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20 올림말 추스르기



  어른은 아이를 낳으면서 ‘어버이’란 이름을 얻습니다. 어른이라 해서 모두 아이를 낳은 사람은 아닙니다. 아이를 낳은 어른만 ‘어버이’입니다. 그런데 어버이도 한 갈래 아닌 두 갈래예요. 한자말로 하자면 ‘생부·생모’랑 ‘양아버지·수양아버지·계부·양부(養父)’나 ‘양어머니·수양어머니·계모·양모(養母)’가 있습니다. 쉽잖은 말씨요, 비슷한 한자말이 여럿인데요, 수월하게 나타낼 우리말이 있을까요? 아직 낱말책에 안 올랐습니다만, 사람들은 흔히 “낳은 아버지·낳은 어머니”랑 “기른 아버지·기른 어머니”처럼 말합니다. 자, 이 말씨를 들여다보기로 해요. 우리 낱말책에 한자말이 더 많다고들 하지만, 정작 살피면 마땅히 우리말이 훨씬 많을 뿐 아니라, 일본말꽃(일본사전)에서 그대로 옮긴 일본 한자말이 엄청나요. 우리말꽃에서 일본 한자말하고 중국 한자말을 덜면 한자말은 한 줌밖에 안 돼요. 아무튼, 입으로 흔히 쓰는 말씨를 추슬러 ‘기른어머니·기른엄마’랑 ‘기른아버지·기른아빠’를 새 올림말로 삼으면 됩니다. ‘낳은어머니·낳은엄마’랑 ‘낳은아버지·낳은아빠’를 나란히 새 올림말로 삼고요. 낯을 씻으니 ‘낯씻기’요, 손을 씻어 ‘손씻기’예요. 즐겁고 알맞게 쓸 올림말을 가눕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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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19 보기글 찾기



  “낱말을 모은 꾸러미”인 낱말책을 이루자면 ‘낱말’을 모아야 할 텐데, 이 낱말은 보기글에서 얻는다고 할 만합니다. 그저 낱말만 줄줄이 늘어놓으면 ‘낱말묶음(단어장)’에서 그쳐요. 낱말묶음은 따로 뜻풀이나 보기글을 안 달지요. 꾸러미인 말꽃이 되도록 하려면 ‘낱말마다 다르게 쓰는 결을 살피는 밑글’이 있어야 하고, 이 밑글은 ‘똑같은 낱말이라도 자리랑 때마다 또 다르게 쓰는 결을 헤아리는 보기’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말꽃지음이는 온갖 책을 끝없이 어마어마하게 읽습니다. 낱말에 어울리는 보기글은 쓰임새를 새로 밝히면서 말꽃지음이 스스로 지으면 좋아요. 둘레 뭇사람이 어느 낱말을 놓고서 어떤 눈길로 어떻게 다루어서 곳곳에 달리 쓰는가를 알도록 갖가지 보기글을 그러모으고요. 여러 보기글은 낱말책에 그대로 옮겨도 되지만, ‘보기글 다듬기’를 해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자아는 타인과의 관계로부터 생성된다” 같은 보기글을 얻기에 ‘자아·타인·관계·생성’ 같은 한자말을 살피는데요, “나는 남과 어울리며 태어난다”나 “우리는 이웃하고 만나며 살아간다”로 손질하지요. 이러면서 ‘나·우리’랑 ‘남·이웃’이랑 ‘어울리다·만나다’랑 ‘태어나다·살아가다’ 쓰임새도 새로 밝힙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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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18 노래꽃



  한동안 ‘동시’를 썼으나, 이제는 ‘노래꽃’을 씁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최종규 씨는 ‘동시’를 쓰면 안 되지요. 다른 좋은 말을 생각해 주셔야지요.” 하고 여쭈는 분이 많아 한참 생각을 기울인 끝에 ‘노래 + 꽃’으로 새말을 지었습니다. 저 말고도 ‘노래꽃’이란 낱말을 지어서 쓰는 분이 있더군요. 사는 터전은 다르고 살아온 나이가 달라도 마음으로 얼결에 만나 같이 ‘노래꽃’을 부르는 셈이에요. 한자를 풀자면 ‘동시 = 아이(童) + 노래(詩)’입니다. 그러나 아이만 노래하지 않아요. 어른도 노래하지요. 몸은 어른이더라도 아이랑 어깨동무하고픈 사람이 많아요. 나이가 많더라도 아이랑 춤추고 웃고 뛰놀고픈 사람도 많지요. 그래서 ‘동시→아이노래’보다는, 나이를 뛰어넘고 아이어른이란 틀도 넘어서서 “다같이 노래하는 꽃이 되자”는 숨결을 담아 ‘노래꽃’을 씁니다. 이 노래꽃이란 가만히 보면, ‘낱말풀이 + 보기글 + 이야기 + 보탬말’이곤 합니다. 노래꽃에 붙인 이름(제목)은 올림말인 셈이요, 노래꽃으로 펴는 줄거리가 ‘낱말풀이 + 보기글’이 되어요. 노래꽃을 쓰는 분이 있다면 그분 나름대로 낱말풀이를 새롭게 하면서 보기글까지 짓는 셈입니다. 그러니까 낱말풀이는 노래하는 꽃이 되도록 하면 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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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17 모레



  저는 ‘내일’이라는 한자말을 안 씁니다. ‘어제·그제’하고 맞닿는 ‘하제’라는 낱말을 따로 쓰지는 않습니다. 그때그때 살피면서 ‘이튿날·다음날’이나 ‘모레·앞날·앞으로’나 ‘이제부터’를 가려서 써요. ‘하제’를 되살려도 나쁘지는 않으나, 이보다는 모든 말씨는 때랑 곳을 헤아려 다 다르게 쓸 적에 한결 북적북적하면서 말맛이 살아난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려 합니다. ‘하잘것없다’가 있으면 ‘보잘것없다’가 있어요. ‘가없다’가 있으면 ‘끝없다’나 ‘그지없다’가 있습니다. 뜻이 비슷하면서 말꼴이 다른 여러 말씨를 아우르려고 합니다. 어느 때에는 ‘비슷하다’를 쓰지만, 어느 때에는 ‘비슷비슷·비금비금’이나 ‘어슷비슷’을 쓰고, ‘닮다’나 “꼭 닮다”나 ‘같다·똑같다’나 ‘나란하다’를 섞습니다. ‘마찬가지·매한가지’도 슬며시 곁들이고요. 그러니까 말꽃은 말맛을 살리는 길을 조용조용 속살거리는 책이기도 합니다. 우리 나름대로 이때에는 이렇게 저때에는 저렇게 말빛을 가꾸어 보자고 나긋나긋 재잘거리는 책이기도 해요. 멍하니 보다가 멀거니 봅니다. 살며시 건드리거나 살그머니 댑니다. 살짝쿵 다가서고 살포시 어루만집니다. 살살 달래고 슬슬 추슬러요. 모레를 빛내려는 말꽃길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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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꽃

나는 말꽃이다 16 잘못된 말씨



  적잖은 분들이 ‘잘못된 말씨에 길들’었기에 ‘바른 말씨로 고쳐쓴’다고 말합니다만, 잘못되거나 바른 말씨란 따로 없다고 봅니다. 그저 우리 생각을 나타내는 말씨가 있을 뿐이요, 우리 마음에 얹는 생각을 어떠한 숨결로 그리려 하느냐를 바라보면 되어요. 말꽃은 ‘잘못된 말씨를 바로잡는 몫’을 하지 않습니다. 낱말마다 말밑이 어떠한가를 짚고, 말뿌리가 어떻게 뻗는가를 다루고, 말결이 어떻게 흐르는가를 돌아보고, 말살림을 가꾸는 길을 들려줄 뿐이에요. 이제까지 쓰던 말씨가 틀렸다고 여길 수 있지만, 이보다는 ‘이제까지는 제대로 마음에 생각씨앗을 담지 않고서 그냥그냥 말했네’ 하고 여기기를 바랍니다. ‘이제부터는 마음에 생각씨앗을 즐겁게 담아서 아름답게 말하는 길로 나아가면서 하루를 노래해 보자’ 하고 여기기를 바라요. 말꽃은 어느 누구도 다그치지 못해요. 나무라거나 꾸중하지도 않습니다. 말꽃은 오직 ‘생각이 마음자리에서 꽃처럼 피어나도록 북돋우려고 상냥하고 참하게 이야기로 들려주는 몫’을 합니다. ‘바로쓰기’를 알려주지 않습니다. ‘살려쓰기’를 들려줍니다. ‘바로잡기’를 하지 않습니다. ‘살림길’을 속삭여요. 우리가 저마다 다른 터전에서 새롭게 말길을 살리도록 이끌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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