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위한 다섯 가지 선물
에란 카츠 지음, 김현정 옮김 / 민음인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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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출생으로 유대인 학습법과 유대인식 기억력 향상법을 담은 <천재가 된 제롬>, <슈퍼 기억력의 비밀>로 베스트셀러 작가 대열에 합류한 기억력 부문 세계 기네스 기록 보유자 에란 카츠의 세 번째 책 <뇌를 위한 다섯 가지 선물>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가진 능력, 혹은 이미 갖고 있음에도 미처 깨닫지 못하는 능력과 관련해 심리적 장벽을 무너뜨려 자신의 내면에 숨겨져 있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도와주고 누구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두뇌의 숨겨진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며 에란 카츠는 우리에게 다섯 가지 선물을 주고 있다.

 

읽어내리자마자 이 책의 전개방식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 일반적인 자기관리서와는 달리 이스라엘과 한국, 인도, 태국, 중국, 일본을 오가며 각 나라의 문화와 역사가 함께 어우러진 채 제롬 교수와 한국계 미국인 학생 미선, 익명의 아시아 여자를 주축으로 가상의 이야기를 통해 펼쳐지는 소설을 읽는 느낌과도 같은 색다른 매력 때문이다. 제롬 교수를 통해 기억을 지우는 방법을 알아내길 바라는 의문 여자의 편지로 시작되는 사건. 특이한 종이와 향수를 편지에 묻히며 동시에 무언가를 기억하길 원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유대인의 생존 비법인 기억하는 동시에 잊어버리는 것이라는 아말렉을 뜻한다고 한다.

 

 

필요하지 않은 정보와 원하지 않는 기억을 삭제하는 법을 위한 첫 번째 선물, 망각

보통은 기억력이 뛰어난 사람은 성공에 도움을 주지만 뛰어난 망각능력을 갖춘 사람은 건강한 삶을 위한 축복을 누린다는 점을 시작으로 기억을 지우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그 기억에 수반된 감정을 지워버리는 것. 해결방안을 찾으려고 애쓰기보다는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든 문제 그 자체에 집중하며 제아무리 강렬한 감정이라 하더라도 두뇌에 명령을 내리는 방법을 통해 얼마든지 삭제 가능하다는 실험결과를 바탕으로 '삭제' 명령을 반복하면 (77번이라는 신약 마태복음의 사과 횟수와도 연결이 된다) 망각과정이 진행되는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이다.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우리나라 세종대왕의 예가 소개되는데 이미 한자를 읽고 쓸 줄 알던 한국 양반계급의 한자에서 한글로의 전환처럼 새로운 것이 오래된 것을 대체한 사례를 들고 있다.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두 번째 선물은 안전하다는 믿음이 주는 선물로 실수를 방지하는 법이다.

좀 더 낫고 안전한 삶을 위해 그릇된 실수를 예방하는 능력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정보량이 늘어나면 두뇌 단기 기억의 한계로 잘못된 결정을 내리기 쉽다. 정보량이 많다고 해서 안정성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안정성은 정보의 질이 결정하며 단 2분이면 가장 효과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직관' 메커니즘과 연결된다. 우리가 내리는 모든 결정에는 지식, 수치, 측정을 활용하는 합리적인 메커니즘과 일명 감정의 버그라고도 말할 수 있는 직관적인 메커니즘이 어떤 식으로든 함께 움직이고 있다. 논리적인 능력과 직관을 망가뜨리는 심각한 실수는 잘못된 정보로 말미암은 잘못된 믿음으로 이어지고 통제력에 대한 착각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사례로 알려주고 있다.

 

자제력을 발휘하고 압박감에서 벗어나 후회 없는 삶을 사는 법을 위한 세 번째 선물, 욕망을 다스리는 법.

신경학적으로 행복, 기쁨의 감각에는 한계가 있다. 뇌는 적정 수준의 행복만을 허용하며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은 결국 정해진 시간 동안 우리가 빌려 쓰는 것일 뿐이라는 자각을 통해 긍정적 죄책감과 부정적 죄책감의 구분을 하라고 한다. 벌이란 건 없다. 다만 결과가 있을 뿐. 벌과 보상이라는 것은 결국 개개인의 선택에 따른 것일 뿐이라며 구체적인 상황에 부닥쳤을 때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미리 대비하고 상황이 자신을 지배하도록 허락하지 말고 자신의 상황을 지배하는 자제력 발휘 연습을 하라고 조언한다.

 

중국인의 지혜가 담긴 비즈니스 전술이자 유대인의 비결인 설득의 기술이 네 번째 선물.

인내심을 바탕으로 자신감, 정신적 우위, 인맥 형성, 그리고 일본식 설득의 기술 방법인 기리(우리가 흔히 시식대에서 느끼는 감정과도 같다. 공짜로 받으면 뭔가 사야 할 것만 같은 의무감), 설득력 있는 연민, 공략 등 사람들이 어떤 아이디어를 믿게 하는 설득의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완벽한 감탄의 순간을 위한 일본 신경 미학의 법칙인 의 선물이 마지막 다섯 번째 선물이다.

아름다움은 조화로운 삶과 행복의 균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이것은 로 표현하기보다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감정적으로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묘한 느낌이다. 너의 정체가 무엇이냐!

이러 이렇게 해라 식의 자기관리서일 거라는 내 예상을 처참히 깨뜨리고 흥미진진한 미스터리물을 읽는듯한 스토리텔링 기법을 사용하며 그 상황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다섯가지 선물은 머리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오히려 가슴에 오래 머물고 있는 느낌이다. 원치 않는 기억과 불필요한 정보를 삭제하고, 치명적인 실수 예방과 욕망 통제, 설득의 능력을 유대 문화와 아시아 문화를 바탕으로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30년 전 제롬에게 일어난 엄청난 사건과 관련된 가상의 스토리를 통해 단순히 학습적인 기억력을 증진하는 방법이 아닌, 인생의 행복을 위한 두뇌 계발 기법의 다섯 가지 선물을 받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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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찌의 육아일기 - 대한민국에서 할아버지로 사는 즐거움
이창식 지음 / 터치아트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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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외손자 육아기라 해서 대단하신 분임이 짐작된다. 역시 황금나침반 번역 20여년간 번역가로 활동하며 100여권의 역서를 남기신 분. 맞벌이 부부인 딸을 대신해 아내와 함께 외손자를 돌보며 육아문제로 고민하는 많은 이들과 경험을 나누고 싶어서 쓴 책이라고 한다.

 

아침마다 예쁜 천사를 영접한다는 하찌의 외손자를 보며 뽐내는 글은 직접 살을 맞대며 부대끼는 부모입장과는 또다른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내 인생만 소중하다가 아닌, 아내 인생도 곧 내 인생이고 내 딸의 인생도 내 인생, 사위와 외손자의 인생도 내 인생이니 그것을 모두 합친 것이 비로소 '나'라며 정신없는 육아를 하며 하루하루 진일보하는 하찌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내 아이 어렸을때의 추억에 폭 빠져보기도 한다.

 

차라리 일을 하러 나가고 말지, 애는 안 본다는 말이 있는데 이 세상의 어느 할아버지, 할머니도 결국엔 사랑으로 감싸게 되는 육아 뒷바라지가 아닐까싶다. 그 마음이 이분들이라고 해서 다른 분들보다 더 유별나지도 덜하지도 않을테지만 하루하루 육아 기록으로 남겼다는 것이 대단한 일이니 박수를 치고 싶다. 역시 아무리 마음의 추억으로 남는다해도 기억의 한계는 있기 마련. 시간이 지나고 남는 것은 사진과 글이로구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함께 있는 것이 익숙하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모양이라며 세세하게 아이의 마음을 보듬아주는 모습, 이쁘다 이쁘다 하면서도 외손자때문에 리얼한 부부싸움 이야기도 나오고, 비 오면 놀이터에 못나가서 꼼짝없이 집에서 갇혀 있을 걸 걱정하는 모습은 내 모습과도 같아 웃음이 깔깔난다.

 

이 책을 받아든 딸내외의 마음은 얼마나 좋을까. 또 하나의 행복이 책을 통해 이 가정에 들어온 셈이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애프터서비스는 하면 할수록 늘어나는 것 같다는 하찌의 말에 우리네 부모님이 절로 떠올라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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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소믈리에 - 당신의 서재에 과학을 상찬한다 강석기의 과학카페 2
강석기 지음 / Mid(엠아이디)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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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저널리스트 강석기의 <과학 한잔 하실래요?>의 속편 격인 <사이언스 소믈리에> 

입맛을 돋우기 위해 가볍게 마셔보는 과학 이슈와 풍부하게 음미하는 책 이야기, 특별한 분위기에 마시는 매혹적인 빛깔의 물리 이야기 등 와인 컨셉을 사용해 최신 과학 이슈들과 생물, 물리, 화학, 과학자 이야기 등을 풀어내고 있다. 과학신문에 연재한 글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답게 컬러 사진과 일러스트가 곳곳에 자리 잡고 간결한 호흡을 유지하는 글밥은 가독성을 높여준다.

 

 

여러 이슈 가운데 개인적으로 흥미가 높았던 부분은 2012년과 13년 초반을 달궜던 1일 1식 열풍에 대한 것인데 정작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진짜일지 과대광고일지 궁금했던 점은 사실이었다. 실제 일본 저자가 당부했던 부분과 여러 최신 실험결과를 통해 저자가 말하는 결론은 1일 1식을 실천하는 사람은 정크 푸드에 탐닉하는 사람보다는 더 건강하게 오래 살겠지만 담백한 식생활을 하는 1즙 1채인 사람과는 별 차이가 없다는 것. 독이 될 수 있는 칼로리 제한의 1일 1식보다는 1즙 1채, 즉 적당량을 먹는 수준의 식습관으로도 건강과 장수에 충분하다는 게 최근 2012년 9월 네이처에 실린 연구의 결론이라는 것을 증거로 내세우며 무엇보다 원서에서는 1즙 1채에 대해서도 권고하는 부분이 있었고 원제는 [공복이 사람을 건강하게 한다] 였지만 한국어판의 책 제목이 좀 과격했다는 점도 알려준다. 무리하게 칼로리 제한을 권하다가는 과도한 스트레스로 노화지연을 보기도 전에 큰일이 일어나진 않을까 싶다.

 

단순히 과학칼럼다운 지식 추구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 철학적인 물음도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우리가 흔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철학적인 자유의지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하느냐며 자기 뜻대로 결정했다고 한 그 순간보다 이미 뇌는 평균 1초~10초 전에 선택을 했고 뇌가 선택한 걸 추인하는 과정일 뿐이라는 과학 실험을 소개해준다. 뇌과학은 아직도 미지의 분야여서 당연시된 결론이 나오진 않았지만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 수 없다.

 

그 외 각종 최신 이슈들, 구미 불산 사태로 바라본 불소 이야기, 2012년도 과학계 가장 큰 뉴스였던 힉스 입자에 관한 이야기, 흔히 먹는 아스피린, 인간과 가까운 개를 통해 인간의 생태학적 진화 관점.. 그리고 무엇보다 2012년 타계한 과학자들을 소개해 가슴 뭉클하게 만든 파트는 단순히 흥미만을 추구한 책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던 것 같다.

 

하나의 주제를 다룰 때 불충분하다 싶으면 논문저자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 그 바탕과 근거를 찾는 저자의 탐구자세에서 진지함과 지식추구의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원서 과학잡지를 구독한다는 저자는 그것이 꽤 고급스러운 내용이라고.. 읽기 쉽지 않다는 말을 우스개로 표현하는데 <사이언스 소믈리에> 이 책 역시 평범한 독자에게는 해독불가 수준의 이미지도 군데군데 있었지만, 전체적인 주제 흐름은 평이한 수준이라 교양과학에 관심 있다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고 더 파헤쳐 보고 싶은 욕심을 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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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변호사
오야마 준코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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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변호사

오야마 준코 저 | 김은모 역 | 북폴리오 | 출간일 2013.06.04  | 원제 猫弁  | 페이지 296 

 

도쿄대 법학부 수석 졸업. 졸업한 해에 사법시험 합격.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정의의 에너지를 내뿜는 변호사 경력 15년 차. 

싸구려 양복에 고리타분한 동그란 뿔테 안경. 정신 사납게 부스스한 머리로 세련됨과는 거리가 먼 패션 감각. 맞선 퇴짜 30연패.

이렇듯 천재와 얼간이를 반씩 섞은 듯한 인물.

신문 1면에 장식될 정도로 유명했던 세타가야 고양이 저택 사건을 담당한 이후 애완동물 문제 전문 변호사 타이틀을 얻게 되고 고양이 주인과 집주인, 동물병원의 갈등으로 말미암은 온갖 소송 끝에 방치된 고양이들을 결국 떠맡은 탓에 변호사 사무실에 열한 마리 고양이가 함께 하고 있어 고양이 변호사로 불리는 모모세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그러던 어느 날 구두 사업으로 성장한 기업의 회장 장례식장에서 시신이 있는 관 채로 영구차가 도난된 사건을 맡게 된 모모세.

훔쳐간 고급 영구차보다도 적은 금액인 그것도 아주 세세하게 지정된 1540만 엔의 시신의 몸값을 요구한 범인의 전화가 걸려 온 것과 실제로 회장인 어머니는 치매에 걸려 병원에 계신다며 경찰에는 신고하길 꺼리는 회장의 아들인 의뢰인의 말 등으로 거짓의 냄새가 풍기고 모순으로 가득 찬 의뢰를 모모세는 어떻게 해결해 나갈까.

 

이 시신의 몸값 사건을 주요 배경으로 각각의 등장인물들의 사연과 그들의 인연이 얽히고설키는 이야기는 드라마 방영을 유념해두고 쓴 소설이어서 그런지 (TBS ․ 고단샤 드라마 원작 대상 수상작이며 TBS 화제의 드라마 <고양이 변호사, 시체의 몸값> 원작 소설이다) 등장인물마다 소홀함 없이 비중을 차지하고 자잘한 사건 하나하나가 어느 것 하나 덜 한 것도 더 한 것도 없이 그 역할이 평범하게 넘어가는 법이 없다. 그렇다고 지루하지도 않고 적당한 호흡을 유지하며 주요 사건과 연결고리를 계속 만들어나가는 치밀함은 후반부에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추리의 흥미진진함까지 갖추고 있다.

 

고양이 변호사 모모세를 중심으로 오히려 더 변호사 같은 비서, 고양이 뒷바라지만 하염없이 하고 있는 사무원, 변호사 사무실 고양이들의 주치의 동물병원의사, 모모세에게 30연패 맞선 퇴짜를 안겨주고 있는 결혼상담소 직원, 구두닦이 할머니, 하물며 덤앤더머 같은 범인들까지... 주변인물들의 보이지 않는 실로 연결된 인연들은 하나의 거대한 퍼즐을 완성하는 조각들이다.

 

고양이 변호사답게 평소 의뢰내용도 참으로 기가 막힌다. 자기 고양이를 다른 동물들로 우글우글한 애완동물이 허용된 맨션이 아닌 애완동물 금지된 맨션에서 기르고 싶다는 의뢰인, 감히 고양이를 고양이라 부르지도 못하고 외우기도 어려운 이름을 불러줘야 하며 고양이에게 국어, 수학, 음악을 가르치라고 고용된 법학부 수석자의 사연 등 깨알 같은 시트콤 사건들이 재미를 더해준다.

 

이 소설에서 계속 등장하는 코드는 <구두>.

"신발이 발에 맞지 않으면 인생이 평탄치 않아. 누가 엄청 비싼 신발을 사라던? 자기에게 맞는 신발을 꼼꼼히 찾아보라는 거야"

신데랄라 구두 이야기의 의미를 바탕으로 구두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믿음이 곳곳에 깔렸고 이는 <고양이 변호사 : 시신의 몸값> 사건 인물들의 내면 바탕으로 작용하고 있다.

 

"만사가 잘 안 풀릴 때는 위를 쳐다보렴. 그러면 뇌가 뒤로 기울어 두개골과 전두엽 사이에 틈이 생겨. 그 틈에서 신선한 발상이 생겨날 거야." 모모세를 보육시설에 맡기고 떠나는 엄마의 마지막 이 말은 모모세를 굳게 지켜 준 마음의 위안이기도 했다. 이 행동은 결혼상담소 직원에 의해 그 의미가 밝혀지는데 그걸 듣는 순간 가슴이 순간 먹먹해지면서 찌릿한 전율이 순간 샘솟는다.

진지할 때는 진지하면서도 깨알과 같은 웃음을 선사해주는 <고양이 변호사>. 마음이 콩닥거리면서 슬며시 미소와 찡함을 함께 선사하는 이 책을 덮고 나니 나도 모르게 눈물을 참을 수 있는 마법 자세를 한 나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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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곧 법이라는 그럴듯한 착각
스티븐 러벳 지음, 조은경 옮김 / 나무의철학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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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학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는 스티븐 러벳 법학 교수가 들려주는 논쟁의 중심에 선 재판 이야기와 상식과 정의의 딜레마가 안고 있는 현실, 개인과 집단의 도덕성과 윤리성의 문제 등 법과 정의의 모호하고 양면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책 <정의가 곧 법이라는 그럴듯한 착각> 

 

정의의 심판을 받아라! 라는 말이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현실 속에 힘을 잃고 가는 사회에서 사법체계의 청렴성, 정의의 실현과 법의 역할이 과연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가 이 이 책에서 알려주고 싶어하는 바다. 의뢰인편, 변호사편, 판사편, 법학계편, 의료계편으로 나눠 부정적인 사례를 통해 더 나은 대안을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의 원제가 The Importance of Being Honest 정직함의 중요성인데 의뢰인이나 변호사는 진실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우선으로 일단 생각하기 마련이다. 의뢰인조차 자신의 변호사를 속이려 드는 거짓말을 일삼는 사례를 통해 (빌 클린턴과 오스카 와일드 사례) 도덕성과 청렴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 반면, 명백하게 선의의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위험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딜레마도 있다. 월마트 사진현상소에서 근무하면서 불법 사진을 보고 경찰에 즉각 제보해서 영웅이 된 한 여성은 그 일로 직장에서 해고됐다. 상관과 상의 없이 고객의 사진을 유출했기 때문이었는데 법원은 월마트의 손을 들어줬다. 사안 자체가 딜레마인 경우도 있었다. 일명 '원숭이 재판'으로 알려진 이 사건은 1925년 고등학교 수업시간에 진화론을 가르쳐 기소된 생물교사의 사례다. 창조론과 진화론의 대결은 진화론측 변호사의 종교 경멸 막말로 재판결과대로 승리한 것도 아닌 결과적으로는 부끄러운 사례를 남기게 하였다.

 

2007년 버지니아 공대 최승희 사건은 가슴이 아픈 사례다. 기숙사에서 이미 1명 사망, 1명 부상을 알게 되고도 인지오류 함정에 빠진 초반 대응으로 엉뚱한 용의자로 확정 후 다른 가능성을 배재하게 된 탓에 캠퍼스 안전을 강화하지 않고 해제시켰다가 결국 32명 사망, 28명 부상이라는 엄청난 사건으로 이어진 경우다. 저자는 인간의 인식에는 인지오류가 내재 있고 거기에 면역된 사람은 판사나 변호사는 물론 아무도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런 인지오류의 만연으로 법률 진상조사의 표준개념에 심각한 결함이 노출되고 있다는 것. 마지막 증거를 다 받을 때까지는 판단유보를 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좋든 싫든 그럴듯한 연결성을 긋는 것이 변호사의 일이고 판사나 배심원은 그 선을 분류해야만 한다.

 

 

법조계보다 더 못한 의료계의 고전적인 직업 문화에 대해서도 꼬집는다.

원인이 무엇이든 의료과실은 만연해 있지만 현재 소송체계가 그것을 다루는 최고의 방법은 아니라고 문제 제기를 한다.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 소모도 많고 무엇보다 불확실하며 소송이 의도한 대로 진행된다 해도 그것의 기본적인 목적은 보상이지 의료 체제 개선이 아니라는 것. 환자에게 사실을 고지하고 승인을 받는 개념도 의료계에서는 늦게 정착됐으며 변호사업은 사업으로서 법조윤리도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상업적 관계를 촉진하도록 발전해왔지만 '의사의 명령' , '변호인의 조언' 이 두 업계의 차이를 잘 요약한 단어처럼 의료계의 문제점을 심각히 다루고 있다.

 

여전히 전문가 윤리 시스템이 개인의 선택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지, 나쁜 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소송을 일으키는 형국이라는 점이 안타깝다. 모든 일에는 두 가지 입장이 존재한다고 한다. 좋든 싫든 사법체계는 모두의 입장을 완전하게 이해하게 하고 모든 이야기를 완전하게 알리려 하며 모두가 균등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법은 진실을 담는 가장 안전한 그릇일 뿐이라는 것. 법이 곧 진실이자 정의일 것이라는 '가정'에서 벗어나라고 한다.

 

이슈가 된 법 체계의 부조리를 폭로한 이 책은 버지니아 공대 사건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와 관련된 사례가 없어서 조금은 덜 흥미진진한 면도 없진 않았다. 사례마다 정답을 내놓진 않았지만, 저자의 시각은 제법 신선하며 다시 심사숙고해 볼 동기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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