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에서의 둘째날 일정을 마치고 저녁을 먹기 전 막간에 들른 곳은 ‘공산주의 박물관‘이다. 중형마트 바로 옆에 붙어 있어서 일행이 쇼핑을 하는 20분 동안 혼자서 둘러보았다. 20분 동안의 관람료 치고는 너무 비싼 14유로를 지불하고서. 다른 기회는 없겠다 싶어서 비용은 감수했다.

전시는 전체적으로 꼼꼼히 보려면 한 시간은 소요될 듯한 규모였다. 공산주의 사상의 탄생부터(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당선언‘부터) 러시아혁명, 체코슬로바키아의 공산정권 수립과 이후 감시사회와 수용소사회로의 변질, 프라하의 봄과 소련의 개입, 냉전 종식과 바츨라프 하벨이 주도한 벨벳혁명까지의 역사가 주제별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시간이 없어서 관련 책자를 구입하려고 했더니 두툼한 사진집 종류와 소련시대 포스터, 그리고 엽서 종류가 판매되고 있었다. 큰맘 먹고 프라하의 봄과 관련한 사진집을 사려다 소련의 포스터 세트만 계산대에 들고 갔는데 유로는 안되고 체코화폐(코로나)로만 계산이 된다고 했다(유로를 내고 입장했건만). 게다가 들고 간 카드가 해외거래가 안 되는 카드여서(비자카드를 이번에 빼먹고 왔다) 결국 구입할 수 없었다. 내게 남은 건 몇장의 사진뿐(북플은 이미지 배열이 뜻대로 안된다. 순서는 내가 정한 것이 아니라 북플이 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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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을 읽은 독자는 많지만 그곳의 배경이 멜크수도원이라는 것까지 기억하는 독자는 드물다. 나 역시 그랬다. 사실 ‘중세의 한 수도원‘으로 기억해도 충분하다. 하지만 멜크수도원을 둘러본 이상 그 이름을 기억하지 않기도 어려운 일이다.

어제 빈에서 프라하로 이동하는 중에 오전에는 멜크수도원에 들렀고 오후에는 체스키크룸로프를 거닐었다. 점심식사는 크룸로프에서 체코식으로. 멜크수도원에 대한 첫인상은 두 가지인데, 굉장히 크다는 것과 아주 밝은 분위기라는 것. 날씨가 화창해서인지 몰라도 소설과 영화에서와 같은 어둡고 미스터리한 느낌은 손톱만큼도 없었다. ‘여기가 맞아?‘란 의심이 들 정도.

그다음 인상은 ‘이곳도 성이구나‘라는 것. 중세에는 영주의 성만 있었던 게 아니라 성직자들의 성도 있었던 것이니 외양은 다를지 몰라도 주변 마을 위에 군림하는 존재였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둘다 권력의 형상인 것. 세속 권려고 종교권력. 서로 대립하기도 했지만 이 둘은 오랫동안 짬짜미를 하면서 중세의 지배체제를 구축했다. ‘‘수도원‘이란 우리말의 어감을 교정하게 해준 게 멜크수도원이었다.

주변 경관은 영주들의 성 못지않게 아름다웠고 전세계에서 찾아온 방문객(관광객)도 예상보다 많았다. 중국팀 외에 러시아인지 우크라이나인지에서 온 팀도 있었다. 유럽팀은 대부분 노인들로 구성돼 있었는데 가톨릭신자들의 순례지인지도. 몇장의 사진을 올려놓는다. 마지막 도서관 사진은 인터넷에서 가져온 것이다(멜크가 유명한 것은 도서관 때문인데 가이드에 따르면 장서수가 10만권에 이른다). 수도원은 내부 사진촬영이 금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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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프라하에 입성했다. <일생에 한번은 프라하를 만나라>가 3년전에 손에 들었던 책인데 이젠 ‘일생에 두번‘으로 수정해야겠다. 멜크수도원과 체스키크룸로프를 거쳐서(두 곳의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적어야겠다) 프라하에 도착한 게 이곳 시간으로 엊저녁이다. 한국식당 도쿄에서 비빔밥으로 저녁을 먹고 프라하의 야경을 보러 나섰는데 구시가지 광장을 거쳐서 카를교까지 다녀오는 동선이었다. 3년전에는 여름이었고 이번에는 가을이지만 사람들로 붐비는 것은 똑같았다.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야경도 그대로. 그래, 여기가 프라하였지. 우리는 지금 프라하에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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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미술관을 다니다 보면 종종 뜻밖의 작품을 만날 때가 있다. 친숙한 작품이 ‘거기에‘ 딱 걸려 있을 때다. 예기치않은 곳에서 지인을 만나는 것 같다고 할까. 책 표지에도 곧잘 등장하는 ‘책읽는 소녀‘라는 그림이 그런 경우였다. 어제 벨베데레에서 마주친 소녀. 아니 소녀는 책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내가 그녀를 엿보았을 뿐이다. 프란츠 아이블의 작품이란 것도 어제 알았다. 소녀와 화가 자신의 초상을 기념으로 찍었다. 멜크수도원으로 이동중에 포스팅, 이라고 썼지만 완료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금은 멜크수도원 방문을 마치고 체스키크룸로프로 이동중이다, 라고 썼지만 접속이 잘 안돼 뒤늦게 포스팅한다. 현재는 프라하를 목전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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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의 아침이 밝아오는 걸 보면서 떠올린 책은 임종대 교수의 <오스트리아의 역사와 문화>(유로서적)이다. 몇년 전에 오스트리아에 대해서 아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구입해놓고 정작 읽지 못했다. 여행을 위해서 책을 읽지만 책을 읽기 위해서 여행을 하기도 한다. 만남이 모든 일의 계기가 되므로.

이틀의 경험이라 하더라도 빈의 주요 건축물에 얽힌 역사와 현재의 일상을 엿보고 나니 혼자서라도 친근함을 느끼게 된다. 언젠가 다시 빈을 찾을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전까지는 ‘오스트리아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도 지식을 업그레이드 해놓아야겠다. 츠바이크의 <어제의 세계>도 마저 다 읽고. 사진은 어제 둘러본 슈테판 대성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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