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준 시선집
박남준 지음 / 펄북스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떡국 한 그릇을 나누고 싶은 사이. 송편 한 점을 나누려는 사이. 잡채나 국수 한 접시를 주고받는 사이. 쌈짓돈을 빌려주고 빌리는 사이. 아이들이 제 집처럼 드나드는 사이. 처마 밑에 제비집을 두는 사이. 상냥히 웃음을 건네는 사이. 따사로이 오가는 말에서 이야기꽃이 피어나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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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박수미 지음 / 자연과생태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살아가는 곳에서 노래하고, 살고자 하는 곳에서 노래하며, 아이한테 물려주고 싶은 곳에서 노래한다. 아름답다고 여기는 곳에서 살기에 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이 아름다움을 아이도 앞으로 느끼고 받아먹기를 바라니 노래한다. 아픈 아름다움도 기쁜 아름다움도 모두 노래하니 모든 말은 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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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군내버스에서 읽은 책 2017.9.15.


진주마실을 하며 장만한 《박남준 시선집》을 군내버스에서 읽는다. 《박남준 시선집》은 얇다. 아주 가볍게 시를 느껴 보도록, 더없이 단출하면서 홀가분하게 시를 맛볼 수 있도록 엮었구나 싶다. 이 작은 시집 한 권은 참으로 작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서로 그리는 마음을, 서로 아끼는 마음을, 서로 노래하는 마음을 들려준다. 작은 시집 한 권으로도 마음을 넉넉히 다스리는 길을 찾아볼 수 있다면 삶도 살림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을 테지. 젊은 사내한테 총칼이 아닌 시집하고 호미를 쥐어 줄 수 있다면, 어린이하고 푸름이한테 입시교육이 아닌 살림노래를 부르는 즐거운 이야기꽃을 가르칠 수 있다면, 나라는 저절로 아름답게 나아가리라. 구월이 깊으면서 군내버스에서 에어컨을 안 켜니 아주 좋다. 시집을 살며시 덮고 창바람을 쐬면서 두 눈을 감아 본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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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외버스에서 읽은 책 2017.9.13.


서울에서 두 군데 출판사에 들러 책을 산다. 서울서 진주로 가려는데, 진주에 닿아 만날 분한테 선물로 드리려고 책을 산다. 이 책 저 책 챙기다 보니 가방이 묵직하다. 시외버스가 이 짐을 잘 실어 주겠지. 19시 30분 진주 가는 시외버스표를 미리 끊고 고속버스역에 닿는다. 버스역 맞이방에서 기다리려다 보니 19시 5분 버스에 아직 자리가 있다. 어라? 삼십 분 더 일찍 갈 수 있나? 표파는곳에 여쭈니 자리가 있단다. 얼른 표를 바꾼다. 맨 앞자리를 얻어서 앉는다. 가방을 모두 풀어 내려놓고서 노래를 듣는다. 눈가리개를 하고서 한참 노래만 들으며 몸을 쉰 다음에 《시인의 마을》을 손에 쥔다. 나한테 “시인의 마을”이란 이름은 정태춘·박은옥 두분이 부른 노래에 붙은 이름인데, 이 이름으로 책이 한 권 태어났다. 시인이 사는 마을, 시인이 사랑하는 마을, 시인이 그리는 마을, 시인이 머물다 간 마을, 시인이 태어난 마을, 시인이 자란 마을, 시인이 그리는 이웃님이 살아가는 마을 …… 수많은 마을이 있다. 수많은 마을에는 수많은 사람이 저마다 다르게 보금자리를 가꾸면서 삶을 짓는다. 이렇게 지은 삶에서 저마다 다른 이야기가 싹이 트고, 이 다른 이야기를 시인이 살며시 들여다보더니 살그마니 시 한 줄로 옮긴다. ‘시인마을’이란 시인이 살거나 좋아하는 마을일 수 있으면서, 시가 태어나는 마을이요 시가 샘솟는 마을이다. 시가 태어나고 시가 흐르며 누구나 시인이 되어 살아가는 마을이라면, 더없이 아름답고 평화로우리라. 마을은 시인마을 되고, 나라는 시인나라 되어, 이 지구라는 별이 시인별, 이른바 ‘노래별’로 거듭나기를 빈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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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마실길에 읽는 책 2017.9.13.


수원에 닿아 번개모임을 했다. 번개모임을 마치고 사당역으로 가는 버스를 탄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넘어서는 버스도 시외버스라고 해야 할까. 마을책방 〈노르웨이의 숲〉은 전철역으로는 ‘성균관대역’에 내려 걸어서 찾아간다. 그러니 사당역으로 버스를 타고 갈 적에는 이 역 둘레로 돌아가는데, 이 자리가 “대학교 앞”이라는 대목을 버스를 탈 적에 새삼스레 느낀다. 앳된 젊은이들이 버스에 가득하다. 서울에서 수원으로 오가는 대학생일까? 어쩌면 그렇겠지. 사당역에서 버스를 내리는데 참말로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가 어마어마한 물결이다. 그런데 말이지, 내 눈에만 이렇게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버스에서도 사당역 언저리에서도, 또 전철을 갈아타고 내방역으로 가는 동안에도, 앳된 젊은이들 얼굴에 웃음이 안 보인다. 거의 모두 손전화기를 바라보며 재미난 영상을 보거나 놀이를 할 텐데, 활짝 웃음지으면서 다니는 젊은이를 만나기 어렵구나 싶다. 왜? 왜 이렇게 즐거운 웃음이 없이 영화나 연속극이나 누리놀이에 빠지지? 방배동에 있는 마을책방 〈메종 인디아 브러블 앤 북스〉에 들러 이야기꽃을 피운다. 밤 열한 시가 넘어 공덕역 쪽으로 택시를 타고 달려간다. ㅈ출판사 대표님하고 ㅌ디자인회사 대표님을 함께 뵙는다. 새벽 한 시까지 더 이야기를 나누었고, 하룻밤 묵을 곳으로 들어가서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메이즈》를 마저 읽는다. 나는 소설을 거의 안 읽는다. 지난 스물 몇 해 사이에 읽은 소설책을 다섯손가락으로 꼽기도 어렵다. 어쩌다가 얼결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메이즈》를 손에 쥐고 말았는데, 막상 손에 쥐고 보니 ‘소설이란 이런 맛을 사람들한테 들려주는구나’ 하고 새삼스레 돌아보았다. 책이름으로 붙은 말처럼 오늘날 우리 사회는 갈 길을 찾기 어려우리라 느낀다. 어디로 가야 즐거운 삶이 될는지 저마다 늘 헤매면서 다리가 아픈 사회라고 느낀다. 그러나 길이란 늘 있다. 남들이 내는 길이 아닌 내가 스스로 내는 길이라면 늘 있다. 사회가 내주는 길이 아닌, 우리가 씩씩하게 걸어가며 내는 길이라면 언제나 환하게 있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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