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유대인 - 하버드를 지배한 유쾌한 공부법
힐 마골린 지음, 권춘오 옮김 / 일상이상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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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전 세계 인구의 0.2% / 역대 노벨상 수상자의 약 25% / 미국 노벨상 수상자의 절반 이상 / 하버드대 졸업생 중 30% 이상 / 뉴턴, 아인슈타인, 칼 마르크스, 마크 주커버그, 노암 촘스키, 조지 소로스, 스티븐 스필버그...등등

 

종교와 문화적으로 복잡한 모습을 띈 유대인. 오늘날 유대인들이 전세계를 움직이기 된 데에는 질문을 통한 협력과 소통의 공부유대인의 공부가 그 바탕을 자리잡고 있다.

 

최고의 공부란 무엇인가를 다룬 얼마전 방송했던  KBS <공부하는 인간> 다큐에서도 유대인의 교육에 대해 집중했었는데 방송을 보면서 사교육 없이 하버드대를 입학, 졸업하고 구글에 입사한 릴리 마골린은 출연자 중에서도 유독 기억에 남았던 사람이다. 릴리 마골린은 당시 방송에서도 자신의 교육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으로서 아버지를 손꼽았다. <공부하는 유대인>두 명의 한국 아이들을 입양해서 유대인으로 키운 릴리 마골린의 아버지, 힐 마골린의 유대인 문화와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100명의 유대인이 있다면 100개의 의견이 있다 라는 유대의 속담처럼 배움과 성장을 돕는데 개개인에게 적합한 관심과 양육법이 필요하다고 한다. 개성을 존중하는 유대인의 교육에서는 각자의 능력은 비교되지 않는다. 저자의 아들과 딸, 둘간의 너무나도 다른 학습방법과 접근방식에 대해 부모로서 했던 일은 그저 아이들의 조력자와 길잡이 역할을 한 것 뿐이었다고 한다. 한국의 아이들은 생존과 성공을 위해 공부를 한다. 반면 유대인 교육의 핵심은 현재 자신의 위치를 알고 상호소통하며 자존감을 갖도록 하는 것.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를 자신의 미래와 연관해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다.

 

유대인 교육의 두 기둥은 유대교의 가장 근본적인 경전인 <토라>와 토론서의 형식을 가진 유대교 최대의 율법서 <탈무드>이다.

유대교의 인생지침서이기도 한 토라는 모세가 쓴 5개의 책으로 구성된다. 토라의 행동기준은 삶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매일 주기적으로 공부하는데 이는 자연스럽게 자녀에게 평생학습,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보여주게 된다. 토라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기계적으로 외워야 하는 것도 아니며 단지 배움의 매개체일 뿐이라는 것은 KBS 공부하는 인간 다큐에서 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도서관인 예시바의 모습은 공부란 상호소통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던 사례이다.

탈무드는 성서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것과는 상반된다. 절대적인 진리 제시 대신 서로 상반되는 주장을 절충하고 서로의 논리를 보완하며 전개해서 탐구하는 습관을 형성하는것으로 탈무드는 유대인 문화의 근간이 된다. 자식에게 물고기를 잡아다주기 보다는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라는 유명한 말이 탈무드에서 나왔는데 이는 곧 스스로 답을 찾는 아이, 그리고 자신이 내린 결정에 책임감을 가짐을 의미한다. 방대하고 다양한 이슈에 대한 질문과 논증의 기록인 탈무드는 비판적 사고 기술을 향상시키는 생각하는 과정을 배우는 책이다.

유대교에서 자녀들이 도달하길 바라는 인산상은 완전한 신뢰를 받는 사람이다. 이를 추구하기 위해 이상적인 부모가 해야 할 일은 토라 가르치기, 좋은 인간 관계 유지, 선한행위를 실천하도록 가르치는 것 이 세가지다. 즉, 토라와 탈무드의 배움을 통해 부모의 개입은 자녀의 자립심과 책임감 그리고 탐구심 등을 개발시키는데 그 방향과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 것이다.

 

 

유대인의 불멸의 역사는 그들의 생존 근거인 종교와 교육을 바탕으로 하므로 그들의 공부법과 자녀교육법의 근간이 된 유대 민족의 전반적인 역사와 문화 이야기들이 이 책에서 빠지지 않고 제법 많은 분량으로 소개된다. 역사상 유대인은 노예, 포로 생활을 해왔는데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수단을 갖추고 생존해 왔다. 적응을 위한 그 수단이 바로 우리가 탐구하고자 하는 유대인의 교육법이다. 적응이라는 것은 현재의 시스템에 그저 끌려만 갈 것인가 아니면 잘못된 교육 시스템을 스스로 극복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가의 문제로 나아간다. 이것이 우리 아이들과 유대인의 교육법을 받은 이들의 차이일까....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또다른 풍토가 성행중이다. 유대인식 토론 수업. 두명 혹은 그 이상의 그룹이 함께 대화, 논의, 토론, 이해한다는 하브루타 학습에 대한 책도 몇 권 나와있는걸로 안다. 토론은 논제가 가진 찬반의 입장 모두에서 검토할 수 있어야만 하는데 방대한 정보들 속에서 비판적으로 읽고 생각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런 기술을 가르쳐준다는 풍토가 그곳에서 붐을 일으킬듯해서 아무리 좋은 교육법도 우리나라에 도입되면 결국에는 시험의 목적으로 변질되는 부분이 없지 않아 보여서 안타깝다.

 

평생동안 공부하는 인간으로 성장시키려면 공부가 즐거운 일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공부를 통해 가족, 학교, 국가의 자랑거리가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떨쳐버리고 자신을 위한 공부, 평생공부의 즐거움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하는데 필요한 자기 확신과 자기 신뢰를 심어주는 것이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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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건너는 아이들
코번 애디슨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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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올해
우리나라 형법에 무려 17년여 만에 형법체계에서 <인신매매죄>라는 새로운 범죄가 편입되었다. 기존에는 약취유인죄로 다뤘지만 이제는 성매매, 성적착취, 장기적출 등을 목적으로 한 모든 종류의 인신매매 행위를 처벌 할 수 있게 된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끊기지 않는 사슬의 형태로 존속된 노예는 인간이 인간으로서 살아야 할 권리를 박탈하는 죄악으로 비인간적이고 반인류적인 행위이다. 고대에는 승전국의 노예 형태가 대부분이었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는 강제 유괴의 형태로 이뤄진 매매로 공포스럽기 그지없다.
 
직접 인도 뭄바이를 잠입 취재하며 완성시킬만큼 법조계에서 일하는 저자의 경험이 고스란히 잘 어우러져 실화인지 소설인지 구분하기 힘들만큼의 사실감과 긴장감 그리고 스펙타클한 전개감이 돋보이는, 국제인신매매를 소재로 한 <태양을 건너는 아이들>.
 
인도 상위 중산층 집안의 일곱살 아할리아와 두살어린 시타 자매의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이 소설의 주축이다. 크리스마스 다음날 아침, 지진의 여파로 쓰나미가 몰려와 삽시간에 가족을 잃은자매. 학교 수녀님에게 도움을 청하러 가는 길에 얻어 탄 어느 트럭 운전수에게 납치된다. 단 하루만에 가족이 바다에 몰살당하고 두 자매는 납치되는 처참한 상황 속에서 두 자매에게는 파도가 부셔 버린 기억속에서의 세상만이 존재할 뿐 희망이라곤 찾아볼 수 없게 된다. 한편 워싱턴에서 로펌 변호사로 일하는 토머스는 자신의 어린 딸의 유아돌연사를 겪은 아버지로서의 슬픔, 회사 동료와의 외도, 인도인 아내와의 별거, 훤한 대낮에 벌어진 유괴 사건의 목격, 회사에서의 입지.. 등으로 인해 삶의 변화를 필요로 하는 시점에서 법률구조단체 CASE 인도 뭄바이 지부에서 일하며 어린 두 자매와의 인연이 시작된다.
 
토머스는 인신매매가 혐오스러운 범죄이긴 했으나 도덕적인 이유만으로 뭄바이에 간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의 단 하나의 분명한 목표였던 연방판사직을 위해 경력을 쌓아가려는 목적이었을 뿐이었다. 인신매매는 전 세계의 비극이지만 딴 세상의 이야기일 뿐이었다는 토머스처럼 나 역시 제3세계의 먼 나라 이야기일뿐... 테이큰, 트레이드, 휴먼 트래픽킹, 맨온파이어..등 영화속에서 벌어지는 기막힌 구출 액션에만 빠져들었을뿐, 희생자들의 입장에서 진정으로 고뇌해본적이 없던것이 사실이다.
 
<태양을 건너는 아이들> 두 자매는 서로를 의지하고 위로하고 지켜주지만 수치심의 구렁에서 빠져나갈 방법 따위는 없었다. 영원한 수치심 속에 사는 것이 숙명일 수 밖에 없는 것일까. 뭄바이 매음굴 급습으로 언니 아할리아는 구조되었지만 동생 시타는 이미 헤로인 밀수 운반책으로 이용되어 머나먼 프랑스로 옮겨졌고 시타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는 심장이 죄여오는 느낌이었다. 포주와 인신매매범, 부패 공무원, 십자군 같은 변호사, 노예신세로 전락해 버리는 여성들과 아이들의 온갖 학대의 사연이 존재하는 지하세계의 암흑으로 뛰어든 토머스의 이야기와 두 자매의 시선으로 바라 본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스피디한 진행을 이뤄 손에서 놓기 힘든 마력을 지니고 있다.
 
치유되려면 의지와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걸, 인생이란 그래도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 p 228
 
먼저 구조되었던 언니 아할리아가 사설보호소에서 부활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희망의 푸른 연꽃을 꽃피우며 외로움과 고된 생활에 지쳐있을 동생 시타를 기다리는 마음을 보면 목이 메여온다. 동생 시타는 자살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으면서도 세상이 그들의 자유를 앗아가든, 그들의 순결을 훔쳐가든, 그들의 가족을 짓밟고 터무니없는 물길로 휩쓸어가 버리든, 그들의 추억만은 빼앗아 갈 수 없었다. 오로지 시간만이 그런 힘을 가지고 있었고, 시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굴하지 않고 견뎌낼 작정이었다. 시타에게 남은 것은 과거밖에는 없는 현실. 꿈을 꿀 수 조차 없는 미래가 없는 현실. 두번의 탈출 실패로 시타는 결국 뭔가가 무너져 내리는 느낌을 받는다. 이제는 언니의 얼굴을 머릿 속에 그려 봐도 어두운 그림자만 떠오를 뿐 과거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 인도, 프랑스, 미국.. 세 나라를 거치며 이 모든것이 겨우 두 달 반 동안에 시타에게 일어난다. 시를 읊거나 낱말 놀이를 하는 것도, 언니가 곁에 있는 척하는 것도, 기억을 더듬어 행복을 꿈꾸는 것도 그만. 그저 벽만 멍하니 쳐다보거나 납득할 수 없는 자신의 업보를 곱씹으며 시간이 갈수록 어둠이 그녀를 잠식한다.
 
신은 대체 어디 있는거지? - p331
 
우리가 얼마나 타인의 불행에 둔감할 수 있는지, 인간이 인간으로서 살아야 할 권리를 박탈하는 Human Trafficking 인신매매. 악의 얼굴을 구별하기 힘든 세상에서 토머스가 이 책에서 쓴 시로 희생자들의 영혼을 보듬어주고 싶다.
 
우리는 태양을 건넌다
그리고 우리의 그림자가
시간의 바늘에 드리워진다
우리를 낳은 빛이
명명하는 이름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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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으로 내가 생겨났다고? - 아빠가 들려주는 놀라운 진화이야기
더그 O. 헨센 지음, 룬네 마크후스 그림, 황덕령 옮김, 최재천 감수 / 그린북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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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으로 내가 생겨났다고? 아빠가 들려주는 놀라운 진화 이야기

더그 O 헨센 글 | 룬네 마크후스 그림 | 황덕령 역  | 최재천 감수 | 그린북

출간일 2013.03.15  | 페이지 60 | 판형 B5

 

나는 어떻게 생겨난거야에서부터 엄마는? 엄마의 엄마는?... 맨 처음에 생긴 원숭이는 어떻게?....

생물의 진화와 관련된 이야기는 아이의 성장과정에서 부모라면 한번쯤 질문을 받게 되는 부분이다.

쉽게 빠지기 쉬운 답변의 오류가 조상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원숭이가 사람으로 변했다고 전달하는 과정쯤 가면 잘못된 오류에 빠지기 쉬운 상황이 생기게된다. 생각이 있는 아이는 그 말을 들으면 "그런데 지금은 원숭이도 있고 사람도 있잖아" 라는 질문이 나오는데 그때부터는 부모가 헷갈리기 시작하게 되는 셈이다. 내가 자연과학분야 중에서도 특히 생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소라게라는 생물을 탐구하면서부터이기도 했지만 아이의 이런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하는 나를 보며 진화와 관련된 다양한 설명기법의 책을 탐닉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 생명의 나무의 뿌리는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는 서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실제로는 이렇게 단순하지는 않지만 이 책을 읽는 연령대에서는 이만한 그림 자료가 딱이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는 모두 별들의 가루라고 할 수 있단다.

가장 가깝게는 엄마, 아빠에게서 왔지만.

 

생물의 조상 이야기는 나무에 비유해서 설명을 하면 그 늬앙스를 잘 전달할 수 있다. 나무줄기를 이용해 계속 거슬러 올라가는 설명 기법이 이 책에서 나온다. 인간은 털 달린 무언가에서 시작이 되었을테고, 지구 생명체 중 처음으로 뇌를 가진 동물은 편형동물이었고, 그것은 아메바와 박테리아로 거슬러 올라가고 박테리아는 지구의 어떤 생물에서 시작되었을테고 그러한 어떤 생물은 우주와 별, 지구 탄생에 이르는 빅뱅에서 시작되었다. 이러한 관점은 현재 과학계에 알려진 기본 이론이다. 예전에 읽었던 <우주 속으로 걷다> 라는 책은 스토리텔링으로 접근했던 방식이었는데 어린이책으로서의 진화이야기를 다룬 <빅뱅으로 내가 생겨났다고?> 책은 방대한 진화이야기를 한편의 마인드맵으로 그려내듯 군더더기 없고 명쾌한 설명이 그림과 함께 잘 어우러져 유치~초등저학년 아이에게 완벽한 설명을 해 줄 수 있는 멋진 책이다.

 

이 책은 조상을 거슬러 올라가는 과거의 모습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미래의 모습까지 생각해보게 하는 여운을 준다. 이러한 부분이 여타의 이 수준의 책들중에서도 특히 이 책이 나에게 감동으로 와닿은 부분이었기도 했다. 10만년 후 우리의 모습은 어떨까?

 

 

▲ 멸종에 대한 이야기를 공룡의 나무가지가 뚝 부러지는 것으로 설명한것은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의 수준에 완벽하게 와 닿을것이다.

 

인간은 엄청나게 많은 생물들 중 한 종에 불과할 뿐이다. 하지만 인간이 이 지구의 주인인냥 지배하는 삶을 살고 있다. 이 지구에서 나타나는 현재의 멸종사건은 우주적인 관점에서의 재앙이 아닌 단순히 인간에 의한 멸종을 초래하고 있는 지구 역사상 유일한 일이다. 다른 종을 희생시키며 번성하는 인간의 모습은 미래의 이 지구의 모습이 어떻게 될 지 생각을 해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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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쓸 만한 이론
스콧 허친스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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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쓸 만한 이론

스콧 허친스 저 / 김지원 역 | 북폴리오
출간일 2013년 03월 18일 | 500페이지 | 정가 14,000원

 

 

사랑이란.. 사랑의 작용 원리는, 사랑이라고 느끼는 그 감정을 유지하는 방법은 뭘까. 누군가에게 받는 사랑, 주는 사랑.. 사랑이란 감정을 당시에는 만연히 느꼈던 시기를 저 깊은 곳에서 꺼내야만 할 정도의 아스름한 감정으로만 남아있는 것도 진정한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그것이 사랑이란 것조차 모르게 삶에 스며든 무언가도 나름의 진정한 사랑의 의미일까. 나는 책장을 넘기며 행간에서 이 모든 사랑에 대한 답을 찾고 있었다...

 

지능형 컴퓨터의 정의를 세웠던 천재 과학자이자 수학자로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군의 암호해독을 담당했던 컴퓨터의 아버지 앨런 튜링의 탄생 100주년이 되던 해가 바로 2012년. 이 책의 원서가 출간되었던 해이다. 비운의 삶을 살았던 앨런 튜링의 자살과 닐 아버지의 자살, 앨런 튜링이 생전에 말했던 미래의 인공지능 컴퓨터.. 저자는 앨런 튜링을 기리기 위해 이 책을 썼을까... 인간의 죄악과 미덕, 그 중에서 본질인 사랑에 관한 쓸 만한 이론을 인공지능 컴퓨터에 대입해 풀어나가려는 탁월한 재치를 엿볼 수 있다.

 

아버지의 자살, 이혼을 겪은 30대의 남자가 있다. 그저 혼자였을뿐이지만 자급자족의 생활이라고 위안삼으며 샌프란시스코 도시생활을 시크하게 독신남으로 살아가고 있는 닐 바셋 주니어라는 이름의 남자. 그는 언어학적 컴퓨터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회사에서 일하며 대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그 입력 데이터들은 바로 98권이나 되는 이십년치의 일기의 주인공인 자살한 아버지의 일기장인 것이다. 그것은 5천장이 넘는 생각과 이야기, 다양한 문구, 인생의 철학, 의학적 조언이 담긴 산더미 같은 사고와 상호 대화하는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다.

 

'지능형' 컴퓨터. 30퍼센트의 확률로 인간을 속일 수 있는 컴퓨터를 말한다. 아버지의 일기를 토대로 만든 인공지능을 지향하는 닥터 바셋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이 컴퓨터는 초기에는 몇가지 대화의 기술을 이용하여 일기에서 적당한 대답을 찾는 것 뿐이었다. 컴퓨터가 뭔가를 이해한다고 할 수도 없었고, 생각을 따라가지도 못했고, 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조차 가려내지 못했다. 2년동안의 작업동안 1퍼센트도 인간을 속이지 못했던 것이다. 그들의 과제는 이 인공지능이 하나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 바로 불확실함과 마주했을 때 무엇을 할 것인가? 설득력 있는 인간의 목소리로 통일성 있는 대화를 할 수 있게 만들 방법을 찾아야만 하는 것이다.

 

닐 바셋 주니어가 살아생전 느꼈던 부자지간의 사랑의 부재를 철저하고 꼼꼼하고 폐쇄적이면서도 유쾌할 정도로 객관적인 방대한 양의 일기속에서 찾으려고 하는 마음의 고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히 놀라운 내용도 없고 페이지마다 가득한 온갖 의견과 사사로운 이야기들이 아버지를 보여주는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진정한 모습을 감추고 있는 것일 뿐이라는 것에, 닐 스스로 감상적인 면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사로운 일이 있을때마다 닥터 바셋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보는 닐. 닥터 바셋의 대답에서 그것이 일기에 있었던 문장인지 닥터 바셋이 만들어낸 문장인지 혼란이 오는 시점에서 어느쪽이든 말도 안 될만큼 마음의 위안이 되는 답을 찾는 닐의 모습은 아버지와 그 자신을 향한 내면의 깊은 곳을 파고드는 모습을 보게 된다. 튜링테스트에 통과하기 위한 일환으로 닥터 바셋에게 질문하는 능력을 주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닥터 바셋은 닐이 자신의 아들이라는 것을 추론하여 인식하고 자신의 일기 중에서 빠진 년도의 일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 그 해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닥터 바셋을 대신해 그 과정을 찾아가는 닐의 행동은 살아생전 아버지와의 사랑의 부재에 대한 이유를 찾는 과정이기도 했다.

 

아직 지능형에는 부족한 닥터 바셋의 공백은 '본능과 두뇌에 대해 생각하느라 인간을 조합하는 중대한 요소를 빠뜨린 거라면?' 의문에서 답을 찾아나가기 시작한다. 욕구를 채워주는 사람이나 사물에 결속감을 느끼거나 아끼는 것을 느끼는 마음 자체는 단순히 예를 들면 결혼생활 유지라는 수준이지만, 자신과 세상 사이의 모든 상호관계의 일부로서의 사랑에 관한 것. 모든 상호작용이 사랑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감정과 호르몬을 담당하는 변연계가 채움의 주체이니 닥터 바셋에게는 심장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컴퓨터가 항상 연결을 찾도록 만드는 것, 채우고 채움 상태로 머무르는 것. 이것이 닥터 바셋을 통해 느낀 사랑에 관한 닐의 이론이었다.

 

아버지와의 관계 외에 이야기의 커다란 나머지 한 축은 여자와의 관계를 나타낸다. 결혼생활의 실패, 쿨함을 넘어서는 가벼움만을 유지하는 관계가 일상인, 우리가 누군가에 대한 탐구가 아닌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집중을 하는 방식을 가진 닐의 생활은 점차 다른 이들의 관계를 보며 그리고 닥터 바셋의 조언을 들으며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에 속해보려는 마음을 찾게 된다. 길을 잃고 헤매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의 견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사람, 그녀의 영적 보조자, 약간의 부르주아적인 책임감이, 약간의 닥터 바셋스러움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 닐. 그냥 옆에 있어주고 계속 노력하면 된다는 그의 사랑에 관한 쓸 만한 이론을 이것으로 대신한다.

 

결국에 아무것도 없다.

사랑은 자기 실현이다. 사랑은 자력이다. 이 모든 것이 도움은 되지만

불완전한 설명이고 서로 상충되고

결국에 어떤 결론도 내놓지 못한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여전히 사랑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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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의 선물 - 인생의 전환점에서 만난 필생의 가르침
에릭 시노웨이 & 메릴 미도우 지음, 김명철.유지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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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대학의 상징적인 존재이자 '기업가 정신의 아버지'라 불리는 하워드 스티븐슨은 워런 버핏을 닮은 사업감각,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의 모리를 닮은 마음씨와 정신, 스타워즈의 현명한 제다이 기사 요다를 닮은 외모를 가진 냉철한 지성과 따뜻한 인간미를 겸비한 멘토이다. 어느날 갑자기 찾아 온 심장마비에서 기적적으로 깨어나 두번째 인생을 살면서 수년 동안 하워드와 그의 애제자 에릭이 나눈 대화를 기초로 제자 에릭의 관점에서 쓰여진 책이다.

 

 

인생의 제2막을 맞이하던 그 순간을 <전환점>이라 지칭하고 전환점을 통해 지금 이대로가 아닌 '앞으로 어떻게'라는 시선과 인생 경영계획을 꾸준히 작동해야 한다는 것을 주 기조로 잡고 있다. 생사의 기로를 넘어서고 그가 한 말은 살아온 삶에서 특별히 후회되는 일이 없다는 것에 만족스러운 삶과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삶에서 무언가를 이루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겨냥한 말인 필생의 일이란 것을 어떻게 설계해 나갈 것인가 하는 의문으로 시작된 대화들. 인생의 순간순간마다 찾아오는 <전환점>을 문제라고 인식하지 말고 거기에서 기회를 발견하라고 조언한다. 전환점을 스스로 인식하지 못해 놓치는 경우가 많지만 전환점이란 기회의 덩어리면서도 절대 오래 기다려주지는 않는다. 스스로에게 '이 길을 계속 가고 싶은가 아니면 방향을 바꿔야 할 때인가" 물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바로 전환점이다.

 

전환점을 인지했다면 잠시 멈추라고 한다.

예컨대 경제적 안정이 삶의 목적이었던 경우에도 진정한 인생목표보다 근본적인 가족 행복을 위한 퍼즐의 한 조각이었을 뿐, 유연하고 변화가능한 전체적인 미래의 삶을 그려보고 일과 삶이 계속 변하고 있는데도 전략을 바꾸지 않고 작년 혹은 몇 년 전에 결정했던 장기목표를 고수하고 있다면 목적과 수단을 분명히 구분하고 있지 않은 셈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선택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그런데 스트레스가 커질수록 우리는 '할 수 있는 것'과 '원하는 것'을 죄다 섞어서 지금 당장 '해야만 하는 것' 하나의 커다란 문제로 만들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것이 또 다른 스트레스를 낳는다. 끝없이 자가증식하는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려면 '지금 당장'이라는 주술에서부터 깨어나야  할 것이다.  p142

 

우리는 위험부담을 꺼려한다. 위험이란 것은 결과와 불확실성의 조합일 뿐이므로 위험을 줄이려면 예측가능성을 높이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예측가능성의 빛을 밝히는 방법은 용기를 '선택'하는 것. 인생은 어려울 때가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거절과 실패는 엄청난 동기부여 에너지가 내재된 적대적 전환점일 뿐이다.

 

하워드는 어떻게 전환점을 인지할 것인지, 인생의 목적과 수단을 구분할 것인지, 용기를 선택할 것인지, 삶의 균형을 잡을 것인지, 선택의 본질적 가치를 어떻게 명확히 할 것인지, 이러한 것들이 실제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스스로를 속이는 착각들에 빠지는 요인들 등을 세세하게 조언해준다. 큰 틀은 여느 자기관리서의 주제가 될 수 있는 항목들이지만 하워드가 들려주는 소소한 조언들은 그의 심성에 걸맞게 위엄과 중후함이 담겨 마음의 잔물결을 일으키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경험많은 노인이 이렇게 해라 라고 일방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큰물결이든 잔물결이든 가슴을 두드리는 조언을 해주는 진정한 멘토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소화해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참고인 역할로 충분하다는 하워드. 하워드 자신이 받은 선물을 고스란히 우리에게 되돌려 줌으로써 지혜의 순환이 이루어지기를 꿈꾼다는 제자 에릭의 말처럼 진정한 멘토를 이 책을 통해 맞이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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