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에게 정의는 없다 밀리언셀러 클럽 58
조지 펠레카노스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스트레인지는 어린 크리스토퍼를 상상할 수 있었다. 바로 이 자리에 앉아 매일 아침 새들의 노랫소리를 듣고 개 짖는 소리도 듣던 아이. 창문을 내다보며 기적의 터치다운을 꿈꾸고, 경기장 밖으로 만루 홈런을 쳐내는 상상을 하고, 옆자리에 앉은 예쁜 여학생을 그리워하던 아이. 엄마가 준비하는 아침식사 냄새를 맡고 엄마의 콧노래를 들었을 아이. 그리고 엄마가 고개를 삐쭉 들이밀며 이제 일어나 학교 갈 시간이다, 라고 말해 주기를 기다리던 아이......

 

LA에 제임스 엘로이가 있고, 보스턴에 데니스 루헤인이 있다면, 워싱턴 D.C에는 조지 펠레카노스가 있다. 비록 펠레카노스가 그간 국내에 소개되지 못해 진가가 전혀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의 작품을 읽어본 결과 엘로이나 루헤인 급의 '크라임 픽션Crime Fiction' 대가 중 한 사람으로 거명하기에 부족함은 없을 듯하다. D.C가 미국 수도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범죄율로 유명하듯이 펠레카노스의 작품의 수위 또한 대단하다. 그리스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나 안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온갖 다양한 체험을 했다고 하는데, 직접 보고 들은 밑바닥 생활을 묘파하기에 그렇게 리얼한 범죄소설이 나올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살인자에게 정의는 없다>는 펠레카노스의 사립탐정 데릭 스트레인지 시리즈의 제1작이다. D.C 토박이 데릭 스트레인지는 초로의 전직 경찰관이자 현직 사립탐정이며, 흑인이다. 인종차별이 극심한 이곳 D.C에서 바람난 애인 뒷조사로 짭짤한 이문도 좀 남기고, 애인이 있지만 적당히 바람도 피면서 그럭저럭 남들처럼 살아가고 있다. 즐기는 것은 서부영화 사운드트랙 듣기. 도입부에서 스트레인지는 뜻밖의 의뢰를 받게 되는데, 크리스토퍼 윌슨이라는 사망한 흑인 경관의 어머니로부터 아들의 죽음을 재조사해달라는 것이 의뢰 내용이다. 크리스토퍼는 비번인 날 술을 마시고 거리를 걷다, 노상 방뇨를 하려는 백인을 제압한다. 반항하는 백인과 실갱이가 커지자 소란이 나게 되고, 순찰 중 이 장면을 목격한 백인 경찰관 테리 퀸은 동료 경찰인 줄도 모르고, 총을 들고 있던 크리스토퍼를 쏘아 죽인다.

 

여기까지가 사건의 전말인데 크리스토퍼의 어머니는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아들이 흑인이라, 천한 흑인과 같이 경찰 생활을 하는 것이 고까워 일부러 죽였다는 것. 스트레인지는 의뢰를 받아들여 테리 퀸을 만난다. 테리 퀸은 동료 경찰을 오인 사망케 한 죄로 해임되어 헌책방에서 일하고 있다. 멋진 경찰이 되고 싶었지만 좌절된 현실에 늘 억압된 분노를 품고 산다. 스트레인지는 비록 피부색은 다르지만 친절하고 진실되어 보이는 테리가 그리 싫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서부영화 사운드트랙을 좋아하는 취미도 같고. 하지만 때로 화산처럼 분출되는 테리의 돌발적인 폭력성에 완전히 그를 믿지는 못하고 있다. 더구나 테리가 한 눈에 반해 구애하는 흑인 아가씨 주아나에 대한 테리의 마음이 혹시 자신의 수사를 피하기 위한 위장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작가 조지 펠레카노스는 오우삼의 <첩혈쌍웅>의 미국 배급을 맡기도 했단다. 아마도 오우삼과 <첩혈쌍웅>을 무척 좋아하는 듯, <살인자에게 정의는 없다>의 스트레인지와 퀸은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고결한 남자들만의 우정으로 점차 분신이 되어가는, 영락없는 오우삼 영화의 두 주인공 모습과 판박이가 아닌가. 여기다 작가는 쿠엔틴 타란티노 식의 영화 문법도 그대로 가져온다. 비열한 마약상, 타락한 경찰, 사기꾼, 마약에 중독된 창녀, 백인 쓰레기, 남미 갱 등이 등장해 페이지를 욕설과 수다로 화려하게 수놓으며, 각각 다른 인물과 이야기가 툭툭 던져지다 나중에 모든 상황이 하나로 합쳐져 짜릿한 쾌감을 주는 스타일은 그야말로 잘 만든 타란티노 영화를 보는 듯하다. 다시 말해, 이 작품은 스트레인지와 퀸에게 각각 포커스를 맞추지만, 두 사람의 이야기와 전혀 무관한 마약 밀매꾼들의 이야기도 병행되어 처음에는 이게 뭔가, 했었다. 하지만 이 세 이야기는 결국 정교하게 한 가지 결말로 수렴되니 안심하기 바란다,

 

주인공은 스트레인지지만 더 매력적인 인물은 자책감과 분노, 열정, 억압, 혼란으로 가득찬 복잡한 내면의 퀸이기에, 그가 범인이 아니었으면 하고 몹시 바랐다. 하지만 계속 의혹의 여지를 남겨두어 그가 악인인지, 정의의 편인지 섣불리 판단할 수 없게끔 만든 작가의 역량이 돋보이며, 스트레인지가 고생스레 모아온 관련자들의 증언을 하나하나 분석하여 결국 사건의 진상을 도출해내는 과정은 독창적이며 매우 흥미롭다. 이젠 더 이상 뉴스거리도 못 되는 미국의 인종 갈등도 비중있게 다뤄지는데, 갈등을 넘어 아예 서로에 대한 이해와 대화를 포기한 것처럼 보이는 흑백의 모습은 깊은 안타까움을 남긴다. 하지만 결국 흑인 스트레인지와 백인 퀸이 하나가 되는 것은 마약범들의 노리개가 된 아가씨를 구출하기 위해 <황야의 무법자> 음악을 들으며 죽음을 각오하고 출전하면서부터인데, 약한 여자를 구출하는 서부 사나이들의 활극이란 점에서 전형적인 미국식 영웅주의와 마초이즘이라고 폄하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쩌랴. 우리가 보기에 유치한 영웅주의와 마초이즘이 미국의 본질인 것을.

 

거의 익히지 않아 피가 뚝뚝 떨어지는 스테이크처럼 생생한 폭력과 도발적인 성애 장면, 걸쭉한 욕설, 대중문화에 바탕을 둔 농담(<리쎌 웨폰>을 패러디한 농담이 그중 백미다) 등 B급 영화스런 재미가 살아 있는 책이다. 싫어할 사람은 싫어하겠지만, 좋아할 사람은 거품을 물 그런 작품. 쓸데없이 꼬아서 지나치게 복잡하거나 어지럽지 않고, 저돌적으로 일직선으로 돌진하는 힘이 있는 소설이다. 미국 사회를 안에서부터 곪게 만드는 고질적인 문제들-인종 차별, 범람하는 마약, 총기 허가 등-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힘을 가진 작품으로, 꾸미거나 숨기지 않고 이 모든 문제들을 직시할 것을 종용하기에 결국 깊은 감동까지 남긴다. 조지 펠레카노스, 크라임픽션을 좋아한다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이름이다.    

 

이제 빗소리만 시끄러웠다. 빗줄기가 창고 지붕을 하염없이 두들기고 있었다.

"정체가 뭐야? FBI? 마약반?"

레이가 물었다.

"누군지는 몰라도 혼자야."

얼이 말했다.

"혼자 노는 걸 좋아하는 모양이군. 당신 카우보이야?"

레이가 비아냥댔다.

'그래, 그게 바로 나다.'

 

 

p.s/ 아무리 복고 열풍이라지만 80년대를 연상시키는 제목과 표지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하철에서 들고 읽으면 다 쳐다보는 것 같아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 원제 이 살리기 어려운 제목이라지만, 지금 제목보다는 더 좋게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괜찮은 작품인데 표지와 제목에서 먼저 점수가 깎이는 듯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만두 2007-04-23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리즈 기대됩니다.

jedai2000 2007-04-23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소 거칠고 투박한 이런 남성적인 범죄소설도 좋아하니까 매우 좋았는데, 판매지수를 보니 후속작을 볼 수는 없겠더군요. 아듀~ T.T
 
운명의 서 1
브래드 멜처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운명의 서>가 작년 가을 미국에서 꽤 성공한 작품이란 걸 알고 있었기에 읽기 전, 기대는 매우 컸었다. 과연 책 소개글을 보면 프리메이슨 음모론에 전직 대통령들이 자문한 정치 스릴러까지 재미있을 요소가 충분해 보였다. 그러나 막상 실제 책을 읽어보니 기대보다는 못했다는 게 솔직한 감상이다. 프리메이슨 음모론은 요즘 유행하는 말로 '낚였다'는 생각이 절로 날 만큼 그 비중이 작았고, 솔직히 이야기의 주된 흐름과는 전혀 무관해 그야말로 변죽만 울린 셈이다. 단순히 말해 백악관과 국회의사당이 프리메이슨에 의해 건축되어 현재 워싱턴 D.C 지도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는 정도만 간략히 소개되는 정도고, 그마저도 빼버린다 해도 책 내용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프리메이슨 단원들이 그토록 숭배한다는 '운명의 서'는 아예 나오지도 않고. <운명의 서>의 또 하나의 강력한 축인 정치스럴러 면에서는 아주 실패하지는 않았지만, 쓸데없이 지나치게 복잡한 감이 있고, 적이 친구로-친구가 적으로 과도하게 반전을 시도함으로써 중구난방에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주인공은 라이언 매닝 현 미합중국 대통령의 젊은 보좌관 웨스 할로웨이다. 자신의 실수로 보좌관 중역이자 대학 때부터 대통령의 친구였던 론 보일과 대통령의 면담이 취소되자, 항의하는 론 보일을 달래기 위해 대통령이 개회사를 하기로 한 나스카 레이싱 장으로 향하는 리무진 안에 그를 태운다. 정식 면담 대신 차 안에서 못 한 이야기 나누라는 배려다. 대통령을 보려고 수많은 군중들로 북적대는 레이싱 경기장에 도착한 리무진에서 대통령과 보좌관들이 내리자마자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간다. 광신도 저격수인 니코가 총을 난사한 것이다. 다행히 대통령은 총에 맞지 않았지만 론 보일은 세 발의 총을 맞아 호송 도중 사망하고, 웨스는 뺨에 구멍이 뚫려 얼굴이 흉측하게 변해버린다. 그러나 얼굴의 상처도 잊은 채 웨스는 깊은 슬픔에 빠지는데, 자신 때문에 론 보일이 죽었다는 자책감 때문이다. 내가 론 보일을 리무진에 태우지만 않았더라면...암살 사건의 여파로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과 웨스를 비롯한 보좌관들은 낙향하고 전직 대통령과 그 측근으로써 그럭저럭 살아간다. 8년 후, 매닝 대통령은 말레이시아에 초청 연설을 가게 되고, 충실한 대통령의 그림자 웨스도 따라가는데 그곳에서 볼 수도 없고, 봐서도 안 되는 한 인물을 보게 된다. 8년 전에 죽은 론 보일을. 론 보일 때문에 그토록 마음 아파했는데, 그가 살아 있었다니 하늘이 무너질 일이다.

 

여기까지가 초반부의 내용인데 독자를 상당히 몰입시키는 구석이 있다. 템포도 빠르고, 웨스가 느끼는 절절한 슬픔도 크게 공감이 간다. 하지만 작가 브래드 멜처는 그 이상 나가지 못했다. 구색은 다 갖췄지만 어딘지 치밀함이 결여된 스토리(예를 들어 모든 음모의 주모자로 알려져 웨스가 심혈을 기울여 찾던 삼인조의 정체는 두 다리 건너 전화 한 통화에 그들의 이름, 나이, 이력 등이 술술 나와버린다)가 뼈아프다. 전술했듯이 워싱턴 지도에 숨겨진 프리메이슨 상징들을 소개하고, 대통령이 풀던 크로스워드 퍼즐에 감춰진 암호까지 수록해 흥미를 돋구고 있으나, 결국 그 해답이란 것도 공허하고 플롯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한 채 미아처럼 혼자 떠돌고 있다. 배신과 배신, 음모와 음모로 점철된 복마전 같은 정치판을 소재로 한 소설이라 그런지 최후까지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를 알 수 없는데, 너무 복잡하게 꼬다보니 앞에 공들여 만든 설정이 뒤의 반전과 어그러져 어설퍼 보이기도 한다. 한 마디로 싱싱한 회와 일등급 한우라는 최상급의 재료로 섞어찌게를 만들어버림으로써 재료들의 맛을 제대로 못 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좋지 않은 내용만 주로 휘갈겼는데, 미덕이 아주 없는 소설은 아니다. 먼저 실제 빌 클린턴, 조지 부시 두 전 미국 대통령이 감수했다는 전직 미국 대통령의 삶은 큰 흥밋거리가 된다. 알래스카에서 뉴욕까지 모든 도로를 전화 한 통화로 텅텅 비울 수 있을 정도로 세계 최고의 권력을 쥐고 있던 사람이 이제는 신호등 앞에서 빨간 불이면 멈춰야 한다는 그 권력무상의 쓸쓸함을 그럴듯하게 그리고 있는 점은 돋보이고 재미있다. 아마도 대통령 보좌관들에게도 많은 리서치를 한 듯 웨스가 대통령에게 느끼는 감정들-대통령의 영광이 나의 영광이다-이 잘 살아 있는 것도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역시 <운명의 서>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대통령의 그림자로서 살아가던 웨스가 권력을 위해 속고 속이며 한없이 속이는 정치꾼들의 실체를 파악하고는 오로지 대통령에 의해, 대통령에 의한, 대통령을 위한 삶에서 벗어나 자아를 찾는다는 멋진 결말일 것이다. 너무 긴 감이 있고, 부족한 점이 많이 눈에 띄는 소설이지만 적어도 이 부분에서만큼은 작가가 멋지게 성공했다고 본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만두 2007-04-14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입니다^^;;;

하늘바람 2007-04-14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 전 못 읽어보아서 참고할게요 님

jedai2000 2007-04-15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대부분 아쉬운 점이나 좋은 점이나 사람이 보는 관점은 비슷한 것 같아요 ^^

하늘바람님...가볍게 시간 때우기로 보시면 나쁘진 않을 거예요 ^^
 
외과의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6-1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1
테스 게리첸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미국 역사의 수도라고 할 만큼 유서깊은 보스턴 시를 차갑게 얼릴 만한 강력 사건이 발발한다. 미모의 독신녀들이 연이어 피살당하는 것인데, 이 정도라면 그다지 사람들을 떨게 만들지 못 하겠지. 그러나 피해자들의 배가 날카로운 메스로 잘리고, 자궁이 도려내져 밖으로 끄집어져 있다면 어떨까? 그야말로 엽기의 끝을 달리는, 피가 얼어붙고 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리는 그런 사건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이 사건을 맡은 것은 강력반의 토마스 무어와 제인 리졸리 형사다. 토마스 무어는 '성 토마스'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형사와는 어울리지 않는 점잖은 사내고, 제인 리졸리는 테스토스테론으로 얼룩진 경찰계에서 여자의 몸으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채찍질하는 쌈닭 같은 존재다. 두 사람은 비슷한 사건이 다른 주에서 발생했던 것을 발견하고는 당시 사건을 조사해 나간다. 3년 전, 앤드루 캐프라라는 외과 인턴이 4명의 여성을 무참히 살해하고 자궁을 꺼내 자신만의 변태적인 성욕을 만족시켰던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앤드루 캐프라의 비밀스런 범죄 행각은 마지막 희생양이 될 뻔한 외과의 캐서린 코델이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간신히 탈출해 그를 쏘아 죽임으로써 종결되고 만다. 앤드루 카프라는 이미 죽었는데 거의 비슷한 방식의 범죄라니 모방범인가, 이도 저도 아니면 유령? 두 형사는 캐서린 코델이 보스턴으로 이주한 시점에서 사건이 재개된 걸 깨닫고, 사건의 핵심에는 캐서린 코델이 있다고 생각한다. 메스에 능숙하고, 무리없이 자궁을 꺼내는 등 의학 지식을 갖춘 얼굴 없는 범인을 두고 언론에서는 '외과의사'란 별명을 붙이는데, 외과의사의 범행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대담해진다. 연쇄살인이 진행될수록 더욱 노골적으로 캐서린 코델에 대한 집착을 드러내는 외과의사의 정체는 과연 누구일까?

 

중국계 미국인 작가로 알려진 테스 게리첸의 스릴러 '제인 리졸리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이 시리즈는 현재 총 6권이 나와 있다). 내용 설명을 봐서 알겠지만 사건의 배경은 주로 병원이고, 등장인물도 대부분 의사다. 이는 작가의 이력과 무관하지 않은데 하와이와 미국 본토에서 의사로 일했던 적이 있단다. 그래서 책에 등장하는 병원 풍경과 수술 묘사는 굉장히 정교하고 이보다 더 사실적일 수가 없다. 이렇게 의사로 잘나가던 테스 게리첸은 어려서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출산휴가를 이용해 어린 시절의 꿈에 도전한 그녀는 로맨스 소설로 등단에 성공하지만 작풍을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릴러로 바꾼 후에는 글만 써도 먹고 살 만큼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 현재는 전업작가로 살고 있다.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책을 가장 잘 파악하려면 역시 작가이력을 눈여겨보는 수밖에 없다. 책을 이해할 수 있는 대부분의 열쇠가 거기 숨어 있다. 당연하겠지만 소설은 작가가 쓰는 거니까 소설가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가를 잘 살펴보면 소설가의 작품도 보이게 마련이다. 왜 검도한 사람은 싸울 때 몽둥이부터 찾고, 태권도 한 사람은 다리부터 뻗는 것처럼 본인이 의사였으니 가장 잘 아는 세계인 병원을 소재로 메디컬 스릴러를 쓰게 되었던 것이 아닐까(그렇지만 의학 쪽으로 깊이 들어가 원인 불명의 병원체의 공포를 그린다거나 하는 하드하고 본격적인 메디컬 스릴러는 아니다. 그녀에게 병원과 의사는 흥미로운 스릴러의 소품과 배경일 뿐이다).

 

한때 로맨스 소설로 이름을 날렸던 작가답게 <외과의사>는 로맨스의 맛도 충분히 살아 있다. 아내를 잃고 절망한 토마스 무어 형사와 과거의 악몽에서 간신히 벗어나자마자 새로운 유령과 맞닥뜨린 캐서린 코델은 강렬하게 이끌리며, 이 둘을 여성적인 매력이 없는 제인 리졸리가 질투하면서 작품이 거의 삼각관계 드라마처럼 나가기도 한다. 물론 이것은 사람이 잔인하게 죽어나가는 스릴러의 팍팍함을 조금 부드럽게 만들어주기 위한 양념이다. 하지만 본말전도라고 이 로맨스 때문에도 그녀의 책을 잡는 여성 독자가 꽤 있을 듯하다.  

 

토머스 해리스의 등장 이후 미국의 스릴러는 대부분 사이코 범죄자가 엽기적인 범행을 저지르며 경찰과 대결하는 구도가 많으며, 퍼트리샤 콘웰이 히트를 치고 난 후에는 법의학이나 의학에 관련된 전문 지식으로 독자들을 홀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결말의 반전 한두 차례는 필수 요소가 되었고. 어떻게 보면 천편일률적이지만 읽는 동안은 그렇게 정신없이 몰입하지 않을 수가 없으니 미국의 현대 스릴러라는 장르는 이미 독자의 입맛에 딱 맞도록 고도로 특화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테스 게리첸의 작품은 스릴러 장르의 규칙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여러모로 완성도가 뛰어나다. 범인의 정체를 범인의 독백을 통해 독자에게 뜬금없이 그냥 밝혀버리는 것은 아쉽지만, 독자들만큼 결정적인 단서를 받지 못한 토마스 무어와 제인 리졸리가 어떻게 범인의 흔적을 뒤쫓고, 사건의 진상을 알아가는지를 시종일관 치밀하고 긴장감 넘치게 묘사하는 것이 마음에 든다. 마지막으로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형사 제인 리졸리가 겪는 고통이나 무수한 성폭행 피해여성들의 아픔을 공감가게 그리는 것도 <외과의사>만의 장점이라 아니 할 수 없겠다.   

 

     

   

"사후 피검사를 받으러 다시 왔어요. 정확한 AIDS 검사 결과가 나오려면 노출된 지 6주 후에 검사를 해야 하거든요. 그거야말로 정말 가혹한 일이 아닐 수 없죠. 성폭행을 당한 것만으로도 견디기 힘든데, 가해자가 치명적인 질병을 전염시키지 않았는지 확인까지 해야 하니..."


댓글(4)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만두 2007-03-16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주목중입니다^^

jedai2000 2007-03-16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얼른 <견습의사>도 읽어야겠어요 ^^

2007-03-21 1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jedai2000 2007-03-21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오, 너무 헐리우드 영화 같은 맛 때문에 보는 책인데요 ^^
 
목 조르는 로맨티스트 - 인간실격.제로자키 히토시키, Faust Novel 헛소리꾼 시리즈 2
니시오 이신 지음, 현정수 옮김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목 조르는 로맨티스트>는 미스터리 요소를 가미한 라이트노벨 '헛소리 시리즈'로 일본의 젊은 세대에게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니시오 이신의 소설로 헛소리 시리즈 제1작 <잘린머리 사이클>에 이은 두번째 작품이다. 헛소리 시리즈가 뭔가 하는 분들이 많이 계실 텐데, 주인공 이짱(헛소리꾼)이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떠올리는 온갖 현학(적으로 보이려 애쓰는)과 철학, 상념, 망상, 요설 등 한 마디로 헛소리를 1인칭으로 담아내고 있기에 헛소리 시리즈다.

 

이 작품은 전작 <잘린머리 사이클>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데, 전작에서 '젖은 까마귀 섬'에 초청된 이짱과 친구이자 세계 최고의 해커인 쿠나기사 토모가 섬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을 해결한 지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된다(앞으로의 시리즈에서도 매번 한 달 간격으로 사건이 일어난다고 한다. 주변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수 명의 사람이 죽어 나간다니 김전일도 울고 가겠다).  알고 보니 이짱은 로쿠메이칸 대학을 다니는 대학생이란다. 대학생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헛소리만 하다니 혼 좀 나야할 듯.

 

아무튼 평소 쿠나기사 말고는 변변한 친구도 없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이짱에게 귀여운 동기 여대생 아오이이 미코코가 찾아온다. 자신의 친구인 에모토 토모에의 생일 파티에 같이 가자고. 미코코는 웬지 이짱을 좋아하는 눈치인데, 그래 뵈도 거절은 잘 못하는 이짱은 못 이기는 척 생일 파티에 따라간다. 두 사람 말고도 몇 명의 친구가 더 와서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낸 이짱은 집에 돌아가는 길에 토모에의 전화를 받는다. 토모에와 이짱은 묘한 정신세계가 은근히 통했던 것이다. 그러곤 한 잠 푹 자고 깨보니 토모에가 그녀 집에서 목이 졸려 죽은 시체로 발견된다. 자신(이짱)을 포함해 그날 같이 있었던 친구들은 모두 알리바이가 있는 상황에 현장에는 기묘한 다잉메시지가. 과연 사건의 진상은 무엇일까?

 

요즘이야 세일즈 시대라 자신의 장점이든 단점이든 뭐든지 팔 수 있는 세상이라지만 하필 책 콘셉트를 다소 부정적인 느낌도 주는 헛소리 시리즈로 정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제일 간단하고 절박한 이유는 말꼬리 잡고 끝없이 반복되는 헛소리를 늘어놓다 보면 어느새 책 분량이 늘어나 원고료 상승이라는 흐뭇한 결과가 도출되기 때문이리라. 그 다음은 위에 언급한 대로 그럴싸한 현학(으로 보이려 애쓰는)의 느낌을 주는 헛소리들을 보고 주독자층인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니시오 이신 오빠, 형아는 정말 아는 것도 많구나'하며 감탄할 수 있기 때문이니 작가의 허영심마저 만족시켜주는 것이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니시오 이신 특유의 헛소리가 작품의 트릭을 완성하는 데 일조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인류 최강의 청부업자'니 '살인귀 제로자키'니 하는 만화 같은 인물들이 연이어 튀어 나오고, 헛소리가 쉬지 않고 반복되기에 나중에는 어느 정도 몽환적인 느낌까지 받게 된다. 그러나 니시오 이신 미스터리의 특징은 등장인물의 특징과 심리, 헛소리는 비현실적이라도 사용된 트릭은 비교적 현실적이라는데 있다. 주지한 대로 작품이 주는 몽환적인 느낌 때문에 논리적인 해결을 포기하고 읽게 되는데, 사실은 단서도 공정하게 주어지는 편이며, 이번 작품에서는 트릭도 충분히 실현 가능하면서 기발해 결말을 보고 나면 제대로 뒷통수를 맞은 느낌이 든다(개인적으로는 <잘린머리 사이클>에 사용된 트릭보다 한층 간단하면서도 의표를 찌르는 이번 작품의 트릭이 훨씬 좋았다). 게다가 중요한 단서가 제시되는 순간도 헛소리로 눙치고 넘어갈 수 있으니 '헛소리'는 니시오 이신의 비장의 무기인 셈이다.

 

세상 천지의 누구도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어 고독하기만 한 이짱의 심리와 헛소리는 비슷한 생각을 품고 사는 십대에겐 공감가는 부분이 많을 거다. 그러나 이미 질풍노도의 시기는 지난 본인 같은 독자들에게는 그야말로 씨나락 까먹는 소리다. 나는 철저하게 미스터리의 관점에서만 이 작품을 보았고, 사용된 트릭에 충분히 만족했다. 사실은 만화 같은 인물들이나 헛소리를 아예 빼고, 250페이지 내외의 콤팩트한 추리소설로 만들어졌으면 더욱 열광하겠지만 이 정도도 충분히 즐길 만은 하다. <목 조르는 로맨티스트> 정도의 트릭과 해답이라면 앞으로도 나는 언제든 니시오 이신의 '헛소리 시리즈'를 잡을 것이다.

 

p.s/ 이 작품에서 사용된 알리바이 제조 트릭은 단순하면서도 아주 신선하고 기발했지만, 다잉메시지는 완전히 독자 우롱 수준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방범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모방범>은 530 페이지 내외의 두툼한 책 3권으로 이뤄진 분량이 어마어마한 책이다. 실제로 보면 거의 벽돌 같은 두께라 보기만 해도 위압감이 느껴져 사실 손이 잘 가지 않았다. 그러나 마음을 다잡고 1권의 첫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고, 어느새 1권의 마지막에 도달해 있었다. 1권을 덮자마자 2권을 찾기 위해 호들갑을 떨었고...3권까지 완전히 다 읽고 든 생각은 '더 길어도 좋을 뻔했다'는 거였다. 이 놀랍도록 재미있는 책을 여기서 끝내야 한다는 것이 몹시 서글퍼졌으니까. 이 정도의 재미를 주는 책이라면 독자 입장에서 3권이 아니라 30권도 문제 없으렷다.

  

<모방범>의 작가 미야베 미유키는 1960년에 도쿄에서 태어났다. <대답은 필요없어>라는 그녀의 단편집의 해설을 쓴 이에 따르면 지독하게 가난한 집이었다고 한다. 생계 때문인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속기 전문학교에서 속기사 시험을 준비하며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는 등 문필과는 무관한 일을 했다. 그러다 1987년에 <우리들 이웃의 범죄>가 추리소설 신인상을 타면서 등단에 성공했고, 그 뒤로 현재까지는 다들 알고 계시다시피 초인기작가로 군림하고 있다. <화차>로 야마모토 슈고로상, <이유>로 나오키상, 최신작인 <이름없는 독>으로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등 일본내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문학상을 휩쓸었으며 독자 인기 투표에서는 언제나 부동의 1위를 달린다. 아마도 특유의 완벽한 스토리텔링과 미스터리, SF, 시대소설 등을 넘나드는 다양한 소재, 세상과 사람을 보는 따뜻한 시선, 여운이 남는 좋은 결말이 그 인기 요인이 아닐까 한다.

  

<모방범>은 그 방대한 양에 걸맞는 완성도의 대작으로 미야베 미유키의 최고작 중 하나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개인적으로는 <화차>와 <모방범> 사이에서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겠다). 일본에서 5년간 연재한 원고지 6,000매(일본은 원고지 한 장에 400자가 들어간다)의 작품을 단행본으로는 2권, 문고본으로는 5권으로 묶어서 냈으며 누적 280만부 판매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영화화도 되었다고 하나 2시간 남짓한 상영시간 안에 <모방범>을 전부 담는 건 불가능했는지 평은 그닥 좋지 않다.

 

도쿄 오가와 공원에서 여인의 토막난 팔 하나와 핸드백이 발견되면서 전 일본을 경악시킨 연쇄살인은 스타트를 알린다. 팔의 원래 주인을 둘러싸고 조사가 이뤄지던 중 방송국으로 전화가 한 통 걸려온다. 음성 변조기로 달라진 목소리는 자신이 팔이 잘린 여자를 죽였으며, 핸드백의 주인은 자신의 손에 아직 살아 있다고 밝힌다. 핸드백의 주인은 후루카와 마리코라는 사회 초년생. 범인은 마리코의 외할아버지 아리마 요시오에게 전화를 걸어 손녀를 살리고 싶으면 자신의 명령에 복종할 것을 종용한다. 범인의 명령에 따라 온갖 굴욕을 겪으며 농락당하는 아리마 할아버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마리코는 시체로 발견되며 수사본부는 총력을 기울여 수사에 나선다. 그러나 계속해서 젊은 여성들의 시체는 늘어만 가고. 범인은 연이어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자신이 일으키는 사건의 반향이 커져가는 것을 즐기는 양상을 보인다. 수사는 여전히 난항이지만, 아리마 할아버지는 범인과의 통화 도중 느꼈던 어떤 직감을 떠올리며 결정적인 추측을 한다. 목소리의 느낌이 달랐던 걸로 봐서 범인은 혹시 두 명이 아닐까 하는...

 

방송을 통한 '극장형 범죄'를 소재로 한 <모방범>은 전체 3부로 이뤄져 있다. 1부는 연쇄살인의 진행과정과 경찰의 수사를  다양한 시선에서 다큐멘터리처럼 그리며, 2부는 범인 혹은 범인들의 시점에서 그들이 왜, 어떻게 범죄를 저질렀는가를 세밀하게 그린다. 마지막 3부는 절묘한 행운으로 수사망을 벗어난 악의 화신 '피스(범인의 별명이다)'가 마침내 검거되는 장면이 나오고, 평생 슬픔을 않고 살아야 하는 희생자 가족들의 후일담으로 아프게 끝을 맺는다.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은 여러모로 다종다양해서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각각 다른 느낌을 받곤 한다. 어떤 작품은 만화처럼 유쾌하고, 다른 작품은 쓸쓸한 풍경화같고, 또 다른 건 투명한 수채화같고. 그런 면에서 <모방범>을 보면 이건 정말 완벽한 한 폭의 벽화다. 거대한 도쿄의 한복판에서 인간의 악의가 낳은 범죄에 맞닥뜨린 수많은 사람들의 온갖 사연들이 다채롭게 펼쳐지는 이 작품은 벽화처럼 압도적이고 장중하다. 또한 잠깐 스치고 지나가는 등장인물이라 할지라도 작가는 세심한 관찰과 묘사로 생생한 현실감을 주고 있으니, 중요한 등장인물들-쓰카다 신이치, 아리마 요시오, 구리하라 히로시, 다카이 가즈아키, 유미코 남매 그리고 '피스!'-은 더 말해 무엇하랴.

 

아무래도 미스터리로서는 과도하게 많은 분량이다 보니 중요한 단서가 우연에 의해 발견되는 등 결말에서 약간 힘이 빠지는 감이 없지는 않지만 방송으로 흥한 피스를 방송에서 무너뜨리는 클라이막스의 긴장감은 정말 대단했다. 진짜 남자가 느껴졌던 72세의 아리마 할아버지 뿐만 아니라 사건 현장의 건축물만 보고 명추리를 전개하는 '건축가(이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가 나오면 아주 좋겠다)'까지 매력있는 인물들이 흥미로운 줄거리 안에서 격돌한다. 정말이지 놀라운 작품으로 작가 미야베 미유키가 신공으로 썼구나 하는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정도 작품은 자신의 한계를 돌파하려는 작가의 야심과 물오른 필력, 여러 운과 때가 맞아야나오는 법이다. <모방범>을 볼 수 있었던 걸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oldhand 2007-03-08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다이 님 답지 않게 모방범 월드 가입이 늦었습니다. ^^

jedai2000 2007-03-09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분량이 너무 많아 차일피일 미루는 우를 저질렀습니다. 이 작품은 무조건 추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