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6시부터 자던 아이들이 아침 6시에 일어났다. 12시간을 자더니 피로가 풀린걸까?
어젯밤에 남편이 배신때리는 바람에 유부초밥을 만들어 몇개 먹고 혹시 아이들 깨면 주려고 남겨 두었던 걸 아이들이 일어나자마자 먹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놀이에 심취해 엄마가 다시 들어가 자는데 방해하지 않았다.
9시30분에 다시 일어났는데 거의 몸살처럼 온 몸이 쑤시고 배가 갑자기 고팠다. 찬밥이 있기에 라면을 하나 끓였다. 아이들이 달려 들어 다 먹고 밥까지 모두 먹었다. 결국 나는 라면 국물만 마셨다.
12시 옆동에 사는 언니가 마실 오라고 전화하셔서 걸레질 하고 화장실 청소만 마무리해놓고 찹쌀 호떡 믹스 한통을 들고 찾아 갔다. 언니랑 같이 수다떨며 호떡을 만들고 아이들은 장난감 가지고 신나게 놀았다.
2시 다시 집으로 돌아와 이불 펴고 누웠다. 아이들은 침대에 눕더니 스르르 잠이 들었다. 나도 잠깐 잠이 들었다.
4시반쯤 택배기사님 전화에 화들짝 놀라서 깼다. 알라딘 상품이 배송되었다.
상자 열며 아이들 책을 꺼내주니 현준이는 엄청 좋아했고, 현수는 찔찔 짰다. 선물할 책은 일찌감치 꺼내 높은 곳에 올려 두고, 현준이 책 중 하나를 현수 책이라고 주어 간신히 달랬다.
공룡 화보 책을 받아들고 너무 좋아하는 현준이, 한장 한장 넘겨가며 아는 공룡 모르는 공룡 이름 물어보며 한참을 보았다.
어제 마기님 서재에서 보았던 맛나게 보이던 김밥이 먹고 싶었다. 전에 사두었던 김밥재료로 김밥을 만드는데 시금치는 너무 오래전에 데쳐둔거라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래서 결국 상추를 넣었다. 상큼한 향기가 좋았다. 참치랑 잘 어울렸다. 그리고 햄, 맛살, 계란 지단, 단무지를 넣었다.
남편이 차를 가져가지 않아 끝나는 시간 맞춰 모시러 갔다. 김밥도 챙겨서 집 근처 체육공원에서 먹고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 놀다가 7시쯤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이 씻고 나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었는데 이번에 주문한 책 모두가 너무 재미있다고 현준이가 신이 났다.
야구선수가 꿈인 현준이의 관심은 요새 야구 글러브와 야구공에 있다. 제대로 된 글러브와 야구공을 사달라고 요새 조르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원래는 <야구가 좋다>라는 책을 사주고 싶었는데 절판이라 <야구공>을 주문했는데 아이가 무척 재미있다고 남편에게 또 읽어달라고 했다.
우리가 다니는 소아과에서 만났던 책인데 너무 갖고 싶어해서 찾아보았는데 절판이다. 아쉽다.
아직까지 충치가 없는 현준이의 치아는 건강하다. 혼자서 양치질도 잘해서 치과 선생님이 칭찬도 해주셨었다.
이 책은 현준이네 유치원 다음달 동화프로젝트 주제 책이다. 그래서 구입했는데 아이가 무척 재미있어 했다.
현수에게 이 책은 현수거라고 주면서 달랬는데 실상은 오빠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되면 엄마를 미워할지 모르겠다. 미안.
설거지하고 뒷정리를 하고 들어왔더니 남편은 어느새 곯아떨어졌다. 친구를 보내고 온 어제 하루가 무지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어제 저녁내내 남편을 기다리느라 삐졌었다고 했더니 콧방귀만 끼고 계속 잠만 잔다. 아이들도 어느새 스르르 잠이 들고, 또 평온한 밤이다.
하루하루가 점점 더 빨리 지나가는 것만 같다. 아직 천천히 지나갔으면 좋겠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