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데부 - 이 광막한 우주에서 너와 내가 만나
김선우 지음 / 흐름출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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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새를 그리는 화가, 김선우 작가의 ’랑데부‘의 표지에는 ’이 광막한 우주에서 너와 내가 만나‘라는 부제가 쓰여있다. 모 커피브랜드 MD상품으로 처음 작품을 처음 보았을때는 도도새를 소재로 이렇게 다양하고 친근한 작품을 그리는 작가가 있었구나 하는 정도였는데 관련 인터뷰 기사를 찾아보고 더 많은 작품을 찾아보면서 ’랑데부‘책을 꼭 읽고 싶었다.

추천의 글을 지나 ’작가의 일‘ 챕터를 읽으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오갔다. 최근에서야 ’전업작가‘가 되었다는 저자는 담담한 문체로 자신이 걸어온 길을 들여주는데 저자의 말처럼 비단 예술분야 뿐 아니라 무언가를 ’업‘으로 삼고자 하면 분명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해야만 하는 때가 있다. 나처럼 지금이 바로 그런 ’때‘라면 시작부텨 활짝 열린 마음으로 이 책을 읽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예술로 소통하는 사람,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온 힘을 다해 전하려는 저자의 사랑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스스로 날기를 포기해 멸종한 도도새들처럼 현실에 안주할 생각을 하지 말고,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무모한 모험을 떠나라는 무책임한 말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다만 당신께 ’작가노트‘를 쓰는 일을 제앟ㄴ하고 싶습니다. (...) 삶이라는 작품을 써내려가는 건 우리 누구에게나 지워진 무거운 운명인 동시에 창조적인 권능과 축복이니까요. 55쪽

근래 기록에 관련된 책들이 무수히 많이 쏟아지고 있다. 김선우 작가는 미술대학에서 얻은 가장 큰 배움이 다름아닌 ’작가노트 쓰는 법‘이라고도 말한다. 단순히 쓰기만 했는데 시험에 합격하고, 원하는 직장을 얻는 등 실로 쓴다는 것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지만 결코 단순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하다못해 ’세 줄 일기‘조차 귀찮아서, 피곤해서 쓰지 않는일도 많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육아를 하다보니 발달과정별로 체크해야 할 사항과 검사받아야 할 내용들, 유치원 준비물과 과제등을 챙기다보면 아이와 관련된 기록은 꾸준히 남기게 되지만 정작 내게 남은건 독서기록이 전부다. 그래도 서평쓰기라도 꾸준히 해와서 얼마나 다행인가. 저자의 말처럼 누군가의 작품이 이해되지 않으면 작가의 작가노트를 보고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내가 읽어온 책들과 서평을 읽다보면 까맣게 잊어버린 이야기들이 생각나기도 한다.

어쩌면 살아간다는 일에 익숙해진다는 건 수많은 선택들이 주는 스트레스로부터 주금씩 의연해질 수 있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81쪽

결국 나의 보통 속에서 가장 반짝이는 무언가를 알아차려주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의 삶은 비로소 서로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게 됩니다. 113쪽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김선우 작가가 그림을 그리지 않았더라도 ’책‘을 통해 분명 소통할 수 밖에 없었을 것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두에 밝힌 것처럼 그림이 ’친근하다‘라고 했었는데 위에 발췌한 문장들도 마찬가지다. 그런가하면 그리스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데도 카페에 앉아 현지인과 눈빛만으로도 충분히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은 작가가 말하는 순수함이 꾸며내지 않은 것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작가의 글과 작품 사이사이에 작업환경을 촬영한 사진들이나 여행지 사진들도 수록되어 있다는 점도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화가의 글을 읽을 때, 작품을 이해하는 차원에서 접할 때가 많았는데 랑데부는 이 책 자체만으로도 정말 좋았다. 특히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던 ’어른이 해야 할 일‘ 에 대한 부분은 특히 더 좋았는데 개인적으로 독서를 좋아하고 즐기긴 하지만 아이에게 먼저 책을 읽으라고 권하거나 그런적은 없었다. 또 독서를 하면 좋긴 하지만 반드시 해야한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저자의 말처럼 어른들이 해야 할 단 하나의 일은 ’어른이나 세상을 기준으로 아이를 재단하지 않으려는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이보다 더 좋은 조언은 사실 없다고 본다. 이처럼 무엇을 기대하더라도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고 싶은 이들이라면 적극추천한다. #랑데부 #김선우 #흐름츨판 #아티스트 #미술에세이 #도도새 #도서 #그림 #어른 #추천에세이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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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티시 - 광신의 언어학
어맨다 몬텔 지음, 김다봄.이민경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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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건 제일 친했던 대학 친구가 술을 끊겠다고 ‘AA(Alcoholics Anonymous,익명의 알코올 중독자들)’이란 모임에 가입한 뒤의 일이다. 59쪽

책 ‘컬티시(컬트적)’의 집필 계기는 마치 소설의 시작처럼 적당히 가볍고 어느정도의 친밀함이 느껴진다. 허나 타이틀을 다시 유심히 들여다보면 과연 컬티시의 의미와 범위가 어느정도인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집단, 종교, 광신도를 연결지어 ‘부정적’이며, ‘폭력적’인 내용을 담고 있을거란 추측을 해볼 수 있다. 우선 저자는 컬트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어원만 보더라도 수렵농경 생활로 시작된 인류에게 집단적 행위, 생활은 생존을 위한 본능에 가깝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과거에 비해 SNS의 셀럽과 추종자들 그리고 뷰티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사회에 변화와 함께 컬트가 가지는 의미도 조금씩 변화되고 있다. 그런 변화들 속에서 컬트가 발생시키는 문제나 사이비종교와 같은 자극적인 부분이 아니라 이런 컬트현상, 컬트가 유지되기 위해선 반드시 그 집단만의 ‘언어’가 존재하며 그 역할이 중대함에 대해 저자는 말하고 있다.

언어가 없다면, ‘컬트’도 없다. 26쪽,
언어가 곧 암호이자 연막, 진실의 물약이었다. 실로 강력한 힘이었다. 57-8쪽
사고 차단 클리셰는 일상 대화에 만연하다. “어쩔 수 없지” “남자애들이 그렇지”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다 신께서 계획하신 거야”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너무 깊이 생각하지마“ 같은 표현이 흔한 예다. 105쪽

본문을 읽기 전까지는 이전에 읽었던 종교적인 부분에서의 컬트만을 생각했었다가 막상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컬티시 언어로 인해 피해를 겪었거나 혹은 가해자의 입장이 되었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조지 오웰의 ‘1984’의 경우 빅브라더, 감시와 통제의 시선을 넘어 ’추상적인 단어들‘이 제1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는 믿음(115쪽)을 풍자했다는 부분에서는 그동안 읽었던 여러 소설들을 다시 곱씹게 되었다. 책 전반에 등장하는 인터뷰어들의 컬트 집단이 가지는 또 다른 억압의 방식은 ’이곳이 아닌 다른 곳‘은 결코 존재할 수 없게 만드는 사회에 대한 불신과 불의가 탈출한 이후에도 완전하게 제거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이부분은 이전에 읽었던 사이비종교 관련 소설에 속 인물들의 안타까운 결말들을 통해 알고 있던 부분인데도 마음이 아팠다. 동시에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 컬트집단에서 운좋게 탈출한 과학자 아버지로 부터 집단의 위험과 의심의 시선을 가진 저자의 고백처럼 ’내가 혜택을 받았다는 사실(221쪽)‘을 나또한 인정하게 되었다.

같은 것을 추구하는 타인 곁에서 뭔가를 믿고, 느끼고자 하는 마음은 우리 DNA에 새겨져 있다. 나는 그럴 수 있는 건강한 방법이 있다고 확신한다. (...) 그러니 다시 한번 해 보자. 함께 갑시다. 날 따라오세요.. 인생은 혼자 살기에는 너무나 기이하니까. 324쪽

SNS의 순기능이라는 태그를 달고 이전에 글을 하나 올린적이 있었다. 이미 다 가진 것 같은 사람들이 쉼없이 운동이나 공부 등의 자기개발을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하는 모습에 잠시 우울에 빠져있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끊임없이 한다는 것, 나또한 그렇게 공유하며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이 보였다. 컬티시는, 저자 어맨다 몬텔의 손내밈은 그런 의미에서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컬트를 낳을 수 있을거라 기대한다.

#북서퍼2기 #필로스시리즈 #책스타그램 #책추천 #컬티시 #광신의언어학 #어맨다몬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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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위한 싸움 - 예수 동행을 가로막는 일곱 가지 죄
김다위 지음 / 두란노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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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위 목사가 이 책을 집필한 이유는 ‘예수님과의 동행을 가로맞는 일곱 가지 죄가 무엇이고 어떻게 싸울 수 있는지를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서문 중에서) 나를 기준으로 감상을 적다보니 교만, 허영 그리고 분노에 대해서만 언급했지만 분명 시기, 나태, 탐욕 그리고 정욕의 죄로 괴로운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어쩌면 굳이 구분할 필요없이 모든 죄에서 우리는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고백할 수도 있다. 이에 대적하기 위해서는 결국 내 삶의 첫째 자리에 누구를 혹은 무엇을 두고 있는지를 돌아봐야한다.

고통 자체가 우리를 구원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그저 심한 고통이 우리를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실 때 고난이라는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고난은 자신의 한계를 깨닫게 하고, 또 다른 누군가에는 고통 이후에 찾아오는 영광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 한 챕터가 마무리 되면 ‘소그룹을 위한 나눔 질문‘과 ‘기도 제목‘이 이어진다. 지난 번에 읽었던 <마음 다해 주일예배>의 폴 트립 저자는 혼자 성서나 관련 도서를 읽고 묵상할 때 마치 나눔을 할 것처럼 해당 질문과 답을 적어보기를 권했다. 그때 배운 ‘나눔‘연습은 이후에 이어지는 묵상의 때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다만 홀로 정하다보니 부족한 부분이 느껴졌는데 <영혼을 위한 싸움>에서 이런 질문들이 포함되어 있어 기뻤다. 또 묵상 이후 기도할 때 참고하거나 그대로 옮겨도 좋을 ‘기도 제목‘도 본문과 함께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저자의 예수님과의 동행을 바란다면 죄에 흔들릴 때마다, 혹은 죄를 느낄 수 조차 없는 순간들이 존재하기에 일독이 아니라 자주 성경과 함께 펼쳐보길 권한다.

결국 매일 무엇을 보고, 듣고, 생각하느냐가 그 사람을 형성합니다. 23쪽
교만과 겸손의 사다리는 병행한다. 32쪽
겸손한 자의 특징은, 자신은 모든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36쪽

누군가를 향해 미운 감정, 분노의 감정이 든다면, 그것은 마귀가 넣어 주는 악한 생각입니다. 형제, 자매를 향한 분노가 합당하며 새로운 계명을 무력화시키려는 악한 생각에는 요한복음 13장 34절로 대적하십시오.(1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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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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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나날들, 수십 년을 평생을 단 한번도 세상에 맞설 용기를 내보지 않고도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부르고 거울 앞에서 자기 모습을 마주할 수 있나? 119쪽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아일랜드의 배로강 인근 마을,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모두 모여 광장에 트리를 설치하고 가정에서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굽고 자녀들에게 나누어줄 선물을 ’산타에게 쓰는 편지‘라는 깜찍한 눈속임으로 미리 알아 준비하는 그야말로 모두가 ’메리 크리스마스‘일 것 같은 분위기다. 가난한 미혼모에게서 태어났지만 자비로운 중년 여성을 만나 그나마 굶지 않으며 성장한 펄롱은 맘에 드는 여성 아일린과 혼인하여 다섯명의 딸들과 소박하게 살아가고 있다. 주일을 제외한 모든 날을 일하며 보내면서도 빚이 없고 대척하는 사람없이 무탈한 것이 자부심이자 삶의 유일한 목적이기도 하다. 아일랜드는 잘 알려진 것처럼 가톨릭 신자가 대부분이고 펄롱의 주요 거래처중에 수녀원도 포함되어 있다. 수녀원에서는 고아부터 미혼모에 이르기까지 도움이 필요한 여성들을 돌봐주고 표면적으로는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다. 세탁소의 평판은 더할나위 없이 좋았고 펄롱의 딸들도 직간접적으로 교단과 관련되어 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거래량이 너무 많아 주일까지 배달을 나가야 했던 펄롱은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소문으로만 들었던 감금과 폭력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소설은 전부 허구이지만 동명의 막달레나 세탁소에서 실제 벌어졌던 일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국내 소설중에 공지영 작가의 <도가니>, 드라마 <블라인드>를 본 사람이라면 대략 어떤 분위기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런 내용인 줄 모르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아일랜드(소설 속에서 삼종기도와 관련된 장면이 등장하는 데 몇년 전 여행중에 들려오던 종소리를 영상으로 담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것도 크리스마스가 배경이라길래 크리스마스에 읽으려고 구입했던 책이었다. 다만 이 역자의 말처럼 클레어 키건은 실제 있었던 사건을 고발하고 상기시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펄롱이라는 기독교인을 통해 그리스도인이라면 마땅히 실천해야 할 태도를 알려준다. 지난 주 재의 수요일(올해 2024년도는 2월 14일)부터 기독교는 사순시기가 시작되었다. 이마에 재를 바르고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단식과 기도 그리고 자선을 행하는 시기다. 크리스마스가 아니라 사순시기에 이 책을 읽게 된 것도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느님은 성경에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내가 좋아하는 단식은 이런 것이 아니겠느냐? 불의한 결박을 풀어 주고, 멍에 줄을 끌러 주는 것, 억압받는 이들을 자유롭게 내보내고, 모든 멍에를 부수어 버리는 것이다. 네 양식을 굶주린 이와 함께 나누고, 가련하게 떠도는 이들을 네 집에 맞아들이는 것, 헐벗은 사람을 보면 덮어주고, 네 혈육을 피하여 숨지 않는 것이 아니겠느냐? 이사야서 58, 6

종교를 무기로 학대와 폭력을 행하는 일들은 너무 잦고 커져가는 데 펄롱 처럼 행동하는 그리스도인은 많지 않다. 펄롱이 자신의 모자를 거두어 준 미시즈 윌슨의 삶을 보고 용기를 낸 것처럼, 내 아이가 보고 배울 대상이 나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새해가 되어 아이에게 ’동전‘의 쓰임과 ’저금‘이라는 말을 알려주며 저금통 두 개를 선물했다. 한 개는 이웃을 위한 저금통, 다른 하나는 아이가 사고 싶은(장난감^^;) 것을 살 수 있는 저금통. 아이가 어느 쪽에 넣는지는 관여하지 않는다. 다만 똑같이 두 개의 저금통을 둔 나의 모습을 잘 따라와주길 바란다.

#이처럼사소한것들 #클레어키건 #다산책방 #소설 #책추천 #성경 #단식 #사순 #그리스도인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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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그 자체의 감각 - 의식의 본질에 관한 과학철학적 탐구 Philos 시리즈 26
크리스토프 코흐 지음, 박제윤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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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그자체의감각 #의식 #무의식 #크리스토프코흐 #인공지능 #AI #과학철학서 #북서퍼2기 #필로스시리즈 #책스타그램 #책추천

생명 그 자체의 감각📖

🖍️영혼의 분자라고도 알려진, 빠르고 단기적으로 작용하는 강력한 환각제, 디메틸트립타민을 흡입하면, 마치 수술대나 교통사고 현장에서 임사체험을 한 후 깨어나는 것과 비슷한 신비적 상태로 들어갈 수 있다. 더욱 안전한 대안은 감각 차단 탱크(sensory deprivation tank)이다. 225쪽

2023년 백남준 아트센터에서 열렸던 <시간을 소장하는 일에 대하여> 전시에서 김희천 작가의 <탱크>라는 작품이 있었다. 잠수부들을 포함, 운동선수들의 훈련을 위해 빛을 포함한 여러 감각이 차단된 ‘탱크’에 들어가는데 그때의 경험을 작품의 소재로 다루었다. 빛도 없고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밀폐된 공간에서 어느 순간 의식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실제 훈련 중 일시적 기억장애를 겪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어둡고 외부가 노출되지 않은 공간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영상은 관람과 체험을 혼동하게 만드는 기이한 경험을 안겨주었다. 그때 내가 느낀 감정은 무엇일까. 또 탱크 안에 실제로 들어갔던 다른 사람들은 그때의 경험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그 상태는 ‘의식’적인 행위에 속하는가? 아니면 무의식에 속할까. 이런 궁금증에 답을 해주는 듯한 책을 만났다. 필로스 시리즈 26번, <생명 그 자체의 감각>의 부제가 다름 아닌, ‘의식의 본질에 관한 과학철학적 탐구’다.

🖍️의식은 경험이다. 이것이 의색에 대한 정의이다. 의식이란, 가장 평범한 것에서부터 가장 고귀한 것에 이르기까지 모든 경험이다. 23쪽
IIT는 기초 이론으로서, 존재의 본질을 연구하는 존재론, 그리고 사물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연구하는 현상학을, 물리학 및 생물학의 영역과 연결시키려 한다. 이 이론은 어느 의식적 경험의 질과 양, 그리고 그것이 기초하는 메커니즘과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정확히 정의한다. 154쪽

우선 저자 크리스토프 코흐 교수가 정의하는 ‘의식’은 경험에 준한다. 이를 통합정보이론(IIT) 이론을 바탕으로 설명한다. 경험에 의한 의식만이 참인데 의외였던 것은 사실 경험하지 않은 신비적인 상황, 종교적 체험을 부정할 거라 생각했다는 점이다. 실제 감각 차단 탱크를 종종 방문한다는 저자는 감각을 잃어버리게 되는 그 상황이 기억상실을 야기할 정도 할 만큼 혼란스럽다기보다는 ‘순수한 존재의 상태로 돌아간 것(226쪽)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신비한 체험이 우리가 경험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가 의식을 가지고 행한다고 말할 때, 반드시 뇌에 어떤 정보가 전달되고, 그 명령에 의해 판단한다고 생각해왔던 고정관념을 무너뜨린다. 흥미로운 내용은 아직 더 남아있다. 흔히 뇌와 뇌를 연결하는 것이 불가능하진 않지만 꽤 먼 미래에나 가능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할 순 없지만 쥐가 그 대상이 된다면 보다 더 가까운 미래에 가능할 수 있고, 무엇보다 두 개 이상의 뇌가 아닌 수 백 개의 뇌를 연결할 수도(218쪽) 있다고 말한다. 저자가 말하는 의식은 우리가 생각하는 ’지능‘과는 다른 개념이다. 컴퓨터는 인간이 프로그래밍한 내용을 토대로 반복적으로 학습하고 확장하여 지능적인 측면으로는 월등해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상태의 뇌의 활동, 경험으로 얻어지는 의식으로 이어지지는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아닌 다른 생물들은 의식이 있는 걸까?

🖍️경험은 크고 작은 모든 동물들, 어쩌면 무생물 자체도 포함하여, 예상치 못한 곳에도 존재한다. 그러나 의식은 소프트웨어를 실행하는 디지털컴퓨터에는 없으며, 심지어 그것이 방언을 말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점점 더 강력해지는 기계는 가짜 의식을 거래할 것이고, 아마도 사람들 대부분을 속일 것이다. 323쪽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든 생각은 그동안 문학이나 영화 등에서 만나왔던 AI들의 인간적인 모습들이었다. 특히 어릴 적 보았던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속 비를 맞으며 인간과 기계의 본질적 차이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던지던 애처로운 눈빛의 사이보그는 지금까지 각인되어 있다. 뇌와 의식 그리고 관련 이론에 대한 설명과 이론이 풍부하게 실려있지만 개인적인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만 남겨두었다. 전체 내용이 궁금한 분들은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일부를 보기보단 꼭 전체를 직접 확인하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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