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평범 2023.11.22.물.



다른 사람들하고 비슷하거나 닮기에 안 두드러져 보이면 ‘평범’일까? 적지 않은 사람들이 “평범한 행복”이라 말하는데, ‘평범’이란 아예 없는 그림자야. ‘사람이라는 숨결’을 뚝딱뚝딱 찍어낸다면 ‘평범’이나 ‘보통’이 있을까? 공장에서 척척 찍는 과자라면 ‘다 똑같’을 텐데, 이렇게 다 같아야 ‘평범·보통’일 수 있을까? 너희가 말하는 ‘평범·보통’은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가는”이기 일쑤이더라. 그러면 생각해 보자. “스스로 생각을 안 하는 채, 둘레에서 뭘 어떻게 하는지 구경하는 길”이 참다운지 거짓인지 알 길이 있니? 참답지 않은 길이어도 다들 그럭저럭 그냥 가니까 너도 슬쩍 묻어가면서 티가 안 나기를 바라니? ‘똑같은 나무’나 ‘똑같은 모래알’이나 ‘똑같은 구름’은 없어. 모두 늘 다르고 새롭단다. 얼핏 똑같구나 싶은 옷을 입혀 놓아도 모두 다른 사람이고 이름이고 숨결이야. “평범 = 서로서로 ‘참나’ 잊기·죽이기”라고 여길 만해. “보통 = 다 다른 사람이 다 다르다고 할 적에 미워하거나 싫어하거나 따돌리기나 죽이기”라고 여길 만해. 웃음하고 눈물을 잊기에 ‘평범’하단다. 이야기가 없고 생각이 없기에 ‘보통’이야. 톡톡 튀려고 안 하더라도 누구나 달라. 외려 톡톡 튀려고 할 적에 ‘평범·보통’으로 기울곤 해. ‘다름’은 겉모습이 아닌 넋이요 숨결이요 마음이거든. 처음부터 다 다른 넋이기에, 겉모습이 거의 같아도 다른 숨결이고, 다른 넋에 숨결이니까 다르게 살면서 다른 마음으로 나아간단다. 평범해야 할 까닭도, 안 평범해야 할 일도 없어. 너는 언제나 ‘너(나)’이면 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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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회색인 2023.11.21.불.



너희가 ‘비’를 싫어하거나 꺼리는 마음을 일으키고부터 ‘잿빛(회색)’을 무척이나 싫어하거나 꺼리더구나. 비를 뿌리는 구름이 잿빛인 줄 아니? ‘재’로 바뀌었기에 더 빠르게 흙으로 돌아가면서 땅심이 살아나는 줄 아니? ‘잿빛 = 살림빛’이요, ‘잿물·재거름 = 살림물’로 여길 만해. ‘잿사람(회색인)’은 어떨까? 흰빛도 검은빛도 아니기에 이쪽저쪽 다 달라붙는 빛깔로 여기니? 두 빛깔을 고루 품고서 복판을 지키는 살림빛으로 여기니? 나쁜빛이나 좋은빛은 없어. 네 마음이 어느 곳으로 기울 뿐이야. 네가 나쁘다고 여기는 쪽으로 기울기에 나쁘다고 본단다. 네가 좋다고 여기는 쪽으로 기울면 좋다고 볼 테지. 비구름이 나쁘니? 비구름이 좋니? 비구름은 비를 뿌리는 구름일 뿐이란다. 조금 내리든 많이 뿌리든, 그때그때 땅한테 알맞게 내리는 비야. 가문 날은 가물어야 배울 일이 있어. 장마철은 장마여야 배울 일이 있지. 비벼락이 치면, 비랑 벼락으로 배워야 한다는 뜻이란다. 넌 무엇을 보고 느끼고 받아들여서 배우니? 넌 배우는 마음이니? 넌 안 배우고서 꺼리거나 싫어하거나 미워하니? 넌 먹구름을 보면서 어떤 날씨를 그리니? 잿빛구름이 뿌리는 빗방울은 조금도 ‘잿빛’이 아니라 티없이 맑은 살림물빛이란다. 흰빛도 검은빛도 아닌 잿빛이라는 자리에 서는 사람이 어떤 마음인지 가만히 읽어 보렴. 모든 다 다른 빛깔에 모두 다 다르게 삶살림사랑이 흐르는 줄 느끼기를 바라. 모든 풀꽃은 크기도 무늬도 빛깔도 다르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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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담배연기 2023.9.10.해.



쑥잎을 말려서 불을 붙이면 그윽하게 흰김 오르면서 둘레를 감싸는 기운이 맑아. 가랑잎도 매한가지야. 다른 마른잎도 저마다 다르게 흰김으로 둘레를 부드러이 감싸고 풀어주지. 고춧잎은 좀 매울 텐데, 매운김은 매운 대로 톡톡 쏘면서 너희 눈·살갗·마음·몸을 깨운단다. 담배라는 풀도 너희를 깨우는 숱한 잎(마른잎) 가운데 하나야. 담배를 태우는 일은 나쁠 수 없어. 다만, 담뱃잎만 쓸 일이야. 섞지 마. ‘뜬금없는 것(화학조합물)’을 섞으면 ‘담뱃김’은 제구실을 안 하지. ‘살림길’이 아닌 ‘죽음김’은 너희부터 스스로 죽이고 둘레를 죽여. ‘소독차’랑 ‘화학담배’는 같아. 그리고 쑥잎·가랑잎처럼 다 다른 마른잎은 너희를 다 다르게 북돋우고 깨운단다. 또한, 애써 태우지 않아도 ‘나무에 달린 잎’ 숨결로 너희를 일깨워. ‘흙에 뿌리내린 풀잎’ 숨결로 너희를 일깨우고. 맨손으로 나뭇잎·풀잎을 쓰다듬고, 맨발로 나무줄기를 타거나 풀밭을 거닐기에, 너희 손발은 새롭게 태어날 수 있어. 무엇을 만지거나 디디면서 너희 손발이 새롭도록 하겠니? 가꾸겠니? 살리겠니? 죽이겠니? 등지겠니? 하얗게 퍼지고 부드러이 감싸면서 온기운을 반짝반짝 살리는 ‘김’을 보기를 바라. 이 김을 쐬면서 앙금을 털어. 이 김을 마시고 뱉으면서 응어리를 풀어. 이 김을 너희 보금자리에 흩뿌리면서, 엉뚱하거나 엉큼하거나 엉성하거나 엉터리인 모든 것을 걷어낸단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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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제비도 안다 2023.9.9.흙.



제비는 아무 집에나 찾아가지 않아. 오래오래 깃들어 오면서 두고두고 즐거이 누린 보금자리를 ‘새로 낳아 돌볼’ 새끼 제비한테 보여주고 물려주고 알려주고 싶단다. 그래서 제비는 해마다 ‘같은 처마밑’을 찾아와. 제비는 한결같이 사랑으로 살림을 지으려는 마음이지만, 사람 스스로 사랑이나 살림을 잊기에 제비를 잊거나 안 그려. 그런데 제비도 알아. 살림을 잊은 사람이 살림빛을 새로 보고 느끼고 배우기를 바라면서 날갯춤을 베풀어. 사랑을 등진 사람이 사랑씨를 새로 심고 가꾸고 짓기를 바라면서 바람노래를 들려줘. 제비도 알아. 사람이 잊다가 잃느라 모를 뿐이야. 제비야말로 알아. 사람이 등지고 버리고 깨부순 마을을 새롭게 살릴 길을 그린단다. 제비가 아무 머리 위를 날겠니? 제비가 아무 데서나 바람을 가르겠니? 제비는 왜 사람들 곁으로 찾아와서 집을 짓거나 고치면서 새벽 일찍 깨고 저녁 일찍 잠들까? 예부터 사람들은 시골에서 제비랑 같이 일어나고 일하고 쉬고 노래하고 잠들며 봄여름을 누렸고 가을겨울을 맞이했어. 제비는 ‘철잡이’야. “철을 알리는 길잡이”란다. 너는 무슨 ‘-잡이’이니? 길잡이? 살림잡이? 노래잡이? 글잡이? 사랑잡이? 꿈잡이? 스스로 돌아보렴. 스스로 날아 봐. 하늘은 누구나 마실 수 있어. 바람은 누구나 탈 수 있어. 별빛은 누구나 품을 수 있어. 네가 마음을 기울이면 바로 그날부터 꽃을 피운단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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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도와줄 사람 2023.9.8.쇠.



짐을 나누어 드는 사람이 있어. ‘거들다’라 하지. 일을 나누어 맡는 사람이 있어. ‘거들다’라고 해. 말을 보태는 때에도 ‘거들다’라고 해. 힘이 되라면서 ‘거들’어. 이와 달리 ‘돕다’는 ‘돌아볼(돌볼)’ 수 있는 마음으로 함께할 때야. 동그랗게·둥그렇게 모이는 일이고, 두레를 하거나 동무로 있기에 ‘돕다’야. 너희는 두 낱말 ‘거들다·돕다’를 가려서 쓸 수 있니? 너희는 ‘힘이 되기’를 바라는 ‘거들다’하고, 동그랗게 동무를 이루고 돌아보고 두레를 하는 ‘돕다’ 사이 어느 곳에 있니? 거들어도 대단하고 고마워. 도와도 훌륭하고 반가워. 그런데 아무나 못 거들고 못 도와. 스스로 마음을 살리고, 스스로 몸을 살피는 사람일 적에, 거들거나 돕는 손길이 찾아들 수 있어. 마음이 죽어가는 사람한테 무엇을 거들까? 몸을 살피지 않는데 누가 도울까. 하루를 꿈으로 그려서 삶을 짓기에 스스로 생각을 펴고 마음이 일어나. 하루를 사랑으로 가꾸고 살림을 지으면서 스스로 노래하고 춤추기에 몸이 깨어나. 그러니까, 스스로 빛나는 사람은 언제나 스스로 넉넉하고, 둘레에서 거들거나 도우려고 찾아와서는 오히려 ‘스스로 빛둥이’한테서 이바지를 받는단다. 거들거나 도우려고 마음을 일으켜서 몸을 움직이는 사람은 문득 사랑씨앗을 한 톨 심은 셈이야. 그래서 거들려고 나섰다가 뜻밖에 빛을 쬔단다. 도우려고 어깨동무하다가 얼결에 빛을 누려. 자, 도와줄 사람은 누구일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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