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야옹양의 두근두근 연애요리
김민희 지음 / 21세기북스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심각한 질환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제외하고, 인간은 누구나 오감을 가지고 있다. 촉각, 후각, 시각, 청각, 성감(性感)이 그것이다..-_-;; 농담이다. 미각이 맞다. 이 다섯 가지 감각을 가지고 있기에 우리는 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지고,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아름다운 세상을 가장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사랑은 과연 오감 중에 무엇으로 파악할 수 있을까? 사랑은 대체 어떤 감각이기에 생각만 해도 그리 좋고 행복해지는지, 늘 궁금했었다. 하지만 슬프게도 인간의 능력이란 미약하기 짝이 없어 사랑은 좀처럼 오감으로 파악할 수 없었다.
그래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사랑의 느낌을 불완전한 우리의 오감으로 파악해야만 한다. 왜냐? 가진 것이 그것밖에 없으니까..-_-;; 중언부언 써댔는데 이런 것이다. 사랑을 떠올릴 때, 나는 항상 그녀의 향수 냄새가 코끝에 맴도는 느낌을 받는다. 사랑 느낌이 후각으로 옷을 갈아 입었다고나 할까.
이런 분들도 많을 것같다. 옛날에 함께 먹었던 스파게티의 맛으로 지나간 사랑을 추억한다거나, 추운 겨울 길거리에서 애인과 먹던 떡볶이만 떠올려도 입가에 훈훈한 미소가 감도는 분들...(부럽다..T.T) 역시 먹는 낙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즐거움일 것이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주는 사랑이라는 가장 큰 선물과 사람이 살면서 느끼는 가장 큰 즐거움, 식도락이 결합한다면 그게 바로 멋진 만남, 행복한 인생 아닐런지...
그래서 선지자들은 이런 사랑과 음식의 행복한 밀월 관계에 주목해 많은 작품들을 남겼다. <달콤쌉사름한 초콜릿>도 생각나고, 조니 뎁 나오는 <쇼콜라>, <식신(이건 좀 아닌가 -_-;;;)>등도 있다.
여기 사랑과 음식을 멋지게 결합시킨 또 한편의 훌륭한 작품이 있다.
두둥~ 바로 <야옹양의 두근두근 연애요리(이하 '야옹양')이다. 이 책이 나오게 된 계기가 상당히 재미있다. 네이버에서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던 성은 야요, 이름은 옹양이라는 분께서 -_-;; 평소 요리에 심취하야 몸소 요리한 사진을 예쁘게 찍어, 일상의 소소한 에피소드와 조리법을 곁들여 올린 것이 많은 분들의 관심을 끌어 결국 이쁜 책으로 묶여져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국내 유일의 '로맨틱 큐트 쿠킹 에세이'를 표방한 이 작품은 요리책으로도, 에세이로도 재미있다. 이 책의 형식은 먼저 연애와 일상의 에피소드가 3페이지 정도 제시되고, 그 에피소드를 요리로 산뜻하게 마감한다.
예를 들어, 고백의 날 두 사람은 스파게티를 먹는다. 어색한 고백이 끝나고 사랑을 시작하기로 한 두 사람. 그 에피소드의 마지막에는 스파게티의 레시피와 사진이 나오는 식이다. (개인적인 인연으로 작가를 조금 알고 있는데 실제로 그분의 요리 솜씨는 대단하다) 그러니까 이 책을 보시는 분들은 비밀스런 연애일기를 훔쳐보는 쾌감(?)과 요리 지식 두 가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떨리는 첫 만남에서부터, 가슴 터질듯한 고백의 순간, 점점 닮아가는 서로를 확인하는 기쁨 같은 연애의 첫걸음부터 사랑이 깊어지자 그만큼 외로움도 깊어지는 오래된 연인의 느낌 같은 미묘한 슬픔으로 작가는 우리를 안내한다. 그렇다. 연애에 어찌 행복만 있을 수 있겠는가. 작가는 직접 연애를 하면서 겪은 기쁨, 슬픔, 외로움, 환희, 절망 등의 감정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너무도 솔직해 오랜 친구와 마주앉아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이 작품의 두 주인공인 야옹양과 정군은 특별하지 않다. 평범한 직장인, 정군이 사실은 재벌2세의 후손이라든가, 야옹양의 요리 솜씨가 세인의 관심을 끌어 제과, 제빵 기능장으로 성장한다든가 하는 신데렐라 스토리는 이 책에 없다. 요리를 좋아하고, 그만큼 정군을 좋아하는 야옹양의 소소한 이야기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더욱 공감가고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야옹양의 두근두근 연애요리>는 평범한 우리의 친구들이 평범하게 사랑하고, 다투고, 화해하고, 울고, 웃고, 먹는 이야기를 비범하게 그리고 있다. 깊어가는 이 가을, 연애에 흠뻑 빠지신 분, 꿈같은 연애 한번 해보고 싶으신 분, 이별의 위기를 맞은 연인들, 맛난 요리를 해보고 싶으신 분, 본인 같이 라면도 잘 못 끓이시는 분...모두에게 추천해드리고 싶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