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91 민주



  한자말 ‘민주’에서 ‘민(民)’은 ‘종(노예)’을 가리켜요. ‘민주’는 “종으로 억눌린 사람이 떨쳐일어나 스스로 서는 길”을 뜻해요. 이 대목을 안 읽거나 안 헤아리면서 허울만 ‘민주’로 외친다면, ‘종살이’에서 맴도는 쳇바퀴로 그칩니다. 한자말 ‘국민’에서 ‘민(民) = 종(노예)’인데, ‘국(國)’은 “그냥 ‘나라’가 아닌, 이웃나라를 총칼로 짓밟아 차지한 우두머리 나라”를 가리킵니다. 일본스런 한자말 ‘국민’은 “일본 우두머리를 섬기는 종으로 지낼 사람들”이란 뜻입니다. 얼핏 ‘나라사람’을 가리킨다고 잘못 알기 쉬운 ‘국민’입니다. 말결을 제대로 안 짚으면 우두머리 채찍질에 휘둘립니다. 우리는 “무늬만 한글인 말”이 아니라 “알맹이가 아름사랑인 말”을 살필 노릇입니다. 겉만 핥아서는 배부르지 않아요. 속알을 누려야 배부릅니다. 겉발림말은 참빛하고 등질 뿐 아니라, 참빛을 가립니다. 속사랑말일 적에 참빛을 스스로 일으키는 슬기로운 살림길을 짓는 밑돌로 서요. 듣기 좋은 말이 아닌, 언제나 사랑인 말을 생각해서 쓰기에 우리말이 무럭무럭 자랍니다. 듣기 좋게 달래거나 나무라면 아이들 마음이 꺾이거나 밟혀요. 언제나 사랑으로 아이들을 마주하면서 어른부터 스스로 참사랑말을 펼 노릇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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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90 무늬만 한글



  “무늬만 한글”인 말이 넘칩니다. 우리말인 척하지만 정작 우리말이 아닌 일본말씨·옮김말씨(번역체)가 어마어마하게 퍼집니다. 이런 터전이기에, 길들거나 익숙한 일본말씨·옮김말씨를 그대로 써도 안 나쁘지 않느냐고 묻더군요. 다들 일본말씨·옮김말씨를 쓴다면 이런 말씨를 우리말씨로 여겨야 하지 않느냐고도 따지더군요. 그러나 후박을 후박 아닌 호박이라 말하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후박나무’란 이름을 ‘호박나무’로 바꿀 까닭이 없습니다. 울릉섬 ‘후박엿’을 사람들이 ‘호박엿’으로 잘못 알거든요. 자, “잘 됐으면 좋겠어요”는 무늬만 한글입니다. “잘 되면 좋겠어요”가 우리말씨입니다. 예부터 말은 삶을 짓는 어버이가 언제나 살림빛으로 아이한테 물려주었기에 “무늬만 한글인 틀린말씨”는 아예 없었으나, 오늘날은 배움터(학교)에서 ‘학습도구·시험공부’로 외우라고 길들이기에 그만 “무늬만 한글인 바깥말씨”가 잔뜩 불거져요. 이 대목을 짚는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하고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하고 《읽는 우리말 사전 3》을 썼습니다. 이러한 곁책을 읽되, ‘살림빛 짓는 어진 어른’이란 마음을 스스로 밝혀, 누구나 다 다른 삶터에서 삶말을 깨달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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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89 ㄴ



  ‘ㄴ’을 넣어 말을 잇습니다. “나는 말꽃이다”처럼 “떠난 사람”이나 “먹는 풀”이나 “그러면 어때?”나 “즐기곤 하다”같이 이야기를 받칩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충고를 들었어요”처럼 얄궂게 옮김말씨로 쓰는 분이 부쩍 늘어납니다. 우리말씨로 하자면 “사람들한테서 여러 이야기를 들었어요”나 “사람들이 여러모로 도움말을 들려줬어요”나 “사람들이 온갖 말을 들려주었어요”입니다. ‘-한테서’로 붙일 토씨를 ‘-한테’로 잘못 붙이는 분도 수두룩합니다. “간단한 음식을 만들다”나 “엄청난 노력의 결과”처럼 ‘ㄴ’붙이 얄궂은 말씨를 쉽게 찾아보는데, “밥을 가볍게 차리다”나 “엄청나게 애쓴 보람”으로 손볼 노릇입니다. 겉으로는 우리글 같아도 속으로는 우리글하고 동떨어진 셈인데, 우리 스스로 우리말을 익힐 틈이 없이 너무 바쁘고 힘들게 살기에, 얄궂게 쓰면서도 얄궂은 줄 못 느껴요. 바쁘면 쉬 지나치고, 쉬 지나치면 넋이며 삶을 줄줄이 놓치고, 이러다가 말빛을 까맣게 잊어 ‘무늬만 한글’입니다. 우리말은 토씨나 말끝 하나로 뜻·결·속내·빛·생각·삶을 다르게 드러냅니다. 영어처럼 쓰는 옮김말씨는 미국스러운 빛을 드러낸다기보다, 기둥·뼈대·바탕이 죄 안 섰다는 소리예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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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꽃/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88 그렇구나



  고삭부리로 어린 날을 살아온 터라 ‘좋고 나쁘고’를 생각할 겨를이 없는 하루였습니다. 툭하면 앓거나 아프고, 웬만한 먹을거리는 몸에 안 받아 한참 배앓이를 하거나 게웠습니다. 흔히 말하는 ‘좋은밥’은 저한테 안 좋기 일쑤였고 ‘나쁜밥’이라 일컫더라도 저한테 안 나빴습니다. 어릴 적하고 싸움판(군대)에서 겪은 노리개질(성폭력)은 잊고픈 멍울이었으나, 마흔다섯 살을 넘던 어느 날 “이런 일조차 모두 삶길”인 줄 넌지시 느꼈습니다. 이 길은 나쁠까요? 저 살림은 좋을까요? 이 말은 나쁜가요? 저 말은 좋은가요? 모든 삶이며 길에는 뜻이 있고, 모든 낱말에도 뜻이 있습니다. 그냥 살아내는 하루가 아니고, 그냥 태어난 말이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 새롭게 맞이하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슬기롭게 지을 사랑을 들려주는 삶이자 말입니다. 말꽃(사전)을 짓고 엮으면서 으레 외치는 “그렇구나.”입니다. 말밑을 캐며, 말풀이를 마치며, 보기글을 보태며, 비슷한말을 가르며, 겹말이나 얄궂말(순화대상용어)을 손질하며, 누가 옳거나 틀린 말을 하지 않는다고 느껴요. 좋은말도 나쁜말도 아니라고 여겨요. 반가이 배우고, 새롭게 살아가며, 슬기로이 사랑하는 신바람나는 하루를 그리면서 말빛을 깨닫고 사람빛을 알아가는구나 싶어요.


ㅅㄴㄹ


어릴 적에 겪은 노리개질을 털어놓으면서

멍울을 씻는 순이가 늘어납니다.

꽤 많은 돌이도 순이 못지않게

어릴 적을 비롯해 군대에서

노리개질로 마음이며 몸에

생채기랑 멍울이 생깁니다.


아직 숱한 돌이는 이녁 생채기랑 멍울을

그대로 품기만 하고서 말을 못 하기 일쑤라고 봅니다.


모든 아픈이 마음에

멍울이 아닌 꽃망울이

피어나기를 바랍니다.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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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2022.5.26.

나는 말꽃이다 87 먹은 대로 눈다



  으레 “먹은 대로 눈다”고 말합니다만, “밥을 먹은 대로 똥을 눈다”기보다는 “스스로 생각하며 먹은 대로 똥을 눈다”고 해야 알맞으리라 느낍니다. 왜냐하면 잔칫밥(진수성찬)을 차린 곳에서 먹었기에 ‘잔칫밥 똥’을 누지는 않거든요. 거북한 자리에 있으면 ‘거북하다는 생각을 심은 마음’ 그대로 똥을 눕니다. 으리으리한 밥차림이었어도 ‘거북한 기운이 온몸을 억누르거나 다스리’면서 ‘거북똥’을 눠요. 이와 달리 김치나 빵 한 조각을 먹었을 뿐이어도 즐겁고 반가우며 사랑스레 수다꽃을 피운 자리를 누린 뒤에는 ‘김치 한 조각 똥’이 아닌 ‘즐겁고 반가우며 사랑스레 수다꽃을 피운 기운이 스민 똥’을 눕니다. 아이들이 신바람으로 뛰놀 적에는 ‘신바람똥’을 눠요. 그리고 신바람으로 뛰논 아이들은 ‘신바람말’이 샘솟습니다. 아주 훌륭하다는 낱말책(사전)을 달달 외운다 한들, 스스로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나아가도록 말씨앗을 생각씨앗으로 심지 않았다면 ‘아름말’도 ‘사랑말’도 아닌 ‘겉발림말’이나 ‘치레말’이나 ‘꾸밈말’이나 ‘허울말’에 ‘거짓말’을 할 뿐입니다. ‘좋은말’을 가려써야 하지 않습니다. 생각부터 스스로 사랑으로 돌보면서 ‘사랑말’을 쓸 적에 비로소 사랑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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