창문에 앉아 있는 죽은 머리 속에서”(<우편함에서 발견한 쪽지에 대한 대답> 부분). “사랑이 콜타르 바른 종이처럼 지속될 수”(<여기엔 파티가 있어> 부분) 없다는 것을 알기에 “아름다움과 관련해서 가장 엄청난 사실은/그게 사라져버렸다는 것을 발견하는 것”(<유효기간 만료의 장난> 부분)이라는 것을 알기에 술과 사랑과 글쓰기에 현재에 충실했던 이 인간 부코스키. 길티 플레저라고 해도 좋아할 수밖에 없구나.


이 시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 두 편을 소개해 본다.




첫사랑

한때
내가 열네 살이던 시절
조물주는 이게 기회라는
단 한 번의 느낌을 내려주셨지.

내 아버지는 책을 싫어했고
내 어머니는 책을 싫어했지(내 아버지가 책을 싫어했으니까)
특히 내가 도서관에서 빌려 왔던
그런 책들,
D. H. 로런스
도스토옙스키
투르게네프
고리키
A. 헉슬리
싱클레어 루이스
기타 등등

난 침실을 혼자 썼지만
저녁 8시가 되면
우리는 모두 잠자리에 들어야만 했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사람이 건강해지고 부유해지고 현명해진다."
아버지는 말하곤 했어.

"불 꺼!" 그렇게 소리쳤지.

그러면 나는 침실 등을
이불 밑에 넣고
뜨끈뜨끈한 열기와 숨겨놓은 빛과 함께
계속 책을 읽었어.
입센
셰익스피어
체호프
제퍼스
터버
콘래드 에이컨
기타 등등.

기회도 희망도
감정도 없던 자리에 그들은
기회와 희망과
감정을 가져다주었지.

나는 그걸 얻으려 노력했어.
이불 밑은 점점 뜨거워졌지.
가끔 전등에서는 연기가 나기 시작하고
혹은 시트에 -불이
붙을 것 같았고,
그러면 난 전등을 끄고
밖으로 내놓아
식혔지.

이런 책들 없이
내가 어떻게 그런 것들을
다 꺼버렸을지
지금도 알 수가 없어.
외침,
살인자 같은 아버지.
어리석음, 무능,
칙칙한 절망.

아버지가 “불 꺼!"
소리쳤을 땐
두려워했던 게 분명하지.
우리의 최선을 다해
상냥하고 합리적으로
보이도록
잘 쓰인 글들을,
제일 재미있는
문학 작품을.

그리고 그것들은 바로 거기 있었어
내 가까이에
이불 아래
어떤 여자들보다 더 여자처럼
어떤 남자들보다 더 남자처럼.

나는 그 모두를 가졌어
그리고 받아들였지.







어떤 정의(定義)

사랑은 그저 한밤에 안개를 훑고 달려가는
헤드라이트일 뿐

사랑은 그저
화장실 가다 밟아버린
맥주병 뚜껑일 뿐

사랑은 술 취했을 때
잃어버린 대문 열쇠

사랑은 일 년에 하루
십 년에 한 해
일어나는 일

사랑은 우주의
짓뭉개진 고양이들

사랑은 이제는 포기해버린
길모퉁이의 늙은
신문팔이

사랑은 올림픽 오디토리엄의
맨 앞 세 줄에 앉은
잠재적 살인자들

사랑은 네 생각에는
상대가 파괴해버린 것

사랑은 전함의 시대와 함께
사라져버린 것

사랑은 울리는 전화와
똑같은 목소리 혹은 바로
그 목소리가 아닌
또 다른 목소리

사랑은 배신
사랑은 뒷골목 술주정뱅이의
타오름

사랑은 강철
사랑은 바퀴벌레

사랑은 우편함

사랑은 로스앤젤레스의
가장 싸구려 호텔
지붕 위에 내리는 비

사랑은 관에 누운
너를 싫어하던 아버지

사랑은 다리 한 짝이
부러진 채로
5만 5천 명이 보는
가운데
일어서려고 하는 말

사랑은 바닷가재처럼
우리가 삶아지는 방식

사랑은 입에 물었으나
잘못 불붙인
필터 담배

사랑은 우리가 아니라고 말했던
그 모든 것

사랑은 노트르담의
꼽추

사랑은 찾아낼 수 없는
벼룩

사랑은 모기

사랑은 근위 보병 50명

사랑은 요강을
비우는 사람

사랑은 퀜틴 교도소의 폭동
사랑은 만원인 정신병원
사랑은 파리가 들끓는 거리의
똥 싸는 당나귀

사랑은 아무도 앉지 않은
술집 의자

사랑은 몇 년이 지나도 여전히 비명을 지르며
오그라들어 산산이 부서지는
힌덴부르크 호를 찍은 영화

사랑은 룰렛 바퀴를 탄
도스토옙스키

사랑은 땅 위를
기어가는 것

사랑은 낯선 사람에게
바싹 달라붙어 춤추는 너의 여자

사랑은 빵 한 덩이를
뜯어내는 늙은 여자

사랑은 끊임없이
그 무엇보다도 끊임없이
쓰이는 단어

사랑은 빨간 지붕이고 초록
지붕이고 파란 지붕이고
제트키를 타고 날아가는 것

그게 다야.



변태 수집인가.... 변자냥.




캬- 어젯밤에 읽어도 좋더니 비 오는 오늘 읽어도 좋다. 오늘 집에 가는 길에는 와인을 한 병 사야겠다. 그것도 싸구려 와인. 그리고 그 싸구려 와인을 와인잔이 아닌 투박한 유리컵에 따라 마셔야겠다. 그리고 사랑을 하고 나누고 그리고 시를 쓰고......


묻지 못하던 것
                      -잠자냥


어제
드디어 물었지.
그래서 어떻게 했느냐고
단지에 담아 볕 잘 드는 집안
창가에 두었다고

털복숭이 단지가 되어
돌아왔구나
웃다가 운다

울지 마
인생도 그래
살덩이가 먼지가 되는 것

먼지가 될 살덩이
아끼지 마
사랑하고 사랑받고
불태워

그래도 라면 먹고 가,
그건 신중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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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11-16 15: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바로 그 시끄럽게 코를 고는 여자인데 말입니다. 흠흠.

책읽는나무 2023-11-16 15:51   좋아요 1 | URL
아니에요. 바로 저였어요!
잘 때 코 고는 여자!ㅋㅋㅋ

다락방 2023-11-16 15:57   좋아요 2 | URL
앗 책나무 님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동지여!!

잠자냥 2023-11-16 16:11   좋아요 1 | URL
그러나 그대들은 부코 할배를 좋아할 리가 없고....

책읽는나무 2023-11-16 16:29   좋아요 0 | URL
동지!!!🫂

책읽는나무 2023-11-16 16:35   좋아요 1 | URL
전 좀 부코 할배 좋아질 것 같아요.
시인인 것도 오늘 처음 알았지만요.ㅋㅋㅋ
코 고는 여자를 이렇게 사랑스럽게 표현하다니...이제부터 자랑스럽게 코 골래요.^^
부코 할배 만세!!!

다락방 2023-11-16 15: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근데 잠자냥 님 시도 잘 쓴다..

새파랑 2023-11-16 15:56   좋아요 0 | URL
부코스키 왠지 이부장님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희곡작가에 이제는 시인~!
라면만 국밥으로 바꾸면 좋을거 같습니다~!!

다락방 2023-11-16 15:57   좋아요 1 | URL
음..부코스키....다락방.....음.......음........글쎄요.......음.......그런가........음.......

잠자냥 2023-11-16 16:11   좋아요 1 | URL
다락방 너 지금 나한테 반했구나? 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11-16 15: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라면 먹고 가는 신중해야 하나요? ㅋㅋㅋㅋ 마지막에 빵 터짐.
부코스키 하나도 안 읽었고 관심도 없었는데 궁금해지네요. 시 제목들이 재밌는 게 많군요. 내가 돈줄을 창문 너머로 차버렸던 날 ㅋㅋㅋㅋ 난해하지 않아 좋네요.
변자냥…

잠자냥 2023-11-16 16:39   좋아요 3 | URL
라면 먹고 가... 는 은오하고 약간 티키타카랄까? 밈(?)이 있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은오 님이 맞춤법 강의(4일차) 예문에서

3. 조사 ‘밖에‘ vs 명사 ‘밖‘
나한테는 잠자냥 님밖에 없어. (조사)
잠자냥 님, 추운데 왜 밖에 계세요? 저희 집에서 라면 먹고 가세요. (명사)

라고 해서...... 댓글에서.....


라면 ㅋㅋㅋㅋㅋㅋ 나중에 진짜 만나는 사람 생기면 라면 함부로 먹고 가라고 하면 안 돼 은오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만나는 사람한테도 안돼요? ㅋㅋㅋㅋㅋ
결혼도 안해주시면서!!!!!!!
아니 만나는 사람은 돼죠. ㅋㅋㅋㅋ 근데 이제 그 타이밍을 잘 선택해서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이 두 페이퍼 댓글 참조... ㅋㅋㅋㅋ

https://blog.aladin.co.kr/euno/15029921
https://blog.aladin.co.kr/euno/15040233

잠자냥 2023-11-16 16:28   좋아요 0 | URL
부코스키 시 하나도 안 난해하고 바로바로 이해 가능.
이 시집은 그새 절판이네요.(우웅 전자책은 판매 중)
민음사에서 나온 <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 요런 거 읽어보세요~


책읽는나무 2023-11-16 15: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작가였나요?
인용해 주신 시를 읽으니 살째기 제 마음도 흔들리네요.ㅋㅋㅋ
사랑은 우리가 아니라고 말했던 그 모든 것!
음...깊은 뜻이 있어 보입니다.^^

˝먼지가 될 살덩이 아끼지 마.˝
저 말은 우리집 남편이 늘상 하는 말인데...자냥 님께 들으니 기분이 묘하네요.ㅋㅋㅋ

잠자냥 2023-11-16 16:28   좋아요 1 | URL
그냥 소박소탈한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설도 거의 그렇고요.
과다(?)한 성 묘사가 좀 싫을수도 있지만.... <호밀빵 햄 샌드위치> 같은 작품은 한번 읽어보세요.

아니 나무 님 남편분에게 부코스키의 피가!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11-16 16: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글은 보통 눈에 잘 들어오는데
피곤해서 그런가 글이 눈에 잘 안 들어와요... (이런 댓글 남기지마!)

나중에 다시 볼게요...

잠자냥 2023-11-16 16:27   좋아요 0 | URL
어제 늦게 자서.....(시 인용하면서 / // 이런 기호가 중간에 많이 들어가서 그런지도 몰라요)

물감 2023-11-16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소설에서 19금 장면을 정말 싫어하는데, 이유인즉슨 글보다 영상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ㅎㅎㅎㅎ
아니, 글로 읽어가며 장면을 상상하는 게 뭔 재미인지 모르겄어요!!!!!!!!

잠자냥 2023-11-16 16:41   좋아요 0 | URL
근데 이 작가는 좀 신기한게 그런 장면을 묘사(?) 하지는 않아요. 묘사는 오히려 헨리 밀러 이런 인간들이 징글징글하게 하는 듯...

은오 2023-11-16 20: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시 읽으니까 어젯밤에 갈긴 제 시가 부끄러워지네요 ㅋㅋㅋㅋㅋ 아 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님은 왜 시도 잘쓰세요? 🥹
제가 살덩이는 좀 아껴서 신중하지만 마음은 안아낍니다 ㅋㅋㅋㅋ 온 마음을 드리리!!!!!

잠자냥 2023-11-16 20:33   좋아요 1 | URL
왜요 잘 썼어요. 2분 만에 천재 시인 탄생. 저는 3분 만에 썼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11-16 20:36   좋아요 2 | URL
역시 잠자냥님............
누가 또 반해서 결혼신청할까봐 겁나네요 ㅡㅡ

잠자냥 2023-11-16 20:38   좋아요 3 | URL
괜찮아요. 내가 안 해 줄 거라서…

은오 2023-11-16 20:41   좋아요 1 | URL
엥 근데 저랑도 안해주시는게 문제
안괜찮군요

잠자냥 2023-11-16 22:01   좋아요 1 | URL
아니 근데 잘 들어봐요
“사랑은 술 취했을 때 잃어버린 대문 열쇠“
”사랑은 뒷골목 술주정뱅이의 타오름”

안 좋아???!! 캬 술 땡(x) 댕기네…

은오 2023-11-16 22:16   좋아요 1 | URL
제가 잘생긴 무성애자를 못찾은 관계로.. 그렇게 찐한 사랑을 해본적이 없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ㅌㅌ 솔직히 아뭔말이래 싶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ㅌㅋㅋ

잠자냥 2023-11-16 22:2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잘생긴/예쁜 사람은 있을 거 같은데 그 나이(20대)에 무성애자 찾긴 쉽지는 않겠다…. 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11-16 22:29   좋아요 1 | URL
섹스는 취미정도의 지위로 내려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놀 거리가 많은 세상에!! 섹스가 머라고!!

은오 2023-11-16 20: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시는 잘 모르겠네요. 흠.... 별로 뭐가 느껴지진 않는군.. 잠자냥님이 왜 좋다고 하시는진 이해했습니다. ㅋㅋㅋㅋ
호밀빵은 조만간 읽으려고요!! (나머지 소설은 다 절판?! 😱) 전 에세이가 좀 궁금한데 좀 있더라고요. 제가 에세이를 한번 읽어보도록! ㅋㅋㅋㅋ

잠자냥 2023-11-16 20:43   좋아요 1 | URL
아니 댁이 요즘 내가 읽은 책에서 골라 읽는 거 중에 좋은 거 별로 없으니까 ㅋㅋㅋㅋㅋ 그냥 읽던대로 읽어. 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11-16 20:40   좋아요 0 | URL
그래도 팩토텀은 좋았자나요?!

잠자냥 2023-11-16 20:42   좋아요 1 | URL
참 그리고 은오 님이 부코스키 시가 별로인 건 은오 님은 문장성애자라서 ㅋㅋㅋㅋ 전 보뱅급이 아니면 문장성애자가 되지는 못해가지고 걍 다 그렇습니다.

잠자냥 2023-11-16 20:44   좋아요 1 | URL
취해서 오타 작렬 ㅋㅋㅋㅋ 오늘은 편집자냥을 잊으시길.

은오 2023-11-16 21:00   좋아요 2 | URL
그래서 그런 거였군요. ㅋㅋㅋㅋ 전 문장성애자이기도 하고 잠자냥님성애자이기도 하고....
잠자냥님 밤에 다신 댓글 보면 ㅋㅋㅋㅋ 알림에서 보이는거랑 수정하신 실제 댓글이랑 다른 경우 은근 있어서 웃깁니다 ㅋㅋㅋ 인간적이야...🥹

잠자냥 2023-11-16 21:02   좋아요 1 | URL
그게… 제가 오타는 또 수정하는 버릇이 있어서 ㅠㅠ 에효 죽일놈의 직업병….

은오 2023-11-16 21:05   좋아요 1 | URL
전 직업도아닌데?! 카톡할때도 그래요 ㅋㅋㅋㅋㅋㅋ
근데 막 쌍시옷받침 그냥 시옷으로 쓰거나 하는 누가봐도 오타인건 상관없는데
몰라서 틀린것처럼 보이는 되돼 에요예요 이런건 뇌빼고 쓰다가 실수하면 꼭 수정해요 ㅋㅋㅋ

잠자냥 2023-11-16 22:08   좋아요 1 | URL
그냥 내맘 속 양심 같은 거 ㅋㅋㅋㅋㅋ 아무도 모르고 아무도 신경 안 쓰는 거 아는데 내가 용납 못하는 1cm

공쟝쟝 2023-11-17 12:53   좋아요 2 | URL
*변태 수집인가.... 변자냥.*
= 변자냥 : 취미 : 변태수집 / mbti : edps / 좋아하는 것 : 츄르
= 요즘 업어 키우는 생물 : 아무데서나 못 자게 하지만 내 몸에는 손 하나 까딱 못 대게 하는 에이스 폴리아모리 상습 결혼신청범 범성애자 성스러운동물성애자 포스트휴먼 맞춤법 공부하는 판다

잠자냥 2023-11-17 12:47   좋아요 2 | URL
그 변태도 엄청난 변태 같기는 합니다. ㅋㅋㅋㅋ

steal0321 2023-11-23 1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서재에 올리는 글 잘 읽고 있습니다.
긴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찰스 부코스키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처음 들어보는 작가 이름이 한둘이 아님이 당연하지요)
첫사랑이라는 시는 마음에 확 들어와서 바로 필사해버렸어요.

잠자냥 2023-11-23 19:02   좋아요 0 | URL
ㅎㅎ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요. 기회가 되신다면 부코스키 시집이나 소설도 한번 읽어보세요. 더 좋은 작품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