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
한봉선 지음 / 바른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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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나이 육백 살 한 때 나는 도깨비의 친구였네

내 나이 육백 살 한 때 나는 당산나무였네

내 나이 육백 살 지금은 바람이 부르는 노래라네 -

눈물이 나오려했어.

그러자 그 애가 사과했어.

"미안해, 대신 소원을 들어줄게."

정말 어이없지? 소원을 들어준데,

자기가 무슨 도깨비라도 되는 줄 아나봐.

정말 신 나는 하루였어

김서방은 최고였어.

다른 무엇보다 최고인 건,

김서방이 내 편이라는 거였어.

한봉선, <초코파이> 中

+) 이 책은 초등학생들이 보기에 좋은 그림 동화책이다. 특히 내성적이라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쉽게 상처받는 아이들이 보면 힘이 될 듯하다. 동화의 주인공은 경수와 김서방이다.

학교에 온전히 자기 편이 없어서 머뭇거리며 소극적이던 경수에게 어느 날 새로운 친구 김서방이 나타난다. 김서방은 경수의 초코파이를 한 입에 먹어놓고, 속상해하는 경수에게 바로 사과를 하며 소원을 들어준다고 이야기한다.

소원이라니? 경수는 어이가 없어서 웃지만, 막상 소원을 말하려고 하니 잘 생각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 갑자기 소원이 뭐냐고 묻는다면 딱히 떠오르는 게 없지 않을까. 복권 당첨 등의 소원도 있겠지만, 어린아이인 경수에게 그 순간 그 소원이 생각날 리가 없다.

일단 소원을 미루고 둘은 학교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실컷 논다. 경수는 너무 행복하고 즐거워한다. 오로지 자기 편인 친구 김서방이 생겼기 때문이다.

단 한 명이라도 자기 편이 생긴다는 것, 그리고 함께 축구를 하며 실컷 놀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경수에게 소원은 큰 의미가 없다. 그 자체로 행복인데 더 큰 행복을 생각할 겨를이 있을까.

이 동화는 여러 번 곱씹어 읽을수록 의미가 있다. 친한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 소원은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는 점에 흐뭇해하며 읽었다. 이렇게 즐거운 시간만큼 소중하고 의미 있는 추억은 없다.

또 책 속의 그림을 자세히 보며 동화 속 비밀을 풀어가는 재미도 있다. 등장인물들의 관계도 호기심을 갖고 살펴보며, 그들의 소원이 무엇이었을지 짐작해 본다면 순간순간 미소를 짓게 된다.

초등학생들이 읽어도 흥미롭겠지만, 부모가 어린아이들에게 읽어주며 함께 동화 속에 숨어 있는 매력을 찾아본다면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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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루를 산책하는 중입니다 - 헤매던 생각이 모여 내 삶에 스며드는 시간
댄싱스네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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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 번에 몇 가지 대상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서

시간이 지나 생각과 마음의 방에 또 다른 대상이 들어오면

그 전에 어떤 힘든 일이 있었던 크게 애쓰지 않고도 잊어버리게 된다.

마음이 포화 상태가 되지 않고 유지할 수 있는

걱정의 총량에는 어차피 한계가 있다는 것.

그렇기에 그저 나를 기다려주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다.

2%

노동으로 오늘의 감정을 전부 소모한 인간은

친밀한 타인에게 친절하기 어렵다.

그러니 평일에는 '다정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정도를 목표로 하자.

그것만으로도 서로의 진심을 전하기에는 충분할 테니.

21%

나이 들수록 깨닫게 되는 건

힘든 일을 얼마나 드러내는지 그 정도에 따라

겉보기에 더 힘들어 보이거나, 덜 힘들어 보일 뿐이라는 것.

누구의 삶이 더 낫다, 못하다고 비교할 수 없다는 말이다.

고된 일상의 틈새에 웃을 수 있는 건

아무런 걱정 없이 행복하기만 해서가 아니다.

때로 웃기 위해 웃으며 살 때도 있는 것이다.

많이 웃는 사람들은 알고 있다.

사실 그것 말고는 인생이 별것 없다는 걸.

25%

일이 생각처럼 안 풀리는 날에는

'이게 내 한계인가?' 같은 생각이 잠시 머릿속을 스칠 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곧바로 머리를 세차게 가로저으며 뇌인다.

'아니, 이건 지금의 내 상태야. 한계가 아니라.'라고.

47%

매일 100퍼센트 노력을 하고 살다가는

언젠가 내 영혼은 탈탈 털리고 앙상한 뼈마디만 남을 것 같아 두렵다.

정신과 의사 정우열 선생님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의 인생 모토는 80점으로 살자"라고.

49%

지속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는 늘 '지금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대단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내일 한 번 더 하는 것이다. 그래도 내일 또 걷는 것이다.

너무 큰 기대를 갖지 않고 그냥 계속 해나가면 된다.

64%

댄싱스네일, <나의 하루를 산책하는 중입니다> 中

+) 이 책은 매일 산책하듯 살고 싶다는 저자의 생각을 바탕으로, 단상 형식의 에세이와 저자가 그린 그림으로 구성되었다. 편안한 그림에서 묻어나듯이 저자는 단순하고 가볍게 살고 싶은 마음이 큰 사람 같다. 그가 써 내려간 문장들은 하나같이 진솔하고 따뜻하면서 위안을 준다.

이 책의 제목처럼 저자의 문장을 접하고 있을 때마다 볕을 쬐며 한 걸음씩 걷고 있는 기분이 든다. 말 그대로 산책하듯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지기에 공감되는 부분이 곳곳에 있다.

저자는 우리가 흔히 생각만 하고 표현하지 못하는 어떤 상황과 감정들을 포착해서 묘사하는 능력이 좋은 사람 같다. 글로도, 그림으로도 그 순간과 마음을 구사할 수 있다는 건 섬세한 감정선이 있으며 세밀한 관찰력을 가진 사람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에세이집이나 자기 계발 서적이 많은 시대에서 저자의 문장이 와닿는 건 개인적으로 마음을 건드리는 지점이 비슷하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그래서 기존에 읽었던 저자의 책에서도, 그리고 이번 책에서도 다정한 위로와 포근한 토닥임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삶에 여유를 주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산책하듯 거니는 하루가 필요하다면, 가볍게 이 책을 읽으면서 산책하는 여유를 잠시라도 느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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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타 버린 것은 아니야 미래그래픽노블 12
제이슨 레이놀즈 지음, 제이슨 그리핀 그림, 황석희 옮김 / 밝은미래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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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뉴스는 주제를 바꾸지 않는지

왜 주제가 다른 것으로 바뀌지 않고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느니

세상을 대하는 방식이나

서로를 대하는 방식이

바뀌지 않는단 말만 하는지

ㅡ [숨 하나] 中

이 자유를 위한 싸움이라는 것이

나처럼 생긴 누군가가 주먹을 치켜들어

바람을 향해 휘두르는 느낌

ㅡ [숨 하나] 中

콜록 또 콜록 또 콜록 또 콜록 또 콜록 또 콜록

그때 엄마는 텔레비전을 응시하며

상심을 꾹꾹 눌러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막으려 애썼고

ㅡ [숨 둘] 中

왜 뉴스는 주제를 바꾸지도 않고

우리가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안전거리를 유지하지 않거나

손을 씻지 않아서

병을 치유할 수 없다고만 하는지

ㅡ [숨 둘] 中

산소마스크는

엄마의 입가에 숨겨져 있을 수도

동생의 뿅뿅 소리에 있을 수도

여동생의 희한한 손글씨에 있을 수도

ㅡ [숨 셋] 中

제이슨 레이놀즈, <모두 타 버린 것은 아니야> 中

+) 이 책은 꽤 두꺼운 책이지만, 그 안에 수록된 문장은 단 3문장이다. 숨 하나, 숨 둘, 숨 셋의 구성으로 제작되어, 답답한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선을 잘 담아냈다. 그리고 그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른들의 성찰이 요구되는 지점도 만날 수 있다.

한 장 한 장 코딩지에 정성스럽게 그린 그림들 사이로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서술자의 구절이 지나간다. 한 권의 책을 뛰어넘어서 한 편의 예술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던 의도를 잘 살린 책이다. 그 물리적인 무게만큼이나 책에 담긴 내용의 무게감도 가볍지 않다.

매 장 수록된 구절들은 결국 세 문장으로 이어지고, 그건 다시 하나의 글로 완성된다. 인종 차별에 대한 비판적 시선과 코로나19로 답답한 세상의 무기력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소마스크로 묘사되는 작은 희망의 씨앗이 담겨있다.

순서대로 책을 다 읽어보고, 혹시 마지막 장부터 거꾸로 읽어보면 어떨까 싶어서 거꾸로도 읽어보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거꾸로 책을 읽어도 그 흐름과 의미가 흩어지지 않고 한곳에 모이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아이들에게 세상은 반성과 성찰 그리고 작은 희망이 순환되는 구조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에 담긴 그림 이미지가 문장의 의미와 연결되어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그림들이 해당 구절의 바탕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이는 배경이라기보다 또 다른 의미를 만드는 역할을 했다고 느꼈다. 그림만 따로 쭉 살펴보아도 흥미롭다.

이 책을 청소년 소설 혹은 어린이 문학으로 분류했지만, 사회문화 계열로 여겨 어른들이 읽고 대화를 나누어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언론의 각성을 요구하거나, 차별화된 문화에 길들여진 사람들을 비판하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소소한 희망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잘 묘사한 책이었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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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음은 무슨 색일까? - 그림책으로 아이 마음 안아 주기
김은정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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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이상 행동을 보이는 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대부분 가정에서 비롯되는데 아이에게 밀착된 어른들은 이를 잘 느끼지 못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는 말이지만, 하루 정도 시간을 내서 아이들을 관찰하기 바란다. 그냥 넋 놓고 있으라는 것이 아니다.

관심 어린 눈빛으로 아이들을 대하다 보면 분명 가까운 곳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부모의 모습에서 찾을 수도 있고, 아이의 기질에서 찾을 수도 있다. 아니면 대화 도중 주고받게 되는 기 싸움에서 발견할 수도 있다.

pp.20~21

엄마를 통해 아이의 관심 사항을 전해 듣기도 하지만, 내가 직접 아이와 소통하면서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도 많다. 나의 진심 어린 상담으로 인해 아이 마음이 움직이면, 아이는 엄마한테 말하지 못했던 의외의 것을 나에게 고백하기도 한다. 그것을 곧바로 놀이에 활용하면 아이의 집중력은 높아진다. 이뿐만 아니라 아이가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되는 셈이다.

p.55

사람을 변하게 하는 요인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진정한 관심과 진심어린 칭찬이다. 관심은 조용하게, 칭찬은 크게 하는 것이 좋다. 이는 아이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 그리고 동식물에게도 적용되는 해답이요, 정석이다. 변화시키는 게 아니라 변화되게끔 만들어주는 환경이 중요하다.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열쇠가 바로 관심과 칭찬이다.

p.67

남과 달라서 좋을 수도 있고 남과 달라서 힘든 부분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다. 하고 싶은 것이 남과 다르기 때문에 성공할 수도 있고, 그러다 보면 자신만의 길로 나아갈 수도 있다. 엄마라서 관여하고 부모라서 방해하지 않길 바란다. 다르다고 해서 잘못된 것이 아니라, 다르기 때문에 인정받을 수도 있음을 꼭 명심했으면 한다.

p.173

누누이 말하지만, 어떻게든 떼려고 윽박지르거나 혼내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해내는 동기를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어린아이들은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소중히 다루는 방법은 잘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알고, 잃어버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p.199

김은정, <네 마음은 무슨 색일까?> 中

+) 이 책은 그림책을 활용하여 아이들의 심리 상담을 진행하는 저자의 경험담을 담고 있다. 저자는 독서 치료라는 방법을 통해서 아이들과 대화하고 아이들의 마음을 안아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단순히 직업적인 일이라는 점을 떠나서 저자의 진심 어린 마음이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던 책이다.

우선 이 책에서는 특정 사례를 설명하고 그와 관련된 그림책을 소개하며 어떻게 그 그림책을 활용했는지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그림책에 관련된 정보도 같이 확인할 수 있어서, 해당 주제와 관련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저자가 아이들, 그리고 그들의 부모와 대화를 나누며 어떻게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는지 그 과정을 사실적으로 수록하고 있어서 현실적인 도움이 가능하다고 본다.

보통 부모는 자신의 아이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왜 저러는지 전혀 이해가 안된다고 생각하는 면이 있다. 그런 어른들을 위해 이런 책을 통해 본인과 아이의 상황을 짐작해 볼 수 있기에 도움이 되는 책이다.

저자가 언급했듯이 아이들을 대할 때는 진정한 관심과 진심 어린 칭찬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의 속도에 맞는 어른들의 배려가 요구된다는 것도 배웠다.

아이들은 쉽게 상처를 받을 수 있지만, 또 그 상처는 따뜻한 관심과 칭찬으로 그들을 한층 성장하게 하고 지킬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더불어 그림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이 책에서 언급된 그림책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기에 유익하리라 생각한다. 해당 그림책을 찾아 읽으며 그 가치를 경험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함께 읽는 것이 얼마나 희망과 힘이 되는지 알게 해 준 책이었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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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다 사진관
허태연 지음 / 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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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행복을 지켜보는 건 정말 지루해."

어느 날, 일기장에 그렇게 쓰고 제비는 사진관을 그만뒀다.

2%

"확실치 않은 일은 하지 마라. 그게 사회생활이 기본이야."

제비는 함께 일한 사진사의 말투를 따라하며 진저리쳤다.

5%

"자기 실력을 평가하는 것은 좋아. 하지만 비교하는 것은 나쁘다." 석영이 말했다.

"사진은 단지 보는 것에 그쳐선 안 된다고 스테판 거츠는 말했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상상하게 하고 탐구하게 하는 거, 그런 게 좋은 사진이라고 나도 생각해. 스테판 거츠같이 훌륭한 작가는 관람자들을 행동하게 하지. 오늘, 네 사진도 그랬어."

23%

"언니, 물꾸럭 신을 믿어요?"

눈살을 찌푸리고 양희가 쓰게 웃었다.

"네 뜻으로 신앙을 가져. 다른 사람 뜻을 묻지 말고."

50%

"모두 똑같이 사랑한다고 부모들은 말하지만, 조금 더 사랑하는 자식이 있게 마련이지. 나도 그렇네."

"하지만 자네 그걸 알아야 해." 남자가 말했다.

"덜 사랑하는 자식이라도,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사랑한다네. 부모의 마음이란 그런 거야."

57%

오랜만에 느낀 그 책임감이 제비는 싫지 않았다. 어린이집에서 일할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행복한 가족과의 여행도 걱정만큼 나쁘지 않았다.

'감당할 만한 책임이라서 그런 걸까?'

79%

"난 교수님이 좋아 지질학을 택했어요. 그건 교수님이 내 인생에서 처음 본 어른, 제대로 된 어른이었기 때문이니까."

"그날, 나는 거츠 선생한테 말했어요. 뜨거운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용암류 연구를 하는 거라고. 하지만 집에 가 생각하니 그건 틀린 말이데요. 내가 좋아하는 건 식어서 굳은 것들이니까. 그 뜨거움의 세례를 견딘 것들이니까. 나는 그 다양한 형태의 냉정을 살펴봐요. 나도 그렇게 형태를 남기려고요."

93%

허태연, <하쿠다 사진관> 中

+) 이 책은 사진관 일을 그만두고 막연하게 제주도로 여행을 떠난 주인공이 하쿠다 사진관에 들르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 제비는 제주도 여행을 즐기고자 떠났지만 본인의 상상과는 달리 많은 것을 즐기지 못해서 아쉬웠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여행 경비도 거의 다 떨어졌고, 불쾌한 사람과 부딪치며 떨어진 휴대전화도 고장나서 비행기 예약이나 숙소 예약조차 할 수 없었다. 딱 그때 하쿠다 사진관을 보게 되면서 제비의 제주도 일상이 펼쳐지게 된다. 새로운 일상이 펼쳐진다.

이 소설에는 제주도 방언을 구사하는 해녀들이 등장한다. 저자는 방언을 그대로 적고 표준어로 풀이하는 방식으로 소설을 썼다. 많은 부분은 아니지만 방언이 쓰여서 그런지 이 소설을 읽고 있으면 제주도를 더 가까이에서 접하는 현장감이 느껴진다.

주인공 제비가 머무른 바닷가 마을이 떠오르고, 해녀 할머니들의 구수한 방언과 낯선 이에 대한 마음 사람들의 경계 어린 표정도 상상이 된다. 읽을수록 꼭 제주도의 분위기가 느껴져서 꼭 그들과 함께 여행을 떠난 기분이었다. 그리고 사실적으로 그려냈기에 솔직한 작품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소설에는 여러 가지 사연을 갖고 제주도를 여행하는 사람들도 있다. 제비가 그들을 만나면서 배우고 깨닫고 느끼는 과정들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사람들이 간직한 사연을 들으면서 사진으로 그들을 위로하는 하쿠다 사진관의 석영과 제비의 모습에 위안을 얻었다.

또 대왕물꾸럭마을 축제를 준비하는 제주도 사람들의 경건한 마음이 너무나 이해된 작품이었다. 바다를 신성하게 여기고, 바다의 생물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그들의 마음이 요즘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며 되새겼다.

한 편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도 좋을 소설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만큼 다양한 연령층의 독자들이 이 작품을 읽기에 적합한 내용이다. 생각할 꺼리가 많은 작품인데도 쉽게 풀어냈기에 부담이 없다. 특히 청소년들이 읽으면서 '책임'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요소가 많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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