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글 읽기
2014.2.24. 큰아이―봄날 평상에서

 


  달력으로는 아직 봄이 아니라 할 만하다. 그렇지만 날씨는 봄이다. 볕이 좋고 바람이 달콤하다. 이런 날은 집안에 있을 수 없다. 할배도 아이도 모두 바깥에서 지낸다. 일흔 여든 늙은 분들은 흙을 만지면서 일하고, 일곱 살 어린이는 마당에서 한참 뛰놀다가 평상에 엎드려 글씨쓰기를 익힌다. 봄볕을 보고 봄바람을 들으면서 글씨 하나마다 이야기를 담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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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4.2.10. 큰아이―지우개질
 

 


  글씨를 쓰다가 틀려도 지우지 말고 그대로 쓰라고 말한다. 그런데 곁님은 아이더러, 잘못 썼으면 지우고 새로 쓰라고 말한다. 아이는 어머니 말도 아버지 말도 모두 받아들인다. 잘못 썼대서 굳이 고치지 않아도 되는 까닭은, 잘못 쓴 글을 들여다보면서 아하 이렇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는 한편, 새로 예쁘게 쓰면 되기 때문이다. 지우고 고쳐서 써도 되는 까닭은, 지우개질을 익히기도 하고 한결 반듯하게 쓰는 버릇을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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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4.1.22. 큰아이―별 그림 붙여

 


  큰아이가 한글을 익히도록 손수 글을 하나씩 써서 건네기로 다짐한다. 그동안 손수 이야기를 지어 글을 적어 주기는 했는데, 따로 글판을 마련하기로 한다. 별 이야기를 찬찬히 적어서 건넸더니, 큰아이는 글씨쓰기로 그치지 않고, 글판에 온갖 글을 더 적어 넣을 뿐 아니라, 별 그림까지 그려서 척 하고 붙인다. 이렇게 해야 이쁘단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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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4.1.13. 큰아이―장갑 끼고 쓰기

 


  겹으로 있는 손가락장갑에서 손가락은 빼고 겉을 싸는 장갑만 낀 채 글놀이를 한다. 아이는 손이 시려서 장갑을 끼지 않는다. 겨우내 손이 차갑기는 하지만, 손에 이 장갑을 끼니 뭔가 예뻐 보인다 여겨 이렇게 장갑을 낀다. 그런데, 아이가 이런 장갑을 끼며 놀기를 재미있어 한다면, 작은아이한테도 이 장갑을 끼울 만하겠다고 느낀다. 어쨌든, 장갑을 끼건 안 끼건 차근차근 또박또박 글씨를 잘 쓴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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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4.1.11. 큰아이―책에서 옮겨적기

 


  날마다 글을 조금씩 익히는 큰아이는 만화책을 펼치면서 이래저래 궁금한 말이 많다. 그림으로 얼핏 알기는 하겠으나 말로는 알 수 없어서 자꾸 묻는다. 묻고 물으며 다시 묻는 동안 아이는 저한테 익숙한 글을 머릿속으로 외운다. 퍽 오랫동안 이렇게 묻고 알려주기를 하다가, 이제부터는 그만두자고 생각한다. “벼리야, 이제부터는 네가 궁금한 말은 공책에 옮겨적어. 그러고 읽어 달라 하면 그때에는 읽어 줄게.” 큰아이가 열 칸짜리 깍두기공책을 펼친다. 창호종이문으로 스며드는 빛살에 기대어 한 글자 두 글자 또박또박 옮겨적는다. 공책을 들고 온다. 한 줄씩 읽어 준다. 또 적고 또 온다. 또 읽어 준다. 벼리야, 네가 스스로 공책에 글을 적어 보고 읽어 달라 해야, 그런 뒤 너도 스스로 읽어야 비로소 글을 익힐 수 있단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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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14-01-18 09:16   좋아요 0 | URL
또박또박 예쁘게 쓰네요.
우리집 아이는 초등1학년인데요, 한참 글배우기를 할 때 공룡책만 들고 다녔답니다.
여자아이인데도 공룡을 좋아해서 공룡이름을 기억하려니 글을 읽어야했고, 그렇게 글을 읽으니 자기가 그린 공룡그림에 글자를 쓰더라구요.
글쓰기도 재미나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숲노래 2014-01-18 09:50   좋아요 0 | URL
여자와 남자라고 해서
딱히 무엇을 더 좋아해야 하거나 좋게 느끼는 틀은 없지 싶어요.
거의 다 부모가 아이한테 어떻게 다가서느냐에 따라 다르지 싶어요.
아이들한테는 선입관이나 편견이 없어서
무엇이든 다 좋아할 수 있는데,
둘레 어른들이 여자는 이것 남자는 요것
틀을 섣불리 나누거든요.

글을 배우는 길은 참 여러 가지로 많고,
그 길을 즐겁게 누리면 언제나 함께 웃을 수 있구나 싶어요~~~