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아버지는 할아버지 보며천천히 자랐고할아버지는 당신 할아버지 보며하루하루 자랐고나는 아버지 보며곰곰이 자란다.
그런데아버지가 꽥 소리 지르면나도 빽 소리 질러야즐거울까.
아냐아버지가 꽥 소리 질러도나는 빙그레 웃으며손 내밀면아버지는 나를 바라보며새롭게 새삼스레자라겠지.
4346.1.25.쇠.ㅎㄲㅅㄱ
날씨
하늘 바라보면서 바라면구름 곱게 하얗게 흐르고
하늘 안 바라보면서신문과 방송 소식으로날씨 이야기 들으면구름도 하늘빛도 모르고
흙 만지면서 땀 쏟으면풀과 나무 푸르게 자라고
흙 덮은시멘트 아스팔트 대리석 쇠붙이구둣발로 밟으면흙도 풀도 나무도 몰라
해는 늘 따스한데별은 늘 초롱한데새는 늘 우짖는데달은 늘 환한데.
숨결
흙은 씨앗을 알기에따스히 사랑하며포근히 품습니다.
씨앗은 흙을 알기에몸을 맡기어새롭게 태어납니다.
아버지 웃음이어머니 땀이할아버지 이야기가할머니 손길이내 마음 곳곳에서싱그럽게 노래합니다.
오래된 숲
나무는 흙에 뿌리를 내려흙을 먹으면서줄기를 올리고잎을 틔워꽃을 피웁니다.
풀은 흙에 씨앗을 내려흙을 머금으며줄기와 잎과 꽃과다시 씨앗 키워숲을 키웁니다.
나무는 햇살과 놀고풀은 바람과 노래하며사람은나무하고 풀이랑어깨동무 합니다.
4346.1.19.흙.ㅎㄲㅅㄱ
이야기
흙을 만지면서흙에 깃든풀과 꽃과 나무 이야기읽습니다.
물을 만지면서물이 살찌우는밥과 살림과 빨래 이야기읽습니다.
책을 만지면서책으로 나누는사랑과 꿈과 믿음을읽습니다.
바람이 불며바람 이야기 흐르고햇볕이 퍼지며햇볕 이야기 감돌고별이 뜨며별 이야기 빛나요.
4346.1.14.달.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