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나는 말꽃이다 30 텃말



  텃밭이 있고, 텃새가 있습니다. 이처럼 어느 곳을 즐기거나 반기면서 오래오래 누리려고 하는 마음을 담아 ‘텃-’을 붙이니, ‘원주민·선주민·토착민’이 아닌 ‘텃사람’이요, ‘토종씨앗’이 아닌 ‘텃씨’이자, ‘토박이말’이 아닌 ‘텃말’입니다. 살아가는 터인 ‘삶터’입니다. 살림하는 터인 ‘살림터’입니다. 사랑스럽거나 사랑할 만한 ‘사랑터’예요. 터를 이루면서 두고두고 즐거이 나눌 만한 말인 텃말이라는 얼거리를 읽는다면, 텃말은 매우 대수로우면서도 수수한 줄 느끼리라 봅니다. 네, 대수롭기에 수수합니다. ‘하다·보다·있다·가다·쓰다’란 낱말이 없다면 아무 말도 못합니다. ‘못·안’을 안 쓰고도 말을 못 하지요. 더없이 대수롭고 값진 말(바탕말·밑말)인데요, 이 대수롭고 값진 말일수록 그저 수수하지요. 흔하고 쉽게 누구나 쓰는 말입니다. ‘사랑’이란 낱말은 가장 아름답지만 가장 수수하다지요? 그러니까 텃말이라 하면, 살려쓸 말이 아닌 대수로우면서 수수한 말입니다. 살려쓰자며 외워야 할 말로는 텃말이 안 됩니다. 녹아들고 스며들면서 즐겁게 맞이할 텃말입니다. 한 가지만 있으면 될 텃말이 아니라, 사람마다 고장마다 다 다르게 있으면 한결 푸짐할 텃말입니다. 삶터가 다르니 텃말도 다 달라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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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꽃

나는 말꽃이다 29 삶말



  ‘삶말’은 한자말 ‘생활어(生活語)’를 풀어낸 낱말이 아닙니다. ‘생활문(生活文)’이나 ‘수필(隨筆)’을 옮겨서 ‘삶글’이지 않습니다. 삶말·삶글을 다루자면, ‘글·말’이 어떤 길을 거쳐서 우리 앞에 나왔는가 하는 수수께끼랑 실마리를 풀어야 합니다. 거듭 말하지만, 한자말이나 일본 말씨나 영어를 풀어내는 겉말이 아닌, 우리가 사람이라는 숨결로 이 푸른별에서 살아가는 길에 스스로 짓는 사랑이 어떤 꿈을 품으면서 비롯했느냐를 읽는 속말로 바라보길 빕니다. 텃말(토박이말)을 캐내려고 너무 애쓰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텃말 살피기도 뜻있습니다만, 텃말을 캐느라 바쁜 나머지 스스로 삶을 사랑하는 살림으로 즐겁게 새말을 짓는 길(사투리 쓰기)에서 벗어나면, 그만 애써 캐낸 텃말은 일본 한자말이나 영어보다 어렵거나 낯선 말씨가 되기 쉽습니다. 복숭아는 ‘복숭아’이면서 ‘복숭·복사·복새·복숭개’를 비롯한 갖은 사투리가 있습니다. 굳이 서울말로만 복숭아를 가리켜야 하지 않아요. 서울말 ‘명아주’ 아닌 사투리 ‘도트라지’를 써도 즐겁습니다. 스스로 사투리를 쓰면서 ‘사투리로 지은 말밑·얼개’를 살피는 길이 슬기롭고 즐겁습니다. 스스로 짓기에 삶이듯, 스스로 생각을 지어서 쓰기에 삶말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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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꽃

나는 말꽃이다 28 말하고 글 사이



  말은 소리요, 글은 그림입니다. 마음에 놓은 생각이 이야기가 되어 터져나올 적에 소리로 나타내고, 이 소리를 눈으로 볼 수 있도록 그려서 글이에요. 글은 맨 나중이라 할 텐데, 거꾸로 이 글이 다시 ‘씨앗’으로 가기도 합니다. 돌고 도는 온누리이니까요. 이 얼개를 헤아린다면, 생각 없이는 이야기가 없으니, 생각 없이 줄거리를 억지로 짜맞춘다면 ‘빈말’이 되어요. 빈말로 붓을 쥐고 글씨를 놀린다면 ‘빈글’이 되겠지요. 흉내를 내거나 베끼거나 훔치는 모든 말글은 빈말이요 빈글입니다. 스스로 사랑이란 삶으로 꿈을 품는 마음으로 생각해서 펴는 이야기가 아닐 적에도 빈말이면서 빈글입니다. ‘삶말·삶글’이 되자면, 남을 쳐다보거나 눈치를 보면 안 됩니다. 스스로 ‘나’를 마주하면서, 스스로 ‘나’를 가꾸면서, 스스로 ‘나’를 지으면서, 이러한 ‘나’하고 ‘너’가 다른 몸이지만 같은 빛이라는 숨결인 줄 알아차릴 적에 삶말·삶글이 돼요. 나처럼 네가 아름답고, 너처럼 내가 사랑스러운 줄 깨닫는 자리에서 삶말·삶글이 피어나 삶꽃으로 흐드러집니다. 밑솜씨(스펙)를 억지로 꾸민다면 빛이 안 나겠지요. 빈껍데기예요. 낱말책은 껍데기 아닌 알맹이를 우리가 스스로 짓도록 북돋우려는 살림꾸러미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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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꽃

나는 말꽃이다 27 이야기 다음이 말



  말부터 생각해서는 어긋나기 쉽지만, 말부터 생각해 본다면, 말은 이야기 다음입니다. 이야기가 있지 않고는 말이 없습니다. 이야기란 ‘생각을 나눌 줄거리’요, 이 줄거리를 말로 그립니다. 이야기는 생각 다음이니, 생각이 없으면 이야기가 없어요. 생각하지 않으면 할 이야기가 없고, 할 이야기가 없으니 할 말이 없답니다. 생각은 마음 다음입니다. 생각을 하자면 먼저 마음이 있어야 해요. 마음에 따라 생각이 자라고 느낌이 생겨요. 마음은 꿈 다음이니, 꿈을 품어야 비로소 마음이 퍼집니다. 꿈은 삶 다음이라, 삶을 스스로 가꾸거나 짓거나 누려야 꿈을 품어요. 삶은 사랑 다음이니, 사랑이 솟도록 스스로 다스릴 적에 삶이 태어납니다. 사랑은 숨 다음이라, 숨을 쉬는 길이 흘러야, 바람이 흐르는 숨길이 되어야 사랑이 싹터요. 숨은 넋·얼 다음이니, 어떻게 어디에서 무엇을 왜 누구랑 하겠다는 넋이며 얼이 선 자리에서 숨길이 트입니다. 넋·얼은 빛 다음인 터라, 스스로 빛나는 곳에서 넋·얼이 빛살이란 옷을 입고 눈뜹니다. 빛은 씨앗 다음이에요. 처음에는 씨앗 한 톨입니다. 아주 조그마한 씨앗이 기지개를 켜면서 열리기에 빛이 납니다.


글(그림·보다) ← 말(듣다·나타냄·소리) ← 이야기(줄거리) ← 생각·느낌 ← 마음 ← 꿈 ← 삶 ← 사랑 ← 숨(숨결·목숨·바람·바람길) ← 넋·얼 ← 빛 ← 씨앗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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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꽃

나는 말꽃이다 26 외우지 않도록



  어린이나 푸름이뿐 아니라 어른한테도 매한가지인데, 낱말을 외우도록 시켜서는 안 됩니다. 젖어들거나 스며들어 ‘오롯이 생각씨앗’이 될 때까지 지켜보면서 기다려야 합니다. 외우는 낱말은 다루거나 쓰기가 매우 어려울 뿐 아니라, ‘외워서 쓰는 낱말’은 이 낱말을 쓰는 사람이며 듣는 사람도 무슨 뜻이며 흐름인가를 알기가 까다롭습니다. 때로는 엉뚱하게 읽겠지요. 낱말책은 사람들이 ‘이 낱말책에 담은 낱말을 다 외우라’는 뜻으로 엮지 않습니다. 낱말책은 사람들이 ‘이 낱말책에 담은 낱말을 즐겁게 읽으면서 스스로 생각을 북돋우고 가꾸는 실마리를 얻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엮습니다. 그렇기에 낱말책은 언제나 한 사람이 엮지요. 한 사람이 엮은 갖가지 낱말책이 있어야, 말을 바라보는 결이 안 흔들리고 너른 숨결이 됩니다. 외우지 않고서 말을 어떻게 쓰는지 알쏭하다고 물을 만할 텐데요, 삶으로 녹여낸 낱말 몇 가지로 생각을 밝혀 말하면 됩니다. 생각을 밝혀서 할 이야기부터 알아야 하고, 몇 낱말로 이런 이야기를 엮다가, 스스로 깨달아 받아들인 낱말을 하나둘 늘려서 이야기 살림을 넓히면 돼요. 바깥말(외국말)을 익힐 적에도 섣불리 외우지 말아야지요. 외우면 틀에 갇힙니다. 읽고 느껴 살아내야 말빛이 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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