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월든 호수로 간 건
개인적인 사업을 위해서였지
월든은 메사추세츠 주 콩코드 마을에 있어
월든은 소로가 외딴 숲속에 오두막집을 짓고
2년 2개월을 살다 나오자 다른 월든이 되었지
널빤지를 대고 석회를 발라 손수 지은 집
다락과 벽장도 있고 양쪽에 유리창도 하나씩 있는 집
자재값과 운반비로 28달러 남짓 들어간 집
남은 자재로 지은 작은 헛간도 옆에 있는 집
새가 둥지를 지을 때와 똑같은 목적으로 지은 집
그 집에 소로는 1845년 7월 4일에 입주했다네
미국독립기념일 폭죽이 터지던 날
소로는 미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했네
월든 숲속에서의 독거 생활을 시작했네
그가 한 일은 인생을 저당잡히지 않는 일
노년의 불확실한 자유를 위해
인생의 황금기를 돈벌이에 소진하는
어리석은 일을 하지 않는 일
인도로 돈을 벌러 떠나면서 훗날 돌아와
시를 쓰겠다던 영국인에게 말하지
˝당장 다락방에 올라가 시를 쓰시오!˝
인도로 떠나느냐 다락방에 올라가느냐
우리의 선택지는 그것뿐
소로는 개인적인 사업을 위해 월든으로 갔지
콩코드 강과 메리맥 강에서 보낸 일주일
그걸 쓰는 게 소로의 사업이었네
자비로 책을 내고 절반도 안 팔린 책
그래서 늦어진 책이 월든
월든 호숫가에 지은 오두막 같은 월든
생전에 2000부 팔리고 절판됐지만
세상을 바꾼 책, 세상을 보는 눈을 바꾼 책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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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5-07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로의 최소국가(정부)와 노직의 최소국가는
같은 의미인가요?

로쟈 2018-05-07 17:01   좋아요 0 | URL
자유주의라는 점에서만 같습니다. 소로는 안 가진 자의 자유, 노직은 가진 자의 자유.

모맘 2018-05-10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전 사두고도 읽지않았던 책,당장 읽어야겠네요.시로 해주시는 책소개가 울림이 있습니다~

모맘 2018-05-10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못 가진 자가 아니고 안 가진 자인가요 자발적?

로쟈 2018-05-10 08:47   좋아요 0 | URL
네 자발적 가난.
 

어제부터 아니 그제부터 눈이
가려운 걸 보니 안과에 갈 때인가 보다
안과와 친한 것인가 나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들르곤 한다 자주는 아니다 같은
안과도 아니다 세상 모든 안과에
들른 건 아니어도 여러 안과에 들렀다
여러 안과와 친한 것인가
친하지 않아도 가려우면 가게 된다
다른 곳이 아니라 눈이 가려우면
절실하게 가고 싶다 가게 된다
심하지 않다고 안약 처방받으면
한 계절이 지나간다
눈이 피로해서 그런 겁니다
라고 하면 직업병이라고 속으로
중얼거린다 눈을 쓰는 직업인가 혹은
눈을 혹사하는 직업?
읽고쓰는 게 일인데 요즘은
시도 쓴다니 다시 안과에 갈 수밖에
그래도 별일없다
별일은 예전에 있었지
딱 한번 갔던 신림동의 한 안과
주택은행 건너편 안과 의사는
꽤 미인이었지 들어서면서 그런 생각하는데
중년아저씨가 쑥쓰럽게 던진 말
˝아름다우십니다!˝
다른 환자는 나밖에 없는데
의사도 쑥쓰러워 하고
(처음은 아니라는 표정이었나)
나는 먼산을 바라보는 표정으로
웃음을 참았네 다시
가보지 못한 안과지만 생각나는 안과
멋쩍어서라도 가보지 못한 안과
친해서 가는 게 아니라네
친하지 않아도 가게 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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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5-07 16: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친해도 가야하는 안과~ 가슴에 콕와서 박히네요.
안과와 친해지고싶지 않은데(병원과 절친이 되는건ㅜㅜ)
곧 친해질것같은 이 느낌적인 느낌~
멋진? 의사샘이 봐주시면 노안도 나아질까요?ㅎㅎ
책은 언제든 볼수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란걸 알았습니다.

로쟈 2018-05-07 16:53   좋아요 0 | URL
^^저는 상태가 나아져서 안가도 될듯.~

로제트50 2018-05-07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안에는 안경
가렵거나 시리거나
피로한 눈에는
토비콤에스
(토비콤골드 가 아닌)
미인은 아닌 약사 왈_

로쟈 2018-05-07 20:40   좋아요 0 | URL
^^

모맘 2018-05-09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건 어쨌든 좋습니다ㅋ

로쟈 2018-05-09 23:30   좋아요 0 | URL
^^
 

바닥에 있는 책 몇 권 책장에 꽂다가
시집 한 권 빼냈다 그늘과 사귀다
시집 있는 자리가 아니어서
(그런 자리가 따로 없지만)
빼내는 건 일도 아닌데
시집 속에 껴 있던 영수증이
난데없는 일거리를 만든다
빛바랜 영수증에 찍힌 행적이
나를 닦아세운다
2007년 9월 13일 아무 기억도 없는 날짜에
경인문고 송내점에서
저녁 9시 34분 53초
고작 시집 한 권 구입하다니
쿠폰 700원에 현금결제 5300원
(어려운 시절이었나?)
그늘과 사귀다
시인의 이름은 기억해도
읽은 기억이 없는 시집이건만
사귄 기억이 전혀 없다고 부인해도
명백한 물증이라며 몰아세운다
아 그때는 아직 삼십대였고
아직 젊었구나
해도
딴소리하지 말라고
하필 그늘을 사귀겠느냐고
해도
그건 중요치 않다고
하는 수 없이 진술서를 쓴다
시집에서 베껴 적는다

폭설 이쪽의 세상이 바로 저 세상이란 걸
저 세상일 수도 있음을
받아들이라는 듯 귀소하는
하늘의 젖은 새, 하나
어떤 풍경도 풍경의 안에 숨졌을 뿐

그렇다, 오늘 나는 연락을 받았다
다시는 사랑하지 말아요
늦어버린 너무 늦어버린

식은 풍경의 마지막 두 연을 옮겨 적고
그늘과의 관계를 청산한다
다시는 사랑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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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5-07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or 아내?)의 목소리가 들리는듯
그친구랑 놀지마!
다행히 관계를 청산하셨다니 잔소리 들을일은 없을듯ㅎㅎ

로쟈 2018-05-07 12:19   좋아요 0 | URL
요즘 쓰고 있는 독서시의 변형입니다.~

모맘 2018-05-09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좋습니다! 좋습니다라고 쓰고싶지 않은데 다른 말이 안 떠올라요ㅋ

로쟈 2018-05-09 23:30   좋아요 0 | URL
감사.~
 

여주인공이 되는 법은 내가
읽을 책은 아니군 아니 누구를 위해서는
읽어도 되겠어 여주인공들을 위해서
혹은 여성을 이해하기 위해서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친구 에마와 함께 요크셔의 황야로 갔어
폭풍의 언덕의 바람을 맞으러
아니 여느 바람이면 안 되겠군
폭풍이어야지 폭풍의 언덕 뺨치는
히스클리프를 잠 못 들게 하는
요크셔 황야에서
저자는 여주인공 캐시 언쇼를 떠올리지만
에마는 제인 에어 편이야
캐시는 부잣집 아들과 결혼한 속물이라고
대신에 제인은 못 생겼어도 독립적이고
자기 원칙을 지켰던 여자라고
둘은 제인과 캐시를 두고 의견이 갈렸어
여자도 여자를 이해 못하지
˝그냥 그런 결혼을 안 하면 되잖아˝
저자는 폭풍의 언덕과 제인 에어를 다시
읽어 보기로 하지
남자들만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이 되는 건 아냐
여자에게도 여주인공이 되는 여로가 필요해
(캠벨은 여자에게는 필요없다고 했다지)
천의 얼굴을 가진 여주인공
책에는 인어공주부터 셰에라자드까지
열한 명이 나오니 열한 명의 얼굴이네
열한 명의 여주인공이 되는 법
나는 옆에서 곁눈질만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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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5-06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목은 읽고 싶은 맘을 접게 만드는~
OOO되는 법~이련 제목의 책들~
전혀 끌리지가 않아서요.
(자기계발서 냄새를 풍기는)

로쟈 2018-05-06 14:10   좋아요 0 | URL
원제가 그렇고 책은 독서에세이입니다. <빨래하는 페미니즘>과 비슷한 종류.

로제트50 2018-05-06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고 되고싶은 캐릭터는
미스 마플_ 아가사 크리스티.
세상을 관조하는 갈등없는 생활.
미래 저의 워너비~~

로쟈 2018-05-06 16:25   좋아요 0 | URL
아하 크리스티 애독자시군요.~

서생 2024-02-04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왕조사를 다룬 책들에 여왕의 이야기는 거의 없죠. 역사가들이 마초가 아니라 지난 역사가 남성중심의 역사였기 때뮨입니다. 영웅 신화도 왜곡된 인류의 역사에서 영웅담이 남성 위주로 만들어진 탓이지 그러한 영웅서사를 연구한 작가의 잘 못은 아나라고 봅니다.
 

영화 마션을 보지 않았지
소설도 사두었는데 읽지 않았어
화성에 가볼 여유가 없었지
마크는 잘 있는지
마크 와트니라더군 화성에
홀로 남겨진 우주비행사
우주시대의 로빈슨 크루소지
프라이데이만 빠진
마크는 충분치 않은 식량과 보급품으로
적어도 4년을 기다려야 했다지
탐사선이 올 때까지 말이야
마크가 일하는 모습은 보았어
(근데 누가 찍은 거야?)
산소가 부족한 행성에서 마크는
과학과 기술만으로 살아남아야 했어
상상하자면
탐사선이 나타나는 걸로 영화는
끝나지 않을까 그래야
과학 만세, 마크 만세가 될 테지
아니면 카프카의 단식광대가 될 테니
그건 과학의 악몽일 테니
마크의 악몽일 테니
왜 인문학적 감각인가를 읽다가
마크 얘기가 나와서
상상해보았어
저자왈 인문학도는 지구에 남은 마크래
그래서 잘해봐야 한대
마크처럼
빌어먹을 인문학의 기술을 갖고서
인문학 만세 할 때까지

근데 탐사선은 언제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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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5-05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구에 남은 마크가 되고싶지않은(절대로!)

인문학도가 되긴 글렀슴 ㅎㅎ

로쟈 2018-05-06 00:37   좋아요 0 | URL
인문학의 가치를 얘기하는 책인데 암튼 서두의 비유는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