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 생명



고추꽃 하얗게 피고 지니

고추송이 푸르다가 빨갛게

까마중꽃 희게 피고 지니

까마중알 푸르다가 까맣게


어미새가 바람을 타며

가볍게 하늘빛 머금으니

새끼새는 물끄러미 보다가

문득 둥지에서 톡 뛰네


거미는 파랗게 집짓고

맹꽁이는 풀밭이 집이고

멧돼지는 풀숲서 잠자고

해파리는 바다서 하늘하늘


손바닥에 놓은 씨앗을

마당가에 심는다

열 해 뒤에는 작은나무로

쉰 해 지나면 우람나무로


ㅅㄴㄹ


우리는 사람으로서 살아서 숨을 쉽니다. 사람 곁에는 풀과 나무가 푸르게 숨을 쉬면서 모든 목숨붙이를 살찌웁니다. 바다에서도 물결이 일렁이면서 뭇숨결을 살리는 기운이 뻗어요. 뭍에서 모든 목숨붙이가 누리는 물은 바로 바다에서 하늘로 올라 구름을 이루다가 뿌리는 비예요. 바다에서는 바다숨결이 살고, 뭍에서는 뭍숨결이 사는데, 둘은 터전이 다를 뿐 나란한 물을 머금는다고 여길 만해요. 빗물은 맑게 빛나요. 우리가 싱그럽게 살아갈 적에는 눈망울이 빛나요. 푸나무는 꽃을 피우면서 씨앗을 맺어서 새롭게 숨결을 잇고, 사람은 아기를 낳아 아이로 돌보면서 숨길을 잇습니다. 우리는 이 숨결, 한자말로 일컬으면 ‘생명(生命)’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스스로 아름답게 사랑일까요? 살아가는 바탕이란 무엇인지 가만히 생각을 기울여 봐요. 이 삶을 즐겁게 나누는 길은 무엇일까요? 목으로 마시는 숨이기에 ‘목숨’입니다. 숨을 잇는 빛나는 삶이라서 ‘숨빛’입니다. 어디에서 비롯하고 어디로 가는 살림살이일까요. 이 푸른별에는 어떤 숨붙이가 어우러질까요. 온숨결을 돌아보기를 바라요. 온빛을 고이 품으면서 어깨동무하는 길을 나서요.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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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 노력 2023.7.14.



두 손 모아 바라고

한 손 뻗어 거들지

온마음으로 같이하고

한몸처럼 어우러진다


네가 흘리는 땀은

송이송이 반짝이는 꽃

내가 쏟아낸 땀은

방울방울 춤추는 노래


애쓰고 힘쓰고 마음써도

우르르 무너질 수 있어

있는 힘껏 해보아도

부딪쳐 넘어질 수 있어


하루에 한 걸음을

오늘은 새 걸음을

느긋이 차분히 조금씩

푸르게 단출히 나로서


ㅅㄴㄹ


온힘을 다하는데 둘레에서 안 알아볼 수 있습니다. 온마음을 기울이는데 곁에서도 못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애써 흘린 땀을 옆에서 헤아리지 않는다면 서운할 만합니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 힘쓰고 마음을 쏟은 하루란, 언제나 우리 삶에 즐겁고 넉넉하게 깃들게 마련입니다. ‘노력(努力)’은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몸과 마음을 다하여 애를 씀”을 뜻한다지요. 우리말로는 ‘애쓰다·힘쓰다’이고, ‘마음쓰다’처럼 나타내어도 어울려요. 있는 힘껏 해봐요. 부딪히고 마주할 적마다 어쩐지 넘어지거나 흔들리더라도 다시 해봐요. 처음부터 우리 땀방울이 열매를 맺을 때가 있을 테고, 오래오래 나아가더라도 아무런 보람이 안 보일 때가 있어요. 하던 일을 문득 멈추고 하늘을 볼까요. 발밑에 돋은 풀꽃을 들여다봐요. 구름은 가만히 흐르고, 들풀은 차분히 꽃송이를 피웁니다. 온누리 어디에도 스스로 마음을 바치고 사랑을 담으면서 기쁘게 살림을 짓는 숨결이 넘실거립니다. 구름조각처럼 다시 한 발짝을 내딛어 봅니다. 풀잎하고 나뭇잎하고 동무하면서 새삼스레 두 발짝을 디뎌 봅니다. 푸르게 나아가는 발걸음마다 새로 기운이 돋습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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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로봇 인권선언 : 누구나 몫을 누리기에 목숨이다. 흙하고 모래한테도, 빗물하고 바닷물하고 이슬한테도, 개미하고 벌하고 지렁이한테도 몫이 있다. 사람들이 서로 빼앗거나 다투거나 겨루거나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얼거리를 들여다보노라면, 이웃몫을 안 보는 얕은 마음이 도사린다. 요즈막에 ‘짐승몫(동물권)’을 말하는 분이 꽤 있다. 고기밥은 꺼리면서 풀밥을 먹는다는 분이 늘어난다. 그러면 ‘푸나무몫(식물권)’을 헤아릴 수 있을까? ‘물고기’가 아닌 ‘헤엄이’로 여길 줄 안다면, 풀이라고 해서 함부로 밥으로만 삼을 수 없는 노릇이다. “어떻게 풀한테까지 몫을 챙겨 줄 수 있느냐?”고 되묻는다면, 짐승몫을 어떻게 왜 따지는지 스스로 돌아볼 일이다. 고깃살 한 젓가락하고 풀잎 하나도 똑같은 숨결이다. 고기밥을 누리든 풀밥을 누리든, 우리한테 밥이 되어 준 모든 숨결한테 고개숙이고 고마워할 줄 알아야 사람이리라 본다. 예부터 숲에서 나무를 베어 집을 지을 적에 그냥 나무베기를 하지 않았다. 베려고 하는 나무한테 한참 절을 한다. 나무한테 오래오래 말을 걸었다. “그동안 이 숲에서 자라 주어 고마워. 네 몸으로 집을 지을게. 네 씨앗이 이곳에서 새롭게 싹터서 새나무로 자라도록 힘쓸게.” 하고 속삭이고 다시 속삭여서 나무가 받아들이고 난 뒤에라야 나무를 베었다. 풀밥을 먹을 적이든 고기밥을 먹을 적이든, 뭇숨결한테 고개숙이는 고즈넉한 마음부터 다스릴 일이다. 이렇게 마음을 다스리는 하루라면, ‘돌사람몫(로봇 인권)’을 헤아릴 수 있겠지. 테즈카 오사무 님은 《우주소년 아톰》이라는 그림꽃을 1950년대부터 그렸는데, 이 그림꽃에 ‘로봇 인권선언’을 담았다. 우리는 1950년이나 1960년에 ‘로봇 인권선언’은커녕 ‘나무 인권선언’은커녕 ‘헤엄이 인권선언’은커녕 ‘사람 인권선언’조차 밝히지 못 했다. 2020년을 넘었으나 아직 ‘사람 인권선언’조차 제대로 못 선다. ‘어린이몫’도 ‘어른몫’도, 무엇보다 ‘사람몫’마저 아직 까마득하다. ‘시골몫’이나 ‘숲몫’이나 ‘바다몫’을 헤아리는 이웃은 몇이나 될까? 내 목아지가 대수롭듯, 네 목아지가 대수롭다. 사람 목숨마다 값이 있듯, 푸나무와 숲짐승과 헤엄이와 모든 숨결한테도 값이 있다. 2021.12.20.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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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죽어간다 2023.12.1.쇠.



죽어가는 사람은 죽음이 무섭고 두렵고 싫어서 자꾸 떨치려 하다가 벌벌 떨어. 죽어가는 사람은 죽어가는 줄 문득문득 느끼지만 죽음을 받아들일 마음이 없어. 죽어가는 사람은 스스로 사랑하는 마음부터 잊고, 이웃을 사랑하는 눈을 버렸어. 죽어가는 사람은 죽지 않기를 바라지만, 안 죽고서 어떻게 사랑으로 살아가겠다는 꿈이 없어. 무서움·두려움·싫음·시샘이 가득하기에, 이런 마음에는 사랑이 깃들거나 싹트거나 자랄 틈이 없단다. 죽어가는 사람은 곧 죽는데, 무섭고 두렵고 싫은 모든 수렁을 치르고 맛보아야 죽지. 그냥 안 죽는단다. 마음에 ‘죽음’이랑 ‘죽기 싫다’는 수렁을 파놓았으니, 이 수렁을 실컷 누릴밖에 없어. 죽어가는 사람은 삶도 모르지만, 죽음이 무엇인지 아주 몰라. ‘삶죽음’이나 ‘죽살이’를 안다면 죽어갈 까닭이 없어. 삶은 삶대로 모르거나 등진 채, 죽음은 죽음대로 등돌렸으니, 그저 죽어갈 뿐이야. 넌 죽어가고 싶니? 넌 죽고 싶니? ‘살아가지’ 않고 ‘죽어가야’ 할 까닭이 있니? 나무나 풀은 죽어가지 않아. 풀벌레나 나비나 매미도 죽어가지 않아. 모두 살아간단다. 살아가는 숨결이라서 저마다 이 삶을 빛내는 씨앗을 남기면서 열매를 맺어. 풀과 나무도 씨앗과 열매를 내놓아. 모든 숨붙이·벌레·짐승도 씨앗과 열매를 내놓지. 너는 사람으로서 무슨 씨앗과 열매를 맺는 삶이니? 너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림을 하고 사랑을 하니? 네 하루가 씨앗과 열매를 바라보는 꿈길이라면, 넌 늘 살아간단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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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무덤 2023.12.2.흙.



가지나 줄기가 매단 잎은 푸르지. 잎이니 푸르고, 나무하고 풀이 파란바람을 머금어서 푸르단다. 나무나 풀은 해마다 잎갈이를 해. 철이 돌고돌잖니. 새롭게 맞이하는 철을 넉넉하고 즐겁고 아늑하게 맞이하려고 잎갈이를 한단다. 이때에 푸른잎은 새롭게 물들어. 노랗게도 발갛게도 붉게도 물들면서 앞으로 나아갈 길을 새록새록 받아들여. 새철이 스미기에 ‘잎물’이 든단다. 봄에 망울을 새로 틔울 적에는 아직 줄기하고 같은 빛깔인데, 새바람에 새볕을 머금는 새철인 봄이며 여름에는 풀빛을 이뤄. 이 풀빛인 잎빛은 온누리를 푸근하게 덮지. 무엇이든 품으면서 풀어내는 풀잎하고 나뭇잎은 가을이 깊어 겨울로 가는 길에 꿈을 그린단다. 겨우내 잠들어서 흙한테 스미면서 나아갈 새길이 무엇일까 하고 헤아려. 자, 그러면 너희 사람은 어떠한지 보렴. 철갈이를 하는 사람일까? 철맞이를 하는 사람일까? 철들면서 하늘숨을 머금어 스스로 푸르게 깨어나다가 노을빛에 햇빛에 열매빛으로 무르익은 사람일까? 철빛으로 물들지 않으면서 철없이 뒹굴거나 쳇바퀴이지는 않을까? 먼먼 옛날부터 푸나무도 짐승도 벌레도 헤엄이도 무덤을 쌓지 않았어. 사람도 무덤 없이 보금자리를 지었단다. 너희는 들숲메를 깎고 밀어서 무슨 짓을 하는지 생각해야 해. 풀과 나무가 자라서 이 별을 아름다이 품고 풀어낼 숨결을 깡그리 잊은 하루가 아닌지 부디 돌아보렴.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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