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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플라시보 > 일 해서 먹고 산다는 것

내 친구는 SK텔레콤에 다닌다. 우리가 흔히 전화를 하면 '레인보우와 함께하는 SK텔레콤 모모모 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고객님?' 하는 여자 중 한명이 내 친구 일 수도 있다. 친구의 전공은 신방과 였으나 어찌 어찌 해서 저 길로 흘러들어갔다. 조만간 때려 치울 생각이지만 현재로서는 잘 버티고 있다.

친구의 말에 의하면 세상에는 참 별의 별 인간들이 다 있다고 한다. 비만 오면 전화질을 해서 되도않는 소릴 지껄이는 놈(년은 잘 없다고 함), 전화를 받자 마자 십원짜리 욕을 하는 년.놈, 실컷 설명해 주면 다시한번 해 보라고 하는 인간들, 심지어는 업무 지식을 빠삭하게 파악하고서는 이것 저것 물어보고 틀리기라도 하면 호통을 치는 인간에 이르기 까지. 내가 직접 안봐서 모르겠지만 정말 믿기 힘들정도로 희안한 인간들이 많은 것 같다.

얼마전에 시작한 번호 이동성 서비스 때문에 요즘 SK텔레콤은 초 비상이라고 한다. 벌써 3만명 가까이가 타 이동통신 요금 서비스를 신청했기 때문에 휴일도 반납하고 일을 하고 있단다. 고객을 지키기 위해 매 시간마다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고 그걸 좔좔좔 외워야 하는 내 친구는 그야말로 요즘 같아서는 당장 욕이라도 해 주며 회사를 박차고 나가고 싶다고 한다.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겠지만 내 친구를 보면 참 일하는게 팍팍하게 일을 한다. 고객들은 툭하면 전화해서 시비 걸고, 자기가 통화하는 모든 내용은 윗사람들이 다 듣고(그걸 체감이라 하며 점수도 매긴다.), 하루에 받아야 하는 전화량(콜수라 하여 역시 점수에 반영)도 엄청나다. 즉 지랄같은 고객이라도 무지 친절하게 받으면서 동시에 많은 양을 처리 해 내야 하는 것이다. 내 친구는 친절하게는 받지만 전화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여(친절하다 보면 이것 저것 말이 많아짐은 당연하고 이는 곧 하루에 받을 수 있는 통화수를 줄이는데 기여한다.) 늘 콜수로 잔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보다 못한 내가 그럼 대강 받아서 콜수를 늘이라고 하니까 위에서 다 듣기 때문에 고객에게 조금이라도 불친절하면 그건 더 큰 일이라고 한다. 내 생각에 정말 몇 안되는 지랄같은 일인것 같다.

그 친구는 나를 보면서 늘 설렁설렁 놀며 일하는 것, 아니 적어도 쉴새없이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부럽다고 했다. 하긴. 내가 일하는 꼬라지를 보면 다들 부러워 한다. 어느 회사라서 방문 걸어 잠그고 대 여섯 시간씩 스트레이트로 퍼 자겠는가... (아침잠 모자라는 날은 출근하자 마자 퍼 자기 시작해서 점심도 거르고 잠에 열중하기도 한다.)

이 친구에게서 오늘 전화가 왔는데 드디어 돈을 벌어서 저 SK를 집어치우고 조만간 DVD전문점을 낼꺼라고 한다. 처음에는 대출도 받고 여기 저기서 빌리기도 해야겠지만 과거 대학 다닐때 자기가 DVD전문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쌓은 노하우(친구가 가계 하날 도맡아 했는데 한달 가계 순이익이 600이었다.)를 십분 발휘할 계획이란다. 한달에 600정도면 괜찮은 장사다. 나는 나중에 돈벌면 내 용돈이나 달라고 했다. 부자 친구 덕에 좀 먹고 놀아보게.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내 친구들은 다 일을 하고 있다. 기자질을 하기도 하고 PD를 하기도 하고 그냥 직장에 다니기도 하고 저 친구처럼 콜센타에 근무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똑똑해서 공부를 썩 잘했던 내 친구들도 사는걸 보면 다 비슷비슷하다. 겉은 번지르르한 잡지사에 들어갔으나 박봉에 그나마 월급마저 두어달씩 밀리기도 하고 프로그램 특성상 교수들 스케줄에 맞춰야 하는 한 친구는 새벽 6시에 인터뷰를 따러 도시의 극과 극을 이동하기도 한다.(그는 자기를 교수들의 비서라고 부른다.)

먹고 산다는게 말이다. 참 녹녹하지 않은 일인것 같다. 나야 운이 좋아서 좀 띵가 거리긴 하지만 그 대신 거의 살인적인 시간을 회사에 투자한다. 남들은 주 5일 근무네 어쩌네 하지만 나는 그림의 떡이다. 여긴 절대 주 5일 근무를 안하고 못 할꺼다. 일주일에 하루를 제외한 나머지 날들을 꼬박 10시간씩 회사에 있다 보면 회사가 또하나의 집이 되어 버린다.(내 사무실은 마치 내방같다.)

전부 돈을 벌어 자기 자신을 먹여 살리기 위해 열심히다. 입에 밥을 넣어줘야 하고 방세를 내야 하며, 간혹 영화나 책 공연 여행 같은걸로 정신이 돌지 않도록 탈출구도 마련해 줘야 하고, 이쁜 옷이나 새로운 머리로 기분 전환도 시켜 줘야 한다. 자기가 자길 돌보는 일. 살리는 일은 이토록이나 피곤하고도 힘든 일이다. 그런데도 다들 잘 살고 있다. 아직 내 주변에는 한명도 사는게 너무 고단해서 고만 해야겠다 하면서 영원히 자련다 하는 이는 없다.

이직문제로 골통이 깨지는 요즘. 갑자기 일하며 사는 모든 이들이 측은하게 여겨진다. 위에서 날라오는 공격과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 공격. 해도해도 끝 없는 일. 그리고 술잔 기울이며 친한척 하지만 연봉협상때가 되면 나보다 더 받을까 싶어 눈이 벌겋게 되는 이 전쟁터에서 하루 하루를 견디고 참아내고 있으니 말이다.

스스로를 혹은 부양가족을 위해 전쟁터에서 내일도 열심히 싸울 모든 인간들에게 등이라도 토닥여주고픈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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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sooninara > 온라인상의 당신 자신을 근사하게 만들어라.

시험기간에 도덕 문제집을 풀다가(그때 아니면 언제 들춰보겠어)

'버지니아 셰어가 말한 네티켓의 원칙'이라는 걸 보고

상당히 공감하는 부분이 있어서 오려놨었는데

잊고 있었다가 책상 앞에 꽂혀있는 걸 보고 읽어봤다.

 

1. 인간임을 기억하라

2. 실생활에서 적용된 것과 똑같은 기준과 행동을 고수하라.

3. 사이버 스페이스 어떤 곳에 현재 자신이 접속해 있는지를 알고, 그곳의 문화에 어울리게 행동하라.

4. 다른 사람의 시간을 존중하라.

5. 온라인상의 당신 자신을 근사하게 만들어라.

6. 전문적인 지식을 공유하라.

7. 논쟁은 절제된 감정하에 행하라.

8.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존중하라.

9. 당신의 권력을 남용하지 말라.

10. 다른 사람의 실수를 용서하라.

 

특히 5번에서 나는 도덕 문제집에 고마움까지 느꼈다.

나는 운이 참 좋다.

내가 뭔가 의문을 가지면 답이 나를 찾아서 오는 것 같다.

물론 내가 그 답을 찾으려고 하는 것도 있지만,

아무리 찾으려 해도 답을 찾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데 비해

나는 너무나 쉽게 답을 아는 것 같은 느낌이...

온라인 상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상호작용을 몇 년동안 해 오면서 

문득

내가 이 사람들에게 내보이고 있는 것은 나의 좋은 부분들만이 아닌가?

나의 뒤틀리고 비뚤어진 면을 이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이렇게 어두운 부분이 거세된 나를 인터넷 속에 만들어놓고 나는 어떤 자기만족감에 휩싸여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인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내가 이토록 열심히 쌓아놓은 온라인상의 방어막이 어떤 계기로든 무너뜨려진다면 나는 괜찮을까?

사람들이 실망하는 것을 나는 견딜 수 있을까?

그런 실망을 받다가도 조금만 안 보이면 잊혀지는 것을 나는 견딜 수 있을까?

어차피 이 곳에 평생토록 있지는 못 할 것이다, 그러면 잊혀지게 된다.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 열심히 나의 단점을 난도질하는 수고를 하면서까지 여기에 붙어 있으려 할까? ...

버지니아 셰어가 무슨 의도로 온라인상의 자신을 근사하게 만들라고 했든,

내가 받아들인 방향에서 그 말은, 상당히 혼란스러웠던 내 머리를 말끔히 정리해줬다.

아무튼 나는 그냥 이렇게, 계속 근사한 부분만 내비치면서 있어도 괜찮은 거야.

고민해 오던 일을 누군가에게서 허락받은 것처럼 기뻤다.

그것이 일시적 안정일지라도 나는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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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파도너머 > 스트레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다.  배고파 굶어 죽고, 봇짐지고 밤길 고개 넘어 가다가 산적만나 칼맞아 죽고, 감기 잘못 걸렸는데 결핵되서 피토하다 죽고...머, 머 이런 세상은 (아주 완전히는 아니지만) 대략 끝난 것 같다.  이제 사람들을 죽이는 건 스트레스, 노환, 기계 이 셋 중 하나다.

스트레스가 차곡차곡 모이면 근육이 뭉쳐서 목이 뻣뻣해지고, 뻣뻣해진 근육줄기가 모여 한데 뭉칠 공간을 찾아 이동하면, 종양이 되는 거구, 어느날 뒷목을 잡고 억! 쓰러지던지 혹은 "3개월 입니다"라는 진단을 받던지 하게 된다는 사이비 과학논리를 사람들은 대체로 신봉한다.  몸을 뜯어서 종양을 키워보지 않는 한 사실 확인 안되는 믿음이지만, 대체로 그럴 듯 한 논리이기에 어느새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명제는 진리처럼 되어버렸다.

대략 전 국민이 자기 생존에 대한 중요한 명제를 이렇게 인식하고 있는 마당에 하루가 멀다하고 각종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생물학전 바이러스를 퍼뜨리듯, 스트레스를 무차별적으로 폭격하는 이들이 있으니 그게 바로 국회와 정부다.  무슨 이윤지는 몰라도 16세기에 프랑스 국왕이 가신들을 시켜서 흑사병 병균을 전국으로 퍼뜨려라!라고 시켰다면 말이 되는가?  근데,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말도 안되는 비교라고 말하지 말라.  나도 아니까.  여하튼, 그렇다.

신문보기가 무섭다.  신문을 펴볼때마다 흑사병같은 스트레스들이 마구 내 눈과 호흡기를 통해 침투해 들어옴을 느낀다.  '아니, 니 일도 아닌데 뭔 스트레스를 받냐?' 하겠지만, 인간이란게 또 그런거이 아니다.  정말 말도 안되는 일들, 복창터질만큼 정의,양심과 매치 안되는 일들을 보면 아무리 내 상관 안할라쳐도 나도 모르게 속이 뒤집히고, 창자가 꼬이게 마련이다.  게다가, 따지고 볼라 치면, 나랑 상관없는 넘들의 닭짓이 아니다.  다 내 피같은 세금가지고 그짓하고 있는 거고, 다들 툭하면 내(국민이라는) 이름을 팔아먹으면서 말도 안되는 미친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찌껄이는 놈들 아닌가! 

본의 아니게 나뿐 놈들 욕한 글이 되고 말았다.  실은 이들의 존재와 언행이 우리의 일상사에 미치는 소소한 악영향, 미시적 차원의 권력의 부작용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얼마나 독소 깊은 것인지 말하고 싶었는데, 그것도 감히 푸꼬적 차원에서...내 사유와 글의 가벼움이 감당치 못하였도다.  욕하다 보니 욕하는게 잼있어서...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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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요다 > 매일매일을 기록한다는 것.

그것은 힘든 일이다. 그래서 나는 기록대신 그날 받아온 '영수증'을 모아둔다. 영수증은, 물건을 산 기록일 뿐이지만 그걸 들여다 보고 있으면 내가 하루를 살아가는데 얼마나 많은 먹을 것과 입을 것, 들을 것, 그리고 기타 등등이 필요한지 알게 된다.

가계부도 쓰다 말다 하지만은, 이 영수증 모으기는 한번도 그만 둔 적이 없다. 2003년의 영수증을 월별로 정리해 놓고 보니 나는 참 많은 것을 샀고, 그 중 어떤 것은 샀는지 어떤지도 기억 못하지만 어쨌든 그 물건들과 더불어 하루를 보내고 있다.

물건들의 기록, 영수증을 볼 때마다 소름끼친다. 내가 기록하지 않아도 나의 일상은 여기 저기에 기록된다. 카드회사에서 매달 보내주는 카드 사용명세서에, 주거래 통장에, 맥스무비와 CGV 상암에 내 기록은 있다.

물건이 혼자서 나돌아다닐 수 없듯, 나는 새로 산 물건이나 문화상품을 들고서 서울의 수많은 길거리를 나돌아다녔다. 공연표와 갤러리 입장권은 영수증 외의 정신나간 증표. 월별, 날짜별로 정리된 사진 폴더, 싸이월드의 미니룸, 까페... 기타등등, 기타등등.

흩뿌려진 수많은 기록 앞에서 그만 아연해진다. 도대체 뭘 이렇게 많이 한거야? 도대체 물건을 왜 이렇게 많이 샀지? 아, 도대체 그 많은 시간을 나는 뭐한 거지? 이해할 수 없는 기록이다. 거의 대부분 집 밖에서 시간을 보냈다.

서에 번쩍, 동에 번쩍 하면서 1년을 산 것만 같은. 엄청난 에너지를 지닌 괴력의 소녀인 것만 같은. 그러나 머리 속에 남아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아, 다시금 자기반성에 젖어드는... 지금은 기록된 이 모든 것들의 무게를 견딜 수 없다.

내년에는 지금보다 기록이 더 적어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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