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도 가끔 실수를 해요 파랑새 그림책 56
주디스 바이어스트 지음, 서애경 옮김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사전정보가 하나도 없이 구입한 책입니다.
구입을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제목이 굉장히 마음에 들고...ㅎㅎㅎ
공감대를 이루기 때문이겠죠? ^^;;;
작가인 주디스 바이어스트가 자신의 막내아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그림책을 여러권 만들었다고 하기에 그게 호기심이 동해서 구입을 했더랬습니다.

아주 칼라풀한 표지그림과는 달리 안쪽의 그림들은 단색의 선으로만 그려졌는데 제일 처음, 안쪽 표지에 커다란 괴물의 코 위에 올라앉은 소년의 표정이며 괴물의 장난스러운 눈동자가 씨익 웃음을 짓게 만드네요. 모리스 샌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가 연상되기도 하면서 말여요.

아이가 누구나 점점 자라면서 더이상 엄마가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는 환상에서 깨어나게 됩니다. 그전엔 정말 완벽하고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위대한 능력의 소유자라고 생각했는데 엄마도 늘 실수를 하고 엄마가 잘 모르면서 맞다고 빡빡 우겨대고 깜빡깜빡 까먹기도 잘하고...그러는 실수투성이 인간이라는 것을 깨달아가지요.

제 아들도 지금 한창 그런 나이입니다.
"엄만 나보고 물건 잘 챙기라고 하면서 맨날 엄마도 어디다 두었는지 까먹잖아"
"그때 내가 엄마한테 이야기해줬는데 그새 다 잊어버렸단 말이야? - 유치원의 언어전달 숙제....ㅠㅠ"
"엄만 맨날 해준다고 약속만 해놓고 나중에는 하나도 안 지키고...잉잉잉...ㅠㅠ"
"엄마 똥도 냄새 디게 나는구만...으~~~"

요즘 한창 이런 이야기를 하는 아이....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반복되는 구절인 "엄마들도 가끔 실수를 해요"를 아주 큰소리로 저를 놀리는 양 제 코 앞에 손가락질을 해대며 말을 합니다.
특히나 엄마가 크레용을 찾을 수 있다고, 바로 거기 있다고 우기시다가 결국 엄마도 찾지 못했다는 내용을 읽을 땐 "우리 엄마도 그래~~"라고 그림책에다 대고 소리를 지릅니다.
자기 엄마 말고 다른 엄마들도 그렇게 깜빡깜빡 실수를 한다는 게 아주 신이 나는 모양이예요.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내용의 절반이 넘게 차지하는 괴물이야기에 대해서는 조금 뜨악한 그런 반응을 보여요.
우리나라 아이들에게는 벽장속이나 침대밑에 사는 괴물, 흡혈귀, 좀비 같은 그런 괴물들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거 같아요. 서양의 아이들은 잠잘 시간이 되면 부모가 책을 읽어주고나서 잘자라는 굿나잇 키스를 한 뒤 가차없이 불을 끄고 문을 닫고..그렇게 아이를 혼자 남겨두고 나가잖아요.
하지만 우리나라 아이들은 좀 다르죠. 따로 잔다고 하더라도 방문을 그렇게 닫아버려서 어둠 속에 아이를 놔두시나요?

저희집은 아직까지도 네식구가 같은 방에서 뒹굴며 잡니다. 집이 좁아서 그렇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크면 어쩔 수 없이 따로 자야하는 그런 시기가 올 것이고 아이가 스스로 따로 자기를 원하여 자기 방을 마련해달라고 하기 전까지는 이렇게 네 식구, 서로 살을 맞대고 자자! 는 것이 제 주장이거든요.
그러니 당연히 책에 나오는 아이가 가지는 온갖 괴물들에 대한 환상이 쉽게 이해가 가지 않나봐요.

반면 엄마가 일상생활에서 저지르는 온갖 실수에 대해서는 깔깔깔 대고 웃으며 즐거워하지요.
크림치즈가 없다고 했는데 내가 찾아보니 상추 밑에 있었다...
목요일에는 이가 빠질 거라고 했는데 일요일이 되어도 여전히 이가 안 빠지고 그대로 있다...
물건 살 돈을 잘못 주었다...
내가 달걀이 든 봉지를 못 들고간다고 그렇게 말을 하는데도 엄마는 내가 할 수 있다고 우겨대서 끝내 들고가다가 와장창 깨먹은 일이며....
알렉산더가 볼일 보고 안내린 변기의 물을 나보고 안내렸다고 야단치는 일 등등등은 진짜 맞어 맞어!!! 를 연발하면서 정말 즐거워합니다.

이 그림책이 좋은 그림책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공감대를 얻기보다는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이질감을 끝내 극복하지 못해서 안타깝습니다. 이 그림책을 만든 작가의 나라에서는 아이들이 책을 보면서 다양한 괴물들이 총출동하는 환상의 세계에 대해 아주 즐거워할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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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죠 2004-08-09 0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키웨이님 글은 조금 길어도 호흡을 조절하면서 아껴 읽게 되어요. 아아, 저도 이 책이 마음에 들어버렸잖아욧!

내가없는 이 안 2004-08-09 0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청 재미있는 책이네요. 우리 아이도 얼마 전에 절 아주 창피하게 한 일이 있죠. 길을 잃어 허둥대고 있는데 녀석이 차 뒷좌석에 누워서 "어쩌나, 길을 잃어버렸으니..." 이러고 있더라구요. 어찌나 기가 막힌지 한대 박아주고 싶은 걸 꾹 참았더랬죠. 아마 우리 아이도 이 책 보면 엄청 통쾌해할 듯싶군요. ^^

두심이 2004-08-09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책보다 밀키웨이님의 리뷰가 더 재밌죠.

panda78 2004-08-09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2004-08-09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수를 '가끔' 하시나봐요^^ㅋㅋ...읽어보고 싶네용.

loveryb 2004-08-10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리글들을 보면 밀키님 글이 사람을 얼마나 기쁘게 하는지 아시겠죠..
저 역시 아껴 아껴 두고두고 봅니다^^

반딧불,, 2004-08-10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또 추천 안 할 수가 없네요..

밀키웨이 2004-08-11 0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구..반디각시 휴가 다녀오셨나베요 ^^
함께 읽어 주신 분들께 모두모두 고마움의 키쑤를 전합니다.
쪼옥~~~♥
 
마음속의 그림책 - 부모에게 상처받은 아이들의 호소문 에듀세이 3
이희경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부모들이 자녀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고 자녀들에게 자신감을 줄 수 없는 이유는 부모 자신의 성장과정과 기질적인 성격에 연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 p.206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해지지 않은 사람은 아마도 없었을 것이다. 어찌 보면..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너무나 일상적이다 싶은 그런 상황에서조차도 아이들은 이렇게나 신음하고 있었구나...싶으니 울컥하는 마음이 들어서 계속 답답했었다.

그러다가 저 위에 인용한 문장에서 나는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 세상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을 사랑하지 않고 최고의 좋은 것을 주고 싶어하지 않겠는가. 다만 우리는 사랑하기에 한다고 하는 그 행위들이 우리의 아이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었던 것 뿐이리라. 

내가 부모가 되면서..제일 힘들었던 것은 편안하지 않은 내 과거로 인해 내 속에 억눌린 트라우마가 있어서 그것이 내 아이에게 나타나지 않을까... 내가 결핍되었던 어떤 정서적, 물질적 인자들을 아이에게 투사하지나 않을까....나는 그것이 늘 두려웠고 지금도 그렇다. 그래서 저 문장을 읽는 순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내 마음의 그림을 그려보고 싶었다. 내가 먼저 내 속의 억눌림에서 자유로와져야만이 내 아이의 마음속의 그림이 제대로 그려질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음 한구석에 도사리고 있는 안타까움은 ....정말 치료가 필요하고 정말 안타까운 아이들의 부모가 이 책을 보게 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의 부모에 비해 절대적으로 낮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왜이리 나는 심각하게 느껴지고 안타까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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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4-08-07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그래서 아이 마음속의 그림보단 내 마음 속의 그림이 더 보고 싶은 거죠. 실은 아이가 미운 구석을 내비칠 때 아이가 밉기보단 내가 미운 적이 많으니 말이죠... ㅠ.ㅠ
 
피난 열차
헤미 발거시 지음, 크리스 K. 순피트 그림, 신상호 옮김 / 동산사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아직까지도 우리에게 남아있는 아픔의 역사.
그것을 우리 땅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손으로 직접 하지 못하고
비록 같은 한국인이긴 하지만 외국에서 먼저 시도되었다는 것.
그래서 그림이며 내용이 우리네 실상에 맞지 않고 조금 낯설고 미숙한 부분이 있다는 점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긴 해도 참으로 반가운 소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6.25전쟁은 이미 우리 아이들에게는 잊혀진 전쟁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부모님들이 전쟁으로 인해 고통받은 세대도 아니고
가족 중에 전쟁으로 인한 흉터가 생생한 집도 이제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얼마전 "태극기 휘날리며" 영화를 보면서 피난열차를 보았습니다.
그 빼곡이 올라탄 사람들..그 정신없고 그 무지막지한 상황을 스크린으로 보면서 저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십니까?
"저러고 부산까지? 아니..중간에 쉬마려우면 어떻게 했을까?"
이게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제 마음 속에서 떠오른 웃기고도 부끄러운 생각입니다.

그래서 제게는 이 책이 전쟁에 얽힌 가족사가 소재이지만 그리움이라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읽혀졌습니다.

빠아아앙~~ 소리를 내며 다가왔다가 다시 빠아아앙~~~ 멀어져가는 기차.
그 기차를 보면서 외할머니는 오래전 기차에 함께 타지 못했던 외할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수미는 기차를 타고 돌아올 엄마를 그리워하고.

혼자 속으로 읽을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아들에게 소리내어 읽어주다 보니 마치 내 자신이 동그마니 언덕에 앉아 오래전 기억을 더듬는 수미의 외할머니가 되어 목이 메이고 가슴이 에어왔습니다.
한겨울...두고 올 수 밖에 없었던 손때묻은 살림들..
그 추위 속에 나눈 짧은 이별인사...들은 아직도 할머니 가슴 속에 선명하게 살아있어서 기차를 볼 때마다 되살아나고 되살아나겠지요.

전쟁이 아직까지도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총소리는 이미 멎었지만 우리에게서 너무나도 많은 것을 앗아가버리고 너무나도 깊은 그리움을 남겨놓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할머니에게는 가족을 이별시킨 기차이지만 수미에게는 떨어져있는 가족이 다시 만날 수 있는 매개체 역시 기차라는 설정을 통해 작가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수미가 가슴에 꼭 끌어안는 인형처럼요.

그림의 아쉽고 부족한 점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으렵니다.
내용과 맞지 않는 부분 - 24쪽... "네 엄마는 포대기로 싸서 등에다 업었단다"라고 되어있지만 그림에서는 전혀 한국적인 풍습과 맞지 않게 슬링처럼 앞으로 안았다 - 도 있을 정도로 부족함이 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만을 느끼렵니다.
그리움으로 가득한 할머니와 수미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환한 꽃마을의 풍경이며 외국그림책에서 흔히 보여지는 동양인의 쫙 찢어진 눈매가 아니라 바로 우리네의 얼굴을 그려 준 그림작가 크리스 순피트에게 고마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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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8-06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를 위해 매진'하고 계시군요. 잘 읽었습니다. 전쟁이란 정말 비극이지요.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없어야 할 텐데요....

밀키웨이 2004-08-06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고..마태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부끄럽잖아요.
 
내 마음의 보물 상자 (반양장) - 작은동산 1 작은 동산 7
메리 바 지음, 데이비드 커닝엄 그림, 신상호 옮김 / 동산사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명이 아름다운 것은 그 유한함에 있다는 말을 들은 적 있습니다.
진시황이 오래전에 꿈꾸워왔던 불로장생...
진짜로 우리의 삶이 불로장생이라면 과연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유한하기에...아름다웠던 추억은 더 아름답게 기억되는 것이고
유한하기에...슬프고 아팠던 추억조차도 기억 속에서는 아스라히 그리움으로 남는 법이겠지요.

사랑했던 사람들..특히 가족들 간의 이별은 참으로 가슴아픈 일입니다.
하지만 피할 수 없다면 이별하기 전에 떠날 자와 남을 자..서로가 서로를 위해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겠구나...
이 그림책을 보면서 그걸 깨달았습니다.

가족끼리 겪었던 행복한 순간이나 집안의 전통이 서린 물건들을 담아두는 특별한 상자...
집안의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상자를 채우고 소중히 보관하면 나중에 나이 많은 어른에게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추억은 영원히 간직할 수 있게 해주는 상자...

그것이 바로 추억상자라고 할아버지는 잭에게 말씀해주십니다.
그리고 둘은 담담하게 지나간 시간들에 대한 기억들....새로운 기억들로 열심히 그 상자를 채웁니다.
쓸모없는 늙은이가 되어 기억을 영영 잃어버리기 전에 상자를 채우고 싶어합니다.

지금 퍼뜩 든 의문....
할아버지는 그 추억상자를 잭의 엄마인 자신의 딸에게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그렇다면 왜 잭의 엄마와 추억상자를 만들지 않는 걸까요?
아마도...그건...
그녀가 많이 슬퍼할 것이라는 것에 대해 미안하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그렇게 할아버지의 추억상자는 남은 자들에게 대한 배려의 마음이고
잭의 추억상자는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할아버지를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런 마음이 들것입니다.
아...나도 내가 사랑하는 내 부모님과의 추억상자를 준비해야겠구나..라구요.
또 그러기 위해서 더 많은 추억을 나누어야겠구나...라고 말입니다.

가슴이 시리도록 따뜻해지고 내 가족들을 돌아볼 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그림책입니다.

그런데 아쉬운 점이 몇가지 있는데 그건 책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 외적인 것입니다만
책 말미에 보면 아동문학 평론가인 최지훈 선생님의 추천글이 실려 있습니다.
굉장히 좋은 내용을 써주셨는데 맨 마지막 문단은 없었다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최지훈 선생님은 치매가 심해지더라도 상자만 열어보면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들을 다시 기억해 낼 수 있다...그러므로 이것은 할아버지를 위하여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선물이자 뜻깊고 소중한 봉사활동이 될 것이다.
여러분도 할아버지 할머니를 위하여 나만의 보물상자를 마련해 드리고 싶지 않으시냐고 말을 맺고 있는데 어줍잖은 제 사견으로는 이 말로 인해 이 책의 가치가 확 떨어져버린 그런 느낌입니다.

또하나 더 아쉬운 점은 영어로 발간된 원래의 책과 달라진 표지.  나름대로의 출판사의 의도가 있었겠지만 그래도 아쉽다 아니 말할 수 없는 부분과 이왕 원제와 달리 의역을 하실 것이라면 저렇게 신파적인(가요제목 같고 지나치게 감성에 호소하는 느낌......^^;;;;) 제목보다 좀더 참신한 그런 제목이 없었을까...미련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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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6 0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밀키웨이 2004-08-06 0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밤 안에는 꼭 쓰리라..다짐에 다짐을 하고 결국엔 해내고야 말았을 뿐이옵니다...^^;;;
몇날며칠 끌어안고만 있다가 그냥 다다닥..거렸지요.

두심이 2004-08-06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언제나 남은 자들 끼리 떠난자의 기억을 꿰어보고 맞춰보고 하지요. 떠나기 전에 이런것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네요. 오늘, 진지하게 한번 생각해봐야겠습니다.

마냐 2004-08-07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엔...해내고야 말았다는 거.....일단 축하드릴 대목이군요.
님의 말씀처럼 신파조의 제목은 마음에 안들지만...일단 리뷰는 무척 마음에 듭니다. ^^
 
노아의 방주 미래그림책 30
피터 스피어 글 그림, 김경연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4년 7월
평점 :
품절


"노아의 방주"라는 말은 노아가 누군지, 방주가 뭔지...따로따로 떼어서는 익숙하지 않건만 저렇게 붙여서는 너무나도 익숙한 말일겝니다.
방주를 뜻하는 영어단어인 ark는 라틴어의 상자에서 유래한 말로 피난처 혹은 안전한 장소라는 뜻도 가지고 있네요.

성경적 지식이 없어도 노아의 방주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재미나게 들려줄 수 있는 오래된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이겠지만 약간의 배경을 더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훨씬 재미나게 이야기를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성경에서는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고 사람도 창조하셨지요.
그 인류의 조상인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라는 열매를 따먹음으로 해서 사람은 하나님이 살게 하신 땅인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게 되었는데 오래지 않아 사람들은 아주 나쁜 짓을 많이 하게 되었답니다.
노아는 하나님이 처음에 만든 사람인 아담의 열번째 후손인데 당시의 사람들과 달리 유일하게 - 이게 노아의 방주 이야기에서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지요. 다른 사람들도 있었는데 왜 노아가 방주를 만들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니까요.
"다 나쁘고 다 못됐는데 딱 한사람, 노아만 유일하게 착한 사람이었기에 하나님이 그를 선택해서 방주를 만들게 한 것이단다"라고 말해줄 수 있답니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것이 꼭 성경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옛날이야기의 특징이 보여지고 있는 것 같아요.
옛이야기의 특징 중의 하나가 주인공의 절대적 선, 절대적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있으니 말예요.

하여간 그림책의 겉장을 딱 넘기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문장이 바로 "....그러나 노아만은 하느님의 마음에 들었단다." 입니다.
글자를 알게 되면서부터 가지게 된 한계가 무엇이냐 하면 아무리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도 철가루가 자석에 이끌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저절로 시선이 글자가 있는 곳으로 가서 박히네요.
그림책 왼쪽으로는 전쟁을 하고 돌아가는 중인지 병사들이 줄을 지어 행진해오고 있고 저멀리 보이는 성에는 불길이 거세게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병사들이 행진하는 그 길 옆으로는 짐승들의 시체가 널부러진 횡횡한 들판이 펼쳐져 있구요.
반면 오른쪽 그림에는 포도를 따고 있는 노아와 그의 가족들의 모습이 대조적으로 그려지면서 "...."이라는 말줄임표 안에 이야기를 담을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노아는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방주를 만들게 되었는데 산꼭대기에서 배를 만듬으로써 사람들의 비웃음을 삽니다. 방주를 가득 채울 양식이며 여러가지 물건들을 가지고 오는 사람들이 모두 손가락질을 하고 있잖아요.
방주가 다 완성된 이후에는 땅에 거주하는 모든 동물들을 암수 각기 한쌍씩 방주에 들이게 되는데 모태신앙이기에 어린 시절부터 그렇게 오랫동안 들어오고 익숙한 이 이야기에서 미처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것을 이 그림책을 통해 비로소 깨달았답니다. 선택받은 자와 선택되지 못한 자의 차이 말입니다.
암수 한쌍만 방주에 들이고 나머지는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노아의 손길을 보면서 왜그리 마음이 무거워지던지요... 저 많은 생명들이 아무 이유없이 그냥 죽어갈 수 밖에 없었구나..싶으니 참 서글프더군요.
죄를 짓고 악한 존재는 사람인데...사람이 땅의 주인이었기에 그들을 벌하고 그들을 없애기 위해 더불어 같이 쓸려버린 저 생명들에 대해 참으로 가슴이 아팠답니다.

드디어 비가 내리고 산꼭대기에 위치한 방주가 드디어 두둥실 물위에 떠다니게 되었습니다.
아무런 할 일이 없이 그저 비가 그치고 새세상을 향해 방주에서 내리기만을 속절없이 기다리기만 하는 그 시간 동안...그저 하는 일이라고는 먹고 자고 싸고 번식하는 일차적 생물학적인 욕구의 충족 뿐이네요. 노아가 방주에 탄 때는 이월 십칠일이고 방주에서 내린 날은 다음해 이월 이십칠일이라고 되어있으니 자그만치 일년이 넘게 배에 갇혀 있었던 것이지요.  물론 그 기간동안 줄기차게 비가 내린 것이 아니라 비는 40일 동안 내렸지만 땅이 마르고 방주에서 내릴 수 있는 기간까지가 그렇게 오래 걸린 것이랍니다.
마음놓고 그렇게 번식이라도 할 수 있었던 동물들은 차라리 속이 편했을 겁니다. 하지만 노아와 그의 가족들에게는 먹이고 치우고...또 치우고....또 치우면서도  나날이 늘어가는 동물 식구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고된 시간이었음에 틀림이 없습니다. 선택받지 못한 다른 생명들에 대한 의무감에서라도 말이죠.

놀랍도록 섬세하고 재미난 그림들은 여기저기 숨은 그림찾기라도 하듯 끊임없이 말을 걸고 끊임없이 이야기를 찾아내게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나 드디어 비둘기가 들고온 종려나무 가지를 춤이라도 추듯이 기뻐하며 들고 옵니다. 동물들도 일제히 입을 벌리고 와~~!!하고 기뻐하지요. 그런데 그 가지를 보고 기린도 침을 흘리고 염소며 토끼도 탐을 내는데 소에게 가져다 준 노아를 보면서 "소는 그동안 우유를 주었잖아"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게 해주고 있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오히려 글자가 있었더라면 이토록 자세하게 그림을 들여다보지 못하게끔 말이죠.  줄지어 방주에서 내리는 동물들을 보면서 이토록 많이 늘었는가 웃음이 나오면서 오히려 텅빈 방주를 보고 그 거대함에 새삼 놀라게 되는 거 같아요.

방주에서 내린 노아에게 하나님은 약속의 무지개를 보여주면서 다시는 세상을 물로 심판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합니다.  그리고 저멀리 산꼭대기에 방주가 걸린 채 노아는 다시 포도나무를 심고 열심히 땅을 가꿉니다.

이때 노아의 가족은 노아와 그의 아내, 그리고 세 아들과 그들의 아내들로 모두 8명인데 이 세 아들인 셈과 함과 야벳이 오늘날 백인족, 황인족, 흑인족의 세 조상이 된다는 것이 지금 노아가 심고 있는 포도나무에서 딴 포도주 때문이라는 것이 참으로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마지막 문장인 "...... 그리고 노아는 포도나무를 심었단다."를 보면서 성경에 나오는 대표적인 식물 중에 하나가 포도나무이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그냥 단순하게 "노아는 열심히 일했단다....아니면 나무를 심었단다. " 해도 될 것을 굳이 포도나무라고 한 것이 저자인 피터 스피어가 성경에 대해 자세히 알면서도 나름대로 유머감각을 지닌 사람이었기 때문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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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8-01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꼼꼼하고 따스하게 보시고 쓴 리뷰, 잘 읽었습니다.^^ 전 아직 쓰지 않고 이러고 있네요.

진/우맘 2004-08-01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밀키웨이 2004-09-08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이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쏟아내실 수 있으시면서...호호

찐우맘님, 턱 빠지신 건 아니시죠? 호호호
알라딘 최고의 님께서 그리 감탄해주시니 무지하게 기분이 좋습니다 ^^

아름다운 날들 2004-08-04 0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비룡소의 <노아의 방주>를 가지고 있는데 많이 다른 느낌이네요.
흑백으로 된 세밀한 선으로 표현한 기법도 참 좋던데요.

밀키님의 리뷰를 보니 이 책도 보고싶네요.
정성스런 리뷰 ...... 추천 할께요.

밀키웨이 2004-08-04 0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서 가이어트의 그림책은 저도 가지고 있는데(작년에 홈쇼핑에서 비룡소의 책들을 묶어서 판매하길래 얼씨구나..하면서 구입을 했더랬지요...^^;;;)
판화 그림이 독특하고 좋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